소리와 분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3
윌리엄 포크너 지음,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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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16 세번 읽고나서 이해가 된 작품. 열린책들 버젼의 <고함과 분노>보다는 잘 안읽히긴 하지만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라는 것에는 공감한다. 두 출판사 버젼 모두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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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4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25 0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5-02-25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많으셨습니다. 저도 문학동네 번역이 좋다고 해서 이 책으로 사놨는데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네요. 😅😅

새파랑 2025-02-25 21:13   좋아요 0 | URL
예전에 한번 읽고 포기했다가 다시 도전하고 읽으니 너무 좋더라구요. 괜히 명작이 아닙니다. 완전 최고입니다~!!!
 
일주일 트리플 8
최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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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15 최진영 작가가 학벌 지상주의 시대를 사는 고등학생들의 차별(일요일), 자살(수요일), 자퇴(금요일) 이야기를 다룬 단편집. 가볍게 읽기에 좋았다, 주제가 가볍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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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본 백석 시집 - 개정판
백석 지음, 고형진 엮음 / 문학동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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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14 김연수 작가의 <일곱해의 마지막>을 읽고 나서 접한 백석 시인의 작품. 한글 단어가 이렇게 아름답고 외로울 수 있다는 데 감탄했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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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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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13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단어가 바로 존재의 과거형이라고 했다 절망도 과거로 흘러기야 있을 수 있고 시간도 지나간 것이 있어야 시간이 되는 것처럼˝


이 작품은 진정한 명작이다.


윌리엄 포크너는 <고함과 분노>를 세번 읽어도 이해가 안된다면 네번을 읽으라고 말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네번을 읽었다. 문학동네 판으로 세번, 열린책들 판으로 한번. 문학동네 판으로 세번 읽고나서 아하~! 열린책들 판으로 또 읽고나니 엄청나다~!! 이랬다. 나도 <고함과 분노>를 조금은 이해를 한 독자가 되었다.


이 작품은 미국 남북전쟁 후 백인 남부사회의 몰락을 시간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다루고 있는데,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인해 한번 읽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사건 순서와 기억은 뒤죽박죽이고 온갖 비유(특히 종교)가 포함되어 있으며 계속되는 시점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등장인물 이름에도 함정이 있어서(동명이인이 있음) 처음에는 정말 햇갈린다.


특히 1장 벤지 섹션의 경우 한번 읽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시간이동이 계속되는 데다가 백치인 벤지의 관점으로 문장이 묘사되기 때문이다. 사실 <고함과 분노>기 어렵게 느껴지고 중간에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1장 벤지 섹션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몇번 읽은 후 해설을 보니 1장 벤지 섹션이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였다. 다 읽고 나서도 막 생각이 나며, 퍼즐을 맞추는 재미가 있었다. 벤지는 말을 못할 뿐이지 바보는 아닌걸로...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등장인물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만 알고 시작하면 그나마 쉽게 읽을 수 있다.




콤슨 집안(백인)

1. 제이슨 콤슨 : 콤슨 집안의 가장이자 4남매의 아버지. 알코올 중독자로 콤슨 집안(백인) 몰락의 시작. 처음에는 몰랐는데 책을 반복해서 읽을수록 콤슨 집안에서 그래도 가장 개념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2. 캐롤라인 배스콤 콤슨 : 콤슨 집안으로 시집온 배스콤 가문의 여자이자 4남매의 어머니. 행동하지 않고 걱정만 많고 집안에 대한 자존심만 쎄다. 집안 몰락의 가장 큰 원흉이라는 생각이 든다.

3. 퀜틴(남자) : 4남매의 장남. 2장의 화자. 자세한 설명은 밑에서.

4. 캐디 : 4남매의 장녀이자 퀜틴의 동생. 이 작품의 핵심 인물이다. 콤슨 가문의 몰락을 가장 잘 상징하며, 이 작품의 모든 사건은 그녀가 순결을 잃음으로써 시작된다.

5. 제이슨 : 4남매의 차남. 3장의 화자.자세한 설명은 밑에서.

6. 벤지 : 4남매의 막내이자 백치. 말을 하지 못하고 울부짖기만 가능하며, 그의 울부짖음이 ‘고함과 분노‘ 그 자체이다. 태어날때는 외삼촌의 이름을 따서 모리 였으나 백치임이 밝혀진 후 어머니의 자존심(탐욕?)으로 이름이 벤저민(벤지)로 바뀌게 된다. 이름이 바뀐다고 운명이 바뀌진 않는다.

7. 퀜틴(여자) : 캐디의 딸. 캐디가 가장 믿고 따랐던 오빠의 이름인 퀜틴을 딸에게 그대로 지어준다. 캐디의 사생아라 할 수 있고, 할머니(캐롤리안)의 반대로 콤슨 집안에서 성장하게 되며, 어머니(캐디)를 만나는게 금지되어 있다.

8. 다머디 : 4남매의 할머니.

9. 모리 배스콤 : 4남매의 외삼촌. 콤슨 집안에 언제나 손을 벌리지만 누나(캐롤리안)는 그런 동생을 언제나 옹호한다.




딜지 집안(흑인)

1. 딜지 : 콤슨 집안의 가정부로, 실제적으르 콤슨 집안의 살림을 도맡아 하고 4남매와 퀜틴(여자)를 키운다. 벤지를 끝까지 따뜻하게 대해주는 유일한 사람.

2. 로스커스 : 딜지의 남편. 류마티스를 앓고 있다.

3. 버시 : 딜지의 3남매중 첫째인 아들. 벤지가 아주 어렸을 때 돌본 흑인.

4. 프로니 : 딜지의 3남매중 둘째인 딸. 러스터의 엄마다.

5. 티피 : 딜지의 3남매중 셋째인 아들. 벤지가 어렸을 때 돌본 흑인.

6. 러스터 : 프로니의 아들. 1928년 현재의 벤지를 돌보는 흑인.





˝아무도 이 싸움에서 이겨 본 적이 없기 때문이지. 심지어 싸워 본 적조차 없단다. 이 싸움터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절망만을 보여 줄 뿐, 철학자와 멍청이 들만이 승리라는 환상을 품지.˝

이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시간‘ 이다. 각 장을 ‘시간‘이라는 주제로 요약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해석으로 틀릴 수도 있음~!)




1장. 벤지 섹션(1928년 4월 7일) / 시간에 갇혀있는자

1장에서는 현재 나이 33살인 벤지가 어린 소년 러스터와 함께 집 주변과 골프장 외곽을 돌아다닌다. 그 이유는 러스터가 잃어버린 25센트 짜리 동전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벤지는 그가 보고(추억의 장소) 듣는(특히 골프장에서 들려오는 캐디를 부르는 소리) 것을 통해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과거의 시간에서 보고 들은 것을 통해 또다른 과거로 이동한다. 현재와 과거를 어지럽게 왔다갔다 한다. 말을 할수 없는 벤지는 현재에서는 그저 자신의 감정대로 울부짖는다. 이것이 바로 ‘고함과 분노‘ 이다. 백치인 벤지에게는 과거가 현재이고 미래도 과거일 뿐이었다.


이런 벤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그의 누나인 캐디이다. 벤지는 매 순간순간 캐디와의 추억 속에서 살고 있으며 현재 시간에서 더이상 캐디가 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캐디가 올 것처럼 기다린다. 자신이 유일하게 따랐던 캐디였기 때문이다. 백치인 벤지는 캐디가 자신을 영영 떠난걸 모른다.


1장의 시간 순서는 뒤죽박죽이다. 왜냐면 벤지가 백치여서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지를 돌보는 흑인이 누군지를 확인하면서 책을 읽어나가야 시간의 순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버시 - 티피 - 러스터 순으로 시간의 전후를 파악하면 된다.) 그리고 러스터와 같은 시기에 등장하는 퀜틴은 4남매 장남인 퀜틴이 아니고 캐디의 딸인 퀜틴이다.(응?)

[다시 한번 소리가 났고 내가 일어나려고 하자 또다시 소리가 났다. 나는 울기 시작했다. 티피가 나를 당겼지만 목구멍에서 계속 소리가 났다. 계속 소리가 났지만 내가 울고 있는지도 몰랐다. 티피가 웃으며 내 위로 자빠졌고 내 목구멍이 계속 소리를 냈다. 퀜틴이 달려와 티피를 발로 걷어찾다. 캐디가 날 감싸 안았고 빛나는 베일이 보였다. 캐디에게서 나무 냄새가 나지 않았고 나는 울기 시작했다.] P.62




2장. 퀜틴 섹션(1910년 6월 2일) / 시간을 벗어나려는 자

2장은 4남매 장남인 퀜틴의 시점으로 쓰여 있고, 그는 하버드대 1학년 생이며, 이날 아침 퀜틴은 더이상 시간에 쫓기면서 살기를 거부하는 의미로 자신의 시계를 박살낸다. 하지만 시침과 분침이 없음에도 시계는 째각째각 소리를 내면서 흐른다.


퀜틴은 학교와 주변을 정처없이 걷는다. 걸으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하지만 그의 의식은 현재에 있지 않고, 과거, 특히 캐디에게 매몰되어 있다. 그의 의식은 온통 캐디 캐디 뿐이었다. 성에 눈을 뜨고 문란해진 캐디, 캐디의 순결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과 캐디에 대한 어긋난 집착 때문에 계속 괴로워했고, 결국 캐디와 근친상간을 했다는 망상에 빠지기 까지한 퀜틴은 어떻게든 캐디를 잡아보려 했지만 캐디는 결국 결혼하고 콤슨 집안을 떠난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만 그럴수 없었던 퀜틴은, 흐르는 시간속에서 의식은 자꾸만 캐디와의 과거로 되돌아가고, 고통에 몸부림치던 퀜틴은 시간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인 죽음, 자살을 결심한다. 하지만 퀜틴이 죽는다고 해서 시간이 멈추지는 않는다.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요. 아버지는 넌 그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나는 물속에서 살랑거리는 내 뼈들과 바람 같은, 아니 바람의 지붕 같은 깊은 강물을 내려다볼 것이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사람들은 쓸쓸한 해변의 깨끗한 모래에서 내 뼈조차 분간해 내지 못할 것이다. 심판의 날에 신께서 일어나라 하시면 쇠다리미만 위로 떠오를 것이다.] P.122




3장. 제이슨 섹션(1928년 4월 6일) / 시간에 쫓기는 자

3장 부터는 의식의 흐름 없이 이야기가 진행된다.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해지고 1,2장에서의 미스테리가 풀리게 된다. 3장은 4남매 중 차남인 제이슨이 시점으로 진행된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아버지와 딜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4남매 사이에서 가장 외롭게 자란 제이슨. 아이러니하게도 성인이 되어서는 콤슨 집안의 가장이 된다.(장남인 퀜틴은 자살하고, 둘째인 캐디는 쫓겨나고, 막내인 벤지는 백치이고...) 콤슨 집안에 대한 열등심이 심했던 어머니 캐롤리안은 제이슨만이 베스콤 집안의 핏줄을 이어받았다고, 그만이 정상이라고 그를 감싼다.


냉혹하며 계산적인 제이슨은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오직 돈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가족들과 딜지 가족을 함부러 대하고 주식시장에만 열성을 보이면서 그렇게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 이런 그의 태도가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했고, 캐디의 결혼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었던 은행 취직은 캐디의 파혼 후 물거품이 되었으며, 대학을 나온 아버지와 형은 알콜중독과 자살로 죽었지만 자신은 대학 근처도 못가봤기 때문이다. 피해의식의 결정체.


특히 어린시절부터 사이가 안좋았던 캐디(캐디와 사이가 안좋은 유일한 사람이 제이슨이다...)의 딸인 퀜틴(여성)도 돌봐야 하는 제이슨은 사사건건 퀜틴(여성)이 마음에 안들어 못살게 굴고 캐디가 딸에게 보내는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기까지 한다. 그의 횡포의 끝은 어디일까?

[거리로 나섰지만 두 연놈은 어느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도 미친 사람처럼 모자도 안 쓴 채 거리에 서 있는 꼴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결국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거다. 저 집안 아이 하나는 원래 미쳤고, 또 하나는 물에 뛰어들어 자살했고, 다른 하나도 남편에게 내쫓겼으니, 남아 있는 놈 역시 미쳤다고 하지 않겠는가.] P.352




4장. 딜지 섹션(1928년 4월 8일) / 시간에 순응하는 자

4장은 3인칭 시점으로 쓰여 있지만 주요 화자는 딜지이며 그래서 딜지 섹션이라고 불린다. 콤슨가문의 시작과 끝을 함께했던 딜지, 콤슨가의 자손을 실질적으로 키운 딜지. 앞의 세 화자와는 달리 딜지만이 시간에 순응하며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3장에서 이어진 제이슨과 퀜틴(여자)의 갈등은 결국 4장에서 폭발하게 되고, 결국 콤슨 집안은 난리가 난다. 그토록 무시했던 흑인들도 아는 이유를 백인들만 뒤늦게 알게 된다. 아집과 위선으로 인해 무너진 남북전쟁 이후의 백인 사회를 묘사한 것일까?


제이슨은 자신이 착복한 돈을 갖고 도망간 퀜틴(여자)를 뒤쫓는다. 찾을 수 없는 걸 감지히면서도 그냥 뒤쫓는다. 추격 끝에 남는건 무엇일까? 과거의 영광에 대한 집착? 몰락을 확인하고 돌아오는 제이슨의 뒷걸음에서 왠지 모를 체념이 느껴진다.

[지난 10여 년 동안 그에게는 조카나 도둑맞은 돈이나 둘 다 특별한 실체가 있거나 개별적인 존재로 여겨지지 않았다. 단지 미처 일도 해보기 전에 기회를 박탈당한 은행 일을 상징적으로 대신할 뿐이었다.] P.460






처음 읽을때는 몰랐는데 이 작품의 내용이 이해가 되는 순간 <고함과 분노>가 정말 대단한 작품이란걸 느꼈다. 왜 이 작품이 고전인건지, 왜 수많은 사람들이 포크너를 칭송 하는건지 드디어 공감할 수 있었다. 예술적 표현의 극단이라는게,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게 바로 이런 걸까 싶었다. 정말 말이 필요없는 작품이었다. 문학작품이 꼭 가독성이 좋고 교훈이 있어야만 하는건 아니다.

˝인간은 우연히 이 세상에 오게된 후 매번 숨실 때마다 이미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게끔 되어 있는 주사위를 매번 새롭게 던질 뿐인데도 언젠가는 반드시 닥치리란 걸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는 최후의 목적지를 대면하지 않으려 한다˝



짧은 독서력이지만 <음향과 분노>가 내 독서 인생에서 만난 가장 최고의 작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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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2-24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정말 👍👍👍👍👍
네 번을 읽으시다니!
저는 한 번 읽었는데 다시 읽어야 할까요? 재독할 기회가 되면 열린책들 버전으로 읽어 볼께요^^

새파랑 2025-02-25 08:47   좋아요 1 | URL
한동안 포크너의 이 작품만 읽었습니다 ㅋ 계속 읽다보면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열린책들 버전이 더 재미있더라구요 특히 3장~!!

coolcat329 2025-02-25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과 병행해서 읽어야겠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새파랑 2025-02-25 21:15   좋아요 0 | URL
열린책들 버젼이 좀 더 읽기 편하더라구요. 두 책을 병행해서 읽으면 더 이해하기 쉬울거 같아요. 같은 원작 다른 번역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열린책들 버젼이 가독성이 확실히 좋다. 이 책을 알게 된게 정말 큰 행운이다.


캐디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 너무 낮아 밤의 모든 냄새와 소리가 마치 꺼진 천막 아래 있는 것처럼 바닥에 내려앉았다 유달리 인동덩굴 냄새 그 냄새가 내 숨결 속으로 들어왔다 캐디의 얼굴과 목에도 마치 페인트칠을 한 것처럼 묻어 있었고 그녀의 맥박이 내 손에서 진동했다 바닥을 짚은 다른 팔마저 움찔하고 뛰기 시작했다 진한 잿빛 인동덩굴 냄새 때문에 숨쉬기조차 쉽지 않아 헐떡거렸다 - P230

나는 그를 때렸다 그가 내 손목을 잡은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그를 때리려고 버둥거렸다 그때 마치 색유리를 통해서 그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렸고 다시 하늘이 보이고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가지가 그리고 그 사이로 비스듬히 떠 있는 태양이 보였다 그가 나를 부축하고 있었다 - P245

보이지 않는 눈을 이 악물듯 질끈 감는다 잠에 빠진 엄마 아버지 캐디 제이슨 모리의 침실 문 그들의 잠자는 소리로 가득한 어둠 속 길게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계단 난간에 발을 잘못 디뎌도 정강이 발목 무릎이 아프지 않을 것이라 믿고 의심치 않는다 엄마 아버지 캐디 제이슨 모리만 나보다 멀리 앞서 잠에 빠졌을 뿐 나는 무섭지 않다 나도 곧 잠들 테니까 내가 문을 문을 - P262

아버지가 우리에게 가르친 것은 인간이란 쓰레기 더미에서 굵어모은 톱밥으로 속을 채운 인형일 뿐이며 쓰레기통에 있는 톱밥도 이전에 찾다 버린 모든 인형에게서 나온 것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 톱밥은 나를 위해 죽지 않은 어떤 사람의 옆구리에서 새어 나온 것이라고 했다. - P267

나는 캐디를 이 시끄러운 세상에서 따로 격리시키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도망쳐야 할 거고 그 시끄러운 소리들은 처음부터 아예 없었던 것처럼 되버릴 거라고 하자 아버지는 캐디에게 그것을 강요할 생각이었느냐고 물었고 나는 무서워서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캐디가 해버릴까 봐 겁이 났고 그렇게 되면 결국 모든 게 헛일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께 우리가 그랬다고 말하게 되면 그렇게 한 것이 되고 그러면 다른 남자들은 안한 것이 될 것이며 세상은 우리를 쫓아낼 거라고 했다 - P269

인간은 우연히 이 세상에 오게된 후 매번 숨실 때마다 이미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게끔 되어 있는 주사위를 매번 새롭게 던질 뿐인데도 언젠가는 반드시 닥치리란 걸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는 최후의 목적지를 대면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지 - P270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단어가 바로 존재의 과거형이라고 했다 절망도 과거로 흘러기야 있을 수 있고 시간도 지나간 것이 있어야 시간이 되는 것처럼 - P271

그래, 제이슨은 일하길 좋아하지. 아니요. 나는 말했다. 저는 대학 교육 혜택을 받은 적이 없어요. 하버드 대학이라고 해봐야 수영하는 법도 모르는 학생에게 기껏 야밤에 수영하러 가는 거나 가르쳐 주질 않나, 심지어 스와니 대학은 뭐가 술인지 뭐가 물인지도 가르치질 않으니까요. - P298

엄마는 늘 말렸다. 너희 중 누군가 저세상으로 불러 가야 했다면 내게 남아 있는 게 너라서 나는 감사하단다. 너라면 내가 의지할 수 있으니까. 그러면 나는 말했다. 저는 가게를 떠나 엄마가 모르는 곳으로 가진 않을 거예요. 누군가는 남아서 그나마 있는 거라도 붙잡고 있어야 하니까요. - P315

애를 잘 돌볼 거라고 내게 약속해 줘 . . 개도 네 가족이야. 네 혈육이잖니. 약속해 줘. 제이슨. 네가 아버지 이름을 이어받았잖아. 아버지였다면 내가 이렇게 두 번씩이나 애걸했을까? 한 번 조차도 필요 없었을 거야. - P319

하지만 이런 짓을 하면서 가끔은 네가 마땅히 받아야 할 걸 내가 빼앗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단다. 이러다 벌받을 것 같아. 하지만 너만 괜찮다면 내 자존심 같은 거 버리고 이걸 받을수도 있어 - P333

내 말은, 빌어빅을 식구들 때문에 씨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엄마는 켄틴이든 누구든 통제하려 들지 않는다. 웬 잡놈이 누나에게 키스하는 걸 왔을때도 다음 날 엄마가 고작 한다는 일은, 온종일 상복 같은 검은 옷차림에 베일까지 쓰고 다니면서 아버지가 무슨 일인지 말하라고 해도 그저 울면서 우리 딸이 죽었다고 말한 것밖에 없었다. - P348

내겐 별반 자존심이란 것도없다. 부엌엔 먹여 살려야 할 깜둥이들이 득실대고 주립 정신 병원에 갈 환자가 집에 처박혀 있는 마당에 무슨 자존심이 있겠는가. 주지사, 장군의 가문이라고. 왕이나 대통령이 없었다는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아니면 우리 가족 모두 결국 미쳐서 병원에서 나비나 쫓아다니고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 P348

거리로 나섰지만 두 연놈은 어느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도 미친 사람처럼 모자도 안 쓴 채 거리에 서 있는 꼴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결국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거다. 저 집안 아이 하나는 원래 미쳤고, 또 하나는 물에 뛰어들어 자살했고, 다른 하나도 남편에게 내쫓겼으니, 남아 있는 놈 역시 미쳤다고 하지 않겠는가. - P352

열린 문 때문에 바보 짓거리를 하다가 벤이 당한 일을 내가 당했다면 난,더 이상 저 문을 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저 녀석이 대체 문에 매달려 무슨 생각을 할지 정말 궁금했다. - P381

저 애는 그 고집스러운 성미를 그대로 물려받았어. 게다가 네 형의 성질까지도. 그런 성질을 물려받았다고 해서 네 형 이름을 붙여 준 거지. 어떤 때는 저 애가 네 누나와 네 형이 내게 내린 심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단다. - P393

자기가 낳은 애 아빠 이름도 말 못 하는 그런 여자는 제발 내버려 두세요. - P395

옆방에서 <위대한 미국의 거세마>가 나무 표면을 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코를 골고 있었다. 여자 목소리를 갖게 하려고 남자를 거세한다는걸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었다. 저 애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를 것이다. 또한 자기가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도, 그리고 버지스 씨가 왜 울타리 말뚝으로 자길 팼는지도 알지 못할 거다. 마취시킨 후 저 애를 잭슨시로 보냈더라도 아무것도 몰랐을 텐데. - P397

난 처음과 끝을 봤단다 - P448

제이슨, 보안관이 말했다. 그런데 집에 감춘3천 달러로 뭘 할 생각이었나? - P456

지난 10여 년 동안 그에게는 조카나 도둑맞은 돈이나 둘 다 특별한 실체가 있거나 개별적인 존재로 여겨직지 않았다. 단지 미처 일도 해보기 전이 기회를 박탈당한 은행 일을 상징적으로 대신할 뿐이었다. -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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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2-24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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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분노> 제목을 이렇게 바꿨네요!
내용으로 보면 그럴수도 있네요.
그러면 sound 의 의미가 너무 한정되지 않을까? 하는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새파랑 2025-02-24 11:30   좋아요 1 | URL
그럴수도 있을거 같아요~! 벤지가 내뱉는거에 초점을 두면 고함이고, 벤지가 듣는거에 초점을 맞추면 소리가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