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2052

˝소설들에는 이 ‘그런데‘, ‘갑자기‘가 너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작가들은 이 말을 쓸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만큼 인생에는 갑작스러운 일들이 얼마나 가득한데!˝



지금까지 체호프의 책은 다섯권을 읽었고, 이정도면 많이 읽었다고 생각을 해서 한때는 이젠 체호프 책은 더이상 안사도 되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직 안읽은 그의 작품들은 많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 읽은 열린책들에서 나온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단편집에는 총 17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 처음 읽은 그의 작품은 무려 11편이었다. 거의 처음 읽는 책 수준이었다.


물론 여기 수록된 작품 중 <6호 병동>, <검은 수사>,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처럼 완성도가 높고 유명한 작품들은 다른 출판사 책에도 실려 있어서 이미 읽었지만 그 외의 다른 단편들도 역시 좋았다.


타 출판사에서 나온 단편집과 차이점을 찾아보자면 종교, 가난, 농민에 대한 삶을 다룬 작품이 다소 많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대학생>은 복음서의 열두 사도 중 베드로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과거나 현재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이어지 있다는 체호프의 통찰력을 보여준다.

[이런 모든 공포가 예전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천 년이 지나도 현실은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P.203



<농부들>에서는 농노제가 없어져서 농부들은 자유롭게 되었지만, 이후 살아갈 방법을 몰랐던 농부들의 가난과 각종 무거운 세금 때문에 오히려 농노제 이전 시대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는 농부들의 고통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돈이 들기 때문에 가족들의 죽음을 기대하는 모습에서 가난이 주는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은 부농들만 걱정했다. 그들은 부유해질수록 하느님과 영혼의 구원을 잘 믿지 않았고, 지상에서의 마지막이라는 공포심이 들 때에만 초에 불을 켜고 기도를 드렸다. 가난한 농부일수록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노인과 노파의 얼굴에서는 자신들이 너무 오래 살았고 이제 죽을 때가 되었으며 또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마리야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늦지 않게 죽음이 찾아와 주기를 바랐고 또 자신의 아이들이 죽기라도 하면 기뻐했다.]  P.285



<새로운 별장> 역시 부자 와 가난한 농부의 대비를 통해 농부들에 대한 연민과 풍자를 보여준다. 부자는 돈이 많음에도 이웃의 가난한 농부들을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다가가지만, 농부들은 그런 부자의 호의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부자 가족에게 하찮은 피해와 불안만을 계속 안겨준다. 결국 부자 가족은 시골을 떠나 모스크바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농부들은 자신들은 착하고  온순하며, 자신들은 부자의 호의를 요구한 적도 없다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이해조차 못한다. 그런데 이런 어리석음을 단지 농부들의 무지 탓으로만 돌려야 할까?

[안개에 덮이듯 가장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가축으로 인한 피해, 말 굴레, 펜치와 같이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하찮은 그런 사소한 것들만 보인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인가? 별장의 새로운 주인은 평화롭게 살고 있는데, 대체 왜 엔지니어하고는 잘지내지 못했을까?]  P.313



이 책에 수록된 처음 읽은 작품중 가장 좋았던 작품은 <문학 교사> 였다.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에 부잣집 딸인 ˝마샤˝의 개인 수업을 해주던 주인공 ˝니끼찐˝은 그녀에게 마음이 있었고, 결국 힘겨운 고백을 통해 그녀와 결혼한다. 많은 지참금을 가지고 온 그녀 덕분에 그는 안정적인 직업과 더불어 풍족하고 아늑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마음은 점점 새로운 것을 갈망하게 된다. 점점 자신이 가진 모든 행복을 시시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왜 어떤 사람들은 현재를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사람의 욕망이 어떻게 정점을 거쳐 시들어 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주위는 온통 저속함, 저속함뿐이다. 따분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 발효 크림이 담긴 단지들, 우유가 담긴 항아리들, 바퀴벌레들, 우둔한 여자들..…. 저속함보다 더 무섭고 모욕적이며 슬픈 것은 없다. 여기를 떠나야겠다. 오늘 당장 떠나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난 미쳐 버리고 말 것이다.]  P.242



가장 충격적인 작품은 역시 <자고 싶다> 였다. 어린 ˝바리까˝는 어느 가정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가난한 열세 살 소녀이자 그 집의 유모 였다. 아버지가 죽어도 가볼 수도 없고 아기를 돌보는 일에다가 온갖 집안일에 시달리던 그녀는 자신이 살아있음과 잠을 방해하는 것이 큰 소리로 울어대는 아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그토록 원하던 잠을 잔다. 그런데 이러한 비극을 오직 그녀 탓으로만 돌려야 할까?

[웃으며 눈을 끔벅이며 초록색 반점을 손가락으로 으르며 바리까는 요람으로 살그머니 다가가 아기 쪽으로 몸을 굽힌다. 아기를 질식시키고 서둘러 바닥에 눕는다. 이제는 잘 수 있다는 기쁨에 웃는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미 바리까는 곤하게 자고 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P.72




그의 작품은 우스꽝스러운 풍자 속에 진지한 의미를 숨겨두고 있고, 가끔 황당하고 갑작스럽게 글이 끝나지만 긴 여운을 준다. 역시 단편은 체호프다.



간결함은 재능의 자매다.… 요점이 있고 간결해야 잘 쓴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잘 쓴 이야기를 읽는 일은 한 잔의 보드까를 마시는 것과 같다.
<안톤 체호프>

체호프는 반드시 읽어야 할 작가이다. 그는 우리를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만들어 주는 예술가이다.
<수전 손택>

당신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읽고 나니 다른 사람의 작품은 모두 펜이 아닌 막대기로 쓴 것처럼 여겨집니다.
< 막심 고리끼>


Ps 1. 그래도 역시 가장 좋은 작품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이었다. 몇번을 읽어도 좋다.

Ps 2. 내가 지금까지 읽은 체호프의 책은 여섯권인데, 또 읽어야 할 책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체호프의 모든 단편이 실린 전집세트가 출판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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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2-04-03 10: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벚꽃을 집에서 보고 있자니 벚꽃동산이 제일먼저 눈에 띕니다ㅎ 체홉은 단편 몇편만 기억에 있는데 지금 표지를 보니 완전 새책보는것같고 그렇네요. 좋다시니 관심이 갑니다.

새파랑 2022-04-03 10:15   좋아요 2 | URL
벚꽃동산 아주 재미있는 희곡 집이에요 ㅋ 아름다운 벚꽃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
민음사에서 나온 체호프 단편집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페넬로페 2022-04-03 1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 시대 러시아 사회를 소재로 쓴 단편집이네요. 이 단편집도 좋을것 같아요.
인용한 문장에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느껴집니다.
열린책들로 체호프 읽어야겠어요^^

새파랑 2022-04-03 12:03   좋아요 3 | URL
토요일 하루종일 이 책을 읽어서 좋았습니다 ㅋ 단편에 대한 매력을 다시 느끼고 지금 트레버의 단편을 읽는데 트레버는 더 좋네요 ^^

청아 2022-04-03 12: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고싶다>는 비슷한 영화도 있어요. 거기선 엄마가 자기 아이를 그렇게 하는데 내내 다른 사람이 범인인줄 알고 찾다가 막바지에 드러났어요. 누적된 피로로 순간적인 실수를ㅠ 실화가 아니라면 체호프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수 있겠네요.^^* 끝에 체호프 자화자찬 인가요?ㅎㅎ보드까 새파랑님 좋아하실듯 합니다.ㅎㅎ

새파랑 2022-04-03 13:08   좋아요 3 | URL
자뻑 체호프? 😅 체호프는 충분히 그래도 됩니다~!! 보드카도 좋고 체호프도 좋은데 최근 러시아는 좀 그렇습니다 😅 자고싶다 저 비슷한 영화가 있군요. 역시 영화광 미미님~!!
자고싶다는 그래도 유모 인데 영화는 좀 더 무섭군요 ㄷㄷㄷ

얄라알라 2022-05-08 17:22   좋아요 0 | URL
몇 줄 요약해주신 줄거리만 봐도 충격이면서 비긋이네요
<틸리?> 그 영화와고 교점이 있는 듯 하고요.

직접 읽어야 제맛일터인데 저는 새파랑님 미미님 댓글에 묻어서 요약판으로만 알고 지나가니 부끄럽습니다

cyrus 2022-04-03 1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체호프가 좀 더 오래 살았으면 단편소설 편수가 지금보다 더 많아지겠죠? ㅎㅎㅎ

새파랑 2022-04-03 21:18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ㅋ 장편도 남겼으면 좋았을거라는 아쉬움도 듭니다 ~!! 아직 안 읽은 작품을 더 찾아봐야 겠어요 ^^

희선 2022-04-03 2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체호프 책 여러 권 보셨는데, 여기에 아직 읽지 않은 소설이 있었네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읽을 때마다 좋으셨군요 자고 싶어서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건 그 아이 잘못만은 아니겠습니다 아이가 아이를 돌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2-04-04 09:23   좋아요 2 | URL
<자고싶다>는 체호프가 너무 담담하게 그려서 비극이 더 실감났습니다 ㅋ 아직 읽을 작품이 더 있다는건 좋은거 같아요~!

희선 2022-05-06 2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축하합니다 체호프 소설에서 읽지 않은 게 열한편 담겨서 좋았던 책이군요 아직 읽을 책이 더 있겠습니다 두껍게 나온 희곡 있는데 그건 어떠세요


희선

새파랑 2022-05-07 08:40   좋아요 1 | URL
요번달은 책을 별로 못읽어서 안될거 같았는데 그래도 되서 기쁘군요. 이젠 책만 사면 될거 같아요 ㅋ

체호프 희곡은 열린책들 <벚꽃동산>에 있는 작품들만 읽었는데 제가 두껍게 나온 희곡을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

청아 2022-05-07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축하드려요!!^^*
체호프에 프루스트! 클라스가 다른 새파랑님👍
다시 읽어도 좋은 작품이 진짜 인생책ㅎㅎ
인생책이 많은 새파랑님 앞으로도 리뷰 기대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2-05-07 12:53   좋아요 1 | URL
읽은 작품의 작가님 명성 덕분에 당선되기 입니다 ^^ 미니님도 걱정없는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독서괭 2022-05-07 1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축하드려요~^^ 이번달에 별로 못 읽었다는 말씀은 순전히 새파랑님 기준인 것 같고 ㅎㅎㅎ 평균은 훌쩍 넘으십니다.

새파랑 2022-05-07 12:55   좋아요 1 | URL
독서는 자기 만족 아니겠습니까 ㅋ 독서괭님 감사합니다~! 읽고싶은 책이 쌓여서 큰일이에요 ㅜㅜ

호두파이 2022-05-07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체홉, 단편으로 예전에 만났던 기억만 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새파랑님 당선 축하드려요ㅎㅎ

새파랑 2022-05-07 14:5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호두파이님 꼭 다시 읽어보세요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5-07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2-05-07 17:58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토요일 저녁시간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2-05-08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5월 첫주 행복하게 보내시는 중이시죠?
축하드립니다요!

새파랑 2022-05-08 18:57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님 감사합니다 ㅋ 열심히 논다고 책도 별로 못읽었어요 😅

scott 2022-05-09 1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영광의 2관왕!

새파랑님 소설 읽기
책으로 나오면
👆등 예약 ^ㅅ^

새파랑 2022-05-09 17:10   좋아요 1 | URL
저는 소설을 써보고 싶습니다 😁 감사합니다. 그래도 한권은 팔리겠군요~!!

thkang1001 2022-05-09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2관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파랑 2022-05-09 17:55   좋아요 0 | URL
thkang님 감사합니다 ^^ 즐거운 한주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5-10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역시 이달의 2관왕~~
당근, 당연입니다
더 많이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2-05-10 07:26   좋아요 1 | URL
이번달에는 좀 힘들었는데 운좋게 됐습니다 😅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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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4-03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마스만의 말이 좀 어렵네요. 봄을 느끼는 것이 창작에 어려움을 준다는 걸까요? 두 가지가 상충되는것 같지 않은데 말입니다. 일리가 있는것 같기도 하고요ㅋㅋㅋ

새파랑 2022-04-03 14:24   좋아요 1 | URL
왜인지는 모르지만 일반 사람이든 작가든 봄에는 모두 일하기 싫어한다

요런거 아닐까요? 😅 일하기 싫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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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읽은 단편이 좀 많이 있었지만 다시 읽어도 좋았다. 역시 체호프다.






<어느 관리의 죽음>

소설들에는 이 그런데 갑자기가 너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작가들은 이 말을 쓸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만큼 인생에는 갑작스러운 일들이 얼마나 가득한데! - P11

<농담>

내가 하는 말인지 바람이 하는 말인지에 대한 의혹은 여전하다…. 둘 중 누가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지 그녀로서는 알 수 없지만, 이제 그녀는 아무래도 괜찮다는 표정이다. 술꾼이 어떤 술잔에 술을 마시는지 상관하지 않는 것처럼……. - P40

<하찮은 것>

이전에 꼬마는, 이 세상에 달콤한 배나 파이나 값비싼 시계 외에도, 아이들의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다른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었다. - P51

<어느 여인의 이야기>

이를 어떡해, 이를 어떡해, 인생이 망가져 버렸어......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다. 나에게 울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울 필요가 있으며 그럴 때가 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를 안쓰럽게 여긴다고 그의 눈이 말하고 있다. 나 또한 그가 안쓰럽고, 나의 인생도 그 자신의 인생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이 소심한 실패자에게 화가 난다. - P63

<대학생>

이런 모든 공포가 예전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천 년이 지나도 현실은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 P203

<문학교사>

가정의 고요와 행복에 미소 짓고 있는 램프의 부드러운 불빛 외에도, 그리고 자신과 고양이가 평화롭고 달콤하게 살고 있는 이 작은 세계 외에도, 다른 세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불현듯 그 다른 세계를 열정적으로, 마음이 아프도록 갈구하게 되었다. - P239

<문학 교사>

정말 시시한 생각이다! 그는 자신을 진정시키려 했다. 너는 교사다. 아주 고상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도대체 다른 세계가 너에게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그 무슨 망상인가? - P240

<문학 교사>

나는 어디에 있는가? 주위는 온통 저속함, 저속함뿐이다. 따분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 발효 크림이 담긴 단지들, 우유가 담긴 항아리들, 바퀴벌레들, 우둔한 여자들..…. 저속함보다 더 무섭고 모욕적이며 슬픈 것은 없다. 여기를 떠나야겠다. 오늘 당장 떠나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난 미쳐 버리고 말 것이다. - P242

<농부들>

사모바르가 없는 치낄제예프 농가는 아주 적적했다. 빼앗 겼다는 게 어쩐지 수치스럽고 모욕적이어서 마치 집안의 명예가 갑자기 사라진 듯했다. 촌장이 차라리 탁자나 의자나 그릇을 가져갔다면 이렇게까지 황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P278

<농부들>

우리를 지켜 주시는 성모 마리아여! 우리의 보호자여! 모든 사람들이 문득, 하늘과 땅 사이가 텅 비어 있지 않고, 부유한 자와 힘 센 자가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지 않으며, 온갖 모욕과 노예 같은 속박과 견디기 힘든 가난과 소름끼치는 보드까로부터 벗어날 안식처가 여전히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 P284

<농부들>

죽음은 부농들만 걱정했다. 그들은 부유해질수록 하느님과 영혼의 구원을 잘 믿지 않았고, 지상에서의 마지막이라는 공포심이 들 때에만 초에 불을 켜고 기도를 드렸다. 가난한 농부일수록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노인과 노파의 얼굴에서는 자신들이 너무 오래 살았고 이제 죽을 때가 되었으며 또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은 거리끼지 않고니꼴라이가 있는데서 페끌라에게, 니꼴라이가 죽으면 그녀의 남편 제니스가 병역을 면제받아 집으로 돌아올 거라고 말했다. 마리야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늦지 않게 죽음이 찾아와 주기를 바랐고 또 자신의 아이들이 죽기라도 하면 기뻐했다. - P285

<새로운 별장>

당신들은 이 세상에서 힘들게 살지만…… 엘레나 이바
노브나가 말했다. 그렇지만 저세상에서는 행복할 거예요. - P302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아래에서 들려오는 단조롭고 공허한 바닷소리가 우리 모두를 기다리는 영원한 잠, 평온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래에서는 바닷소리가, 이곳에 아직 얄따도 오레안다도 없었던 때에도 울렸고, 지금도 울리고 있고, 우리가 없어진 후에도 똑같이 무심하고 공허하게 울릴 것이다. 어쩌면 바로 이 변화 없음에, 우리 개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에, 우리의 영원한 구원에 관한, 지상의 끊임없는 삶의 움직임에 관한, 완성을 향한 부단한 움직임에 관한 비밀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 P324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안녕히 계세요. 잘 지내시길 빌겠어요. 제가 좋은 기억으로 남기 바라요. 우리는 영원히 헤어지는군요. 하기야 그래야 하겠죠, 다시 만나서는 안 되니까. 그럼 안녕히 계세요. - P326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자신의 인생에 또 하나의 진기한 사건이 있었고, 그것도 이미 끝나 이제는 추억으로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마음이 흔들리고 쓸쓸했으며 가벼운 후회를 했다. - P326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예전에 그는 슬플 때면, 머리에 떠오르는 온갖 논리로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이제는 논리를 따지지 않고 깊이 공감한다. 진실하고 솔직하고 싶을 따름이다… - P339

<자고 싶다>

웃으며 눈을 끔벅이며 초록색 반점을 손가락으로 으르며 바리까는 요람으로 살그머니 다가가 아기 쪽으로 몸을 굽힌다. 아기를 질식시키고 서둘러 바닥에 눕는다. 이제는 잘 수 있다는 기쁨에 웃는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미 바리까는 곤하게 자고 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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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2년의 한 분기가 지났다. 3월은 일이 많고 술 먹고 그냥 자는 날도 많아서 책을 많이 못읽었다. 그리고 생활적으로도 안좋은 일이 있어서 힘든 한달이었다. 그래도 책이 위안이 되었다. 특히 이번달에는 심적으로 공감이 가고 내 이야기 같은 작품들을 많이 만나서 좋았다.


2022년 3월 역시 독보적 미션 31일 모두 완수했다. 341개까지 스템프를 모았다. 360개 되면 환전해야 겠다.


그리고 어영부영 하다 보니 책은 17권을 읽었다. 책 읽은 시간은 줄었는데, 얇은 책들을 많이 읽어서인지 숫자상으로는 2월달보다 1권 더 읽었다. (그러고보니 3월은 2월보다 3일이 많구나...) 책은 검소하게 11권을 구매했다. 3월 2차 구매한 책 페이퍼는 책탑 사진을 찍고 써야겠다. 책이 곳곳에 분산되어 있어서 아직 못찍었다...

(사진에 있는 하루키 책과 체호프 책은 아직 읽고 있는 중)


전작하기로 한 일곱 작가 중 프랑수아즈 사강과 마르케스의 책은 못읽었다. 사강과 마르케스의 남은 책들 중 그렇게 손이가는 책이 없었고 다른 읽고 싶은 책이 더 많아서 인가보다.




3월 가장 좋았던 두권의 책 :

‐-------‐------‐---------------

˝안드레 에치먼˝의 <하버드 스퀘어>

말이 필요없는 작품. 그냥 나의 인생 책이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이 작품의 주인공 ˝나˝와 ˝칼라지˝의 모습에서 나의 부분적인 조각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나보다 딱 세 걸음 앞서가는 내 운명이었다.˝


˝당신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원하면 상대방도 당신을 진심으로 원하게 된다. 당신이 무엇을 입고, 어떤 사람 이고, 어떻게 생겼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


‐-------‐------‐---------------

˝기형도˝ 시인의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이 시집도 말이 필요없는 작품. 그냥 나의 인생 시집이다. 고독을 좋아하는 내 마음과 딱 맞는 시집이었다. 사실 시집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 시집은 너무 좋았다. 새 책으로 구매 안한게 너무 아쉽다.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4월에는 일이 많아서 아마 책을 많이 못읽을것 같다. 그래도 읽는데까지는 해봐야겠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다.


Lenny Kravitz - It Ain‘t Over ‘Til It‘s Over

https://youtu.be/TmENMZFUU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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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22-04-02 08: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힘든 시기에 독서가 위안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마침 인생 책과 인생 시집을 만나셨군요 ㅎㅎ

새파랑 2022-04-02 09:06   좋아요 3 | URL
저 두권을 만난 것 만으로도 3월은 의미있는 달이었습니다 ^^ 4월에도 좋은 책을 만나고 싶네요~! 라파엘님도 4월 즐거운 독서 하세요~!@

bookholic 2022-04-02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독서가~^^

새파랑 2022-04-02 10:05   좋아요 1 | URL
진정한 독서가는 다양다독하시는 북홀릭님 이시죠 ^^

singri 2022-04-02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체로 놓고 보니 책표지들이
어쩐지 다 단정해보입니다ㅎ

새파랑 2022-04-02 10:20   좋아요 3 | URL
제가 표지가 예쁜 책을 좀 좋아라 합니다 ^^ 그런데 저 책중 내용은 안다정한 책이 많아요 😅

건수하 2022-04-02 1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360일.. 365개 모으시면 1년치군요!

꾸준한 독서 멋집니다 ^^

새파랑 2022-04-02 12:38   좋아요 1 | URL
수하님은 책을 많이 모으실텐데 전 요련 숫자적인거(돈 빼고)를 잘 모읍니다 ㅋ 모았다가 한번에 쓰기 😆

다락방 2022-04-02 10: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됩니다. 어떻게 저렇게 하루도 안 빼놓고 독보적을 성공하시는지.. 진짜 새파랑 님 엄청 계획적이고 성실한 분이신듯 해요. 개인적 문제 때문에 힘들었다 하셨는데, 이런 새파랑 님이라면 분명 잘 해결해나가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기운내세요!!

새파랑 2022-04-02 12:40   좋아요 1 | URL
그날 힘든일은 그날 술로 다 풀어 버립니다 ㅋ 제가 취미적인 면으로만 부지런하고 생활은 꽝입니다 😅 이부장님의 정리된 책상이 궁금할 뿐입니다 ^^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2-04-02 14:26   좋아요 1 | URL
하아- 저 정리하기 싫어요 😭😭😭

페넬로페 2022-04-02 11: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성실한 독서가, 새파랑님^^
하버드 스퀘어 읽으면 다들 어느 정도 소설속의 ‘나‘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을것 같아요. 저는 3월에는 독보적 완수하려고 했는데 코로나에 발목 잡혀 못했어요.
4월에 다시 도전해 보겠습니다^^

새파랑 2022-04-02 12:41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코로나 걸리셨나요? ㅜㅜ 하버드 스퀘어 너무 좋아요 ^^ 4월에는 같이 완주를 하시는걸로~!!

청아 2022-04-02 11: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버드 스퀘어> 인생책!ㅋㅋ인생책을 찾은 달은 제법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두 권이나 찾으셨다니 👍👍 기형도 시집 사두길 잘했네요.ㅋ 새파랑님 이번달 바쁘시더라도 건강잘 챙기시고 또 인생책 찾게되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새파랑 2022-04-02 12:43   좋아요 1 | URL
제가 읽은 책들은 미미님이 이미 다 읽거나 가지고 계시더라구요. 역시 독서 기계~!! 오늘 알라딘에 좋은 중고책이 많이 떳더라구요. 이번달도 좋은 책 함께 많이 읽어요 ^^

그레이스 2022-04-02 1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스탬프 341개?!
환전하기 안하시고 모으기만 하셨군요!
부자시네요
🤩

새파랑 2022-04-02 12:44   좋아요 2 | URL
더 모아볼까요? 1000개까지 가능할거 같긴한데 😆 목돈(?)으로 지르는걸 좋아합니다 ^^

단발머리 2022-04-02 14: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월 볼때마다 감탄의 감탄을 하고 있습니다. 새파랑님의 독보적 미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위해 제 캘린더를 공개해야 할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ㅎㅎㅎㅎ 책필사 노트도 멋집니다!! 언제 환전하실지 궁금해요. 전 11개되면 바로 환전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04-02 15:55   좋아요 1 | URL
아 11개부터 환전되나 보네요 ~ 단발머니님 켈리더가 궁금합니다~!! 제가 한번 하면 계속하는 스타일이어서 좀 그래요 😅

서니데이 2022-04-02 17: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일 찍은 일력의 사진들, 스탬프 찍은 달력들, 책이 쌓인 그래프 모두 부럽습니다.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저는 독보적 하지 않는데, 스탬프를 모으면 환전할 수 있는 거군요.
새파랑님, 잘 봤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2-04-02 17:49   좋아요 2 | URL
독보적 미션하는게 그렇게 어렵지 않더라구요 ㅋ 서니데이님도 한번 보세요 ^^

햇살과함께 2022-04-02 17: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영부영 17권!! 새파랑님 4월도 화이팅입니다!! 제가 읽을 건 예감~ 밖에 없네요

새파랑 2022-04-02 17:49   좋아요 2 | URL
두께가 얇은 책이 많은게 함정입니다 ㅋ 햇살님도 4월에 열독 열걷기를 응원합니다~!!

대장정 2022-04-02 1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술먹고 주무시고도 17 권. 👍역쉬 대단하십니다. 전 350개에서 환전했네요. 4월 한달도 기대하겠습니다.

새파랑 2022-04-03 10:01   좋아요 2 | URL
대장정님은 역시 350개를 먼져 해보셨군요~!! 역시 선구자 ^^ 제가 4월에 한번 환전해 보겠습니다~!!

얄라알라 2022-04-03 10: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정리의 달인, 바쁘신 와중에 요렇게 보기 좋게 정리해주시다니!
이번 페이퍼에는 2022년 1분기, 새파랑님의 삶과 또 인생 소설 & 인생 시집까지 숨어 있네요^^

새파랑 2022-04-03 12:04   좋아요 2 | URL
정리의 달인이라니 감사합니다 ^^ 리뷰 쓰는것 보다 이런 페이퍼 쓰는게 쉽고 좋더라구요~!!

scott 2022-04-03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이 쌓아오리신 책탑
국보급😎

새파랑 2022-04-04 09:32   좋아요 2 | URL
스콧님이 북플계의 국보입니다 ^^

하나의책장 2022-04-03 2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정말 독보적이세요+.+
31일 모두 해내시다니! 대단대단, 최고예요!

바쁘고 힘든 와중에, 책이라도 위안이 되었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4월에는 새파랑님께 행복하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4월 한 달동안 책 많이 못 읽으셔도 건강 꼭 챙기세요^^

새파랑 2022-04-04 09:33   좋아요 1 | URL
하나님 칭찬 감사합니다 ㅋ 책이 위안이 되는 3월 이었습니다~!! 하나님도 4월 건강 잘 챙기시고 즐거운 책읽기 하세요 ^^

거리의화가 2022-04-05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새파랑님 독보적이십니다^^ㅎㅎ 이리 많이 읽으시고 뇌와 가슴 속에 정리되시는 거 보면 신기해요. 벌써 4월이 5일째네요. 저는 이제 이달 시작합니다 며칠 쉬어서 다시 책읽기 모드 돌입하려면 시간 좀 걸릴듯합니다^^ 4월 한달도 즐거운 책읽기 되시길요!

새파랑 2022-04-05 23:05   좋아요 1 | URL
여행은 잘 다녀오셨나요? 😆 전 4월에 좀 바빠서 많이 늦게 시작해야 할거 같아요 😅 3월에 부지런히 읽어놓을걸 후회됩니다 ㅎㅎ 그래도 오늘은 1시간 책 읽었습니다. 거리의 화가님이 제 대신 많이 읽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