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다시 읽기 5번째 작품 끝.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재미있고, 예전에 밑줄 친 문장을 다시 보니 즐거웠다.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현재를 방황하는 인물들... 결국 과거를 극복한 사람은 현실로 돌아오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사라진다는 이야기. 하루키 장편 중에 가장 현실적이고(우물에 들어가고 지하로 들어가고 양사나이 그런거 없이ㅋ) 우울한 작품(유머코드가 적다)이라 생각한다.

(제목을 바꿀 수 있는지 몰랐다ㅎ)

어떤 종류의 일들은 되돌릴 수 없어. 한 번 앞으로 나가고 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지. 만약 그때 뭔가 조금이라도 뒤틀렸다면 그건 뒤틀린 채로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마는 거야. - P230

"이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줄 알았어"
"그렇지만 아마도 한동안 오지 못할 거라 메모를 남겨두었잖아"
"한동안 이라는 건 말이지, 기다리는 입장에 있는 사람에겐 길이를 헤아릴 수 없는 말이야"
"그리고 아마도 라는 건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말이야"
- P259

중간은 없어. 왜냐하면 거기에는 중간적인 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야.

중간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중간도 존재하지 않지.

개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개집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갑자기 우울한 분위기 반전 ㅎ) - P261

국경의 남쪽에는 아마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양의 서쪽에는 아마도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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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염˝은 정염(사랑), 우울하고 비극적인 사랑에 관한 20편의 수록된 모빠상의 단편집이다. 너무 재미있는 단편집.

˝두 친구˝ 단편집을 읽고 바로 구매했는데 딱 2편 겹쳐서 수록되어있다.(머리채와 고해성사(고백))

톨스토이가 말한 것처럼 모빠상이 사물을 보는 방식과 생각은 다른 작가들과 확실히 차별되는 것 같다. 정염때문에 결국 누군가는 비참해지는 그림들.
내일은 좀 밝고 희망찬 책을 읽어야겠다 ㅋ

˝인간의 생각은 무슨짓이든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대가 나를 버렸어, 내가 한 말의 뜻을 잘 알면서, 그대가 나에게 명령한 것은 나의 죽음이야. 나의 시신이 그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발견되는 것을 원치 않아. 그러니 지난해에, 내가 그대룬 사랑한다고 말한 바로 그 자리에 와서 공중을 쳐다봐. - P158

잠시 당신 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영영 사라집니다. 그 사람은 죽은 것입니다. 죽음이라는 그 말을 진정 이해하십니까? 다시는, 다시는, 다시는, 그 어느 곳에도, 그 사람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 P174

누구든, 어떤 사실이닌 날짜나 물건은 기억하되, 매우 가벼웠기 때문에 신속히 날아가버린 어떤 감동을, 두 해 후에도 기억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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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자주 빠지는 사람들 중에는 술꾼과 같은 이들도 있습니다. 마셔본 자가 마시듯, 사랑해 본 사람이 사랑하는 법입니다. 그것은 오직 각자의 기질 문제입니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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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3-05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모빠상 단편집 매일 한 편씩 읽고 있는데, 이 문장이 너무 낯익어서 보니 어제 읽은 <의자 고치는 여인>이네요~~^^

새파랑 2021-03-05 23:05   좋아요 0 | URL
저는 팽귄 북 표지가 맘에 들어서 ㅎ 좋은 단편은 하루에 다 읽으면 아깝더라고요ㅜㅜ 매일 한편 좋은 방법 같습니다^^ 멈추기가 쉽지 않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지난 날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멋진 문장이 많이 나온다. 이런게 하루키적인 감성?이기도 하고. 그래서 읽고 있으면 손을 놓을 수 없다.

Pretend you‘re happy when you‘re blue, It isn‘t very hard to do.
(Pretend 를 다시 찾아 들어 봐야겠다. 이 책에는 안나왔지만 A summer place도)


그녀에게는 주위 사람들에게 가벼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요컨데 ‘아 이 아이에게는 쓸데없는 애기를 할 수 없다‘ 와 같은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는 뜻이다. - P16

세상에는 돌이킬 수 있는 일과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돌이킨 수 없는 일이잖아. 이만큼 와벼렸으니 이제와서 뒤로 되돌아 갈 수 없잖아. 그렇지?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장이라 생각한다.) - P25

서로 손을 잡고 있었던건 기껏해야 10초 정도에 불과했지만 내게는 그것이 30분 정도로 느껴졌다.

(손을 잡는다는 것의 의미) - P27

그리고 나는 오랜동안 그녀에게 내 마음속의 특별한 부분을 열어두었던 것 같다. 나는 그녀를 위하여 그부분만을 남겨두었다. 시마모토와 만나는 일은 이제 두번 다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에 출간된 "여자없는 남자들" 단편집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장, 아주 멋진 문장이 나온다. 단편 제목은 갑자기 생각이 안나네...) - P30

"왠지 요즘, 이따금씩 껍데기가 없는 달팽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도 겁나"
"왠지 이따금씩 물갈퀴가 없는 개구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 P45

장소가 바뀐 것만으로 시간이나 감정의 흐름이 완전히 변해 버리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 P60

나는 그걸 제대로설명할 수 없고, 또 설명하고 싶지도 않아. 그러니 더이상 묻지 말아줘. 너도 네 눈으로 직접보면 알 수 있을거야. 실제로 보지 않은 사람에게 그것을 설명하기란 불가능 해. - P126

모두 점점 사라져간다고 나는 생각했다. 어떤 것은 끊어져 버린 듯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떤것은 시간을 두고 희미하게 사라져간다. 그리고 남는 것은 사막뿐이다. - P128

"난 그 옛날의 너를 아주 좋아해서 지금의 너를 만나 실망하고 싶지 않았어" - P143

그녀는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떤 유의 말은 언제까지고 그 사람의 마음속에 깊이 남는 법이다. - P158

아무리 노력해도 다시는 원상회복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건 그때 그 장소에만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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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장편 다시 읽기 5번째 시작.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작품이지만 (일단 표지가 안예쁘다ㅜㅜ)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하루키 작품중에 재미 없는게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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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1-02-20 1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에 몰표합니다 ㅎ

여흔 2021-02-20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께서 제일로 치는 하루키 장편소설은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ㅎㅎ

청아 2021-02-20 13: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단편모음도 괜찮은데 역시 인지도는 낮은 <반딧불이>중에서 ‘반딧불이‘는 특히 잘썼는데 영화 <버닝>의 원작이예요. 장편이었음 좋았겠다 하고 아쉬웠어요^^

새파랑 2021-02-20 13: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ㅜㅜ 제일 안좋아 하는 작품을 꼽는게 쉬울꺼 같아요 ㅎ
제일 많이 읽은 책은 ˝상실의 시대˝ 인거 같고, 즐겁게 읽은 책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태엽감는새˝이고, 추천하는 책은 ˝해변의 카프카˝, ˝1Q84˝ 이고... 다 비슷하실듯 ㅋ
너무 어렵네요

새파랑 2021-02-20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편도 엄청 좋습니다!!
(에세이는 저는 상대적으로 안땡기더라구요)

mini74 2021-02-20 16: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양사나이가 나오면 참 좋더라고요 *^^*

scott 2021-02-20 16: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옹 표지 (˃̣̣̥᷄⌓˂̣̣̥᷅)

여흔 2021-02-20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도전해봐야겠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