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3030

˝사랑이 결여된 인간은 정치도 법도 분노도 용서도 올바르게 행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유진목˝이라는 작가님의 성함은 들어는 봤지만 누구인지 몰랐다. 이름만 보고 남성작가인줄 알았는데... <산책과 연애>를 읽다보니 아~ 여성작가 였네? 하고 놀랐다. 역시 사람의 선입견이란 참 무섭다. 그리고 글이 너무 솔직해서 또 놀랐다. 책의 곳곳에서 작가님만의 강한(?) 주관이 확실히 느껴졌다.

[사람과 연애할 때 굳이 내가 아니어도 상관 없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나는 폭발한다. 내가 아니어도 됐다면 나와 시간을 보내지 말았어야지? 나를 대체물로 거기에 있도록 한 사람에게 나는 살의를 느낀다.]  P.28



‘말들의 흐름‘ 시리즈는 두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쓰는 에세이 시리즈인데, 두가지 키워드만 가지고 글을 쓰는게 쉽지는 않을거다. 그래서 약간은 억지로 맞춰서 쓸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산책‘과 ‘연애‘라는 키워드를 떠올렸을때는 뭔가 달달(?)하고 감성적인 글이 많을 줄 알고 기대했었는데,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삶과 사랑, 죽음에 관한 작가님만의 소신이 참 좋았다. 나에게도 저런 소신이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사랑을 품은 사람은 사랑이 없는 사람에게 거의 매번 지고 만다. 사실이 그렇다. 사랑이 결여된 세계는 사랑하는 사람을 고통 속에 살아가게 내버려둔다. 사랑이 결여된 세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방치되어 무능력한 존재로 낙오한다.]  P.64


[사랑하지 않으면 편리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간단히 무시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모른 척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회피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무책임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변명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거짓말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금세 말을 바꿀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재빨리 모습을 바꿀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더 빨리 갈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버릴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모를 수 있다. 모르는 것은 사랑하지 않으면 폭력이 된다. 아는 것은 사랑하지 않으면 허영이 된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으므로 이 모든 일을 알지 못한다.]  P.107





Ps. 요즘 ‘말들의 흐름‘ 시리즈에 꽂혔다 ㅋ 지금까지 네편을 읽었는데, 다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들이 다 좋았다. 이렇게 또 수집병이 발동한다.

<지금까지 읽은 책>
1. 커피와 담배   2. 시와 산책
3. 산책과 연애   4. 농담과 그림자

<읽고있는 책>
1. 연애와 술

<구매해야 할 책>
1. 담배와 영화   2. 영화와 시
3. 술과 농담      4. 그림자와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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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3-05-30 14: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는 본 듯한데 시리즈로 있는 책이었군요. 커피와 담배, 술과 농담 저도 끌리네요. 시리즈 제목이 하나씩 겹치는 게 정말 ‘말들의 흐름‘입니다.

새파랑 2023-05-30 15:08   좋아요 2 | URL
리뷰를 자세히 써봐야지 생각했는데 점심시간이 금방 지나가서 너무 짧게 썼네요 ㅋ
이 시리즈 재미있습니다~!!

페넬로페 2023-05-30 1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애하고 사랑하면 산책도 달콤할 것 같아요. 인용해주신 문장보니 사람이 세상 사는데 사랑만큼 중요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3-05-30 22:10   좋아요 1 | URL
저도 사랑(?)주의자입니다ㅋ 사람이든 책이든 사물이든 사랑이 있어야 애착이 생기는거 같아요^^

자목련 2023-05-31 0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술과 농담>, <시와 산책> 만 읽었는데 <시와 산책>이 참 좋았어요. <농담과 그림자>가 궁금하고요.

새파랑 2023-05-31 11:02   좋아요 0 | URL
<농담과 그림자>는 좀 심심(?)한 편이고 개인적으로는 <커피와 담배>가 좋았습니다. 제가 커피와 담배를 많이 좋아해서 ^^
<시와 산책> 저도 좋아합니다. 친구들한테 선물도 주고 그랬습니다 ㅋ

그레이스 2023-05-31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경의 사랑장을 보는것 같네요.
요즘 사랑이 좀더 깊은 의미로 다가오는데, 이 글들에 관심이 가요.

새파랑 2023-05-31 11:03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이랑은 약간(?) 안맞을수도 있을거 같아요 ㅋ 사랑이 꼭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건 아닌거 같아요 ^^

은오 2023-05-31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산책 말시리즈 영업사원이 잠자냥님이라면 말들의 흐름 시리즈 영업사원은 새파랑님이었던 것이다....
저도 한권쯤 읽어봐야겠어요! 일단 커피와 담배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저도 둘다 좋아합니다. 근데 이거 빨리 읽어야할 것 같음.... 전 금연 할겁니다 내년엔...? 꼭....ㅠㅠ
그리고 술과 농담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

새파랑 2023-05-31 18:55   좋아요 0 | URL
ㅋㅋ 제가 감히 잠자냥님과 비교가 될 수 있을까요 ㅎㅎ 커피와 담배는 재미가 없을수 없는 소재인거 같습니다~!!

금연

하시면 안됩니다 ㅋ
 

작가님이 비슷한 연령대의 인생선배(?) 여서 그런지 공감했다. 저렇게 사는게 쉽지는 않지만 노력은 해야겠지?








에이지리스 Ageless

에이지리스하게 나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꾸준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인생을 사는 농도가, 나이가 주는 고정관념을 희석시킬 정도로 충분히 진한 것을 의미한다. - P23

남의 시선에 휘둘리는 것은 마흔 살 즈음에서 끝내야 하지 않을까. - P25

‘나이가 들면 감정이 메말라간다‘라는 세간에 떠도는 말은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지만 그에 부합할 이유는 없다. 마음가는 대로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다. 두려울게 뭐가 있을까. - P55

자신에게 껍질 같은 것을 씌워놓고서 감정적으로 안전할 것만 추구하면 인생을 얕게 사는 습관이 생기는 것 같다. - P57

나는… 타인이 나한테 뭘 해주길 바라지 않는다. 그냥 그 사람의 존재가 매력적이어서 같이 있으면 재미 있는 것. 그게 내가 바라는 바다. 그 호감에는 나이도, 사회적 지위도, 성별도 관련이 없다. 나는 글을 쓰며 혼자 있는 시간을 참 좋아하는데(내가 나와 지내는 시간이다), 최소한 그 시간보다는 재미가 있어야 타인에게 내 아까운 작업 시간을 할애할 것 같다. - P63

좋아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다가가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좋아하는 동시에 이미 다가가버리니까. 사람의 호불호에 대해 까다롭지만 한번 누군가가 좋아지면 좋아하는 티를 많이 내고, 그 사람에겐 바보처럼 자발적 호구가 된다. - P64

불안의 궁극적인 치료는 그냥 직면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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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하루키가 쓴 작품도 좋고, 하루키에 쓴 작품도 좋다.

모든 건 스쳐 지나간다.
누구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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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5-30 1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책이 있었군요! 방금 구입했습니다. 감사합니다^^ㅎ 하루키에 대해 쓴 책들은 대부분 만족스럽더라고요ㅎ

새파랑 2023-05-30 19:34   좋아요 1 | URL
고양이라디오님이시라면 대만족하실겁니다 ㅋ
아~ 퇴근해서 리뷰쓰거나 책읽고 싶은데 일이 안끝나네요 ㅡㅡ

고양이라디오 2023-05-30 20:44   좋아요 1 | URL
저런 얼른 퇴근하시고 식사하시고 즐독하세요!!

책 기대되네요ㅎ
 

좋긴한데, 비교하면 안되겠지만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 한편을 읽은 기분이었다. 새삼 트레버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들은 이런 식으로 사실은 아무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다. 장화 뒤꿈치로 잔디를 뜯고, 차를 몰고 가기 전에 지붕을 철썩 때리고, 침을 뱉고, 다리 를 쩍 벌리고 앉기를 좋아한다. 신경 쓸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 P12

"비밀이 있는 곳에는 부끄러운 일이 있는 거야." 아주머니가 말한다. "우린 부끄러운 일 같은 거 없어도 돼." - P27

"아주머니랑 아저씨한테 아들이 있었는데 개를 따라 구덩이에 들어갔다가 죽었다고, 제가 지난주 일요일 미사에 입고 간 옷이 그 애의 옷이라고 했어요." - P68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 P73

아저씨의 품에서 내려가서 나를 자상하게 보살펴 준 아주머니에게 절대로,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더욱 심오한 무언가 때문에 나는 아저씨의 품에 안긴 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아빠."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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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3-05-30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laire Keegan 의 단편집 읽으면 진짜 William Trevor 더 연상됩니다.
새파랑님 정말 예리하신데요! 뭐, 그 정도로 William Trevor 가 Ireland 에서,
Irish 문학에서 대단한 족적을 남겼으니까요.

아직 한국어로는 출간되지 않은 것 같은데 단편집 <Antarctica>까지 읽었고
다른 단편집 <Walk the Blue Fields> 은 아직 쟁여두고만 있답니다.

<Small Things Like These>의 호평에 이어 <Foster> 영화 Version 이
Academy Award 에서도 각광 받으니 미국에서도
이 책 다시 Hardcover 로 나왔어요.

새파랑 2023-05-30 16:42   좋아요 1 | URL
국내(한국ㅋ) 번역본은 없는거 같더라구요. 요즘 이 책 잘나가는거 같은데 다른 작품도 더 출판되면 좋겠습니다 ㅋ

그런데 책이 너무 얇고 딱 한편만 실려 있어서 좀 그랬습니다 ㅋ 트레버 다시 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ㅋ
 

처음에는 응? 했는데 읽으면서 응! 이랬다. 이런 솔직한글 정말좋다.






사람과 연애할 때 굳이 내가 아니어도 상관 없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나는 폭발한다.

내가 아니어도 됐다면 나와 시간을 보내지 말았어야지?

나를 대체물로 거기에 있도록 한 사람에게 나는 살의를 느낀다. - P28

사랑이라는 감정은 좋은 것이다. 마사 누스바움은 정치에 관해 말하는 법에 관해 말하든 분노나 용서에 관해 말하든 사랑을 빠뜨린 적이 없다. 사랑이 결여된 인간은 정치도 법도 분노도 용서도 올바르게 행할 수 없다. 사랑으로 그것을 다룰 때 인간은 이 세계에 인간의 존엄을 해치지 않는 정치와 법을 세우고 분노와 용서가 인간을 장악하지 않을 수 있도록 계도한다. 이것이 내가 이해한 마사 누스바움의 주장이다(사실상 호소에 가깝다). 나는 그 사랑 때문에 마사 누스바움의 모든 저작을 사랑한다. 그러나 인간은 사랑이 결여된 채로 이 세계를 건설하고 통치한다. 사랑 말고 다른 많은 것이 이 세계를 장악하는 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 P63

사랑을 품은 사람은 사랑이 없는 사람에게 거의 매번 지고 만다. 사실이 그렇다. 사랑이 결여된 세계는 사랑하는 사람을 고통 속에 살아가게 내버려둔다. 사랑이 결여된 세계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방치되어 무능력한 존재로 낙오한다. - P64

낙오자는 사랑을 품은 채로 병든다. 먼저 마음이 병들고 병든 마음이 몸을 무기력한 상태로 전락시킨다. 랑하는 사람은 너무 많이 반성한다. 사랑하는 자신과 사랑이 없는 세계를 반성하면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진단한다. 하지만 세계를 바꿀 힘은 있기도 하지만 없기도 하다. 사랑이 없는 사람은 힘이 넘친다. 사랑이 없는 사람의 정력적인 얼굴과 힘찬 걸음걸이를 우리는 안다. 여기서 우리는 누구인가. 사랑하기 때문에 병들고 무기력한 사람이다. - P64

사는 동안에 단 한 번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매일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행복하게 죽고 싶다. 행복하게 죽고 싶어서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더 이상 살아가지 않기로 숙고하여 신념을 가지고 결정했을 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죽을 수 있는지 매일 상상한다. - P91

지금 당장 나에게 안전하고 행복하게 죽음을 선택 할 수 있는 방편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더이상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텐데, 안심하고 살아갈 텐데. 매일 다른 내일을 만들 텐데. 매일 다른 용기를 가질 텐데. 매일 다른 사랑을 낳을 텐데. - P91

자력으로 내 몸을 건사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살아 있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내 죽음은 내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삶이, 인생이, 이 사회가, 내가 간절히 원한다고 하여 그 원함에 응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내가 실패한 방식을 통해 알게 된, 그리하여 그다음엔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 방식으로 나를 죽여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슬프거나 무섭지는 않다. 나는 스스로 죽는 것보다 죽지 못하고 타의에 의해 계속해서 살아있는 것이 더 무섭다. - P100

사랑하지 않으면 편리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간단히 무시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모른 척할 수 있 다. 사랑하지 않으면 회피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무책임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변명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거짓말할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금세 말을 바꿀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재빨리 모습을 바꿀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더 빨리 갈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버릴 수 있다. 사랑하지 않으면 모를 수 있다. 모르는 것은 사랑하지 않으면 폭력이 된다. 아는 것은 사랑하지 않으면 허영이 된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으므로 이 모든 일을 알지 못한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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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29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0쪽의 글 - ˝자력으로 내 몸을 건사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살아 있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저도 이런 생각을 해요. 누군가에게 의지해 살아야만 되는 시점이 오면 삶이 더 이상 행복할 것 같지 않아요. 자식이든 남편이든 저로 인해 힘드는 것도 싫고요. 장수 시대가 갖는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되어요.
마사 누스바움, 저도 그의 저작을 읽은 적이 있어요. 풍부한 학식이 느껴지더군요.^^

새파랑 2023-05-29 15:51   좋아요 1 | URL
이런 생각을 많이들 하나봅니다. 저도 그런 생각 가끔씩 합니다 ㅋ 저도 마사 누스바움 읽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