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둑 2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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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구름.
누군가에게 어떻게 하늘 한 조각을 줄 수 있을까?
2월 말, 리젤은 뮌헨 거리에 서서 커다란 구름 하나가 하얀 괴물처럼 산들을 넘어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구름은 산을 올라갔다. 해가 가려졌다. 해 대신 심장이 잿빛인 하얀 짐승이 도시를 굽어보았다.
"저것 좀 보실래요?" 리젤이 아빠에게 말했다.
한스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그걸 막스한테 주렴, 리젤. 저걸 침대 옆 탁자에 갖다놓을 수 있는지 봐라. 다른 것들처럼 말이야."
리젤은 미친 사람을 보듯이 아빠를 보았다. "하지만 어떻게요?"
아빠는 리젤의 머리를 주먹으로 가볍게 치면서 말했다. "기억 속에 넣어둬. 그랬다가 막스를 위해 쓰면 되잖아."

"......크고 하얀 짐승 같았어요." 리젤은 다음에 침대맡에서 막스를 지킬 때 말했다. "산을 넘어왔어요."
몇 번 이런저런 조정을 하고 첨가를 하여 문장을 완성하자 리젤은 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리젤은 그 광경이 자신의 손에서 담요를 통해 그의 손으로 넘어가는 상상을 했다. 리젤은 그것을 종잇조각에 적은 다음, 돌로 눌러놓았다.
- 마커스 주삭 《책도둑2》에서


 
 

살아있는 말을 만난다.
살아서 숨쉬고, 걷고, 뛰고, 날고, 노래하고, 숨고, 갇혀있다가 뛰쳐나오고, 그냥 죽어버리고, 다시 살아나고, 겨우 살아나는 그런 말, 말, 말!

마커스 주삭은 천재다. 천재라야 한다. 그래야 내가 그를 제쳐두고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으니까. 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러나 사랑하는 꼭 그만큼 배신하고싶은 책도둑이여, 마커스주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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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린다 스펜스 지음, 황지현 옮김 / 고즈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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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필요해〕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깔깔대고 웃으면서 보지만 한편 덜컹~ 마음이 내려앉을 때도 있는 그런 이야기. 이거이거 장난 아닌데? 이런 개그가 인기를 얻고 오래가는걸보면 정말 대화가 필요한 가족이 많은가봐? 그치? 피식- 거 뭐 딴 데서 찾을거 있나? 저거 딱 우리집 얘기네 뭐. 크크크크

딸-딸-딸-아들
세 딸 중에 그래도 하나쯤은 애교가 많거나, 하나쯤은 수다스럽거나, 하나쯤은 곰살맞거나 그럴만도 한데, 어째 우리집은 여자들이 하나같이 무.뚝.뚝. 거기다 막내 아들까지 어찌나 말을 아끼시는지. 침묵은 금이라고? 흥! 절대 찬성 못하지. 침묵이 금이라면 지금 나는 황금대궐에 살고있어야 정상일껄! 껄껄. 헌데 뭐야. 우리집은 썰렁썰렁 썰렁하다못해 가끔은 오싹한 느낌마저 드는게 완전 얼음궁전이쟎아. 으으으. 우리집은 정말 대화가 필요해.

그래도 요즘은 좀 낫지. 언니와 동생이 결혼을 해서 애들을 낳아놓으니까 다같이 모이면 떠들석~ 사람사는 집 같아. 언니는 결혼을 일찍 해서 큰 애가 벌써 열여덟살. 어엿한 나의 말상대가 되어주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새삼 언니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생기는군.

눈이 내린다. 그러고보니 언니의 첫 딸 인혜가 태어나던 날도 눈이 내렸어. 1990년 1월, 꼭 오늘처럼 포근포근 눈이 내리는 날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태어난 아이 인혜. 언니에게는 첫 아이이고 나에겐 첫 조카, 엄마 아빠께는 첫 손녀로군. 이렇게 쓰고보니 인혜에게는 뭐든 '처음'이라는 의미가 아주 크구나.

인혜가 무얼 하기만 하면 뭐든 처음이 된다. 처음이란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책임도 큰 자리. 자칫 조심스러운 성격이 되기 쉬운데 다행히 인혜는 느긋하고 밝은 아이다. 웃음소리가 크고 마음이 따뜻한 인혜. 누구와도 거리낌없이 말하고 사귈 수 있는 귀한 천성을 잘 간직하고 열여덟살이 되었다. 복덩어리 인혜. 조카인데도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부모인 언니는 얼마나 좋을까. 나를 세 명의 아이들의 이모로 만들어준 언니와 동생이 고맙기도 하고 또 솔직히 조금은 샘도 나는군.  

언니네 식구, 동생네 식구. 이번 주말엔 다 우리집으로 불러서 만두라도 해먹어야겠다. 만두라면 모두들 사족을 못쓰니까. 크크. 만두 빚으면서 엄마한테 옛날 얘기도 듣고 언니랑 동생들한테두 추억얘기 좀 떠들어보라고 해야지.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책은 누구한테 줄까? 아무래도 언니가 낫겠지? 언니가 나보다 4년이나 더 살았고, 언니야말로 책 한권으로는 어림도 없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으니까. 아마 할 말이 많을꺼야. 그래. 나한테두 맨날 자기 얘기로 책 좀 써보라고 주문을 해대쟎아. 그렇게 할 말 많으면 자기가 할 일이지. 내가 써봐야 자기 흉만볼텐데 뭐.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이 책은 정말 딱이야. 딱! 딱 나를 위해 나온 책이라구! 어쩜 시간도 이렇게 딱 맞춰서 내 앞에 온 것인지! 이렇게 호들갑 떨어놓구 결과가 없으면 안되겠지! 걱정 없다. 결과가 없을래야 없을수가 없는책. 한 번 걸려들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촘촘한 거미줄처럼 그렇게 치밀한 질문 질문 질문.
엄마에게 하나 해봤다. 

나:   엄마! 엄마는 어릴 때 꿈이 뭐였어? 
엄마: 뭐?
나:   꿈! 엄마는 꿈 없었어?
엄마: (황당하다는 표정뿐)
나:   아 왜 엄마 옛날에 미용기술두 배우구 그랬다며!
엄마: 꿈은 무슨. 그거야 결혼하기 전이니까. 결혼하구는 그냥 살았지.
나:   엄마는 아빠랑 연애결혼했지? 아빠가 엄마 쫓아다닌거야?
엄마: 그때는 뭐 나두 아빠를 좋아했지.
언니: 아빠가 청년회장하구 노래자랑 사회 볼 때? 그 때?
엄마: 그래. 거기 나가서 노래하구 상으루 쌀두 받구 그랬어. 니 아빠가 나를 좋아하니까 심사위원한테 힘을 쓴거지. 그때는 나두 노래를 잘 했어. 옛날노래는 잘 했다구. 그때는 한번만 들으면 다 따라하구 외워서 했는데.
나:    무슨 노래 불렀어? 기억나?
엄마: 그거 그거 ♪목숨보다 귀한 사랑인데 창살없는 감옥인가 만날길없네~ 박재란이 부른거. 기억나지 기억나. 1절은 다 기억나. ♪목숨보다 귀한 사랑이건만 창살없는 감옥인가..♪♪
 

아주 신났군. 엄마하구 남 얘기, 돈 얘기, 병원 얘기 빼구는 할 얘기가 없다구 우울해죽겠다구 했는데 말이야. 아 글쎄 살다보니 내가 엄마하구 이렇게 다정한 대화를 나눌 때두 다 있구나 그래! 흑흑 감격에 겨워 눈물이 다 날려구 하네 그래. 맞다 맞어. 이런게 정말 가족 아이가? 엉? 그렇제? 맞제? 엄마! 나 엄마 딸 맞제? 다리 밑에서 줏어온거 아니제?
(이건 또 뭐꼬? 니 바보가?)
그게 아니고 내캉 시방 느~무 좋아가~
(하이고야. 두 번 좋았다간 무신 영화찍는줄 알고 사람들 몰리겄다.) 킁! 몰리믄 좀 으떻노. 그라믄 울 엄마 노래나 한 가락 뽑으라카지 머.
(으이그. 또 특기 나오나? 삼.천.포! 삼천포 많이 댕겨왔다안하나. 인자 그만 제자리!)
오예~

그나저나 내 호들갑이 좀처럼 사그라들지를 않는군.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이 책에 대한 확실한 리뷰라면 그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나의 자서전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리뷰를 마친다해도 그것으로 진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거지. 엄마에게 물어볼게 너무너무 많다. 하나도 빼먹지 말고 다 답을 들어야지.

엄마 나는 태몽이 뭐야? 언니 태몽은? 정미는? 창환이는? 아빠는 젊을때 속 안썩였어? 돈 잘 벌어줬어? 아빠랑 어디어디 가봤어? 제일 기억나는데는 어디야? 옛날에 어디서 데이트했어? 외할머니는 엄마한테 어떤 엄마였어? 엄마는 이모들 삼촌들 중에 누구랑 친했어? 아빠랑 결혼할 때 주례는 누가 섰어? 엄마는 많이 아픈적은 없었어? 엄마는 아빠한테 무슨 선물 받아봤어? 아빠 말고 다른 사람은 좋아한 적 없어? 아빠가 살았으면 지금쯤 뭘 하고계실까? 기타등등 기타등등 (한도 끝도 없네~ 아주 행복해.)

책에 나온 질문은 먼저 엄마에게 다 해봐야지. 엄마와 나는 대화가 필요하다. 절실하게. 이렇게 절실한데 왜 그렇게 용기를 내지 못했는지?

뭐 좋다.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이것으로 우선 엄마의 자서전을 쓰는 거다. 엄마의 자서전이 완성될때까지 나는 대필작가가 되는 거고. 얼마나 좋은가. 엄마랑 대화도 하고, 기록까지 할 수 있으니. 엄마도 좋을 것이다. 분명. 내가 옛날 얘기를 물어보는 게 귀챦지만은 않은거야. 노래자랑 얘기 할때는 꼭 그 때로 돌아간듯 아련한 표정을 짓는 엄마. 엄마도 옛날 얘기하면서 속풀이 꽤나 하실 수 있겠지. 엄마 이야기를 통해서 새롭게 등장할 나를 비롯하여 엄마, 아빠, 언니, 동생들, 조카들, 형부, 제부,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고모, 사촌, 이웃에 팔촌 아줌마 아저씨들! 기대됩니다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이 책은 대화가 필요한 가족에게 특별히 유용한 책이다. 그래서 나에게 딱 알맞는 책이고. 그런데 대화가 필요없는 가족도 있나? 그만큼 사정거리가 넓은 책이라는 말이겠지. 작가는 돈 많이 벌었을 것이다. 부디 그 돈으로 좋은 일도 많이 하기를.~ 아무튼 이 글을 읽는 사람 대부분 이 책이 필요하다. 책 내용은 묻지 마시라. 그냥 사서 읽어보시라. 질문에 답하다보면 (물론 답은 글로 써야지!) 어느새 당신만의 책이 한 권 나올테니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이 책을 읽고 책값이 아깝다고 느끼는 사람은 딱 두 부류 뿐일 것이다. 사랑을 모르는 부류 하나, 한글을 모르는 부류 하나. 지금 내가 한 말은 전혀 호들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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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노미 - 웹 2.0과 플랫폼 경제학
김태우 지음 / 한빛미디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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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태우's log - web2.0 and beyond : http://twlog.net

이 한 줄로 리뷰는 충분합니다.
책을 쓴 김태우씨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주소지요.
2004년 9월 14일부터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저자의 블로그를 방문해보는 것만큼 더 생생한 리뷰가 어디있겠습니까? 리뷰를 쓰기 싫어서가 아니라요 사실 안그렇습니까?

리뷰는 온라인에 올리는 것이고, 리뷰를 읽는 분은 온라인에 접속중인 분이고, 그렇다면 그거 뭐 돈 드는 일도 아닌데 책을 쓴 사람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직접 가보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직접 가서 보면 책을 읽을지 말지, 이 사람 얘기에 관심이 생기는지 안생기는지 스스로 더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데 아 뭐하러 생판 처음보는 사람이 쓴 리뷰를 읽으면서 시간낭비를 하시냐는 겁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책은 하룻밤에 다 읽었는데, 리뷰를 어떻게 쓸지는 사흘을 머리를 굴려봐도 가닥이 잡히질 않았습니다. "리뷰를 어떻게 쓸까?" 라는 질문을 넣고 머리를 한바퀴 돌리면 "리뷰? 블로그나 한 번 가보면 될껄~" 이라는 답이 나왔고, "자! 그래도 책을 다 읽었으니까 뭐라도 할 말이 있을거 아냐, 리뷰를 어떻게 쓸까?" 라고 몇 번을 물어봐도 답은 "블로그에 가서 보면 되쟎아!"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직도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이 있는겁니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미코노미』라는 책이 읽어볼만한지 책을 읽어본 사람들이 추천을 하는지 마는지 그런게 궁금해서 오신분이라면, 그냥 김태우씨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에 한 번 가보세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주소요? 다시 한번 알려드릴께요. 

『미코노미』의 저자 김태우씨가 직접 운영하는,
태우's log - web2.0 and beyond : http://twlog.net

*

자 그럼 지금부터 저는 마음놓고 제멋대로 리뷰를 쓰겠습니다. 
2008년 1월 16일. 오늘의 일기 대신 쓰는 리뷰입니다. 그래서 제멋대로 말 놓습니다. 야자타임 스타트! 

*

나흘째 엄마한테 문자보내기를 가르쳐드렸다. 
나이 드신 분들의 특징중 하나는 어지간하면 그냥 살아온대로 살아가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은 매우 드물다. 

엄마 나이 올해 67세. 한글을 읽을 수 있지만 쓰기는 서툴다. 9남매 중에서 가장 맏이로 태어난 엄마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동생을 돌보고 가사를 돕느라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동생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자 동생보다 뒤쳐지는게 싫어서 어찌어찌 한글을 배우기는 했는데 정식으로 배우지 못해서 그나마 쓰기는 잘 못하는 것이다.

사실 한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엄마가 휴대폰 문자를 보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받는것만 해도 다행인데 문자라니. 

엄마는 아직도 내가 컴퓨터로 노래를 듣고 요리 방법을 찾아보고 옷을 사는 것을 보면 아이처럼 신기하고 놀란 눈을 뜨고 '참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분이다.

그런데 어느날 엄마 휴대폰에 '할머니 사랑해요'라는 메세지가 왔다. 다섯살짜리 손녀딸 연서가 보낸것이다. 요즘 엄마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존재. 연서. 네 살에 벌써 한글을 읽더니만 지금은 받침하나 틀림없이 한글을 다 쓴다. 고사리 손으로 한글을 쓰는 것만해도 신기해서 보고 또 보고 감탄을 하는데, 그 꼬맹이가 직접 문자를 써서 보냈다니! 엄마는 감탄이라기보다는 그보다 더한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날부터다. 엄마는 꼬박 일주일을 슬픔에 가득찬 표정으로 지냈다. 밥을 먹어도 기운을 못내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서도 줄곧 딴생각만 하는 엄마. 하도 그러길래 안그래도 뭔 일인가 물어보려던 참이었다. 지난 일요일 밤, 자러 방으로 들어가는 나를 불러 세우는 엄마. 쇼파에 앉혀놓고 딱 한마디를 하셨다.

"문자 어떻게 보내는 거니?" 

이 말 한마디를 던지고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엄마.

"문자? 왜? 엄마 문자 배우게? 그거 좀 복잡한데.. 그냥 할 말 있으면 전화루 해. 요샌 통화료두 많이 내려가서 괜챦어."

그랬더니 그게 아니란다. 연서가 그러더라는 거다. 할머니! 저 인제 문자 보낼줄 알아요. 그거 엄마 휴대폰으로 제가 보낸거예요. 근데 할머니 왜 답장 안해요? 라고. 그래서 할머니는 문자 보낼줄 모른다고 했더니 연서 왈, 할머니는 어른인데 왜 아직도 문자도 못보내요? 그럼 우리집에 오면 내가 가르쳐줄께요 라고 했다고, 다섯살짜리 꼬맹이두 하는데 나두 배워야겠다고, 손녀딸한테 챙피해서 살겠냐고...

이리하여 내가 엄마에게 문자보내는 방법 알려드리기라는 막중한 사명을 받게 된 것이다. 오늘로 꼭 나흘째. 막연했지만 시작하고보니 길이 열렸다. 쉽진 않았지만^^ 

엄마한테 문자보내는 방법을 알려드리기 위해서는 한글이 자음과 모음으로 만들어지는 글자라는 설명부터 드렸어야 했는데 엄마는 끝끝내 자음과 모음의 차이를 이해하지는 못하셨다. 이해하지 못했다기보다는 이해하고싶지 않으신 모양이었지만. (누가 그런거 가르쳐달랬냐? 문자 어떻게 보내는거냐고 물어보는데 뭔 딴 소리야? 라는 표정만 짓는 엄마.)

기역 니은 디귿 아 야 어 여는 아신다. 그런데 자음과 모음이 합해서 한 글자가 나온다는 것, 받침으로는 자음만 쓴다는 것을 설명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그리고 자음 'ㅎ'을 만들기 위해 'ㅇ'을 누르고 획추가를 하라는 것을 아무리 설명을 해드려도 'ㅇ'누르고 'ㅗ' 눌렀는데 'ㅎ'이 안되고 자꾸 '오'가 된다고 갑갑해하신다.

하지만 결국 엄마는 해냈다. 여전히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한글의 구조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획추가를 왜하는지 모르면서도 어쨌든 혼자서 문자보내기에 성공한 것이다.

[남이아얹오니]
[남이야언져오니]
[미영아부엇하니]
[연서야모하니]
[연서야재밌게놀구잇니]

이게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가 혼자 써서 보낸 문자다. 자음 모음이 뭔지 획추가를 왜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분이 어떻게 이런 문자를 보냈는지 그건 엄마 자신만이 아신다. 설명을 요구하면 아마 엄마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실것이다.

하긴 지금 이 순간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다섯살짜리 꼬맹이가 어떻게 문자 보내는 방법을 알아냈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도 그 꼬맹이한테 휴대폰 문자보내기 특강을 해준 적이 없는데 말이다.(이건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메카니즘은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나는 지난 몇 년간 세 명의 조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어른들이 그걸 이해하려 할때마다 아이들의 능력은 자꾸 줄어드는게 아닐까 라고 믿게 되었다.)    

아무튼,
엄마는, 소원대로 휴대폰 문자보내기를 할 수 있게 되셨고,
나는, "엄마 인제 문자 잘 보내네?" 했을때 엄마 입가에 피어나던 기쁨의 미소를 보았다.
그것으로 된거다. 그것으로 행복한거다. 

미코노미, 이제서야 책 이야기를 하겠다. 책을 쓴 김태우씨는 말한다. 

이 책의 독자들이 내가 미코노미를 연구하면서 새로운 것을 깨달았을때마다 느낀 희열을 느꼈으면 한다.
새로운 경제 이야기로 마음에 사명감이 활활 타오르고 식어버린 열정이 되살아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사람답게 볼 수 있는 따스한 시선을 되찾기 바란다. -저자 서문


자음이 뭔지 모음이 뭔지도 모르지만 한글을 읽고 쓰는 엄마처럼,
나는 오픈소스데이타베이스? SNS? RSS? 그런 거 다 모르면서 태연작약 웹2.0을 이용한다.

어떤 계기로든 누군가 김태우씨에게 웹2.0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면 김태우씨는 기쁠 것이다. 기꺼이 위에서 밝힌 바램을 담아서 열정적으로 웹2.0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것이고. 설명을 들은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나름대로 웹2.0을 이용해서 뭔가를 할 것이다. 해 낼 것이다. 

한글 원리따위 잘 모르지만 아무튼 휴대폰으로 문자보내기를 해내야만 하는 절실한 이유가 생겼던 나의 엄마처럼, 나는 웹2.0이 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것으로 앞으로 내가 원하는 그 무엇을 해낼 수 있으리라는 소망으로 책을 읽었다. 

아직은 어리둥절~ 기분은 그냥 그렇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저자의 바램 한가지는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경제 이야기로 마음에 사명감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명감? 살아있는 사람으로서의 사명감이다. 이게 좀 뜬구름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나에겐 아주 구체적인 일이다. 타인에게 관심을 주고 관심을 얻고 싶어하고 잘 먹고 잘 살고 싶어하는 의욕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명감!

내가 살았으니 책을 읽고, 글도 쓴다. 내가 살아있으니 취향이라는 것도 있고 제멋에 산다 할 때 나름대로 제멋도 가지고 있다. 내가 살아있으니 또 누구 없나? 뭐 재밌는 일 없나? 그러면서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다닌다. 

그런 사명을 동네에서만 하지 말고,
일터에서만 하지 말고,
한국말 통하는 사람하고만 하지 말고,
더 큰 무대에서 해보라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고 말해주는 책. 미코노미!

씨익-
책을 덮으며 가만히 내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알아본 사람이 있으려나?  
^ㅡ^ 

 

-에필로그-

책에 참 좋은 말이 많이 나온다.
참여, 공유, 개방, 투명성, 단순성, 창의성, 신뢰, 열정, 믿음, 사람, 대화. . .
그런 좋은 말들이 실제로 적용된(그렇다고 볼 수 있는) 사례도 많이 나온다.
달롱넷, 룰루, 재즐, 엣치, 플리커, 오마이뉴스, 트렌드왓칭, 조나단블로그, 레드핀, 구글, 셀라밴드, 태우's블로그, 바이미. . .

엥? 내가 자주 가는 사이트는 하나도 없네?
거의다 외국말로 된 사이트,  
오마이뉴스는 원래 뉴스를 찾아다니면서 보는 편이 아니고,
달롱넷이나 태우's블로그, 바이미는 이 책에서 처음 본 거고,
그러니 책 다 읽고 나서 그냥 어리둥절이지.ㅋㅋ

하지만 흥미로운 곳이 꽤 있네. 특히 룰루, 재즐, 엣치, 플리커, 트렌드왓칭, 레드핀, 셀라밴드, 태우's블롤그, 바이미. . .  뭐야 거의 다 쟎아! 크흐

그러고보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급해지는 건 역시 영어다. 아- 아- 아- 영어를 한글처럼 읽고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룰루에 가서 내 책을 출판해서 전 세계 사람들한테 팔 수 있을텐데!

아니 아니 아니지! 그건 핑계지! 
한글 영어 둘 다 잘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냐고! 
영어로 책을 내고 싶은데 영어를 못한다면?
우선 한글로 책을 써. 그리고 번역을 부탁해.
그래서 영어로 책을 내!
오케이?
그러니까 영어를 못해서 뭘 못하겠다는 핑계나 대고 있을거면 그만 끝내라구!
그래서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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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뷰] 미코노미
    from bizbook-Think Different !! 2008-01-21 11:04 
    Me와 Ecomomy의 합성어로 개인이 중심이 된 경제학에 대한 책입니다.저자인 김태우 씨는 Web 2.0의 시대에서 전업블로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태우's log (web 2.0 and beyond : http://twlog.net )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NCsoft의 오픈마루 홈페이지에서 알게되었는데, 기업이나 개인의 후원으로 Web 2.0 컨퍼런스를 참여한 사람으로도 유명합니다.(예전에 ASP 쪽 책으로 유명한 태요?? 라는 분과 혼동..
 
 
 
이태준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4
이태준 지음 / 돌베개 / 2003년 11월
품절


■ 명제

아내가 아이를 가지면 딸일는지 아들일는지는 아직 모르면서도 두 경우를 다 가정하고 미리부터 이름을 지어 보는 것은 한 아비 되는 이의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작품에 있어서도 그렇다. 상想이 정리되기 전부터 떠오르는 것이 표제요 또 표제부터 정하는 것이 광막한 상의 세계에 한 윤곽을 긋는 것이 되기도 한다. 새하얀 원고지 위에 표제를 쓰는 즐거움, 그것은 훌륭한 회화繪畵가 아닐 수 없다. 나중에 고치기는 할지언정 나는 번번이 표제부터 써놓곤 한다. 표제를 정하는 데 별로 표준은 없다. 콩트의 것은 경쾌하게, 신문 소설의 것은 신선하고 화려하고 발음이 좋게 붙이는 것쯤은 표준어라기보다 자연스런 일이요 단편에 있어서는 다만 내용을 솔직하게 대명시키는 데 충실할 뿐이다.

-58쪽

■ 구상

동양 소설에서는 삼국지류의 무용전武勇傳이기 전에는 서양에서처럼 고층 건축과 같은 입체적 설계는 어렵다. 생활 형식이 저들은 동적인데 우리는 정적이요 저들은 입체적인데 우리는 평면적이다. 점잖은 인물이면 저들과 같이 결투를 청하거나 경마나 골프를 하지 않고 정자에 누워 반성하고 낚시질이나 바둑을 둔다. 이렇게 조용한 인물과 생활을 가지고 변화를 부린댔자 작자의 뒤스럭만 보이기가 십상팔구다. 왜 사소설이 많으냐? "이것은 작자들의 무기력이다." 이렇게 단정하는 것은 그 자신 역시 약간의 부족이다. 동양화에서 입체감을 찾는 소리나 비슷하다. 구상, 이것은 동양 소설가들이 받는 최대의 고통일 것이다.


(크크크.. 이태준 작가는 아무리봐도 내 스타일이다.
자기합리 천재재능! 그게 정신건강에는 짱 좋다.)
-59쪽

■ 인물

내가 만드는 인물이라 내 마음대로 부릴 수 있으려니 했다가 몇 번 실패하였다. 얼굴이 생기고 말씨가 나와 버리어 한번 성격이 결정만 되면 천하 없는 작가라도 그 인물에게 끌려 나가든지 그 인물을 잡아 버리든지 두 가지 길밖에 없을 것이다. 사건의 발전을 봐서는 꼭 필요한 행동인데 인물이 듣지 않는 경우가 여간 많지 않다. 사건은 완성시키지 못할지언정 인물을 어절 수 없는 것이다. 작자가 예상한 사건을 원만히 행동해 주는 인물,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복안腹案*을 오래 끄는 시간 여유가 제일이라 생각한다.

*복안腹案: 마음 속에 간직하고 아직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생각
-59쪽

■ 사상

문예 작품에서는 사상보다는 먼저 감정이다. 사상으로 명문화하기 이전의 사상, 즉 사고를 거친 감정이라야 할 것이다. 흔히 작품의 생경*성은 이미 상식화한 사상을 집어넣는 데 있다. 그러므로 사상가의 소설일수록 너무 윤리적이 되고 만다. 그런 작품은 아무리 대가의 것이라도 철학의 삽화 격이어서 문학으로는 귀빈실에 참렬*하지 못할 것이다.


(생경.. 참렬.. 옛말과 지금 말은 정말 많이 다르군.)
-60쪽

■ 제재

잡기장이 책상에 하나, 가방에나 포켓에 하나, 서너 개 된다. 전차에서나 길에서나 소설의 한 단어, 한 구절, 한 사건의 일부분이 될 만한 것이면 모두 적어 둔다. 사진도 소설에 나올 만한 풍경이나 인물이면 오려 둔다. 참고뿐 아니라 직접 제재로 쓰이는 수가 많다. 나는 사건보다 인물을 쓰기에 좀더 노력하는데 사진에서 오려진 인물로도 몇 가지 쓴 것이 있다. 제재에 제일 괴로운 것은, 나뿐이 아니겠지만, 가장 기민하게, 가장 힘들여 취급해야 할 것일수록 모두 타산지석으로 내던져야 하는 사정이다.

-60쪽

■ 문장

'내 문장'을 쓰기보다는 될 수만 있으면 '그 작품의 문장'을 써 보고 싶다. 우선은 '그 장면의 문장'부터 써 보려 한다.

-61쪽

■ 퇴고

소설만으로 전업을 못 삼는 것은 슬픈 일이다. 충분히 퇴고할 시간을 얻지 못한다. 이것은 시간에만 미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의 문제가 될 것도 물론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으로 책임을 피하자는 것은 아니다.
아마 조선 문단 전체로도 이대로 3년이면 3년을 나가는 것보다는 지금의 작품만 가지고라도 3년 동안 퇴고를 해놓는다면 그냥 나간 3년보다 훨씬 수준 높은 문단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음.. 한 편으로는 수긍. 다른 한 편으로는 갸우뚱.)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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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4
이태준 지음 / 돌베개 / 2003년 11월
품절


남의 글처럼 내 글이 쉬웠으면,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자기가 쓴 것은 동사 같은 뚜렷한 말에서도 그 잘못된 것을 얼른 집어내지 못하면서 남의 글에서는 부사 하나 덜 된 것이라도 이내 눈에 걸리어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남의 눈에 든 티는 보면서 어찌하여 네 눈에 든 대들보는 보지 못하느냐?"
한 예수의 말씀은 문장도에 있어서도 좋은 교훈이다.
자식처럼, 글도 제게서 난 것은 애정에 눈이 어리기 때문인가? "여기가 잘못되었소" 하면 그 말을 고맙게 들으려고는 하면서도 먼저는 불쾌한 것이 사실이요 고맙게 여기는 것은 나중에 교양의 힘으로 디는 예의였다. 내 글이되 남의 글처럼 뚝 떨어져 보는 속, 그 속이 진작부터 필요한 줄은 알면서도 그게 그렇게 쉽게 내 속에 들어서 주지 않는다. 문장 공부도 구도의 정신에서만 성취될 것인가 보다. -55쪽

오늘도 작문 40통을 앞에 놓을 때, 불현듯 도화 교원圖畵敎員이 부러운 생각이 났다. 도화라면 백 장인들 꼲기* 얼마나 쉬우랴! 이것은, 그 자질구레한 글자를, 그렇게도 아낄 줄 모르고 많이만 늘어놓은 글자들을 한 자도 빼놓지 않고 발음을 해봐야 한다. 음미해야 하고 또 다른 것과 비교해야 한다. 도화나 작문이나 다 보아야 하는 의무는 마찬가지지만, 도화를 꼲는 것은 미용美容의 심사요, 작문을 꼲는 것은 신체 검사라 할까. 얼른 들떠 놓고 한 눈으로 보고는 어떻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작문이다. (*꼲다: 잘잘못을 따져 평가하다.)

이 점에 있어 그림은 글보다 언제나 편리하다. 미술은 전람회장에 들어서면 두 시간 내지 서너 시간에 수백 명의 작품을 완전히 감상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문학은 『전쟁과 평화』같은 것은 그 하나만 가지고도 여러 주야를 씨름해야 한다.
그런 글, 그런 문학이면서도 이 스피드 시대에 그냥 엄연한 존재를 갖는 것은 이상스러울 만한 일이 아닌가.

더구나 작문에 있어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가장 불유쾌한 의무다. 그냥 "여기가 좋소" 그냥 "여기는 이렇게 고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투로만 보아 나간다면 좋겠는데 -56쪽

교무상 채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과학에서와 같이 공식적인 해답을 쓰고 못 쓴 것이라면 한 문제에 몇 점씩으로 해서 그야말로 과학적인 정확한 채점이 될 수 있지만 글은 그런 계산적인 채점 표준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90점을 주면서도 이것은 어째서 90점에 해당한다는 논리적인 선언은 할 수 없다. 대체大體*가 감정 속에서 처리되는 것이므로 작문 점수란 영원히 부정확한 가점수일 것이다. (*대체: 기본적인 큰 줄거리)

낮은 점수를 받는 학생의 불유쾌는 물론의 것이려니와 야박스럽지만 더 잘 쓴 여러 층의 사람들이 위에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낮은 점수를 매겨야 하는 교사도 결코 유쾌할 수 없는 일이다. 점수가 적은 것을 들고 그 학생을 부를 적에는 남에게 변변치 못한 음식을 줄 때와 같이 손이 잘 나가지 않는 것을 학생들은 아마 몰라줄 것이다.
재능이든 선악이든 남을 전형銓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요 또 좋은 업이 아닐 듯 싶다. 더욱 남에게
"너는 종신 징역에 처한다."
"너는 사형에 처한다."
하는 분들은 그 자신들부터 얼마나 신산辛酸할 것인가!
-56-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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