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에버릿의 비밀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부자가 내게 준 가르침
앨런 코헨 지음, 정영문 옮김, 정택영 그림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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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현재를 행복해 하면서 더 나은 상황에 굶주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일반 독자가 쓴 리뷰 한 줄에 끌려서 읽은 책입니다.

 

현재를 행복해 하면서 더 나은 상황에 굶주리는 방법이라...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편리한 이 시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배고픔'이라고, '간절함'이라고, '절실함'이라고,
부족한 상태에서 풍성한 상황을 원하고,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무언가 노력하고,
끊임없이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요즈음.
나에게 이 책은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로 다가옵니다.

 

읽기는 쉽습니다
아름다운 삽화와 큼직한 글씨, 시원한 편집으로
책장이 술술 넘어갑니다. 단촐한 등장인물, 시간 흐름에 따라
거스릴 것 없는 이야기 진행, 일기를 쓰듯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정리된 한 쪽 메모 덕분에, 집으로 치자면 여러 개의 방이 있고
각 방마다 개성을 살려서 잘 꾸몄으면서도
집안 분위기 전체로 보면
아주 깔끔하고 시원한 느낌이 납니다.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멋을 내는 것임을 절감하는 저에게는, 이 책이 쉽게 읽혀진다는 점에서 글쓴이의 저력이 느껴졌습니다.

무엇을 배우자면 계속해서(, 그것이 나에게 익숙해질 때까지)
그것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자세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언뜻 보면 결코 볼 수 없는 것들이 꼭 있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결코 '언뜻' 볼 수는 없습니다.

이 책에서, '현재를 행복해하면서 더 나은 상황에 굶주리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대놓고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 역시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자세히 살펴본다면,
분명하게 그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인상깊은 구절]

47p.
이튿날 오후, 나는 다시 에버릿 씨를 찾아갔다. 그는 소파에 앉아서 <그것은 비버에게 맡겨라>라는 제목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 하하!"
그는 숨이 넘어갈 듯 웃고 있었다. 내가 따라 웃기도 민망할 만큼……
"앉게나, 이 친구야. ~ 하하~!"
그는 하루 중 어느 때라도 실컷 웃으면 일에 푹 빠져 있을 땐 안 풀리던 문제가 스르륵 해결될 거라고 장담했다. 나는 자리에 앉아 그 프로그램의 후반부를 시청했다. 그는 억지로 웃고 있지 않았다. 정말로 즐기고 있었다.
'부럽군.'
연방 웃는 그를 지켜보다 보니, 프로그램이 끝났을 무렵에는 나의 돈 문제가 그토록 곤란한 것만 것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괜히 마음이 느긋해졌다
 

137p. 오늘 에버릿 씨에게 배운 것
l  돈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사용하는지에 따라 좋은 것이 될 수도 나쁜 것이 될 수도 있는 에너지의 흐름이다.
l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힘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 힘을 뺏거나 억제할 필요하 없다.
l  기쁜 마음으로 원해서 주고받는 돈이야말로 가질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돈이다.

 
137p. 나는 이렇게 했다.
l  제스 윌콕스에게 100달러를 돌려주었다. 내 차에 흠집이 난 것을 발견하고는 그가 부인을 했음에도 그에게 뒤집어씌웠었다.
l  주소 불명 딱지가 붙어 돌아온 기관에 기부금 보내는 일을 중단했다. 그동안 나는 의무감에 그렇게 해왔던 것이다.
l  작년에 내가 도운 사람들의 목록을 만들었다. 올해에는 그 숫자가 늘어날 것이다.

 
155p. 나는 이렇게 했다.

l  내가 좋아하는 색상으로 사무실을 칠했다.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상관치 않았다. 그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l  나 자신에게 연애편지를 썼다. (최소한 내게도 팬이 한 명 생긴 것이다.)
l  작은 포스터를 만들어 책상 모서리에 붙여 놓았다: '큰 그림을 기억하라'


166p.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기 전에
그것을 제대로 된 벽에다 설치했는지 확인하라.

166p.
우리가 행복하게 보낸 시간은
우리를 현명하게 만들어준다.
존 메이스필드

179p.
인생을 사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뿐이다.
한 가지는 그 무엇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199p.
걱정은 흔들의자와 비슷하다.
앉아 있으면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디에도 이르지 못한다.

 

199p.
인생의 어떤 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냥 이해하기만 하면 된다.
퀴리 부인

 

224p.
당신의 미래는 과거와는
다른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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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속 여행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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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안한 책이다. 제목은 '지구 속 여행'이고, 실제로도 땅 속으로 들어가는 탐험 이야기인데, 다 읽고 나니, '공간 이동'이라기 보다는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로 시간 여행을 하고 돌아온 느낌이다. 원생대, 고생대, 신생대주인공 악셀도 나와 같은 생각인가보다. 악셀은 다음과 같은 상상과 환각의 세계를 경험한다. "나는 인간이 태어나기 오래 전, 성경에 나오는 천지창조의 시대, 지구가 아직은 불완전해서 인간을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오늘날의 지구보다 140만 배나 큰 이 성운이 나를 감싸고 우주 공간으로 데려간다! 내 몸은 순화되고 정화되어, 무한한 공간에 새빨간 궤도를 새기는 이 거대한 구름 속에 무게를 잴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원자 하나처럼 섞인다." 몇 억 광년 떨어진 거리를 순간적으로 공간 이동 하거나, 몇 백 만년 전으로 시간 이동을 하는 장면에 너무 잘 어울리는 표현 아닌가! '내 몸은 순화되고 정화되어, 무한한 공간에 새빨간 궤도를 새기는 이 거대한 구름 속에 무게를 잴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원자 하나처럼 섞인다!'

며칠 전에 TV(EBS로 기억함.)에서 '한반도의 공룡'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된 실감나는 공룡들의 모습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었다. '아 그래. 우리 나라에도 공룡들이 살았다구!' 라는 것 하나, 'CG가 제법 실감나네~' 라는 것 하나. 그러면서도 프로그램 자체에 완전히 몰입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기간 고생해서 만들었다고는 하는데, '고생'이라는 것이 대부분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기술적인 면'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어쩔 수 없이 '아직은 좀 그렇군.' 이라는 느낌과 함께 오히려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혀 사람의 상상력이 위축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생겼다.

그에 비하면 작가 한 명의 손끝에서 나온 이 책, 1864 11, 지금으로부터 145년 전에 출판된 이 책 한 권이 나에게 선사한 이 풍부한 시간 여행의 느낌은 얼마나 생생한지! 주요 등장인물 단 3! 처음과 끝에 등장하는 그라우벤(악셀의 연인)까지 포함시켜도 4! 인간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배신도 없도 갈등도 없다.(뭐 가끔 주인공 악셀과 삼촌 리덴브로크 교수가 의견 충돌을 빚지만, 대부분 삼촌의 불 같은 성격이 도지기 전에 악셀이 스스로 꼬리를 내리기 때문에 '갈등'이라고 부를 만한 상황은 별로 오래가지 못한다.) 소설을 읽을 때 '인물'과 그 인간관계 양상에 많은 관심을 갖는 나로서는, 이렇게 '밋밋한' 인간관계의 소설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해도 괜챦은데, 이 책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탐험 정신'과 끊임없이 나타나는 흥미로운 풍경,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들 덕분에 끝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만약 고등학생 때 이 책을 읽었다면 확실히 훨씬 더 즐거운 '과학 수업'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지금이라도 쥘 베른의 다른 책을 더 읽어봐야겠다. 15소년 표류기』부터 읽어봐야지. 어렸을 때 읽었는지 안읽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 걸 보면, 안 읽은거나 마찬가지니까! 그 다음엔 『80일 간의 세계일주』, 『해저 2만리』 순서로 읽어가면 되겠지?  룰루랄라~ 책 읽는 순서를 고르는 데 마치 멋진 여행을 계획을 세우는 기분이 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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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는 나의 힘
최훈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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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는 나의 '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속도 알차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필요한 내용이다.

책의 목적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읽고 쓰고 말하는 힘을 키워주는 ' 있다고 한다. 나에게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 필요하다. 다른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누군가와 논쟁할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논리로 누군가를 설득하고 논쟁 끝에 누군가에게 뜻을 점철시키고 그래 기억이 없다. (물론 내가 논리에 약하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그럼 대체 언제 '논리는 나의 ' 되는가? 나에겐 오직 경우, 내가 감정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릴 ! 바로 때다. 감정의 수렁에 빠졌을 내가 해야 일은 '사람 살려' 외치는 것이 아니라, 손을 뻗어 '논리'라는 밧줄을 잡고 현실로 빠져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책을 통해 확실이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이럴 때다. 나는 지금 '미용사 자격증'을 따려고 실습 위주 교육을 받고 있다. 시작한 지 3주째다. 이제 제법 가위 잡는 법이 손에 익고 기본 커트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회사 동료들에게 큰소리를 쳤다. 머리(카락) 자르러 미용실 가지 말고 나에게 맡기라고! 내가 잘 잘라주겠다고! 모두 다 코웃음을 친다. 뭐 사실 농담으로 한 말이긴 하다. 그런데 동료 한 명의 반응이 너무 싸늘했다. "에이. 누구 머리를 망치려고 그러시나~ 집에 가서 가족들 머리나 자르세요." '-'

그 때 나는 감정의 수렁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쟤 뭐야. ? 내가 그 동안 지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싸가지 없는 자식. 아주 미운 털 박자고 작정을 했군. 점심에 뭘 잘못 먹었나~ 나 원 참.. 생각할수록 분해 죽겠네. 아 누가 지 머리 잘라주겠데? 맨날 땟국물 줄줄 흐르는 와이셔츠나 입고 다니는 주제에 정말 참…'

나는 곧장 나에 대해 '부정적인(속마음=불쾌한) 발언'을 한 그 사람을 판단해버린다. '저 녀석은 나를 인정하지 않는군.' 이러면서 그 한마디를 모든 일에 적용시켜 확대 해석하기 시작한다.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쟤는 나를 믿지 않는 게 분명해. 나를 못 믿는다면 나도 못 믿어! 이제부터 쟤랑 같이 일하면 안되겠어. 다른 사람은 저 녀석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대로 두면 일이 커지게 생겼다. 이럴 때 그야말로 '논리는 나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논리는 나의 힘』 1장에 '논리적인 사고와 비논리적인 사고'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주장을 하거나 남의 의견을 들을 때 이유 또는 근거를 묻기 시작하면 그 사람은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면에 주장을 하거나 의견을 말할 때 아무런 이유 없이, 그리고 남의 주장도 정당한 이유 없이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그런 태도를 비논리적 또는 무비판적이라고 부른다.(23p.)

뒤이어 나오는 2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뭐가 좋을까?'에서는 논리적인 사람과 비논리적인 사람의 특징을 비교해서 설명해준다. 「논리적인 사람 •개인적인 감정을 억제하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다….  /비논리적인 사람 •자신의 감정에 따라 충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29p.) 그렇다. 나는 그동안 너무도 '비논리적인 사람'으로 살아왔다. 심지어 그렇게 사는 게 더 솔직하고 인간적인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위에 고백했듯이 비논리적인 사람으로 살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을 오해하고 내치고 끊고 나 역시 그렇게 오해 받고 내쳐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사회생활만 따져보아도, 논리를 무시하고 살아온 세월이 18년이다. 몸에 밴 그 습관이 책 한 권 읽고 바뀌지는 않겠지. 비논리적인 사람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른손 잡이가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 답답하고 잘 안되면 그냥 오른손을 쓰면 되니까 말이다. 나로서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비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게 더 쉽다는 뜻이다. 하지만 역시 책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책에서 말하기를 「논리적 사고는 지식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말하는 것은, 다르게 생각하면 누구나 연습하면 그 기술을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50p.)고 했고,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는 것은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것만큼이나 쉬운 기술이다. 자신이나 상대방의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대신에 근거를 찾으려는 자세만 되어 있다면, 논리적인 사고를 시작하는 셈이기 때문이다.(50p.)라고도 했다.

며칠 있으면 설날이다. 설날에 떡국을 먹으면 정말이지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기분이라 싫지만 그래도 맛있는 떡국을 안 먹고 넘어갈 수는 없으니까 쩝~ 또 한 그릇 먹고 나이 생각을 하겠지.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 귀한 줄 알겠다. 나로서는 몸에 밴 습관대로 '비논리적'으로 살아가는 게 편리하겠지만, 그러면 지금껏 반복해 온 잘못을 바로 잡을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불편해도 당분간 '무조건 당신이 옳소'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나에게 미운 말 하는 사람들도 한 번 더 쳐다보고 '그럴만한 이유와 근거'를 찾아보도록 해보자. 그러자면 이 책, 『논리는 나의 힘』을 가까이 두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논리는 나의 힘!!! 제목만 봐도 왠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싶어지지 않나? ㅎㅎ  


어찌되었든 앞서 그 동료 이야기를 결론지어야겠지? 그래. 그 친구가 무얼 그리 틀린 말 했나? 미용가위 잡은 지 한 달도 채 안된 사람한테 '내 머리 잘라주시오.' 할 사람이 누가 있다고. 헤어스타일이 얼마나 중요한데! 머리 한 번 잘 못 자르면 며칠 동안 신경쓰이고 짜증나는 것을! 내가 한 말이 농담이면 그 친구가 한 말도 농담일테지. 안 그런가? (크크그래도 나 커트 잘 할 수 있는데! 우리 선생님한테 "~ 아주 잘 하고 있네. 가위질이 아주 완벽해요. 그래도 다행이네~ 한 사람이라도 정확하게 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런 칭찬도 듣는 몸이라구! 우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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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개정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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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법학자가 어깨에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당나귀에 탄 이야기는 들어봤소?”
내가 물었다.
아니요.”
거리에서 누군가가 왜 가방을 당나귀 위에 올려놓지 않느냐고 물었소. 그러자 그가 그건 참 잔인한 일이오. 이 불쌍한 당나귀한테는 나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울 거요라고 대답했다는 거요. (398p.)

흐흐흐. 이 농담 들어 본 적 있다. 원조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거였군. 나는 농담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농담을 잘 못한다. 그걸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머리가 좋고 순발력이 좋다. 나는 순발력이 떨어진다. 꼭 한 박자 늦게 터지거든. 그게 참 환장하는 거거든. 나 혼자만 킥킥대다 마는 거지 뭐


『연을 쫓는 아이』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장장 556쪽에 이르는 장편소설을 한 번도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재미있게!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아는 바도 별로 없고, ‘하자라인이니 파쉬툰인이니 수니파’, ‘시아파그런 용어가 생소했지만 그게 독서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아 왜 있잖아 그런 거. 정확한 개념은 없지만서두 그래두 뉴스에서든 신문에서든 아니면 잘난 척 하기 좋아하는 직장 상사를 통해서든 어쨌든 들어는 본 거! 생판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해도 별로 문제될 건 없다.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무슨 뜻인지 알아가는 것도 나쁠 거 없으니까.

 
책을 다 읽고 나니, 책 소개 말 가운데,그는 과감하게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모든 현을 잡아당겨 소리를 내준다.”-타임즈. 라는 문장에 공감이 된다. 여기에 한마디 더 붙이자면, “그는 과감하게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모든 현을 잡아당겨 소리를 내준다. 아무 의미 없는 음향이 아닌, 고운 멜로디, 아름다운 화음, 신나는 리듬까지 두루 갖춘 멋진 연주로!

내 생각일 뿐이지만, 이 책의 재미는 무엇보다도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을 보여주는 방법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아미르’, 아미르의 아버지 바바’, 바바의 친구 라힘 칸’, 아미르의 하인(?) 하산, 하산의 아버지 알리, 하산의 아들 소랍, 아미르의 아내 소라야, 소라야의 어머니 칼라 자밀라, 소라야의 아버지 타헤리 장군이렇게 이름을 쭉 나열했을 뿐인데 지금 내 머리 속에는 이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이렇게 구체적인 모습을 하고 그려지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나는 단지 책을 읽었을 뿐인데,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그야말로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재능 덕이라 생각한다.

나는 특히 하산이라는 인물에 반했다. 실제로 하산은 초반부에 무대 뒤로 퇴장했다가 중간에 다시 잠깐 등장해서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죽어버리고 말지만, 그렇지만 사실상 처음부터 끝까지 하산은 살아있고, 계속해서 이야기 중심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당연하다. 하산은 주인공 아미르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산이라는 인물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충직하고 지혜롭다. 책에서 묘사한 바에 따르자면, 하산은 다른 사람에게 절대로 상처를 주지 않았다.(21p.) 그는 태어날 때부터 웃고 있었다.(21p.) 하산은 끈 떨어진 연이 어디로 날아갈 지 안다. 어떻게? 그냥 알아요.”(84p.) 그는 진심만을 이야기한다. 또한 다른 사람들 역시 진심을 말한다고 생각한다.(86p.) 문맹이라 글은 읽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은 (특히 아미르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잘 읽는다. (97p.)……

사실 요즘은  이런 인물은 만나기 힘들다. 현실에서는 두 말할 것도 없고, 소설 속에서도 이런 인물은 만나기 힘들어졌다. 시대가 그렇다고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런 캐릭터에 꽂히는 걸 보면,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것은 잘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나만 그런건가?)

책에는 명예와 긍지를 신조로 삼고 살아가는 파쉬툰 남자들, 특히 아내나 딸의 정조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랬다.(220p.)” 는 파쉬툰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져 나온다. 이상하게 이 부분에서 나는 다른 문화에 대해 생소함을 느꼈다. 대한민국 남자들도 명예와 긍지를 신조로 삼고 살아가지 않나? 특히 여자들의 정조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통적인 파쉬툰 남자들의 말이나 행동이 묘사된 부분을 읽을 때 나는 확실한 '이질감'을 느꼈다. 나의 부족한 어휘력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차이가 있다. 좀 더 깊이 따져볼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이 긴 책을 지루한 줄 모르고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는 점만 밝히고 싶다. 따지고 들었다가는 괜히 머리만 복잡해질 것 같으니까^^.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것 외에, 이 책이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내가 소설 속 등장인물에 매력을 많은 매력을 느끼고, 그렇게 매력있는 인물을 만들어내는 훌륭한 글쓰기 선생님'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앞서 말했듯, 같은 농담이라도 적절한 분위기, 적절한 타이밍에, 뺄건 빼고 필요한 표현은 그림처럼 실감나게 해줘서 확실한 웃음과 박수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재능이 꼭 타고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 웃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개그맨들을 보라. 그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연습을 하는가. 오늘 또 한 명 훌륭한 글쓰기 선생님을 만났으니, 나의 글쓰기 수업도 계속 계속 이어져 가야겠지. 『연을 쫓는 아이』처럼,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피우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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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못 다한 이야기들
마르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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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 리뷰 : 몰입할 수 없었다. (가장 몰입하기 쉬운 장르인 ‘소설’을 읽고 ‘몰입할 수 없었다’는리뷰는 한마디로 ‘재미없다’는 뜻이고, 내 취향이 아니라는 뜻. *참고로, 내 취향은 영화로 말하자면, 오만과 편견, 샤인, 스타워즈, 소림축구!)

** 두 줄 리뷰 : 반 정도 읽고 나니 나머지 반은 저절로 예상이 되었다. 내 예상대로 전개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끝까지 읽어보았다.(어쨌든 다 읽은 책에 대해서만 리뷰를 쓰기로 정해놓았기 때문에ㅜ.ㅜ)

*** 세 줄 리뷰 : 물론, 처음부터 범인을 알려주고 시작하는 추리소설도 있지만(이 책이 추리소설이라는 얘기는 아님^^;), 그러자면 뭔가 아기자기하게 풀어가는 말 맛이라도 있어야지 않나? (하긴... 번역된 책을 읽으면서 ‘말 맛’을 기대하는 건 욕심이지. 그래도... 『책도둑』같은 책도 있쟎아!) 이 책은, 초반부를 읽고 예상할 수 있는 전개 방식 그대로, 반전다운 반전 한 번 없이 그냥 그렇게 끝나버린다. 가장 마지막 장면까지도ㅜ.ㅜ

**** 그리고 계속되는 긴 리뷰 : 친구가 “넌 꿈이 뭐야?” 하고 물으면, 중학생 때 나는 “소설가”라고 대답했고, 고등학생 때 나는 “중학생 땐 소설가였는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고등학교 때 어디론가 꿈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 이건 확실히 좀 더 파고 들어가봐야 될 문제지만, 지금은 『차마 못 다한 이야기들』 리뷰를 쓰는 시간이다. 내 꿈 이야기는 다른 자리에서 하자.) 아무튼 나는 여차 저차 해서 건축공학을 전공했고,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 건축설계사무소였다. 그게 이유였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

“……건축 설계 전문회사를 설립, 프랑스에서 가장 유력한 사업체로 성장하면서 코카콜라, 페리에, 엑스프레스 등 500여 개가 넘는 기업의 사무실을 설계하였다…….”

사실 이 소개 글 어디에도 작가 ‘마르크 레비’가 건축설계를 전공하였다거나 건축가로 일했다는 내용은 없는데, 나는 그냥 마음대로 그가 ‘건축가 출신’이라고 생각해버렸다. ‘건축가 출신이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썼을까?’ 어느새 작가를 응원하는 기분까지 느끼며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소설은, 주인공 줄리아(직업 : 그래픽 디자이너)가 친구 스탠리와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웨딩드레스를 고르며 줄리아와 친구 사이에 오가는 대화 속에서 대강 줄리아와 줄리아의 아버지(안토니 왈슈)의 관계가 설명되고, 줄리아의 예비 신랑 아담도 등장한다. 점심도 먹고, 웨딩 드레스도 결정하고 그러다가 줄리아는 아버지 안토니 왈슈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공교롭게도 아버지의 장례식 날짜가 줄리아의 결혼식 날짜와 겹치고… 와~~~ 이거 참… 이 책 분명 처음 읽는 책인데, 이 느낌 뭐지? 결혼식, 웨딩드레스, 장례식, 상복, 화이트, 블랙… 친근하다기보다는 어째 좀 식상하다는 뜻에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들이 펼쳐진다.

왠지 모르게 어디서 많이 본듯한, 새롭지 않은 그런 느낌!

‘이상하다? 작가가 프랑스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거 프랑스 소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이렇게 어설픈 미국식 로맨틱 코메디 영화를 보는 느낌이지? 능력있는 아버지(그림자같이 충실한 비서까지 두었음.), 무남독녀 딸, 지울 수 없는 단 하나의 로맨스, 단 한 사람, 여행, 갈등해소, 해피엔딩이라…'

이 정도로 해둬야겠다. 리뷰를 쓰면 쓸수록 아주 재미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릴 것 같다. 후우~ 후우~ 열심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데 피시식~ 김새는 소리가 나더니 더 이상 부풀어 오르지 않는 풍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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