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노린 음모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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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29 미국의 역사와 필립 로스의 상상력이 결합하여 만든 역작. 역사에 만약이란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허구라는 걸 알면서도 리얼함이 느껴졌다. 필립 로스의 작품 중 재미와 가독성 측면에서는 최상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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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27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이 인기더군요. 제목에 음모, 라는 말이 들어가면 내용이 궁금해지는 효과가 있는 듯해요..

새파랑 2023-05-27 23:03   좋아요 0 | URL
필립로스의 필력이 잘 느껴지는 명작입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Jeremy 2023-05-28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2021년 11월 경에 Philip Roth 의 책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그 때까지는 <The Plot Against America > (2004) 가 번역되지 않았었는데
최근에 한국어판이 나왔군요.
제가 쓴 글 중에서 이 책 관련 발췌한 내용, 한 번 덧붙여 봅니다.

˝The Plot Against America (2004) <미국에 대한 적대적 음모?>
그 많고 많은 Philip Roth 의 책 중, 이 책은 정말 흥미진진한 편에 속하고
미국에선 HBO Miniseries 로 제작될만큼 인기가 있는데
한국어로는 번역되지 않아서 의외였다.
글 자체로는 내가 생각하기에 American Trilogy 만큼의 문학성은 없지만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는 page turner 인 건 부정할 수가 없다.

역사의 가정극으로 1940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Charles Lindbergh 가 Franklin D. Roosevelt 를 이기고 대통령이 된 뒤,
WWII 의 독일과 맞물려 미국 안에서 거세어진 반유태적 정서와 정세가
유태인 가족, The Roths 의 삶에 끼치는 영향과
젊은 Philip 이 겪는 혼란과 공포에 대해 썼는데
이런 ˝If...˝ 가상의 역사가 워낙에 대단한 글솜씨와 구성에 의해 엮어지니
꽤나 그럴 듯 하고 심지어 ˝사실적˝ 으로까지, 읽혀진다. ˝

새파랑님도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저랑 비슷한 취향?

새파랑 2023-05-28 14:35   좋아요 1 | URL
저도 이렇게 재미있는 필립로스의 책이 이제서야 출간??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비슷한 취향 맞는거 같아요 ㅋ 저는 읽다보면서 진짜야? 이런 생각 몇번 했었습니다 ㅎㅎ

전 이제 한국어판 필립로스 소설은 <새버스의 극장>하고 <위대한 미국 소설> 두편만 안읽은 소설로 남았습니다 ㅋ
 

엄청냐 흡입력과 재미 보장

이건 우리 탐험의 클라이맥스였다. 예수그리스도, 저들이 생각 하기에 세상의 모든 것이고 내가 생각하기에 세상의 모든 것을 망쳐버린 존재. 그리스도가 없다면 기독교도도 없을 테고, 기독교도가 없다면 반유대주의도 없을테고, 반유대주의가 없다면 히틀러 도 없을테고, 히틀러가 없다면 린드버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을 테고, 린드버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 P172

"보통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와 똑같아.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 P185

"유대인? 난 유대인 때문에 인생을 망쳤어요! 유대인 때문에 빌어먹을 다리를 잃어버렸어요! 당신 때문에 빌어먹을 다리를 잃어버린 거예요! 당신이 린드버그한테 찬성하는 반대하는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 가서 린드버그와 싸우라고요? 우라질 난 멍청한 어린애니까 당연히 가서 싸워야죠. 그런데, 보세요. 이걸 보라고요. 염병할 삼촌, 난 빌어먹을 다리가 없다고요!"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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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5-26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FDR이 아닌 이상한 대통령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왠지 낯설
지가 않더라구요.

새파랑 2023-05-26 12:2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뭔가 허구가 아닌 사실같은 느낌도 좀 들었습니다 ㅋㅋ

청아 2023-05-26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보장이라니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ㅋㅋㅋ

새파랑 2023-05-27 12:23   좋아요 1 | URL
미미님 필립 로스 전작 하시죠 ^^
 
아돌프의 사랑 문지 스펙트럼
뱅자맹 콩스탕 지음, 김석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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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28

"자연은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는지 몰라요.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는데…"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장미빛 미래가 없을걸 알면서도 어떤 행동을 시작하려고 결정하였다면 장미빛 미래는 포기하는게 맞다. 포기할 수 없다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좀 특이하다. 불행할걸 알면서도,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멈출수가 없고, 순간의 감정에 불타오르다가도 어느순간 갑자기 꺼져버리기도 한다. 이성의 영역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사랑, 그래서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사랑은 일종의 마술과 같은 것이어서 오랜 추억을 대신한다. 사랑은 마치 요술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하나의 과거를 만들어내어, 그것으로 우리를 감싼다. 사랑은 말하자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의 알지 못했던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듯한 느낌을 안겨주는 것이다. 사랑이란 한순간에 타오르는 하나의 불빛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것처럼 여겨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얼마 안가서 그것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이 존재하고 있는 동안은 지나온 시간을 밝혀줄 뿐만 아니라 장차 다가올 시간 위에도 밝은 빛을 뿌려주는 것이다.] P.51




뱅자맹 콩스탕의 <아돌프의 사랑>은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다. 그리고 당연히 비극이다. 아주 간단히 줄거리를 설명하지면...


스물두살의 주인공인 "아돌프"가 P 백작의 첩인 "엘레노르"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녀에게 접근한다. 현재를 지키고 싶었던 그녀는 "아돌프"를 멀리하지만, 계속되는 그의 애정공세에 결국 항복하게 되고 두 사람은 비밀리에 연인이 된다.

[엘레노르, 제발 제 간청을 들어주세요. 당신도 어느 정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오로지 당신만을 생각하고, 당신만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통과 절망을 잊고 제가 아직도 한 가닥 삶의 행복과 희망을 느낀다면, 그건 다 당신 덕 택입니다. 이런 제가 당신 곁에 있고, 또한 저한테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P.46



그러나 어느순간 두 사람의 감정은 역전이 되고, "엘레노르"의 감정은 더 커져만 가지만 "아돌프"는 자신의 현실적인 미래를 생각하기 시작한다.

["아돌프, 당신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이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내가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나를 위해 당신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거라고요. 당신은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동정일 뿐이에요."] P.88



결국 두 사람의 관계가 밝혀지게 되고, "엘레노르"는 P 백작의 곁을 떠난다. 그리고 "아돌프"와 함께 살려고 하지만 "아돌프"는 망설인다. "엘레노르"에 대한 "아돌프"의 마음은 사랑에서 연민으로 돌아서 버렸다.

["아돌프! 당신은 나에게 준 고통을 모르세요. 하지만 언젠가는 알겠죠. 나를 무덤 속에 떨어뜨려버린 그때, 스스로 그걸 알게 될 거예요."] P.129



시작할때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결말. 좋다고 매달릴땐 언제고 이제와서 감정이 식어버린 "아돌프"가 잘못한걸까, 아니면 불행할걸 알면서도 사랑을 받아준 "엘레노르"가 바보인걸까?

["내게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였지만, 당신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이제 며칠 만 더 나를 돌봐주세요."] P.144



이 책을 읽으면서 "아돌프" 나쁜 xx 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책임지지도 않을거면서 자신의 감정에만 집중하는 "아돌프"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느껴졌다.(한번 사랑했다고 반드시 책임져야 하는건 아니지만...) 그런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걸 가지고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약간은 뻔한 이야기였지만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아돌프"에 대한 심리묘사가 대단히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누군가에겐 전부였지만, 누군가에겐 일부였던 사랑, 그래서 사랑은 참 어렵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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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5-25 0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참, 그놈의 사랑이 뭔지!
사랑할때는 미래의 불행이 보이지 않나 봅니다 ㅠㅠ

새파랑 2023-05-25 06:06   좋아요 1 | URL
일단 직진? ㅋ 아돌프의 감정변화에 대한 묘사가 아주 좋았습니다~!! 저도 예전에 저런 비슷한 생각을 했던것도 같아요 ㅋㅋ

얄라알라 2023-05-25 0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정의 역전이라! 새파랑님 표현, 줄거리 5단어 집약으로 와닿네요. 익숙하게 봐온 역전인지라 더 아립니다

새파랑 2023-05-25 06:07   좋아요 1 | URL
익숙한 역전인데도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ㅋ 해셜보니까 이 작품은 심리묘사가 탁월하다고 써있더라구요. 아주 재미있습니다~!!

레삭매냐 2023-05-25 08: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나 지금이나 그놈의 사랑
은 어렵지 싶습니다.

그래서 작가들이 주구장창
울궈먹게 되는 그런 소재가
아닌지.

새파랑 2023-05-25 10:27   좋아요 1 | URL
주구장창 우려먹어도 재미있으니까 그런거 같아요 ㅋ 이 착 디자인도 예뻐서 모아야하나 고민중입니다 ㅋ

책먼지 2023-05-25 08: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초반부 읽다 덮어두고 잊어버렸는데 새파랑님 리뷰 읽으니 다시 펴고 싶어집니다!!! 밖에서 보면 뻔해보여도 사랑 안에 있는 당사자들에게는 매순간이 유일무이해서 더 어렵고 소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새파랑 2023-05-25 10:28   좋아요 1 | URL
책이 얇아서 금방 읽으실겁니다~!! 이야기가 군더더기 없이 스트레이트더라구요~!!

물감 2023-05-25 13: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좀 복잡한 전개의 스토리가 좋았는데요, 이제는 단순/평범하면서 생각거리를 심어주는 스토리가 좋아지더라고요. 머리쓰기가 싫어진건지 ㅋㅋㅋㅋ 콩스탕 기억해두겠슴다

새파랑 2023-05-25 23:51   좋아요 1 | URL
이 책은 물감님 좋아하실거 같아요. 스토리도 안복잡하고 그냥 주인공에 감정이입하여 읽다보면 금방 읽습니다 ㅋ 전 아주 좋았습니다 ~!!

페크pek0501 2023-05-25 2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 이름이 특이해서 오히려 관심이 가네요.
새파랑 님 덕분에 한 작가를 알게 됩니다. 감사드려요. 장바구니에 담았답니다.

새파랑 2023-05-25 23:53   좋아요 1 | URL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된 작가인데 너무 좋더라구요. 소설을 주로 쓴 작가가 아니어서 번역된게 거의 없더라구요 ㅜㅜ

희선 2023-05-27 0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 마음이 그렇다니,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상대가 좋아한다고 하니 마음이 달라지다니... 시간이 안 맞았네요 그럴 때 많을지도 모르죠 마음을 왜 그런지...


희선

새파랑 2023-05-27 12:2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ㅋ 마음처럼 변덕이 심한것도 없는거 같아요 ^^ 환경적인 것도 영향을 많이 받고~~
 

완전 내취향의 책. 사람의 마음이란 왜 그렇게 변하는걸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워 ㅋ


나는 내가 골몰해 있는 문제를 남에게 털어놓는 일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성가심을 무릅쓰고 남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그럴 때면 쉴 새 없이 농담을 지껄여 대화에 활기를 불어넣음으로써 화제의 단조로움을 덜었다. 그러나 속마음을 내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P18

내가 어떤 것에도 구속받기 싫어하고, 그래서 나를 둘러싼 온갖 관계에 대해 항상 불안해하고, 어쩌다 새로운 관계라도 맺을라치면 괜한 두려움부터 앞서곤 하는 버릇도 역시 거기서 생겨난 것이다. - P18

나는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나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어떤 감정의 욕구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 욕구는 대개의 경우 채워질 수 없는 것이었고, 그럴때마다 나는 나의 호기심을 끌었던 대상으로부터 차례로 떨어져 나가곤 했다. - P19

이런 태도는 말하자면 만사에 대한 무관심이었고, 이런 무관심은 결국 죽음에 관한 사색으로 말미암아 더욱 굳어져 버렸다. 죽음에 관한 사색은 젊은 시절부터 나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는데, 세상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문제에 관해 어쩌면 그렇게 무관심할 수 있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 P19

사람의 감정이란 참으로 모호하고도 복잡한 것이다. 그것은 눈으로 붙잡을 수 없는 수많은 인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쓰는 말은 언제나 조잡하고 또 너무 일반적이어서, 그런 감정을 뭐라고 지칭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감정을 어떤 것이라고 규정짓는 데에는 별 소용이 없다. - P27

그녀는 무엇보다 싫어하고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엘레노르는 자신의 운명과 끊임없는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녀는 일거수일투족 을 통하여 자신이 처해 있는 계급에 반항하고 있었던 것이 다. 그러나 현실이 자기보다 강하고, 아무리 발버둥 쳐보았자 자신의 처지를 조금도 바꿀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무척이나 불행한 느낌을 억누를 수 없었다. - P31

나는 내가 세운 목표를 향해 가능한 한 빨리 나아가야 한다고, 마치 의무감처럼 느끼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나는 기분에만 마음껏 젖어 있을 수가 없었다. 말만 꺼내면 성공은 문제없으리라는 생각에 하루라도 빨리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그러다가도 내가 과연 엘레노르를 사랑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나를 끊임없이 사로잡았다. 나는 수많은 계획을 짜고, 그녀를 정복할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궁리했다. 한 번도 실행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성공하리라 확신하는 그 무경험의 자만심으로. - P34

나 혼자 있을 때의 내 속을 들 여다본 사람이라면 나를 더없이 냉혹하고 비정한 유혹자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녀 곁에 있는 나를 본 사람이라면 더 없이 순진하고 열렬한 연인으로 여겼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 두 개의 얼굴을 각각 나의 참모습으로 생각했을지 모르나, 실은 그 어느 것도 진정한 모습이 아니었다. 무릇 사람에게는 완벽한 조화가 있을 수 없다. 성실만으로 똘똘 뭉친 사람도 없고, 온통 악의만 가진 사람도 없는 법이다. - P35

"보다시피 저의 모든 것은 부인의 처분에 달려 있습니다. 제가 무슨 짓을 했기에 부인께서는 저를 고통에 빠뜨리면서 즐거워하시는 겁니까?" - P43

어제 일을 잊어주세요. 흥분에 휩싸였던 그 순간을 잊어주십시오. 그래서 전처럼 저를 맞아주세요. 제가 당신 을 사모하고 있다는 건 저 혼자서만 마음속에 간직해두어야 할 비밀이었어요. 그런데 괜한 흥분에 겨워 그 비밀을 털어 놓고 말았습니다. 저의 실수였어요. 부디 저의 실수를 용서 하시고, 어제 있었던 일은 모두 잊어주십시오. - P45

엘레노르, 제발 제 간청을 들어주세요. 당신도 어느 정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오로지 당신만을 생각하고, 당신만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통과 절망을 잊고 제가 아직도 한 가닥 삶의 행복과 희망을 느낀다면, 그건 다 당신 덕 택입니다. 이런 제가 당신 곁에 있고, 또한 저한테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 P46

사랑은 일종의 마술과 같은 것이어서 오랜 추억을 대신한다. 사랑은 마치 요술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하나의 과거를 만들어내어, 그것으로 우리를 감싼다. 사랑은 말하자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의 알지 못했던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듯한 느낌을 안겨주는 것이다. 사랑이란 한순간에 타오르는 하나의 불빛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것처럼 여겨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얼마 안가서 그것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이 존재하고 있는 동안은 지나온 시간을 밝혀줄 뿐만 아니라 장차 다가올 시간 위에도 밝은 빛을 뿌려주는 것이다. - P51

우리가 조금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당신은내사람이 될 수 있었을 것을! 당신을 그토록 찾아다녔으면서도 너무나 뒤늦게 만난 까닭에 이토록 고통에 시달려야 하 는 이 마음, 내 마음을 위해 조물주가 창조해준 유일한 생명체인 당신을 내 품에 껴안고 있었을 것을! - P53

그러나 입 밖에 내지 않았다고 해서 엄연한 사실 이 숨겨지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더구나 속에 감추어 진 채 놓여 있는 사실이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되는 노릇이다. - P56

사랑을 시작하면서 그 관계가 영원할 것을 믿지 않는 남자가 있다면, 저주를 받을지어다! 여자의 품 안에 안겨 있으면서도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장차 그 품 안에서 벗어날 때가 오리라고 미리부터 점치는 남자가 있다면, 그 또한 저주를 받을지어다! - P57

사랑의 매력이여, 어느 누가 그대를 그려낼 수 있으랴! - P58

"어떻게 되든 당신은 곧 떠나겠죠. 그러나 미리부터 그때를 생각하진 마세요. 그리고 나 때문에 걱정하지도 마세요. 하루 한 시간이 나에겐 아까워요. 당신이 떠날 때까지, 순간 순간이 나에겐 소중하고 필요해요. 아돌프, 나는 어쩌면 당신 품에 안겨서 죽을지 몰라요. 왠지 그런 예감이 들어요." - P63

그러나 최초의 일격이 가해졌다. 최초의 장벽이 무너졌다. 우리는 다 같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말들을 입 밖에 내고 말았던 것이다. 입을 닫을 수는 있지만, 이미 뱉어버린 말들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노릇. 말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간직할 수는 있지만, 일단 입 밖으로 나와버리면 결코 되풀이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법이다 - P67

모든 것이 그녀의 영혼을 욕되게 만들고 그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어떤 사람이 발길을 끊으면 그 녀는 멸시당한 것이라 생각했고, 또 어떤 사람이 자주 찾아 오면 그것은 그녀에게 무언가 비열한 흑심을 품고 있는 증 거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녀는, 홀로 있으면 괴로움에 몸을 떨었고, 사람들 속에 있게 되면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붉혔다. - P75

"아돌프, 당신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이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은 내가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나를 위해 당신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거라고요. 당신은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동정일 뿐이에요." - P88

"아돌프! 당신은 나에게 준 고통을 모르세요. 하지만 언젠가는 알겠죠. 나를 무덤 속에 떨어뜨려버린 그때, 스스로 그걸 알게 될 거예요." - P129

"하지만 제발 부탁인데, 앞날의 이야기는 하지마세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자신을 책망하지는 마세요. 당신은 나에게 너무 좋은 사람이었어요. 나는 불가능 한 일을 바라고 있었어요. 내게는 사랑이 인생의 전부였지만, 당신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이제 며칠 만 더 나를 돌봐주세요." - P144

"자연은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는지 몰라요.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포기할 줄 알아야 하는데…………"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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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3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5-24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05-25 2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네요. 심리소설인가요?
동정도 사랑일 수 있는지 헷갈립니다.^^

새파랑 2023-05-25 23:49   좋아요 2 | URL
심리소설인거 같습니다~!! (해설에 그렇게 쓰여있습니다 ㅋ)
전 아주 좋았습니다. 밑줄도 많이 긋고 ~!! 저도 동정이 사랑은 아니지만, 사랑이 안된다면 동정이라도.. 라는 생각을 합니다 ㅋ
 
사랑, 이별, 죽음에 관한 짧은 소설
정이현 외 지음 / 시간의흐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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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27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이 사람은 이 사람의 방식으로 풍화를 견디는 중이었다.˝


<시간의 흐름> 시리즈 책을 좋아한다. 좋아한다고 해봤자 지금까지 네권밖에 안읽었지만...그냥 좋다. 원래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없는거다.


이번에 읽은 책은 나름 신작인 <사랑, 이별, 죽음에 관한 짧은 소설>이라는 세편의 단편을 모은 책이다. 정이현, 임솔아, 정지돈 세분의 작가가 참가하였다. 일단 책 제목부터 너무 마음에 들었다. 사랑, 이별, 죽음 이 세 단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키워드 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표지도 너무 깔끔해서 이건 안살수가 없었다.


짧은 세 단편 모두 좋았다. 특히 한번 읽었을때는 잘 몰랐었는데, 두번 읽으니까 처음에 못느꼈던 감정들을 느꼈다. 특이한 점은 사랑, 이별, 죽음이라는 일반적인 키워드를 주제로 했지만, 내용은 좀 일반적이진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사랑 : 우리가 떠난 해변에>

14년전에 일반인들의 짝짓기 연애 프로그램인 ‘러브 애드벌룬‘이 있었다고 한다. 10회분만 방영하고 프로그램은 사라졌다고 하는데, 이 프로그램의 모토는 ‘사회적 조건에 종속된 사랑이 진짜 사랑일까?‘ 였다. 출연자의 모든 사회적 배경은 밝히지 않은채 오직 그 사람 하나만을 가지고 서로를 관찰한다. 그리고 1차 커플이 만들어진다. 이제 마지막 순간이 오고, 서로는 서로의 사회적 배경을 밝혀야 한다. 만약 상대방의 배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커플은 사랑의 걸음을 멈춰야 한다.

[출연자들이 사흘 동안 서로의 신상에 대해 알게 되는 거라곤 이름이 전부였다. 노정훈 씨, 이혜정 씨 그리고 다른 모든 출연자들도 캠프 애드벌룬 안에서 오직 한명의 개인으로만 존재했다. ‘사회적 조건에 종속된 사랑 이 진짜 사랑일까.‘ 선우는 공식 홈페이지의 기획 의도에 그런 말이 적혀 있었다고 기억했다. ‘조건에 얽매인 결혼 상대자로서가 아니라 자유로운 인간 대 인간의 만남. 네이키드 상태에서 피어나는 진실한 사랑을 찾기 위해 기획되었다.‘ 유치하고 조악한 문장이었다.] P.20



피디인 ‘선우‘는 14년전에 ‘러브 애드벌룬‘에서 본 한 커플을 기억하고 있었다. 커플이 된 두 사람은 서로의 사회적 배경을 밝히는데, 너무나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이를 극복하고 진짜 커플이된다. 그리고 결혼까지 했다고 한다. ‘선우‘는 이 커플이 아직도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 하며, 두 사람을 대상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한다. 그래서 주인공인 ‘설‘과 함께(선우가 주인공이 아니다...) 두 사람을 찾아간다. 과연 두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 사회적 배경의 차이는 잘 극복했을까?

[두 사람은 모든 게 달랐어요. 그냥 다른 세계의 사람들처럼 보였어요.태어날 때도 자라는 동안에도 어른이 되어서 경험한 삶에도 접점과 교차점이 없는 사람들. 이런 두 사람이 사흘 만에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 을까요. 그게 경이롭고 끔찍하게 불가사의했어요! 선우의 느낌표가 환청처럼 귓가에 부서졌다. 두 사람 의 유튜브 영상에서 추천 수가 가장 많은 댓글은 다음과 같았다.

‘보고 또 봅니다. 사랑의 첫 순간에 대해 생각하면 저 는 항상 이 장면이 떠오릅니다.‘] P.24



사랑하는데 있어서 재산, 집안, 직업 등 그 사람 자체가 아닌 주위 조건들을 우리는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 조건을 신경쓰는 사람을 속물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상과 현실에 있어서 사랑만큼 큰 괴리를 보여주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 고정불변한 틀 안에서 존재한다는 것도 착각 아닌가요? 사랑은 감정인데 네모 통에 담으면 네모가 되고 원형 통에 담으면 또 원형이 되는 거죠.] P.35







<이별 : 쉴 곳>

이별이란게 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이 작품은 자신을 불안하게 했었던 과거의 기억과 나를 속박했던 현실과의 이별을 그린 작품이다.


누구나 어린시절 트라우마가 있을 것이다. 주인공인 민영은 어린시절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스무살 정도의 나이차가 나는 오빠와 새언니 밑에서 자랐다. 어린시절 오빠와 새언니는 자주 싸웠고, 민영은 그때마다 불안을 느꼈다. 그리고 그 불안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어졌고, 민영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면 몸을 떠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그런 민영은 사람을 피하게 된다.


하지만 뭐든지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는법, 민영은 이제 오빠와 새언니가 싸우더라도 떨지 않는다. 그리고 직장 사람들과 있으면서도, 회사를 떠나면서도 예전과는 다르게 마음이 편했다. 자신을 둘러싼 불안과 이별하게 된 민영은 조금 더 홀가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언니, 해볼래? 자기가 운전하면 멀미가 안 나.˝
˝안 한 지 오래됐는데.˝
˝그냥 해봐. 달걀 꺼내듯이.˝
그럴까? 라고 말하며 정화는 활짝 웃었다. 민영은 갓길에 차를 세웠다. 정화와 자리를 바꿨다. 차는 천천히 나아갔다. 잔뜩 긴장한 듯 정화는 운전대에 상체를 바짝 붙였다. 차가 크게 휘청였고 정화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웅덩이였다. 정화의 손이 떨려왔다. 민영은 비상등을 켰다. 한쪽 손을 정화의 손 위에 포갰다.
˝걱정 마. 아무렇지도 않아.˝
민영은 민기에게 배운 말을 뱉었다. 정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손이 떨리지 않았다.] P.69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무뎌지게 해주는건 확실히 맞는것 같다. 지쳐가게 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죽음 :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몸과 마음이 생각보다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야. 몸은 의식에 따라 다르게 인지될 수 있는 고깃덩이에 불과해.˝



(당연히 둘을 분리해서 이야기할 수 없지만...)
나라는 존재를 대표하는건 육체일까? 정신일까? 이 작품은 이런 물음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육체보다는 정신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 작품을 읽고나서 생각이 약간 바꼈다. 왜인지 궁금하시다면? 이 단편을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작가의 상상력이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 책에 실린 세편의 단편이 다 좋았지만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이 작품을 선택하겠다. (그래서 자세한 줄거리는 생략....ㅎㅎ)

[만약 그의 기억 역시 그대로 이어진다면 그를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냐고 졸탄은 물었다. 부활한 그가 목소리도 얼굴도 전과 다르지만, 아무도 모르는 모어와의 기억을 정확히 떠올릴 수 있고, 되살아난 스스로를 인지한다면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그건 다르죠. 몸이 다르면 존재도 달라지는 거니까.]

[그럼 심장 이식수술을 한 사람은요? 전신 성형을 한 사람은?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사고로 뇌에 손상이 생겨서 성격이 전혀 달라진 사람이 있다면 그는 다른 사람인가요? 나를 나로 만드는 건 무엇일까요?] P.95



어떤 단어를 듣고 떠올리는 건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내가 떠올렸던 사랑, 이별, 죽음에 관한 이미지와 이 책에서 그리는 이미지는 많이 달랐지만, 다르기 때문에 더 신선하게 읽혔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좋은 작가 세분을 알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작가님들의 다른 작품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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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5-19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작품을 읽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랑과 죽음 둘 다 관심이 가네요.
사랑, 에서 그 커플은 잘 살고 있는지 저도 궁금하네요. 그리고 어떤 노력이 필요했는지 아니면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차이를 극복할 수 있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었는지 궁금해요.
장바구니에 담겠습니다.^^

새파랑 2023-05-19 12:51   좋아요 1 | URL
음... 잘살지는 못한거 같아요 ㅋ

이 책 좀 얇고 비싸지만 그만큼 값어치가 있는거 같아요. 전 대만족입니다~!!

페넬로페 2023-05-20 0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 이별, 죽음이 우리 주위의 거의 전부를 이루고 있는데 뻔할 것 같아도 다양한 스토리가 수없이 나오기도 하는듯요^^
저는 연애관련 예능을 좋아하지 않는데 결국 사람들이 조건으로 실망하고 애정하는 것이 보기 싫더라고요^^

새파랑 2023-05-20 11:15   좋아요 1 | URL
조건을 보지 않고 사람 그 자체로만 사람을 바라보기는 쉽지 않겠죠? 그래도 페넬로페님 같은 분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저도 연애관련 예능을 안봅니다. 티비 자체를 안보기는 하지만요 ㅎㅎ

희선 2023-05-20 0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별 하면 사람하고 헤어지는 게 먼저 떠오르는데 불안과 헤어진다니 좋네요 저도 헤어지고 싶군요 어려울 것 같아요 소설에선 그런 거 잘 하는구나 하기도 해요 실제로는 참 어려운데...


희선

새파랑 2023-05-20 11:16   좋아요 0 | URL
사람이든 습관이든 뭐든지 헤어지는건 정말 어려운거 같아요. 저도 그렇습니다 ㅜㅜ

얄라알라 2023-06-08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역시 당선글 목록에서 새파랑님의 이름을 봅니다! 역시!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3-06-08 15:53   좋아요 0 | URL
와우 ㅋ 저번달에 별로 못읽었는데 당첨이라니 ㅋ 감사합니다~!! 책 또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