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빠서 읽기 생략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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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1-25 0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오늘부터 보시겠군요 이 책 괜찮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새파랑 님 책 즐겁게 만나시고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2-01-25 06:32   좋아요 1 | URL
새벽에 조금 읽었는데 너무 좋네요 ^^

바람돌이 2022-01-25 0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많이 바쁘신가봐요. 새파랑님이 읽기 생략하는 날도 있다니.... ^^

새파랑 2022-01-25 06:33   좋아요 1 | URL
어제는 야근에 술로 책을 접었습니다 ~!!
 


N22015

‘내가 당신의 삶 전체를 공유해야 한다는 걸 당신은 받아들여야야 해.‘ (남자의 생각)

‘당신이 내 삶 전체는 아니라는 걸 당신은 받아들여야 해.‘ (여자의 생각)



이렇게 생각이 다른 두 남녀가 결혼을 했다. 지금도 사랑을 나누지만 초반의 뜨거운 열정은 벌써 사라졌다. 이젠 권태만이 남았다. 남자는 이제 사랑보다는 집착이 커졌고, 여자는 자유를 꿈꾸며 남자를 떠나고 싶어한다. 두 남녀는 이제 서로에게 고통일 뿐이다. 하지만 서로 떠나지 못한다. 아직 서로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기 때문일까?



<신기한 구름>에 등장하는 프랑스인 ˝조제˝와 미국인 ˝앨런˝의 사랑은 정말 예상을 뛰어넘는다. 연인에 대한 집착이 강한 ˝앨런˝에 대해 ˝조제˝는 점점 사랑이 멀어짐을 느낀다. 그리고 그를 떨쳐버리기 위해 ˝조제˝는 다른 남자와 자는것도 서슴치 않고, 그 사실을 ˝앨렌˝에게 먼저 말한다. 어차피 ˝앨런˝이 물어볼테니까, 그리고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으니까.

[앨런이 인생에 실패한 남자의 멋진 발걸음으로 멀어져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뿐이다. 그가 멀어져갈 때마다 그녀는 일종의 슬픔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난 이제 그를 사랑하지 않아.˝ 그녀는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태양이 그녀에게 반박이라도 할 것 같아 한쪽 팔을 격하게 얼굴 앞에 갖다 댔다.]  P.15



모든 남자들은 ˝조제˝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리고 그녀도 그걸 잘 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자유롭게 연애를 한다. 다만 사랑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구속받기 싫어하는 자유로운 영혼.

[˝상황이 변했어. 이제 난 그때만큼 웃지 않아, 게다가 전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술을 마셨는데, 지금은 사람들을 잊으려고 술을 마셔. 웃기지, 안그래?˝]  P.183



하지만 남편인 ˝앨런˝은 이런 자유로운 ˝조제˝를 어떻게든 붙잡고 싶어한다. 그녀가 바람을 피우든, 어디로 도망가든, 자신 앞에서 옛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든 그는 받아들이고 참으려 한다. 그냥 떠나는게 현명해 보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한다. 어떻게든 연인을 구속하려는 영혼.

[그는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켰다. 그가 그녀를 지나치게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가 세상을 사랑하지 않고 세상을 자기 뒤로,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현기증 속으로 제쳐놓아서였다. 그가 그녀만을 보기 때문에 그녀도 그를, 오직 그만을 보아야 했다. 그녀는 지쳐서 곧장 잠에 빠져들었다.]  P. 105



˝조제˝와 ˝엘런˝의 관계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과연 행복한 삶이 가능하긴 한걸까? 한명은 계속 의심하고, 한명은 계속 떠나고 싶어 하고...그러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걸 보면, 뭔가를 기대하는 걸 보면 이런것도 사랑의 다른 형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신기한 구름>은 내가 좋아하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다섯번째 작품으로, 제목처럼 ‘신기한 구름‘과 같은 남여의 미묘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그 모양이 바뀌는 구름처럼 사랑도 정해진 모양은 없다. 그때그때 달라진다. 그래서 구름도, 사랑도 우리에겐 신기하게만 보이는, 정의할 수 없는 미스테리인가 보다.

[갑자기 뉴욕에서 돌아올 때가 생각났다. 비행기 안에서 눈부신 아침 해가 아래로 떨어지고, 붉어지고, 사라지는 모습을, 그러는 동안 밤의 그림자들이 비행기를 향해 돌진해오고, 둥근 창문들 밑으로 파란색과 연보라색 그리고 검은색 구름들이 열을 지어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단숨에 다시 밤이 되었다. 그때 그녀는 그 구름들의 바다에, 공기·물·바람의 혼합물에 잠기고 싶은 신기한 욕구를 느꼈다.] P.152



이런 말도 안되는 내용을 가지고 이렇게 몰입감 있게, 감각적인 문장으로 쓸 수 있는 작가는 ˝사강˝ 말고는 없을것 같다.




Ps .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을 야금야금 읽다보니 어느덧 여덟작품이나 읽었다. 아직 구매하고 안읽은 작품이 두작품 있는데 빨리 읽어보고 싶다.(한달 후 일년 후, 마음의 푸른 상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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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23 20: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사강책 여덟권 우와!!! 이 책은 저도 읽고싶어서 보관함에 담아놓은 책입니다. 조제가 어떤 인물일지 궁금해서요 ㅎㅎ 사강책탑 예쁩니다~

새파랑 2022-01-23 21:20   좋아요 6 | URL
이제 조금만 더 읽으면 국내 출판된 사강책은 전작 할 수 있을거 같아요 ^^ 제가 다음번에는 다른 책탑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조제˝완전 강합니다 ^^

오거서 2022-01-23 21: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덕분에 사강 책이 이렇게나 많은지 알게 되네요. 책탑이 아름다워요 ^^

새파랑 2022-01-23 21:22   좋아요 5 | URL
저도 사강 책이 저렇게 많을지 몰랐습니다 ㅋ 한번 꺼내서 찍어봤어요~!! 대부분 좋더라구요 ^^

서니데이 2022-01-23 21: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강 책을 많이 모으셨군요. 작가별로 책을 읽는 것도 좋은 것 같긴 해요.
새파랑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2-01-23 21:29   좋아요 5 | URL
주말은 즐거웠는데 내일부터는 우울하네요 ㅜㅜ
저는 작가별로 몰아보는게 좋더라구요 ^^ 한주 시작 잘 하세요~!!

그레이스 2022-01-23 21: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담은 표지가 똑같네요!
나름 괜찮긴 한데 ... 🤔
사강 책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시는 새파랑님 감사!

새파랑 2022-01-23 21:30   좋아요 5 | URL
전 이상하게 비슷한 표지의 시리즈 모으는게 좋더라구요 ^^ 사강도 나름 좋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얄라알라 2022-01-24 21:38   좋아요 2 | URL
와. 그레이스님께서는 책탑 사이로 ‘소담‘ 도 찾으셨네요^^
저는 아직 프랑스와즈 사강은 이름만 친했는데 새파랑님께서 사강과 더 친해져 보라 하시는 듯

책탑 든든해보입니다!

새파랑 2022-01-24 23:04   좋아요 1 | URL
사강의 작품은 한 작품 정도는 읽어도 좋을거 같아요~!! 저는 <슬픔이여 안녕>을 추천 드립니다~!!

청아 2022-01-23 22: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리뷰를 보니 또 흥미진진할것 같아요! 역시 사랑한다면 새장에 가둬두어선 안됩니다.ㅋㅋ 저는 사강이 계속해서 보여주는 자유분방한 캐릭터가 참 당연하게 느껴져요. 그녀는 아마도 훨훨 날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보고 자극받아서 저도 이중에 중고하나 구매했어요ㅠ

새파랑 2022-01-23 22:22   좋아요 5 | URL
구매자극 사진이군요 ㅋ 저도 저 책들중 절반은 중고에요 ㅋ 사강의 캐릭터틀은 다 사강의 자아 처럼 자유분방하더라구요 ^^ <패배의 신호>가 좋으셨으니 이 책도 좋아하실거 같아요~!!

scott 2022-01-23 23: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민음의 브람스가 가장 미운 털로 보입니다 ㅎㅎㅎ

독보적 전 작품 완독!!
행진
2022년 흑 호랑이 해!
새파랑님 완독은 쭈욱!^^

새파랑 2022-01-23 23:45   좋아요 5 | URL
집에 민음사 책이 젤 많은데 사강모음에서만 브람스가 좀 약해 보이는군요 ^^ 전작에 잘 도전하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1-23 23:5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리뷰 계속 읽으니 확실히 프랑스 사람과 미국 사람은 좀 다른 듯 하네요.
정말 새파랑님의 독서는 독보적이십니다~~
올해는 꼭 사강을 읽어 보겠어요^^

새파랑 2022-01-23 23:58   좋아요 6 | URL
얼마전에 읽은 <오후의 이자벨>도 그렇고 실제로는 아닐수도 있지만 왠지 차이가 느껴집니다 ^^ 꼭 한번 읽어보세요~!!

바람돌이 2022-01-24 01: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한작가의 책으로 쌓은 책탑 아름답습니다. 사강 소설이 저는 부담스러운게 저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서랄까? 그래서 몰입이 어려워요. 그냥 헤어지면 되지 뭐하러 서로 고통을 견디는걸까 뭐 그런 마음.. ㅎㅎ

새파랑 2022-01-24 06:56   좋아요 6 | URL
저도 이런 말도 안되는? 이런생각을 하는데 그러면서도 책을 읽게 되더라구요 ㅋ 어떤 기분이실지 이해가 됩니다. 그래도 잘 읽혀서 좋더라구요~!!

희선 2022-01-24 01:2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사강 책 많이 보셨군요 아직 만나지 못한 게 두권 있다니... 그것도 곧 다 보시겠습니다 책을 쌓아두니 좋아 보입니다 새파랑 님도 저렇게 하고 사진으로 담아서 좋았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2-01-24 06:57   좋아요 6 | URL
앞으로 책을 모아서 사진을 찍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ㅋ 그래도 남는건 사진인거 같아요 ^^

coolcat329 2022-01-25 19: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사강을 많이 좋아하시는군요. 대부분 사랑 이야기죠? 근데 사강 책이 이렇게 많다니 놀랐습니다.

새파랑 2022-01-25 21:05   좋아요 3 | URL
제가 사랑이야기를 많이 좋아해서 사강 책이 재미있더라구요 ^^ 아직도 남은 책이 더 있어서 뿌듯합니다~!!
 

역시 사강은 사강이다. 평펌한건 그녀가 아니다.




그건 포플러 나무였어, 나는 여덟 살이었고 자신이 왜 추억 속에서 더 어려지는지 궁금했다. 아마도 시간상으로 멀어지면 앨런의 질투심이 몇 단계 줄어드는 느낌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다. 앨렌도 여덟 살의 그녀에게 ‘넌 누구를 사랑해?‘라고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더 아득한 과거는 추억일 뿐이다.) - P10

"당신은 왜 나랑 결혼했어?" 앨런이 물었다.

"당신을 사랑했으니까."

"지금은?"

"지금도 사랑하지."

"무엇 때문에?"

이것이 시작이었다. 이 세 가지 질문은 극장에서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세 번의 종소리와 같았다. 스스로 고통을 느끼기 전에 암암리에 관찰되는 일종의 관습 말이다. - P11

조제는 앨런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앨런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정말이지 서부의 젊은 영웅처럼 보였다. 맑은 눈, 가무잡잡하게 그을린 피부, 솔직한 표정, 뚜렷이 드러나는 순박함도. 그렇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며 얼마간 더 사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사랑의 종말) - P12

앨런이 인생에 실패한 남자의 멋진 발걸음으로 멀어져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뿐이다. 그가 멀어져갈 때마다 그녀는 일종의 슬픔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난 이제 그를 사랑하지 않아." 그녀는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태양이 그녀에게 반박이라도 할 것 같아 한쪽 팔을 격하게 얼굴 앞에 갖다 댔다. - P15

앨런은 브랜든 이야기만 했다. 그의 눈엔 키넬 부부만 보이는 것 같았다. 그것은 앨런이 시작한 새로운 게임이었다. 그는 커다란 열정을 마주한 무능한 관객 역할을 했고, 이브를 나의 불운하고 가여운 동료‘라고 불렀다. - P28

그녀는 자기 자신에 대해 지나친 애착을 갖고 있었다. 실수해도 무조건 견디고 보는 태도에 지나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달콤한 악몽은 끝났다. - P62

"조제, 난 널 알아. 넌 혼자 있고 싶었을 거고 시골이 좋았을 거야. 그래서 시골에 집을 빌리고 싶었을 테고, 너는 매사에 단순하게 행동하니까 업종별 전화번호부를 펼쳐 부동산 중개사무소 전화번호를 찾았겠지. 검은색 테두리로 강조된 첫 번째 중개사무소를 골랐을 거고, 그런 다음 한 달 동안 머물 시골집을 구해달라고 부탁했겠지. 너를 찾으려고 나도 똑같이 했어. 그런데 첫 번째가 아니라 두 번째 중개사무소였어. 이유가 뭐야?"

(이유가 뭘까?) - P85

사람들은 그녀를 사랑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 사랑을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손안에 든 먹이를 조금씩 갉아먹었을 뿐이다. 그녀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다) - P103

"우리 사이에 진실한 뭔가가 있어, 안 그래?" - P103

그는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켰다. 그가 그녀를 지나치게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가 세상을 사랑하지 않고 세상을 자기 뒤로,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현기증 속으로 제쳐놓아서였다. 그가 그녀만을 보기 때문에 그녀도 그를, 오직 그만을 보아야 했다. 그녀는 지쳐서 곧장 잠에 빠져들었다.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랑) - P105

사실 앨런의 입장은 이랬다. ‘내가 당신의 삶 전체를 공유해야 한다는 걸 당신은 받아들여야야 해.‘ 그리고 조제의 입장은 이랬다. ‘당신이 내 삶 전체는 아니라는 걸 당신은 받아들여야 해.‘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런 식으로 행동했을 뿐이다. ‘우린 자유로워. 우린 세상에 섞여 있어. 우린 둘이서 세상에 섞이려고 애쓰고 있어.‘ - P112

"간단히 말해서, 난 우리가 괴짜라고 생각하지 않아. 뭐 활기 넘치고 감수성 풍부한 짐승들이긴 하겠지." - P117

갑자기 뉴욕에서 돌아올 때가 생각났다. 정오에 출발해 여섯 시간 뒤 파리에 도착하니 자정이었다. 30분 동안 비행기 안에서 눈부신 아침 해가 아래로 떨어지고, 붉어지고, 사라지는 모습을, 그러는 동안 밤의 그림자들이 비행기를 향해 돌진해오고, 둥근 창문들 밑으로 파란색과 연보라색 그리고 검은색 구름들이 열을 지어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단숨에 다시 밤이 되었다. 그때 그녀는 그 구름들의 바다에, 공기·물·바람의 혼합물에 잠기고 싶은 신기한 욕구를 느꼈다.

(신기한 구름) - P152

"그럴 만도 하지. 넌 어떤 사건이나 악행 때문에 피곤해질 때 인적 없는 해변을 꿈꾸잖아. 그거 기억나니?" - P158

"상황이 변했어. 이제 난 그때만큼 웃지 않아, 게다가 전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술을 마셨는데, 지금은 사람들을 잊으려고 술을 마셔. 웃기지, 안그래?" - P183

"넌 모든 걸, 나의 흥미를 끄는 모든 걸 말한 것 같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걸."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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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14

˝이 모든 게 얼마나 오래된 일인지! 오직 기억만이 남아 있을 뿐! 그리고 기억 속의 젊은 얼굴들은 결코 늙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지막이라면 약간의 설레임이라도 있겠지만, 완전한 끝을 의미하는 마지막이라면 쉽게 받아들이긴 힘들다. 특히 마지막이 누군가와의 고별을 의미한다면 아쉬움은 큰 슬픔이 된다.


<마지막 숨결>은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가 1980년에 권총으로 생을 마감한 후 25년이 지나서 출판된 책으로, 1935년부터 1967년 사이에 쓰여진 그의 일곱개의 단편을 모아놓은 책이다.  두개의 단편은 이 책을 통해 처음 공개된 미발표작품이고, 다섯개의 단편은 다른 간행물에 게재된 단편이라고 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다 처음 읽는 작품이기 때문에 모두 새롭게만 느껴졌다.


일곱편의 작품 모두 뛰어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작품 전반에서 ˝로맹 가리˝ 특유의 색깔이 느껴진다. 그 중에서 가장 여운이 남으면서 추천하고 싶은 단편은 <폭풍우>와 표제작인 <마지막 숨결>이다.


1. <폭풍우>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의 20대 버젼.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뜨거운 태야이 작열하는 작고 외로운 섬이 떠올랐다. ˝로맹 가리˝가 그린 그 섬에는 두개의 방갈로가 있고, 한개는 프랑스인 의사 ˝파르톨˝과 부인인 ˝엘렌˝이 주인이고, 한개는 ˝츠랑˝이라는 마약에 중독된 중국인이 주인이다. 너무나 뜨거운 태양 아래 살아가면서 삶의 의욕도, 사랑도 잃어버린 ˝파르톨˝과 ˝엘렌˝은 더위를 없애줄 폭풍우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아무도 오지 않던 그 섬에 요트 한 척이 도착한다. 그 요트에는 ˝페슈˝라는 백인 남성 한명만 타고 있었고, 그는 내리자 마자 의사 ˝파르톨˝을 찾아간다. 하지만 ˝파르톨˝은 그 섬에 있는 유일한 이웃이자 여기서 두시간 거리에 있는 ˝츠랑˝의 방갈로에 진료를 나가있었고, 집에는 부인 ˝엘렌˝만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페슈˝는 의사가 없다는 사실과 부인만 집에 있는 상황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몹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침묵이 흘렀다. 페슈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엘렌은 불규칙한 리듬으로 거칠게 헐떡이는 그의 숨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가 무슨 일로 이 외딴섬까지 찾아온 건지 묻지 않았다. 물어봤자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베란다 앞쪽에 펼쳐진 안뜰은 텅 비어 있었다. 하늘은 여전히 절망적으로 맑고 구름 한 점 없었다.]  P.27



느닷없이 ˝페슈˝는 ˝엘렌˝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덥친다. 그녀는 그의 행동에 완강히 저항하지만, 어느 순간 저항을 포기하고 그에게 몸을 허락하는 제스쳐를 보인다. 하지만 ˝페슈˝ 역시 갑작스럽게 짐승같은 그의 행동을 주저하고 그녀에게서 물러난다. 왜 그랬을까? 혹시 그가 이 섬에 방문한 이유와 상관이 있는걸까? ˝엘렌˝은 그의 주저함에 왠지모를 아쉬움을 느낀다.


이제 ˝파르톨˝은 집에 도착했고, 멀찍이 떨어져 있는 부인 ˝엘렌˝과 처음 보는 ˝페슈˝를 본다. ˝페슈˝는 ˝파르톨˝에게 자신의 진료를 요청한다. 그 순간 바다에는 그렇게 기다리던 폭풍우가 밀려오고 있었다. 진료를 받은 ˝페슈˝는 힘없는 모습으로 자신의 요트로 돌아간다. 그리고 출항하려고 한다. 지금 바다로 나가면 폭풍우 때문에 죽을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는 이제 곧 죽을 터였다. 곧 죽을 인간이 남은 자들의 앞날을 염려하는 건 웃기는 일이었다.]  P.39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엘렌˝은 ˝페슈˝에게 다가가서 그에게 떠나가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둘은 비바람치는 바닷가에서 사랑을 나눈다. 그럼에도 ˝페슈˝는 사랑을 나눈 후 폭풍우 속으로 요트를 타고 떠난다. 이후 ˝엘렌˝은 ˝페슈˝가 떠나려 했던 숨겨진 진실을 알게되고, ˝엘렌˝의 삶도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는 나병에 걸렸어. 퓌지 섬 원주민에게서 옮은거지. 그 섬에선 아주 흔한 병이니까. 그런데 엘렌,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말해 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번개가 하늘을 갈랐다. 갑자기 둔탁한 우르릉 소리에 방갈로가 지붕까지 흔들렸다.]  P.42




<폭풍우>는 ˝로맹 가리˝가 20대 초반에 쓴 작품인데 문장에서 외로움이 물씬 느껴졌다. 저 나이에 어떻게 저런 감성과 문장이 가능하지? 하는 감탄과 그는 원래부터 천재였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좋아한다면 이 작품 역시 좋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 <마지막 숨결>

미국을 배경으로, 60대 중반의 한 남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는 직접 자살하기 보다는 청부 살인을 의뢰하고, 한 변두리 모텔에서 청부 살인자가 자신의 목숨을 가져가기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그는 자신의 과거와 그가 사랑했던 한 여인을 회상한다.

[삼십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자기가 사랑했던 여자에 대해 말할 때, 그 여자가 아주 아름답고 지적이고, 완벽했다고 말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P.66

[물론 내가 다른 여자를 그녀만큼 사랑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어쩌면 그 이후로 내가 더이상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게 된 것일 뿐인지도.]  P.67

[결국 나는 누군지도 잘 모르는 사람을 찾아내려 애쓰고 그 누군가에게 희망을 걸면서 평생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P.85



이제 청부업자가 도착하기까지는 8분이 남았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8분에 읽을만한 책을 고민한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책은 전화번호부였다. 8분후에 나는 어느 곳에 서있을까?

[나는 전화번호부, 사람들과 휴머니즘으로 가득 찬 그 책, 이 세상의 어떤 책도 아닌 바로 그 책, 한 휴머니스트의 마지막 숨결과 함께하기에 가장 적합한 바이블과도 같은 그 책을 손에 든 채로 방 안에 서 있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P.85




<마지막 숨결>은 ˝로맹 가리˝의 미발표 작품으로, 그가 권총자살한 이후에 발견되었는데, 내용은 모든 영광을 뒤로 하고 자살을 하려는 한 노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은 ˝로맹 가리˝의 자전적 느낌이 매우 강하게 들며, 실제 그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한다. 아마 ˝로맹 가리˝는 자살을 결심하기 전까지 그가 느꼈을 감정들과 아쉬움들, 그리고 자신이 죽고싶어 했던 방식을 이 작품에 담으려고 한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마지막과 같은 작품.




사실 <새벽의 약속>을 읽으려고 했는데 옆에 있던 이 책의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먼저 읽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폭풍우>와 <마지막 숨결>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한 소장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로맹 가리˝는 진정 천재였고, 휴머니스트였고, 로멘티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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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1-23 11: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숨결은 정말 자전적인 글인 것 같아요!! 저는 한 때 로맹가리 넘 좋아해서 전작하려고 했는데 제가 언제나 그렇듯 흐지부지. ㅠㅠ 그래도 올리신 책 중에 반은 읽었네요. 시간 되면 마지막 숨결 읽고 싶어요!

새파랑 2022-01-23 11:22   좋아요 3 | URL
저는 로맹가리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문장들이 좋더라구요. 전작을 하고 싶은 작가인데 이분이 책을 많이 남기셔어 다 읽으려면 내년은 되어야 할거 같아요~!! 읽을 수 있는 로맹가리의 책이 많이 남아있어오 좋습니다 ^^

청아 2022-01-23 1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살한 작가들 너무 많죠.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 속에 항상 슬픈 분위기가 흐르는 듯 해요. 이 책은 마침 없는데 두 이야기 모두 흥미롭네요?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새파랑 2022-01-23 11:31   좋아요 3 | URL
너무 드라마틱하게 산 로맹가리 같아요 ㅜㅜ 약간 다른 단편들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답니다 ㅋ 참고하세요~!! 전 이제 이번달에 사강책하고 마르케스의 책을 읽어서 전작하고 싶은 작가 책을 월 한권씩 읽기를 끝내겠습니다 ^^

청아 2022-01-23 11:33   좋아요 1 | URL
저도 좀 계획을 짜봐야겠어요!ㅎㅎ

새파랑 2022-01-23 11:37   좋아요 1 | URL
계획을 짜고 공유를 부탁합니다 ^^ 궁금합니다~!!

페넬로페 2022-01-23 15: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로맹 가리의 작품이군요.
마지막 숨결은 작가가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있는 작품일 것 같아요.
새파랑님의 전작읽기는 착착 진행되는군요.
역시 성실하시니 가능한것 같아요^^

새파랑 2022-01-23 16:17   좋아요 3 | URL
쓸데없이 부지런합니다 ㅋ 로맹가리 작품 오랜만에 읽는 기분이었어요. 그동안 너무 소홀했었던거 같아 반성중입니다~!! <마지막 숨결>단편은 재미있으면서도 아련한 느낌이 듭니다~!!

바람돌이 2022-01-23 16: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의 최애책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그런데 이 책을 좋아한다면 <마지막 숨결>이라니.... 꼭꼭꼭 보리라 일단 장바구니로.... ^^

새파랑 2022-01-23 16:51   좋아요 1 | URL
위에 있는 두 단편은 분명 만족하실거 같아요~! 장단편 다 잘쓰는 로맹가리는 대단합니다~!! 페루로 가고 싶어집니다~!!

그레이스 2022-01-23 17: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중고 올라와서 로맹가리 4권 주문했는데 마지막 숨결이라니요!ㅠ

새파랑 2022-01-23 18:17   좋아요 2 | URL
로맹가리의 새로운 책탑이 궁금합다~!!

그레이스 2022-01-23 21:20   좋아요 1 | URL
화요일에 온다고 하니 이건 조만간 올리겠습니다.
이번달 장난 아닙니다 ㅎ

새파랑 2022-01-23 21:22   좋아요 1 | URL
장난이 아니시라니 완전 기대가 됩니다 ^^

희선 2022-01-24 0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설에 나온 사람 로맹 가리 같기도 하네요 소설과 조금 다르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고... 죽음이 다가올 때 어떤 책을 보면 좋을지 생각해 보고 싶기도 하네요 그때 힘이 없어서 책도 못 볼지...


희선

새파랑 2022-01-24 06:54   좋아요 0 | URL
자신의 이야기가 맞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구요 ㅜㅜ유쾌하면서도 쓸쓸한 이야기였습니다~ 다른 느낌이지만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도 그런 분위기의 책이더라구요~!!
 

폭풍우와 마지막 숨결은 너무 좋다. 역시 로맹 가리다.


<폭풍우>
침묵이 흘렀다. 페슈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엘렌은 불규칙한 리듬으로 거칠게 헐떡이는 그의 숨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가 무슨 일로 이 외딴섬까지 찾아온 건지 묻지 않았다. 물어봤자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베란다 앞쪽에 펼쳐진 안뜰은 텅 비어 있었다. 하늘은 여전히 절망적으로 맑고 구름 한 점 없었다. - P27

<폭풍우>
그는 이제 곧 죽을 터였다. 곧 죽을 인간이 남은 자들의 앞날을 염려하는 건 웃기는 일이었다. - P39

<폭풍우>
"그는 나병에 걸렸어. 퓌지 섬 원주민에게서 옮은거지. 그 섬에선 아주 흔한 병이니까. 그런데 엘렌,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말해 봐, 무슨 일이 있었냐고."

번개가 하늘을 갈랐다. 갑자기 둔탁한 우르릉 소리에 방갈로가 지붕까지 흔들렸다. - P42

<마지막 숨결>
나는 호기심을 안고 그 가게로 들어갔다. 사실 어떤 기대감에 들떠 있기도 했고, 쉰셋이라는 나이에, 게다가 숨가쁘게 분주한 삶을 살아온 후에 아직도 새로운 종류의 희망이나 미지의 경험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 덤벼든다는 건 그 자체로 고무적인 일이니까. - P46

<마지막 숨결>
삼십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자기가 사랑했던 여자에 대해 말할 때, 그 여자가 아주 아름답고 지적이고, 완벽했다고 말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그리고 그런 과장은 과거를 망각한 데서 비롯된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전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P66

<마지막 숨결>
물론 내가 다른 여자를 그녀만큼 사랑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어쩌면 그 이후로 내가 더이상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게 된 것일 뿐인지도. - P67

<마지막 숨결>
결국 나는 누군지도 잘 모르는 사람을 찾아내려 애쓰고 그 누군가에게 희망을 걸면서 평생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 P85

<마지막 숨결>
나는 전화번호부, 사람들과 휴머니즘으로 가득 찬 그 책, 이 세상의 어떤 책도 아닌 바로 그 책, 한 휴머니스트의 마지막 숨결과 함께하기에 가장 적합한 바이블과도 같은 그 책을 손에 든 채로 방 안에 서 있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 P85

이 모든 게 얼마나 오래된 일인지! 오직 기억만이 남아 있을 뿐! 그리고 기억 속의 젊은 얼굴들은 결코 늙지 않을 것이다. - P103

게다가 뭘 해서 먹고사냐니? 그건 정말 어이없는 질문이다. 당신도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그건 살아 있다는사실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질문이다. 그 질문은 삶 자체를 하찮은 것으로 만든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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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1-22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쉬! 가리옹!👍

새파랑 2022-01-22 12:44   좋아요 1 | URL
역시 가리옹 x2

리뷰 쓰려다가 날씨가 좋아서 외출했어요 ^^

바람돌이 2022-01-22 1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이 책은 제가 모르는 책인데요. 가리옹 책 또 하나 겟하는 순간입니다.
외출은 즐거우셧나요?

새파랑 2022-01-22 18:43   좋아요 1 | URL
이 책은 로맹 가리의 사후에 출판된 단편집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의 두 단편이 너무 좋네요~!!

집에는 아직 안들어갔습니다 ^^

서니데이 2022-01-22 2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전화번호부가 우리나라도 집에 있던 시절이 있었지, 그러면서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세어보니 한참 전의 일이 되었네요.
새파랑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2-01-22 22:20   좋아요 2 | URL
이젠 집에 전화도 없는집이 많더라구요. 저도 어렸을때 전화번호부 넘겨보던 기억이 나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