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뱅의 <가벼운 마음> 루시가 생각나기도 했다. 너무 재미있고 감동이었다.






나는 항상 내가 살았던 곳, 집과 그 동네에 끌리곤 한다. - P9

언뜻 보기에는 보통의 원시 목각과 닮았다. 하지만 원시 조각은 아니었다. 여기 있는 이 조각은 홀리 골라이틀리를 빼닮았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검은색 물체가 사람을 닮을 수 있는 한계에서는 최대로 닮았다. - P14

"난 절대 추태를 부리지 않을 거야. 게다가 맹세컨대, 홀리를 두고 그런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네. 그런 생각 없이도 사람을 사랑할 수 있지. 사랑하면서도 낯선 사이로 남을 수 있어. 친구이면서 낯선 사람." - P18

난 절대 영화 스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빤히 알고 있있어요. 너무 힘들거든요. 게다가 지성이 있는 사림이라면 너무 창피하기도 한 일이고요. 내 콤플렉스는 그럴 만큼 열등하지 못했어요. 영화 스타가 되는 것과 히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자존심이 손에 손잡고 나란히 가야 했죠. 사실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 필수적이에요. 난들 부자고 유명해지는 게 싫겠어요? 그것도 내 계획에 있답니다. 언젠가는 거기까지 이르도록 노력할 거고요.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도 난 내 자존심이 졸졸 따라왔으면 좋겠어요. 내가 어느 맑은 날 아침 ‘티파니‘에서 아침을 먹는다고 해도 여전히 나이고 싶어요. - P55

내가 찾아낸 방법 중에 가장 효과적인 건 그저 택시를 잡아타고 티파니에 가는 거에요. - P57

"벨 아저씬 야생 동물은 절대 사링하지 마요." 홀리가 충고했다. "그게 바로 딕의 실수였죠. 그는 항상 집에 야생 동물들을 안고 들어왔었어. 날개를 다친 매라든가, 한번은 다리가 부러진 다 자란 실쾡이를 데려왔지 뭐예요. 하지만 야생 동물에겐 마음을 주면 안 돼. 마음을 주면 줄수록 개들은 더 강해지니까. 강해져서 숲 속으로 도망가버려. 아니면 나무 위로 날아가든가, 그 다음에는 더 큰 나무로 날아오를 거고. 그다음에는 저 하늘로. 그렇게 끝나는 거예요, 아저씨 . 야생 동물을 사랑하게 되면, 나중에는 결국 하늘만 바라보며 끝." - P104

"행운을. 그리고 내 말 믿어요. 사랑하는 닥. 하늘을 바리보는 편이 하늘에 사는 것보다는 더 좋답니다. 무척 공허한 곳이에요. 무척 흐릿하고. 천둥이 치면 다들 사라지는 그런 나라일 뿐이야." - P105

"나 너무 두려워요. 친구. 그래, 드디어. 이런 식으로 영원히 계속될 수도 있으니까. 내던져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게 내 것이라는 걸 알게 되는 거야. 심술굿은 빨강,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어. 뚱뚱한 여자,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이건. 나 입이 너무 말랐어요, 생사가 걸렸다 해도 침을 뱉을 수도 없을 만큼." - P154

그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몹시도 간절했기 때문에. 소설 두 편을 팔았다는 것, 트롤러 부부가이혼 소송 중이라는 것, 사암 건물에 유령이 나오기 때문에 이사를 나왔다는 것.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고양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나는 약속을 지켰다. 그를 찾아낸 것이다. - P156

그는 따뜻해 보이는 방안 창문에 앉아 있었다. 나는 고양이의 이름이 무얼까 궁금했다. 이제는 분명히
이름이 생겼을 테니까. 분명히 어딘가 자기가 속할 수 있는 자리에 다다랐을 테니까. 아프리카 오두막이든 어디든, 이젠 홀리도 그런 자리를 찾았기를 바랄 뿐.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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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어서 쭉 읽었다. 언제나 인생은 선택이다. 두가지를 가질 수는 없다.


아침에는 돈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기로 나 스스로와 협정을 맺었다. 섹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십대처럼 말이다. - P9

뭔가 말할 게 있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쓰지 않으면 모든 게 더욱 형편없이 느껴져서 쓴다. - P11

그녀도 나만큼 그 책을 좋아해서, 우리는 서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하나씩 말한다. 누군가와 같이 한 책을 사랑한다는 건 특별한 즐거움, 특별한 친밀감을 의미한다. - P73

어째선지 그도 가까운 누군기를 않은 것을 알겠다. 사람들을 만나면 그게 느껴진다. 구멍이 난 자리. 아니면 당신은 그 구멍 안에다 말하고 있는 것일 테다. 그 비슷한 일을 경험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단단한 벽이 느껴진다. 당신의 말은 거기 부딪혀 산산이 흩어진다. - P79

강을 절반쯤 건녔을 때 나는 넓은 난간에 올라 앉아 다리를 흔들고, 켄틴의 시신을 찾아 강사를 내러다본다. 1920년대 미시시피에 살았던 남자가 어떻게 1997년의 여자 종업원이 평생 알았던 대부분의 남자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고 더 애듯하게 기억되는 인물을 창조할 수 있는가? 그런 인물은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콘크리트는 따뜻하다. 몇 사람이 내 뒤 보도를 걸어지나간다. 누군가가 획 떠밀면 나도 켄틴처럼 추락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 깊이가 20피트도 넘지 않고, 둑은 어느 쪽이건 수영하기 쉽다. 퀸틴은 가라앉기 위해 발목에 납작한 쇠를 묶었다. - P146

"내가 결정을 내린다고 누가 그래?" 하지만 나는 선택해야 한다. 하나를 제거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렸다. "그러니까 한 명은 내 또랜데 종잡을 수 없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돼. 첫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 훌쩍 떠났다가 삼 주 뒤에 돌아왔는데, 키스한 뒤로 육체적으로 미구 끌려. 그가 전화를 걸어오면 늘 깜짝 놀라는데, 그가 급히 떠날 것 같아 그런가봐." 아무도 말이 없어서 내가 계속 말한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양치기 개 같아. 데이트가 없으면 내가 일하는 날 여기로 전화해서 재미있는 메시지를 남기고, 나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않아. 나이가 많고 아이가 둘 있고, 꽤 사랑스러운 사람 같고." - P230

나는 남자의 비겁함을, 늘 서로 뒤를 봐주는 그들의 방식을 싫어한다. 그들은 통제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성기가 시키는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비난을 모면한다. 거의 모든 순간에. 아버지는 구멍을 통해 우리의 라커룸을, 거기 있는 여학생들을 훔처보았다. 아마 나도 훔쳐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들겼을 때 그들은 그에게 케이크를 준비해 파티를 열어주었다. - P304

"앞으로 일어날 더 큰 일이라. 이보다 더 큰 일은 뭐죠.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어머니의 죽음은 어머니가 당신을 전에도 이렇게 유기했다는걸 상기시켰고, 그래서 당신에게 두 배로큰 타격을 줬어요. 아버지는 결국 아버지로서의 역량이 부족했어요. 당신은 몇 개의 큰 업체에 빚을 졌고, 그들은 당신을 끝까지 쥐어짤 거예요. 육 년 동안 소설을 썼지만, 출판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직장에선 해고됐고. 자신의 가족을 만들고 싶다고 하지만, 당신 삶에 남자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리고 임신에 관한 문제도 있고요. 나는 모르겠어요. 이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에요." -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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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여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4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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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54 한번 읽고 이해가 안되서 세번 읽고난 후 감탄했다. 단편집이지만 긴 중편을 읽는 기분이었다. 결국 전반부의 이야기들이 돌고 돌아 후반부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인물들의 이름을 잘 기억해야 했다. 뭔가 자세한 해설(답지)을 읽어보고 싶다. 좋아하는 킹크림슨이 나와서 너무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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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그런데 뭔가 있다. 이어지는 흐름을 찾기 위해 앞으로 계속 돌아갔다. 쉽지 않지만 매력이 느껴진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번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정말 이기적이군. 치가운 세상에서 살게 된 아내에 대해서는 연민도 없이 그녀가 필요하다고만 생각하다니. 정말 이기적이야. - P36

"그러니까..... 열다섯 살 이후로 당신은 생식 능력을 잃었습니다." - P41

입이 딱 벌어진 아구스티는 생각했다. 아니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왜나하면 살아남은 자들 앞에 펼쳐진 미래 또한 매우 끔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서서허 받아들여야 했으니까. - P42

하지만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서사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을 제멋대로 보여준 채, 아닌 척 모호한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속이려 든다. - P49

그런데 왜 십이 년간 나에게 한 번도, 단 한 번도 편지를 보내지 않았던 거니? 네 편지가 내 인생의 희망이 되어 주었을 텐데. 손안에 그 편지를 갖고 있기만 했어도 내 인생이 그렇게 고통스립지는 않있을 거야.
- P52

"사랑하는 람베르투스, 날 용서해 다오." 말의 귀에 속삭인 후, 그는 단도를 꺼내 짐승의 경정맥을 잘랐다. 말은 교회 서기관보다 더 큰 신음 소리를 냈고, 짐승의 눈은 곧 유리처럼 굳어졌다. 말이 완전히 숨을 거두기 전, 바루크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 살핀 후, 아주 정확한 손통작으로 람베르투스의 배를 갈랐다. 그는 썩어 분드러지기 시작하는 내장이 내뿜는 악취 속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위로 향하는 길을 헤집었다. 금화가 콸꽐 쏟아져 나왔다. 피범벅이 되어 더러위진 금화였지만, 람베르투스는 한 푼의 손실도 없이 금화 전체를 바루크에게 바쳤다. 단 한 닢도 빠짐없이. 람베르투스의 몸은 그가 마지막 금화를 주울 때까지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듯했다. 안녕, 람베르투스. 무거운 안장을 끌고 가야 했던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작별 인사를 했다. - P125

예고 없이 갑자기 범출 수 없는 기침이 시작되었다. 피할 수 없었다. 기침 소리에 공포는 다시 찾아왔고, 그는 마치 기도문을 외우듯 말했다. 미안해, 미안해요.... 스치는 기억 속, 트레블링카에서 고통에 괴로워하는
자신이 있었다. 에디트, 어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자신의 잘못으로 죽었다.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트레블링카의 공기 중에 흩어져 있을까, 어쩌면 어떤 고요의 순간에 땅에 묻혔거나, 아니면 바람을 타고 저 먼 스텝 지역으로 날아갔을까, 내 사랑하는 사람들아, 내 기침 때문에 죽어 버리고 말았구나. - P156

세번째 총성이 터졌다. 그리고 아버지는 나에게, 이자크, 내 아들아, 너는 살아 나갈 것이다. 우리를 위헤 살 것이다. 네가 우리의 눈과 우리의 기억이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으로 가거라, 그곳에 뿌리를 내리거라,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이스라엘에서 너를 위해 살 것이다. 결혼을 하고 자손을 낳거라,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너를 통해 살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이자크의 손을 잡아 권총을 입안에 넘고 아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지? 그냥 놀이일 뿐이란다. - P165

그녀는 강가의 뾰족한 바위에 앉아 몇 시간이고 떠내려오는 죽은 자들을 살피며, 그녀의 어린 시절, 강이 잉어와 기쁨을 선물했던 그 시절은 생각했다. 처음에는 혹시 아들을 찾지 않을까 초조해하며 그때를 떠올렸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한 것은 익사한 이들의 눈에서 어두운 죽음을 읽으며, 손을 들고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 P193

"그렇지. 누구나 시간이 지나봐야 우리의 선택이 실수인지 아닌지 알 수 있으니까." - P261

그제야 그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빈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인생은 하니의 경로도 목적지도 아닌 여행이며, 우리가 사라질 때는 그 위치가 어디든 우리는 언제나 여행의 중간지점에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의 불운은 하필이면 가혹하기 짝이 없는 겨울 여행에 당첨되어, 영혼이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는 데 있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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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수록,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문지 에크리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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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53 한강작가님의 노벨상 수상 소감문과 시, 정원일기 등이 수록된 작품. 가격을 생각하면 아쉬운감이 있지만 작가님의 생각과 생활을 엿볼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님의 조용하지만 강한 아우라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작지만 나만의 정원을 키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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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5-30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가격을 생각하면!^^

새파랑 2025-06-03 20:58   좋아요 1 | URL
좀 비싸긴 합니다... 그래도 좋아요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