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 -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1
황경택 글.그림 / 도서출판 가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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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담은 글, 그림 모두 다 황경택, 한 사람이 쓰고 그렸습니다. 잘 보고 싶어서, 잘 관찰하고 싶어서 그림을 그렸다고 했습니다. 사진은 한 번 찍고 돌아서면 그만이지만, 그림으로 그리려면 열 번, 스무 번 자세히 볼 수 밖에 없다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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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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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문장만 읽어도 눈물이 나서 다 읽지 못했던 책이예요. 이걸 쓴 사람도 있는데 읽지도 못하겠다는 건 너무 비겁한 거 아니냐는 핀잔을 들었을 땐 빈정 상하기도 했어요. 그 모든 핑계를 무색하게 만든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예요. 오늘은 꼭 끝까지 읽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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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10-15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쵸... 그 핀잔.. 맞아요.. 저도 ㅜㅜ 이상한 의리로 읽었떠여... 흑흒 잘잘라님의 독서를 응원합니다~

잘잘라 2024-10-15 13:45   좋아요 1 | URL
이번에 처음 완독했어요. 노멜문학상 수상이라는 흥분 덕에 안 울고 읽어나갔는데 마지막 어머니 시점에서 무너져가지고 펑펑..ㅠㅠ 그래도 무언가 죽었던 감각들이 살아나는 느낌이예요. 공쟝쟝님의 이상한 의리, 그 느낌도 챙겨서 ‘작별허지 않는다‘ 읽겠습니다. 쟝님도 화이팅!!
 
자연에 이름 붙이기 -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캐럴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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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p.) 그것은 아주 즐거운 괴상함이었다. (....) 한 연구자에 따르면 남서부 사막지대에 사는 파파고 인디언은 생물을 "생각하는 것",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 "나는 것", "가시가 있는 것" 등 놀랍도록 특이한 범주들로 분류한다고 한다.


* * *


아.... 이거구나.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

이걸 하지 않아서 무기력했던 것이야.

이걸 하지 않아서 우울했던 것이야.

이걸 하지 않아서.


사랑받지 못해서가 아니고!

이해받지 못해서가 아니고!

관심받지 못해서가 아니라고!!!!!


* * *


(174p.)그보다 더 이상한 예는 뉴기니 고지대에 사는 로파이포족Rofaifo이었는데, 아주 열성적인 사냥꾼인 카람족 못지않게 자신들이 사냥하는 동물들에 관해 잘 알았다. 그들은 작은 포유류로 구성된 한 분류군을 알아보고 이 동물들을 '후넴베Hunembe'라고 부른다. 후넴베로 보기에 너무 큰 포유류는 모두 그들 말로 더 큰 포유류를 뜻하는 '헤파Hefa'로 간주된다. 그런데 로파이포 사람들은 이 털이 있고 젖꼭지와 자궁이 있는 포유류들 사이에 화식조cassowary라고 알려진, 깃털을 비롯해 새의 특징은 다 가진 거대한 새를 집어넣었다. 자기들 주변의 동물들을 그렇게 잘 아는 이 사람들은 화식조가 새라는 걸 왜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보다 더 이상한 건, 왜 다른 부족들도 똑같이 그러는 걸까? 모든 새와 박쥐를 한 범주에 몰아넣은 카람족 역시 화식조만은 그 범주에서 빼놓았다. 그들이 자기네가 사냥하고, 먹고, 잡고, 그보다 훨씬 많이 관찰하여 상세하게 분류한 그 모든 생물을 아주 잘 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특히 더 이상한 일이었다. 

뉴기니에서 수년간 연구한 인류학자 랠프 벌머Ralph Bulmer가 쓴 유명한 논문의 제목도 이렇게 묻고 있다. "왜 화식조가 새가 아니라는 것일까?"

* * *

그렇다고 내가 위와 같은 질문에 답을 찾아 연구하는 '민속 분류학' 일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모를까. 이 책을 들고 타임머신을 타고 학창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모를까.

......


* * *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3년 동안 포레족Fore이라는 뉴기니 사람들과 새의 이름에 관해 인터뷰하며 보냈다.(『총ㆍ균ㆍ쇠』의 저자로 가장 잘 알려진 다이아몬드는 오랫동안 뉴기니의 새들을 연구한 대단히 존경받는 생물학자이기도 하다). 그 시기에 그는 자기가 잘 모르는 생물 집단인 버섯들을 비롯해 새 외에 다른 유기체들에 관해서도 질문했다. 그 지역의 자연사에 관한 그들의 풍부한 지식에 비추어볼 때 놀랍게도 포레족은 자신들에게 서로 다른 버섯 종들을 가리키는 이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 나중에 숲에서 야영하며 지낼 때 식량이 떨어져가자 다이아몬드와 동행한 포레족 사람들은 숲으로 가서 버섯을 두 자루 가득 채취해왔다. 다이아몬드는 걱정스러워졌다.


  "포레족은 저 버섯들이 먹을 수 있는 종류인지 어떠헥 확신하는 걸까?" 나중에 다이아몬드와 한 동료는 이렇게 썼다. "그러자 그 포레 사람은 자신들이 구별하고 먹을 수 있는 건지 아닌지에 관해 장장 한 시간에 걸쳐 설교했다." 다이아몬드가 왜 전에는 버섯 이름이 없다고 했느냐고 묻자 그들은 버섯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에게 버섯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낭비를 하는 건 쓸데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181p.)

* * *

아... 버섯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올해는 엄마가 버섯을 따러 다니지 않았다. 엄마가 가야 내가 갈 수 있는데 엄마는 버섯을 따러 산에 가기에는 이제 다리에 힘이 너무 약해졌다. 엄마가 못 가면 나도 갈 수 없다. 백날 엄마에게 말로 설명을 들어봐야 소용없다. 나 혼자 산에 가서 아무리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본다 해도, 가장 흔한 갓버섯을 본다 해도, 엄마 따라 갔을 때 몇 번 보았던 꾀꼬리 버섯이나 보라 버섯, 심지어 영지 버섯을 본다 해도 그게 그거라고 확신할 수 없을 테니까.


추석 전에 엄마를 모시고 영양에서 고추농사 짓고 있는 형님 댁에 다녀왔을 때, 단 하룻밤 여행이었을 뿐인데 엄마가 왜 그렇게 많이 웃고, 왜 그렇게 밥을 많이 먹고, 좋아라했는지 알았다. 엄마는 잃어버렸던 자신의 움벨트를 다시 만났던 것이다. "시골에 땅을 좀 사라. 얼른 얼른 돈 벌어서 시골에 집을 지으라고. 영양은 너무 머니까 엄마 사는 곳 가까운 데다가 땅을 사. 땅을 사서 니 집 지으면 마당 한 쪽에 내 집 한 칸 짓게. 같이는 못 살아. 집은 따로 짓고 곁에 살자." 음... 일단 돈을 벌어야겠지.


* * *


(181p.) 이렇게 민속 분류학 연구는 확실히 슬렁슬렁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쾌적한 사무실, 시원한 아이스티 한 잔, 안락한 거실, 멋지게 장정된 책들로 가득한 도서관으로부터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일하는 이 연구자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거기서 그들은 매캐한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아 시간을 보내고, 어쩌면 그들의 배 속은 낯선 장내 박테리아 때문에 요동치고 있을지도 모르며, 주변에는 묘한 언어로 말하는 묘한 사람들, 지루해하고 짜증 내고 심지어 적대적인 사람들, 그리고 대개 이 연구자들이 이제 그만 공책들과 끝없는 질문들을 다 챙겨서 집으로 돌아가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충분히 많은 수의 이 용감한 영혼들은 처음에 분류와 이름의 완전한 혼돈으로 보였던 것이 상당히 다른 무언가로 바뀔 때까지 계속 질문하고 답변을 해독하며 버텨냈다. 무수한 낯선 분류들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하며, 구조나 패턴도 없고, 우리의 분류와는 전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보았던 나의 첫인상은 사실 불완전했을 뿐 아니라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 인류학자들은 마침내 민속 분류학들 사이에서 명확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관성을 발견했다.


* * *


밑줄은 여기다 "처음에 분류와 이름의 완전한 혼돈으로 보였던 것이 상당히 다른 무언가로 바뀔 때까지 계속 질문하고 답변을 해독하며 버텨냈다."


길을 잃었지만

완전한 혼돈으로 보이는 세상이지만

지금 이것들(내 마음을 포함해 가족들의 마음, 타인들의 마음,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상당히 다른 무언가로 바뀔 때까지

계속 질문하고

답변을 해독하며

버텨내는 수 밖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아주 즐거운 괴상한 이야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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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10-07 2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너무 너무 좋아해요.

잘잘라 2024-10-08 01:20   좋아요 1 | URL
저도 밤마다 이북으로 읽다가 종이책 샀어요. 엄청 든든한 빽이 생긴 기분이예요.
 
자연에 이름 붙이기 -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캐럴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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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p.)그것은 아주 즐거운 괴상함‘, 이것은 진정 즐거운 괴상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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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호명사회
송길영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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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 오. ‘절망 대 희망‘ 비율이 딱 절반이네요. 기적적입니다. 지난 1년, 구쩜구 대 영쩜일로 절망감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요. 바늘구멍만한 빛을 따라 ‘송길영‘ 이름 보고 예약주문해서 받은 책입니다. 책을 읽고 ‘5:5‘가 되었으니, 와우, 기적이 따로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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