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러시아! 선물받은 책은 더 좋다~!!






그들을 감싸고 있는 가을의 풍경은 음울하고 슬퍼 보였다. 이 순 간 마샤와 이바노프를 집으로 실어 갈 기차는 어딘지 알 수 없는 잿 빛 공간을 달리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사람에게 위안과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은 역시 사람의 마음밖에 없다. - P9

이바노프는 마샤의 머리카락에서 가을 숲의 낙엽 냄새가 난다고, 영원히 이 냄새를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철길에서 조금 물러 나와 이바노프는 마샤와 자기가 먹을 계란 프라이를 만들기 위해 작은 모닥불을 지폈다. - P11

이바노프는 철도 사령부에 체류 신고를 마치고 마샤와 함께 이 도시에 머물렀다. 사실 그는 4년째 보지 못한 아내와 두 자식이 기 다리고 있는 집으로 하루 빨리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이바노프는 가족과의 설렘과 기쁨의 재회를 뒤로 미루고 있다. 그는 스스로도 자신이 왜 이렇게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자유의 시간을 좀더갖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P11

"날 영원히 기억한다고요? 그러실 필요없어요. 어차피 잊게 될 테니까요. 난 아저씨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그러니 그냥 저를 잊어주세요." - P12

기차가 도착했고, 그들은 작별을 했다. 이바노프는 떠났다. 그리 고 그는 혼자 남은 마샤가 울음을 터뜨리는 걸 보지 못했다. 마샤는 여자친구건 동료건 하루라도 자신과 운명을 함께했던 사람이면 그 누구도 잊지 못했다. - P12

이바노프는 다시 마샤의 냄새를,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풍기던 향취를 떠올렸다. 그녀의 머리에서는 숲속나 뭇잎의, 풀이 무성히 자란 외진 오솔길의 냄새가, 집안의 평온함이 아닌 불안한 삶의 냄새가 풍겼다. 목욕탕 종업원의 딸 마사, 그녀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새로운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을까? 신의 가호가 있기를. - P16

한편 이바노프에게 고향집은 여전히 이상하고 낯설었다. 아내는 피로에 지친 얼굴이었지만, 예전의 모습 그대로 어여쁘고 다소곳했 다. 당연히 그래야 하듯 많이 자라긴 했지만, 아이들도 자신에게서 태어난 그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왠지 이바노프는 귀향의 기쁨을 만끽할 수 없었다. 가족들과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던 것인가. - P21

"난 당신을 그리워했어요, 알료샤. 물론, 옆에 아이들이 있었지 만, 그 애들이 당신을 대신할 순 없었어요. 난 항상 당신만을 기다렸 어요. 이 길고 무시무시한 몇 년의 시간을 아침이면 잠에서 깨는 것 조차 두려웠어요." - P29

우리 집에는 그 사람에게 필요한 건 없었어요. 우리도 필요한 건 없었죠. 우리도 그 사람이 가져다 주는 선물이 없어도 살 수 있어요. 그 동안에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은 다 른 사람을 도와주면 자기 마음이 좀 나아진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죽은 식구들을 조금은 잊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당신이 그 사람을 한번 보면,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 P31

마샤가 날 기다리지는 않겠지. 이바노프는 생각했다. ‘그녀는 내가 결국 자기를 잊게 될 거라고 했지. 우리가 다시는 보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이제 난 그녀에게 영원히 돌아갈거야. - P42

모든 사랑은 무언가에 대한 필요와 외로움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이 아무런 부족함도 느끼지 못하고 외로워하지도 않는다면 결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 P43

이바노프는 눈을 감았다. 기진맥진해서 넘어지는 아이들을 더 이상은 애처로워 바라볼 수가 없었다. 이 순간 갑자기 그는 가슴이 뜨 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의 내부에 갇혀 평생을 힘겹게 뛰고 있던 심장이 그의 전신을 뜨거움과 전율로 휘감으며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듯했다. 갑자기 그가 예전에 알던 모든 것이 좀더 정확히, 그리고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예전에 그는 다른 사람의 삶을 자기의 이기심과 개인적인 이해관계라는 울타리 속에서 바라봤다. 그런데 이제 갑자기 타인의 삶이 열린 가슴을 통해 다가왔다. - P44

남편은 어린 시절 이후로는 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고, 자기 얼굴이 가지는 의미를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 P50

"잠시 떠난 거지, 죽은 건 아니잖아. 다시 돌아올거야!"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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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2-22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아름답죠.
전 구판으로 읽었는데 표지는 구판이 더 나은 거 같기도...

새파랑 2023-02-22 18:45   좋아요 1 | URL
표지가 좀(?) 그렇긴 한데 좋습니다. 역시 리시아문학이 짱인거 같아요 ^^

서니데이 2023-02-23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러시아문학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러시아나 동유럽 작가의 글은 조금 낯선 느낌이 들긴 해요.
잘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3-02-23 22:16   좋아요 1 | URL
전 러시아 문학 완전 마니아입니다 ㅋ 최고입니다 ^^

이제 퇴근하지만 남은 두시간 잘 놀겠습니다~!!

서니데이 2023-02-23 22:27   좋아요 1 | URL
이렇게 늦게 퇴근하세요??
피곤하시겠어요.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3-02-2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문학, 좋지요.
윌라 오디오북을 듣고 있는데 이 책은 없네요. ㅋ

2023-02-26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6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6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6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7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7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7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0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8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01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2-27 0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이월 이틀 남았네요 이번주는 이월과 삼월이 있군요 이월 잘 보내고 삼월 잘 맞이하세요


희선

새파랑 2023-02-27 12:15   좋아요 1 | URL
앗 벌써 3월이네요...
슬픕니다. 이렇게 겨울이 끝나가다니 ㅋ 희선님도 3월 잘 맞으시길~!!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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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12 운명 4부작중 세번째 작품.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고통을 느꼈다. 마침표 없이 쉼표로 이어지는 긴 문장은, 그의 고통 역시 끝이 없이 쭉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걸까? 한번 읽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난 두번 읽었다...). 운명 4부작을 읽으신다면 반드시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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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2-20 21: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들은 얘긴데요, 헝가리 언어가 마음 먹고 쓰면 문장을 한 없이 늘일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걸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건 참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이런 책 읽다가 우리나라 작품을 읽으면 얼마나 산뜻하고, 개운하고, 직빵으로 알아먹겠는지 감회가 새롭다니까요.

윽, 근데 제가 지금 뭐하는 겁니까. 술 마시면 아예 인터넷 접속을 안 하겠다고 해놓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후다닥 나가야겠습니다. 에휴.....

새파랑 2023-02-21 06:14   좋아요 2 | URL
아 ㅋ 그래서 문장이 그렇게 길었군요 ~! 전 처음에 쉼표가 오타인줄 알았습니다 ㅡㅡ

전 이 책 너무 마음에 들긴한데 좌절을 안읽어서 이해를 잘 못하겠더라구요 ㅎㅎ

청아 2023-02-21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케르케스의 글이 어떤 부분들은 어렵던데 두 번이나 읽으셨다니
그만큼 새파랑님을 사로잡은 매력이 있었나 봅니다.^^* 궁금하네요ㅎㅎ

새파랑 2023-02-21 15:10   좋아요 1 | URL
전 저런 고통(?)스러운 글이 좋더라구요 ㅋ 제 취향이 좀 그렇습니다. 쉼표로 계속 이어지면서 반복되는 문장을 처음 인지했을때는


인쇄가 잘못된건지 알았습니다 ^^



yamoo 2023-02-21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케르케스의 책 3권이 있지만 전혀 읽지 않고 있습니다. 계속 후순위로 밀려서 언제 읽게 될지 몰루겠어요..ㅎㅎ

새파랑 2023-02-21 20:30   좋아요 0 | URL
전 이책 중고로 있어서 구매했는데 ㅋ 케르테스 책이 얇긴 한데 좀 읽기는 어렵더라구요. 근데 좋습니다~! Yamoo님 그림이랑 비슷하네요 ^^

coolcat329 2023-02-22 0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장이 길군요. 임레 소설은 순서대로 읽어야 하겠네요. 두 번이나 읽으시고 고생하셨어요.

새파랑 2023-02-22 11:53   좋아요 0 | URL
요새 새로운일(?)이 생겨서 책을 읽을시간이 부족하지만

두번 읽을정도로 흥미로웠습니다 ^^

페크pek0501 2023-02-24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독하실 만큼 마음이 끌리신 모양입니다.
민음사 책은 왠지 다 좋습니다.^^

새파랑 2023-02-26 23:50   좋아요 1 | URL
이 책 좋습니다~!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냥 좋다는? ㅋ 민음사 시리즈 모으기도 좋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페넬로페 2023-02-26 2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드시 순서대로 읽겠습니다^^
읽는 내내 힘들겠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새파랑 2023-02-26 23:50   좋아요 2 | URL
책이 힘들다기 보다는 제가 여유가 없어서 힘들었다는 ㅋ 페넬로페님은 좋아하실거 같아요 ^^
 

N23011

˝일이라는 건 늘 똑같아. 아침 아홉 시에는 계획과 능력과 진실로 가득하지. 오후 네시엔 실패자야.˝


헝가리 출신으로 영국으로 망명한 화가 야노스. 우여곡절 끝에 개인전시회를 개최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그는 사라진다. 어디로 간걸까? 그의 절친인 영국인 존은 사라진 야노스의 작업실에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스케치북에 남겨진, 헝가리어로 쓰여진 야노스의 일기를 발견한다.



존은 일기를 통해 타국에서 망명자로 살아온 그의 고독, 이념과 예술사이에서 느꼈을 고뇌를, 그동안 몰랐던 친구의 진실을 처음으로 알게된다.

[나는 나 자신을 이중의 망명자로 만 들어 버렸어. 나는 우리들의 조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네. 그리고 내 인생을 당면한 목표가 아닌 예술에 쏟기로 했지. 그리하여 나는 내가 참여했을지도 모르는 것을 바라보는 구경꾼이야. 그래서 나는 끊임 없이 질문을 던져,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작은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이 세상을 내 마음속에서 나만 의 차원으로 축소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거야. 어쩌면 우리 둘 다 우리가 기다리던 네번째 사람을 배반한 건지도 몰라. 작업을 하려 면 잠을 자야만 해. 작업은 끝이 날 수도 있지. 용서하게나.]  P.99



그의 일기에는 조국을, 이념을 버렸다는 자책김을 가지고 살아가야 했던 이방인의 외로움이 담담하게 담겨져있다. 그 외로움은 가끔씩 내가, 우리가 느끼던 감정과 별반 다르진 않았다. 가끔 야노스처럼 다 내려놓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단지 생각에서 끝날뿐인 생각임을 잘 알고 있지만...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괜찮은 화가였다. 모든 자살은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 데서 나오는 결과다. 자살을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이해라는 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의미도 없다고 믿는다. 그 사람이 만약 예술가라면 그렇게 결여된 인정은, 적어도 일부분이나마, 그의 작품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태도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P.154



예술(삶)이 우선일까? 신념(가치)이 우선일까? 둘을 같이 할 수는 없는걸까?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질문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다이애나가 없는 스튜디오에 있으려니 어쩐지 더 늙은 듯한 기분이 다. 한밤중에 깨어 여기 나 혼자뿐이라는 생각을 하면 삼십 년 전의 베를린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때와 지금 내가 몰두하는 일의 차이가 나이를 온전히 실감케 한다. 그때 나 자신을 입증할 방법이 백 가지 였다면, 지금은 단 하나뿐이다.]  P.177




<우리 시대의 화가>는 절절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삶과 신념 사이에서 방황하는 고뇌가 두드러진 작품이었다. 담담한척 보이려고 노력했던 야노스의 마음이란... 외부로 표출되는 고뇌 보다는 내면으로 삭히는 고뇌가 더 절절한 법이다.

[돌이켜 보니, 가까운 사람들 중 누구라도 자신이 직면한 위기를 이해할 수 있으리란 희망이 가당찮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는게 확실해진다. 그리고 그 점에선 그가 옳았다고 생각한다.]  P.217




Ps. 일기 형식의 전개방식을 택하다보니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타인의 머릿속을 훔쳐보는 기분이랄까?



Ps. 지금까지 존버거의 작품을 네편 읽었는데 다 좋았었다~!! 모두 다 99점 이상?


그래도 꼭 줄을 세운다면,

1.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2. 결혼식 가는 길
3. 우리 시대의 화가
4. A가 X에게로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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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02-16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머릿속을 훔쳐보는 기분 재밌겠네요! 새파랑님 이렇게
계속 읽어나가시는 걸 보니 저도 존 버거 더 궁금해집니다^^

새파랑 2023-02-16 15:18   좋아요 1 | URL
문장들 깊이가 있어서 좋습니다. 오래오래 읽어야할거 같은 느낌의 작품입니다. 전 두번 읽었어요 ^^

그레이스 2023-02-16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있네요
책만 모은 자의 부끄러움!;;

새파랑 2023-02-16 17:15   좋아요 1 | URL
일단 모으면

언젠가는 읽지 않을까요? ^^

바람돌이 2023-02-16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아름다운 책이 존 버거였던거 같아요. 안읽은 책들도 다 찾아서 읽고 싶게 해주는 새파랑님. ^^

새파랑 2023-02-17 06:35   좋아요 1 | URL
ㅋ 아 쉽지 않은건 맞는거 같아요. 문장들이 다 쉽게 쓰인거 같지는 않더라구요. 그런데 그냥 좋습니다 ^^

희선 2023-02-17 0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도 여러 가지 생각이 많겠네요 예술이 정치에 이용되지 않아야 할 텐데, 그런 때도 있고 지금이라고 아주 자유로운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3-02-17 11:50   좋아요 1 | URL
예술을 예술 그 자체로만 보면 좋을텐데 꼭 그렇지는 않은거 같아서 아쉽긴 합니다 ㅋ 생각해보면 땔래야 땔수없는거 같기도 하고 🤔

페넬로페 2023-02-17 15: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방인이 아니어도 우리는 다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을 듯 합니다. 그럴때 일기를 써야 하는가요! 저는 예술과 삶이 양립되기 힘들다고 봐요. 생각의 깊이가 남달라야 하기 때문에 평범하게 사는게 힘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새파랑 2023-02-17 17:06   좋아요 2 | URL
저도 일기를 쓰고는 싶은데 글씨를 못써서 잘 안되더라구요 ㅋ

페넬로페님도 예술가처럼 생각의 깊이가 남다르십니다~!!

페크pek0501 2023-02-24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2. 결혼식 가는 길
3. 우리 시대의 화가
4. A가 X에게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3-03-10 17:11   좋아요 0 | URL
존버거 책이 페크님에게 잘 맞으면 좋겠네요~!!
 

좀 오래 읽었지만...

좋았다 아주~!!










나는 나 자신을 이중의 망명자로 만 들어 버렸어. 나는 우리들의 조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네. 그리고 내 인생을 당면한 목표가 아닌 예술에 쏟기로 했지. 그리하여 나는 내가 참여했을지도 모르는 것을 바라보는 구경꾼이야. 그래서 나는 끊임 없이 질문을 던져,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작은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이 세상을 내 마음속에서 나만 의 차원으로 축소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거야. 어쩌면 우리 둘 다 우리가 기다리던 네번째 사람을 배반한 건지도 몰라. 작업을 하려 면 잠을 자야만 해. 작업은 끝이 날 수도 있지. 용서하게나. - P96

이틀이 지나 마지막 문장을 다시 보니 놀랍기 그지없다. 우리는 결코, 결단코, 외로운 은신을 미화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미 너무 많이 오용되었다. - P97

나는 번번이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모든 기회의 울타리 밖에 나 자신을 세워 놓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지나치게 작은 캔버 스를 채우고, 그게 완성되면 다른 것들과 함께 벽에 기대 세워 놓는 것뿐이다. 이런 한계는 비통하다. 그리고 비통은 정직하다. 내가 작 업을 하는 건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카틴카, 라시, 에르 노, 파슬리 같은 고사리를 꽂은 이본, 월터, 수지-너희들은 삶을 살 았어. - P99

야노스가 한번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일이라는 건 늘 똑같아. 아침 아홉 시에는 계획과 능력과 진실로 가득하지. 오후 네시엔 실패자야." - P108

나 자신을 이해하면 할수록, 그리고 내가 존경하는 화가들의 기질을 이해할수록, 재능과 천재를 가르는 것은 더도 덜도 아닌 자신감이라 는 확신이 강해진다―바보가 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을 능력. - P111

대부분의 고백은 과장된다. 마치 과장이 잘못을 바로잡아 줄 수 있을 듯이. - P115

이 초상화는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방에 걸려 있다. 이 그림은 의심과 절 망의 순간에 내게 크나큰 용기를 주는데, 야노스가 이걸 준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나말고 이걸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 P127

이런 기대에서 우리네 삶의 전환점이 생겨난다. 인생의 절반은 이런 기대를 채찍 삼아 작업을 한다. 나머지 절반 동안은 그게 없이 도 살 수 있다는 걸, 환상을 잃어도 아무 상관없다는 걸 스스로에게 입증하기 위해 작업을 한다. 그러다가 차츰 모든 걸 잊는다. 이젠 죽 을 때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기 위해 작업을 한다. - P148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괜찮은 화가였다. 모든 자살은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 데서 나오는 결과다. 자살을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이해라는 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의미도 없다고 믿는다. 그 사람이 만약 예술가라면 그렇게 결여된 인정은, 적어도 일부분이나마, 그의 작품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태도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 P154

다이애나가 없는 스튜디오에 있으려니 어쩐지 더 늙은 듯한 기분이 다. 한밤중에 깨어 여기 나 혼자뿐이라는 생각을 하면 삼십 년 전의 베를린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때와 지금 내가 몰두하는 일의 차이가 나이를 온전히 실감케 한다. 그때 나 자신을 입증할 방법이 백 가지 였다면, 지금은 단 하나뿐이다. - P177

돌이켜 보니, 가까운 사람들 중 누구라도 자신이 직면한 위기를 이해할 수 있으리란 희망이 가당찮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는게 확실해진다. 그리고 그 점에선 그가 옳았다고 생각한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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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16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존 버거 좋아요. ^^

새파랑 2023-02-17 06:32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존버거 좋습니다 ㅋ
 

소설이라기 보다는 회고록에 가까운 작품. 그냥 문장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어째서 항상 모든 것이 모든 면에서 내게서만은 다른 것인지 그 이유를 난 모르겠다. 행여 내가 알고 있더라도, 내가 모르고 있다고 알고 있는 편이 보다 수월하다. 왜냐하면 이 편이 많은 해명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 다. 하지만 해명하는 일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우리는 항 상 무언가 해명하고 변명한다. 해명할 수 없는 현상과 감정의 복합체인 삶조차도 우리에게 해명을 요구한다. 우리를 에워 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해명을 요구한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스스로도 우리 자신에게 해명을 요구한다. 결국 우리는 우리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모든 것들과 우리 자신을 지나치리만 큼 과도하게 해명하여 완전히 무너뜨리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 P10

그 두려움이 우리를 두려움에 떨 게 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두려움이 이미 우리 를 집어삼켜 목구멍까지 두려움이 차올라 있으므로 두려움 은 우리의 것이기도 하고 우리는 두려움의 것이기도 하다. 두 려움이란 단지 구덩이를, 무덤을, 하늘에 파고 있는 언젠가 내 가 편히 누울 수 있는 무덤을 만드는 데 필요한 나의삽질일 뿐이다. - P20

만일 그녀가 할 말을 생각해 내기 위해 더 골몰해야 한다면, 곧바 로 내가 그녀에게 할 말을 가르쳐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그녀가 마침내 간신히 덧붙였다: "……………유대 놈과도. 그러고는, 단번에, 나의 세계가 갑작스러운 위경련과 현기증으로 뒤집어졌다. 그 말이 나오리라 예상하고, 그것을 기다리고, 지켜보고, 거의 독촉하는 기분이었음에도 불구하 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느낌은 완전히 예상을 벗어나 있었다. - P40

그가 우리를 창조했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그를 대신하여 기억한다, 그가 존재하는 존재하지 않든, 그것은 궁극적으로 같은 결말로 향 한다, 본질적인 것은 우리가 기억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누군가 - 그 누군가 - 우 리로 인해서 그리고 어쩌면 우리를 대신해서 부끄러워하도록. - P43

즉 나의 창 작 욕구란 것이 내가 완전한 자유를 소유하고 있을 때는 어째 서 줄어들고, 반면에 자유를 둘러싼 투쟁과 온갖 종류의 정신 적 고뇌 속에서는 어째서 증가하는 것인지에 대한 해명을 찾 게 되었다. - P77

나의 존재가 너의 존재의 가능성으로 간주될 때, 그리고 나아가서 너의 비-존재가 나라는 존재의 필연적이고 근본적인 제거로서 간주될 때, 내가 - P102

나의 아 내의 어머니의 질병은 말하자면 아우슈비츠 그 자체였던 것이 다, 그리고 아우슈비츠로부터는 치유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아우슈비츠라는 질병으로부터는 그 누구도 결코 치유되지 못 할 것이다. - P111

후에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그 녀에게 절망감과 동의어가 되었다. 천벌을 받은 기분, 소심함, 의심, 어딘가에 늘 매복하고 있는 두려움, 어머니의 질병,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는 혼자 어두운 비밀을 숨기고 있는 기분이 었고, 집에 돌아가면 그곳은 유대인의 감정들과 유대인의 생각 들로 들어찬 게토였다. - P113

이 저주로부터 벗어날 길은 없다고, 그녀가 말했
다. 그리고 최소한 무엇이 자신을 유대인으로 만드는 것인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믿음을 단 한 번도 가질 수 없 었고, 그것이 게으름, 비겁함 또는 다른 어떤 종류의 편견 때 문이든 유대인이나 유대인의 문화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개인 적으로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일말의 관심도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대체 무엇이 말하자면, 그녀를 유대인으로 만드는지 에 대해서 그녀는 아무 관심이 없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것이 언어든, 삶의 방식이든, 그 무엇도 그녀를 그녀의 주변에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구분 짓지 않는데,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녀의 유전자에 숨어 있는, 태고의 비밀스러 운 메시지여서 그녀 자신은 들을 수도, 알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 P117

"안 돼!" 어린 시절 내가 겪었던 일을 또 다른 한 아이가 겪게 해서는 안 된다. "안 돼!" 내 안에서 무엇인가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었다, 그 래서는 안 된다, 이 어린 시절을 그에게 - 너에게 — 나에게 겪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 - P130

인간의 가장 큰 범죄 는 태어난 것이다. - P133

아우슈비츠, 나는 나의 아내에게 말했다. 그것은 나에게 아버 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렇다, 아버지라는 말과 아우슈비 츠라는 말은 나의 내면에서 똑같은 울림을 일으킨다고, 나는 나의 아내에게 말했다. 그리고 신이 찬양받는 한 명의 아버지 라면, 그렇다면 신은 나에게 아우슈비츠의 모습으로 현현했던 것이라고, 나는 나의 아내에게 말했다. - P160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는 소리를 질러 댔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딜 것이다. 존 재할 것이다. 그리고 살아갈 것이다. 다만 내가 그것에 무능하 다는 것을 아는 채로 - P169

나는 소리를 질러 댔다, 다 만, 오로지 이런 유일한 관점에서만 나는 기꺼이 유대인이고자 한다고, 오로지 바로 이 관점으로만 나는 그것을 행복이라고 본다고, 심지어 특별한 행복이라고, 심지어 은총이라고 내가 유대인이라는 그것이 아니라, 나는 나인 것에 환호하는 것이 라고, 소리를 질러 댔다. 더 나아가 내가 낙인찍힌 유대인으로 서 아우슈비츠를 경험할 기회를 가졌다는 것에, 그것을 통해 내가 유대인으로서 무엇인가를 경험하고 무엇인가를 논으로 목격하고 무엇인가를 알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앞으로도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무엇인가를 돌이킬 수 없이, 영원히 알게 되었다는 것에 환호하는 것이라고, 나는 소리를 질 러 댔다. - P169

지난 몇 년 사이 나는 내 일의 본질도 깨달았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어떤 삽질 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해 구름 속에, 바람 속에, 허공에 파기 시작했던 저 무덤을 계속 파는 일, 끝 까지 파야 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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