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트레버의 <여름의 끝> 재미있다. 여운이 남는 결말. 여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부모라서 어쩔 수 없이 아들을 너무나 대단하게 보았다. 플로리언은 그 사실을 알았다. 심지어 당시에도 대충은 알고 있었다. 다른 예술 분야에 도전해보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매번 결과는 부정적이었고, 그래도 부모님은 기대를 버리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 그의 기억 속에는 실패만 남아있었다. 처음에는 속상했지만 나중에는 신경을 덜 쓰게 되었다. 집에는 책이 가득했고 그는 책을 많이 읽었다. - P46

코널티 양이 광장에서 그 사람을 가리켰을 때에야 그녀는 깨달았다. 캐시앤드캐리에서 그가 미소 지었을 때도 알았다. 햇살을 받으며 함께 서 있었을 때, 그가 담배를 권하고 그녀가 고개를 저었을 때 그녀는 이미 달라져 있었다. 함께 있는 모습이 사람들 눈에 띌 수 있었는데도 개의치 않았다. - P75

플로리언은 꿈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다시 잠을 청했다. 어릴 때도 자주 그렇게 해봤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은 없었다. 개는 침실 문 너머 층계참에 곤히 잠들어 있었다. 꿈의 자세한 내용은 점점 흐려지다가 완전히 사라졌다. - P86

고통의 시간은 끝났지만 그녀는 그 시간이 아직 지나지 않았기를, 항상 무언가가 남아 있기를, 움츠림이나 떨림, 아직 풀리지 않은 분노의 일부라도 남아 있기를 소망했다. - P104

그가 궁금했고, 궁금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궁금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가 안녕하세요, 하고 말했을 때 누구인지 바로 알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 P111

그는 전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엘리는 자꾸만 그에게로 눈길이 향하는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한 번은 눈이 마주치자 그가 미소를 지어 보였고, 그녀는 자기 마음을 알까 궁금했다. 모르면 좋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 P113

엘리는 캐시앤드 캐리에서 그를 만났을 때 자기도 모르게 반지를 숨기지 않았을까, 오늘 아침에도 그러지 않았을까 자문해보았다. 자기도 모르게 하게 되는 일들을 조심해야 한다, 수녀님들은 그렇게 말하곤 했다. 무슨 일이든 그걸 행하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 P117

침묵하는 이유는 엘리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아서일까? 혹은 시작은 그렇지 않았으나 이제는 기쁨이 된 관계를 갑작스럽게 끝내고 싶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과거에도 자주 그랬듯이 뭐든 숨기고 싶어 하는 성향이 우세했던 것일까? 알 수 없었다. 미루고 있을 때는 그게 옳다고 느꼈지만 숨긴다고 해서 어떻게 해볼 수 일이 아니며, 자신의 행동과는 상관없이 어쨌든 일어날 일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 P183

그는 떠날 테고,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 될 것이다. 지금 아침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그가 있다는 사실인 것처럼. - P185

그들은 코리 호수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두 사람이 함께한 이 여름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플로리언은 그렇게 말했다. 라이어의 어스름한 숲도, 올러리의 미로도, 라벤더나 나비들까지도. 그의 클룬힐, 그가 머릿속에 그려본 곳, 그리고 그녀의 셜해나. "모든 것이." 그가 말했다. 추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P186

그날 밤 엘리는 잠결에 울었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릴까봐 애써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자기가 우는 소리를 들었지만 겨우 깨어나 보니 남편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자고 있었다. 베개가 젖어 있어 뒤집었는데, 아침이 되어 보니 눈물은 마치 꿈속에서 흘렸던 것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음을 그녀는 알았다. - P190

그가 주는 것을 받는 일은 그녀는 남고 그는 간다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뭔가를 주고받는 일은 이별의 표시, 이별의 확인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그러지 못했겠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 P222

플로리언은 거짓을 물리치며 부드럽게, 가능한 한 다정하게 그렇게 말했다. 거짓은 시간이 지나 진실이 드러나며 상처에 상처를, 고통에 고통을, 수치심에 수치심을 더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시간의 엄중한 지혜가 두 사람 모두를 벌할 터였다 무자비하게. - P234

두 사람이 친구가 되었을 때 그녀의 외로움은 그의 외로움이 되었다. 그러다 그는 지나친 욕심을 부려 우정에서 너무 많은 무엇을 바람으로써 위태로운 사랑이 피어나는 것을 무심히 내버려두었다. 그녀는 그에게 왔고, 이제 더 커진 죄책감은 연민을 더욱 키웠으며, 죄
책감에는 연민이 가진 어떤 위엄까지 드리워졌다. 무모한 착각은 오늘 일어난 일로 인해 조금 덜 무모해 보였고, 가망없는 갈망은 조금 더 설득력을 지니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었고 시간은 멈춘 듯했다. - P254

엘리가 깨달은 또 하나의 서늘한 진실은 그의 괴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사실을 말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이 겪어서는 안 되는 그런 고통을 불러일으키리라는 것이었다. - P273

그리고 침입자도 라스모이를 떠나버렸으니 엘리 딜러핸과 그녀의 우정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우정은 더욱 돈독해질 것이며 두 사람 다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말하면 안 되는 일, 결코 말하지 않을 일에 대해서는 둘 다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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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스타킹 한 켤레 - 19, 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세라 오언 주잇 외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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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04

 

"어쨌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다들 잘 모르고 사니까요 무슨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개인적으로 여러작가의 단편 모음집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읽고 나서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더 읽고 싶은데 더 이상 읽을 작품이 당장 없다면 왠지 아쉬울것 같아서이다. 이번에 내가 읽은 <실크 스타킹 한 켤레>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좋은데, 짧은 단편 하나만 읽고 끝내야 한다는 아쉬움을 느꼈다. 이 책에는 19/20세기 영미 여성작가 10명의 단편들이 한 편씩 실려있다.

 

10명의 작가 중 "윌라 캐더", "이디스 워튼", "버지니아 울프"의 장편은 읽어본 적이 있지만 단편은 처음 접했고, 이 책에 실린 "캐서린 맨스필드"의 <작고한 대령의 딸들>은 그녀의 다른 단편집에서 이미 읽은 작품이었다. 다른 6명의 작가는 처음 접했는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출판사에서 엄선된 단편들을 선정해서 그런가 보다.

 

 

이중에서 인상적인 두 작품을 선정해 보자면 "세라 오언 주잇"의 <백로>와 "케이트 쇼팽"의 <실크 스타킹 한 켤레> 였다.

 

 

 

1. 백로

 

 

뉴잉글랜드의 한적한 시골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실비아", 그녀는 늙은 암소 한마리를 키우면서 그곳의 자연과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숲속에서 젊은 사냥꾼을 만나게 되는데, 사람과의 교류가 거의 없던 그녀는 사낭꾼에게 처음에는 경계심을 느꼈지만 점점 호기심을 가진다.

 

[아이의 가슴 속에 잠들어 있던 여자의 마음이 사랑이라는 꿈으로 희미하게 떨려왔다. 그 위대한 힘의 어떤 예감이 발소리를 죽이고 가만가만 숭고한 삼림을 가로지르는 젊은 두 사람의 마음을 휘저으며 뒤흔들었다.]  P.29

 

 

샤냥꾼은 소녀의 집에 잠시 머물면서 자기가 이곳에 온 이유는 백로를 사냥하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사냥한 백로는 박제를 할거라고 하면서 백로의 둥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사냥꾼은 누구든지 자기에게 백로 둥지가 있는 곳을 알려주면 10달러를 주겠다고 한다. 백로가 대략적으로 어디있는지 알고 있었던 그녀는 그 이야기를 들은 밤에 10달러로 살 수 있는 것들을 헤아리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다음날 "실비아"는 사냥꾼과 함께 백로를 찾아 나서는데, 그와 함께 할수록 설레임을 느낀다. 하지만 감정 표현에 서툴렀던 그녀는 그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러한 설레임과는 별개로, 지금까지 자연과 함께 살아왔던 그녀가 사냥꾼에게 백로의 서식지를 찾게 해주는게 괜찮은 걸까?

["이 따분하고 보잘것없는 삶에 처음으로 밀려온 인간적 관심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자연과 말없는 삼림에 가슴을 맞대고 살아가는 삶의 만족감을 휩쓸어가야 하는 것인가!"]  P.31

 

 

다음날 그녀는 혼자서 집을 빠져나와 백로 둥지를 찾기 위해 반마일 떨어진 숲 가장자리에 있는 가장 큰 소나무 위로 올라간다. 나무도 잘 타는 "실비아"였던 것이다. 그녀는 가장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자신이 그동안 지냈던 곳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리고 백로가 날아가는 모습과 둥지의 위치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소나무 꼭대기에 올라가기 전과 180도 바뀌어 있었다.

[그렇다, 저기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금색으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바다가 있고, 그 장엄한 동쪽을향해 매 두 마리가 천천히 날갯짓을 하며 날아갔다. 아래에서 올려다보기만 했을 때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까마득히 높이 뜬 검은 점 같았는데 이 높은 곳에서 보니 얼마나 낮아 보이는지.]  P.32

 

 

[그녀가 놓친 보물이 무엇이든 숲과 여름이여 기억해주렴! 이 외로운 시골 소녀에게 선물과 은혜를 가져다주고 너희들의 비밀을 말해주렴.]  P.35

 

 

소나무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온 "실비아"는 백로 둥지의 위치를 결국 말하지 않는다. 백로의 생명을 뺴앗을 수 없었던 그녀. 실망한 사냥꾼은 다음날 그녀의 집을 떠나고, 그녀의 설레였던 마음은 이제 길을 잃었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2. 실크 스타킹 한 켤레

 

어느날 기대하지 않았던 15달러를 손에 쥐게 된 "서머스 부인"은 이 돈을 어떻게 쓸지 고민한다. 젊은 시절을 회고하는 일 없이 오직 가족을 위해만 온 생각을 집중해서 살았던 그녀는 이 돈을 가족들의 물건을 사기 위해 쓰기로 결심하고 할인행사장에 간다.

[그녀 자신은 젊은 시절을 회고하는 불건전한 일을 하는 법이 없었다. 과거에 빠져 있을 시간이라고는 일분일초도 없었다. 지금 사는 일에 온 힘을 다 쏟아야 했다. 미래가 흐릿하고 수척한 괴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면 간혹 질겁하는 일은 있었지만, 다행히 내일은 오지 않았다.]  P.115

 

 

하지만 할인행사장에서 우연히 반짝이는'실크 스타킹'을 보게 되고, 그녀는 무엇에 홀렸는지 '실크 스타킹'을 사게 된다. 그리고 구속진 곳으로 가서 그녀가 신고 있던 '면 스타킹'을 벗어 던지고 새로 산 '실크 스타킹'으로 갈아입니다. 사리를 따지지도 않고 오로지 그녀의 욕망이 이끄는 대로 갈아입자 그녀는 왠지 모를 변화를 느끼게 된다.

 

[그러고 나서도 서머스 부인은 할인 행사 매대로 가지 않았다. 승강기를 타고 여성 휴게실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의 구석진 곳으로 가서 면 스타킹을 벗고 방금 산 실크 스타킹으로 갈아신었다. 그녀의 예리한 정신이 작동하지도 않았고, 사리를 따져보거나 그러한 행동의 동기를 만족스럽게 설명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생각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그 고되고 피곤한 작용에서 벗어나, 그녀의 행위를 지휘하며 그녀의 책임을 덜어주는 어떤 기계적인 충동에 몸을 맡겼다.]  P.117

 

 

 

이후 그녀는 가족을 위한 물건을 사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싶던 신발, 장갑, 책들을 산다. 그리고 혼자 식당으로 가서 비싼 음식을 시켜서 먹고, 식후에는 혼자서 극장에 가서 연극을 본다. 지금까지 그녀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탈 아닌 일달. 연극이 끝나고 이제 꿈에서 깨어나 집으로 가야 하지만 그녀는 이 꿈이 깨지 않기를,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란다.

[연극은 끝났고, 음악도 멈췄고, 관객들이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P.120

 

[전차 건너편에 앉은 날카로운 눈매의 남자가 그녀의 창백한 작은 열굴을 관찰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얼굴에서 본 것을 해독하지 못해 당황스러워했다. 사실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이 전차가 아무데도 결코 멈추는 일 없이 그저 계속해서 한없이 자신을 태우고 가주었으면 하는 그녀의 애끓는 소망, 강렬한 갈망을 알아챌 수 있을 마술사가 아닌 다음에야 말이다.]  P.120

 

 

'실크 스타킹' 하나로 인해 소박한 꿈을 실현할 수 있었던 "서머스 부인", 여성이라고, 어머니라고 해서 항상 삶에 억눌리고 자기 자신을 버리면서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 희생은 자발적인 것이지 강요가 아니다. 지금은 이렇게 전차를 타고 돌아가더라도, 다시 그리고 자주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생각해보면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박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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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작품 외에도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메리 윌킨스 프리먼"의 <뉴잉글랜드 수녀>는 결혼을 통해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잃어버리느니 차라리 결혼을 포기하는 비혼주의 여성의 선구자적인 모습을 인상적으로 그리고 있고, "윌라 캐더"의 <감상적이지 않은 토미>는 남자에게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남자보다 더 확실하게 일을 하고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강한 여성상을 그리고 있다.

 

 

"수전 글래스펠"의 <여성 배심원단>과 "엘런 글래스고"의 <제 3의 그림자 인물>. "조라 닐 허스턴"의 <땀>은 폭력적이고 계산적이며 개차판인 가해자 남편에 대한 피해자 여성의 복수를 그리고 있다.

 

 

"샬런 퍼킨스"의 <누런 벽지>와 "버지니아 울프"의 <벽의 자국>은 모두 벽(벽지)를 소재로 하여 이를 바라보는 여성의 복잡한 심리와 억압된 생활을 그리고 있는데, 나의 짧은 독서력으로는 두 작품이 가장 난해했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분들이 멋진 리뷰를 써주실 거라 믿는다.

[일단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결코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아, 세상에! 삶은 어찌나 불가사의한지! 사고는 어찌나 불확실한지! 인류는 어찌나 무지한지! 한평생 살면서 상실하는 것들을 몇 가지만 떠올려봐도, 우리가 가진 것조차 얼마나 마음대로 하기 힘든지,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삶이란 결국 얼마나 우연적인지 알 수 있다.]  P.210 (버지니아 울프, 벽의 자국)

 

 

 

두껍지 않은 책이었지만 한번에 10명의 작가의 훌륭한 작품을 읽을 수 있었고, 당시 여성들이 경험했던 갈등과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에 실린 여성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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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1-08 16: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밑줄 담으신걸 보니 사놓길 잘했더라구요. 여러 작가들의 단편인만큼 다양한 개성이 우러나있을것 같아요 특히 복수하는내용 기대되네요!^^*

새파랑 2022-01-08 16:33   좋아요 4 | URL
컴퓨터로 리뷰는 처음 써보는데 (페이퍼는 한번 써봤어요ㅎㅎ) 쓰기가 어렵네요 ㅜㅜ 거기서 쓰고 북플에서 보면 다르게 뜨더라구요 ㅋ

모든 작품에 밑줄이 있지만 모든 작품 다 쓰기에는 시간이 없어서 두개만 썼어요 ㅋ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극적인 복수라기 보다는 잔잔한 복수여서 강렬한 미미님께 잘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

페넬로페 2022-01-08 17: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실크 스타킹 한켤레‘, 내용 너무 공감되고 좋은데요. 주부라면 자신에게 돈 쓰기가 사실 쉽지 않거든요^^
식구들 똑같이 재난지원금 받아도 저는 맛있는 고기나 영양제 같은걸 사니까요.
아, 저 너무 착한것 같아요 ㅎㅎ
‘벽의 자국‘과 ‘뉴잉글랜드 수녀‘는 읽어봤는데 단편도 나름의 임팩트가 있어 좋았어요^^

새파랑 2022-01-08 18:32   좋아요 3 | URL
역시 착한 페넬로페님~!! 전 <실크 스타킹 한 컬레> 읽고 바로 ˝케이트 쇼팽˝ 책 구매했어요 ^^ 이 책 단편들은 다 재미있네요~!!

mini74 2022-01-08 17: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실비이에게 10달러는 큰 돈이었을것 같은데요. 서머스 부인의 모습ㅎㅎ 표현이 멈 좋은데요. 이 책도 찜. ㅠㅠ 언제 다 읽지요 ㅎㅎ

새파랑 2022-01-08 18:33   좋아요 3 | URL
10달러는 저에게도 큰 돈~!! 책 한권 살 수 있겠죠? ㅋ 미니님도 기계 쪽이시니까 금방 읽으실거 같아요 ^^
 

다양한 여성작가의 작품을 살짝 맛보기에는 아주 좋은 책인거 같다.

다시 돌아온 토미에 대해 단 하나 불만스러운 것이 있다면 바로 학교에서 친해진 여자를 하나 데려왔다는 것이었다. 바이올렛 향수를 뿌리고 양산을 쓰고 다니는, 얌전하고 기운 없는 하얀 피부의 여자였다. 영감들은 토미처럼 반항적인 여자가 같은 여자에게 다정하고 상냥게 구는 것은 나쁜 조짐이라고, 아주 나쁜 조짐이라고 입을 모았다.

(윌라 케더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 P128

"가련한 제시, 뭐든 해줄 수 있다 해도 그에게 필요한 딱 한 가지는 못 해주지. 뭐, 너희 부류가 대체로 최고의 것은 다 차지하고 있지만 이런 종류의 사소한 일에서는 우리 부류가 더 힘이 있거든, 우리야 춤추는 일 보다는 이런 일에 더 뛰어나니까. 공평하지. 누구든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니."
- P132

그 자신은 상황 때문이라기보다는 타고난 기질 탓에 칙칙한 삶을 살아온 터라, 여성들이 대개 활동성이 떨어지거나 아니면 너무 과열되는 그런 나이에도 생기 넘치고 탄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의 변함없는 유쾌함에 끌렸다. - P140

등뒤로 현관문이 닫힐 때 그에게 떠오른 생각은 자신이 다시 그 문을 열기 전에 자신만큼이나 그 문을 들어설 권리를 지닌 다른 남자가 그 문을 열리라는 것이었다. 그 생각을 하자 불쾌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전 남편들을 만나는 건 어떤 기분일까?) - P145

그녀가 차탁 곁의 낮은 의자에 앉자, 두 명의 손님은 그 미소에 이끌리듯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와 그녀가 내미는 찻잔을 받았다. 그녀가 시선을 돌려 웨이손을 보았고, 웨이손은 웃으며 세번째 잔을 받아들었다. - P170

"어쨌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다들 잘 모르고 사니까요 무슨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모른다.) - P196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 사실 나도 알았을 거라고요! 정말 이상해요. 피터스 부인, 이렇게 가까이 살면서도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우리 모두 똑같은 일을 겪으며 사는데 조금씩 다를 뿐이지 사실 다 똑같잖아요! 그게 아니라면 당신과 내가 어떻게 이해를 하겠어요? 지금 알게 된 이 모든 것을 우리가 어떻게 알아차렸겠어요?"
- P202

일단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결코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아, 세상에! 삶은 어찌나 불가사의한지! 사고는 어찌나 불확실한지! 인류는 어찌나 무지한지! 한평생 살면서 상실하는 것들을 몇 가지만 떠올려봐도, 우리가 가진 것조차 얼마나 마음대로 하기 힘든지, 문명이 아무리 발달해도 삶이란 결국 얼마나 우연적인지 알 수 있다.

(역시 버지니아 울프의 글이 가장 어려웠다.) - P210

아, 두 눈을 다 뜨시기만 했더라도 얼마나 달랐을까! 아버지에 대한 추억도 달라지고 사람들에게 말하기도 얼마나 쉬웠을까! 하지만, 아니었다. 딱 한쪽 눈이었다. 한쪽 눈이 그들을 잠깐 쏘아보더니...... 스러졌다. - P230

그 모든 일들은 일종의 터널에서 일어나는 일 같았다. 진짜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 터널에서 나와 달빛이나 바다나 폭풍우에 몸을 담글 때에만 진정한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게 무슨 뜻일까? 늘 갈망했던 그것은 무엇일까? 그래서 어디로 가는 걸까? - P254

"네가 가진 동정심과 열정을 남김없이 다 짜냈는데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고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조차 듣지 못할 때면, 네 자신을 소모하지 말라는 내 충고를 이해하게 될 거다."

(모든 일들이 다 그런거 같다.) - P261

"빵 두 덩어리가 있으면 하나를 팔아서 수선화를 사세요. 빵은 몸을 살찌우지만 수선화는 영혼에 기쁨을 주니.‘ 아름답지 않아요?"

(수선화 대신 책을~!) - P281

삶이 그에게 육신의 시각밖에 주지 않았다면 그게 과연 그의 탓일까? 눈앞에 있는 것의 절반밖에 볼 수 없는 게 과연 그의 잘못일까?
- P286

"그래, 남한테 해코지한 건 나중에 그대로 받는다고 했어. 다들 그렇듯이 사이크스도 언젠가는 뿌린 대로 거둘 거라고." - P302

"예전에 널 사랑했던 만큼 이제 널 증오해, 하도 참고 또 참아서 이제 목까지 차올라 깔딱거려. 교회에서 써준 편지를 가지고 우드브리지에 다니기 시작한 것도 그래서야. 너랑 같은 장소에서 예배를 보고 싶지 않아서. 네가 내 주변에 얼쩡거리는 걸 참을 수가 없어서 딴 여자 붙들고 뒹구는 건 네 맘대로 해도 되는데 내 눈앞에 보이지 말고 이 집에서 꺼져. 너라면 아주 징글징글해." - P310

시커멓고 차가운 요단강.
차가워지는 건 육체일 뿐 영혼은 아니니
잔잔해지면 요단강을 건너리.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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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1-08 2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씨가 형제분치곤 예쁜데요?ㅋㅋ
매일 필사하는 건가봐요. 알라딘에서 보내준 거 같지는 않고...ㅋ

새파랑 2022-01-08 20:45   좋아요 2 | URL
글씨가 초딩글씨 입니다 ㅋ 민음사 세계문학 일력이에요. 좋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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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여성작가의 단편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까지는 표제작이 가장 좋았다.

아이의 가슴 속에 잠들어 있던 여자의 마음이 사랑이라는 꿈으로 희미하게 떨려왔다. 그 위대한 힘의 어떤 예감이 발소리를 죽이고 가만가만 숭고한 삼림을 가로지르는 젊은 두 사람의 마음을 휘저으며 뒤흔들었다. - P29

이 따분하고 보잘것없는 삶에 처음으로 밀려온 인간적 관심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자연과 말없는 삼림에 가슴을 맞대고 살아가는 삶의 만족감을 휩쓸어가야 하는 것인가! - P31

그렇다, 저기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금색으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바다가 있고, 그 장엄한 동쪽을향해 매 두 마리가 천천히 날갯짓을 하며 날아갔다. 아래에서 올려다보기만 했을 때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까마득히 높이 뜬 검은 점 같았는데 이 높은 곳에서 보니 얼마나 낮아 보이는지. - P32

그녀가 놓친 보물이 무엇이든 숲과 여름이여 기억해주렴! 이 외로운 시골 소녀에게 선물과 은혜를 가져다주고 너희들의 비밀을 말해주렴. - P35

그녀의 하얀 목덜미와 슬쩍 눈에 비친 풍만하고 단단한 가슴이 그를 뒤흔들었다.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았고, 물기 어린 푸른 눈에 담긴 두려움이 무의식적으로 육감적인 욕망을 내비치는 몽롱한 빛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자 그는 자신의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덮는 일밖에 달리 어쩔 수가 없었다. - P109

그렇게 폭풍우는 지나갔고 모두가 행복했다. - P113

그녀 자신은 젊은 시절을 회고하는 불건전한 일을 하는 법이 없었다. 과거에 빠져 있을 시간이라고는 일분일초도 없었다. 지금 사는 일에 온 힘을 다 쏟아야 했다. 미래가 흐릿하고 수척한 괴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면 간혹 질겁하는 일은 있었지만, 다행히 내일은 오지 않았다. - P115

그러고 나서도 서머스 부인은 할인 행사 매대로 가지 않았다. 승강기를 타고 여성 휴게실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의 구석진 곳으로 가서 면 스타킹을 벗고 방금 산 실크 스타킹으로 갈아신었다. 그녀의 예리한 정신이 작동하지도 않았고, 사리를 따져보거나 그러한 행동의 동기를 만족스럽게 설명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생각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그 고되고 피곤한 작용에서 벗어나, 그녀의 행위를 지휘하며 그녀의 책임을 덜어주는 어떤 기계적인 충동에 몸을 맡겼다. - P117

연극은 끝났고, 음악도 멈췄고, 관객들이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 P120

전차 건너편에 앉은 날카로운 눈매의 남자가 그녀의 창백한 작은 열굴을 관찰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얼굴에서 본 것을 해독하지 못해 당황스러워했다. 사실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이 전차가 아무데도 결코 멈추는 일 없이 그저 계속해서 한없이 자신을 태우고 가주었으면 하는 그녀의 애끓는 소망, 강렬한 갈망을 알아챌 수 있을 마술사가 아닌 다음에야 말이다. - P120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 그냥 그런 거지. 좋아하는 이유를 따지려 들면 내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높으신 분에게 물어봐야 할 거야.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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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1-07 10: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글씨가 매번 달라지는것 같아요ㅋㅋㅋ(저도ㅋ)필사하시는거 메인에 올리셔도 좋을것 같습니다만 암튼 보기좋습니다^^

새파랑 2022-01-07 11:24   좋아요 2 | URL
작년에는 책에 밑줄그은거 필사를 했었는데 제가 하다가 지쳐서 못하겠더라구요 ㅋㅋ 밑줄이 너무 많음~ 그래서 이번에는 쉬운 목표를 잡아봤습니다 ^^

글씨도 개발인데 이게 두꺼위서 쓰기 힘들더라구요 😆

오늘도 맑음 2022-01-07 1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문학에 대한 새파랑님의 열정을 얻어갑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열정이 전해져서 정말 좋아요~!! 그에 맞게 닉네임도 새파랑~!! 제 마음도 덩달아 새파랑^^

새파랑 2022-01-07 11:55   좋아요 3 | URL
열정은 위에 미미님이 훨씬 많습니다 ^^ 단편집을 읽으니까 새로운 작가에 대해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희선 2022-01-08 0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주말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공기는 안 좋을 듯하지만...


희선

새파랑 2022-01-08 07:47   좋아요 0 | URL
공기가 안좋나 보네요 ㅜㅜ 일단 추운거 같습니다 ㅎㅎ 희선님도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