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이란...


"알베르틴 양이 떠났어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었던 것이 실은 나의 온 삶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자신을 모르는 걸까. 고통을 즉시 멈춰야했다. - P15

지금까지 나는 습관이 우리 지각의 독창성과 의식마저 제거하고 무로 돌리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습관을 우리에게 고정된 무시무시한 신으로 간주했고, 그 무의미한 얼굴이 그토록 우리 마음속 깊숙이 박혀 있어서, 만일 우리가 거기서 떨어져 나가거나 멀어지기라도 하면 여태껏 거의 알아볼 수 없던 그 신은 어느 누구보다 무서운 고통을 야기하고, 그리하여 죽음만큼이나 잔인한 존재가 된다. - P17

나는 그녀가 나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쁜 짓을 하는 모습을 보는 일이, 내 집에서 나와 함께 권태로워하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종류의 슬픔보다 어쩌면 덜 고통스러울 거라고 이미 여러 번 깨닫지 않았던가. - P19

알베르틴으로 말하자면, 그녀는 내게 오로지 이름의 형태로만 존재했고, 그 이름은 잠에서 깨어날 때의 어떤 드문 휴식시간을 제외하고는 내 머릿속에 계속 새겨지고 또 새겨졌다. - P35

우리는 이름을 말하고 또 마음속에 이름을 쓰는 듯 입 밖에 내지 않기 때문에 그 이름은 머릿속에 흔적을 남기며, 그리하여 머릿속은 마치 낙서하기를 좋아하는 누군가가 채워 놓은 벽처럼 마침내 수천 번이나 다시 써 놓은 사랑하는 이의 이름으로 온통 뒤덮이고 만다. 행복할 때면 우리는 생각 속에 내내 이름을 다시 쓰지만, 불행할 때는 더 많이 쓴다. 이미 우리가 아는 것밖에 더 이상 아무것도 주지 못하는 이름을 다시 말하다보면, 지속적으로 말하고 싶은 욕구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끼지만, 결국은 피로해진다. - P36

자신을 사랑하는 남성을 괴롭히는 여인은, 마치 스완에게 그토록 잔인했던 오데트가 나의 작은할아버지에게는 지극히 상냥한 ‘분홍빛 드레스 여인‘이었듯이, 자신에게 관심 없는 남성에게는 언제나 착한 여자로 보일 가능성이 많다. 또는 사랑하는 남성이 마치 숨은 신의 결정을 두려워하듯 그 결정 하나하나를 두려워하며 따지는데도, 여인을 사랑하지 않는 남성의 눈에는 자신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기쁘게 하는 그런 하찮은 여자로 보일 수도 있다. - P47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거 속에잃어버린 시간 속에 있어서, 더 이상 우리는 그녀의 모든 것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 - P49

우리 감각 세계의 건물을 떠받치는 것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이며, 믿음이 없으면 건물은 흔들린다. 우리는 바로 이 믿음이 사람들의 가치와 무용성을 결정하며 또 그들을 만날 때면 느끼는 열광이나 권태의 감정을 결정하는 걸 보아 왔다. 마찬가지로 오래가지 않아 끝나리라고 확신하는 것 만으로도 슬픔이 하찮아 보이기 때문에, 또는 슬픔이 돌연 커져서 한 존재를 우리의 목숨만큼이나, 때로는 그보다 더 가치있는 존재로 만들기 때문에 믿음은 슬픔을 견디게 한다. 게다가 내가 처음 느꼈던 고통만큼이나 내 가슴의 통증을 격렬하게 만든 것이 있었다. - P57

한 존재와 우리의 관계는 오로지 우리 사유 속에만 존재한다. 기억이 희미해지면 그 관계는 느슨해지고, 우리는 환상에 쉽게 속아 넘어가고 싶어 하면서도, 또 사랑이나 우정, 예의나 체면, 의무감 때문에 타인을 속이면서도 결국은 홀로 존재한다. 인간은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며, 자기 안에서만 타자를 인식하며, 그렇지만 그와 반대되는 말을 하면서 거짓말하는 존재이다. - P65

소설의 여주인공에게 사랑하는 여인의 특징을 투사하지 않고는 소설을 읽을 수 없음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책의 결말이 아무리 행복하게 끝난다 해도, 우리 사랑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은 아니며, 그러므로 책을 덮었을 때 우리가 사랑하는 여인, 또 소설에서 마침내 우리에게 돌아온 여인이 삶에서 우리를 더 많이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 P68

"가엾은 친구에게, 우리의 사랑하는 알베르틴은 이제 세상에 없답니다. 그토록 그 애를 사랑했던 당신에게 이 끔찍한 소식을 전하는 나를 용서하세요. 그 애는 산책하던 중 낙마하여 나무에 부딪쳤답니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애를 살릴 수 없었습니다. 그 애를 대신해서 왜 내가 죽지 못했을까요!" - P107

한 존재가 우리 마음속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형태를 갖추고 시간이란 틀에 복종해야 한다. 연속적인 순간을 통해서만 나타나는 존재는 한 번에 한 모습밖에 보여 주지 않으며, 그 모습에 대해서도 단 하나의 사진밖에 생산하지 않는다. 오로지 순간들의 집합으로만 이루어진 존재에게 그것은 큰 약점이지만, 또한 큰 힘이기도 하다. 존재는 기억의 영역에 속하며, 또 어느 한순간의 기억은 그 후 일어난 일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때 그 기억이 기록한 순간은, 그리고 그 순간과 더불어 드러난 존재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여전히 지속된다. 그리고 그런 파편화는 다만 죽은 이를 살아나게 할 뿐만 아니라 죽은 이를 무한대로 증식한다.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망각해야 했던 것은 한 명의 알베르틴이 아니라 무한한 알베르틴이었다. 알베르틴을 잃은 슬픔이 견딜 만한 상태에 이르자, 나는 다른 알베르틴, 다른 수백 명의 알베르틴과 더불어 같은 일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 P110

우리는 오로지 자신이 소유한 것에 의해서만 존재하며, 실제로 우리 옆에 있는 것만을 소유한다. 얼마나 많은 추억과 기분과 관념이 우리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 우리의 시계로부터 멀어지는가! 그때 우리는 그것들을 더 이상 우리 존재를 이루는 전체 속에 포함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들은 우리 마음속에 들어오는 비밀통로를 가지고 있다. - P125

예전에 나는 끊임없이 우리 앞에 펼쳐진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했고, 또 그 미래를 읽어 보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지금 마치 미래의 분신처럼 내 앞에 놓인 것은 ― 불확실하고 판독하기 어렵고 신비롭기 때문에 걱정스럽고, 내가 미래에 대해서처럼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나 환상을 품을 수 없기 때문에 잔인하고, 또 내 삶 자체만큼이나 멀리 펼쳐질 테지만 거기에는 미래가 야기할 고뇌를 위로해 줄 동반자가 없기 때문에 더욱 잔인한 더 이상 알베르틴의 ‘미래‘가 아니라, 그녀의 ‘과거‘였다. 그녀의 ‘과거‘라니?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질투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으며, 또 질투가 상상하는 것은 항상 ‘현재‘이기 때문이다. - P129

우리 사랑의 톱니바퀴가 얼마나 팽팽하게조였으며 우리 사랑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었던지, 그것은 발자크의 중편 소설이나 슈만의 몇몇 발라드에서처럼 처음에는 지체하고 중단되고 주저하면서 전개되다가 빠른 결말로 끝났다. - P144

우리가 ‘유일하다‘고 생각하는 여인은 무한한 존재이다. 그렇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우리 눈에 그녀는 농밀하고 파괴할 수 없으며 오랫동안 다른 여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 이유는 여인이 우리 마음속에 파편화된 상태로 존재하는 수많은 다정한 조각들을 일종의 마술적인 부름으로 솟아오르게 하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균열을 지우고, 그 조각들을 한데 모으고 결합하지만, 이런 그녀에게 윤곽을 부여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온갖 단단한 질료를 제공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가 그녀에게 1000명의 인간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고, 또 어쩌면 그들 중에서도 가장 최하의 인간이라 해도, 우리에게 그녀는 우리의 온 삶이 지향하는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이 바로 여기에 있다. - P149

우리가 사랑한다는 걸 깨닫기 위해서는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이별의 날은 와야하기 때문이다. - P154

내가 느낀 감정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행복이나 불행을 느끼지 못한 사람들의 표현은 거짓이나 흐릿한 것으로 보이게 했고, 반대로 지극히 시시한 몇 줄의 글은아무리 멀리 있어도 노르망디나 니스," 물 치료 시설, 라 베르마나 게르망트 공작 부인, 또는 사랑이나 부재, 배신과 관련되기만 하면 얼굴을 돌릴 름도 없이 돌연 알베르틴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했고, 그러면 나는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 P180

다른사람과의 관계에서 오해가 생기는 두 가지 주요 원인은 우리 자신이 착한 마음을 가졌거나 아니면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한 번의 미소나 시선, 어깨만으로도 우리는 사랑에 빠진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희망과 슬픔의 긴 시간 동안 우리는 한 사람을 만들어 내고 한 성격을 구성한다. 그리고 훗날 사랑하는 사람을 더 잘 알게 될 때면, 우리가 어떤 잔인한 현실과 마주쳐도 이런저런 시선이나 어깨를 가진 존재에게서 우리를 사랑하는 여인의 착한 성격이나 본성을 제거하지 못한다. 젊었을 때부터 알아 온 사람이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 사람에게서 그가 가졌던 젊음을 떼어 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 P195

스카프를 목 앞이 아닌 목 뒤로 매면서, 나는 한 번도 다시 생각해 보지 못했던 산책을 떠올렸는데, 그때 알베르틴은 차가운 공기가 내 목에 닿지 않도록 나에게 키스한 후 스카프를 그런 식으로 매 주었다. 그토록 사소한 몸짓을 통해 기억 속에 되살아난 이 단순한 산책이 마치 우리가 사랑했던 죽은 여인에게 속하는 내밀한 물건, 우리에게 그토록 가치 있는 물건을 여인의 늙은 하녀가 가져다줄 때 느끼는 것과 같은 기쁨을 주었다. 나의 슬픔은 그로 인해 풍요로워졌으며, 더욱이 스카프 생각은 그 후로 한 번도 해 보지 못했으므로 더욱 그러했다. - P196

나는 커다란 사랑을 할 수 있기를 바랐고, 내 곁에서 함께 살 사람을 찾고 싶었으며, 그것이 내게는 더 이상 알베르틴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표시로보였지만, 실은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는 표시였다. 왜냐하면 커다란 사랑을 하고 싶은 이 욕망은 알베르틴의 통통한 뺨에 입을 맞추고 싶은 욕망과 마찬가지로, 그녀에 대한 내 그리움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그녀를 망각했다면, 사랑 없이 사는 삶이 보다 현명하고 보다 행복하다고 느꼈을 테니까. - P197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와 다른 존재와 쾌락을 느끼고, 또 그 존재가 우리가 줄 수 없는 감각을 그녀에게 주고, 또는 적어도 그 외모와 이미지와 태도에 의해 우리와는 전혀 다른 것을 그녀에게 보여 준다고 생각할 때 느끼는 고통보다 더 큰 어려움이 어디 있겠는가! 아! 왜 알베르틴은 생루를 사랑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훨씬 고통을 덜 느꼈을 텐데! - P219

이는 내가 이제 알베르틴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최근에 사랑했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아니, 그녀와 관련된 것이라면 장소든 사람이든 모든 것이 나의 호기심을 끌었고 고통보다는 더 많은 매혹이 서려 있었던 예전의 보다 오래된 시기와 같은 방식으로 사랑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사실 지금 그녀를 완전히 망각하기 전에, 처음의 무관심한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똑같은 길로 자신이 떠난 지점에 돌아가 보는 나그네처럼, 나의 커다란 사랑에 이르기 전에 통과했던 모든 감정들을 반대 방향에서 횡단해야 한다고 느꼈다. - P240

다시는 결코 돌아가지 않을 고장에서, 그곳에 갈 때 이미 통과했던 역의 이름과 모습을 모두 알아보게 하는 같은 노선의 기차를 타고 귀갓길에 오를 때면, 그래서 한순간 기차가 그런 역 중 하나에 멈출 때면, 우리가 방금 떠난 장소를 향해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기차가 다시 출발하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이런 환상은 이내 사라지지만, 그러나 한순간 우리는 떠난 장소를 향해 다시 실려 간다고 느꼈으며, 바로 이것이 추억의 잔인함이다. - P241

왜 나는 그녀의 말을 믿었을까? 거짓말은 인류에게 본질적인 것이다. 거짓말은 어쩌면 쾌락의 탐색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게다가 실제로 이런 탐색의 지배를 받는다. 우리는 쾌락을 보호하기 위해, 또는 쾌락의 폭로가 명예에 어긋날 때면 그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거짓말을 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내내 거짓말을 하며, 특히 어쩌면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거짓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쾌락을 위해 그들을 두려워하고 그들의 존경을 욕망한다. - P328

진실이나 삶은 어려운 문제이며, 결국 그것에 대해 알지 못한 채로, 어쩌면 내게는 피로가 슬픔을 좌우한다는 인상만이 남아 있었는지 모른다.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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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스 불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1
니콜라이 고골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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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43

"아버지! 어디 계세요! 이 모든 고통을 아시겠지요?" "암, 내가 여기서 보고 있다!"


현재 우크라니인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민족이 카자크인인데, 고골의 <타라스 불바>는 카자크인의 민족성을 날것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을 읽고나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밀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너희들은 보물처럼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아냐? 너희들의 보물은 아무것도 가로막는 것이 없는 저 넓은 초원과 좋은 말이다. 그것이 바로 너희들의 보물이란 말이다. 이 칼 보이지? 칼이 진짜 너희들 엄마다! 너희 머릿속에 차 있는 것은 다 쓸데없는 것들이야. 학교, 온갖 책들, 사전, 철학이고 뭐고 말짱 헛것이지! 난 그런 것들에 다 침을 뱉을 거다.] P.10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카자크인은 완전 마초 그 자체이다. 그들에게 사랑은 수치스러운 것이고, 오직 민족과 종교만이 고귀한 것이었으며, 이를 지키기 위한 전쟁만이 존재의 목적이었다. 주인공인 '타라스 불바'에게는 '오스타프'와 '안드라'라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타라스 불바'는 아들들을 진정한 카자크인을 만들기 위해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전쟁터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자신들의 종교를 능욕했다는 핑계로 폴란드를 침공한다.

[여러분, 주정뱅이 여러분! 이제 맥주는 충분히 마셨습니다. 또 방바닥에 누워서 충분히 빈둥거렸습니다. 또 파리에게 여러분들의 통통한 살점도 충분히 먹였습니다. 이제는 기사의 명예와 영광을 얻기 위해 일어나야 합니다! 농부 여러분, 양치기 여러분! 그리고 호색가 여러분! 쟁기질을 하면서 누런 신발도 충분히 더럽혔습니다. 계집들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기사의 힘을 헛되게 쓴 것도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이제는 카자크의 명예를 드높일 때입니다.] P.18



카자크인들은 무자비하게 폴란드 마을을 학살하고, 타라스 불바와 아들들은 선두에 서서 대단한 활약을 한다. 결국 마지막 목적지인 두브노 도시로 항하지만, 이곳의 완강한 저항 때문에 그들은 성 외곽에서 포위작전을 펼친다. 그런데 이때부터 반전이 시작된다.

["참아라, 카자크잖아. 그래야 아타만이 되지! 전투 시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군인이라고 할 수 없다. 할 일이 없을 때에도 지루해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꾹 참고, 어떠한 일을 당하더라도 자기주장을 꿋꿋하게 내세우는 사람이 훌륭한 군인이다."] P.83



타라스 불바의 첫째 아들인 오스타프는 그의 아버지와 너무 닮아서 호전적이었고, 반면 둘째 아들 안드라는 감성적이었는데, 결국 전장에서 두사람의 성향이 정반대의 방향으로 발산되게 된다. 둘째 아들은 어린시절 첫눈에 반했던 폴란드 여인이 두브노 성 안에 있는걸 알게 되고, 결국 가족과 조국을 버리고 폴란드 쪽으로 전향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둘째는 아버지와 형의 적이된다. 카자크중에서도 초강성인 타라스 불바는 과연 카자크인의 명예를 더럽힌 둘째 아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

["내 조국이 우크라이나라고 누가 말했소? 누가 내게 우크라이나를 조국으로 주었소? 조국이란 우리 영혼이 찾는 것이어야 하오. 그래야 무엇보다도 더 그리운 법이오. 내 조국은 당신이오! 나는 당신을, 내 조국을 가슴에 안고 내 삶이 끝날 때까지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아가겠소. 카자크 중 누가 이 조국을 떼어 내려고 하는지 한번 봅시다!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팔거나 내주겠소. 내 그런 조국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겠소!"] P.112



반면 첫째 아들인 오스타프는 동생의 변절은 동생의 잘못이 아닌 폴란드의 악행이라고 생각하고, 더 격렬하게 폴란드에 저항한다. 하지만 결국 전투에서 패배하게 되고, 폴란드에 포로로 끌려가게 되지만, 오스타프는 끝까지 카자크인의 자존심을 지킨다.

[자기 아들 오스타프를 보았을 때, 늙은 불바가 무엇을 느꼈을까? 그때 그의 가슴은 어떠했을까? 군중 속에서 그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벌써 사형장 가까이까지 와 있었다. 오스타프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제일 먼저 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는 동지들을 돌아본 다음, 한 팔을 높이 쳐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하느님, 우리 그리스도교인들이 당하는 고통을 여기 서 있는 이단자들이 보지 못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 중 누구도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게 해주소서!"] P.205



타라스 불바는 첫째의 비극적인 마지막을 몰래 목격하고, 이후 폴란드를 탈출한다. 폴란드에 대한 그의 적개심은 극대화 되면서 폴란드인에 대한 잔인한 복수를 계속 하게 된다. 민간인이든, 어린애든 상관없이. 과연 피에 피를 부르는 이 전쟁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





작품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고골의 카자크인에 대한 묘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카자크인은 실제로 저런 모습이었을까? 게다가 무작정 긍정적으로만 표현하지 않고, 어떻게 보면 카자크인을 까는(?) 것처럼 그리기도 한다. 특히 타라스 불바의 두 아들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카차크인은 결국 몰락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은연중에 잘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카자크인의 피에 흐르는 전투정신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서 빨리 러시아ㅡ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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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2-16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떡 하니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전쟁... 이 시국에 더욱 읽어봐야할 작품이네요.
그리고! 새파랑님 서재의달인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2-12-16 11:38   좋아요 2 | URL
저는 달인은 아닌것 같지안 어쨋든 뽑아주니 즐겁네요 ㅋ 저도 스콧님 리뷰 보고 읽어서요 ㅋ 요책은 화가님 스타일이실듯 합니다~!!

은하수 2022-12-16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우크라 전쟁은 저도 얼른 끝나기를 기도합니다. 이 추운 겨울을 어찌 나고 있을지...

새파랑 2022-12-16 11: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전쟁이 그래도 금방 끝날지 알았는데 안그러네요 ㅜㅜ 더이상 피해가 없이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ㅜㅜ

coolcat329 2022-12-16 1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크라이나 역사 책 보다보니 이 책 읽고 싶더라구요~고골의 카자크인 묘사 저도 궁금하네요 😊

새파랑 2022-12-16 13:40   좋아요 1 | URL
ㅋ 카자크인 완전 마쵸 입니다. 이런 거친 민족이 지금까지 있었나? 싶습니다 ㅋ 고골의 글이어서 완전 재미납니다~!!

그레이스 2022-12-16 1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합니다~~

새파랑 2022-12-16 13:40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ㅜㅜ
연초부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라니 ㅜㅜ

Falstaff 2022-12-16 16: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자흐 인종들을 만나셨으면 기어이 돈강 까지 가시리라 믿습니다. ^^

새파랑 2022-12-16 19:19   좋아요 3 | URL
와우 추천 감사힙니다. 골드문트님 리뷰 보니 돈 강 꼭 읽어야 겠네요 ㅋ 검색들어가겠습니다~!!

scott 2022-12-16 21: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유럽 대륙 최악의 싸움꾼 카자크!


고골의 묘사미는 쵝오죠!

문트님은 돈 강 추천

저는 이자크 바벨 작품 추천 ^0^

새파랑 2022-12-17 09:16   좋아요 3 | URL
이자크 바벨 첨 들어보지만 찾아보겠습니다~!! 카자크인은 정말 호전적인거 같더라구요 ㅋ 우크라이니가 다르게 보입니다 ^^

yamoo 2022-12-17 1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골의 작품은 모두 다 재미있는 것들 뿐이죠. 고골만큼 이야기꾼인 작가도 드뭅니다.

저는 고골의 단편선 추천!ㅎ

새파랑 2022-12-17 21:40   좋아요 2 | URL
고골 작품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읽었던건 다 좋더라구요 ㅋ 전 팽귄클래식 버젼으로 고골 단편집을 읽었습니다. 더 찾아봐야 겠습니다 ^^

북프리쿠키 2022-12-18 1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골 옹은 레전드죠 ^^

새파랑 2022-12-18 16:05   좋아요 2 | URL
레전드 오브 레전드 입니다 ㅋ 현실세계의 러시아는 좀 별로지만 고전의 러시아는 너무 좋습니다 ^^

희선 2022-12-19 01: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골 소설은 <외투>밖에 모를지도... 이 고골이 그 고골이 맞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네요 <외퉈>도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이 소설을 보면 우크라이나 더 생각하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2-12-19 12:08   좋아요 3 | URL
고골의 <코>도 유명합니다 ㅋ 이 고골이 그 고골 맞습니다 ^^

mini74 2022-12-21 13: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초등학교 문고판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이해가 안갑니다. 왜 이 책이 어린이용으로 나왔었는지..표지에 마치 술에 취한듯 코가 빨간 남자들 그림이 기억나요.
저도 이 책 찜해봅니다. ^**^

새파랑 2022-12-21 16:27   좋아요 1 | URL
역시 초등학교때부터 독서천재였던 미니님~!! 이 책은 표지부터 너무 마음에 듭니다 ㅋ
 

역시 고골의 글은 재미있다. 그리고 카자크는 호전적이어도 너무 호전적이네 ㅋ

너희들은 보물처럼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아냐? 너희들의 보물은 아무것도 가로막는 것이 없는 저 넓은 초원과 좋은 말이다. 그것이 바로 너희들의 보물이란 말이다. 이 칼 보이지? 칼이 진짜 너희들 엄마다! 너희 머릿속에 차 있는 것은 다 쓸데없는 것들이야. 학교, 온갖 책들, 사전, 철학이고 뭐고 말짱 헛것이지! 난 그런 것들에 다 침을 뱉을 거다. - P10

여러분, 주정뱅이 여러분! 이제 맥주는 충분히 마셨습니다. 또 방바닥에 누워서 충분히 빈둥거렸습니다. 또 파리에게 여러분들의 통통한 살점도 충분히 먹였습니다. 이제는 기사의 명예와 영광을 얻기 위해 일어나야 합니다! 농부 여러분, 양치기 여러분! 그리고 호색가 여러분! 쟁기질을 하면서 누런 신발도 충분히 더럽혔습니다. 계집들 꽁무니를 쫓아다니면서 기사의 힘을 헛되게 쓴 것도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이제는 카자크의 명예를 드높일 때입니다. - P18

"성모님! 이 두 아들을 보호하여 주시옵소서! 얘들아! 이 어미를 잊지 말아다오. 한마디라도 좋으니 소식을 보내다오!" - P25

"총대장, 어떻소! 자포로제 친구들도 나설 때가 되지 않았소?"
"갈 데가 있어야지."
총대장은 입에서 담뱃대를 빼고 옆으로 침을 뱉고 나서 대답했다.
"어떻게 갈 데가 없다고 하나요? 터키 지방이나 타타르 지방으로 나갈 수 있지 않소."
"터키도 안 되고 타타르도 안 되오.‘
총대장은 다시 담뱃대를 입에 물며 냉담하게 대답했다.
"왜 안 된단 말이오?"
"그렇지 않소. 우리가 술탄(터키의 왕)에게 평화를 약속했으니까."
"그러나 그는 마호메트교도 아니오! 하느님도 성경에서 마호메트교도들을 치라고 명령하잖소." - P53

"참아라, 카자크잖아. 그래야 아타만이 되지! 전투 시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군인이라고 할 수 없다. 할 일이 없을 때에도 지루해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꾹 참고, 어떠한 일을 당하더라도 자기주장을 꿋꿋하게 내세우는 사람이 훌륭한 군인이다." - P83

"내 조국이 우크라이나라고 누가 말했소? 누가 내게 우크라이나를 조국으로 주었소? 조국이란 우리 영혼이 찾는 것이어야 하오. 그래야 무엇보다도 더 그리운 법이오. 내 조국은 당신이오! 나는 당신을, 내 조국을 가슴에 안고 내 삶이 끝날 때까지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아가겠소. 카자크 중 누가 이 조국을 떼어 내려고 하는지 한번 봅시다!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팔거나 내주겠소. 내 그런 조국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겠소!" - P112

"먼저 손가락으로 저를 부르시더니, ‘얀켈‘ 하고 말하기에 제가 ‘안드리 나리님!‘ 하고 대답하니, ‘얀켈! 아버님께 전해라, 형님께 전해라, 자포로제 사람들에게 전해라, 카자크들에게 전해라,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라. 이제 나에겐 아버지도 아버지가 아니고, 형도 형이 아니고, 친구도 친구가 아니다. 난 그들과 싸울 것이며, 모든 사람들과 싸울 것이다!" - P124

자기 아들 오스타프를 보았을 때, 늙은 불바가 무엇을 느꼈을까? 그때 그의 가슴은 어떠했을까? 군중 속에서 그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벌써 사형장 가까이까지 와 있었다. 오스타프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제일 먼저 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는 동지들을 돌아본 다음, 한 팔을 높이 쳐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하느님, 우리 그리스도교인들이 당하는 고통을 여기 서 있는 이단자들이 보지 못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 중 누구도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게 해주소서!" - P205

"아버지! 어디 계세요! 이 모든 고통을 아시겠지요?"
"암, 내가 여기서 보고 있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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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양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7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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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42 마음에 와닿는 좋은 문장이 가득한 책이다. "지혜는 이성 속에 있는것이 아니라 사랑 속에 있다." "행복해질 필요가 없다고 굳게 믿을 수 있게 된 그날부터 내 마음속에 행복이 깃들기 시작했다." 한번 읽고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작품. 언젠가 마음이 어지러울때 다시 꺼내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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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2-13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5별! 진짭니까? 오......

새파랑 2022-12-14 07:38   좋아요 1 | URL
아 아닌가요? ㅋ 이 책은 감히 제가 이해를 하기는 힘들었지만 뭔가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yamoo 2022-12-14 0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흠....지상의 양식...앙드레 지드는 갠적으론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지드는 에세이가 훨씬 좋았던 기억이..^^;;

새파랑 2022-12-14 19:49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 ㅋ 이 책도 크게 재미로 읽지는 않고 철학공부하는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

scott 2022-12-15 0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때 좁은문, 전원 교향곡 읽고 지드의 글에 감동 받아
지상의 양식 까지 꿀꺽,

당시 저에게 정말 좋은 책, 마음의 양식 이였습니다 ^^

새파랑 2022-12-15 08:48   좋아요 2 | URL
역시 중띵때부터 문학의 달인 스콧님~!! 제가 이해하기에는 좀 어렵긴 했지만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희선 2022-12-15 01: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앙드레 지드는 오래전에 좁은문만 봤어요 예전에 읽어서 거의 잊어버렸는데, 좁은문을 생각하면 독일인의 사랑이 떠오르기도 해요


희선

새파랑 2022-12-15 08:49   좋아요 2 | URL
희선님도 앙드레지드 팬이시군요 ^^ 저도 다른 작품을 찾아 읽어봐야 할거 같아요~!!

독서괭 2022-12-15 0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읽다 지루해서 얼마 못 읽었던 기억이 ^^;; 집 어딘가에 있을텐데 언젠가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2-12-15 08:50   좋아요 1 | URL
앗 ㅋ 역시 독서괭님은 쎈(?) 작품을 좋아하시는군요 ^^

저는 이 책을 기차에서 읽어서 그런지 읽기는 잘 읽혔습니다~!!

서니데이 2022-12-15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2-12-15 19:38   좋아요 2 | URL
이야 ㅋ 그게 벌써 나왔나요? ㅋ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선 2022-12-16 0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축하합니다 2022년에 책읽고 쓰기 그리고 걷기 즐겁게 하셨지요 다음해에도 즐겁게 하시기 바랍니다 건강도 잘 챙기세요 기분 좋게 살면 저절로 건강은 따라올지도...


희선

새파랑 2022-12-16 07:53   좋아요 2 | URL
희선님 감사합니다 ㅋ 저도 댓글 달고 그래야 하는데 여유가 안나네요 ㅜㅜ 전 아직 목표권수 150권을 못채워서 부지런히 읽어야 합니다 😅
 
친구들과의 대화
샐리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N22141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이가 누구인지
몇 번이고 다시 정해야 한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노멀 피플>로 유명한 샐리 루니의 데뷔작이다. 이 작품을 통해 그녀는 올해의 젊은 작가로 선정되기도 하고 부커상 후보에도 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론 이 작품이 그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노멀 피플>과 비슷하긴 한데, 막 재미있지도 않고 인물들의 행동도 공감되지 않으며 무슨 이야기를 하고싶은건지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의 주요인물을 살펴보면,

1. 프랜시스(여) : 1인칭 주인공, 공산주의자
2. 보비(여) : 동성애자, 프랜시스의 과거 연인이자 현재는 친구
3. 멀리사(여) : 사진작가, 닉의 아내
4. 닉(남) : 배우, 멀리사의 남편


프랜시스와 보비는 시낭송 공연을 하는 친구사이인데, 어느날 작가인 멀리사를 알게 되고 셋은 친하게 된다. 보비는 멀리사에게 사랑을 느끼고 멀리사 역시 보비에게 호감을 갖는다. 이렇게 두사람이 가까워진데 대한 반작용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프랜시스는 닉과 가까워진다.



결국 네 사람은 사각관계가 된다. 다른점이 있다면 관계 초반에 보비와 멀리사의 관계는 공식(?)적인것처럼 보이지만 프랜시스와 닉의 관계는 둘만의 비밀로 유지된다.

[나는 닉과 함께하기 위해서 모두에게, 멀리사에게, 심지어는 보비에게도 거짓말을 했다. 사실을 털어놓을 사람, 내 행동을 동정해 줄 사람 하나 남겨 두지 않았다. 그랬는데 그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 나는 눈을 꼭 감고 베개에 얼굴을 꾹 눌렀다. 나는 전날 밤을, 닉이 나를 얼마나 원하는지 말해 주었던 때를,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떠올렸다. 인정해. 내가 생각했다. 그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넌 그래서 상처를 받은 거야.] P.185



마지막에 가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자의든 타의든 간에 밝혀지게 되고, 결국 헤어지게 되지만 재회를 암시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프랜시스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심리변화를 읽는것 말고는 딱히 인상적이진 않았다. 프랜시스도 공감이 안가고, 보비는 더 공감이 안갔다. 차라리 대외적으로 행복한 부부관계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멀리사와 아내의 외도를 알면서도 떠날수 없는 닉의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공감이 되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주변에서 사람과 사물 들이 움직이면서 모호한 계층에 따라 자리를 잡고 내가 지금도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알지 못할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었다. 물체와 개념의 복잡한 네트워크, 어떤 것들은 직접 겪어야만 이해할 수 있다. 항상 분석적인 입장을 취할 수는 없다. 와서 날 데려가요. 내가 말했다.] P.432



그런데 책을 읽는 목적이 꼭 공감하기 위해서는 아니니까....
(개인적으론 책을 읽는 목적은 간접체험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강추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볍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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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2-13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데뷔작이라니
공감은 덜 가고, 재미있다니^^ 일단 새파랑님의 추천을 기억 서랍 속에 쏘옥!

새파랑 2022-12-13 07:42   좋아요 0 | URL
토요일에 다 읽었어요 ㅋ 한번 읽기 시작하면 술술 계속 읽게 되긴 합니다~!!

희선 2022-12-13 0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 제목은 몇 번 본 적 있어요 여러 사람 사이가 나와도 이해하기 어려운 사이 많지요 공감하지 못해도 그런 사람도 있지 해도 괜찮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2-12-13 07:44   좋아요 1 | URL
그렇죠. 요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ㅋ 근데 20대 초반?의 주인공 심리변화를 공감하기는 힘들더라구요. 저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봅니다 😅

물감 2022-12-13 0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뭐든 재밌게 읽는 새파랑님의 보기 힘든 비평이... 이 책 저도 집에 있는데 큰일이네요ㅎㅎㅎ

새파랑 2022-12-13 07:46   좋아요 2 | URL
앗 ㅋ 저도 나름 별 셋 준 작품들이 있습니다 ㅋ 그래도 허접하더라도 리뷰는 남겨야 해서 급하게 썼어요. 아마 물감님은 좋아하실거 같아요~!

청아 2022-12-13 0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솔직한 리뷰 재밌어요ㅎㅎ 사각관계라니! 얼마전 뉴스에서도 불륜커플의 배우자들이 만났다가 눈이맞았는데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생각납니다ㅎ

새파랑 2022-12-13 11:15   좋아요 1 | URL
아일랜드식 불륜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ㅋ 좀 가벼운 책을 읽어보자고 선택했는데 만족합니다 ^^ 요새 시간이 없어서 리뷰를 너무 날림으로 쓰는거 같아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