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에서 출판된 세계문학 단편선 중 사랑에 관한 단편을 모은 작품. 이미 읽었던 단편이 제법 있었지만, 새롭게 읽게 된 단편도 아주 좋았다. 다음은 죽음에 관한 단편집이다~!!










우리 여자들이 연약하다는 걸, 너무나 쉽게 굴복한다는 걸, 아주 쉽게 사랑에 빠진다는 걸 너도 알아야 해! 아주 하찮은 일로도 마음이 약해지고, 갑작스럽 게 감상적인 기분이 찾아들 수 있어. 손을 뻗어 만지고 싶고 껴 안고 싶은, 어느 순간이 오면 우리 모두가 느끼는 그런 욕망 말 이야! <달빛> - P11

"언니,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랑을 사랑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그리고 그날 밤 언니의 진정한 애인은 달빛이었던 것 같아."<달빛> - P15

땡그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건널목을 지나면서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 기차는 드넓은 교외의 풍경을 뚫고 석양을 향해 달려 나갔다. 어쩌면 그녀도 석양을 바라보며 잠깐 걸음을 멈추고 있을 지도 몰랐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 옛일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 리고 밤이 찾아올 것이고, 그는 그녀와 함께 잠속으로 빠져들며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날의 해질녘 어둠은 영원히 태양을 가릴 것이고, 나무를 가릴 것이고, 꽃과 그의 젊은 날의 웃음을 가릴 것이다.<현명한 선택> - P208

그래, 가거라 하고 그는 생각했다. 4월은 끝났다. 4월은 흘러 갔다.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사랑도 똑같이 되풀이되지는 않는다. <현명한 선택> - P220

청년은 둘의 우정이 지금이 시작이기를 바라며 이미 당신이라는 존재가 자신에게 아주 소중해졌다고, 실은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청년은 긴장하기 시작했고, 마치 자기 감정 때문에 안경이 자꾸 떨어지려 한다는 듯 떨리는 손가락으로 안경을 밀어 올렸다. 청년이 말했다.

"물론 전 당신에게 저에 대해 얘기해야 합니 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다소 이상하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우연인지 인연인지 모를 이 만남을 저는 계속 유지하고 싶습 니다. 로마를 혼자 여행하게 될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정말 행복하고 또 행복했습니다. 아주 최근에야 전……… 감히 생각하길..."

<윈첼시 양의 사랑> - P291

더할 나위 없이 세련된 상태에서 자기 이름을 그렇게 적는다고 생각해 보라. ‘스눅 스‘ 윈첼시 양은 자기가 정말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스눅스 부인이라 부르는 걸 상상했고, 은근히 모욕의 기운이 섞인 그 성을 생각했다. 윈첼시 양은 회색과 은색 카드에 쓰여 있는 ‘윈첼시‘라는 이름이 큐피트의 화살표로 지워지고 대신 ‘스눅스‘라는 이름이 적히는 것을 상상했다. 그것은 심약한 여성의 자존심 상하는 고백처럼 보였다! 윈첼시 양은 몇몇 여자 친구들 에게, 그리고 자신이 점점 더 세련되어지면서 오래전에 소원해져 버린 몇몇 식품점 사촌들에게 받을 끔찍한 축하를 상상했다. 사촌들은 봉투에 그 이름을 갈겨쓰고 비꼬며 축하할 것이다. 그 남자와 사는 게 아무리 즐거워도 어찌 그런 부분을 보상받겠는 가? 윈첼시 양은 중얼거렸다. "불가능해. 불가능해! 스눅스라니! <윈첼시 양의 사랑> - P293

"난 그녀를 너무나 사랑해…난 떠날래…"

아!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얼마나 가련한지요! 하지만 경멸로도 사랑을 끊을 수 없다는 건 참 지독한 일이죠!

<아를의 연인> - P315

당시 우리는 그녀가 미쳐 버렸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녀로선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 우리는 그녀의 부친이 쫓아 냈던 그 많은 청년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기에, 남은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녀도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바로 그 대상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을 거라고, 누구라도 그녀와 같은 처지가 되면 그렇게 될 거라고 이해한 것이다.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송이 장미> - P348

한참 동안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움푹 파인 그 해골의 환한 미소를 내려다보았다. 그 주검은 한때는 포옹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음에 분명했지만, 지금은 사랑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자신을 저버린 일그러진 사랑마저 정복해 버린, 긴 잠에 빠져 있었 다. 잠옷 아래에서 썩어 간 그의 잔해는 그가 누운 침대에 그대로 달라붙어 있었다. 그의 위에, 그리고 그의 베개 위에도, 끈질 기게 견뎌 온 세월의 먼지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두 번째 베개 위에서 머리가 놓였던 움푹한 자 국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거기서 뭔가를 집어 들었고, 그것을 보려고 몸을 기울이자 그 희미하고 잘 보이지 않는 메마른 먼지 같은 것이 매캐한 냄새를 풍겼다. 우리가 본 것은 한 올의 기다란 철회색 머리카락이었다.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송이 장미> - P358

"왜요? 나는 당신을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든 다 좋아한단 말이에요."
"그건 꽤나 괴로운 사랑이었어."
"아마 마지막에 가서는 그랬겠지요. 그녀가 당신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말이에요. 하지만 여보, 그녀랑 행복했던 시절도 있었잖아요."

<영구 소유> - P399

"별건 아니고… 그냥… 어느 날 당신은 아테네에 대해서도 나풀에서의 추억과 똑같은 말을 하지 않을까요? ‘잘 기억나진 않아. 지금처럼 좋은 건 아니었어‘라고."

<영구 소유> - P403

오늘, 죽음은 왜 나에게 슬픔을 안겨 주지 않는 걸까? 혹시 그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걸까? 아니다, 나는 저 아이쉐 부인과 휘세인 아브니 씨에게 화가났던 것이다. 부부가 서로를 사랑한 다는 것을 무덤에서까지 말하는 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정자가 있는 무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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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0-02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안녕하세요 이 단편집이 이런 커버로도 있군요 덕택에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절판이네요 ... 잘 보고 갑니다 새 달 잘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새파랑 2023-10-02 10:19   좋아요 1 | URL
서곡님 추석 잘 보내셨나요?
저는 중고로 샀는데, 동네서점 에디션인거 같습니다~! 추석 연휴동안 이 책 읽었는데 즐거웠습니다~! 서곡님도 10월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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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그림자들 마지막 왕국 시리즈 1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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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57 처음 읽은 파스칼 키냐르의 작품. 역사적 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작품.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궁금했다. 나의 부족한 지식을 한탄하면서 책을 읽었다. 그럼에도 작가의 아우라를 충분히 느꼈다. 다음번에는 키냐르의 소설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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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3-09-25 2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름부터가 어려운 느낌 😅

새파랑 2023-09-26 07:49   좋아요 0 | URL
파스칼 키냐르 ~! 이름부터 묵직합니다~!!

얄라알라 2023-09-26 0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운데 3편까지 있네요... 같은 해에 책이 두 권 나와서 보니 역자가 두 명이예요^^

새파랑 2023-09-26 07:50   좋아요 0 | URL
노벨상 후보라고도 합니다 ㅋ 저의 독서 내공을 한탄했습니다 ㅜㅜ

희선 2023-09-26 0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렵거나 저하고 안 맞으면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해도 안 읽는데, 새파랑 님은 어려워도 좋아서 파스칼 키냐르 보실 거군요


희선

새파랑 2023-09-26 07:50   좋아요 1 | URL
어려워서 더 읽어보고 싶은? ㅋ 페이지도 얇아서 도전해봤으나 결과는...

그레이스 2023-10-01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키냐르도 읽어야 하는데... 오랜만에 들어오니 읽어야할 책들이 많이 보이네요 ^^

새파랑 2023-10-02 10:23   좋아요 1 | URL
저는 이번에 키냐르 책 처음 읽어봤는데 신세계였습니다 ^^

그레이스님 요즘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저도 요새는 자주 못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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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아가씨 페이지터너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남기철 옮김 / 빛소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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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56 역시 츠바이크~!. 감정의 묘사와 이야기의 재미는 최고. 한번 높은 곳을 경험한 인간은 다시 낮은곳에서 살 수 없다. 크리스티네는 더이상 우체국 아가씨로 돌아갈 수 없었다. 너무 빨리 경험한 인생의 절정. 그래도 당신의 잘못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재미있는 고전을 찾는 분들께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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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3-09-25 06: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ㅎㅎ 저는 아껴 두고 있어요😆

새파랑 2023-09-25 11:58   좋아요 3 | URL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습니다~! 리뷰 쓰려고 했는데 읽은지 오래되어가지고 패쓰했습니다 ㅜㅜ

얄라알라 2023-09-26 0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는 바로...^^;; 알면서도 실천이 참 어렵습니다

그렇게 놓친 리뷰가 많죠. 새파랑님 tt 패쓰하실 때 심정 알 것 같아요

새파랑 2023-09-26 07:51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워낙 셀럽분들이 리뷰도 잘 써주셔서 저는 그냥 패스했습니다 ㅋ 완전 좋아요~!!

페크pek0501 2023-10-03 14: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 책, 저도 갖고 있는데 당장 찾아봐야겠어요!!

새파랑 2023-10-03 18:37   좋아요 2 | URL
츠바이크 작품이 재미도 있고 잘 읽히고 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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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소리
엔도 슈사쿠 지음, 김승철 옮김 / 동연출판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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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55 엔도 슈사쿠가 직접 쓴 <침묵>의 해설서. 본인이 썼으니 이 보다 더 정확한 해설은 없을듯 하다. 침묵은 침묵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을 추천한다면 나는 <침묵>을 고르겠다.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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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3-09-25 1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누군가에 선물한다면 <침묵>입니다. 그래서 미리 새책을 사 놨어요. 언제 누구에게 이 책을 선물할 수 있을까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파랑 2023-09-25 11:57   좋아요 1 | URL
저도 침묵 중고로 최상급 있으면 좀 삽니다 ㅋ 전 중고로 ㅋㅋ

yamoo 2023-09-25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슈사쿠의 침묵...이거 갖고 있는데...읽어보려고 하니 어디있는지 몰루겠다는...--;;

새파랑 2023-09-25 11:57   좋아요 0 | URL
이건 소설이 아니어서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은데

아, 그렇구나 하면서 읽게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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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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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54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가? 아니, 애당초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짓는 벽 같은 것이 이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가?"


한때 진심으로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다면, 그런데 미치도록 만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방법은 하나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 시절이 이 세상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곳은 상상의 세계일 수도 있고, 꿈의 세계일 수도 있지만, 기억만 있다면 못할것도 없다.

[나나 너나 그전까지는 이렇게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자기 기분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터놓을 수 있는 상대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런 상대를 만났다는 건 실로 기적에 가깝게 느껴진다.] P.20



하루키의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현재세계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다른 세계를 통해서라도 만나고 싶은 누군가를, 결국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만나게 되는 곳이 현실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만난다는 행위 그 자체이다.

[너는 여러 가지를 숨기지 않고 스스럼없이 말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내생각에, 이 세계에 서 마음속에 비밀을 품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것은 사람이 이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 않을까?] P.44



열일곱살의 나는, 열여섯살의 그녀를 만난다. 나는 그녀가 너무 좋다. 그녀의 모든것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그녀는 나에게 벽으로 둘러 쌓인 도시에 대한 꿈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자가 없다. 그림자를 버려야만 들어갈 수 있는 도시다. 나는 그녀와 꿈이야기를 하면서 그녀와 함께 그 도시를 구체적으로 만들어간다.

[그 도시에 가면 나는 진짜 너를 가질 수 있다. 그곳에서 너는 아마 전부를 내게 줄 것이다. 나는 그 도시에서 너를 갖고, 그 이상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리라. 그곳에선 너의 마음과 너의 몸이 하나가 되고, 유채기름 램프의 희미한 불빛 아래서 나는 그런 너를 품에 꼭 안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바 였다.] P.134



어느날 그녀와의 연락이 끊긴다. 그리고 그녀는 사라진다. 현재 세계에서 그녀를 찾을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할수는 없었다. 나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많은 세월이 지나가 버렸지만, 결국 그녀와 함께 만든 이야기속 도시로 들어간다. 이건 꿈일까? 진짜일까?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P.15



그리고 그 도시에서 그녀를 만난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 도시에 있던 그녀는 진짜일까? 그림자일까? 어쩜 내가 열일곱살때 현실세계에서 만났던 그녀가 사실은 본체가 아니고 그림자였던건 아닐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결국 너를 다시 만났으니까, 내가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걸로도 충분하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이런 얘깁니다. 티없이 순수한사랑을 한번 맛본 사람은, 말하자면 마음의 일부가 뜨거운 빛에 노출된 셈입니다. 타버렸다고 봐도 되겠지요. 더욱이 그 사랑이 어 떤 이유로 도중에 뚝 끊겨버린 경우라면요. 그런 사랑은 본인에게 둘도 없는 행복인 동시에, 어찌 보면 성가신 저주이기도 합니다. 제가 말하려는 바를 이해하시겠습니까?"] P.448


간절히 원하면 결국 이루어진다. 비록 잠깐일 뿐이라도.




하루키의 신작을 읽는 동안 그의 전작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기본적인 이야기는 <세계의 끝>을 닮았고,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는 <해변의 카프카>가 떠올랐었으며, 고야스씨나 옐로서브마린 캐릭터는 양사나이 느낌이었고, 갑작스러운 상실은 <노르웨이의 숲>이 떠올랐다. 하지만 자기복제보다는 하루키 월드를 집대성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애당초 나는 지금껏 대체 무엇을 기다려왔다는 건가?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정확히 알고나 있었을까? 자신이 무엇을 기다리는지 명확해지기를 그저 참을성 있게 기다렸 다, 그게 전부인건 아닐까? 나무상자 하나에 들어간 더 작은 나무상자, 그 나무상자에 들어간 더 작은 상자. 끝없이 정묘하 게 이어지는 세공품, 상자는 점점 작아진다-그리고 또한 그 안에 담겨 있을 것도. 그것이야말로 내가 지금껏 사십몇 년을 살아온 인생의 실상이 아닐까?] P.681




오래간만에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아련한 기분과 함께 말이다. 대학교 때 하루키 작품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지나갔다. 처음 읽었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뭔지 모를 허무함이 느껴졌던 <상실의 시대>,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태엽감는 새>, 그리고 가장 감동했던, 그리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해변의 카프카>까지 그 책을 읽었던 대학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기억만 있다면 못할것도 없는것 같다. 기억만 있다면 나에겐 지금도 예전 행복한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간절히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날수도 있다. 이 책의 '나' 처럼 말이다.

["조금 시간이 걸릴 뿐이에요. 망설이지말고 이대로 계속하세요. 당신은 올바른 장소에서 올바른 일을 하고 있 으니까."] P.75



Ps. 이 작품이 하루키의 마지막 장편은 아닐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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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9-19 0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집대성이라니, 하루키 애독자인 새파랑님께는 선물같은 책이겠네요^^

새파랑 2023-09-19 09:44   좋아요 2 | URL
오랜만에 읽은 신작이어서 좋았습니다. 지금 두번째 읽고 있는데 다시 읽어도 좋네요 ~!!
요새 우울했는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

페넬로페 2023-09-19 08: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소설에 대해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새파랑님께서 진정한 하루키 팬인 것 같아요.
어떤 수단으로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것 일 수 있겠어요.

새파랑 2023-09-19 10:01   좋아요 2 | URL
하루키 소설은 너무 많이 읽어서 기억이 다 납니다 ㅋ 더 많은 작품이 나오면 좋겠는데 그건 좀 힘들거 같고 ㅜㅜ

맞습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건 좋은거 같습니다~!!

blanca 2023-09-19 0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해변의 카프카>를 아껴 두었어요. 어느 누군가가 마지막 대목 인용해 준 거 읽고 정말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느껴서, 리버커판으로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서 기다리는 중이지만...영 나올 기미가 안 보이고...새파랑님이 제일 좋아하셨다니 더 기대되네요. 인용해 준 마지막 대목 저도 참 좋았어요. 용기를 주는 글귀들 많아서 아포리즘처럼 읽히기도 했어요.

새파랑 2023-09-19 11:33   좋아요 1 | URL
해변의 카프카 정말 좋습니다. 전 누가 하루키 장편 추천해달라고 하믄 해변의 카프카를 고릅니다~!

1Q84도 좋은데 너무 두꺼워서...

저도 해변의 카프카 리커버판이 나오면 좋겠네요~!!

하루키의 문장들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ㅜㅜ

yamoo 2023-09-19 1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흠....이걸 어쩐다지....이런 리뷰를 쓰시면 하루키 책 읽을 계획이 없는 저같은 사람에게도 매우 유혹적이라는거...ㅜㅜ

새파랑 2023-09-19 16:43   좋아요 0 | URL
꼭 읽어보세요 yamoo님~ 기존 하루키를 좋아하셨다면 만족하실겁니다~!!

coolcat329 2023-09-19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참 안 땡기는 작가인데요, 새파랑님 강추시니 <해변의 카프카>는 읽어봐지 싶습니다.😉

새파랑 2023-09-20 14:06   좋아요 1 | URL
하루키 안땡기시는군요 ㅋ 그럼 해변의 카프카도 별로이실거 같습니다 ㅎㅎ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 이죠~!!

모나리자 2023-09-20 13: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를 앞둔 시점에 하루키의 이 작품이 무척 핫 토픽인 것 같아요.
43년 전 습작을 완성한 작품이라는 작품 소개를 보았어요.
작가로써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후련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님.^^

새파랑 2023-09-20 14:07   좋아요 3 | URL
이번 노벨상은 하루키가 받으면 정말 좋겠는데 ...

과연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ㅋㅋ 감사합니다~!!!

희선 2023-09-21 0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기 기분과 생각을 그대로 터놓을 수 있는 상대... 그런 상대를 만나기는 어렵겠죠 소설 속에서 나는 만났군요 갑자기 헤어졌으니 왜 어디로 갔을까 하고 다시 만나고 싶어하겠습니다 하루키 소설의 집대성이군요 또 장편소설 쓰겠지요 여전히 건강하니...


희선

새파랑 2023-09-26 07:52   좋아요 0 | URL
하루키옹 연세가 있으셔서 ㅜㅜ

처음에는 몰랐는데 읽고나니까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선님 일본 문학 좋아하시니 꼭 읽어보세요~!!

그레이스 2023-10-01 2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새파랑님은 읽으셨네요 ~♡

새파랑 2023-10-02 10:25   좋아요 2 | URL
당연하죠~!! 전 두번 읽었습니다 ^^ 완전 제 취향이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10-30 1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두 번 읽으셨군요!!! 전 늦었지만 이제서야 읽었습니다. 무척 좋았습니다^^! 꿈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릴 만큼요ㅎ

새파랑 2023-10-31 09:15   좋아요 1 | URL
저도 아주 좋았습니다 ㅋ 너무 좋아서 베개 옆에 두고 있습니다~ 한번 더 읽어야 하는데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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