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가보신 적이 없으시다면, 이 책을 통해 간접체험이 가능합니다˝

<죽음의 집의 기록>은 도선생님이 시베리아 감옥에서의 경험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쓴 책이다.

도선생님은 어떤 모임에서 러시아 정교회와 정부를 비방하는 내용을 낭독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구형받았다. 그러나 러시아 황제 니꼴라이 1세는 사형 집행 직전에 이를 취소하고, 도선생님은 4년의 시배리아 징역형과 형기이후 시베리아에서 병사로 복무해야 하는 판결을 받았다. 저정도로 사형이라니 너무한거 아닌가란 생각이 듣다. 단순히 위협목적이었겠지만 도선생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시베리아에서의 4년의 감방생활과 5년의 병역근무 후 도선생님은 9년만에 다시 페테르부르그로 돌아오고, 이후 도선생님의 중기 작품 활동이 시작된다.

<죽음의 집의 기록>은 러시아 최초로 감방과 유형생활을 묘사하고 있는 작품으로, 초반 4년간의 감방 생활동안 도선생님이 경험한 내용이 생생하게 담겨져 있다.

주인공인 ˝알렉산드르 빼뜨로비치˝는 귀족 출신으로 아내를 살해한 죄목으로 10년의 유형생활을 하고, 유형생활 후 복귀해서 가정교사로 일을 하다가 갑지기 죽게 된다. 그가 죽고 난 후 ˝나˝는 그가 쓴 감방수기를 입수하게 되고, 이를 독자들에게 공개하는데  그 수기가 바로 이 책 <죽음의 집의 기록> 이다. 어떻게 보면 액자식 구성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도선생님의 경험이 아닌 타인의 경험을 옮겨 적은것 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수기가 아닌 소설이다. 하지만 도선생님의 경험담이란 느낌은 확실히 든다.

이 책은 1인칭 주인공인 ˝알렉산드르˝의 시각에서  바라본 감옥의 풍경, 죄수들의 행동, 간수들의 부조리함, 감옥내에서 이뤄지는 각종 상업적 행위, 태형 집행 등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책은 1부와 2부로 구분되어 있는데 1부는 ˝알렉산드르˝가 감옥에 온 직후부터 1년간의 초기 감방 체험기이며, 2부는 1년이 지난 후 부터 출소 사이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들에 대해 다룬다.

초반에는 거친 범죄자들 사이에서 다소 적응을 못하고 배척당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옥생활에 적응하면서 그들도 같은 인간일 뿐이라는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누가 알고 있겠는가, 마침내 그러한 날을 맞이하여 이렇듯 버려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많은 추억들이 흔들거리고 있는지!] 212페이지



다만  ˝알렉느산드르˝의 경우 귀족이기 때문에 감옥에서 주도적으로 행동할 수 없고 (죄수들 간에도 귀족과 평민이라는 계층의 차이가 존재한다), 주인공의 성격이 괸찰자에 가깝기 때문에 도선생님 특유의 인간에 대한 심리묘사는 다소 제한되게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감방에서의 체험들이 대단히 흥미롭고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어서 오히려 잘 읽힌다. 동물도 키우고, 술도 마시고, 연극도 한다.  그래서 의식을 집중해서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갈 필요 없이 관찰자 입장에서 이벤트들을 즐기면서 읽으면 된다.

도대체 감방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라고 생각되는 일들이 계속 나와서 독자를 웃고 슬프게 만든다. 분명 자유가 없는 삶에 괴로워 하는 개개인이지만, 도선생님은 그들이 처한 상황을 너무 유쾌하게 묘사해서 오히려 비참함이 더 느껴진다.

이 책에서는 과연 형벌이라는게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 형벌이 죄인의 교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건지, 자유를 박탈당한 인간이 어떻게 심리적으로 쫓기는지, 태형을 앞둔 인간이 어떻게 정신적으로 무너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잠이 덜 깬 몽롱한 의식으로 내일도 모레도 자유로워지는 그날까지 몇 년이나 계속되어야 한다는 참기 어려운 상념을 떠올리기도 한다. 도대체 언제쯤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잠에서 깨어나야만 한다]  363페이지



감옥의 존재 목적은 무엇일까? 죄인의 교화? 죄인의 징벌? 추가범죄 예방? 권력의 통제수단?  책을 다 읽고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확실한건 당시 러시아의 감옥은 당시 지배계층의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타인을 때릴 수 있는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사회적 비리의 하나이며, 사회에 내제하는 모든 문명적인 싹과 모든 시도들을 제거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사회 붕괴의 필연적이며 돌이킬 수 없는 완전한 근거인 것이다.] 320페이지



도선생님은 ˝죽음의 집˝ 경험을 통해 그의 십년을 잃어버렸지만, 이를 통해 자유를 박탈당한 삶의 비참함과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깨달은것 같다. 형 집행 이후 도선생님의 명작들이 나오는 걸 보면 오히려 ˝죽음의 집˝ 경험이 도선생님의 큰 전환점이 아니었나 싶다.

[심지어 어떤 때는 이러한 고독을 나에게 보내 준 운명에 감사할 정도였다. 이러한 고독이 없었다면 자신에 대한 어떠한 반성도 지난 생애에 대한 엄격한 비판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 얼마나 많은 희망으로 나의 심장이 두근거렸는지! 이전에 했던 어떠한 실수나 방종도 나의 미래 생활에는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결심하고 다짐했다.] 435페이지



그래도 저런 깨달음의 댓가로 9년의 공백은 너무 큰게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ㅜㅜ


도선생님의 감옥생활을 간접경험할 수 있는 <죽음의 집의 기록>은 내가 읽은 도선생님의 11번재 작품인데, 이제 남은 작품은 7개 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다 읽어야 겠다~!!

남은 작품 목록 :
<영원한 남편>, <악어 외>, <아저씨의 꿈>, <미성년 상, 하>, <빼쩨부르그 연대기 외>,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상처받은 사람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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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6-16 19:1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감옥간접체험 . 자매품으로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 추천합니다 ㅎㅎ
새파랑님의 도선생님 완독하는 그 날까지 ~파이팅하며*^^*

새파랑 2021-06-16 19:35   좋아요 6 | URL
아 감옥체험 또 해야 하나요ㅋ 도선생님 책은 다 샀고 이젠 읽기만 하면 됩니다 ^^

그레이스 2021-06-16 19:2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여기에 쓰셨네요
도선생님 책!^^
도스토예프스키 는 알까요
자기를 부르는 호칭인줄?^^
이 형집행은 죽음과 같았죠
죽었다 다시 살아 새로운 인생을 산것처럼...

새파랑 2021-06-16 19:37   좋아요 6 | URL
그때의 경험이 꼭 나쁜것만은 아니었던것 같아요. 덤으로 산 인생에서 멋진 작품을 남기셨으니~!!

청아 2021-06-16 19:2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시찜!!새파랑님 저는 솔체니친의 <수용소군도>추천드립니다.ㅋㅋㅋㅋㅋ거기에서 도선생님의 이 감방체험을 언급하는데 인간적인 감옥이었던걸로 기억나요ㅋㅋ😆

새파랑 2021-06-16 19:38   좋아요 6 | URL
아 도선생님 감옥은 좀 인간적인거 같아요. 독수리도 키우고 염소도 키워요. 완전 웃기고 슬퍼요 ^^

레삭매냐 2021-06-16 19: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왠지... 도끼샘 감빵 전문가
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새파랑 2021-06-16 19:39   좋아요 7 | URL
체험형 작가인거 같아요 ㅋ 추가해서 노름 전문가, 보드카 전문가 ^^

페넬로페 2021-06-16 20: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간접체험하는 감옥은 좀 살벌하고 어둡고 약간은 재밌기도 하는 곳이잖아요.
(슬기로운 깜빵생활을 너무 많이 봤나? ㅎㅎ)
제가 맞는지 모르는데 어디서 들었거든요. 도선생님을 본래 사형까지는 시키려고 하지 않았는데 더 혼내주려고 차르가 사형집행직전 취소했다고요~~
그런 체험을 한 사람의 트라우마는 무척 강했을것 같아요~~
얼마남지 않은 새파랑님의 도선생님 책읽기를 응원합니다^^

새파랑 2021-06-16 20:34   좋아요 5 | URL
저도 그런 내용을 들은 기억이 나네요. 요즘 도선생님이냐 프루스트냐 갈등 중입니다 ^^

scott 2021-06-16 20:38   좋아요 5 | URL
새파랑님 2021년 마르셀 옹!
도선생 마니아 1위로 응원합니돵!!(๑•᎑<๑)ー☆

새파랑 2021-06-16 20:41   좋아요 5 | URL
마르셀로 부르는게 자연스러운거군요 ^^ 마르셀은 압도적인 분이 계셔서 😌

Falstaff 2021-06-16 20:2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은, <도박꾼들>과 더불어 오페라로도 만들어졌습니다. <도박꾼들>은 프로코피예프가 정말 찬란무비한 오페라로 변신시켰고, 이 작품은 체코의 작곡가 레오슈 야나체크가 자신의 마지막 오페라로 만들었는데요, 공통점이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잘 공연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러시아 언어도 아직 세계화되지는 않았고요, 그래서 노래할 수 있는 성악가가 별로 없고요, 더구나 체코어는 세계에서 가장 발음하기가 어렵다고 하더군요. 미션 임파서블에서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체코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잖아요? 그게 첩보원으로서의 능력을 과시하는 장면이라더랍니다. ㅎㅎㅎ
그냥 할 말은 없고 오페라 작품들은 생각나고 해서 한 마디 하고 갑니다. ㅋㅋㅋㅋ

새파랑 2021-06-16 20:37   좋아요 5 | URL
폴스타프님은 오페라도 잘 아시는군요~!! 오페라는 본적이 없지만 도박꾼이랑 이 작품은 왠지 오페라로 보면 완전 재미있을거 같아요 😃

Falstaff 2021-06-16 21:24   좋아요 5 | URL
프로코피예프의 <도박꾼들>은 도스토옙스키의 원작에 없는 매력적인... 매력? 하여튼 재미난 장면을 삽입해 특히 여성분들한테 아주 상쾌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만, 야나체크의 <죽은 자의 집에서 Form the House of the Dead>는 원작보다 더 좋을 것도 뒤질 것도 없습니다.
혹시, 진짜 혹시 서울에서 프로코피예프의 <도박꾼들> 공연이 있으면 앞뒤 가리지 마시고 꼭 보셔요. 저한테도 언제 어디서 공연하는지 좀 알려주시고요. ㅋㅋㅋ

새파랑 2021-06-16 21:45   좋아요 2 | URL
앗 ㅋ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완전 궁금해지네요^^

scott 2021-06-16 20:41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나보코프의 외삼촌이 도선생이 감방 갔던 시베리아 유형지에 감찰관으로 근무 할때 직접 만났다고 합니다.
나보코프 외삼촌이 다른 죄수들과 달리 너무 너무 온순하고 말투도 지식인스러워서 이런저런 식으로 대화도 하고 가깝게 지냈는데 신문 책 같은것도 건네줬다고,,,
유형지에 나와서 작가가 될 줄 몰랐지만 인생 한 창 꽃피울 나이에 너무나도 큰 일을 겪어서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하네요(나보고프 회고록에서 밝힘)

새파랑 2021-06-16 20:50   좋아요 5 | URL
도선생님이 온순했다는게 상상이 안가네요 ㅋ 젊은시절의 10년을 그렇게 보낸건 너무 안타까운거 같아요 ㅜㅜ

붕붕툐툐 2021-06-16 23: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가 쓴 도선생님 평전 투덜투덜하면서 봤는데 그거 읽고 새파랑님 리뷰 읽으니 감옥 앞뒤에 무슨 일 있었는지까지 다 떠오르네요.(츠바이크님 죄송합니다.)
진짜 새파랑님은 어쩜 이렇게 명작만 골라 이렇게 빨리 읽으시는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새파랑 2021-06-17 00:09   좋아요 2 | URL
츠바이크가 쓴 도선생님 평전 읽어봐야 되는데 ㅋ 찾아봐야 겠어요~!
전 다만 북플에서 좋다고 하는 작품만 따라 읽는중입니다😊

coolcat329 2021-06-17 21:29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도선생님 작품 11개나 읽으셨으니 츠바이크가 쓴 평전 읽으시면 이해가 잘 되실듯요.

새파랑 2021-06-17 21:51   좋아요 0 | URL
츠바이크 평전 주말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희선 2021-06-17 0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징역뿐 아니라 병사로 복무도 했군요 감옥에 갔기 때문에 이런 소설을 썼네요 세르반테스는 감옥에서 《돈 키호테》 썼다고 하더군요 그 책 읽지는 못했지만... 감옥에서 여러 가지 하는군요 감옥도 사람이 사는 곳이어서 그렇다 해야 할지, 그때는 그랬을까 싶기도 합니다 도스토옙스키가 살았을 때는 새파랑 님이 쓰신 것처럼 지배계층이 가진 권력을 지키려고 사람들을 감옥으로 보낸 것 같네요 그런 일은 어느 나라에나 있었겠습니다 지금이라고 아주 없지 않을지도...


희선

새파랑 2021-06-17 07:00   좋아요 3 | URL
9년의 시베리아행은너무 잔인한거 같아요 ㅜㅜ 하긴 생각해보면 러시아만 그렇게 권력을 위해 감옥을 쓴건 아닌듯 하네요.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도 그런거 같기도 하고😑

han22598 2021-06-17 1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리뷰 읽고나면, 읽지도 않고선 왠지 어디가서 도선생님 책 이야기에 끼어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ㅎㅎㅎ 도선생님 작품 이제 거의 2/3에 도달하셨네요! 제가 다 뿌듯합니다. ㅎ 18권 완독하시면 온 알라딘 마을이 축제를 해야할 것 같은

새파랑 2021-06-17 14: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왠지 도움이 된거 같아 뿌듯하네요^^ 다 읽고나서 도선생님에 대한 페이퍼를 한번 써봐야겠어요~!!

coolcat329 2021-06-17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글 저녁에 편한 맘으로 읽었는데,이렇게 도선생님 후기 올려주실때마다 정말 읽고 싶어집니다. 저는 일단 얇은 지하에서의 수기를 읽고 이 책을 읽어보겠습니다. 아! 백야도 있군요~
근데 저도 니콜라이1세의 저 쇼는 정말 너무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ㅠ
감방 체험의 이벤트를 즐기면서 읽으면 된다니 ㅎㅎ 참 의외입니다~^^

새파랑 2021-06-17 21:49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수기 비슷해서 전 좀 재미있게 읽었어요 ㅎㅎ 도선생님의 작품에 들어있는 그 특유의 깨알같은 유머 때문에 책 읽다가 웃었어요^^
 

그렇다. 모든 안좋은 일에도 깨달음은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가 제복을 벗는 순간 그의 모든 영화는 사라진 것이다. 제복을 입은 그는 천둥이자 신이었지만, 외투를 입은 그는 갑자기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마치 하인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인간들에게 제복이란 얼마나 많은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놀라운 일이다.

(권력을 내려놓으면 그저 평범함은 똑깥다.) - P431

심지어 어떤 때는 이러한 고독을 나에게 보내 준 운명에 감사할 정도였다. 이러한 고독이 없었다면 자신에 대한 어떠한 반성도 지난 생애에 대한 엄격한 비판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 얼마나 많은 희망으로 나의 심장이 두근거렸는지! 이전에 했던 어떠한 실수나 방종도 나의 미래 생활에는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결심하고 다짐했다.

(도선생님의 감옥에서의 깨달음) - P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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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 과연 어디까지 읽을 것인가...








누가 알고 있겠는가, 마침내 그러한 날을 맞이하여 이렇듯 버려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많은 추억들이 흔들거리고 있는지!

(죄수라고 추억이 없겠는가....) - P212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나로서는 설명할 길이 없지만, 소령이 나가자마자 채 5분도 안 돼서 보통 때와는 다르게 술에 취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바로 5분 전만 해도 모든 사람들은 거의 말짱한 상태였는데 말이다.

(역시 러시아는 다르다...) - P221

단지 탈주를 방지하기 위해서 족쇄를 채우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족쇄란 하나의 수치심이며 굴욕이고 육체적, 정신적 부담인 것이다. 최소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실상 탈주하려고 마음먹으면, 족쇄는 아무런 방해 요소가 되지 않는다. 매우 서툴고 재주 없는 죄수라 할 지라도 큰 어려움 없이 족쇄를 풀기도 하고 돌로 나사를 빼낼 수도 있다. 족쇄는 켤코 아무런 예방책이 될 수 없다. 만약 족쇄가 기결수를 벌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죽어가는 자에게도 과연 형벌이 필요한 것인가?> 하고 말이다. - P284

한마디로 말해서, 타인을 때릴 수 있는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사회적 비리의 하나이며, 사회에 내제하는 모든 문명적인 싹과 모든 시도들을 제거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사회 붕괴의 필연적이며 돌이킬 수 없는 완전한 근거인 것이다.

(폭력이 지배하는 사회는 붕괴할 수 밖에 없다.) - P310

이 구체적인 모든 것들은 이 시간이 아니면 기억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것들이었다. 또는 미래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도 한다. 어떻게 출옥을 하게 될까? 어디로 갈까? 언제가 될까? 고향에는 언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마음속에 희망이 흔들거리기도 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 P330

잠이 덜 깬 몽롱한 의식으로 내일도 모레도 자유로워지는 그날까지 몇 년이나 계속되어야 한다는 참기 어려운 상념을 떠올리기도 한다. 도대체 언제쯤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자유는 어디에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잠에서 꺠어나야만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감옥생활은 어떤 기분일까?)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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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15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완독 한다에 한표 !✋
던져 놓고
휘리릭~(。•̀ᴗ-)✧₊˚

새파랑 2021-06-15 20:51   좋아요 2 | URL
읽는데 너무 웃퍼요 ㅎㅎ 오늘 다 읽기전에 안잘꺼에요~!!

새파랑 2021-06-16 08:22   좋아요 2 | URL
새벽 완독 했어요^^

고양이라디오 2021-06-16 0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박 완독 축하드려요.

아~ 도스토옙스키도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분인데. <악령> 읽다가 버퍼링 걸린 후로 못 읽고 있네요. 이 책으로 다시 도스토옙스키 읽어야겠네요ㅎ

새파랑 2021-06-16 10:0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악령 재미있는데 좀 심하게 분량이 많죠 ㅎㅎ저도 읽는데 몇일 걸렸던거 같아요 ㅜㅜ 이 📚은 수기에 가까워서 ㅋ 전 최근에 읽은거 중에 백야가 좋더라구요 😊
 

늦은 읽기 시작~!! 커버는 항상 제거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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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선생님의 감방체험 완전 리얼하고, 그 속에서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완전 무서운 사람이다.


사회에 대항했던 죄수는 사회를 증오하고, 거의 언제나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며, 잘못한 것은 사회라고 여긴다. 더욱이 그는 이미 사회로부터 형벌을 받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자신은 거의 정화되었다고 빚을 갚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마침내 죄수가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판단도 가능하다.

(죄수에 대한 그들의 인식은, 도선생님의 생각도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 P32

아주 오랜 기간이 흐르고 나서야 나는 이 강제 노동의 어려움이, 고달픔과 끝었음 때문이 아니라 몽둥이 밑에서 의무적으로, 강제적으로 해야한다는 점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강제적이라는 것의 가혹한 형벌) - P41

만일 어쩌다가 예기치 않게 돈이라도 생기면 술을 마셨다. 밤마다 카드 노름으로 마지막 남은 셔츠까지 잃기도 했는데, 이 모든 것은 고독과 공허함과 무력감 때문이었다. 뒷날에 가서야 나는 자유의 박탈과 강제 노동 이외에도, 유형 생활에는 다른 무엇보다 더욱 힘든 고통 하나가 더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강제적인 공동 생활" 이었다. - P43

죄수들이란 자기의 본능에 따라 자유를 갈망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잠시라도 자기의 근심을 잊기 위해 갑작스레 "모든 것을 뒤엎어 버리고" 음악과 고함소리에 맞추어 재산을 모두 탕진해 버리는 것에 마음을 쏟는 그런 경솔하고 무질서한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게 참다가도 어느 한순간 폭발하고 만다.) - P71

교정을 받기 위해 감옥에 온 그와 같은 죄수들은 감옥에서 오히려 버릇이 나빠져 2,3주 정도를 바깥 세상에서 보내다 보면 재차 법정에 서게 되어 감옥에 다시 들어오는 일이 가끔 있는데, 그때는 이미 2,3년이 아니라 15년이나 20년의 형기를 받게 되며 "단골"의 무리에 끼게 된다.

(ㅋㅋ 도선생님의 이 안목은 정말 대단하다. 완전 천재다.) - P93

그러므로 때로는 모든 사람에게 법률상으로 동일한 형벌이 그에게는 열 배나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 P111

나쁜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지만, 나쁜 사람들 가운데도 좋은 사람들은 있는 법이지.

(감옥에서도 마찬가지고,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 P115

물론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매한가지이다. 미하일로프이건 수실로프이건 누가 지옥으로 가건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누가 비참해지든 상관이 없다.) - P123

그렇다. 아무리 오래 사람을 알고 지낸 뒤라고 해도, 사람을 판별하는 것이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 P125

산 채로 관속에 들어가 묻힌 사람은, 그 속에서 깨어나 뚜껑을 두드리고 뚜껑을 열려고 애를 쓸 것이다. 비록 그의 모든 노력은 헛된 일이라는 것을 그의 이성이 납득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이성이 아니라 경련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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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14 2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커버 벗겨 버리고 읽어요!(๑ ‘ ◡ ‘ )

새파랑 2021-06-14 21:01   좋아요 2 | URL
ㅋ 제가 이상한게 아니었군요^^ 그러다 가끔 커버를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ㅎㅎ

coolcat329 2021-06-24 13:38   좋아요 2 | URL
어멋 ㅋㅋ 신기합니다.

서니데이 2021-06-15 0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선생님이니까 혹시 열린책들이... 맞네요.
겉면의 커버 디자인 안에는 노란 표지였네요. 저는 표지와 띠지를 처음 샀을 때 그대로 잘 보관하는 편이예요.
잘 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6-15 06:38   좋아요 1 | URL
열린책들 보면 파랑색도 있고 노랑색도 있는거 같아요. 다른색은 못본 거 같음 ㅎㅎ 저는 띠지는 가끔 손상되던데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ㅜㅜ

coolcat329 2021-06-24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커버를 왜 벗기시는지요? 띠지는 버려는데...커버도 걸리적거리시나요? ㅎ 저는 생각도 못한 일이라 ㅋㅋ

새파랑 2021-06-24 13:45   좋아요 1 | URL
아 커버 손상될까봐요😊 다 읽고 나서 다시 입힙니다. 띠지가 있으면 띠지와 함께~!!

coolcat329 2021-06-24 13:52   좋아요 1 | URL
아! 걸리적이 아니라 커버를 아끼는 마음이셨군요. 저는 책을 막 접고 생각나는거 다 적어놓고 읽고나면 헌책이 되버리는데 새파랑님은 참 단정하십니다.
 

도선생님의 감옥체험 엿보기 시작

나는 그가 감옥으로 되돌아왔을 때,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렇다. 이곳에서는 인내를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인내~ 나에게는 인내가 있었다.) - P21

그렇다, 안간은 불멸이다. 인간은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존재이며, 나는 이것이 인간에 대한 가장 훌륭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적응력이란...)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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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14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책 잼나면서도 웃픈 ㅜ.ㅜ

새파랑 2021-06-14 17:35   좋아요 2 | URL
점심때 잠깐 읽었는데 재미있었어요. 도선생님 처음 시베리아 가서 당황하셨을듯 해요 ㅜㅜ

mazinga 2021-06-14 17: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도끼옹을 읽으시는군요!!

새파랑 2021-06-14 18:02   좋아요 2 | URL
올해 도선생님 작품 완독을 목표료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 이책 흥미진진 한데 완전 벽돌이네요 ㅎㅎ

- 2021-06-15 18: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봨ㅋㅋㅋㅋ 도선생 책 많이 읽어서 보드카 하는 거라니깐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1-06-15 18:35   좋아요 0 | URL
사실 도선생님 책 읽고 보드카에 빠진거 같아요 😔
세상에는 좋은 보드카와 더 좋은 보드카만 있다고 합니다~!!
(비슷한 문장이었던거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