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점심 시간 풍경이 재미있다.
습식이냐 건식이냐로 나뉜다고 해서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나이 많을수록 찌개나 탕 종류 나오는 식당을 찾고
나이 적을수록 햄버거나 샌드위치 등을 찾는다는 것이다.
아니 뭐 하루 이틀 먹는 것도 아니고
매일 점심을 햄버거나 샌드위치로 때우면 어떻게 합니까? 물으니
그게 왜 때우는 거냐고 엄연한 한 끼 식사라고 한다.
아무려나,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이렇게 추운 날씨엔 국물 요리가 땡기지 않겠나?
8년 동안 운영한 커피 가게를 접을 준비를 한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재계약을 하려면 입찰에 응해야 하는데
입찰 기준금액(최저가)이 두 배 이상 오른 상태라 고심했다.
여기가 뭐 관광지도 아니고
유동인구도 일절 없는 곳인데
대체 뭣 때문에 감정평가금액이 두 배 이상 오를 수가 있는 것인지
수긍하기 어렵다.
수긍하기 어려운 건 내 사정이고,
아무튼 일은 벌어졌고,
나는 결정을 해야한다.
어떤 결정을 하든 내 책임이고
내 인생이다.
마침 겨울이고
마침 춥고
마침 때가 된 것인지,
누가 알겠나.
그 누가 알겠나.
알면 뭐 다른가.
엄마가 다녀갔다.
월요일에 왔다가 월요일에 갔다.
연거푸 세 번 소고기 식당에 갔다.
연거푸 세 번 카페에 갔다.
연거푸 일곱 번 외식을 했다.
연거푸 수 백 번 사진을 찍었다.
연거푸 연거푸 걸으며 웃었다.
한패가 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고기 안 먹는다고 엄마랑 소고기 식당에 갈 생각을 못했었는데 엄마가 혼자 KTX 타고 온 게 하도 기특..아니 어른한테 기특하다고 하면 안되지? 그럼 뭐라하나? 뿌듯? 자랑스러움? 이게 무슨.. ㅋㅋ 아무튼 그래서 소고기 식당을 갔는데 아니 거 참 그렇게 잘 드실 줄 누가 알았냐고, ♬어머니는 소고기가 좋다고 하셨어~~~ 대게보다 훨씬 훨씬 좋다고 하셨어~ (비싸기는 대게가 훨씬 더 비싸다. 소고기보다 비싼 대게) 랍스타보다, 전복보다 훨씬 훨씬 좋다고 하셨어~~~~
일주일 동안 하루도 안 빼고 외식을 했다. 엄마가, 이러다 내가 느네 거덜내겠다고 하면서 마지막 날 한사코 안 나가겠다고 버텼다. 경주 버드파크 예약해 놔서 나가야 된다고, 안 가면 몇 만 원 날린다고 했더니 예약을 취소하라고 했다. 숨도 안 쉬고 뻥을 쳤다. 당일 취소 안된다고, 그럼 그냥 돈 날리는 거라고, 그제야 옷 입고 나서서 경주 가서 버드파크 구경하고 천년한우 식당 가서 소고기 사 먹고 옆에 스타벅스 가서 놀이기구 타는 사람들 구경하고 왔다.
엄마 노래도 녹음했다. 오다시티 편집 프로그램으로 노래를 한 곡 한 곡, 다섯 곡, mp3 파일로 만들어서 카톡으로 보냈다. 엄마가, 다시 태어나면, 가수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가수 했으면 이름 좀 날렸을 것 같다고, 못 배운 게 한이라고 했다. 글을 못 배워서 가수도 못 했다고 했다. 백 번 지당하신 말씀이다. 나더러 이제라도 방송국에 좀 들어가면 안되냐고 했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니가 방송국 들어가서 이제라도 엄마가 어디 노래자랑이라도 한 번 나가게 해 줘라 하는 소리다. 아 네. 그건 뭐 내가 방송국 안 들어가도 엄마가 나가고 싶으면 두드려 보면 되는 거니까, 근데 엄마 진짜 노래자랑 나갈라면 노래 연습 좀 많이 해야겄는데? 흐흐.
노상 다 살았다, 살만큼 살았다 하시더만, 이번에는 세상에 좋은 게 많아져서 좀 더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럼 엄마 인제 집에 가면 딱 두 가지만 해. 걷기 운동, 노래 연습! 그거는 매일 빼먹지 말고 해! 노래 연습은 날씨 핑계 댈 수 없으니까 진짜 매일 매일 해야 되!! 알았다고 했다. 엄마가. 흐흐흐.
엄마는 노래 연습을 하고
나는 무엇을 연습할까
엄마 이용 연습은 어떨까
하긴 엄마도 이번에 드디어 인정을 했다.
사진사가 되보는 건 어떻겠냐고.
크크크크킄크크
웃겨 죽는 줄 알았네.
아무튼 지난 주간에다가 이름을 붙이자면
"엄마가 둘째딸네를 습격한 유명한 사건"이 좋겠다.
사진과 그림을 짜집기 해서
책을 한 권 써도 좋으리라.
참고도서 주문
『곰들이 시칠리아를 습격한 유명한 사건』
『나만을 위한 레이 달리오의 원칙』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기술』
『보글보글 국물 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