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강화》, 이태준
˝언어는 철두철미 생활용품이다.˝
_구판 33쪽.
˝언어는 고요한 자리에 놓고 위하기만 하는 미술작품이 아니다. 일용잡화와 마찬가지의 생활용품으로 존재한다. 눈만 뜨면 불을 쓰듯, 물이나 비누를 쓰듯, 아니 그보다 더 절박하게 먼저 사용되는 것이 언어라 하겠다. 언어는 철두철미 생활용품이다. 그러므로 잡화나 마찬가지로 생활에 필요한 대로 언어는 생기고 변하고 없어지고 한다.
상쾌! 룩쌕에 가을을 지고
산천돌이하는 좋은 씨ㅡ즌
현대적 주말휴양을 위한 토요특집
이것은 1937년 가을 어느 토요일, 조선일보에 실린 산책지 특집기사의 제목이다. ‘룩쌕(rucksack)‘과 ‘씨즌(season)‘은 외래어다. ‘주말휴양‘이나 ‘토요특집‘도 한자어이긴 하나 전 시대에 없던 새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런 외래어나 한자어를 쓰지 않고는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것인가? 한번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길이 없기어든 가지야 못하리요마는 그 말미암을 땅이 어데며 본이 없기어든 말이야 못하리요마는, 그 말미암을 바가 무엇이뇨. 이러므로 감에는 반드시 길이 있고, 말에는 반드시 본이 있게 되는 것이로다. ㅡ김두봉의 《말본》에서]
외래어나 한자어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자연스럽지 못한 문장인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시험해보느라고 만든 것 같다. 더구나 그 《말본》의 본문에 들어가
[쓰임
ㅏ, 몸은 다른 씨 위에 쓰일 때가 있어도 뜻은 반드시 그 아래 어느 씀씨에만 매임
ㅓ, 짓골억과 빛갈억은 흔히 풀이로도 쓰임]
이런 문장이 나오는데 아무리 읽어봐도 무슨 암호로 쓴 것같이 보통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거의 저자 개인의 전용어란 느낌이 든다. 개인 전용어의 느끼을 주며라도 무슨 내용이든 다 써낼 수나 있을까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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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에서 쓸 때, 이미지를 넣으면 밑줄긋기가 안된다. 그럼에도 본문에다 이렇게나 길게 밑줄긋기를 해 놓는 이유는, ˝언어는 철두철미 생활용품이다.˝는 문장을 내 머리에 새기기 위해서!
※ 생활용품에 착안하여 출판사 이름을 하나 지었다. 마트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