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로부터의 수기 열린책들 세계문학 121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계동준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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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04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악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올해는 도선생님의 작품을 재독하고 그의 위대함을 다시한번 느껴야 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래서 첫번째로 선택한 책은 <지하로부터의 수기>다. 예전에 민음사 판으로 읽었는데, 열린책들 버젼으로 재독했다. (열린책들 도선생님 버젼으로 다 모았다~!!)


갑자기... 톨스토이냐 도스토예프스키냐 라고 선택해야 한다면 난 도스토예프스키를 고르겠다. (두분 다 매우매우 좋아하는 작가에다가 두분의 책은 거의 다 읽었다.) 톨스토이의 작품이 더 가독성도 좋고 감동도 있지만, 난 톨스토이가 그려내는 상류사회의 모습 보다는 도스토예프스키가 그려내는 하류사회의 모습과 왠지 찌질하고 짠한 도선생님의 주인공 모습에 더 애정이 간다.



도선생님 작품 중 아마 찌질함으로 따지면 이 책의 '지하인'이 최고이지 않을까? 여기서 말하는 '지하인'은 정말 지하에서 사는 사람을 말하는건 아니고, 밑바닥 인생을 뜻하는 거다. 온갖 열등감에 쌓여서 과대망상을 하고, 쉽사리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겉으로 강한척, 아는척 하는 '지하인'은 나의 모습이자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다. (좀 과장되긴 했지만...)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독서로 보냈다. 나는 내 안에서 끊임없이 끓어오르는 모든 것을 외부의 감각들로 잠재우기를 원했다. 외부의 감각들 중에서 내게 유일하게 가능했던 것은 독서였다. 독서는 물론 큰 도움을 주었다. 그것은 나를 흥분시켰고, 기쁘게 했으며, 괴롭혔다. 그러나 때때로 그것은 나를 대단히 지루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어떤 행동을 원했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지저분한, 지하의, 그리고 혐오스러운 행동에 뛰어들었다. 그것은 너무 보잘것없어서 악행이 되지도 못했다. 나의 불쌍하고 초라한 정열들은 내게 항상 내재하는 병적인 초조함 때문에 날카롭고 뜨겁게 타올랐다. 내 충동들은 신경질적이었고 눈물과 경련들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내게는 독서 이외에 피난처가 없었다.] P.77




이 작품은 1부 지하실, 2부 진눈깨비 때문에 로 구성되어 있는데, 2부는 크게 1. 당구장에서 무시 당하는 사건, 2.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사건, 3. 직업여성인 리자에게 버림당하는 사건 으로 구분할 수 있다.


1부 지하실은 내가 왜 40년 동안 지하인으로 살아야 했는지 자기변명을 하는 수기 이다. 엉뚱하고, 괴변을 늘어놓지만 읽다보면 왜 내가 지하인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주변에서 봤을때는 별볼일 없이 보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저들보다 더 영리하다고, 나는 저들이 느끼지 못하는 죄의식을 느낀다고, 저들은 쾌락을 느끼지 못한다고, 단지 정해진 방법으로만 사고할 줄 안다고 오히려 무시한다. 그리고 그는 지하인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하면서 위로한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지하인이 외롭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간단히 말해서, 인간은 희극적으로 만들어졌다. 명백히 이 모든 것들에서 말장난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2×2=4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2×2=4는 내 의견으로는 뻔뻔스러움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바로 그렇다. 2×2=4는 멋쟁이처럼 보인다. 당신 길을 가로막고 으스대며 침을 뱉는다. 나는 2×2=4 라는 것이 훌륭한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것을 칭찬해야 한다면, 2×2=5도 때때로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 될 수 있다.] P.55




2부 진눈깨비 때문에는 왜 내가 지하인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경험담 이야기이다. 어떻게 보면 책이 시간의 역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오늘 눈이 내리고 있다………. 거의 젖은, 황색의 흐린 눈이. 어제도 눈은 내렸고, 또한 며칠 전에도 내렸다. 떨쳐 버릴 수 없는 그 사건을 회상했던 것은 진눈깨비 때문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진눈깨비 때문이라고 해두자.] P.65



1부가 좀 장황하고 다소 철학적이어서 약간 어렵다면, 2부는 재미있다. 완전 웃기다. 1부에서의 까칠하고 철학적인 지하인의 모습은 없고 엉뚱하고 찌질한 지하인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변덕적이고 모순적이고 감정기복이 심하고 반복해서 실수 후회하고 또 실수하고...


지하인은 아무런 적의를 품지 않은 상대에게 혼자서만 적의를 느끼고 복수를 다짐하며 소심한 복수를 하고 혼자서 만족한다.

[나는 무심결에 길을 막고 당구대 옆에 서 있었는데, 그는 내 옆으로 지나가기를 원했다. 그는 내 어깨를 잡고 조용히, 경고나 설명도 없이, 나를 내가 서 있었던 곳에서 다른 데로 옮겨 놓았다. 반면 그는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이 지나가 버렸다. 나는 차라리 맞았더라면 그를 용서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통로에서 나를 옮겨 놓은 것과, 그토록 눈에 띄게 나를 무시한 것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P.79



그리고 어떻게든 친구들의 모임에 끼고 싶어 하지만 친구들은 괴상한 지하인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럼에도 그는 어떻게는 참가하는데 거기서도 괴변만 늘어놓고 오히려 친구들을 적대적으로 대한다.

[네가 모욕했다고 ? 나는 네가 알아줬으면 한다. 존경하는 선생, 너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모욕할 수 없다는 것을.] P.125



게다가 지하인은 다른 사람에게 무시당하기 싫어서 겉모습을 꾸미는데 과도하게 치중하고,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또 엄청 무시한다.

[그녀는 내가 어떻게 사는지 보게 될 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쁜 일이야. 어제 나는...... 그녀에게 영웅으로..….… 보였을 거야. 그런데 지금은, 흠! 이건 소름끼치는 일이야, 얼마나 초라하게 되어 버렸나. 내 아파트는 진짜 불결해. 그리고 어제 그런 옷을 입고 저녁 식사에 갈 용기를 냈다니! 그런데다 저 소파에 씌운 천안에 있는 것이 비어져 나온 걸 좀 봐! 게다가 내 실내복은 항상 짧지! 그건 걸레같은 옷이야……. 그녀는 이것을 모두 다 볼 거야, 그리고 아론도 보게 되겠지. 저 짐승은 그녀를 모욕할 것이 확실해. 그놈은 내게 단지 무례하게 굴기 위해 그녀를 모욕할 거다.] P.167





왜 도선생님은 이렇게 자신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1부)과 현실의 나의 모습(2부)을 대비시킨 걸까? 자칭 지식인의 모순을 풍자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면 책을 통해 배우는 지식은 단지 이상일 뿐, 실제 현실과는 다른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결국 인간은 그의 영혼을 인생에서 오직 한 번만 드러내는 거야. 발작을 일으킬 때에만! 그래서 너는 뭘 더 원하는거야? 이 모든 것을 말했는데도 내 앞에 버티고 서서 가지 않고 왜 나를 괴롭히는 거냐?] P.187




이 작품을 다 읽고나서 나의 본성에 대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온갖 괴변을 늘어놓고 어떻게든 자기합리화를 하더라도 내가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고, 나를 보는 다른 사람의 시각을 바꿀수는 없다. 하지만 겸손과 행동이 따른다면 조금은 개선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가져본다. 언제까지 지하인으로 살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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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08 11: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스토예프스키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제가 톨스토이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더라구요. 도선생님은 몇 권 읽었는데 톨선생은 진짜 축약본(그때는 몰랐던) 부활 외에는 읽은게 없어서요. 그래서 일단 톨스토이 최대 걸작이라는 전쟁과 평화를 읽어보고 판단해봐야겠다는..... ^^
지하인이 이런 의미군요. 저는 뭔가 수용소 이런게 연상됐거든요. ㅎㅎ
도선생 재독하신다는데 화이팅입니다. 저는 일단 톨스토이를 읽어보고 도선생으로 갈지 톨선생으로 갈지 결정하려구요. ㅎㅎ

새파랑 2023-01-08 12:03   좋아요 4 | URL
톨스토이는 일단 <전쟁과 평화>랑 <안나 케레니나> 투탑이죠 ^^

여기에 저는 <하지 무라트> 추가해서 Top3 가겠습니다~!!

Calcutta 2023-01-08 12: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대개 한겨울에는 러시아 소설을 읽는데 저도 이번 겨울 동안 오래전에 읽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다른 번역본으로 읽고 있습니다. (아마도 바뀌진 않겠지만) 현재의 애정하는 마음은 톨스토이 쪽이 높아요. 톨스토이의 소설 중에 이반일리치의 죽음도 마음의 순위가 높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다시 읽기에 응원을 보냅니다. 새파랑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파랑 2023-01-08 12:52   좋아요 3 | URL
역시 겨울 하면 러시아죠~! 요새는 전쟁때문에 정이 안가지만....
저도 <이반 일리치의 죽음>도 좋아합니다~!!

calcutta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Calcutta 2023-01-08 13:15   좋아요 2 | URL
아.. 그리고 프루스트도 게자리^^

새파랑 2023-01-15 16:06   좋아요 1 | URL
와우~!! 다른 게자리 분들은 다 훌룡하신데 저는... 왜그럴까요? 😅

2023-01-15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3-01-08 14: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톨스토이보다는 도선생님파입니다.
인간을 깊이 탐구했고 가지지 못한 자에 대해 연민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새파랑님, 도선생님 재독 좋네요.
저도 어서 ‘지하로부터의 수기‘ 읽어야겠어요^^

새파랑 2023-01-08 14:19   좋아요 2 | URL
저도 딱 페넬로페님이랑 비슷한 생각입니다~!! 연민~! 이게 좀 큰거 같아요 ㅋ 역시 천재~!!

그레이스 2023-01-15 16:29   좋아요 2 | URL
대부분 그 차이는 갖고 있죠
너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날때 그럴수 있겠죠

- 2023-01-10 0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앍 이거 넘 웃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생각에 도 선생에게 어떤 의도는 없고 그냥 본인 이야기 였을 듯 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인생도 1부와 2부사이에서의 분열이라 ㅋㅋㅋㅋㅋㅋㅋ 읽어봐야겠다!!!!

새파랑 2023-01-10 18:38   좋아요 0 | URL
도선생님은 글은 너무 잘쓰지만 불쌍한 사람 인거 같아요 ㅋ 이 책의 주인공도 너무 이상(?)하지만 미워할 수 없더라구요. 저랑 좀 비슷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ㅋ 왠지 공쟝쟝님은 좋아하실거 같습니다~!!

- 2023-01-10 18:5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날에 들고 고향 갈게요!!

새파랑 2023-01-10 18:59   좋아요 1 | URL
기차안에서 도스토예프스키를 읽는 멋진 공쟝쟝님 모습이 그려집니다 ~!

생각해보니 차타고 가실수도 있겠군요.. ㅎㅎ

- 2023-01-10 19:05   좋아요 1 | URL
비행기는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3-01-10 19:08   좋아요 0 | URL
앗ㅋ 또 생각해보니 배 🚢 도 있습니다~!!

- 2023-01-10 19:10   좋아요 1 | URL
배는 아닙니다…. 고즈넉한 어촌이 배경이긴 하지만 ㅋㅋㅋ 암튼 연휴에 찜!

그레이스 2023-01-15 14:28   좋아요 1 | URL
저도 새파랑님처럼 불쌍하단 생각했습니다. 그 자신에게 분열적인 모습이 많죠.;;

새파랑 2023-01-15 16:20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 / 뭔가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면 그런 분열적인 모습이 나오는걸까요? ㅋ 전 그랬던거 같아요 ㅎㅎ

독서괭 2023-01-10 16: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은 한작가 다 읽기도 많이 하시고 재독도 많이 하시고.. 대단하세요. 저도 이번에 고전을 재독해보니 역시 고전은 고전이라, 재독해야만 알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 1부와 2부가 그렇게 다르군요? 오호 흥미롭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3-01-10 18:39   좋아요 1 | URL
그런데 요새 몸이 좀 안좋아서 책을 못읽고 있습니다 😅
고전은 다시 읽어도 좋더라구요. 그래서 고전이 오래 살아남나 봅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3-01-11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톨스토이는 <하지 무라트> 밖에 안 읽어봐서 도선생을 훨씬 좋아합니다ㅎ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도선생을 처음 접했는데 진짜 충격이었습니다ㅎ 어쩜 그리 심리묘사를 탁월하게 잘하시는지 진짜 제 심리를 들여다 보는 거 같았다는...ㅎ

열린책들 버전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새파랑 2023-01-11 20:44   좋아요 1 | URL
전 톨스토이도 좋고 도스토에프스키도 좋고 ㅋ 짜장이냐 짬뽕이냐의 선택 입니다~! 고양이님 <전쟁과 평화> 읽으시면 좋아하실 거 같아요 ^^

고양이라디오 2023-01-13 10:36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전쟁과 평화> 도전해보겠습니다!

새파랑 2023-01-15 16:21   좋아요 1 | URL
<전쟁과 평화> 설날 명절에 하루 한권씩 독파하시면 완결하실 수 있습니다~!!

물감 2023-01-11 1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찌질함 좋아하는 1인이라, 저도 도끼옹이요! 근데 두분다 한권도 안읽었다는거ㅋㅋ아 러시아 문학은 언제쯤 도전할런지...

새파랑 2023-01-11 20:46   좋아요 1 | URL
앗 ㅋ 아직 좋은 읽을 책이 남아있다는게 부럽습니다~!! 전 요새 러시아 읽고싶은 새책이 없네요 ㅜㅜ

두분다 완전 좋습니다~!!!

희선 2023-01-13 0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옙스키 소설 한번 다 보고, 2023년에는 다시 보실 계획이라니 멋지네요 다시 보면 처음과 다르게 보이는 것도 있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3-01-15 16:15   좋아요 2 | URL
다시 읽으려고 다짐만 했습니다 ㅋ 근데 잘 할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페크pek0501 2023-01-16 1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도 좋아하지만 <죄와 벌>이 더 좋았어요. 도선생이 천재구나 생각한 계기였죠. 분량이 많은 소설이지만 금방 읽을 수 있을 만큼 흥미로워요. 그다음 장면이 궁금해지거든요.
지하생활자의 수기에 관한 온라인 강의를 들었는데 이 작품이 단계별로 철저하게 계산된 작품이라고 하네요. 횡설수설하는 것 같은데 그게 아니래요. 재독해 봐야겠어요.
리뷰 쓰셔서 뿌듯하시겠습니다. 유능하십니다. 저는 이 소설은 리뷰 쓸 엄두가 안 나네요. ㅋ^^

새파랑 2023-01-16 11:53   좋아요 0 | URL
<죄와벌>도 좋습니다~!! 제가 작년에 산 도선생님 전집 세트로 다시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왠만하면 허접하더라도 리뷰를 쓰려고 하는데 잘 못쓰긴 합니다 ㅋ

서니데이 2023-02-07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3-02-08 10:38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ㅋ 이번달에는 안될줄 알았는데 ㅎㅎ
어제 만취(?)해서 북플을 못들어왔네요 ㅜㅜ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댓글저장
 

열린 책들 버젼으로 재독. 역시 도선생님은 사랑이다.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악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 P9

자주 그러한 것에 모순되는 엄청나게 많은 요소들이 내 자신 속에 들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곤 했다. 이런 모순적인 요소들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살아오는 동안 내내 그것들이 내 안에서 꿈틀거리며 몸 밖으로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밖으로 나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내가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나를 괴롭혔다. 경련을 일으킬 정도까지 나를 몰고 갔으며, 마침내 나는 염증을 느끼게 되었다. 얼마나 나는 지겨웠던가! - P11

이 쥐는 복수를 를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때때로 하찮은 방법으로 어쩐지 이따금 생각난 듯이 벽난로 뒤에서 은밀하게 복수하려고 한다. 자신에게 복수할 권리가 있다는 것도, 자신의 복수가 성공하리라는 것도 믿지 않으면서, 그리고 복수하려는 시도들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복수당하는 사람들보다 1백 배는 더 고통스러우며 정작 복수의 대상은 미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죽어 갈 때 쥐는 그동안 이자처럼축적된 것들과 함께 모든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할 것이다. - P21

도대체 어디에서 모든 현인들은 인간에게는 어떤 정상적이고 선한 욕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얻었단 말인가? 도대체 왜 그들은 인간에게 항상 이성적으로 유익한 욕구가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단 말인가? 인간에게는 오직 자율적인 욕구만이 이러한 욕구의 대가가 무엇이든 혹은 어디에 달하든지 간에 필요하다. 뭐, 욕구라는 것을 제기랄 그 누가 알 수 있겠는가... - P43

간단히 말해서, 인간은 희극적으로 만들어졌다. 명백히 이 모든 것들에서 말장난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2×2=4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2×2=4는 내 의견으로는 뻔뻔스러움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바로 그렇다. 2×2=4는 멋쟁이처럼 보인다. 당신 길을 가로막고 으스대며 침을 뱉는다. 나는 2×2=4 라는 것이 훌륭한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것을 칭찬해야 한다면, 2×2=5도 때때로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 될 수 있다. - P55

그러나 나는 인간이 진정한 고통을 즉, 파괴와 혼돈을 결코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고통은 의식의 유일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의식은 인간의 가장 큰 불행이라고 처음에 내가 공언하였지만 나는 인간이 그것을 사랑하고 있으며 어떤 만족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 P56

아마도 당신은, 사실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고통을 조금도 존경하고 있지 않다. 당신 안에는 진실도 있다. 그러나 순수함은 없다. 가장 하찮은 허영에 차서 당신은 당신의 진실을 자랑하려 하고 있지만 수치스런 구경거리로 만들었다. 당신은 무엇인가를 말하기를 정말 원하고 있다. 그러나 두려움 때문에 당신은 당신의 마지막 말을 숨기고 있다. 왜냐하면, 당신에게는 그 말을 할 용기는 없고 소심함과 무례함만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의 의식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은 망설임이다. 왜냐하면 비록 당신의 정신이 작용하고 있더라도, 당신의 마음은 악행에 의해 더러워졌고, 순수한 마음 없이 완전하고 건전한 의식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얼마나 불쾌한 존재이며, 주제넘고 가식에 차 있는가! 거짓말들, 거짓말들, 거짓말들! - P61

오늘 눈이 내리고 있다………. 거의 젖은, 황색의 흐린 눈이. 어제도 눈은 내렸고, 또한 며칠 전에도 내렸다. 떨쳐 버릴 수 없는 그 사건을 회상했던 것은 진눈깨비 때문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진눈깨비 때문이라고 해두자. - P65

그러나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끔찍스러웠던 것은 내 얼굴이 정말 바보처럼 생겼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얼굴이 지적으로 보였다면 좋았을 텐데…………. 만일 내 얼굴이 대단히 지적이기만 하다면 나는 비굴한 표정까지도 감수했을 것이라고 말해도 좋다. - P71

당연히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모든 동료들을 싫어했다. 그리고 그들을 모두 경멸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그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때때로 나는 갑자기 그들을 나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일도 있었다. 웬일인지 이런 변화들은 그때마다 갑자기 찾아오곤 했다. 이렇듯 나는 그들을 경멸하기도 했고, 그들을 나보다 더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 P72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독서로 보냈다. 나는 내 안에서 끊임없이 끓어오르는 모든 것을 외부의 감각들로 잠재우기를 원했다. 외부의 감각들 중에서 내게 유일하게 가능했던 것은 독서였다. 독서는 물론 큰 도움을 주었다. 그것은 나를 흥분시켰고, 기쁘게 했으며, 괴롭혔다. 그러나 때때로 그것은 나를 대단히 지루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어떤 행동을 원했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지저분한, 지하의, 그리고 혐오스러운 행동에 뛰어들었다. 그것은 너무 보잘것없어서 악행이 되지도 못했다. 나의 불쌍하고 초라한 정열들은 내게 항상 내재하는 병적인 초조함 때문에 날카롭고 뜨겁게 타올랐다. 내 충동들은 신경질적이었고 눈물과 경련들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내게는 독서 이외에 피난처가 없었다. - P77

나는 무심결에 길을 막고 당구대 옆에 서 있었는데, 그는 내 옆으로 지나가기를 원했다. 그는 내 어깨를 잡고 조용히, 경고나 설명도 없이, 나를 내가 서 있었던 곳에서 다른 데로 옮겨 놓았다. 반면 그는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이 지나가 버렸다. 나는 차라리 맞았더라면 그를 용서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통로에서 나를 옮겨 놓은 것과, 그토록 눈에 띄게 나를 무시한 것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 P79

우리는 서로 강하게 부딪쳤다. 어깨 대 어깨로! 나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고 완전히 동등한 자격으로 지나쳤다! 그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못 본 척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겉치레에 불과했다. 나는 그걸 확신한다. 바로 오늘까지도 나는 그것을 확신한다! 물론 더 아픈 쪽은 나였다. 그가 더 강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목적을 달성했으며, 내 긍지를 지켰다는 것이다. 나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고 사람들 앞에서 그와 동등한 사회적 위치에 나 자신을 올려놓았던 것이다. 나는 완전히 모든 것에 복수한 기분에 싸여 집으로 돌아왔다. 황홀했다. - P88

나는 그것을 평범한 가난이라고 부를거야 - P115

네네네가 모욕했다고 나나나아? 나는 네가 알아줬으면 한다. 존경하는 선생, 너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모욕할 수 없다는 것을. - P125

아버지에게는 딸이 사랑하는 사람이 모든 사람들 중 가장 나쁜 사람으로 보이게 마련이지. 그건 항상 그래. 이것 때문에 가족들에게는 많은 문제들이 생기지. - P146

그녀는 내가 어떻게 사는지 보게 될 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쁜 일이야. 어제 나는...... 그녀에게 영웅으로..….… 보였을 거야. 그런데 지금은, 흠! 이건 소름끼치는 일이야, 얼마나 초라하게 되어 버렸나. 내 아파트는 진짜 불결해. 그리고 어제 그런 옷을 입고 저녁 식사에 갈 용기를 냈다니! 그런데다 저 소파에 씌운 천안에 있는 것이 비어져 나온 걸 좀 봐! 게다가 내 실내복은 항상 짧지! 그건 걸레같은 옷이야……. 그녀는 이것을 모두 다 볼 거야, 그리고 아론도 보게 되겠지. 저 짐승은 그녀를 모욕할 것이 확실해. 그놈은 내게 단지 무례하게 굴기 위해 그녀를 모욕할 거다. - P167

나는 모든 것을 과장하고 있어, 이 점이 내가 실수한 바로 그 점이야. - P169

나는 원치 않는다. 원치 않는다. 나는 단순히 그에게 급료 주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는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하기를 원하므로. - P174

결국 인간은 그의 영혼을 인생에서 오직 한 번만 드러내는 거야. 발작을 일으킬 때에만! 그래서 너는 뭘 더 원하는거야? 이 모든 것을 말했는데도 내 앞에 버티고 서서 가지 않고 왜 나를 괴롭히는 거냐?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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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1-07 2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자이오사무가 도끼옹 광팬이였을것 같습니다
첫 문장 부터 인간실격의 냄새가 😆

새파랑 2023-01-07 21:46   좋아요 0 | URL
도끼옹, 다자이오사무 다 좋습니다 ㅋ 저도 병든인간이라는 😅

페크pek0501 2023-01-10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끼는 애독서였어요. 읽는 동안 주인공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었지요.
그 주위 사람들로부터 주인공을 지켜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 제가 어떤 동질감을 느꼈나 봅니다.
다시 이 책을 찾아 몇 장이라도 재독하고 싶어지네요.^^

새파랑 2023-01-10 18:34   좋아요 1 | URL
페크님 재독하시면 또다른 재미를 느끼실겁니다~!! 저도 도선생님의 주인공에게 연민이 들더라구요 ^^

파이버 2023-01-10 2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력에 실려있는 문구 모두 알베르 카뮈이네요~ 달력을 만든 곳에서 작가별로 일부러 모아둔 것일까요..?
새파랑님 새해에도 즐겁게 다독하시길 응원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새파랑 2023-01-11 06:59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23년 일력은 월별 작가가 정해져 있습니다~!!

요새 컨디션이 안좋아서 잠시 휴식중인데 다독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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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예 예찬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보경 옮김 / 민음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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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03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에세이 모음집. 난 에세이보다는 소설파여서 그런지 이책에 재미를 못느꼈다. 그리고 과거 이야기인데다가 일본 느낌이 너무 많이 들어서 별로였다. 그런데 당시 기준으로 보면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정말 천재였던것 같다. 관점이 남다르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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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1-09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에세이 서양인들도 극찬하는 에세이

하지만 새파랑님 맘엔 들지 못했네요 ㅎㅎ

새파랑 2023-01-09 21:16   좋아요 0 | URL
제가 좀 특이합니다 😅 그래도 다니자키 준이치로 완전 좋습니다~!!

파이버 2023-01-10 2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쏜살 문고 표지가 참 예쁘네요~ 저는 중고매장에서 쏜살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열쇠]가 있길래 구입했습니다 ㅎㅎ 새파랑님 따라서 도전~

새파랑 2023-01-11 07:03   좋아요 1 | URL
저도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열쇠>를 처믐 읽었는데 그때는 이게 뭐야? 이랬지만 지금은 그 특유의 분위기가 좋더라구요 ㅋ 쏜살문고 표지 모아놓으면 예쁘긴 한데 좀 많이 쌥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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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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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02 치누아 아체베의 아프리카 삼부작 중 첫번째 작품이자 탈식민주의 문학의 대표작. 제3세계 문학은 낯선 배경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 책은 다르다. 나이지리아의 풍습과 문화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했다. 무너지는 원인에는 외적인 부분도 있지만 내적인 부분도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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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1-06 1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갖고 있습니다! 앗싸! ㅋㅋㅋ

새파랑 2023-01-06 11:55   좋아요 2 | URL
요책 정말 재미있습니다~!! 시간부족으로 리뷰 생략했습니다. 기대됩니다 ㅋ

scott 2023-01-06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불금은 모든 것이 산산히 부서지지 말고

행복하게 주말 보내귀롱 ^^

새파랑 2023-01-07 08:40   좋아요 2 | URL
불금에 만취해서 산산히 부서졌습니다 ㅡㅡ 연말이나 연시나 비슷하네요 😅 스콧님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레이스 2023-01-07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 좋았어요~^^

새파랑 2023-01-07 18:49   좋아요 1 | URL
치누아 아체베 민음사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레이스 2023-01-07 19:24   좋아요 1 | URL
저는 다 좋았어요^^

새파랑 2023-01-07 22:21   좋아요 1 | URL
역시 아프리카는 치누아 아체베~!! 그레이스님 추천은 무조건 읽는걸로 ~!!

페넬로페 2023-01-07 17: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이 산산히 부서지다!
넘 좋았어요.
구르나의 소설과 또다른 분위기가 있었어요^^

새파랑 2023-01-07 18:50   좋아요 2 | URL
요즘 아프리카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

희선 2023-01-08 0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아하는 분 많군요 저는 모르는 작가예요 나이지리아를 알게 해주는 작품이군요 새파랑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새파랑 2023-01-08 09:02   좋아요 0 | URL
아프리카 작가 넘버 1인듯 합니다 ^^ 희선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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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인 이유가 있었다. 아프리카 역사에 대해 흥미가 생긴다.


우노카가 세상을 떴을 때, 그는 아무런 칭호도 받지 못했었고 많은 빚만을 남겼다. 아들인 오콩코가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는 것이 뜻밖의 일인가? 다행히도 세상은 아버지가 아니라 본인의 가치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였다. 분명 오콩코는 큰일을 할 재목이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아홉마을을 아우르는 씨름 왕의 영예를 얻었다. 부자였고, 곳간 둘이 앞으로 가득했으며, 이제 막 세 번째 부인도 얻었다. 게다가 칭호도 둘을 갖게 되었고 다른 부족과 싸운 두번의 전쟁에서 믿을 수 없는 용기를 보여 주었다. 그러므로 오콩코는 아직 젊지만 이미 당대의 가장 훌륭한 사람 가운데 들었다. - P17

그래서 오콩코는 아버지 우노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증오하는 감정에 지배받게 되었다. 그 하나가 친절함이었고 또 다른 하나가 게으름이었다. - P23

"낙담하지 마라. 너는 낙담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야. 네 심성은 남자답고 자존심이 강하다는 걸 안다. 그 심성 덕분에 조그만 실패로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기 때문에 잘 견뎌 낼 거야. 남자는 ‘홀로‘ 실패할 때 더 어렵고 쓰라린 거지." - P36

"저 아이가 자네를 아버지라 부르네. 아이의 죽음에 자네 손을 대지 말게."
오콩코는 깜짝 놀랐고,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노인이 말을 이었다.
"그렇네,우무오피가 그 아이를 죽이기로 결정했네. 숲과 동굴의 신이 그렇게 말씀하셨네. 관례대로 아이를 우무오피아 밖으로 데리고 나가 그곳에서 죽일 것이네. 하지만 나는 자네가 이 일에 절대 관여하지 않길 바라네. 그 아이가 자네를 아버지라 불러 왔네." - P71

목소리를 가다듬은 남자가 다가와 도끼를 치켜들자, 오콩코가 눈을 돌렸다.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단지가 떨어져 땅 위에 부서졌다. 오콩코가 이케메푸나에게 달려 나가자 "아빠, 사람들이 날 죽여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두려움에 휩싸인 오콩코가 자신의 도끼를 빼 소년을 내리쳤다. 그는 자신이 나약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두려웠다. - P76

에퀘피의 두 번째 아이가 죽은 다음, 오콩코는 아파 신의 무당이기도 한 주술사에게 가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물었다. 그는 아이가 오그반제라고 일러줬다. 오그반제란 죽으면 어머니의 배 속으로 들어가 다시 태어나는 사악한 아이였다. - P95

그의 삶은 하나의 큰 열정, 즉 부족의 촌장이 되는 것에 사로잡혀 왔었다. 그것이 그의 삶의 용수철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거의 다가와 있었다. 그때 모든 것이 부서져 버렸다. - P155

오늘 아침 이곳에 있는 우리는 조상님들에게 충실하지만, 우리 형제들이 우리를 버리고 이방인과 한패가 되어 조상의 땅을 더럽혔습니다. 우리가 이방인과 싸운다면 우리는 우리의 형제들을 치게 될 것이고 아마도 우리 부족의 피를 흘리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해야 합니다. 우리 선조께서는 이런 일을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고, 형제를 죽인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에게는 백인들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조들께서 하시지 않았을 일을 해야만 합니다. - P239

"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큰 죄악입니다. 대지의 여신을 거역하는 것으로, 이를 저지른 남자는 동족이 묻어줄 수 없습니다. 그의 시신은 불길한 것이어서 오직 이 방인들만이 만질 수 있지요. 당신네들은 이방인이고, 그래서 우리가 당신네들에게 시신을 내려 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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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05 20: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저도 저 달력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도 새파랑님 따라 필사하고 있습니다. 이거 의외로 쏠쏠한 재미입니다. 일부러 뒤적거려보지 않아요. 그래서 내일은 무슨 문장이 나올까 기대하는 맛이 좋네요. ^^

새파랑 2023-01-06 05:49   좋아요 2 | URL
나름 일력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ㅋ 안밀리려고 하는데 벌써 밀렸습니다 😅

독서괭 2023-01-06 1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올해도 필사 이어가시는군요!! 성실과 의지의 새파랑님!

새파랑 2023-01-06 11:50   좋아요 1 | URL
좀 밀렸는데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

Vanessa 2023-01-10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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