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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자이너 문화사 - 교양과 문화로 읽는 여성 성기의 모든 것
옐토 드렌스 지음, 김명남 옮김 / 동아시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4세기 독일에는 수도사의 징벌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한 젊은 수도사가 숙련된 여성에 이끌려 정욕의 세계에 입문한다.
그런데 수도사가 서툴기 때문에 여성이 상위를 차지한다.
다음날 아침, 걱정된 수도사는 시종에게 상담한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밤을 보내면 가끔 아기가 태어난다고 들었네.
그러니 거짓 없이 말해주게, 둘 중 누가 아기를 배는 것인가?'
'다 말씀드립지요.' 시종이 답했다. '아래에 있는 사람이랍니다.'
'큰일이구만.' 수도사는 자신이 얼마나 큰 불행에 처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그는 중얼거렸다. '아, 어쩌면 좋을까? 이 무슨 재앙인가! 내가 아래에
있었으니, 내가 아기를 배게 되겠구나! 명예를 잃겠구나!
수도원장이 눈치 채면 나는 어떻게 하나? 형제 수도사들이 나를 내쫓겠지.
그들의 경멸을 받느니 죽는 게 낫겠구나.'
-<버자이너 문화사> '7장. 생식에 관하여' 中
뭐 이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의 성 관련 지식이 얼마나 얕은 수준인지 비로서
느낀다. 반면, 책을 읽고, 그 수준이 얼만큼이라도 깊어졌다고 해서 지금 내 생활
에서 얼마나 큰 변화를 도모할 수 있으랴, 생각하니 다소 허탈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사흘동안, 나는 전혀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는데,
첫 날, '1장 여성성에 대하여', '2장 알맞은 용어를 찾아서', '3장 여성 성기의
구조' 까지 읽었는데, (이 책은 총 14장으로 되어있다.) 이런 주제의 책을 읽는다는
자체가 왠지 불편하고, 과연 이 여행이 내게 의미가 있을까? 의심스럽기도 했다.
둘째 날부터는, 책을 읽는 태도가 좀 변하기 시작하는데,
이유는, 4장 생리학 내용이, 내가 초경을 시작한 이후 겪어왔던 성 관련 경험과
고민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경험을 직접 대입시킬 수 있는 내용
들이 나오니 자연스럽게 적극적인 자세가 되고, 나머지는 줄곧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성’을 매개로한, 인문학 강의를 듣는 느낌이다.
성경을 읽으면서 ‘할례’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된 나는, 그것을 유대인들의
풍습 정도로 알고 있었고, 남동생이 어릴적에 포경수술을 하고 왔던 날에도,
그건 그냥 남자가 되기위해 필요한 통과의례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갔는데,
여자에게도 ‘할례’를 시행하는 나라가 있고, 어떻게 시행되었는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런 내용이 자세하게 나온 9장을 읽으면서는,
그런 풍습을 가진 곳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감사하기도 했다.
전체적인 느낌은 그렇고, 실제로, 내가 가장 집중해서 읽은 부분은,
‘7장. 생식에 관하여’다. 이 곳에서 나의 개인적인 고민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인데, (고민을 공개할 수는 없다. 진짜진짜 개인적인 고민이라서
ㅜ.ㅜ;;) 아쉽게도 책을 통해서는 고민 해결이 어려웠다.
책의 분량으로 볼 때, 방대한 내용을 담은듯하지만, 모든걸 담지는 못했다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관련한 책이 2권, 3권, 시리즈로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된다.
원래 ‘인용’을 많이 하며 리뷰를 쓰는데, 오늘은 예외다.
기능적으로 보자면, 이 책은, 성에 관련하여, ‘여성성’에 초점을 맞춘 ‘백과사전’ 같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은 두고두고 궁금할 때 펼쳐보는 책이지 않는가. 지금 당장은 이
책을 통하여 실생활에 변화를 도모할 무엇이 없지만,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나 계속
된다면 나의 인생은 또 무슨 의미가 있겠나!) 조만간 나에게도 이 책을 참고하여야 할
그런 일이 발생하기를 바랄 뿐이다.
또한, 이 책과 같은, ‘남성성’에 관한 책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