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가 상상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어떤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 당신의 정체성에 대해 내가 착각을 했다는 생각.˝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내 자신이 스스로 인식하는 걸까? 아니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걸까?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을 읽고 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아무리 주변에 휘둘리기 싫더라도, 나 자신의 생각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우리는 인간이기 떄문에 주변 사람들을 신경쓸 수 밖에 없고, 휘둘릴 수 밖에 없다. 사람을 괜히 人間 이라고 한게 아니었다. 어쩌면 나의 정체성은 주변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다른 말이 아닐까?


소설 <정체성>의 주인공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자식이 있었으나, 자식이 죽고나서 전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살아가는 ˝샹탈˝과 그녀의 연하의 연인 ˝장마르크˝ 이며,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서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남자친구 보다 하루 일찍 노르망디 해변에 있는 한 호텔을 찾은 ˝샹탈˝, 그녀는 해변을 거닐면서 ‘남자들이 결코 더 이상 나에게는 한눈을 팔지 않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남자친구인 ˝장마르크˝는 다음날 해변으로 내려가 ˝샹탈˝을 찾지만 다른 여자를 보고 그녀로 혼동한다. 도대체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누구일까? 그는 이러한 혼동을 얼마나 자주 겪었을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타인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후 ˝샹탈˝은 연인인 ˝장마르크˝에게 남자들이 더이상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말을 하게 된다. 아주 가벼운 말투로. 하지만 그 말을 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쓸쓸하고 우울했다. 이 말을 들은 ˝장마르크˝는 이러한 그녀의 말에 혼란을 느낀다.

[남자들이 더 이상 돌아보지 않아서 슬프다고? 그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난 뭐야? 난 말이야? 당신을 찾아 해변을 수킬로미터씩 헤맸고, 울면서 당신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고, 당신을 따라 지구 끝까지라도 뛰어갈 수 있는 나는 뭐지?]  P.29



어느날 ˝샹탈˝에게 발신이 없는 한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그 편지는 그녀를 남몰래 연모하는 사람이 보낸 것으로, ˝샹탈˝은 처음에는 불쾌하였으나, 이후 자신을 바라보는 남모를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왠지 모를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마치 이 한통의 편지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것처럼 그녀는 편지의 발신인을 찾기 위해 주위를 살피게 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시선을 의식해서 자신을 꾸민다. 그렇다면 그녀의 옆에 있는 연인 ˝장마르크˝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면 그것은 훗날 그녀에게 접근하여 유혹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가 이 편지를 비밀로 간직한다면 그것은 오늘의 조심성이 내일의 모험을 보호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편지를 간직한다면 그것은 그녀가 이 미래의 모험을 사랑으로 이해하려는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P.109



발신인 불명의 편지를 둘러싼 두 연인은 이후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그녀는 그에게 감정적인 폭발을 경험하게 되고 무작정 런던으로 떠난다. 도대체 그의 잘못은 무엇이고, 왜 그녀는 그렇게 분노했던 걸까? 무작정 그녀의 뒤를 쫓는 ˝장마르크˝, 두사람은 오해를 풀고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서로의 ‘정체성‘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이야기 자체가 어렵지는 않지만 작가인 ˝쿤데라˝가 작품속에 다양한 메세지를 숨겨놓고 있다. 특히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꿈인지에 대한 구분이 모호하고,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난잡한 꿈에 대한 해석은 상당히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 책이 독자에게 전해주는 메세지 하나는 확실히 느꼈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나를 알 수 있다고, 타인의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고.

[˝나는 더 이상 당신으로부터 눈길을 떼지 않을 거야. 쉴 새 없이 당신을 바라보겠어. 내 눈이 깜박거리면 두려워, 내 시선이 꺼진 그 순간 당신 대신 뱀, 쥐, 다른 어떤 남자가 끼어들까하는 두려움. 그냥 당신을 보기만 할 거야. 밤새도록 스탠드를 켜 놓을 거야. 매일 밤마다.˝]  P.183



오랜만에 읽은 ˝쿤데라˝ 옹의 작품으로, 내가 읽은 그의 네번째 작품이었다. 이전에 읽은 <농담>,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불멸>에 비해서는 다소 재미 측면에서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역시 대가의 작품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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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20 20: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사랑도 어려운데 정체성까지. 뭔가 심오합니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나를 알 수 있다는 새파랑님 구절보니 궁금증이 생기네요. 약기운에 이렇게 무리하심 안되어요 새파랑님 ㅎㅎ 편한 밤 보내세요 ~

새파랑 2021-12-20 21:03   좋아요 5 | URL
아 이게 손이 안좋아서 그런지 오타도 많고 내용도 개판이네요 ㅜㅜ 자세한건 최근에 ˝쿨캣˝님이 올리신 리뷰를 보시면 될거 같아요 😅

mini74 2021-12-20 21:06   좋아요 5 | URL
리뷰 넘 좋아요 새파랑님 ~~~ 오타는 제가 1등이니 새파랑님 숟가락 얹지 마시고요 ㅎㅎ 오늘도 리뷰 넘 좋아요 *^^*

새파랑 2021-12-20 21:10   좋아요 5 | URL
이게 시간이 지나면 내용을 까먹어서 빨리 썼습니다 ^^

scott 2021-12-20 21:0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핀 뽑고
쿤데라옹 리뷰를!!
이거슨[불멸]의 리뷰로 북플에서 기록 될 것 같습니다 ^^

새파랑 2021-12-20 21:10   좋아요 5 | URL
<불멸>의 리뷰를 써봐야 하는데 ㅋ 저녁이 되니까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

Falstaff 2021-12-20 21: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장-마르크보다 네 살이 많은 샹탈이 장-마르크의 생각과는 전혀 별개로 이리 말하는 장면.
˝남자들이 더 이상 나를 돌아보지 않아.˝
의사불통의 시작이 되는.... 쿤데라 다운 장면 변환이, 이 책에서 나오지요 아마?

새파랑 2021-12-20 21:13   좋아요 4 | URL
전 방금 읽었는데 네살 많다는건 몰랐어요 😅 폴스타프님 기억력이 짱이시군요~!! 쿤데라 다운 변환 맞는거 같아요 ㅋ

청아 2021-12-20 21: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영화로 기억하는데요, 한 남자가 앞을 못보는데 한 여자를 사랑하거든요? 그 남자가 눈을 수술해서 드뎌 앞을 보게되자 여자는 자기를 보고 실망해 더이상 사랑받지 못할까 두려워해요. 결말이 충격적인데 제목이 생각안나요😭 결국 남자가 다시 시력을 포기? 새파랑님 리뷰읽고 떠올랐어요^^*

새파랑 2021-12-20 21:36   좋아요 4 | URL
헉 뭔가 내용이 엽기(?)적이면서 좀 슬프네요. 그런데 왠지 공감이 가는 이야기네요. 혹시나 실망할까봐 하는 걱정은 만국 공통의 고민인거 같아요. 미미님 영화 제목 생각나면 알려주세요 😆

페넬로페 2021-12-20 22: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떤 분이 그러시던데 샹탈이 장마르크를 너무 사랑해 자신의 아이가 죽은 것에 대해 어떤 자유를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그것이 쿤데라다운 발상인지 넘 궁금했어요~~
손이 불편한데도 새파랑님의 열정은 언제나 대단하십니다^^

새파랑 2021-12-20 22:32   좋아요 3 | URL
˝샹탈˝이 죽은 아이에게 감사해 하는 내용이 써있긴 합니다~! 그런데 저는 ˝장마르크˝를 너무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그냥 자기 위안으로 느꼈어요. 소중한 걸 잃고나서 그래도 어떻게든 좋게 생각하려고 하는 마음?? ㅎㅎ

키보드로 하면 그래도 글쓰는게 괜찮더라구요 ^^

coolcat329 2021-12-21 1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읽으셨군요~~농담, 불멸도 읽으셨네요. 소품같은 귀여운 작품이에요. ㅎㅎ

새파랑 2021-12-21 13:19   좋아요 3 | URL
분량도 딱 적당하더라구요 ㅋ 앉은 자리에서 바로 읽었습니다~ 전 쿨캣님 리뷰보고 도대체 편지의 범인은 누군지 궁금해서 읽었어요 ^^

오늘도 맑음 2021-12-21 13: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에대한 열정~!
한권을 읽더라도 허투로 보내지 않고, 사유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고, 정말 보기 좋습니다.
전 나열하신 네권 중 정체성을 제외한 세권을 읽었습니다만, 새파랑님 처럼 깊게 고민해 보지 않았던 것 같네요ㅠㅠ 역시 새파랑님~!!
책과 함께 늘 지금처럼 빛나시길 바래요~!!

새파랑 2021-12-21 13:34   좋아요 3 | URL
열정만 넘치고 글을 잘 못써서 늘 고민입니다 😅 저도 유명한 세권만 읽었고 이번에 새로 읽었는데 좋았습니다~! 과찬이지만 너무 감사합니다 ^^

희선 2021-12-22 02: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이 있어야 자신을 알기도 할지... 다른 사람한테 비친 자신을 보기도 하겠지요 그건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다르기도 한 듯해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도 있는데, 둘 다 자신이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1-12-22 03:11   좋아요 2 | URL
타인을 통해서 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가 다르기는 하죠. 희선님 말씀처럼 두 모습 다 내 모습이 맞는거 같아요~!!
 

무슨 이야기인줄은 알겠는데 책이 쉽지만은 않다.


그녀는 이렇게 어느 날 장마르크를 잃는다는 상상을 했다. 오직 상상만 할 수 있을 뿐 아무것도 모르는 처지에 빠지는 것. 그녀는 아마 자살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자살은 배신일 것이며 기다림의 거부, 인내의 상실일 것이다. 그녀는 숨이 붙어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는 공포 속에서 살아야만 할것이다. - P9

과거, 미래, 아니면 이 세상 무엇을 준다 해도 현재와는 맞바꾸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꿈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꿈은 한 인생의 각기 다른 시절에 대한 수용하지 못할 평등성과, 인간이 겪은 모든 것을 평준화하는 동시대성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꿈은 현재의 특권적 지위를 부정하며 현재를 무시한다. 마치 지난밤 그녀의 꿈에서처럼. - P11

남자들이 결코 더 이상 나에게는 한눈을 팔지 않는 그런 세계에서 살고있다. - P19

권태에는 세 가지 범주가 있다. 수동적 권태, 춤을 추고 하품하는 소녀. 적극적 권태, 연 애호가. 반항적 권태, 자동차에 불 지르고 창유리를 깨는 젊은이들. - P22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남자들이 더 이상 돌아보지 않아서 슬프다고? 그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난 뭐야? 난 말이야? 당신을 찾아 해변을 수킬로미터씩 헤맸고, 울면서 당신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고, 당신을 따라 지구 끝까지라도 뛰어갈 수 있는 나는 뭐지? - P29

"그래, 나는 두 얼굴을 가질 수 있어. 하지만 한꺼번에 두 얼굴을 할 수는 없지. 당신 앞에서는 내 일에 대해 비웃는 얼굴을 하지. 사무실에서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 P35

그녀를 사랑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아무리 해주어도 소용없고 사랑에 가득한 시선도 그녀에겐 위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의 시선은 외톨이로 만드는 시선이기 때문이다. 장마르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투명하게 변한 두 늙은이의 사랑스러운 고독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은 죽음을 예고하는 슬픈 고독이다. 아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의 시선이 아니라 천박하고 음탕한 익명의 시선, 호감이나 취사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고 사랑도 예의도 없이 필연적으로, 숙명적으로 그녀 육체로 쏟아지는 시선이다. 이런 시선들이 그녀를 인간 사회에 머무르게 하고 사랑의 시선은 그녀를 사회로부터 유리한다. - P45

"오늘 아침 우편함에 있더군. F가 죽었어."

"아무튼 충격 받았겠네."

"아니, 충격 받지 않는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 - P53

내가 감히 이 세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네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나의 암울한 생각이 너에게 어떤 저주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네가 나를 떠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깨달았단다. 너의 죽음이 하나의 선물, 내가 결국 받아들이고 만 끔찍한 선물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 P69

세상에서 외따로 떨어져 사랑하는 두 존재, 그건 아주 아름답지. 하지만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이 아무리 경멸할 만한 것일지라도 그들에겐 이 세계가 필요해, 서로 대화를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야. - P92

"당신이 내가 상상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어떤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 당신의 정체성에 대해 내가 착각을 했다는 생각." - P99

깊은 생각에 잠겨 그는 왜 그녀가 편지를 보여 주지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자문해 보았다. 해답은 간단해 보였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면 그것은 훗날 그녀에게 접근하여 유혹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가 이 편지를 비밀로 간직한다면 그것은 오늘의 조심성이 내일의 모험을 보호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편지를 간직한다면 그것은 그녀가 이 미래의 모험을 사랑으로 이해하려는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 P109

그녀는 말했다. "나는 더 이상 당신으로부터 눈길을 떼지 않을 거야. 쉴 새 없이 당신을 바라보겠어." 그리고 말을 멈춘 뒤 "내 눈이 깜박거리면 두려워, 내 시선이 꺼진 그 순간 당신 대신 뱀, 쥐, 다른 어떤 남자가 끼어들까하는 두려움." 하고 이었다. 그는 몸을 조금 일으켜 입술을 그녀에게 대려고 했다.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냥 당신을 보기만 할 거야." 그러더니 다시 말했다. "밤새도록 스탠드를 켜 놓을 거야. 매일 밤마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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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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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무엇일까? 소세키의 네번째 장편인 <태풍>은 문학에 대한 "소세키"의 시각을 알 수 있고, 이후 그가 쓰게 될 인간의 마음에 대한 그의 관점이 초기작들에 비해 구체화된 작품이다. 부자로 살 것인가, 학자로 살 것인가의 기로에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소세키"의 치열한 고뇌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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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2-20 13: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소세키옹의 전작읽기 거의 끝나가실듯 합니다ㅎㅎ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빼고 소세기 작품 추천하신다면 1번이 어떤거예요?😄

새파랑 2021-12-20 13:52   좋아요 4 | URL
이건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 질문인데요? 😅 전<행인>과 <산시로>를 추천드립니다~!!

이책도 개인적으로는 좋았어요. 평은 안좋던데 ㅋ 리뷰로 쓰고 싶었는데 손 수술을 해서 100자평으로 남겼어요 ^^

청아 2021-12-20 14:07   좋아요 3 | URL
저번에 다치셨던 손을요?😱
아ㅠ.ㅠ 어쩌다 또 다치셨어요ㅠㅠ 제가 거기다 엄마냐 아빠냐를 물었네요🥲
얼른 쾌유하시길 빕니다ㅠ

새파랑 2021-12-20 14:13   좋아요 4 | URL
아 또 다친건 아니고 저번에 다쳐서 핀 박은걸 이제 빼서요 ㅋ 이제 완치되어 돌아오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1-12-20 14:21   좋아요 5 | URL
미미님, 저도 처음 읽을 소세키 작품으로 ‘산시로‘ 추천드려요^^

청아 2021-12-20 14:25   좋아요 5 | URL
두 분 아니 그레이스님까지 세분의 영향을 받아 드뎌 제가 <산시로>와 <행인>을 주문했습니다.^^*

새파랑 2021-12-20 14:30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추천이 가장 정확합니다 ^^

페넬로페 2021-12-20 14: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태풍‘ 넘 읽고 싶네요~~
전작읽기를 하려면 주위로 눈을 돌리지 않아야 하는데 중간에 옆길로 새는 경우가 많아요 ㅠㅠ
새파랑님, 손 다시 수술하셨네요~~
완벽하게 나으시기를 바래요^^

새파랑 2021-12-20 14:32   좋아요 4 | URL
200쪽인데다가 재미있더라구요. 해설보니 제일 인기없는(?) 작품이라던데 저는괘안았어요 ^^ 한작가의 작품만 계속 읽으면 좀 힘들긴 하더라구요 ㅋ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1-12-20 14: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독보적 top 50에 선정되셨네요~~
너무 당연합니다^^
축하합니당👍👍😊😊

새파랑 2021-12-20 14:38   좋아요 5 | URL
내년에도 선정되도록 열심히 걸어보겠습니다 ㅋ 올해는 일단 오늘까지 100퍼센트에요 ^^

mini74 2021-12-20 17: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새파랑님 손 진짜 심하게 다치셨었군요. 소세키님이 호 해드릴 것 같은 새파랑님 ㅎㅎㅎ 100자퍙도 좋아요 *^^*

새파랑 2021-12-20 17:54   좋아요 2 | URL
제가 리뷰를 쓰려고 하는데 손이 잘 안써져서 100자평으로 ㅜㅜ 근데 또 약 먹고 시간 지나니까 괜찮아지네요 ^^

coolcat329 2021-12-21 13: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지난 번 손 꽤나 심하게 다치셨나 보군요. 그런데도 이렇게 성실하게 열독하시니 대단하세요. 돌아가며 전작읽기하는것도 멋지시구요.
손 빨리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새파랑 2021-12-21 14:24   좋아요 3 | URL
심한건 아닌데 하필 오른손이여서요 ㅜㅜ 회복해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북으로 보기가 힘들어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왔다~

하지만 한 줄의 실 뒤편에 이중 삼중의 인연이 뒤엉켜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고 제비가 남쪽에서 날아오는 것도 새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에 걸맞은 변명이 있을 터이다. - P9

주고쿠를 떠날 때 아내의 어조는 당신처럼 고집이 세서는 어디에서도 안정된 생활은 불가능해요, 라는 훈계조로 바뀌어 있었다. 7년 동안 세 번이나 떠돌다 보니 아내는 점점 도야에게서 멀어졌다. - P14

도야가 세 번이나 직장을 그만둔 것은 스스로를 궁지에 빠뜨리는 것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죄도 없는 아내를 고생시키려는 건 더욱 아니다. 세상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세상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왜 자신이 세상에 용해되려고 하지 않는가? - P15

지금까지는 어디를 가든 어떤 직업을 갖든 자신만 올곧다면 휘어진 대상이야 껍질을 벗긴 삼대처럼 꺾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명성은 자신이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권위와 인망 역시 자신이 지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인격의 힘으로 미래의 국민인 청년들에게 발전의 길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스스로 전범이 되는 수밖에 없다고 굳게 믿고 6년여의 시간 동안 애써왔지만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 P18

종기의 고름을 빼달라고 부탁했는데 적당히 솜으로 종기 주변을 닦아내기만 하면 더욱 가려울 뿐이다. - P28

"아무래도 번민이라는 말이 최근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은데, 대개는 반짝 유행하고 마는 것이지요. 그런 종류의 번민은 이 세상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겠지요." - P47

"단지 사랑이라고 하면 묘하게들릴지 모릅니다. 또 최근에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연애 이야기를 하는것을 꺼리는 것 같습니다만, 이런 종류의 번민은 분명한 사실이고, 사실 앞에서는 어떤 사람도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안 되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 P48

사랑은 일방적으로 말하면 번민이 틀림없지만, 이런 번민을 거치지 않으면 자신이라는 존재를 평생 깨닫지 못하게 되는것입니다. - P49

지금은 그때와는 정반대다. 세상은 명문을 입을 모아 칭송한다, 세상은 부자들을 칭송한다, 세상은 박사, 학사까지도 칭송한다. 그러나 공정한 인격을 만나서, 지위를 저버리고, 금전을 저버리고, 또는 학력이나 재능, 기예를 저버리고, 인격 그 자체만을 존경하는 일을 이해하지 않는다. 인간의 근본에 해당하는 인격에 비판의 기준을 두지 않고, 그 겉에 해당하는 부속물로 모든 것을 평가하려고 한다. - P56

"인간은 먹는 만큼 살이 찌지는 않아. 저놈은 그 정도로 먹는데 전혀 살이 찌지 않았어."

"책을 많이 읽는데 전혀 우수해 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군."

"그렇지. 피차 공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아."

"하하하.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네."

"난 그런 뜻으로 했네." - P104

문학은 인생 그 자체입니다. 고통이 있고, 궁핍이 있고, 고독이 있고, 무릇 인생길에서 만나는 것들이 곧 문학이고, 이런 것들을 맛본 사람이 문학자입니다. - P112

그는 외톨이가 되었다. 자신에게 만족하고 다른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 한가한 외톨이가 아니다. 동정심을 간절하게 바라고 인간을 갈구하는, 마음 달랠 길 없는 외톨이다. 나카노군은 병이라고했다. 자신도 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을 외톨이 병에 걸리게 한 것은 세상이다. 자신을 외톨이 병에 걸리게 한 세상은 위험한 병자를 눈앞에 두고 휘파람을 불고 있다. 세상은 자신을 병자로 만든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죽어가는 병자를 살해하려고 달려든다. 다카야나기 군은 세상을 저주할 수밖에 없다. - P126

가래에 피가 섞이지 않은 것에서 위안을 느낀다면 피가 섞일 때는 그저 살아 있다는 사실에 위안 받지 않으면 안 된다. 그저 살아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껴야 하는 그런 운명에 다가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다카야나기 군은, 그저 살아 있다는 것만은 꺼리는 사람이다. 보통사람들도 대부분 이런 모순을 무릅쓴다. 그들은 대개 행복한 삶이 목적이다.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행복을 즐길 인생 그 자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단순한 생명은 그들의 목적이 아니라 해도 행복을 향유할 필수조건으로서 온갖 고통 속에서도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들은 이런 모순을 무릅쓰며 속세를 살아가면서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고 게다가 날마다 죽음에 끌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부채를 갚으려고 하지만 다달이 새로운 부채가 쌓여가는 현상과 다를 바가 없다. 이를 비참한 번민이라고 한다. - P129

비가 내리면 우산을 쓰고서라도 걸을 생각이다. 어딘가 구체적인 목적지는 없지만 그냥 걸어볼 작정이다. 전차는 무작정 달릴 뿐, 왜 달려야 하는지 전차도 알 리 없다. 다카야나기 군은 자신이 걷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왜 걷고 있는지는 전차와 마찬가지로 알지 못한다. 아무 일도 없고, 또 걷고 싶지도 않은 사람을 무리하게 걷게 하는 것은 잔혹한 일이다. 잔혹함이 걷게 만들기 때문에 원수를 갚기는 어렵다. 적을 붙잡고 싶다면 잔혹함을 만들어낸 장본인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잔혹함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세상이다. 다카야나기 군은 혼자서 그 적진 속을 걷고 있다. 아무리 걷는다고 해도 역시 외톨이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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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0 0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주말 독서는 소세키옹과 함께

모닝 리뷰 쓰신다에 한표 🖐^^

새파랑 2021-12-20 07:19   좋아요 2 | URL
이번주말은 책을 잘 못읽었어요 😅 오늘은 써 보겠습니다~!!
 

안나 카레니나와 보바리 부인급이라고 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장 우아한 것만 마음에 들어했으며, 가장 좋은 것을 가질 수 없으면 둘째로 좋은 것은 아예 사려고도 하지 않았다. 둘째는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다, 에피는 단념할 수 있었으며, 그 점에서 브리스트 부인은 딸을 제대로 본 것이었다.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은 욕심이 없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다 꼭 갖고 싶은 것은 언제나 아주 특별한 것이어야 했다. 그 점에서 그녀는 욕심이 아주 많았다. - P41

"아니요, 엄마. 진심이에요. 사랑이 첫째지만, 영광과 명예가 바로 다음이고, 그다음은 재미예요. 그래요, 재미요. 나는 새로운 것, 웃거나 울 수 있는 것이 꼭 필요해요. 지루한 건 절대 못 참아요." - P43

"물론이에요. 목사님은 바로 이렇게 덧붙였던 것 같아요. 기본 원칙이 있는 남자라고, 그건 더한 거예요. 하지만 나는, 나는 그런게 없어요. 엄마, 그래서 괴롭고 불안해요. 그이는 상냥하고 너그럽지만, 나는 그이가 무서워요." - P47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인생에서 실패하는지 아세요? 오로지 정 때문이랍니다. - P50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애는 말은 하고 싶어하지만 속마음을 명확하게 드러내려고 하지는 않아요. 많은 것을 혼자 속으로 해결하지요. 수다스러우면서도 폐쇄적이라고 할 만큼 내성적인 아이예요. 두 가지가 묘하게 섞여 있다니까요." - P52

"아, 부인, 젊음을 폄하하지 마세요. 젊다는 건 결점이 있어도 아름답고 사랑스럽지만, 늙었다는 건 미덕이 있어도 쓸모가 없으니까요. 물론 저는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노년은 몰라도 청춘을 논할 자격은 없지요. 저는 한 번도 젊었던 적이 없거든요. 저 같은 사람은 청춘이 없답니다. 그것이 제일 슬픈 점이지요. 진정한 용기도 없고 자신감도 없고, 숙녀가 당황할까 두려워 춤 한번 신청 못합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어느새 늙는 거예요. 불쌍하고 허무한 인생이지요." - P87

기스휘블러는 바로 사랑을 고백하고 시드 혹은 캄페아도르가 되어 목숨을 내놓고 그녀를 위해 싸우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가슴이 벅차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만 벌떡 일어나 모자를 찾았는데 다행히 바로 찾아 머리에 쓰고는 에피의 손에 몇 번이나 입을 맞춘 다음 한 마디도 더 안 하고 서둘러 가버렸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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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12-17 2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나 카레니나와 보바리 부인 급이라구요??? 오오

새파랑 2021-12-17 23:59   좋아요 3 | URL
같은 급이라기 보다는 3대 불륜(?) 소설이라고 어디서 본거 같아요 ^^ 어떤 분의 서재인지는 까먹었어요 😅

페크pek0501 2021-12-19 1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7쪽. 허무한 인생을 살지 않으려면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 보는 게 좋겠어요.
하고 나면 해 봤다는 경험이란 재산이라도 가지니까 말이죠. 경험을 통해 분명 얻은 것들이 있을 거예요.

새파랑 2021-12-19 16:41   좋아요 1 | URL
역시 책보다는 경험하는게 더 교훈이 되는게 맞는거 같아요. 그 과정이 좀 고난일 수도 있지만^^

서니데이 2021-12-19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예쁜 책이네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이 요즘은 양장본이 나오지 않는데? 하고 찾아보니까 2010년에 나온 책이었어요. 근데, 이번에 처음 나온 책 같습니다.
새파랑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 2021-12-19 16:42   좋아요 1 | URL
알라딘 우주점 갔다가 가져온 책이에요 ㅋ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데 일이 좀 있어서 흐름이 끈겼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