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뀌 먹는 벌레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임다함 옮김 / 민음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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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06 더이상 관계유지에 의지가 없는 부부의 헤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가다메는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이혼할수 있을지 고민하고, 미사코는 그런 남편에게 지쳐서 다른 사랑을 만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걸까? 한번 식어버린 감정은 돌아올수 없다는 걸 잘 보여준다. (100% 자전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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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1-21 0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설연휴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여뀌 드시지 말공 떡국 먹고 한 살 1 더 👆

새파랑 2023-01-21 10:24   좋아요 2 | URL
요새는 알람이 안울리는거 같아요 ㅜㅜ

스콧님도 즐거운 명절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yamoo 2023-01-21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설 연휴 잘 보내시고,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시길 빌겠습니다!!ㅎㅎ

새파랑 2023-01-21 15:07   좋아요 0 | URL
yamoo님 감사합니다 ^^ 연휴 첫날은 일단 집콕하면서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ㅋ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bookholic 2023-01-21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명절 책과 함께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파랑 2023-01-21 23:19   좋아요 0 | URL
북홀릭님 감사합니다~!! 설에도 즐겁게 책 많이 읽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전 오늘 존 버거 책을 한권 읽었는더 너무 좋네요 ㅜㅜ

희선 2023-01-22 0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 마음은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다니... 바뀐다 해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바뀌지 않으면 좋을 텐데, 그건 자기만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닐지도...

새파랑 님 또 새해 복 많이 받고 명절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3-01-22 20:02   좋아요 0 | URL
또한번의 새해가 왔으니 이번에는 다시태어나야 겠습니다 ^^

안바뀌는건 하늘위의 태양 뿐인것 같습니다 ㅋ 희선님도 새해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1-26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니자키 준이치로 이름은 요즘 많이 들어봤는데 작품을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군요. 100% 자전적 이야기라니, 이 소설 재밌나요? 궁금하네요ㅎ

새파랑 2023-01-27 23:21   좋아요 1 | URL
이 책은 막 강추는 아닙니다 ㅋ 추천한다면 <치인의 사랑> 이나 <슌킨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세설>이 젤 유명한거 같은데 저도 이 작품은 아직 못읽었습니다 😅
 
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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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05 사생아로 태어난 '아우로라'를 중심으로 4대에 걸친 칠례의 역사가 한권의 책에 흥미롭게 담겨있다. 생물학적 부모나 결혼이라는 제도 보다도 중요한건 나를 아껴주는 내 주위 사람들이다. 한번 실패했어도 괜찮다. 왠지 위로가 되는 책(이 책의 주인공은 할머니 파울리나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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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21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21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1-26 1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앞에 N23005는 뭔가요? 설마 2만3천5번째 책이라는 건 아니겠죠?!!

scott 2023-01-26 18:52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그동안 열독하셔서 요즘 눈 시력이 ㅠㅠ

coolcat329 2023-01-26 19:55   좋아요 3 | URL
23년의 5번째 책인듯 합니다. ㅎㅎ

새파랑 2023-01-27 23:24   좋아요 2 | URL
알람이 안와서 몰랐다가 이제야 봤네요 😅 23년의 5번째 책입니다 ㅋ 22년은 150번까지 해봤습니다~!!

전 요즘 눈 휴식, 간 중노동 중입니다 ㅜㅜ

고양이라디오 2023-01-29 16:43   좋아요 1 | URL
아 23년 5번째 책이시군요ㅎ 작년 150권이라니 대단하세요!!!

간 중노동ㅜ? 올해도 즐독하세요^^~

coolcat329 2023-01-26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명절 잘 보내셨나요?
저도 올해 아옌데 요 삼부작 다 읽어보려고 준비해놨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는 새파랑님의 열정과 에너지 저도 좀 받고 싶습니다.

새파랑 2023-01-27 23:26   좋아요 1 | URL
명절은 쉬지도 못하고 일만 했네요 ㅜㅜ

저는 요즘 열정이 떨어진게 느껴집니다 ㅋ 제가 쿨캣님을 따라가겠습니다~!!

아옌데 삼부작 저도 사놓기는 했습니다 ^^
 

이책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자전적인 작품이 확실하다 ㅋ


그거야 그 별난 노인네가 가는 데니 어쩔 수 없잖아. 당신 아버지도 예전엔 활동사진은 좋아하셨는데, 점점 나이를 먹어 가니 취미가 요상해지는군. 얼마 전에 어디서 들은 얘긴데, 젊을 때 여자랑 많이 는 인간일수록 노인이 되면 골동품을 좋아하게 된대. 그림이나 다기(茶器) 같은 걸 만지작대는 건 결국 성욕의 변형이라는 거야?" - P12

이런식으로 슬쩍 눈에 들어온 육체는 서른 가까운 나이에 비해 젊고 탄력 있어서, 그녀가 다른 사람의 아내였다면 매우 아름답다고 느꼈으리라. 지금이라도 그는 이 육체를, 예전에 매일 밤 그랬던 것처럼 안아 줄 친절 정도는 갖추고 있었다. 다만 슬픈 점은, 거의 신혼 시절부터 그가 이 육체에는 아무런 성적 매력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젊음과 탄력도, 실은 그녀가 몇 년 동안 과부 같은 세월을 보낸 필연적인 결과임을 생각하면 슬픔보다는 묘한 한기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 P15

나이를 먹는다는 게 꼭 슬픈 일만은 아니고, 노인에게는 늙어 가며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는 감정. 또 한편으로는 그런 걸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늙어 간다는 징조며, 자신들 부부가 헤어지려는 건 그도 미사코도 한 번 더 자유의 몸으로 돌아가 청춘을 즐겨 보기 위해서이니, 지금 자신은 아내를 향한 의지로라도 나이를 먹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는 감정이. - P65

"그렇지만 좋은 상황 같은 게 대체 언제 온다는 거야. 누구든 한 사람이 나서지 않으면 그런 때는 영원히 안 온다고." - P65

누구에게나 이별은 분명 슬픈 일이다. 그건 상대가 누구든, 이별이라는 것 자체에 슬픔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헤어지기에 좋은 상황을 수수방관하며 기다린다 한들 그런때 따윈 오지 않는다는 다카나쓰의 말은, 지극히 당연한 소리다. - P67

그렇지만 슬픔이란 결국 다 그런 거 아닌가, 어차피 주관적인 것이니까. ………우리들은 서로 미워하지 않기 때문에 안 되는 거야. 서로 미워하면 편하겠지만, 서로 상대방이 그럴 만하다고 생각해서 이 모양인 거지. - P72

그렇지만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언젠가는 질릴 때가 온다네. 영원히 계속해서 똑같은 애정을 품는다는 건 무리니까, 약속할 수 없다는 것도 일리는 있어. - P115

가나메는 아내의 고백을 듣고 나서도, 절대로 아소에게 가라고 그녀를 부추기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는 아내의 연애를 ‘불륜의 사랑‘이라고 지적할 권리가 없으며, 연애가 어디까지 진전되든 자신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그런 태도가 간접적으로 미사코를 부추긴 건 분명하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남편의 빠른 이해력이나 깊은 배려심, 관대함이 아니었다. "나 자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헤맸어요. 당신이 그만두라고 말해 주면 지금이라도 멈출 수 있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그때 고압적이더라도 "그런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둬."라고 해 주었더라면, 얼마나 기뻤을까. - P120

"헤어지고 싶은가?" 하고 한쪽이 물어보면, "당신은 어때?" 하고 다른 쪽이 되묻는다. 결국 둘 다 헤어지는 게 낫다는 걸 알면서도 그럴 만한 용기가 없어서, 그저 자신들의 나약한 성격을 저주하며 당황한 상태였다. - P122

하나. 미사코는 당분간 대외적으로 가나메의 아내로 지낼 것.

하나. 마찬가지로 아소는 당분간 대외적으로 그녀의 친구로 지낼 것.

하나. 세상 사람들의 의심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녀가 아소를 사랑함에 있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자유로울 것.

하나. 이렇게 일이 년 경과를 보다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잘해 나갈 것 같은 전망이 보이면, 가나메의 주도로 그녀 친정의 양해를 얻어 대외적으로도 그녀를 아소에게 양도할 것.

하나. 그런 까닭에서 이 일이 년간을 그녀와 아소의 ‘사랑의 시험‘ 시기로 삼는다. 만약 이 시험에 실패하여 양자 사이에 성격 차이가 발견되고, 결혼해도 도저히 원만할 것 같지 않음이 인정된다면, 그녀는 역시 원래대로 가나메의 집에 머무를 것.

하나. 다행히 시험에 성공하여 두 사람이 결혼한 경우, 가
나메는 두 사람의 친구로서 오랫동안 교제를 계속할 것.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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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이 정말 예술이다. 기억의 힘은 정말 대단한것 같다.

마틸데 피네다양은 내 태생을 모른다고 맹세한 뒤 사람의 인생이란 어디서 왔는지가 아니라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멘델의 유전이론을 가르칠 때는 조상이 누구인지 알아야 할 당연한 이유들이 있음을 어쩔 수 없이 수긍했다. 내 아버지가 저 어디에선가 여자아이들의 목을 치며 돌아다니는 미치광이라면 어쩔것인가? - P220

"아저씨라고 부르지 마라, 아우로라, 나는 네 아빠야. 아름다움은 때로 저주가 될 수도 있단다. 사람에게서 가장 나쁜 열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지. 지나치게 아름다운 여자는 자신이 불러일으킨 그 욕망을 피해 갈 수가 없어." - P267

사진은 한 사람에 대한 증거이자 세상을 보는 방식이고 그 방식은 정직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기술이란 현실을 왜곡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의 모습을 본뜨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P279

충분한 거리와 편안한 기분으로 그 에피소드를 바라볼 수 있는 지금에야 비로소 그가 나에게 빠진 적이 한 번도 없고 단지 무조건적인 내 사랑에 신이 나 있었고, 그 결혼의 이점을 저울질해 본 게 틀림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아마도 나를 원했을 것이다. 우리는 둘 다 젊고 약혼자도 없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나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믿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어쩌면 게으름과 편의 때문에 나와 결혼했는지도 모른다. - P310

나는 디에고를 절망적으로 사랑했었고 그래서 수사나가 그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같은 상황이었다면 나도 그녀처럼 행동했을까? 아마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실패의 느낌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증오심을 떨쳐 내고 거리를 둔 채 그 불운의 또 다른 주인공들의 입장에 설 수 있었다. - P382

"누가 너를 태어나게 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리밍.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거든. 세베로는 너에게 성을 주고 너를 책임져 준 사람이다." - P405

"내가 해야 할 바를 했지, 리밍. 그러고는 곧 타오 옆에 누워 길게 입맞춤을 했어. 그의 마지막 호흡은 나에게 남아 있지....." - P429

우리는 부끄러운 부분은 잊어버리고 가장 밝은 부분과 가장 어두운 부분만 선택하여 인생이라는 널찍한 융단에 수를 놓는다. 나는 사진과 글을 통해 내 존재의 덧없는 상황을 이겨 내고 사라져 가는 순간들을 붙들어 과거의 혼돈을 벗겨 내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매 순간은 순식간에 사라져 금방 과거가 되어 버린다. 현실은 하루살이같이 덧없고 변하는 것이며 순수한 그리움일 따름이다. - P430

우리가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결국 우리가 엮어 놓은 기억뿐이다. 각자 자기 역사를 이야기하기 위한 빛깔을 고른다. 나는 백금 사진의 영구적인 선명함을 고르고 싶다. 그러나 내 운명에는 그런 빛나는 구석이 조금도 없다. 나는 모호한 색깔들과 불분명한 미스터리, 불확실성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 인생의 이야기는 세피아빛 초상의 색조를 띤다. - P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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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1-17 1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추인가요ㅎ!?

새파랑님 닉네임과 어울리네요ㅎ 세피아빛 초상ㅎ

새파랑 2023-01-17 18:23   좋아요 1 | URL
강추! 까지는 아니고 별 네개 반? ㅋ 리뷰 써야 하는데 아직 퇴근을 못했습니다 ㅋ

scott 2023-01-20 12:17   좋아요 1 | URL
동감합니다

새파랑님
세피아 !로 ^^

새파랑 2023-01-21 10:25   좋아요 1 | URL
세피아는 예전에 기아차 아닌가요? ㅋ

고양이라디오 2023-01-21 18:26   좋아요 1 | URL
맞아요ㅎ 세피아란 기이차있었어요ㅎ
 

역시 강추할만한 작품인것 같다. 대만족중~!!

나는 1880년 가을 어느 화요일, 샌프란시스코의 외할아버지 댁에서 태어났다. - P11

나는 내 출생에 얽힌 세세한 내용들을 먼 훗날에야 알게 되었다. 그러나 끝까지 몰랐더라면 험난한 망각 속에서 영원히 해맸을 테니 더 나빴을 것이다. - P12

"내전으로 나라가 피를 흘리는데 칼리굴라의 침대나 산다고 하더군. 물론 그는 그 일은 일체 부정했지.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자신의 부정을 그대로 수긍하지는 않는단다. 설사 현장에서 들키더라도 말이야." - P15

그 후 놉 힐의 새 저택으로 이사한 것을 구실로 파울리나는 끝내 자기 방에서 제일 반대쪽 끝에다 남편의 방을 정해 주고 자신의 방문을 걸어 잠갔다. 자기 몸에 대한 불쾌감이 남편에 대한 욕망을 능가하고 만 것이다. 턱살에 가려 목선은 사라지고 가슴과 배는 주교님처럼 되어버렸다. 다리는 채 몇 분도 몸을 지탱해 주지 못했고 혼자서는 옷을 입지도 구두를 신지도 못했다. 그러나 거의 언제나 실크 옷에 눈부신 보석들을 달고 있어서 구경거리를 연출했다. 살이 겹치는 곳의 땀 냄새가 제일 골칫거리여서 악취가 나느냐고 자주 귓속말로 내게 묻곤 했다. - P23

"죽는다는 거……… 그러니까……… 그건 빨리 끝나고 품위가 지켜지는 일일까? 죽음이 다가온 걸 어떻게 알 수 있나?" "피를 토하게 됩니다, 선장님." 타오치엔은 슬프게 말했다. - P30

"여기가 소머스 부인의 찻집이란다. 이 근방에서 하나뿐인 찻집이지. 커피는 어디서든 마실 수 있지만 차는 여기서 마셔야해. 미국인들은 독립 전쟁 때부터 이 밍밍한 음료를 정말싫어 했어. 보스턴에서 반란군이 홍차 나무를 불태우는 바람에 전쟁이 시작됐거든." "그렇지만 벌써 백 년도 더 된 일이잖아요." "그래, 세베로, 그러니 애국심이라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냐" - P33

"몰락한 사람들보다 더 비참한 가난이란 없어 가지지 않은 것도 가진 척 해야 하거든." - P41

"원래 편지에는 뭐라고 쓰여 있었니?"
세베로는 귓불이 발개져서 부정하려 들었지만 고모는 거짓말을 꾸며 낼 틈도 주지 않았다.
"나도 그랬거든, 얘야. 어쨌든 할아버지가 뭐라고 쓰셨는지 알아야 답장을 할 게 아니냐."
"저를 군사 학교에 보내거나 어디서든 전쟁이 나면 보내라고요." - P47

"고모님께 진 빚 평생 잊지 않겠어요." 세베로가 감동해서 말했다.ㅇ"그래야지. 잊지 않도록 하렴. 인생은 길고 긴 것, 언제 내가 네 도움을 청할지 누가 알겠니." - P48

"죽는다는 거, 황홀하지 않니? 살인은 굉장한 모험이고 자살은 실용적인 해결책이란 말씀이야. 나는 이 두 가지 생각과 게임을 벌이는 거야.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 있어, 안 그래? 내 생각을 얘기하자면 말이지. 세베로, 나는 그냥 늙어서 죽을 생각은 없어. 옷을 고를 때와 마찬가지로 주의 깊게 내 생을 끝내고 싶어. 그래서 연습 삼아 범죄 사건들을 공부하는 거야." - P65

자신을 그렇게 철저히 무시한다는 사실에 놀라서 그의 주의를 끌어 보려고 넘어지는 척했다. 여러 개의 손이 잽싸게 달려와 그녀를 잡아 주었지만 창문 옆에 서 있던 그 댄디의 손은 예외였다. 그 남자는 그녀가 가구의 일부라도 되는 듯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러자 린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 사람이 몇 년 동안 연애 소설들에서 예고되었던 바로 그 남자이고 자기 운명의 연인이라고 정해 버렸다. 병풍 뒤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젖꼭지가 돌처럼 딱딱하게굳었다. - P90

1단계는 혼자서 ‘가르소니에르‘에 찾아오게 해 패거리 앞에 소개한다, 2단계는 자기들 앞에서 누드모델이 되도록 설득한다. 그리고 3단계는 그녀와 함께 잔다. 마티아스는 그걸 한 달 안에 모두 끝내겠다고 했다. - P91

내기를 폭로하기에는 이미 늦어 있었다. 세베로 자신이 린에게 빠져 있는 것과 똑같은 그 아찔한 감정으로 그녀가 마티아스에게 빠져 있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 P95

타오 치엔이 딸에 대한 연민을 가족의 명예보다 더 소중하게 여긴다면 자신도 그래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자신의 의무는
린을 보호하는 것이고 그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날 찻집에서 엘리사는 세베로 델 바예에게 다정한 어조로 그런 이야기들을 했다 - P106

"나를 사랑해 달라는 게 아니야, 린, 내가 당신에게 느끼는 애정으로도 충분해." 세베로는 언제나처럼 예의 바른 태도로 말했다. "아기에겐 아빠가 필요해. 내게 두 사람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줘 시간이 지나면 당신의 애정을 받을 만한 사람이 될 것을 약속할게." " - P116

세베로는 대지 깊은 곳에서 긴 비명이 솟구쳐 발부터 입까지 온몸을 관통하는 느낌이었지만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울음이 안으로부터 물밀듯 밀려와 온몸을 휘감고 머릿속에서 소리 없는 폭발을 일으켰다. 침대 옆에 무릎을 꿇은 채 소리 없이 린을 부르면서 하염없이 그렇게 머물러 있었다. 함께할 수 있기를 몇 년 동안이나 꿈꿔 왔는데 이제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 순간 돌연 그녀를 앗아간 운명이 믿기지 않았다. - P126

세베로는 뱃머리에 앉아 끝없는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린을 잃은 상실감을 결코 달랠 수 없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녀 없이는 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미래가 자신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은 전쟁에서 죽는 것이었다. 금방그리고 신속하게 죽는 것, 원하는 것은 그뿐이었다. - P143

"죽이는 건 별로 힘들지 않아요. 살아남는 게 더 힘들답니다. 방심하면 죽음이 당신을 배신하고 데려갈 거예요." - P164

"사실대로 말해 주세요. 언제나 진실이 가장 쉽게 이해되는 법이니까요." - P181

어쩌다 타오 할아버지와 엘리사 할머니가 생각나 울던 일은 없어졌지만 설명하기 힘든 악몽들이 규칙적으로 찾아와 나를 괴롭혔다. 내 기억 속에는 새까만 공백이 있었는데 그것은 정확하게 뭐라 규정할 수는 없지만 늘상 존재하는 위험스러운 것이었고, 나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미지의 것이었다. 어두운 곳이나 군중 속에 있을 때면 더 심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걸 견딜 수 없었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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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1-12 22: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피아 -영혼의 집-운명의 딸
요렇게 읽으면 아옌데 최고작들 정복 끄읏 ^^

새파랑 2023-01-12 23:14   좋아요 2 | URL
요새 눈이 좀 아파서 책을 쪼끔만 읽고 있습니다 ㅋ 장비는 다 갖췄고 이제 읽기만 하면 됩니다~!!

han22598 2023-01-14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은 여전히 열심히 읽고 쓰고 계시네요 ^^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새파랑 2023-01-14 20:43   좋아요 0 | URL
요새 좀 휴식중입니다 ㅜㅜ 어느새 포루투갈 가셨군요? 인터네셔널 하십니다~!! han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얄라알라 2023-01-15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 읽고 싶어지는 겨울!! 새파랑님 서재에 자주 들어오게 됩니다^^

새파랑 2023-01-15 16:35   좋아요 0 | URL
제가 기대를 충족(?)시켜 드려야 하는데 요새 소설을 잘 못읽고 있습니다 ㅎㅎ 좀 분발해 보겠습니다~!!

그레이스 2023-01-15 14: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추 받습니다

새파랑 2023-01-15 16:37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이책 완전 대하소설입니다~! <백년 동안의 고독> 느낌이 납니다 ㅋ 저 이제 절반 읽어서 오늘은 다 읽으려고 노력중인데 아직 책을 못꺼냈네요 😅

청아 2023-01-15 17: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대문사진 바뀌셨네요!! 색감이 예뻐요! 아옌데 소설 저도 읽고 싶은데,
새파랑님 리뷰 기다립니다^^*

새파랑 2023-01-15 17:39   좋아요 3 | URL
프로필 사진을 하얀색으로 하다보니 제가 답글을 단건지 안단건지 구분이 잘 안되서 바꿨습니다 ^^

제가 요새 빠져있는 넬의 crash 표지 입니다~!!

scott 2023-01-15 17:48   좋아요 4 | URL
미미님 말씀에 동감 합니다
새파랑님 지난번 프로필색은 투명인이셨음😄

새파랑 2023-01-15 17:51   좋아요 3 | URL
앗 ㅋ 맞습니다 ㅋ 북플에서 제 아이디가 안보이더라구요 ㅋㅋ

셀카로 프로필을 바꿔보려 했는데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그냥 또 색깔로 바꿨습니다 ㅋ

모나리자 2023-01-15 1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에 종종 플친님들의 리뷰로 만났던 책이군요. 인용 문장들이 강렬합니다.
아직 이사벨 아얜데를 만나지 못한 1인입니다^^:; 세상에 읽어야 할 작가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ㅎ

새파랑 2023-01-15 19:04   좋아요 2 | URL
전 못만나본 작가가 모나리자님보다 더 많을겁니다 ㅋ 이 책 좋다는데 이유가 있더라구요 ㅋ 생긱보다 두꺼워서 읽는데 오래걸리네요~!!

라로 2023-01-16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파랑으로!! 닉네임과 잘 맞는 프로필 사진,, 더구나 크러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