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는 일이 좀 많아서 책도 별로 못읽고 걷기도 잘 못하고 글도 별로 못썼다. 강제 슬럼프행이었다. 그래도 기록은 남겨야 하기에 글을 써본다.

8월에는 8월이어서 8권 읽었다 ^^ 1Q84 문고판 일색이어서 8권이라 하기에 좀 부끄럽지만... 

읽은 책이 워낙 없다보니 좋았던 책을 꼽는게 의미가 없어서 좋았던 책 선정은 생략해야겠다.

필사도 밀려서 거의 한꺼번에 썼다. 뭐든지 밀리는건 안좋은거란 생각이 든다.

8월의 부진을 9월에는 꼭 만회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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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09-04 20: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보적 달력만 봐도 엄청 성실하신 새파랑님! 책도 많이 읽으셨는걸요?

9월에는 더 많이 읽으시길!

새파랑 2022-09-04 20:52   좋아요 2 | URL
몰아서 쓴 달력이지만 ^^ 9월에는 더 많이 읽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2-09-04 20: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열심히 사신 것 축하드립니다. 이런 건 축하 받으셔야 해요.
일평균 만보가 넘네요. 저는 오천보쯤이에요.
이번 달은 9월이니 저는 9권을 읽어야겠네요. 그러나 불가능한 일이죠. 그것의 반만 읽어도 성공, 되시겠습니당~~~

새파랑 2022-09-04 20:53   좋아요 2 | URL
일하다가 여기저기 돌아다닌다고 해서 좀 걸었습니다 ㅋ 따로 산책은 거의 못했네요 ㅜㅜ 열심히 8월을 보냈으니 9월은 즐겁게 독서하겠습니다~!!

유부만두 2022-09-04 20: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지세요. 저도 새파랑님 따라서 9월엔 열심히 걸어보겠습니다. ^^

새파랑 2022-09-04 21:00   좋아요 2 | URL
유부만두님은 책을 워낙 많이 읽으시니 걷기만 하시면 완벽하실거 같습니다~!!!!!!

청아 2022-09-04 21: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밀린 필사를 마저 쓰셨군요!와우!
저도 이번달에는 새파랑님처럼 걷기 되도록 안빠지려고 마음먹었어요. 9월 마음껏 읽으셨음 좋겠네요😉

새파랑 2022-09-04 22:16   좋아요 2 | URL
저번달에 걷기 하루를 못했더라구요 ㅋ 왠만하면 억지로 하는데 저날 정신이 없었나 봅니다 ㅋ 9월에는 열독 해보겠습니다~!!!

그레이스 2022-09-04 2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 👏

새파랑 2022-09-04 22:17   좋아요 4 | URL
저번달은 좀 부진했는데 😅 칭찬 감사합니다 ㅋ

바람돌이 2022-09-04 22: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한달에 8권 읽고 책 얼마 못읽었다고 자책하는 곳은 여기밖에 없을듯요. ㅎㅎ
저는 계획했다가 잘 안되면 대충 포기해버리는데 새파랑님은 그래도 계속 하시는게 대단하세요. 저같았으면 저 필사 밀린김에 확 그만둬버렸을듯요. ㅎㅎ
자 9월입니다. 새파랑님 화이팅입니다. ^^

새파랑 2022-09-04 22:18   좋아요 5 | URL
제가 21년에 필사 실패해서 22년에는 어떻게든 해볼려고 발악하고 있습니다 ㅋ 바람돌이님도 9월 화이팅입니다 ^^

페넬로페 2022-09-04 23: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쁜 와중에 8편이나 읽어내신 새파랑님!
독보적과 필사도 반짝반짝 빛나네요~~
9월에도 기대합니다**

새파랑 2022-09-05 08:16   좋아요 3 | URL
8월이어서 여덟권 맞췄습니다 ㅋ 9월에도 함게 독서 하시죠~!!

모나리자 2022-09-04 23: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많이 읽으셨어요~ 저에겐 8권도 높은 산입니다! 9월엔 2배로 읽으실듯!!^^ 9월도 화이팅입니다. ^^

새파랑 2022-09-05 08:16   좋아요 2 | URL
그럼에도 많이 읽은건가요? ㅋ 9월에는 15권 목표로 달려보겠습니다 ^^

scott 2022-09-05 01: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강제 슬럼프 기간 동안
하루키옹 책을 읽으신
새파랑님
이제 도끼옹 전집 읽기로
빽!투 ^^

새파랑 2022-09-05 08:17   좋아요 3 | URL
도끼옹 전집은 아직 박스안에 있다는 😅 요것도 다시 읽고 싶습니다~!!

mini74 2022-09-05 1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어디가 슬럼프라는겁니까 ㅎㅎ 새파랑님 추석연휴에는 맘 편하게 읽고싶은 책 읽으며 보내시길 ~~

새파랑 2022-09-05 11:57   좋아요 1 | URL
미니님에 비하면 슬럼프 맞습니다~!! 빨리 추석이오면 좋겠네요 ^^

서니데이 2022-09-05 18: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일 조금씩 하는 거 중간에 잠깐 쉬면 하기 싫어져요.
그러니 빠지지 않고 하는 것만으로도 한 달 잘 보내셨다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아요.
태풍이 오고 있어요.
새파랑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새파랑 2022-09-05 20:41   좋아요 3 | URL
저도 그래서 일단 꾸준히 하는걸 하려고 노력합니다. 질보다는 양? ㅋ 그냥 자기만족하고 있습니다 ^^

독서괭 2022-09-05 2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새파랑님 8권 읽으셨음 좋았던 책 꼽으셔도 될 것 같은데요 ㅎㅎ 9월엔 19권 읽으세요^^

새파랑 2022-09-05 20:57   좋아요 3 | URL
꼽자면 좋았던 책은 단연 1Q84 입니다 ~!! 역시 좋은책은 재독해도 좋습니다 ^^ 9월에는 15권 목표로 ㅋ 19권은 너무 많습니다 ㅎㅎ

희선 2022-09-06 0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월도 벌써 엿새째네요 구월엔 팔월보다 좀 시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랑 오늘은 비가 와서 서늘하겠습니다 새파랑 님 구월에 만나고 싶은 책 많이 만나시기 바랍니다 건강도 잘 챙기세요


희선

새파랑 2022-09-06 07:54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벌써 6일이네요 ㅜㅜ 시간이 참빠르다는~~태풍이 그래도 무사히 지나간거 같아 다행입니다~!!!
 
커피와 담배 말들의 흐름 1
정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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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07

"사람이 사람에게 반하게 되는 이유는 아주 사소한 것일 때가 많다. 스웨터에 난 작은 구멍이라던가, 담배를 피울 때의 미묘한 손의 위치라던가."


말들의 흐름 시리즈를 가끔 읽는다. 책이 얇아서 우주점에 가면 조금씩 읽었었는데, 그때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커피와 담배>를 중고로 구매해서 읽었다. 나의 경우 취미는 독서와 음악듣기 이지만 (북플 하시는 분들의 공통 취미가 아닐까? ㅎㅎ) 기호품은 커피와 담배다. 그래서 이 책은 소장할 수 밖에 없었다.


"정은"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본적이 없는데 이번기회에 한번 읽어봐야겠다. 작가님 정말 영화 저럼 다양하고 힘든(?) 인생을 사신거 같은데(순례길도 가고, 절에도 사시고, 영화도 찍고 ㅋ), 저런 분이 옆에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와 담배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에 완전 공감할 수 있었다. 내가 왜 커피를 마시는지, 담배를 피는지에 대한 이유가 이 책에 모두 설명되어 있었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나에게 주는 작은 사치이고, 담배를 피는 시간은 일상에서 벗어나 고독을 즐기는 순간이다. 세상에 대한 잠시동안의 침묵 같은?

(담배를 같이 피는 것보다 혼자 피는 걸 좋아한다.)


[커피를 마시는 허상의 이미지에 자신을 담기 위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지만 때때로 커피는 '내가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는 걸 완벽하게 느끼게 한다. 그 순간은 내가 만들어낸 '커피를 마시는 나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것이다. 커피는 내 몸으로 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P.58


[담배에 불을 붙이면 그것들은 안정감 같은 특수한 감정의 형태로 몸에 잠시 내려앉는다. 그것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단순히 담배를 피우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기억을, 감정을 잠시 소환하는 의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P.67


[커피와 담배는 고립을 고독의 상태로 만들어준다. 커피와 담배는 내가 나 자신과 함께 있게 해준다. 각자의 안에는 결코 들여다볼 수 없는 블랙홀 같은 부분이 있고 그것이 일으키는 중력의 힘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스스로에 대해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다면 더 알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내면의 어떤 부분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성숙해진다.] P.96


요즘처럼 금연이 대세인 시대에 적당한(?) 책은 아니어서 추천하기는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오늘도 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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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09-04 18: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커피와 담배는 내가 나 자신과 함께 있게 해준다‘는 구절이 인상 깊네요! 오늘부터 계속 비가 많이 오니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b

새파랑 2022-09-04 18:37   좋아요 3 | URL
간만에 집콕해서 열독해야 할거 같습니다 ^^ 파이버님 태풍 조심하세요~!!

의식의출현 2022-09-04 18: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9-04 19:14   좋아요 2 | URL
좋은글이라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 급하게 썼는데 죄송해지는군요 😅

프레이야 2022-09-04 19: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네 가지 완벽한 조합입니다
담배가 몸에 안 좋다고 하지만 다른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인용문도 그렇고 감정을 조절하는 효과도. 너무 많이는 하지 마시고요^^
왜 제가 잔소리를 ㅎㅎ

새파랑 2022-09-04 19:15   좋아요 2 | URL
전 담배 애찬론자로 스트레스 해소에는 확실히 좋습니다 ~! 전 적당히(?) 입니다 ㅋ 뭐든지 지나치면 안좋은거 같아요 ^^

루피닷 2022-09-04 19: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이네요

새파랑 2022-09-04 19:16   좋아요 2 | URL
좋은글이라고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건수하 2022-09-04 1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페인 중독이라 마시기도 하지만 커피 좋아해서 저도 새파랑님 읽으시는 거 보고 궁금했어요 :)

새파랑 2022-09-04 19:18   좋아요 3 | URL
이 책은 담배 보다는 커피 비중이 더 높게 다뤄집니다 ㅋ 읽어보시면 재미있으실거에요~!!
저도 카페인 중독이에요. 매일 세잔이상은 마시는 거 같습니다 ㅋ

건수하 2022-09-04 19:22   좋아요 4 | URL
저는 하루 네다섯 잔 마셨었는데 위가 안 좋아져서 두 잔으로 제한 중입니다 ^^ 안 마시면 금단증상으로 두통이 오는데 그건 조금 부끄러운 일이에요 ㅎㅎ

새파랑 2022-09-04 19:24   좋아요 3 | URL
저는 커피를 안마시면 정말 잠이옵니다.... 😅
습관인거 같아요 ㅋ

그레이스 2022-09-04 21:08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역반응 저도 겪어봤습니다.
나이 드니까 달라지던데요?! ㅋㅋ

새파랑 2022-09-04 22:13   좋아요 1 | URL
제가 아직은 그래도 젊은건가보네요 😆

거리의화가 2022-09-04 19: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커피 중독이라 저도 공감 백배입니다^^ 저도 커피 마시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경우가 많아요. 블랙홀 같다는 것에 아하!!! 했어요^^ 많이 섭취하면 좋지 않겠지만 적당히는 괜찮겠죠!

새파랑 2022-09-04 19:57   좋아요 3 | URL
누구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거 같아요~!! 커피랑 책만 있다면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즐겁죠 ^^

청아 2022-09-04 2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같은 이유로 많은 작가들이 커피와 담배를 하지 않나 생각하게되네요^^* 담배와 타자기와 커피, 책은 잘 어울리는것 같아요ㅋ

새파랑 2022-09-04 22:15   좋아요 3 | URL
커피와 담배는 창작의 원천인가 봅니다~!!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

바람돌이 2022-09-04 22: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혹시 저 시리즈에 커피와 술은 없나요? ㅎㅎ

새파랑 2022-09-04 22:19   좋아요 5 | URL
일단 커피와 술 조합은 반칙입니다 ㅋ

<아무튼 술> 추천합니다~!!

Falstaff 2022-09-05 06:46   좋아요 5 | URL
최승자가 자기 시 <네게로>에서 이렇게 노래했잖아요.
˝흐르는 물처럼 / 네게로 가리 / 물에 풀리는 알코올처럼 /알코올에 엉기는 니코틴처럼 / 니코틴에 달라붙는 카페인처럼 / 네게로 가리 /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매독균처럼 / 삶을 거머잡는 죽음처럼˝ (전문)

새파랑 2022-09-05 08:14   좋아요 3 | URL
ㅋ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 나란히 보니 건강이 악화되는 기분이듭니다~!@

햇살과함께 2022-09-05 13:18   좋아요 3 | URL
<이 시대의 사랑>에서 이 시도 좋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거 다 있네? 하고. ㅎㅎ 매독균 빼고요;;;
골드문트님 간지납니다!

Falstaff 2022-09-05 15:33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보통이지요, 뭐. ^^;;;

전 담배는 30년 이상 피우다가, 담배 피우는 인간은 사람 취급을 안 해서, 드러워서 끊어버렸습니다. 나치가 아우슈비츠에서 담배 연기 뿜어 유대인들 죽인 줄 알더라고요, 씨.

페넬로페 2022-09-05 00: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꼭 읽어봐야겠어요.
결혼생활 내내 남편의 흡연을
비판해왔는데 이 책 읽으면 좀 이해하게 될까요!
커피와 맥주는 없나요, ㅋㅋ

새파랑 2022-09-05 08:15   좋아요 3 | URL
커피와 맥주는 그냥 좋은걸로 ^^ 커피와 소주보다는 커피와 맥주가 잘 어울리네요~!!

mini74 2022-09-05 1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그래요 새파랑님. 근데 전 커피가 두 역할을 다 같이해오. 내게 주는 선물도 되고 고독의 시간도 되고 잠시의 달콤한 위로도 되고 ㅎㅎ 저희 아버지도 커피와 담배 좋아해서 성묘가면 항상 커피랑 담배 놓고 옵니다 ~

새파랑 2022-09-05 12:04   좋아요 2 | URL
이 책은 미니님의 아버님을 위한 책인거 같아요~!! 커피는 사랑입니다 ^^
 

간만에 읽은 에세이인데 좋았다. 커피와 담배는 좋을 수 밖에 없다.


그때까지 나는 스스로를 대접하고 아낀다는 의미가 뭔지 잘 몰랐다. 진정한 휴식의 의미도 몰랐다.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었다. 미래를 계획한 적도 없고 그냥 되는대로 살고 있었다. 그저 세상이 나를 몰라주고 내 자리가 없다고 불평하면서. 한마디로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랐다. 내가 나를 인정하고 대접해야 채워지는 허기를 못 알아보고 공허한 마음으로 먼 곳까지 와서 끝없이 카페를 방문하며 힘들게 900킬로미터를 걷고 있는 내 모습이 그제야 보였다. - P16

커피는 유일하게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영역이고 내가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영역이었다. 커피는 내가 나를 사랑하고 대접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커피는 민주적이다. 커피는 쉽게 손을 내밀어준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내가 발을 반쯤 걸치고 삶의 여유를 꿈꿔볼 수 있게 한다. 커피마저 없다면 내 삶은 무미건조하고 비참해질 것이다. 커피는 아무것도 아니므로 거기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 P18

사람이 사람에게 반하게 되는 이유는 아주 사소한 것.일 때가 많다. 스웨터에 난 작은 구멍이라던가, 담배를 피울 때의 미묘한 손의 위치라던가. - P23

커피를마시는 허상의 이미지에 자신을 담기 위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지만 때때로 커피는 ‘내가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는 걸 완벽하게 느끼게 한다. 그 순간은 내가 만들어낸 ‘커피를 마시는 나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것이다. 커피는 내 몸으로 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58

나의 담배는 그렇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담배가 있겠지. 담배에 불을 붙일 때면 함께 불려 나오는 기억들. 방처럼 펼쳐지는 기억들. 그래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집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수많은 기억으로 이루어진 집. 그렇지만 무게가 전혀 나가지 않는 집. 담배에 불을 붙이면 그것들은 안정감 같은 특수한 감정의 형태로 몸에 잠시 내려앉는다. 그것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단순히 담배를 피우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기억을, 감정을 잠시 소환하는 의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 P67

계속 그렇게 살았으면 훌륭한 작가가 되었을 텐데, 곧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회의가 들이닥쳤다. 커피와 담배 없이 숙면의 힘으로 훌륭한 작품을 생산하는 삶보다는, 그냥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괴로워하며 그럭저럭한 글을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미건조한 삶보다는 고통도 있고 행복도 있고 많은 것들을 견디는 삶이 더 의미 있어 보였다. 아니 사실 이 모든 것은 다 핑계고 그냥 내 몸은 카페인과 니코틴을 원했다. 나는 금욕이 싫었다. 나는 그가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된 것이 싫고 미웠다. - P85

혼자 있다고 꼭 고독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고독은 물론 ‘다른 사람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만 이 순간 나는 나 자신을 벗 삼고 있다. 반면 내가 혼자있든 누구와 함께 있든 나 자신이 내게 결핍되어 있을때, ‘내게 결핍되어 있는 그 누구’가 다름 아닌 나 자신일 때, 이런 상태는 고립이다(반대로 사랑은 상대방이 거기 있을 때조차 그가 그리운 상태를 말한다). 고독 속에 있다는 것은 상대방이 거기, 내 안에 있다는 확신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상대방과 내가 모두 결핍되어있는 단절도 있다. - P95

빗대어 말하면, 커피와 담배는 고립을 고독의 상태로 만들어준다. 커피와 담배는 내가 나 자신과 함께 있게 해준다. 각자의 안에는 결코 들여다볼 수 없는 블랙홀 같은 부분이 있고 그것이 일으키는 중력의 힘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스스로에 대해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다면 더 알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내면의 어떤 부분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성숙해진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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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상 (문고판)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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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106 "인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재생할 수 없다는 거야.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만 재생할 수 있어." 공기번데기는 소설이 아닌 현실이었다. 덴고는 공기번데기를 통해 아오마메의 마음을 듣는다. 아직 만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하나였다. 만날사람은 만나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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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9-05 1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 새파랑님 저 외계인 봤는데 거기 공기가 담긴 빨간 풍선같은게 나오는데 그냥 이 책의 공기번데기가 떠올랐어요 ~~~

새파랑 2022-09-05 12:07   좋아요 2 | URL
그 영화 작가님도 하루키의 1Q84를 인상깊게 읽으셨나 보네요 ㅋ 공기번데기 실물로 보고싶습니다~!!
 

예전에도 좋았던 문장은 지금봐도 좋다.


"그거면 돼요. 만일 가능다면 소프트볼용 금속 배트도 다마루는 몇 초 동안 침묵한다. "배트는 용도가 다양해요." 아오마메는 말한다. "그저 가까이에 놔두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져요. 나와 함께 커온 거나 마찬가지인 물건이니까."

(태엽감는 새 연대기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 P42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어때?" 다마루는 말한다.

"만일 아직 읽지 않았다면 완독할 좋은 기회일지도."

"당신은 읽었어요?"

"아니. 나는 교도소에도 간 적이 없고 어딘가에 오래 은신할 일도 없었어. 그런 기회라도 갖지 않는 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들 하더군."


(교도소에 가야만 완독할 수 있는 잃시찾 ㅋㅋ) - P43

「공기 번데기」는 진즉에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자취
를 감췄다. 1위에 오른 건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은 만큼 먹으면서 살빼기』라는 다이어트 책이었다. 훌륭한 제목이다. 안이 완전한 백지여도 잘 팔릴지 모른다.

(ㅋㅋㅋㅋㅋㅋ 역시 하루키) - P58

그녀는 다마루가 보내준 프루스트를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루에 이십 페이지 이상은 읽지 않도록 주의했다. 시간을 들여 그야말로 한 자 한 자 꼼꼼하게 이십 페이지를 읽는다. 거기까지 다읽으면 다른 책을 손에 든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는 공기 번데기를 반드시 몇 페이지씩 읽는다. 그것은 덴고가 쓴 글이고, 또 어떤 의미에서는 그녀가 1Q84년을 살아가기 위한 매뉴얼이기도 하니까.

(잃시찾은 하루에 이십페이지 까지만 ㅋ) - P93

그는 조금만 더 손을 내밀면 닿을 곳에 있었다. - P95

인간은 희망을 부여받고, 그것을 연료로, 목적으로 삼아 인생을 살아간다. 희망 없이 인간이 계속 살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동전 던지기와도 같다.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는 동전이 떨어질 때까지 알지 못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옥죄어온다. 온 몸의 뼈라는 뼈가 모두 삐걱거리며 비명을 울릴 만큼 강하게. - P96

아무리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어도 누군가가 반드시 당신을 찾아냅니다. - P104

By the pricking of my thumbs.
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
Open, locks.
Whoever knocks. - P130

그 자그마한 여자가 나간 뒤, 우시카와는 한참이나 석연찮은 기분으로 문을 골똘히 쳐다보았다. 그녀가 등뒤로 닫고 간 문을 사무실에는 아직 그녀의 기척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어쩌면 그 여자는 자신의 기척을 남기는 대신 우시카와의 영혼을 일부 가져갔는지도 모른다. 그는 새로 생겨난 그 공백을 가슴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우시카와는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덴코와 아오마에의 데쟈뷰?) - P144

"나는 좀더 일찍 너를 찾아나서야 했어.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아. 너는 나를 찾아낼 수 있어." 소녀는 말한다. - P189

재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덴고는 물었다. "재생에서 가장 큰 문제는 말이지." 자그마한 간호사는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듯이 말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재생할 수 없다는 거야.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만 재생할 수 있어.

(누군가를 위해서만 재생할 수 있다.) - P191

이 여자는 덴고를 진심으로 좋아하는구나, 하고 우시카와는 감탄했다. 거의 무조건적인 호의를 품고 있다. 타인에게서 그토록 깊은 호감을 사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역시 좋은 문장. 타인에게 무조건적인 호감은 어떤 느낌인까?)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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