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는 일이 좀 많아서 책도 별로 못읽고 걷기도 잘 못하고 글도 별로 못썼다. 강제 슬럼프행이었다. 그래도 기록은 남겨야 하기에 글을 써본다. 8월에는 8월이어서 8권 읽었다 ^^ 1Q84 문고판 일색이어서 8권이라 하기에 좀 부끄럽지만... 읽은 책이 워낙 없다보니 좋았던 책을 꼽는게 의미가 없어서 좋았던 책 선정은 생략해야겠다.필사도 밀려서 거의 한꺼번에 썼다. 뭐든지 밀리는건 안좋은거란 생각이 든다. 8월의 부진을 9월에는 꼭 만회해 보겠습니다~!!
N22107"사람이 사람에게 반하게 되는 이유는 아주 사소한 것일 때가 많다. 스웨터에 난 작은 구멍이라던가, 담배를 피울 때의 미묘한 손의 위치라던가."말들의 흐름 시리즈를 가끔 읽는다. 책이 얇아서 우주점에 가면 조금씩 읽었었는데, 그때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커피와 담배>를 중고로 구매해서 읽었다. 나의 경우 취미는 독서와 음악듣기 이지만 (북플 하시는 분들의 공통 취미가 아닐까? ㅎㅎ) 기호품은 커피와 담배다. 그래서 이 책은 소장할 수 밖에 없었다."정은"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본적이 없는데 이번기회에 한번 읽어봐야겠다. 작가님 정말 영화 저럼 다양하고 힘든(?) 인생을 사신거 같은데(순례길도 가고, 절에도 사시고, 영화도 찍고 ㅋ), 저런 분이 옆에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커피와 담배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에 완전 공감할 수 있었다. 내가 왜 커피를 마시는지, 담배를 피는지에 대한 이유가 이 책에 모두 설명되어 있었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나에게 주는 작은 사치이고, 담배를 피는 시간은 일상에서 벗어나 고독을 즐기는 순간이다. 세상에 대한 잠시동안의 침묵 같은?(담배를 같이 피는 것보다 혼자 피는 걸 좋아한다.) [커피를 마시는 허상의 이미지에 자신을 담기 위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지만 때때로 커피는 '내가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는 걸 완벽하게 느끼게 한다. 그 순간은 내가 만들어낸 '커피를 마시는 나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것이다. 커피는 내 몸으로 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P.58[담배에 불을 붙이면 그것들은 안정감 같은 특수한 감정의 형태로 몸에 잠시 내려앉는다. 그것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단순히 담배를 피우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기억을, 감정을 잠시 소환하는 의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P.67[커피와 담배는 고립을 고독의 상태로 만들어준다. 커피와 담배는 내가 나 자신과 함께 있게 해준다. 각자의 안에는 결코 들여다볼 수 없는 블랙홀 같은 부분이 있고 그것이 일으키는 중력의 힘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스스로에 대해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다면 더 알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내면의 어떤 부분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성숙해진다.] P.96요즘처럼 금연이 대세인 시대에 적당한(?) 책은 아니어서 추천하기는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오늘도 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을 것이다.
간만에 읽은 에세이인데 좋았다. 커피와 담배는 좋을 수 밖에 없다.
그때까지 나는 스스로를 대접하고 아낀다는 의미가 뭔지 잘 몰랐다. 진정한 휴식의 의미도 몰랐다.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었다. 미래를 계획한 적도 없고 그냥 되는대로 살고 있었다. 그저 세상이 나를 몰라주고 내 자리가 없다고 불평하면서. 한마디로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랐다. 내가 나를 인정하고 대접해야 채워지는 허기를 못 알아보고 공허한 마음으로 먼 곳까지 와서 끝없이 카페를 방문하며 힘들게 900킬로미터를 걷고 있는 내 모습이 그제야 보였다. - P16
커피는 유일하게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영역이고 내가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영역이었다. 커피는 내가 나를 사랑하고 대접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커피는 민주적이다. 커피는 쉽게 손을 내밀어준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내가 발을 반쯤 걸치고 삶의 여유를 꿈꿔볼 수 있게 한다. 커피마저 없다면 내 삶은 무미건조하고 비참해질 것이다. 커피는 아무것도 아니므로 거기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 P18
사람이 사람에게 반하게 되는 이유는 아주 사소한 것.일 때가 많다. 스웨터에 난 작은 구멍이라던가, 담배를 피울 때의 미묘한 손의 위치라던가. - P23
커피를마시는 허상의 이미지에 자신을 담기 위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지만 때때로 커피는 ‘내가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는 걸 완벽하게 느끼게 한다. 그 순간은 내가 만들어낸 ‘커피를 마시는 나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것이다. 커피는 내 몸으로 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58
나의 담배는 그렇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담배가 있겠지. 담배에 불을 붙일 때면 함께 불려 나오는 기억들. 방처럼 펼쳐지는 기억들. 그래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집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수많은 기억으로 이루어진 집. 그렇지만 무게가 전혀 나가지 않는 집. 담배에 불을 붙이면 그것들은 안정감 같은 특수한 감정의 형태로 몸에 잠시 내려앉는다. 그것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단순히 담배를 피우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기억을, 감정을 잠시 소환하는 의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 P67
계속 그렇게 살았으면 훌륭한 작가가 되었을 텐데, 곧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회의가 들이닥쳤다. 커피와 담배 없이 숙면의 힘으로 훌륭한 작품을 생산하는 삶보다는, 그냥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괴로워하며 그럭저럭한 글을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미건조한 삶보다는 고통도 있고 행복도 있고 많은 것들을 견디는 삶이 더 의미 있어 보였다. 아니 사실 이 모든 것은 다 핑계고 그냥 내 몸은 카페인과 니코틴을 원했다. 나는 금욕이 싫었다. 나는 그가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된 것이 싫고 미웠다. - P85
혼자 있다고 꼭 고독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고독은 물론 ‘다른 사람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만 이 순간 나는 나 자신을 벗 삼고 있다. 반면 내가 혼자있든 누구와 함께 있든 나 자신이 내게 결핍되어 있을때, ‘내게 결핍되어 있는 그 누구’가 다름 아닌 나 자신일 때, 이런 상태는 고립이다(반대로 사랑은 상대방이 거기 있을 때조차 그가 그리운 상태를 말한다). 고독 속에 있다는 것은 상대방이 거기, 내 안에 있다는 확신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상대방과 내가 모두 결핍되어있는 단절도 있다. - P95
빗대어 말하면, 커피와 담배는 고립을 고독의 상태로 만들어준다. 커피와 담배는 내가 나 자신과 함께 있게 해준다. 각자의 안에는 결코 들여다볼 수 없는 블랙홀 같은 부분이 있고 그것이 일으키는 중력의 힘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스스로에 대해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다면 더 알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내면의 어떤 부분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성숙해진다. - P96
예전에도 좋았던 문장은 지금봐도 좋다.
"그거면 돼요. 만일 가능다면 소프트볼용 금속 배트도 다마루는 몇 초 동안 침묵한다. "배트는 용도가 다양해요." 아오마메는 말한다. "그저 가까이에 놔두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져요. 나와 함께 커온 거나 마찬가지인 물건이니까."(태엽감는 새 연대기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 P42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어때?" 다마루는 말한다."만일 아직 읽지 않았다면 완독할 좋은 기회일지도.""당신은 읽었어요?""아니. 나는 교도소에도 간 적이 없고 어딘가에 오래 은신할 일도 없었어. 그런 기회라도 갖지 않는 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들 하더군."(교도소에 가야만 완독할 수 있는 잃시찾 ㅋㅋ) - P43
「공기 번데기」는 진즉에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자취를 감췄다. 1위에 오른 건 『먹고 싶은 거 먹고 싶은 만큼 먹으면서 살빼기』라는 다이어트 책이었다. 훌륭한 제목이다. 안이 완전한 백지여도 잘 팔릴지 모른다.(ㅋㅋㅋㅋㅋㅋ 역시 하루키) - P58
그녀는 다마루가 보내준 프루스트를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루에 이십 페이지 이상은 읽지 않도록 주의했다. 시간을 들여 그야말로 한 자 한 자 꼼꼼하게 이십 페이지를 읽는다. 거기까지 다읽으면 다른 책을 손에 든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는 공기 번데기를 반드시 몇 페이지씩 읽는다. 그것은 덴고가 쓴 글이고, 또 어떤 의미에서는 그녀가 1Q84년을 살아가기 위한 매뉴얼이기도 하니까.(잃시찾은 하루에 이십페이지 까지만 ㅋ) - P93
그는 조금만 더 손을 내밀면 닿을 곳에 있었다. - P95
인간은 희망을 부여받고, 그것을 연료로, 목적으로 삼아 인생을 살아간다. 희망 없이 인간이 계속 살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동전 던지기와도 같다.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는 동전이 떨어질 때까지 알지 못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옥죄어온다. 온 몸의 뼈라는 뼈가 모두 삐걱거리며 비명을 울릴 만큼 강하게. - P96
아무리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어도 누군가가 반드시 당신을 찾아냅니다. - P104
By the pricking of my thumbs.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Open, locks.Whoever knocks. - P130
그 자그마한 여자가 나간 뒤, 우시카와는 한참이나 석연찮은 기분으로 문을 골똘히 쳐다보았다. 그녀가 등뒤로 닫고 간 문을 사무실에는 아직 그녀의 기척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어쩌면 그 여자는 자신의 기척을 남기는 대신 우시카와의 영혼을 일부 가져갔는지도 모른다. 그는 새로 생겨난 그 공백을 가슴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우시카와는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덴코와 아오마에의 데쟈뷰?) - P144
"나는 좀더 일찍 너를 찾아나서야 했어.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아. 너는 나를 찾아낼 수 있어." 소녀는 말한다. - P189
재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덴고는 물었다. "재생에서 가장 큰 문제는 말이지." 자그마한 간호사는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듯이 말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재생할 수 없다는 거야.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만 재생할 수 있어.(누군가를 위해서만 재생할 수 있다.) - P191
이 여자는 덴고를 진심으로 좋아하는구나, 하고 우시카와는 감탄했다. 거의 무조건적인 호의를 품고 있다. 타인에게서 그토록 깊은 호감을 사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역시 좋은 문장. 타인에게 무조건적인 호감은 어떤 느낌인까?) - P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