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면 이렇게 멋진 글을 쓸 수 있는걸까? 또다른 인생 책~!!






저기 어디쯤 작은 방에 있는 리씨는 나에게 벌어지는 일을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그녀는 오늘도 다른 날처럼 잠을 잘 것이고 아침에 우편배달부가 오면 이 밤이 다른 밤과 같지 않았음을, 완전히 다른 밤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 P106

양귀비꽃은 내일이면 시들 텐데. 양귀비는 넓은 들에서 누구나꺾을 수 있는 흔한 것이지만 메르체데스를 타고 질주하면서 볼 수는 없는 것이지. 그러나 그것 역시 내일이면 시드는 것을.
- P119

나는 방으로 달려가 오래된 노트와 편지를 찾아냈습니다. 그러고는 갈피를 일일이 뒤져서 마침내 양귀비꽃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조심스레 그것을 봉투에서 꺼내 아내에게 보여줬습니다.

"이걸 선물할 거야." 내가 말했습니다. 아내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달랑 꽃잎 한 장인데다 곰팡내가 나는걸요."

"그래." 나는 붉어진 얼굴로 말했습니다.

"당신 말이 맞아. 이젠 너무 늦었지."

그러고는 슬픈 마음으로 그 작은 양귀비꽃을 다시 봉투에 담았습니다. - P132

남자들이란 그렇거든. 생각하는 것이라곤 차와 럼주, 담배뿐이니, 그나저나 한밤중에 왜 이런 이상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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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1-11-16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빌려읽고 넘 좋아서 샀는데...
그러고는 다시 읽어보질 않았어요.

기억난 김에 눈에 잘 띄는 곳으로 꺼내놔야겠네요 ^^

새파랑 2021-11-16 11:53   좋아요 0 | URL
재독하시면 더 좋으실거 같아요. 넘 좋으셨다는데 공감이 됩니다~!!

페크pek0501 2021-11-16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스크로~~ . 이 책의 리뷰를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좋더라고요. 이미령 저자의 책이에요.
그래서 이미령 저자의 종이책도 샀죠.^^

새파랑 2021-11-16 13:39   좋아요 1 | URL
리뷰도 오디오북이 있군요 ㅋ 이 책 찾아보니까 유명한 책이더라구요 ㅋ 완전 좋아요 ^^
 

여러 단편들이 모여있는 책인데, 하나같이 묘한 분위기를 보인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곰스크는 내 유일한 목표이자 운명이었다. 그곳에 가서야 비로소 내 삶은 새로 시작될 터였다. 그러나 당시에 곰스크에 걸었던 희망을 나는 거의 잊어버렸다. 곰스크로 가려 했던 이유조차도 이미 오래전에 희미해져 더이상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곰스크를 향한 열망이 식은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젠가는 그 도시에 도착한다는 명백한 확신이 시들해진 것뿐이다.

(꿈. 운명. 희미해져도 없어진 건 아니다.) - P10

"우린 모든 것에서 멀어져가는군요." 그녀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는 점점 익숙한 곳에서 멀어지고 있어요. 이 여행은 끝이 없을지도 모르죠." - P12

하지만 그곳이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어떤 느낌이나 희망, 걱정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젊은 사람이 죽음에 관해 생각하는 것처럼.

(너무 먼 것 같은, 잡히지 않는 희망) - P34

"인생이 의미를 가질지 아니면 망가질지는 오직 당신에게,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왜 직시하지 않는 거죠?" - P57

"의미없는 삶이 아니에요. 당신은 아직 그걸 몰라요. 당신은 이것이 당신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맞서 들고 일어나죠.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반항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지요. 내가 원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만족하게 되었어요."

(의미없는 삶이 아니다.) - P61

"그래요, 지옥으로 가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가 혹시 정신병원인가요? 배에 탄 사람들 모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다니, 웃긴 일이잖아요." - P75

"너무 많아서 그걸 헤아리다가 인간은 쭈그러들걸, 놀랍지 않소? 바다의 물방울만큼이나 그렇게 많은 곡들이 있건만 나는 이 일곱 곡만 있으면 행복해지니 말이오."

(조그만 것만 있어도 행복할 수 있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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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15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스크 영화도 있는데
원작이 훨씬 좋습니다!

새파랑님 왼🖐 필력
1일 👌 리뷰 ^ㅅ^

새파랑 2021-11-16 00:00   좋아요 1 | URL
오늘 늦게 퇴근해서 책을 늦게 읽기시작했어요. 내일 완독하고 리뷰를 써야할거 같아요 😅 곰스크 완전 좋네요 ^^
 

내 주위에는 나와 운동 취향이 비슷한 사람은 많지만, 책과 음악 취향이 비슷한 사람은 별로 없다. 음악은 전멸이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는 몇번 대화를 해본적이 있었는데, 나는 책에 대한 대화를 자주 하고 싶었지만 그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기 부끄러워서 그랬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책 분야가 달랐을 수도 있고. 아님 내가 싫었을 수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 책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북플은 나에게 신세계라는 느낌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이야기할 수 있다는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늦게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다락방님의 명저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읽다보면 왠지 북플에서 아주 좋은 리뷰를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더 나아가서 마치 현실에서 친구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책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작품에는 다락방님이 즐겁게 읽으셨을 거라고 추측되는 77편의 작품과 그에 대한 코멘트, 에피소드와 감상등이 재미있게 쓰여있다. 역시 센스 있으신 작가님은 딱 77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만약 100편이었으면 너무 정형적이어서 실망했을거고, 50편이었으면 너무 작아서 실망했을거다.


작가님이 쓰신 밑줄 긋그, 지하철 책읽기, 책챙기기는 완전 비슷해서 완전 공감했고, 책으로 엮은 인연, 지하철에서의 이야기, 극장에서의 이야기, 라식이야기, 누군가에게 쓴 편지 등 작가님의 실전 경험 에피소드는 흥미진진했다. 인생을 마치 책처럼 소설처럼 멋지게 사는 작가님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77 편중 7편을 읽었었는데,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읽고 나서 이 책에 수록된 9권을 구매했고, 이중 3권을 읽었다.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다.


구매한 책 : <웃는 남자>, <이름 뒤에 숨은 사랑> <곰스크로가는기차>, <한눈팔기>, <테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구매하고 읽은 책 :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섬>, <에브리맨>


책의 힘이란, 글의 힘이란, 작가의 힘이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책을 꼭 써보고 싶다.


그래서 내가 밑줄을 그어 놓은 문장이 있는 책을 누군가가 읽으면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내가 밑줄을 그어 놓은 글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내가 밑줄 친 글을 읽으며 어떤 감정이었을지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 P29

나는 왕복 네시간 동안 읽을 책을 선택하려고 책장 앞에 서서는 기쁘게 고민한다. 이 책이 좋을까 저 책이 좋을까. 몇 권 가지고 갈까, 혹시라도 한 권 가지고 갔을 때 다 읽으면 난감하니 두 권을 가져갈까. - P51

"사람들은 이 앞만 보고 뒤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해. 그게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잘 대하지 못하는 이유야." 나는 되물었다. 그렇지만 앞과 뒤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잖아. 보여주지도 않았으면서, 앞뒤가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도 잘못된 거 아니야?" - P158

참 이상하다. 현재를 버리고 꿈을 좇는 영화를 볼 때, 나는 분명히 속 시원하고 위로를 받았는데, 이 책에서처럼 가고 싶었던 곳에 가지 못하는 남자를 보는데도 위로를 받는다. 사실 이 책에서 나이든 선생이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만 바보처럼 나는 이 책을 껴안고 싶어졌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단편이라니! 시니컬하게 진행되다가, 심드렁하게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따뜻해 져버리다니! 그래, 지금 내 삶도 나쁜 삶이 아니다. 그동안 내가 한 선택으로 이루어진 삶, 내가 만든 삶이다. - P220

글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글로 가능한 게 대체 얼마나 많은가. 인물을 새로 만들 수도 있고,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인물을 내 마음대로 등장시킬 수도 있다. 나를 거절했던 남자를 나를 짝사랑하는 남자로 탈바꿈해서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은가.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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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15 20: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읽고 실천하고 또 읽는 새파랑님 참 북플인재상 드려야 합니다 ㅎㅎ 다락방님 글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저도 이 책 꼭 읽고 싶어요. ㅠㅠ 그럼 또 책 사겠죠 ? ㅎㅎ

새파랑 2021-11-15 20:52   좋아요 6 | URL
이제 걸어서 미션완료하러 가야겠습니다 ^^ 북플인재상 좋네요~!! 이 책읽음 장바구니 늘어나는거 확실합니다 😆

독서괭 2021-11-15 21: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크.. 역시 명저입니다. 책에 소개된 책을 또 그만큼이나 사고 읽으셨다니 대단하세요! 새파랑님도 알라딘서재가 배출한 작가로 언젠가 데뷔하시길~~^^

새파랑 2021-11-15 21:43   좋아요 4 | URL
일단 글을 쓰는 법하고 맞춤법을 좀 배워야 할거 같아요 😅 명저가 맞습니다~!!

청아 2021-11-15 21: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도 분명 멋진 책을 쓰게 되실거라 믿어요!! 이 리뷰만 해도 너무 좋네요^^ 다락방님 책도 책을 부르는 책이군요~♡

새파랑 2021-11-15 21:44   좋아요 4 | URL
이 책은 완전 책을 부르는 책입니다 ㅋ 전 쓰는것 보다 읽는걸 좋아해서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

페넬로페 2021-11-15 21: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외로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이 북플이 너무 좋습니다.
이유경작가님의 책에 소개된 77편의 책이 궁금한데요~~그 일상도요.
근데 다락방님께서는 점심을 두가지 메뉴로 드시는 분 아닌가요?
뒷모습이 넘 아름다우시고 슬림하십니다 ㅎㅎ
새파랑님도 나중에 책 출간하시기 바래요^^

새파랑 2021-11-15 21:45   좋아요 4 | URL
ㅋ 두가지 씩 먹는다는 글을 자주 본 기억이 납니다~!! 책은 그래도 혼자서도 즐길수 있는 취미여서 좋은거 같아요 ^^

다락방 2021-11-15 21:45   좋아요 5 | URL
유감스럽게도 저것은 저의 뒷모습이 아닙니다………🥺

페넬로페 2021-11-15 21:47   좋아요 5 | URL
다락방님!
그럼 ‘잘 지내나요‘의 뒷모습은요?

새파랑 2021-11-15 21:48   좋아요 5 | URL
앗 원서 읽는 찢어진(?) 청바지가 다락방님이 아니시라니 😅

다락방 2021-11-15 22:02   좋아요 4 | URL
그것도 제가 아닙니다.. 유감입니다 ㅜㅜ 표지 디자이너가 구한 사진입니다 ㅜㅜ

페넬로페 2021-11-15 22:13   좋아요 4 | URL
유감이라니요, 절대 아닙니다~~
다락방님의 글이 넘 궁금해요^^
세번째 책, 기대할께요**

잠자냥 2021-11-15 23:54   좋아요 4 | URL
표지 디자이너가 아주 잘못했네요. ㅋㅋㅋㅋ 다부장님 정체를 너무 흐려놨어!!! ㅋㅋㅋ

잠자냥 2021-11-15 23: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의 그 소망이 꼭 이뤄지길 바랍니다! 지금처럼 읽고 쓰시면 꼭 이루어질 거예요. 그리고 이 리뷰 그 작가 님이 참 좋아하실 것 같네요. 그래서 그 작가 님은 아마 내일 점심을 두그릇 먹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11-15 23:58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의 희곡작품도 궁금합니다~!! 부장님 원래 두그릇 드시는거 아니었나요 ㅎㅎ

잠자냥 2021-11-16 00:05   좋아요 4 | URL
원래 두 그릇 드시는데, 항상 뭔가 이유를 만들더라고요?! ㅋㅋㅋㅋㅋ 명분이 있어서 두 그릇 먹는 것처럼 말씀하시더라고요. ㅋㅋㅋㅋ 내일은 새파랑님의 이 리뷰로 자존감 뿜뿜하셔서 두 그릇 명분이 생기신 겁니다! ㅋ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11-16 0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쓰시게 될 겁니다. 암요. 격하게 조용히 응원합지요. 근데 저는 저 책이 무섭네요. 보관함을 불룩하게 만들 책 ㅋㅎ

새파랑 2021-11-16 07:52   좋아요 1 | URL
이책은 책읽기님에 금지책이 맞습니다~!! 근데 책읽기님 이미 읽은 책이 많이 포함되어 있은거같아요~!

희선 2021-11-16 01: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속에서 이야기 하는 책이 일흔일곱권이라니... 많네요 새파랑 님도 이런 책 써보고 싶다니 쓰시기 바랍니다


희선

새파랑 2021-11-16 07:53   좋아요 3 | URL
저는 소설을 한번 써보고 싶습니다~!! 마음만 ^^

붕붕툐툐 2021-11-16 07: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다 읽으셨군요? 저도 아끼며 읽고 있는데-사실 겹치는 책이 너무 없어서 책 좀 더 읽고 읽어야겠다 이러구 있음-역시 새파랑님은 먼저 읽고 나온 책을 구매하셨다니 대단~👍

새파랑 2021-11-16 07:54   좋아요 2 | URL
겹치는 책이 너무 없다니 😆 저도 아껴읽는다고 하다가 나눠서 이책 읽었어요~ 툐툐님의 맨발걷기과 함께 이책 리뷰가 궁금합니다~!!

coolcat329 2021-11-16 08: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다락방님 책 저도 봐야겠어요. 북플엔 정말 멋진 분들이 많으세요~
새파랑님 꿈 꼭 이루시길요~

새파랑 2021-11-16 08:54   좋아요 2 | URL
북플 셀럽 다락방님 입니다 ㅋ 여긴 멋진분들 천국~!!

나뭇잎처럼 2021-11-16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뭐죠. 이 훈훈한 분위기. 새파랑님 팍팍 밀어드릴테니 염려치 마시고 쭉쭉 쓰세요. ㅎㅎㅎ 다락방님 책 디자이너는 센스쟁이 ㅋㅋ

새파랑 2021-11-16 11:16   좋아요 1 | URL
언제나 훈훈한 북플인거 같아요 ^^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꺼내어 다시 읽은 책. 진실함이 느껴진다.






백 마디의 좋은 말보다 나쁜 한 마디의 말에 자신의 기분을 온통 맡겨버릴 때가 있다. 이것은 생의 낭비다. 내면의 평화를 연습하지 않으면 인생은 악마의 말 한마디에도 함락될 수 있다.

(내면의 평화...명상?) - P69

일년 중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은 단 이틀 뿐이다. 하루는 어제이고 또다른 하루는 내일이다. 오늘은 사랑하고 믿고 행동하고 살아가기에 최적의 날이다.

(오늘이 중요한 것은 맞다. 최적의 날을 만드는건 나다.) - P69

정말 변한 것이 있다면 사람이 아니라 상황과 환경이다. 혹은 내가 미처 몰랐던 원래 그 사람으로 되돌아간 것일 뿐이다. 이 바뀐 상황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그 사람의 본모습을 대면하는게 두려운 것, 이것이 관계의 비극이다.

(미처 몰랐을 뿐이다.) - P73

어쩌면 인생은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마음, 하지 않은 마음에 진면목이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무엇을 하는 만큼, 싫어하는 무엇을 하지 않는 것, 그 깊은 마음은 사랑을 그윽하게 만든다.

(하지않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 P74

당신이 타인에게 보여준 언어가 되돌아와 당신이 된다. 당신이 별을 보여줬기 때문에 우주가 있다는 걸 나는 안다. 당신이 먼저 와 있었기 때문에 기다리는 사람인 걸 나는 안다. 당신이 꽃을 들고 왔기 때문에 향기로운 사람인 걸 나는 안다. 당신이 보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에 다정한 사람인 걸 나는 안다. 그렇게 당신이 내게 보여준 말의 색채가 어느새 나의 빛깔이 되었다는 걸 부인하기는 어렵겠다.

(언어의 중요성. 말의 중요성) - P196

소중한 걸 내놓아야 원하는걸 얻을 수 있다. 내놓을 게 마땅치 않다면 내놓을 만해질 때까지 준비하며 기다려야 한다.

(기다려야 한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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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씨의 결혼 서문문고 178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 서문당 / 197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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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여자가 정직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하기 때문에 사랑해, 되찾은 양으로서가 아니라, 길을 잃은 양으로서 사랑한단 말이오."


그동안 희곡 읽기를 소홀히 했다는 기분이 들어서 주말에 선택한 책은 "뒤렌마트"의 <미시시피씨의 결혼> 이었다.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머리속에 계속 <미국의 목가> 리뷰를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고민이 섞여서 그랬나 보다.


"뒤렌마트"야 워낙 유명한 희곡 작가이고,  민음사에서 출판된 그의 작품 <뒤렌마트 희곡선>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다보니 이 작품집도 많은 기대를 갖고 읽었다.


이 작품집에는 <미시시피 씨의 결혼>, <로물루스 대제> 두편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미시시피 씨의 결혼>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로물루스 대제>는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로물루스 대제>의 경우 서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로물루스 아우구스트스"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각색한 작품인데, 아무래도 역사적 지식이 짧다 보니 나에게는 좀 공감이 힘든 부분이 있었다.


<미시시피 씨의 결혼>은 행복한 결혼 이야기가 아닌 부부간의 배반을 다룬 작품이다. "아나스타샤"의 남편인 설탕공장의 주인 "프랑수아"는 어느날 심장바비로 갑작스럽게 죽게 된다. 그의 장례를 치루고 난 후 어느 날 "미시시피"라는 검사가 찾아오게 되고, 남편의 죽음에 대해 추궁하게 된다.


사실 "프랑수아"는 아내인 "아나스타샤"의 독약에 의해 살해된 것이었고, 표면적인 살해의 이유는 남편이 바람을 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그녀를 방문한 "미시시피"는 그녀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자기와 결혼해 달라고.


알고보니 "프랑수아"가 바람을 핀 상대는 바로 "미시시피"의 아내였고, "미시시피" 역시 바람을 핀 자신의 아내를 독약으로 살해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시시피"는 자신의 살해는 윤리적인 판단에 의한 처형이었다는 괴변을 늘어놓는다.

[부인은 무서운 충동에 못 이겨 살인을 했지만 나는 윤리적인 판단에 의해 살인을 한 거요. 부인은 남편을 살해한 것이지만, 나는 내 아내를 처형한 것이오.]  P.34



결국 "미시시피"의 반강제적인 협박에 못이겨 "아나스타샤"는 그와 결혼을 하게 되고, 이후 외줄을 타는 것과 같은 긴장감이 가득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과연 "미시시피"와 "아나스타샤"가 숨기고 있는 또다른 것은 무었일까? 작품을 읽어갈 수록 그들의 원래 모습과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게 되고,  과연 결혼이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진 본래의 모습은 실제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를 느끼게 된다.


"미시시피"는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사람은 죽으면서까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모든 걸 단정지을 수는 없는 법이다. 어떤 사람은 죽으면서까지도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여자는 나의 전 세계였네. 내 결혼은 무서운 실험이었네. 나는 세계를 얻으려고 싸웠고, 승리했네. 사람은 죽으면서까지 거짓말은 못하는 법이야.]  P.124



사랑과 복수, 그리고 진실과 거짓과 관련된 인간의 모순에 대해 적나라하고 그리는 작품인 <미시시피씨의 결혼>, 재미있고 풍자적인 희곡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었다.

장바구니에 있는 다른 희곡작품도 읽어봐야 겠다. 이제 집에 안읽은 희곡 작품이 <마리안의 변덕> 딱 한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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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14 23: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 ^^
주말 왼 .🖐 3리뷰 ^^

새파랑 2021-11-14 23:08   좋아요 4 | URL
왼손도 쓰다보면 잘 됩니다 ㅋ 앗 오늘 생각해보니 세편의 글을 썼네요 😅 이제 다른 책으로 ㅎㅎ

페넬로페 2021-11-14 23: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왼손으로 3 리뷰 쓰기~~
이것이 실화인가?
뒤렌마트의 희곡도 좋을것 같아요.
제목에 미시시피가 들어 있는 영화도 있는데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네요~~

새파랑 2021-11-15 00:17   좋아요 4 | URL
이건 블루투스 키보드로 썼습니다. 왼손 엄지손가락 ㅋ 처음 접하시면 이 책 보다는 민음사의 <뒤렌마트 희곡선> 추천드려요~!!

미시시피는river 아닌가요? 😅

mini74 2021-11-15 0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기요 혹시 천수관음 아니신가요 ㅎㅎ 새파랑님 👍

scott 2021-11-15 00:14   좋아요 3 | URL
╭ ◜◝ ͡ ◜◝ ͡ ◜◝ ͡ ◜◝ ͡ ◜◝ ͡ ◜◝ ͡ ◜◝ ͡ ◜◝ ͡ ◜◝╮
새파랑님은 AI북플계 황금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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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15 00:17   좋아요 3 | URL
천수관음이 뭔지 잘 몰라서 일단 찾아보겠습니다 😅

새파랑 2021-11-15 00:19   좋아요 3 | URL
아 ㅋ 손이 천개 군요 🤣

청아 2021-11-15 1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두번째 이야기가 더 재밌었는데 철학적이기도 하고요. 거의 콩트처럼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ㅎㅎ 새파랑님 글 하루 3개? 왼손투혼에 부끄러워지네요. (人 •͈ᴗ•͈✿ฺ)👍👍

새파랑 2021-11-15 11:45   좋아요 2 | URL
역시 역사 철학 전문가 미미님 👍👍 밀린 글을 몰아서 쓴거였어요 ^^
미미님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coolcat329 2021-11-15 14: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희곡읽기를 게을리 했다...이 부분에서 헉! 했습니다.ㅠ
진짜 천수관음이신데요...ㅋ

새파랑 2021-11-15 16:28   좋아요 0 | URL
정말 희곡에 약간 관심이 줄어들어서요 😅 천수관음처럼 양손에 책을 들고 열심히 읽겠습니다~!!

희선 2021-11-16 0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시시피 씨 무섭네요 자기 아내를 죽이고 자기 남편을 죽인 사람과 결혼하자고 하다니... 그렇게 하는 결혼이 좋을지, 별로 안 좋을 것 같은데... 아나스타샤 힘들었겠습니다 남편을 죽이기는 했지만, 안됐다는 생각도 듭니다


희선

새파랑 2021-11-16 08:00   좋아요 2 | URL
그런데 읽다보면 아나스타샤가 더 무서워요 😅 희곡의 반전? 재미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