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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노미 - 웹 2.0과 플랫폼 경제학
김태우 지음 / 한빛미디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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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우's log - web2.0 and beyond : http://twlog.net
이 한 줄로 리뷰는 충분합니다.
책을 쓴 김태우씨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주소지요.
2004년 9월 14일부터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해보는 것만큼 더 생생한 리뷰가 어디있겠습니까? 리뷰를 쓰기 싫어서가 아니라요 사실 안그렇습니까?
리뷰는 온라인에 올리는 것이고, 리뷰를 읽는 분은 온라인에 접속중인 분이고, 그렇다면 그거 뭐 돈 드는 일도 아닌데 책을 쓴 사람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직접 가보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직접 가서 보면 책을 읽을지 말지, 이 사람 얘기에 관심이 생기는지 안생기는지 스스로 더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데 아 뭐하러 생판 처음보는 사람이 쓴 리뷰를 읽으면서 시간낭비를 하시냐는 겁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책은 하룻밤에 다 읽었는데, 리뷰를 어떻게 쓸지는 사흘을 머리를 굴려봐도 가닥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리뷰를 어떻게 쓸까?" 라는 질문을 넣고 머리를 한바퀴 돌리면 "리뷰? 블로그나 한 번 가보면 될껄~" 이라는 답이 나왔고, "자! 그래도 책을 다 읽었으니까 뭐라도 할 말이 있을거 아냐, 리뷰를 어떻게 쓸까?" 라고 몇 번을 물어봐도 답은 "블로그에 가서 보면 되쟎아!"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직도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이 있는겁니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미코노미』라는 책이 읽어볼만한지 책을 읽어본 사람들이 추천을 하는지 마는지 그런게 궁금해서 오신분이라면, 그냥 김태우씨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에 한 번 가보세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주소요? 다시 한번 알려드릴께요.
『미코노미』의 저자 김태우씨가 직접 운영하는,
태우's log - web2.0 and beyond : http://twlo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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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지금부터 저는 마음놓고 제멋대로 리뷰를 쓰겠습니다.
2008년 1월 16일. 오늘의 일기 대신 쓰는 리뷰입니다. 그래서 제멋대로 말 놓습니다. 야자타임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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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째 엄마한테 문자보내기를 가르쳐드렸다.
나이 드신 분들의 특징중 하나는 어지간하면 그냥 살아온대로 살아가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은 매우 드물다.
엄마 나이 올해 67세. 한글을 읽을 수 있지만 쓰기는 서툴다. 9남매 중에서 가장 맏이로 태어난 엄마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동생을 돌보고 가사를 돕느라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동생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자 동생보다 뒤쳐지는게 싫어서 어찌어찌 한글을 배우기는 했는데 정식으로 배우지 못해서 그나마 쓰기는 잘 못하는 것이다.
사실 한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엄마가 휴대폰 문자를 보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받는것만 해도 다행인데 문자라니.
엄마는 아직도 내가 컴퓨터로 노래를 듣고 요리 방법을 찾아보고 옷을 사는 것을 보면 아이처럼 신기하고 놀란 눈을 뜨고 '참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분이다.
그런데 어느날 엄마 휴대폰에 '할머니 사랑해요'라는 메세지가 왔다. 다섯살짜리 손녀딸 연서가 보낸것이다. 요즘 엄마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존재. 연서. 네 살에 벌써 한글을 읽더니만 지금은 받침하나 틀림없이 한글을 다 쓴다. 고사리 손으로 한글을 쓰는 것만해도 신기해서 보고 또 보고 감탄을 하는데, 그 꼬맹이가 직접 문자를 써서 보냈다니! 엄마는 감탄이라기보다는 그보다 더한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날부터다. 엄마는 꼬박 일주일을 슬픔에 가득찬 표정으로 지냈다. 밥을 먹어도 기운을 못내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서도 줄곧 딴생각만 하는 엄마. 하도 그러길래 안그래도 뭔 일인가 물어보려던 참이었다. 지난 일요일 밤, 자러 방으로 들어가는 나를 불러 세우는 엄마. 쇼파에 앉혀놓고 딱 한마디를 하셨다.
"문자 어떻게 보내는 거니?"
이 말 한마디를 던지고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엄마.
"문자? 왜? 엄마 문자 배우게? 그거 좀 복잡한데.. 그냥 할 말 있으면 전화루 해. 요샌 통화료두 많이 내려가서 괜챦어."
그랬더니 그게 아니란다. 연서가 그러더라는 거다. 할머니! 저 인제 문자 보낼줄 알아요. 그거 엄마 휴대폰으로 제가 보낸거예요. 근데 할머니 왜 답장 안해요? 라고. 그래서 할머니는 문자 보낼줄 모른다고 했더니 연서 왈, 할머니는 어른인데 왜 아직도 문자도 못보내요? 그럼 우리집에 오면 내가 가르쳐줄께요 라고 했다고, 다섯살짜리 꼬맹이두 하는데 나두 배워야겠다고, 손녀딸한테 챙피해서 살겠냐고...
이리하여 내가 엄마에게 문자보내는 방법 알려드리기라는 막중한 사명을 받게 된 것이다. 오늘로 꼭 나흘째. 막연했지만 시작하고보니 길이 열렸다. 쉽진 않았지만^^
엄마한테 문자보내는 방법을 알려드리기 위해서는 한글이 자음과 모음으로 만들어지는 글자라는 설명부터 드렸어야 했는데 엄마는 끝끝내 자음과 모음의 차이를 이해하지는 못하셨다. 이해하지 못했다기보다는 이해하고싶지 않으신 모양이었지만. (누가 그런거 가르쳐달랬냐? 문자 어떻게 보내는거냐고 물어보는데 뭔 딴 소리야? 라는 표정만 짓는 엄마.)
기역 니은 디귿 아 야 어 여는 아신다. 그런데 자음과 모음이 합해서 한 글자가 나온다는 것, 받침으로는 자음만 쓴다는 것을 설명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그리고 자음 'ㅎ'을 만들기 위해 'ㅇ'을 누르고 획추가를 하라는 것을 아무리 설명을 해드려도 'ㅇ'누르고 'ㅗ' 눌렀는데 'ㅎ'이 안되고 자꾸 '오'가 된다고 갑갑해하신다.
하지만 결국 엄마는 해냈다. 여전히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한글의 구조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획추가를 왜하는지 모르면서도 어쨌든 혼자서 문자보내기에 성공한 것이다.
[남이아얹오니]
[남이야언져오니]
[미영아부엇하니]
[연서야모하니]
[연서야재밌게놀구잇니]
이게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가 혼자 써서 보낸 문자다. 자음 모음이 뭔지 획추가를 왜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분이 어떻게 이런 문자를 보냈는지 그건 엄마 자신만이 아신다. 설명을 요구하면 아마 엄마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실것이다.
하긴 지금 이 순간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다섯살짜리 꼬맹이가 어떻게 문자 보내는 방법을 알아냈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도 그 꼬맹이한테 휴대폰 문자보내기 특강을 해준 적이 없는데 말이다.(이건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메카니즘은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나는 지난 몇 년간 세 명의 조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어른들이 그걸 이해하려 할때마다 아이들의 능력은 자꾸 줄어드는게 아닐까 라고 믿게 되었다.)
아무튼,
엄마는, 소원대로 휴대폰 문자보내기를 할 수 있게 되셨고,
나는, "엄마 인제 문자 잘 보내네?" 했을때 엄마 입가에 피어나던 기쁨의 미소를 보았다.
그것으로 된거다. 그것으로 행복한거다.
미코노미, 이제서야 책 이야기를 하겠다. 책을 쓴 김태우씨는 말한다.
이 책의 독자들이 내가 미코노미를 연구하면서 새로운 것을 깨달았을때마다 느낀 희열을 느꼈으면 한다.
새로운 경제 이야기로 마음에 사명감이 활활 타오르고 식어버린 열정이 되살아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사람답게 볼 수 있는 따스한 시선을 되찾기 바란다. -저자 서문
자음이 뭔지 모음이 뭔지도 모르지만 한글을 읽고 쓰는 엄마처럼,
나는 오픈소스데이타베이스? SNS? RSS? 그런 거 다 모르면서 태연작약 웹2.0을 이용한다.
어떤 계기로든 누군가 김태우씨에게 웹2.0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면 김태우씨는 기쁠 것이다. 기꺼이 위에서 밝힌 바램을 담아서 열정적으로 웹2.0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것이고. 설명을 들은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나름대로 웹2.0을 이용해서 뭔가를 할 것이다. 해 낼 것이다.
한글 원리따위 잘 모르지만 아무튼 휴대폰으로 문자보내기를 해내야만 하는 절실한 이유가 생겼던 나의 엄마처럼, 나는 웹2.0이 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것으로 앞으로 내가 원하는 그 무엇을 해낼 수 있으리라는 소망으로 책을 읽었다.
아직은 어리둥절~ 기분은 그냥 그렇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저자의 바램 한가지는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경제 이야기로 마음에 사명감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명감? 살아있는 사람으로서의 사명감이다. 이게 좀 뜬구름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나에겐 아주 구체적인 일이다. 타인에게 관심을 주고 관심을 얻고 싶어하고 잘 먹고 잘 살고 싶어하는 의욕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명감!
내가 살았으니 책을 읽고, 글도 쓴다. 내가 살아있으니 취향이라는 것도 있고 제멋에 산다 할 때 나름대로 제멋도 가지고 있다. 내가 살아있으니 또 누구 없나? 뭐 재밌는 일 없나? 그러면서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다닌다.
그런 사명을 동네에서만 하지 말고,
일터에서만 하지 말고,
한국말 통하는 사람하고만 하지 말고,
더 큰 무대에서 해보라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고 말해주는 책. 미코노미!
씨익-
책을 덮으며 가만히 내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알아본 사람이 있으려나?
^ㅡ^
-에필로그-
책에 참 좋은 말이 많이 나온다.
참여, 공유, 개방, 투명성, 단순성, 창의성, 신뢰, 열정, 믿음, 사람, 대화. . .
그런 좋은 말들이 실제로 적용된(그렇다고 볼 수 있는) 사례도 많이 나온다.
달롱넷, 룰루, 재즐, 엣치, 플리커, 오마이뉴스, 트렌드왓칭, 조나단블로그, 레드핀, 구글, 셀라밴드, 태우's블로그, 바이미. . .
엥? 내가 자주 가는 사이트는 하나도 없네?
거의다 외국말로 된 사이트,
오마이뉴스는 원래 뉴스를 찾아다니면서 보는 편이 아니고,
달롱넷이나 태우's블로그, 바이미는 이 책에서 처음 본 거고,
그러니 책 다 읽고 나서 그냥 어리둥절이지.ㅋㅋ
하지만 흥미로운 곳이 꽤 있네. 특히 룰루, 재즐, 엣치, 플리커, 트렌드왓칭, 레드핀, 셀라밴드, 태우's블롤그, 바이미. . . 뭐야 거의 다 쟎아! 크흐
그러고보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급해지는 건 역시 영어다. 아- 아- 아- 영어를 한글처럼 읽고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룰루에 가서 내 책을 출판해서 전 세계 사람들한테 팔 수 있을텐데!
아니 아니 아니지! 그건 핑계지!
한글 영어 둘 다 잘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냐고!
영어로 책을 내고 싶은데 영어를 못한다면?
우선 한글로 책을 써. 그리고 번역을 부탁해.
그래서 영어로 책을 내!
오케이?
그러니까 영어를 못해서 뭘 못하겠다는 핑계나 대고 있을거면 그만 끝내라구!
그래서 이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