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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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01

˝놀랐잖아,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이야. 네가 믿지 않을지는 몰라도, 넌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야˝



2023년 새해 첫날 읽을 책에 대해 나름 고민했었다. 새로운 책을 읽을까? 아님 재독할까? 누구의 책을 읽어야 의미가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1번픽은 하루키지 마음먹고 책장에서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를 선택했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고 오랜만에 다시 읽은건데 역시 좋았다.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는 1981년부터 82년까지 쓴 단편들을 모은 책으로 총 18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아주 초기 작품들이다.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의 출판년도가 1987년이다...) 더 놀라운건 내가 태어난 해에 이 책이 나왔다는 거다....



이렇게 오래되었지만, 4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상당히 세련됨이 느껴진다. 표제작인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가 대표적인데, 하루키의 감각적이고 설레이는 문장이 고스란히 남겨 있다. 제목이 거의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급이다. 다만 지금 읽으니 약간 유치하다는 생각도 약간 들긴 하지만 그건 내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거 같다...

[다만 삼십 분이라도 좋으니까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의 신상에 관해 듣고 싶기도 하고, 나의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81년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에, 우리가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스쳐 지나가게 된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해명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P.23



다른 단편들도 아주 재미있고 감각적이다. 단순한 소재를 가지고도 독창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캥거루 날씨>, <택시를 탄 흡혈귀>와 로맹 가리의 느낌(?)이 나는 <사우스베이 스트럿>은 여전히 좋았고,


장편 <댄스 댄스 댄스>의 아이디어 노트 처럼 보이는 <도서관 기담> (이건 일러스트 책으로도 나온거 같은데 읽어보지는 않았다...), 왠지 모르게 <해변의 카프카>가 연상되는<1963/1982년의 이파네마 아가씨>까지 다시 읽었더니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자 여러 가지 사건이, 여러 가지 일들이 조금씩 그리워진다. 분명히 어딘가 나와 먼 세계에 있는 기묘한 장소에서나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곳이 될 수 있으면 따스한 장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만일 거기에 차가운 맥주가 몇병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나는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은 나다. 그 둘 사이에는 어떠한 틈도 없다. 그러한 기묘한 장소가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P.95 (1963/1982년의 이파네마 아가씨)




표제작을 제외하고는 막 강력 추천하기는 좀 그렇지만 하루키를 좋아하거나 가벼운 단편을 읽고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Ps. 올해도 하루키 책 재독을 꾸준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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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1-02 0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이 선택한 새해 첫 책이군요^^ 재독할 때는 초독할 때와 느낌이 다르기에 더 새로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파랑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한주 힘차게 시작하세요!

새파랑 2023-01-02 09:51   좋아요 1 | URL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이 책 읽고 한권 더 읽으려고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ㅋ

청아 2023-01-02 1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요 부분 마음에 드네요.ㅎㅎ하루키다운? 새파랑님 리뷰를 읽으니 읽어보고 싶어져요!

새파랑 2023-01-02 10:42   좋아요 2 | URL
도서관에서 표제작만 읽어보셔도 될거 같아요. 완전 짧은 단편인데 정말 좋습니다 ^^

페넬로페 2023-01-02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00% 의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요?
흠흠
새파랑님, 하루키 소설 넘 많이 읽으셔서 여자 보는 눈이 높아지는것 아닌가요?
가볍게 읽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3-01-02 12:54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어떤 느낌이면 100퍼센트 일까요? ㅋ 전 40퍼센트의 남자인거 같습니다 ~!!

전 눈이 아주 낮습니다 ㅋㅋㅋ

요 단편보면 와 하실거에요~!!

희선 2023-01-02 2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번 본 책을 다시 보면 다른 게 보이기도 하겠네요 저는 예전에 제대로 못 본 게 많아서 다시 보면 다 새롭게 보일 것 같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3-01-03 19:39   좋아요 2 | URL
그래도 다시 읽으면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 올해는 재독을 많이 해봐야 할거 같아요~!!

mini74 2023-01-03 18: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책 읽을땐 왠지 두부 먹으며 맥주 한 잔 해야 할 거 같아요. ㅎㅎㅎ

새파랑 2023-01-03 19:39   좋아요 2 | URL
전 거기에 땅콩하고 던킨도너츠? ㅋ 음식을 부르는 하루키입니다 ^^

레삭매냐 2023-01-05 1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춘수 씨의 팬이시로군요 :>

전 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춘수 씨이 나오면 꾸준히
읽게 되더라구요 ^^

새파랑 2023-01-06 06:28   좋아요 1 | URL
춘수 형님 완전 좋습니다~!! 전 ‘키‘로 끝나는 작가는 다 좋은거 같아요 ^^
 

23년 첫 책으로 고른 책.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왜 새끼 캥거루는 어미의 배에 있는 주머니로 들어가죠?"
"함께 달아나기 위해서야. 새끼는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없으니까."
"보호받고 있는 거군요?"
"응, 새끼들은 모두 보호받고 있지"라고 나는 말한다.
"얼마 동안이나 보호받아요?"
나는 동물도감에서 캥거루에 관한 모든 것을 확실히 조사해 보고 나왔어야 했다.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 P14

4월의 어느 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와 스쳐 지나간다. 그다지 예쁜 여자는 아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뒤쪽에는 나쁜 잠버릇이 달라붙어 있고, 나이도 모르긴 몰라도 이미 서른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50미터 앞에서부터 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인 것이다.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부터 내 가슴은 불규칙하게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바싹 타들어간다. - P21

다만 삼십 분이라도 좋으니까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의 신상에 관해 듣고 싶기도 하고, 나의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81년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에, 우리가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스쳐 지나가게 된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해명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 P23

"놀랐잖아,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이야. 네가 믿지 않을지는 몰라도, 넌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야"라고 소년은 소녀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인걸. 모든 것이 모두 내가 상상하고 있던 그대로야. 마치 꿈만 같아"라고 소녀는 소년에게 말한다. - P26

"흡혈귀라는 개념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망토를 쓰거나 마차에 올라타거나, 성에서 산다고 하는 그런 건 싫거든요. 저는 세금도 제대로 내고 있고, 인감 등록도 돼 있어요. 디스코텍 같은 데 가기도 하고, 파친코도 합니다. 이상합니까?" - P49

가끔 지하철 전차 안에서 그녀와 마주칠 때가 있다. 그때마다 그녀는 "그때 맥주를 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라고 말하는 듯한 미소를 내게 보내온다. 그 이후로 우리는 더 이상 말을 주고받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음은 어딘가에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디서 이어져 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틀림없이 어딘가 먼 세계에 있는 기묘한 장소에 그 매듭이 있을 것이다. - P95

그런 식으로 생각하자 여러 가지 사건이, 여러 가지 일들이 조금씩 그리워진다. 분명히 어딘가 나와 먼 세계에 있는 기묘한 장소에서나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곳이 될 수 있으면 따스한 장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만일 거기에 차가운 맥주가 몇병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나는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은 나다. 그 둘 사이에는 어떠한 틈도 없다. 그러한 기묘한 장소가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 P95

그 당시 나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녀들은 모두 쓸쓸했던 것이 틀림없다. 단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써 보내고 싶었던 것뿐이다. 그래서 틀림없이 서로가 서로의 소통을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 P103

나이를 먹어도 알 수 없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내가 이 글의 제목을 ‘몰락한 왕국‘ 이라고 한 것은, 그날 석간신문에서 우연히 아프리카의 어느 몰락한 왕국의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왕국이 퇴색해가는 은…" 하고 그 기사는 말하고 있었다. "후진 공화국이 붕괴되는 것보다 훨씬 더 서글프다." - P133

옆자리에 앉는 상대만이 가끔씩 바뀐다. 그때 내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은 열여덟 살의 여자아이였다. 나는 창가에, 그녀는 통로 쪽에 앉아 있었다. "자리를 바꿔줄까?" 하고 내가 묻는다.
"고마워요. 친절하시네요" 하고 그녀가 말한다.친절한 게 아니란다, 하고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너보다는 훨씬 더 따분함에 익숙해져 있는 것뿐이란다. 전신주 숫자를 세기에도 지쳤다.
서른두 살의데이 트리퍼.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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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매월 하는 루틴을 그만둘 수 없기에 작년 12월 독보적 히스토리를 정리해본다. 그래야 2022년 결산 페이퍼도 쓸 수 있고.(과연 쓸 수 있을까? ㅋ)


12월도 많이 부진했다. 왠놈의 일이랑 모임이 이렇게 많은지 책을 못읽은 날도 많았다. 음주한 날에는 집중력이 떨어져서 왠만하면 책을 안읽으려고 한다. (그럼에도 책은 일단 가지고 다닌다 ㅋ)


12월에는 11권의 책을 만났다. 얇은 책 5권을 제외하면 그렇게 많이 읽은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보람이 있었다면 잃시찾 11권을 읽었다는 것인데, 이제 <되찾은 시간> 만 남았다. 그동안 나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수 있을지 궁금하다.



12월 가장 좋았던 책 :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그럴일은 없겠지만) 누군가 나에게 헤세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이 책을 추천하겠다. 이 책의 재미와 감동을 따라갈만한 책이 얼마나 있을까? 인생에 대한, 친구에 대한, 사랑에 대한 생각을 다시한번 해봤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너나 내가 어떤 직책을 맡게 되든 간에, 또 우리의 형편이 어떻게 되든 간에, 네가 나를 진지하게 불러주고 필요로 하는 그런 순간에 내가 너에게 침묵하지는 않을 거야. 결단코 그런 일은 없을 거야.˝]




12월 가장 충격적인 책 :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미친 노인의 일기>

욕나오는 내용, 정직한 제목. 욕하면서 읽게되는 다니자카 준이치로의 작품들은 정말 매력적이다. 요즘 준이치로의 민음사 쏜살문고 시리즈를 모으고 있다. 표지부터 아우라가 느껴진다.

[˝자네 발바닥을 뜨게 해 줘. 그렇게 해서 이 백당지 색지 위에 주목으로 발바닥 탁본을 뜰 거야.˝ ˝그걸 뭐에 쓰게?˝ ˝그 탁본을 바탕으로 사쓰짱 발을 본뜬 불족석을 만들거야. 내가 죽으면 뼈를 그 돌 아래 묻을 거야. 그게 진정 대왕생이지.˝]



Ps.2023년 첫날을 무슨 책으로 시작할지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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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3-01-01 12: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나르치스~ 를 지와 사랑 이란 제목으로 처음 접했어요 ㅎㅎ 올해도 좋은 책 함께 마니마니 읽어요 새파랑님 *^^*

새파랑 2023-01-01 13:42   좋아요 2 | URL
역시 미니님은 연륜(?)이 있으십니다 ^^ 올해도 잘 부탁 드립니다~!!!

페넬로페 2023-01-01 14: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 읽고 글 쓰는것도 좋지만 일이 많고 모임도 많다는 건 새파랑님께서 능력자이시고 인싸라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올해도 독보적 랭킹 상위 유지 사수 기원해요^^

새파랑 2023-01-01 17:15   좋아요 2 | URL
술상무가 더 적합한거 같습니다 ㅋ 올해는 작년보다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얄라알라 2023-01-01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뿌듯하시겠어요. ˝잃시찾˝ 발음은 어렵지만, 뽀대가 확 납니다. 새파랑님은 바쁘신대도 항상 꾸준하셔서 늘 배우고 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파랑 2023-01-01 17:16   좋아요 1 | URL
뽀대(?)하나 보고 읽는거 같아요 ㅋ 전 잃시찾이 후반부로 갈수록 더 재미있는거 같아요~!! 알라님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청아 2023-01-01 15: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쁘신 와중에도 이정도면 꽤 읽으셨네요. 역시 새파랑님!! 가지고 다니면 잠시 틈날때라도 펼쳐볼 수 있어 책에 대한 애정과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구요ㅋ 12월도 수고하셨습니다.^^*

새파랑 2023-01-01 17:17   좋아요 2 | URL
틈새 시장을 공략해서 읽고 있습니다 ㅋ 권수보다는 질이 중요한거 같은데 이게 잘 안되네요 😅
요새 눈병(?)도 나가지고 좀 힘듭니다 ㅜㅜ

독서괭 2023-01-01 16: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부진해도 이만큼이나^^ 2022결산 페이퍼 기다릴게요~~

새파랑 2023-01-01 17:17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에게 비할바가 못됩니다~!! 토지괭님 2023년도도 화이팅입니다 ^^

Yeagene 2023-01-01 16: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르치스,예전에 지와 사랑으로 읽었어요 ㅎㅎ 당시에도 꽤 오래된 책이었는데 새 번역으로 읽으면 어떨까 궁금합니다.새파랑님 부진하셨다지만 정말 많이 읽으셨네요 엄지척!♡

새파랑 2023-01-01 17:18   좋아요 2 | URL
지와 사랑 제목도 좋은거 같아요. 전 지 보다는 사랑 입니다 ^^ 1월에는 더 많이 읽고 쓰겠습니다~!!

hnine 2023-01-01 17: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상의 양식은 제가 세번을 읽고도 아직 더 읽어야 할 것 같은,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책이랍니다.
혹시 읽으시고 리뷰 올리시면 바로 달려와 어떻게 읽으셨나 보게 될 것입니다. ^^

새파랑 2023-01-01 18:31   좋아요 2 | URL
<지상의 양식> 전 너무 이해하기 어려워서 리뷰는 못남길거 겉아요 ㅋ 어디 산속에 들어가서 몇일 읽어야 깨닫지 않을까 합니다 😅

bookholic 2023-01-01 22: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의 꾸준함은 국가대표급입니다..^^ 2023년도 파이팅입니다~~

새파랑 2023-01-03 19:40   좋아요 1 | URL
꾸준함은 복홀릭님이 짱이시죠 ㅋ 올해 시작 3일 지났는데 오늘 아직 책을 못펼쳤습니다 ㅜㅜ

coolcat329 2023-01-02 0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년 한 해도 새파랑님의 성실성, 소설사랑은 눈이 부셨습니다.
새해에도 눈부신 한 해가 되시길요.
복 많이 받으세요!

근데 저도 지상의 양식 있는데(동네 주민이 버린 책 주워 옴) 많이 어렵다니 그냥 장식용이 될 거 같습니다.😅

새파랑 2023-01-03 19:41   좋아요 0 | URL
쿨캣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 지상의 양식 잘 읽히기는 합니다 ㅋ 읽는게 어렵지는 않던데 또 이해는 다른 문제라서 😅

scott 2023-01-02 2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정도 책 탑을 쌓아 올리신 새파랑님의 성실함을
알라딘은 널리 널리 찬양 해야 합니돵!^^

새파랑 2023-01-03 19:42   좋아요 1 | URL
아 연간 책탑 한번 올려야 하는데 ^^ 저는 찬양보다는 채찍(?) 이 필요합니다 ㅋ

희선 2023-01-02 23: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난 십이월에 책 많이 보셨네요 다른 일도 있었는데... 헤르만 헤세 책에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추천하시는군요 예전에 한번 봤지만, 하나도 생각 안 납니다 다시 볼 날 있을지...

새파랑 님 2023년에도 즐겁게 책읽고 글도 쓰시기 바랍니다 건강도 잘 챙기세요


희선

새파랑 2023-01-03 19:43   좋아요 0 | URL
헤세는 사랑입니다 ㅋ 헤세 너무 좋아요. 희선님도 23년에 화이팅 입니다~!!

레삭매냐 2023-01-05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하십니다 :>

계묘년에도 부디 열심히
달려 주시길.
 
낙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1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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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50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품 중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작품. 이 책을 읽고 나니 <바닷가에서>가 다르게 느껴진다. 아프리카에는 흑인과 백인만 있었던게 아니었다. 타의로 고향을 떠난 사람은 모두 난민이 아닐까? <암흑의 핵심>의 동아프리카 버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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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3-01-01 1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도 구르나의 세계에 빠지신건가요 ㅎㅎ 새파랑님 새해 복 마니마니 받으세요*^^* 계묘년 더 좋은 일들 가득하길~~

새파랑 2023-01-01 10:57   좋아요 3 | URL
리뷰 쓰고 싶었는데 일단 2023년이 시작해서 급하게 썼습니다. 어거지로 150권 리뷰&100자평 썼네요 ^^

2023-01-01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1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thkang1001 2023-01-01 1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미니74님! 두 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이 모두 잘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3-01-01 10:59   좋아요 2 | URL
thkang님 항상 감사합니다 ^^ 즐거운 2023년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mini74 2023-01-01 12:47   좋아요 2 | URL
thkang님도 새해 복 마니마니 빋으세요 고맙습니다 *^^*

잠자냥 2023-01-01 1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오, 전 이제 바닷가에서 읽으면 되는 거군요! ㅎㅎ새파랑님 올해도 열심히 읽고 쓰세요~!

새파랑 2023-01-01 11:00   좋아요 2 | URL
2022년에는 부진했는데 2023년에는 잠자냥님처럼 많이 읽고 잘 쓰고 싶습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페넬로페 2023-01-01 10: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낙원‘ 문장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이 책 읽고 동아프리카에 아랍인과 인도인이 저렇게 많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암흑의 핵심을 저는 읽어야겠네요^^

새파랑 2023-01-01 11:02   좋아요 5 | URL
구르나 진성 마니아 페넬로페님~!! <암흑의 핵심>이 유럽인이 본 아프리카라면, <낙원>은 아프리카에서 사는 이방인이 본 아프리카 인거 같아요 ㅋ

<암흑의 핵심> 엄청 재미있습니다 ^^

청아 2023-01-01 15: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암흑의 핵심>동아프리카 버젼이라니 더 이상의 설명은 불필요한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3-01-01 18:32   좋아요 2 | URL
미미님 혹시 구르나 (안구르나? ㅋ) 아직 안읽으셨다면 요책을 먼저 읽으시길 추천합니다~!! 빠져듭니다 ㅋ

라파엘 2023-01-01 16: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학분야로 성실하게 한우물을 파시는 멋진 새파랑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새파랑 2023-01-01 18:33   좋아요 2 | URL
제가 읽는게 문학밖에 없어서 좀 부끄럽습니다만 ㅋ 열심히 읽겠습니다~!! 라파엘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Yeagene 2023-01-01 16: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이 어려울 것 같아 읽기가 망설여지네요 ㅎㅎ 새파랑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파랑 2023-01-01 18:34   좋아요 2 | URL
번역이 약간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있는데 읽기에는 문제 없더라구요 ^^^ 예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thkang1001 2023-01-02 1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페넬로페님! 라파엘님! 예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미니74님! 새파랑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Yeagene 2023-01-02 11:0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thkang1001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더 건강하세요!

thkang1001 2023-01-02 1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진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읽으면서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이 떠올랐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소년 먼저 그의 이름은 유수프였다. 그는 열두 살 때 갑자기 집을 떠났다. 그는 그때를 하루하루가 전날과 똑같은 가뭄철이었다고 기억했다. 예상치 않은 꽃들이 피었다가 죽었다. 이상한 벌레들이 돌 밑에서 종종걸음으로 나와 뜨거운 햇빛 속에서 몸부림치다가 죽었다. 태양은 멀리 있는 나무들이 대기 속에서 떨게 만들었고 집들이 부르르하며 숨을 헐떡이게 만들었다. 저벅저벅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먼지구름이 피어올랐고 낮시에는 날카로운 정적이 감돌았다. 계절의 막바지에는 그런 순간들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 P9

아지즈 아저씨는 객실에서 시에스타‘를 즐기며 오후를 보냈다. 유수프에게는 분통 터지게 시간이 자꾸 뒤로 미뤄지는 것만 같았다. 그의 아버지도 식사 후에 매일 그러듯, 자기 방으로 물러갔다. 왜 사람들이 마치 순종해야 하는 법이라도 되는 듯 오후만 되면 낮잠을 자려고 하는지, 유수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휴식이라고 불렀다. 이따금 어머니마저 그들의 방으로 들어가 커튼을 여몄다. 그도 한두 번 시도해보았지만, 너무 지루한 나머지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들었다. 두번째 시도에서는, 깨어서 침대에 누워 있지만 형벌처럼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죽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P23

"아지즈 아저씨와 같이 가는 거야."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고는 그를 향해 작고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유수프가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 싶을 때 짓던 미소였다. 유수프는 기다렸다. 그러나 아버지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잠시 후 아버지가 웃으면서 그에게 달려들었다. 유수프는 몸을 피하면서도 함께 웃었다. "기차를 타고 가게 될 거야." 아버지가 말했다. "저멀리 해안까지 말이다. 너, 기차 좋아하잖니? 바다까지 가는 길이 재미있을 거다." 유수프는 아버지가 좀더 말해주기를 기다렸지만, 왜 그는 이 여행이 좋아지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아버지가 그의 허벅지를 살짝 치더니 가서 어머니가 짐 꾸리는 것을 좀 보라고 말했다. - P29

"그러면 형은 집에 가려면 얼마나 오래 일을 해야 해요? 나는 얼마나 오래 여기 있어야 하죠?" "네 아버지가 더이상 빛이 없어지거나 죽을 때까지." 칼릴이 쾌활하게 말했다. "뭐가 문제야? 여기 있는 게 싫으냐? 그는 좋은 분이야, 사이드 말이다. 너를 때리거나 그 비슷한 걸 하지도 않잖아. 네가 존경심을 보이면 그가 너를 돌봐주고 네가 잘못되게 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네가 밤에 울고 그렇게 무서운 꿈을 계속 꾼다면…… 너는 아랍어를 배워야 해. 그러면 그가 너를 더 좋아할 거다." - P40

손님들은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거나 도시에 왔다 돌아가는 시골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가난과 물가에 대해 불평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 자신들의 거짓말이나 잔인함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 P46

칼릴은 거기서 말을 멈추고 더이상 계속하지 않았다. 유수프는 칼릴이 말하는 동안 그의 조롱이 비참함으로 바뀌는 것을 느끼고, 그의 기분을 풀어줄 말을 생각하려고 애썼다. 그 집안에 미친 늙은 여자가 있다는 이야기에도 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것은 어머니가 그에게 해주던 이야기들과 정확히 같을 것이었다. 그러한 이야기들 속의 광기란 잘못된 사랑이나 유산을 훔치기 위한 주문 완수되지 못한 복수 때문에 존재할 것이다.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저주가 풀릴 때까지 광기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 P57

유수프에게 그것은 몇 년에 걸쳐 사로잡혀 살면서 얻게 된 평정심을 깨뜨리는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지즈 아저씨의 가게에서 불행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볼모로 그곳에 와 있다는 사실을, 즉 아버지가 진 빚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그가 아지즈 아저씨에게 저당잡혀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가 수년에 걸쳐 너무 많은 돈을 빌렸고, 그것이 호텔을 팔아서 갚을 수 있는 수준 이상이라는 것을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혹은 그의 아버지가 운이 없었거나, 자기 것이 아닌 돈을 어리석게 써버렸는지도 몰랐다. 칼릴은 그에게 그것이 사이드가 일하는 방식 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결과 그에게는 뭐든 필요해질 때, 그 필요한 일을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이드에게 돈이 급해지면, 몇 명의 채권자를 희생시켜 그 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 P70

하기야 저애는 담배를 피우기에는 너무 아름답네. 어부들이 말했다. 담배는 저애를 망칠 뿐이지. 담배는 악마의 일이고 죄악이니까. 하지만 그게 없으면 가난한 사람이 어떻게 살겠어? - P73

"모든 것에는 치러야 할 값이 있는 거죠. 저애가 머지않아 그걸 깨달았으면 싶네요." - P93

장사꾼 중 하나는 어느 유럽인이 쓰러져 죽었는데 다른 사람이 오더니 숨을 불어넣는 것을 보았다고 단언했다. 그는 뱀들도 그렇게 하는 것을 본 적이 있고, 뱀들한테도 독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인의 몸이 완전히 망가지거나 손상되지 않고 부패가 시작되지만 않으면 다른 유럽인이 그를 살려낼 수 있대요. 그래서 죽은 유럽인을 보면 손도 대지 말고 뭘 가져갈 생각도 하지 말아야 된대요. 다시 살아나서 죄를 뒤집어 씌울 테니까요. - P101

"가족을 위해 더 좋은 삶을 살겠다는 게 죄가 되니?" 하미드가 물었다. 후세인에 대한 경멸감이 묻은 목소리였다. "가족을 자기 사람들 사이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게 죄가 되니? 그게 무슨 잘못이니? 너한테 묻는 거다. 내가 원하는 건 내 가족을 위한 작은 집을 짓고 내 자식들에게 좋은 남편과 아내를 찾아주고, 교양 있는 사람들 틈에 섞여 사원에 갈 수 있는 것뿐이야. 내가 원하는 게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저녁에 친구들과 이웃들과 같이 앉아서 정답게 얘기를 나누며 차도 한잔하고 싶고……… 그게 전부야! 내가 누구를 죽이고 싶다고 했니? 누구를 노예로 만들고 싶다고 했니? 아니면 무고한 사람을 약탈하겠다고 했니? 나는 스스로를 위해 뭔가를 하는 작은 가게 주인일 뿐이야. 스스로를 위해 아주 작은 것을 할 뿐이라고 - P129

"가능할 때 그런 미덕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게." 그가 말했다. "우리 안의 이런 감정들은 그리 오래가지 않으니까 말이야. 곧 세상이 우리를 유혹해 죄악과 불결함으로 이끄니까 말일세. - P138

그의 말에 따르면 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에서는 해가 한밤중까지 떠 있다고 했다. 추워지면 모든 물이 얼어붙는다고 했다. 무거운 짐을 실은 수레를 끌고 그 위를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강과 호수가 두껍게 언다고 했다. 바람은 항상 불고 때때로 얼음과 돌이 섞인 돌풍이 분다고 했다. 밤에는 악령들과 정령들이 바람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여자들이나 아이들이 고통스러울 때 그러듯이 소리를 지른다고 했다. 그들을 도우려고 밖에 나가는 사람은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다. 겨울이 깊어지면 바다도 얼고, 야생 개들과 늑대들이 도시의 거리에서 날뛰면서 살아 있는 것은 사람이든 말이든 모조리 잡아먹는다고 했다. 그의 아저씨가 말하기를, 러시아인은 문명화되지 않아 독일인과 다르다고 했다. 언젠가 그들이 어느 지역을 여행하다가 어느 작은 도시에 들어갔더니 그곳의 모든 사람이 남자, 여자, 아이 할 것 없이 잔뜩 취해 있었다고 했다. - P142

"우리 물건 없이는 그럴 수 없다고 전해라." 상인이 말했다. "그가 원하는 것이 우리의 목숨이라면 가져가라고 해라. 그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해라. 그러나 우리를 살려주겠다면 우리 물건도 달라고 해라. 장사를 할 수 없게 된다면 우리가 얼마나 멀리 가겠느냐? 물건 없이는 가지 않겠다고 전해라." - P211

그는 부모에 대한 가책을 느끼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수년 전에 그를 버린 사람들이었다. 이제는 그가 그들을 버릴 차례였다. 그가 붙잡혀 있는 것으로부터 그들이 느꼈던 안도감은 이제 끝났다. 그는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고자 했다. 자유롭게 평원을 돌아다니면서 언젠가 그들한테 들러 그런 삶을 시작하도록 어려운 교훈을 가르쳐준 것에 고맙다고 할지도 몰랐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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