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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어휘 - 모호한 감정을 선명하게 밝혀 내 삶을 살게 해주는 말 공부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6월
평점 :
(5p.)작가의 말
마음이 길을 잃고는 한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
딱 내 마음이다. 올해 내내,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노래가 내 입에서 마를 날이 없다. '비라도 우울히 내려버리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인데, 비가 안 와도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햇빛 쨍쨍한 날에도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바람 부는 날에도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날씨에 상관 없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정말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먹고 싶은 것도 없고, 가고 싶은 데도 없고, 보고 싶은 사람도 없어,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하아얀 겨울에 떠나요~ 노래를 부르며 『감정 어휘』유선경 작가의 말을 읽었다.
(5p.)우리는 오랫동안 '감정'을 깊숙이 파묻고 '이성'이라는 널빤지로 못을 쳐놓고 살았다.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버려야 한다고까지 세뇌 받았다. 감정은 숨기고 다스리고 제어해야 할 작은 악마 같은 취급을 받았다.
맞다. '감정'은 숨기고 다스리고 제어해야 할 작은 악마 같은 취급을 받았다. 정확하다. '악감정'이란 말은 많이 써도 '착한 감정'이라는 말은 없다. "감정적으로 그러지 말고 좋은 말로 합시다."라든지, "왜 일하는데 감정을 섞고 그래?"라든지, "넌 왜 그렇게 매사에 감정적으로 그러냐? 그래가지고 무슨 일을 하겠냐?"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딱딱하게 그러지 말고 솔직하게 감정을 터놓고 얘기해봅시다."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감정을 드러내면 대개는 누군가 나서서 말리기 일쑤다. 가족들 사이에도 점점 할 말이 없어진다. 누구 하나 몸이 아파도 "병원 가 봐.", "약 먹어." 그런 말부터 나온다. 아파서 힘들고 더 많이 아플까봐 무섭고 그런 날에 이런 일기를 썼다. '병원 가기도 싫고 아프기도 싫다. 약 먹기도 싫고 아프기도 싫다. 죽기도 싫고 살기도 싫으니 마음은 벌써 다 죽어버렸나?'
죽긴 왜 죽어, 그러다가도 살기가 싫다. 먹고 싶은 게 없을 때 이상하다. 비참하다. 가고 싶은 데가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정말 외롭고, 보고 싶은 사람조차 생각나지 않을 땐 정말 무서웠다. 다행히 책은 읽고 싶었다. '책이라도 읽자' 했지만, 사실 책이 아니었으면 꼼짝 못하고 무서운 감정에 갇혀있었을 것이다. 지난 주에, 캐서린 길디너가 쓴 『생존자들』을 읽고 많이 울었다.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을 돌보지 않았는지, 내가 얼마나 나에 대해 모르는지 느꼈다. 아닌 게 아니라 상담을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역시나 이번에도 책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읽은 책이 『감정 어휘』다. 결론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번에 내가 도움 받은 부분은 '4장 촉감으로 신호를 보내는 감정'에서 '스트레스에 숨은 감정의 실체'를 설명하는 대목과 '모욕에 대한 감성이 부족하면 생기는 일'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가게를 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을 상대한다. 소위 말하는 '진상'에 대해 여느 자영업자 못지 않은 데이터를 쌓아왔다. 그걸로 책을 내라면 두껍게 한 권 쓸 수 있다. 그런 책을 누가 돈 주고 사서 읽겠나 싶어서 참고 있을 뿐이다. 나라면 공짜로 줘도 안 읽을 테니까. 그러나 나 자신을 위해서 내가 상대했던 그 모든 진상들에 대해,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에 대해 꼭 글로 써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마음에 앙금으로 굳어가는 감정들에 이름표를 붙여서 날려버리기 위해서다. 확실한 주제 '모욕, 수치심, 스트레스'에 대해여, 구체적인 소재 '내가 만난 진상들'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처음이고,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처음이다.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상담도 하고 약도 먹겠다. 아직 쓰기도 전인데 벌써 벗어나기 시작한 것을 느낀다. 『감정 어휘』를 꼼꼼히 읽은 덕분이다. 고맙다.
모욕을 당한다고 자신이 본질이나 실력이 깎이지 않고 추켜세운다고 올라가지 않는다. 나는 그대로 나이다. 기분만 날씨처럼 나빴다가 좋았다가 할 뿐이다. 그리고 그 기분은 곧 지나간다.(보름이 넘도록 지나가지 않으면 전문의의 상담과 처방이 필요하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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