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페크의 세편의 희곡이 담겨져 있는 작품. 도대체 이런 작품을 쓰는 작가의 머릿속은 어떨까?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존재에 대한 작가의 사상은 놀랍기만 하다.

비겁한 놈, 넘어진 사람 목을 조르다니! 놔, 한순간만- 달란 말이야. 살게 해줘! 살게 해달라고! 꺼져 버려! 할 말이 너무나 많단 말이야!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이제는 안단 말이야!


(삶의 의미를 깨달았지만, 너무 늦게 깨달았다...) - P100

2. 마크로풀로스의 비밀

영원한 게 어디 있나. 헛되고 헛되지. 흙에서 온 자 흙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대들은 대체 언제까지 프랑스의 왕들 때문에 버릇만 나빠진 기사들이며 세습 여주들을 참아 주며 살 생각이지? 자신들의 특권에 대해 자연이 아니라 폭압에 감사해야 할 인간들은 누구인가? 우리의 땅, 우리의 법, 우리의 권리를 소유한 사람들은 대체 누구인가?
- P106

그래요, 기적이죠. 그러나 기적에는 어김없이 해명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안 그러면 삶은 견딜 수가 없을거예요. 당신은 누구입니가? 어째서 오신거죠?
- P129

만인에게, 전 인류에게 주어야 합니다. 모두가 똑같이 생명을 누릴 권리가 있단 말입니다! 하느님, 우리 삶은 너무 짧아요! 인간으로 지낼 시간이 이토록 짧다니!
- P213

만물의 영장, 전능 좋아하고 앉아 있네! 대부분의 인간사는 오로지 무지 덕분에 견딜 수 있다는 걸 당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소
- P215

아무도 3백 년 동안 사랑할 수는 없어. 아니, 희망할 수도 글을 쓸 수도, 노래할 수도 없어. 3백 년 동안 눈을 똑바로 뜨고 살 수는 없는 거야. 견딜 수가 없으니까. 모든게 차갑고 무감각해져. 선에도 무감하고, 악에도 무감하고. 천국에도, 이승에도 무감해져. 그러다 보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되지. 아무것도. 죄도, 고통도, 심지어 대지도, 아무것도. 오로지 의미를 지는 무언가만 존재하는 법이야.
- P225

3. 하얀 역병

천벌, 천벌! 무슨 죄로! 말을 해보라고! 난 살아 보지도 못했어. 가난밖에 아는 게 없다고. 무슨 신이 이미 벌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또 벌하느냔 말이야!
- P233

유행병 말입니다. 통제 불가로 확산되어 결국 세계 인구 전체를 감염시키고야 마는 질병이지요. 대단히 흥미로운 신종 질병이 거의 매해 중국에서 새로 등장하고 있단 말입니다. 다 가난 때문이지요.
- P238

아빠! 우리가 사회에서 일을 시작하기 어렵다는 애기일 뿐이에요. 일자리도 없고 말이죠. 우리도 인생을 살고 가정을 꾸리려면 뭔가 희생이 필요하다는 거죠...
- P253

"우리 총사령관을 중상하고 있다!", "가로등에 목매달아!", "쏴버려" 등의 고함소리,. 폭력적이고 시끄러운 소요 속에 군중이 갈렌을 에워싸고 포위를 좁힌다. 잠시 후 군중이 흩어지자 왕진 가방을 꼭 움켜쥔 채 땅바닥에 쓰려져 있는 갈렌의 모습이 드러난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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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9-06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곤충은 변신하거나 날아가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새파랑님, 좋은 하루 되세요.^^

새파랑 2021-09-06 22:54   좋아요 1 | URL
변신은 안하는데 곤충들이 좀 많이 나오긴 해요. 그런데 다 귀엽답니다 ^^

페크pek0501 2021-09-07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사하신 것, 꼼꼼히 다 읽으면서, 저도 열공하려고 불끈, 다짐하게 되네요.
희곡이나 디브이 드라마 극본이나 대단하단 생각을 저도 합니다. 인물마다 그 캐릭터에 알맞는 대사를 각각 주다니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

새파랑 2021-09-07 12:08   좋아요 1 | URL
이 책은 정말 놀랍더라구요. 제가 읽은 희곡 중에 탑인거 같아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에서 흉측한 모습의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열린 책들 35주년 세트 읽기 여덟번째로 읽은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시골의사> 였다.

1.  변신

워낙 유명한 <변신>의 경우 너무 유명해서 책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줄거리는 대략적으로는 알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는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이었다. 직장에서 치이고 가정에서도 대우받지 못하는 가장의 비극을 풍자적으로 다룬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 재독을 해보니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느꼈다. 이번에 읽었을 때는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르"와 그의 여동생 "그레테"의 심리변화에 집중하여 책을 읽었고, 읽다보니 사람의 마음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가 너무 잘 나타나 있었다.

여동생 "그레테"는 "그레고르"가 갑충으로 변한 직후부터 부모님과는 달리 그를 어느 정도 오빠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며 그가 갇혀 있는 방에 방문하여 그의 상태를 확인한다. 오직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말이다. 하지만 동생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되고, 점점 생활이 궁핍해 갈수록 오빠에 대한 연민이 의심으로 바뀌어 간다.

[아버지, 어머니!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안되겠어요.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전 깨달았어요. 저런 괴물을 오빠의 이름으로 부를 순 없어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저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뿐이에요. 우리는 그동안 저것을 돌보고 참아 내기 위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 봤어요. 우리를 조금이라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P.93


하지만 누구보다 답답할 사람은 갑충으로 변한 남자 "그레고르 잠자"일 것이다. 어느날 깨어나고니 자신이 갑충으로 변해 있다면 얼마나 놀라겠는가? 하지만 그는 자신의 비참한 변신에도 불구하고 직장과 가족을 오히려 더 걱정한다. 누구하나 그의 흉칙한 모습 때문에 접근하기를 꺼려하는데도 말이다. 초반에는 오히려 그의 인간적인 감정이 남아있을 때라고 하겠다.

하지만 그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관심이 없고, 자신을 방치하는 가족들에게 서운함을 느끼게 되고, 점점 인간적인 감정에서 본능적인(동물적인) 감정으로 변하게 된다. 결국 이성적인 생각이 마비된 "그레고르"는 가족과 하숙인들이 모인 거실로 기어나오게 되며 모두에게 충격을 다시한번 안겨준다.

결국 다음날 "그레고르"는 자신의 아버지가 던진 사과가 등에 박혀 썩은 상태로 방치되어 죽게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가족은 그가 죽은 직후부터 행복을 찾게 된다.

동생 "그레테"의 말처럼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르"는 모두에게 좋은 기억이라도 남아 있을때 그곳을 떠났어야 했던 걸까? 고생만 하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그레고르 잠자"는 행복할 수도 없고, 추억도 남길수 없는 비극적인 인간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저게 어떻게 오빠일 수 있겠어요? 저게 오빠라면 인간이 자기 같은 짐승과 같이 살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 진작 제 발로 나갔을 거예요. 그랬다면 우리 곁에 오빠는 없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계속 오빠에 대한 추억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을 텐데요.]  P.95


2. 시골의사

하지만 이번 <변신> 단편집을 읽으면서 나에게 가장 큰 혼란을 준 작품은 바로 <시골의사> 였다. 도대체 이책의 내용과 인물들이 뭘 의미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었으며, 페이지도 13쪽의 초단편이어서 네번은 읽은 것 같다.

시골의사와 소년환자의 관계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해설을 보면 시골의사와 소년환자는 동일인이라고 쓰여 있던데, 나도 그렇게 느끼긴 했었다. 일단 책을 읽다 보면 소년환자 옆에 시골의사가 눕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고, 환자들과 의사가 함께 누워 있다는 합창곡이 흘러나오기도 하는 것을 보면 동일인이 맞는 것 같다.

[전 선생님을 별로 믿지 않아요.. 선생님은 두 발로 걸어서 온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내동댕이쳐진 것일 뿐입니다. 선생님은 사람을 도울 생각은 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저의 자리를 비좁게 만들고 있어요, 전 선생님의 두 눈을 후벼 파고 싶은 심정입니다.]  P.119


그렇다면 초반에 등장하는 마부와 하녀 로자, 그의 후임자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중간에 나오는 목소리는 신의 목소리 인가?

이런 의문을 해석하기에는 단편의 분량이 너무 짧아서 지식이 부족한 나에게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다. 그냥 뭔가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라는 느낌만이 강하게 든다. 

<시골의사>는 아마 시골의사로 근무하던 주인공이 병이 들거나 또는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 사고를 당하여 혼수상태로 누워 있으면서, 과거 자신이 진료했던 환자들을 떠올리며 점점 죽어가고 있는 자신과 동일시 하는 환상의 이야기인건가? 라는 추측을 해보왔다. (완전 주관적인 생각임..) 누군가 <시골의사>에 대한 해석을 해줬으면 좋겠다. 정답은 없겠지만...

이로써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20권 중 8권을 완독하였다. 오랜만에 읽은 <변신>은 아주 재미있었다. 역시 고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 : 8권

MIDNIGHT(5권) : 도둑맞은 편지, 죽은 사람들, 비겟덩어리, 이방인, 변신
NOON(3권) : 노인과 바다, 행복한 왕자, 토니오 크뢰거

MIDNIGHT이 좀 더 내 취향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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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9-06 12: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으으 정말 갑충으로 변하다니 너무 끔찍해요. 옛날 처음 읽었을 때부터 그레고리 불쌍해서 ㅜㅜ
미드나잇 쪽이 더 취향이시군요 ㅎㅎ 저도 어서 세번째 읽어야할텐데🙄

새파랑 2021-09-06 13:04   좋아요 4 | URL
갑충 모습을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더라구요. 아마 다시 읽으셔도 불쌍한 느낌이 드실거 같아요 ㅜㅜ 전 어두침침 해서 미드나잇 취향~~!!

페넬로페 2021-09-06 12: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변신 처음 읽었을때의 충격이 지금도 생각나네요. 그 뒤에 여러 의미들을 첨가해 다시 읽으니 더 으스스하고요.
그래도 우리는 가족간의 정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지금 점점 더 삭막해지는것 같아요^^
새파랑님, 역시 열심히 달리시네요 ㅎㅎ

새파랑 2021-09-06 13:06   좋아요 5 | URL
어제는 계속 밖에 있어서 이 책 한권만 들고 나가 읽었어요 ^^; 주말에 독서를 너무 조금해서 아쉬워요 ㅜㅜ

오후즈음 2021-09-06 13: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드뎌 첫번째 책을 읽고있어요. 드라마 인간실격을 해서 같은 제목부터 시작하려고요. 책이 얇고 좋은데 책 폭이 너무 좁아서 ㅜㅜ 편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새파랑 2021-09-06 13:07   좋아요 4 | URL
첫번째 읽으시다니 너무 부럽네요 ㅋ 이 책은 문고본 같아서 집에서 읽기 보다는 휴대해서 읽는게 좋더라구요. 편집이 마음에 안들더라도 표지는 최고인거 같아요 😄

청아 2021-09-06 13: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처음 구매했을땐 이미 읽은 작품은 어찌해야하나 고민했는데 저도 다시 읽는 재미를 얻고나니 다른(재독)작품들도 기대됩니다. 변신은 다 읽고 <시골의사>는 실눈으로 봤어요ㅋㅋㅋ😉

새파랑 2021-09-06 14:06   좋아요 5 | URL
좋은 작품은 다시 읽으면 더 좋은것 같더라구요. <시골의사>는 해석을 좀 찾아보고 싶었는데 별로 자료가 없더라구요 ㅜㅜ 미미님이 읽으시고 해석좀 해주세요 😆

페넬로페 2021-09-06 19:57   좋아요 4 | URL
홍진호교수의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 책에 카프카의 ‘변신‘과 ‘시골의사‘에 대한 설명이 잘되어 있어요, 환상문학에 대해서도요^^

새파랑 2021-09-06 20:18   좋아요 4 | URL
역시 페넬로페님 👍찾아 봐야겠어요~!!

mini74 2021-09-06 18: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골의사는 ㅠㅠㅠ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ㅎㅎ 저는 아는 아이가 그래고리의 잘못도 있지 않냐고 해서 너무 놀랐던 적이. ㅠㅠ 도대체? 무슨 잘못? 벌레로 될 줄 모르고 푹 잔 죄?

새파랑 2021-09-06 18:36   좋아요 6 | URL
미니님이 모르면 우리나라에 아는 사람 없는거 아닌가요? 🤔 잘못은 갑충으로 변신한 죄? 코끼리였더라도 그렇게 박해당했을까 싶어요 ㅜㅜ

붕붕툐툐 2021-09-06 20: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변신은 정말 충격적인 작품이죠. 저도 재독한 거 같아요~(왠지 뿌듯?ㅎㅎ)
시골의사는 초면인데 읽어보고 싶네요! 4번이나 읽으셨다니 새파랑님의 알아가고자 하는 학구열이 최고이십니다~👍

새파랑 2021-09-06 21:47   좋아요 4 | URL
역시 툐툐님도 재독한 <변신>은 대단한 작품인거 같아요. 학구열보다는 이해를 못해서😅

그레이스 2021-09-06 22: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레고르가 잠에서 깨어 그다지 놀라지 않는것에 주목했어요. 벌레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안에 숨거나, 자신을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 하구요.
우울증이나 분열증의 성격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무력한 모습,

새파랑 2021-09-06 22:51   좋아요 4 | URL
너무 무덤덤하게 갑충을 받아들이는 그레고르 잠자라니 ㅋ 역시 쉽지 않은 작품같아요 😅

scott 2021-09-06 22: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이 작품속 주인공 그레고리 잠자 오마주한 단편 좋아합니다 ^^

새파랑 2021-09-06 22:53   좋아요 3 | URL
여자없는 남자들에 있는 단편이었던가요? ㅋ 왠지 역변한 잠자 였던거 같아요 ㅎㅎ 여자없는 남자들 단편들 다 좋은거 같아요. 꺼내서 다시 읽어봐야 겠어요~!!

희선 2021-09-07 02: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카프카 소설은 한권도 못 봤네요 <변신> 이야기는 자주 들은 듯합니다 벌레가 됐다고 한 소설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거 들었을 때 바퀴벌레가 생각났는지 모르겠어요 갑충은 컸을까요 갑충이 되고 죽은 그레고르 안됐습니다 자신이 일하고 집안 식구를 먹여 살렸는데... 카프카 소설은 거의 다 어려울 듯합니다 카프카는 낮에는 일하고 집에 가서 글을 썼는데, 집안이 시끄러워서 글쓰기 힘들기도 했답니다 그래도 글을 쓸 곳을 얻었는데... 그렇게 오래 살지는 못했네요


희선

새파랑 2021-09-07 07:10   좋아요 6 | URL
책에 갑충이라고 나와요 ㅋ 어딘가에서 사진을 봤는데 좀 큰 갑충? 사과가 등에 박힐 정도니 어느정도 컸겠죠? 카프카 본인을 투영한것 같기도 하네요. 장편을 세편밖에 남기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천재는 항상 그렇게 빨리 가네요 ㅜㅜ

막시무스 2021-09-07 22:4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런 리뷰를 쓰시려면 읽는것도 쉽지 않으실텐데 새파랑님의 독서량과 글쓰기는 정말 놀랍습니다! 카프카는 넘나 어렵고 황당함을 넘는 뭔가 휑함같은게 있는것 같았는데 잘 모르겠네요! 블랙홀 같아요!ㅎ 남은 12봉우리도 즐겁게 넘으시길요!

새파랑 2021-09-08 05:34   좋아요 4 | URL
이책은 리뷰 쓰기가 어렵더라구요. 일단 제가 이해를 절반도 못한 느낌이 들어서 ㅋ 허접한 글을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세트도 꾸준히 읽겠습니다 ^^

coolcat329 2021-09-08 17: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골의사! 저도 제일 어려웠어요. ㅎㅎ
저는 창비세계문학에서 나온 단편집으로 읽었는데 거기 작품해설 상세히 나와있어요.

막시무스 2021-09-08 17:16   좋아요 3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요즘 왠지 카프카 단편 읽어 보고싶었어요!ㅎ

새파랑 2021-09-08 17:21   좋아요 2 | URL
창비에도 나왔군요. 사기는 그렇고 서점가서 몰래 읽어봐야 겠어요 ^^
 

다시 읽은 변신은 읽을 때마다 놀랍고, 디시 읽은 시골의사는 더 놀랍다.




<변신>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에서 흉측한 모습의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아침부터 충격...) - P9

그레고르한테 가게 해줘요.개는 불쌍한 내 아들이란 말이에요! 내가 걔한테 가겠다는 걸 왜 이해하지 못하는 거에요?
- P58

그때 바로 그의 곁을 휙 하고 가볍게 던진 무슨 물체가 떨어지더니 그의 앞으로 떼구루루 굴러왔다. 그건 사과였다. 곧이어 두 번째 사과가 그를 향해 날아왔다. 그레고르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섰다. 계속 달아나 봐야 아무 소용없는 짓이었다. 아버지는 사과로 그에게 폭탄 세례를 퍼붓기로 작심한 모양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찬장 위의 과일 접시에서 사과를 몇 개 꺼내 주무니에 가득 채운 다음, 제대로 겨냥하지도 않고 사과들을 하나씩 던져 댔다. 조그만 빨간 사과들은 마치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듯 이리저리 나둥굴며 서로 맞부딪쳤다. 약하게 날아온 사과 하나가 그레고르의 등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지만, 상처를 입히지 않고 미끄러지며 굴러떨어졌다. 반면에 뒤로 날아온 사과는 그레고르의 등에 정통으로 박히고 말았다. - P72

그래서 그는 거실에서는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어두운 자기 방에 누워, 환하게 불이 켜진 식탁에 둘러앉은 온 가족의 모습을 시켜볼 수 있었고, 그들이 오순도순 나누는 이야기를, 어느 정도는 모두의 허락을 받고, 그러니까 전과는 아주 딴판으로 들울 수 있게 되었다. - P74

아버지, 어머니!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안되겠어요.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전 깨달았어요. 저런 괴물을 오빠의 이름으로 부를 순 없어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저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뿐이에요. 우리는 그동안 저것을 돌보고 참아 내기 위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 봤어요. 우리를 조금이라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 P91

하지만 저게 어떻게 오빠일 수 있겠어요? 저게 오빠라면 인간이 자기 같은 짐승과 같이 살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 진작 제 발로 나갔을 거예요. 그랬다면 우리 곁에 오빠는 없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계속 오빠에 대한 추억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을 텐데요.
- P93

이리 좀 와 보세요! 그것이 뒈졌어요. 저기 누워서 완전히 뒈졌어요!
- P97

<시골의사>

나지막한 칸막이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사내 한 명이 푸른 눈을 반짝이며 얼굴을 드러냈다. "마차를 대령할까요?" 네 발로 기어 나오며 그가 물었다.
(네발???) - P108

이런 경우엔 신들이 도와주시는구나. 말이 없으니까 말을 보내 주시고, 그것도 급하다고 한 마리 더 끼워 주셨어. 거기에다가 덤으로 마부까지 보내 주시다니!
(과연 신들이 도와주신 걸까? 환상인 걸까?) - P111

전 선생님을 별로 믿지 않아요.. 선생님은 두 발로 걸어서 온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내동댕이쳐진 것일 뿐입니다. 선생님은 사람을 도울 생각은 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저의 자리를 비좁게 만들고 있어요, 전 선생님의 두 눈을 후벼 파고 싶은 심정입니다.
- P117

속은 거야, 속은 거야! 잘못 울린 야간 비상벨 소리에 덜컥 응했다가..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지고 만 것이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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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극장, 마크로풀로스의 비밀, 하얀 역병 등 세편의 희곡으로 구성된 작품. 일단 곤충극장 읽기 끝. 재미있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아아! 모르겠소? 자연의 법칙이 그래요. 사랑의 영원한 포옹이지. 영원한 투쟁. 영원하고 또 영원한 교미. - P11

아, 남자들이란 어찌나 냉소적인지! 자기네 쾌락만을 위해서 산다니까 단물을 다 빨아먹고 나서는 <이제 질렸어> 라고 말하지. 여자로 태어나다니 참으로 끔찍한 일이지 뭐야! - P16

시인에게 꿈은 현실이야. 나는 모든 여자들을 알지만 단 한 여자도 알지 못해. - P21

펠릭스 : 아냐 이리스, 펠릭스가 된다는 건 위험한 일이야. 기다리고 갈망하고 욕망한다는 뜻이니까.

이리스 : 아냐 펠릭스, 만물을 욕망한다는 뜻이지!

펠릭스 : 그렇지만 만물을 욕망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이 있어

이리스 : 그게 뭔데??

펠릭스 : 불가능을 욕망하는 거지.

(불가능을 욕망한다는 거란...) - P22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딛고 선 평범한 사람들 말이야. 분수에 맞는 야망을 갖고 오래갈 행복을 건설한다고. 비록 그 토대가 똥이라 해도 말이지. 쾌락은 한순간 이지만 똥 냄새는 영원해. 사랑은 자기만을 위한 거지만 건설은 뭔가 더 큰 명분을 위한 거잖아. 그러니 탐욕스러우면 좀 어때. - P47

너는 뭐냐? 우주의 정복자? 네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해? 네놈의 명성이 딛고선 저 시체 더미가 너무 작은거 아니냐?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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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05 0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말 독서는 차펙의 희곡!

새파랑님 희곡 매니아 👍등!

새파랑 2021-09-05 08:51   좋아요 2 | URL
이제 가지고 있는 희곡 책이 얼마남지 않아서 곧 구매해야 할거 같아요 😆

레삭매냐 2021-09-05 0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곡 킬러 인정합니다.

새파랑 2021-09-05 08:52   좋아요 2 | URL
독서 킬러 레삭매냐님이 인정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1-09-05 1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발이 많고 날아다니는 것들은 무서운데....
곤충이라는 제목에서 심리적인 어려움을 느낍니다.
(농담입니다.^^)
희곡을 많이 읽지 않아서인지, 잘 모르는 작가와 작품이예요.
새파랑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09-05 21:4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곤충을 싫어하시는군요? 저 오늘은 카프카의 <변신> 재독했는데 거기에도 곤충 나와요 😅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셔요~!!

서니데이 2021-09-05 21:45   좋아요 2 | URL
싫어하는 게 아니고 무서워합니다. 카프카 변신하면 커다란 바 선생 되는... 너무하십니다.^^

scott 2021-09-06 00:28   좋아요 2 | URL
카프카 변신에서 벌레로 변한 모습 묘사 서니데이님에 비추 합니다
전 중딩때 읽고 충격을 ㅎㅎㅎ

새파랑 2021-09-06 07:54   좋아요 1 | URL
😅 무서워하시면 저도 비추 입니다. 그런데 <곤충극장>은 재미있게 그려져서 전혀 거부감이 없으실거예요^^

초딩 2021-09-05 2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인에게 꿈은 현실이요.
너무 멋지네요.
그래서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시인은 몽환적이지만, 그에게는 그게 현실이겠군요.
그렇다면 시인이 보기에 일반 사람들은 한 차원 더 아래로 환원될 것 같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1-09-05 22:59   좋아요 1 | URL
시인이든 작가든 예술가들은 뭔가 한차원 위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ㅋ 제가 읽은 <곤충극장>의 경우 <동물농장>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

초딩 2021-09-05 23:32   좋아요 1 | URL
앗 동물농장과 비슷하다 하시니 담습니다 ㅎㅎㅎ 좋은 밤 되세요~
 

[가장 많이 사랑하는 자는 패배자이므로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다.]


일반인과 예술가의 경계라는게 있을까? 예술가는 일반인과 다른 무언가가 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일반인과 예술가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의 저자 ˝토마스 만˝은 독일 작가로, 나는 그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의 작품을 읽어보기는 처음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서 주인공인 ˝와타나베˝가 계속 들고다니던 <마의 산>의 작가인 ˝토마스 만˝,  나는 하루키를 좋아해서 그의 책에서 언급되는 작품들을 찾아 읽거나 음악을 찾아 듣는데, <마의 산>은 그렇게 하질 못했다. 그 이유는 일단 제목이 ‘마의 산‘ 이라고 하니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고, 실제로도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라니, 딱 느껴지기에도 어렵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에 <열린책들 35주년 세트>에 이 작품이 포함되어 있고, 페넬로페님의 리뷰가 인상적이어서 읽게 되었다. 과연 마의 읽기가 될 것인가? 재미있는 읽기가 될 것인가?

결론은 이 작품은 그렇게 어렵지 않고, 상당히 재미있었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내가 예술가는 아니지만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졌고, 그가 가졌을 경계인의로서의 고민에 공감했다.

이성적 기질이 강한 북방계 출신 아버지와 감성적 기질이 강한 남방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토니오 크뢰거˝는 어머니 쪽의 특성이 강해 예술가적 기질이 다분하지만 현실적인 것에 대해서도 동경을 하는, 예술과 현실의 경계에 서있는 남자다.

그의 삶에서 만난 중요한 인물은 세명이었다. 일반인인 ˝한스 한젠(남)˝과 ˝잉에 흘름(여)˝, 그리고 예술가인 ˝리자베타(여)˝다.

1. 한스 한젠
˝토니오˝가 14살 때 만난 ˝한스 한젠˝, ˝토니오˝는 ˝한스˝를 사랑했다. 그가 느낀 감정은 동경에 가까웠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지만 시를 쓰고 책을 좋아하며 활동적이기 보다는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토니오˝는 자신의 성향과는 정반대인 ˝한스˝와 같은 삶을 살고 싶어했다. 하지만 자신의 성향상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있는 ˝토니오˝는 ˝한스˝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좋아하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공감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일반인인 ˝한스˝는 ˝토니오˝의 바람대로 응해주지 않는다. ˝토니오˝는 결국 좌절하고, 그와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동경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너처럼 그렇게 푸른 눈을 지니고 온 세상 사람들과 그토록 정상적이고 행복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16


2.  잉에 흘름
˝토니오˝가 16살 때 만난 ˝잉에 흘름˝, 그녀는 그가 이성에 대해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한스˝ 처럼 일반인이었다. ˝토니오˝가 가진 예술가적 기질에 대해 무관심 했으며, 오직 세속적이고 즐거운 일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하지만 한번 마음에 두게 되면 멈출 수 없는 사랑의 감정 때문에, ˝토니오˝는 그녀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잊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첫사랑으로 마음에 담아둔다.

[사랑이 그에게 많은 고통과 번민과 굴욕을 안겨다 주고, 그것 말고도 마음의 평화를 깨뜨려 가슴을 온갖 멜로디로 가득 채울 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을 원만하게 처리하고, 차분한 가운데 무언가 완전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마음의 안정을 얻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사랑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마음을 전적으로 거기에 내맡겼으며, 전심전력을 다해 그것을 가꾸어 나갔다. 그는 사랑이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생기가 넘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차분한 가운데 무언가 완전한 것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는 풍요롭고 생기에 넘치는 것을 동경했기 때문이었다.]   p.27


3. 리자베타 이바노브나

이탈리아(남방계, 그의 어머니의 고향으로 예술가를 상징)에서 작가로 성공한 이후 뮌헨에서 만난 화가 ˝리자베타˝는 앞의 두명과는 다른 ‘예술인‘이었다. 그녀는 ˝토니오˝와 온갖 말을 나누는 여자친구로, 일반인과 예술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토니오˝의 고민을 들어준다. 자신의 예술가적 기질을 저주라고 느끼고, 일반인의 삶을 동경하는 ˝토니오˝에게 ‘길을 잃고 헤매는 시민‘ 이라고 말해준다.

[삶은 정신과 예술에 대한 영원한 반대 개념입니다. 삶은 완전한 위대함과 야만적인 아름다움의 환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과 같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평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렇습니다, 정상적이고 예의 바르며 사랑스러운 것이 우리가 동경하는 영역입니다. 그러한 것들이야말로 유혹하고 싶을 정도로 진부한 삶입니다.]   P.63



이처럼 일반인과 예술인 사이에서 갈등하던 ˝토니오˝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그가 태어나고 자란 덴마크(북방계, 그의 아버지의 고향으로 일반인을 상징) 인근으로 여행을 떠게 된다. 그는 그가 태어난 곳을 방문하게 되나, 그곳에서 범법자로 오인받아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그는 일반인으로써 살아갈 수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여행을 하면서 그는 스웨덴의 한 해안에서 머물게 되고, 그곳에서 어린시절 그가 짝사랑했던 ˝한스˝와 ˝잉에˝를 만나게 된다. 운명의 장난처럼 그 둘은 연인사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옛 추억을 고통스럽게 떠올리며 뒤로 물러나게 된다.

[내가 너희들을 잊은 적이 있었던가? 그는 물어보았다. 아니, 한번도 없었어! 한스, 너도, 금발의잉에, 너도 결코 잊은 적이 없었어! 그래, 내가 작품을 쓴 것은 바로 너희들 때문이었지. 그리고 박수갈채를 받을 때면 몰래 주위를 둘러보면서 너희들이 있는지 살펴보았지.]  P.114


다시한번 어린 시절의 외로운 감정을 떠올린 그는 인생을 다시 한번 시작하고 싶다는, 행복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잉에˝를 아내로 삼고 ˝한스˝를 아들로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예술가인 그는 이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인식의 저주와 창작의 고통이 주는 저주에서 벗어나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사랑하고 찬미하고 싶구나...다시 한번 시작한다고? 하지만 그래 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어차피 다시 이렇게 되고 말 것이고, 모든 것이 다시 지금까지와 똑같이 되고 말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잘못된 길을 걷는 까닭은 이들에겐 올바른 길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야]  P.116


결국 ˝토니오˝는 자신이 사랑했던 두사람에게 말도 하지 못하고 혼자 숙소로 복귀하게 되며, 회한과 향수에 젖어 흐느껴 운다. 그리고 그는 깨닫게 된다. 자신은 일반인을 동경하는 예술인의 인생을 살아게게 될 것이라는 것을.


사람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한쪽으로 치우친 경향을 보일 수 밖에 없다. ‘내성적-외형적‘ 이라든지, 이 책에서처럼 ‘일반인-예술가‘ 라든지 말이다. 그런데 자신의 경향과 반대되는 것을 동경하지만 그 경향을 바꿀 수 없을 때에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해 괴로움을 느껴야 하고, 어느 편에도 속하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걸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사람은 모두 특정 부분에 있어서는 경계인의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토니오 크뢰거˝ 처럼 두 세계의 경계 위에서 앞으로 나아가면 되기 때문이다.


PS. 1. <젊은 예술가의 초상>도 그렇고, <토니오 크뢰거>도 그렇고 ˝일반인˝과 달리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상당히 외롭고 쓸쓸한 길인 것 같다.


PS. 2.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20권 중 이제 7권 읽었다. 이제 13권 남았다. 다음 번에는 뭘 읽을지 벌써부터 행복한 고민이 든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
MIDNIGHT(4권) : 도둑맞은 편지, 죽은 사람들, 비겟덩어리, 이방인
NOON(3권) : 노인과 바다, 행복한 왕자, 토니오 크뢰거


PS. 3 어느 덧 9월이 오고 이제 여름이 끝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여름 노래 한곡 소개

김동률 <여름의 끝자락>
https://youtu.be/YVB8vL7rBjY

느릿느릿 읽던 책 한 권 베고서 스르르 잠든다
내가 찾아간 그곳은 꿈에서만 볼 수 있는
아침이면 까마득히 다 잊혀질 아득히 먼 그곳

홀로 걷고 있는 이 길 어제처럼 선명한데
이 길 끝에 나를 기다릴 누군가 마음이 급하다
라라라라 읊조리면 어느샌가 겹쳐진 낯익은 노래
그 순간 눈은 떠지고 바람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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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04 19: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

새파랑 2021-09-04 19:31   좋아요 5 | URL
저도 오늘 1등 재도전~!!

scott 2021-09-04 20:34   좋아요 4 | URL
토마스만의 단편이 좀 묵직하죠
전 어릿광대를 가장 좋아 합니다
와타나베는 [마의 산]을 읽고
새파랑님은 동률 킴의 음악을 듣는 ㅎㅎㅎ


담번 열책 미니북 ! 프란츠 카프카 읽으신다에 한표!🖐

새파랑 2021-09-04 20:37   좋아요 4 | URL
다음은 <변신> 확정인가요? 😅 이 책 완전 묵직묵직 하던데 <마의 산>은 도대처 어떻길래 ㅎㅎ

청아 2021-09-04 20: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발췌문이 조금 고차원적이고 쓸쓸한 느낌이 드네요? 저도 요즘 페넬로페님 읽으신 책들에 자꾸 손이갑니당~♡ 김동률 노래 저에겐 생소한 곡인데 가사도 노래도 영상도 너무 좋네요😉

새파랑 2021-09-04 20:35   좋아요 5 | URL
최근에 읽은 책들이 다 쓸쓸하고 고차원(?) 적인거 같아요 ㅡㅡ 좀 밝은 분위기로 바꿔봐야 겠습니다~!! 김동률 이 노래 그나마 최신(?)이에요 😆

페넬로페 2021-09-04 20:39   좋아요 5 | URL
저는 새파랑님과 미미님 읽으신 책들 사놓고 또 도서관에서 빌려왔어요 ㅎㅎ

새파랑 2021-09-04 20:42   좋아요 6 | URL
전 아직 포장 안뜯은 택배가 2상자 있어요 ㅜㅜ 저도 내일은 도서관 가봐야 겠어요~!!

페넬로페 2021-09-04 20: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여름의 끝자락에 딱 어울리는 새파랑님의 글입니다. 이 책 읽으며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토니오 크뢰거와 저 사람들은 끝까지 어울릴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 역시도 경계인의 기질이 조금 있고요^^
외롭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도록 응원하고 싶어요**

새파랑 2021-09-04 20:44   좋아요 6 | URL
페넬로페님의 경계인 기질을 응원하겠습니다~!!
이 책 읽고 ˝토마스 만˝의 다른 책들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이젠 여름은 가고 가을이니 다음번에는 가을 노래로 🎵

초딩 2021-09-04 21: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일단 얼마전에 들었는데 예술인 등록되면 대출이 더 많이 된데요…
세속적인 댓글이었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1-09-04 21:27   좋아요 5 | URL
대출은 현실~!! 현실이 더 중요하죠 😅

붕붕툐툐 2021-09-04 22:14   좋아요 5 | URL
악!!! 세속적 댓글!!!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9-04 22: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새파랑님 쭉쭉 잘 읽고 계시네용~ 토마스 만은 저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의외로 잘 읽힌다니 저도 곧 <마의 산>과 단편집에 도전해 봐야겠어요~👍

새파랑 2021-09-04 22:23   좋아요 5 | URL
<마의 산>은 마의 책읽기라고 하던데 😅 <토니오 크뢰거>는 좋았어요. 나는 누구인가? 를 고민하게 하는~ 데미안이랑 비슷한 느낌이 들어요 ^^

희선 2021-09-05 0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토마스 만이 쓴 <토니오 크뢰거> 읽었다는 것만 기억합니다 새파랑 님 글을 보니 여기 나오는 토니오가 토마스 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토마스 만 하나도 모르면서 이런 말을... 새파랑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1-09-05 08:49   좋아요 2 | URL
저도 토마스 만에 대해 잘 모르지만 책을 읽으면 그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확 들었어요. 느낌적인 느낌?😅

레삭매냐 2021-09-05 0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꾸준하게 열린책들 버전
읽으시는 모습이 참으로
대답하십니다 :> 짱 !!!

새파랑 2021-09-05 08:50   좋아요 2 | URL
이 세트 얇아서 독서 슬럼프 해소에 최고인거 같아요 😆

막시무스 2021-09-05 1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마의 산 등산하다가 10분의 1지점쯤에서 좌절하고 쳐다도 안보는 1인인데 왠지 토마스 만에 오르고 싶은 무모함을 뽐부해주시네요!ㅎ 즐건 휴일되십시요!

새파랑 2021-09-05 12:32   좋아요 3 | URL
막시무니님이 좌절하셨다니 도대체 어느 정도의 수준이길래 😅 걱정이군요 ㅎㅎ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han22598 2021-09-05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느릿느릿 읽던 책 한 권 베고서 스르르 잠든다‘ 김동률에게 내 모습을 들켰네요.
시도때도 없이..스르르르...
열린 책들 가열차게 읽고 리뷰 써주시니..왠일인지 제가 다 뿌듯합니다. ㅎㅎ

새파랑 2021-09-05 13:58   좋아요 1 | URL
일단 누워서 책을 읽는다는건 숙면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라 생각합니다 😆 문고본 같아서 나갈때마다 가지고 다녀요 ㅋ 부지런히 읽겠습니다~!

모나리자 2021-09-05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35주년 세트 구입하신건가요? 속도가 워낙 빠르셔서 금세 완독하실 듯합니다.
전 30주년 세트 가지고 있는데 벌써 5년이 지났다니요.
새파랑님 따라 저도 한 권씩 읽어야겠어요.^^

새파랑 2021-09-06 07:25   좋아요 2 | URL
와 30주년세트라니 ~!! 구경시켜주세요 ^^ 인증샷을 기대합니다~!!

왠지 35주년 세트랑 중복되는 작품이 많을거 같아요

mini74 2021-09-05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경계가 고속도로만큼 넓고 곧았음 좋겠어요 ㅎㅎ 김동률 노래는 언제나 좋아요 *^^*

새파랑 2021-09-06 07:28   좋아요 2 | URL
미니님 글과 댓글도 언제나 좋은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