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는 원래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가정을 위해 기도하고, 자녀를 위해 기도한다. 저번 주 금요일에도 똑같은 순서를 따랐는데, 나는 <1번> 나라를 위한 기도에서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으니. 사실 나도 내 코가 석 자다. 갈 길을 모르는, 갈 바를 알지 못하는 귀한 영혼이 우리 집에도 있다. 근데 나는 내 자식을 위해, 내 아들을 위해 기도할 수가 없다. 당최. 엄청난 패악질을 일삼던 1인이 계엄을 선포해 놓고는, 찬바람에 국민들 아스팔트에 앉게 한 것도 부족해,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이러는 형국이라서. 그래서 나는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데, 그다음 기도로 넘어갈 수가 없다. 찬찬히, 진지하게 나도 내 일상을 돌보고 싶다. 내 아들을 위한 기도를 올리고 싶다.

지난달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샀다. 크리스마스 카드 받아본 사람만 안다. 아! 크리스마스 카드구나~ 봉투를 열 때의 두근거림, 단정한 글씨. 따뜻한 인사와 전해지는 사랑. 받아본 사람만 안다. 그래서 결심을 했더란다. 나도 올해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야지. 카드를 샀다. 심사숙고했다. 내용과 글씨가 자신이 없으니까, 외모로 승부를 보자 해서 숙고를 거듭했다. 그러나 이놈의 패악질(현재로서는, 다 나라 탓입니다) 때문에 차분히 앉아 카드를 쓸 시간이 없었다. 고맙다는 말을, 올해 내내 고마웠다는 말을 결국 쓰지 못했다. 내년에는 꼭!을 3회 복창하였고. 올해 산 카드 내년에 보내도 되나요? 누군가에게인지 모르게 혼잣말로 물어본다.

근데 올해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많이도 만들었다. 1년 내내 너무 빡빡한 선생님 아니었나 싶어 1학년 아이들 공부 마치고 짬짬이 카드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넷에서 트리 이미지 찾아보고, 학습준비물실에서 검은 도화지랑 색종이, 별 스티커를 가져와서 이렇게 저렇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하트 만들어 달라 하면 검색해서 하트 접어주고, 흰색 바탕 카드 만들고 싶다고 하면 도화지를 접어 건네주었다. 그렇게 카드를,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었다.

우리 학교는 알라딘이 아니라 그래24를 애용한다. 거래 업체를 바꾸기에는 나는 너무 힘이 없... 아이들 선물로 줄 책을 샀다. 내 돈으로 산 거 아니지만, 내가 고른 책이라 흐믓하고. 무엇보다 책이 너무 이쁘다. 책은 자고로, 예뻐야 한다.



아기 예수님의 사랑과 평안이 알라딘 이웃님들 가정 가운데도 충만하시기를 바란다.

삶은 엉망이고, 꼬이고, 이상한 인간들을 종종 만나게도 되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그리고 내일만큼은 크리스마스의 기쁨으로 가득하게 되시기를 바란다.

내가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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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4-12-24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상한 인간들…… 나? 🙄

단발머리 2024-12-24 12:0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님은 귀여운 인간! 사랑스러운 인간!

유수 2024-12-24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꺄아 발구르게 되는 포인트가 너무 많은 페이퍼예요. 단발머리님께도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단발머리 2024-12-24 15:51   좋아요 1 | URL
ㅋㅋㅋ 그 포인트 중에 최고는 <해피버쓰데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란 원피스, 저도 필요하고요.
유수님과 유수님 가정도 깜찍하고 포근한 메리 크리스마스 되시길요!

독서괭 2024-12-24 16: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피버쓰데이 샀습니다! 아직 못 읽었지만요 ㅎㅎ 단발님이 가정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새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1. 무지의 즐거움/ 유대문화론 /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우치다의 책을 몇 권 읽었는지 모르겠어서 세어 봤다. 이 책까지 3권(찾아보니 4권)이기는 한데, 최근에 레비나스를 다룬 책도 한 권 대출해 두어서 그 책도 읽게 될 예정이다.

싱글맘의 독박육아와 싱글대디의 독박육아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친구(참고 사항:미혼)는 매우 흥분해서 설파했는데, 친구의 말이 대부분 맞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싱글대디로 12년을 주양육자로 살아간다는 건 엄청 힘든 일이라는 점을 꼭!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러운 지점은 12년을 주양육자로 살아낸 뒤에 자기 일을 찾았다는 것. 그게 제일 부럽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지 못하고, 나도 그렇다. 그 시간이 헛된 시간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일 수도.


<밀리의 서재> 구독이 끝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런 문장들을 캡처해 두었더랜다.



앎이라는 건 결국 내가 모르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안다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알아 가는 과정일 테고. '목적 없이 걷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목표를 정해두고 걸었을 때 동기부여도 쉽고 동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삶의 어느 순간에는 안다는 사실 보다 중요한 건 '이게 뭔지 모르겠다'는 사실 같기도 하고. 그럴 때도 멈추지 않고 '걷는 일'이 중요한 것 같기는 하다. 나는 잘 쉬는 사람이고 잘 멈추는 사람이기는 한데, 그래도 이 문장이 맘에 와닿는다. 오로지 길은 걷는 것만이 중요하다.











2. 한나 아렌트

바로 지금 읽어야 할 철학자는 한나 아렌트. 상부의 지시에 따라 착착 계엄 작전을 실행했던 방첩사, 수방사, 정보사, 경찰들의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더 거대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매일의 뉴스가 새롭고 놀랍고 공포스럽다. 금기어라 여겨지는 계엄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던 맥락. '북한 돌발 상황'에 출동 명령을 받은 줄 알았던 군인들이 자신들의 업무가 국회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을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져야 함을 확인했을 때의 감정. 그 머뭇거림.

한없이 냉정하게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려는 군인이 있었는가 하면, 부당하고 이해되지 않는 명령 앞에서 뒤로 물러서는 군인이 있었다. 윤가와 ㄱ용현의 닦달전화에도 현장 지휘관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들의 부하들을 밀어붙이지 않았다. 오래오래 생각하고 또 연구해 봐야 할 주제임이 분명하다.

이 책에서 높이 사고 싶은 부분은 '권위주의 체제', '폭정(독재)'와 '전체주의'를 비교한 부분이다. 아직 정확하게 그것들 사이를 구별하지 못하겠는데, 도표로 설명하니 훨씬 더 명확하게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을 찾아볼까 싶다.
















3.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겁 없이 두 쪽을 읽고, 내가 읽은 것이 맞는 것인가 놀라 다시 읽었다. 맞았다. 그래서 한 번 더 놀라고. 고통은 말할 수 없다, 혹은 누구든 다른 사람의 고통을 100% 이해할 수 없다,를 예상하면서 읽고 있는데, 글은 나를 전혀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크게 소리를 높이거나 앞뒤 가리지 않고 화를 내거나 이런 성정이 아니라서(그러기엔 나는 기 자체가 약하다. 다른 말로 에너지가 딸린다),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사춘기 시절이 살짝 떠오른다. 질풍노도라 왜 이름 붙였는지 알 수 있는 시절들. 언제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무난하게 그 시절을 보냈다고 기억하지만, 수직 낙하하는 감정의 동요, 잊고 싶은 말실수, 후회와 한탄, 부끄러운 기억들이 선명하게 소환된다. 읽기 어려운 책이라 한 챕터를 끝낸 후에 그만 읽을까,를 2번 정도 고민했다. 2번째 챕터를 읽고 있다.













4. 읽고 있어요

『미국 공산주의라는 로맨스』는 요즘 마리아 미즈님 덕분에 약간 밀린 형국이다. 비비언 고닉을 다 읽을 테다,의 나의 계획은 일단 2025년으로 미루기로 한다. 『마을과 세계』에서 이제 막 마리아는 여성 운동에 눈떴다. 곧 종교를 버리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펼쳐질 거라 궁금한 마음인데, 책을 학교에 두고 왔다. 얼른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지금은 내일이다)


『Nexus』는 영어라서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아 한글책으로 갈아탈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밤마다 읽는 책은 『야전과 영원』이다. 온 가족이 이 책을 알고 있는데, 책을 펴기만 하면 고개를 떨궈대니 들고 있던 책을 한 번은 큰애가, 한 번은 작은애가 빼앗아 갔다. 나름대로 조심했는데도 두꺼운 책인지라 밑부분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찢어졌다. 테이프로 붙이고 다시 독서대 위에 올려둔다.


고개는 자꾸 떨어지지만.... 읽고 있다. 읽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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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2-2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번 고쳤는데도, 처음 책 2권이 이미지로만 나오고 책이 안 담기네요. 북플에서가 아니고 서재에서 했는데도 왜 그런지 나는 잘 모르겠어요. 아시는 분, 있나요? 허허허.

2024-12-23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12-23 11:3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그렇게 ㅋㅋㅋㅋㅋㅋㅋㅋ 3번 해보았거든요. 지금 한 번만 더 해볼까 합니다.

다락방 2024-12-23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마리아 미즈 왜이렇게 좋죠? 저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더 연구하기 위해 각자 연구할 나라로 떠나는 장면에서 진짜 너무 짜릿해서요! 그렇게 다시, 마리아 미즈는 인도로 떠납니다. 다시!! 진짜 마리아 미즈 너무 좋아요 단발머리 님 ㅠㅠ 최고야 ㅠㅠ

단발머리 2024-12-23 12:43   좋아요 0 | URL
걸음걸음마다 박수갈채 쏟아집니다! 저도 마리아 미즈 너무 좋구요.
마리아 제일 먼저 좋아한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라는 거 좀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락방님 마리아 미즈 엄청 좋아하기를 제가 승인합니다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12-23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전과 영원은 그런 책이군요.... 수면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23 14:1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생긴 것도 두께도 내용도 모두 수면용이지요. 담주에는 수면용 독서를 풀어볼까 합니다. 여성의 향략, 죽음 ㅋㅋㅋㅋㅋㅋ 막 이런 것들인데... 재미있다는 함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12-23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넥서스 한글책은 잘 읽힙니다! 갈아타시죠 ㅎㅎㅎ
<야전과 영원>은 뭐길래 고개가 떨어지실까 하고 표지 확대해서 소개글 보고 납득했습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4-12-23 14:09   좋아요 1 | URL
넥서스 갈아타야겠네요. 일단 독서괭님 안내 따라가는 것이 정석이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전과 영원>, 꿀잠과 수면 공격, 고개 뚝!의 세계로 독서괭님을 초대합니다!!

공쟝쟝 2024-12-24 0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모 왜 왜 왜 뭐 뭐! ‘ㅇㅑ전과 영원‘ 읽으면서 한번도 졸아본 적 없는 자 올림 ㅋㅋㅋ

단발머리 2024-12-24 11:00   좋아요 0 | URL
어제는 좀 일찍 시작했더랬죠. 9시가 되기 전에 고개를 떨구니 득달같이 달려와 책을 빼앗고 나는 힘없이 빼앗기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번도 졸아본 적 없음!이라니 완전 짱입니다.

공쟝쟝 2024-12-24 11:40   좋아요 0 | URL
그 가족드라마 넘나 탐나네요. 책 앞에서 조는 엄마를 준엄하게 꾸짖는 아들과 딸ㅋㅋㅋㅋ 저는 푸코 읽는 중이고요, 사사키가 말아주는 푸코는 좀 덜 매력적이네요. 원체 푸코가 매력적이라서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24 12:10   좋아요 0 | URL
제가 그저께 ‘성관계는 없다‘를 물었거든요ㅋㅋㅋㅋㅋㅋㅋ 알려주더라구요. 지난 학기에 라캉 수업 들은 아이가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강의를 들어야 하나. 나 올해 관련책 2권 읽었는데 나는 아직도 오리무중 ㅋㅋㅋㅋㅋ
매력적인 푸코, 가지세요~~
 













이번 계엄 사태 때(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1인), 보았던 인터뷰 중에 제일 인상 깊었던 건, 특수무대 요원의 것이었다. "우리는 1티어다. (난 이 단어를 이때 처음 보았다). 우리의 목표물은 북한의 김정은이나 빈 라덴 정도다. 국회에서 비무장 민간인들을 만나 순간 당황했다." 나는 그날 밤의 그 모든 우연과 사람들의 헌신, 그 절묘함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수방사 고위층은 비상 계엄 보안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았기 때문에 헬기가 서울 항공, 그것도 국회 쪽으로 진입하자 현장의 다른 수도방위 지휘관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너, 뭐야? 부터 시작해서 그때부터 설명해야 하는, '지금 비상 상황이야. 계엄 상태라고...' 물론 날씨도 큰 도움을 주었다고 들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라고 오천만이 불러대는 그 노래가 현실이 되었던 것이다.

그날 밤,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들이 국회 사무처 직원들과 국회 보좌관들에게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다 사람이다. 중년의 여성들, 엄마 또래의 여성들이 "야, 우리 아들도 군대에 있어! 너, 정신 차려!" 하면서 뺨을 딱 때려치니 최고 수준의 무예를 영화 못지않게 시연가능한 최정예 전투원들은 어떻게 할 줄을 모르겠는 거다. 마리아 미즈의 표현을 빌려 '행복한 우연'은 그들 중 누구도 흥분해 총을 발사하지 않았다는 것. 20대의 혈기 왕성한 군인들이 패딩 입고 욕하면서 밀어대는 민간인들에게 밀려갔다는 것. 지휘관들 역시 무리하지 말라고 말해서 그런 상황을 무력으로 진압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 방방 뛰었던 건 윤가와 ㄱ용현이. 다수의 지휘관들이 증언했음에도, 온 국민이 봤는데도, 국회 진입이나 국회의원 체포를 명령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인간들. 이 거짓말쟁이들.

어제는 사물함 앞에 서서 수익책 채점을 하고 있었다. 동그랗고 예쁘고 귀여운 J가 자기 책을 내밀고 기다리고 있다가, 내 필통을 보게 됐다. 어, 이거 뭐지? 하면서 열린 필통 사이에서 지우개를 꺼낸다. 지우개네, 그러더니.



"이중 하나는 거짓말?"

J야! 어? 그거 어떻게 알았어? 우리 엄마가 읽는 책이에요. 우리 엄마도 그 책 사고 지우개 받았어요. 아, 그래? 고쳐야 할 것이 있는 아이에게 고칠 부분을 일러주고 다시 J에게 말을 건다. (수업 시간에 말걸면 안 되는데, 좀 어수선한 분위기였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J야! 부모님이 책 좋아하셔? 네, 엄마는 책 좋아하세요. 아빠는, 아빠는 핸드폰.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를 좋아하다 못해 나는 이제 J엄마까지 좋아할 태세다. J야, 선생님이 왜 놀랐냐면, 일단 요즘에 책 읽는 사람이 별로 없어. 주위에 별로 없거든. 근데 그 사람이 읽는 책이 선생님이 아는 책일 확률은 엄청 엄청 낮은 거거든. 너무 반갑다, 하하하. 선생님은 김애란 책 사기만 하고 아직 읽지는 않았어. 근데 곧 읽을 거야. 아~~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J는 자기 자리로 간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읽는 시대를 나는 사랑한다. 김애란이 더 많이 팔렸으면 좋겠는데, 오늘 가서 확인해 보니 이 책이 <2024 올해의 책>이라고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한강 작가를 이겼던가. 놀랍다, 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편안히 읽는 시대를, 나는 원한다.











어제는 상호대차된 책을 찾아 오는 길에 3층 카페에 들렸다. 내게는 도서관에 관한 추억이 많고 많은데 자주 가는 도서관은 4개 정도이다. 이 도서관은 2번째로 만난 도서관이다. 높이 살다가 조금 아래쪽으로 급작스레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이 도서관이 막 신축을 마쳤다. 1층에는 주민 센터, 2층은 주민 복지 시설, 그리고 3층과 4층에 어린이 전용 도서관이 들어왔는데, 그쯤에 우리 집에 어린이는 없었고, 그래도 상호대차 서비스가 있어서 자주 이용했다. 일전에 게일 루빌의 『일탈』을 상호대차로 빌린 적이 있었다. 도서관 사서쌤이 책을 건네주시면서 그러셨다. "참, 책을 많이 읽으시네요." 사실 나는 그런 편은 아니고, 정확히는 많이 대출하는 편이기는 했는데, 사실 그 책도 다 읽지 못한 채(좀 두껍습니다) 반납한 책이기는 했다. 아니에요. 그냥 많이 빌리는... (말 흐림). 아니에요, 진짜. 이 도서관에서 제일 많이 빌리시는 거 같아요. 그럼, 저 1등인가요? (는 속마음 토크)

겨울 방학, 아이들이 잠들어 깨지 않으면 살포시 집을 나와 도서관으로 향했다. 1층에서부터 걸어서 3분. 뛰어가면 1분에 주파 가능한 거리의 도서관. 눈 사이사이로 사뿐히 걸어가 상호대차한 책을 대출하고 3층 카페에 들르곤 했다. 그때는 진한 커피를 못 마시던 때라 사장님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연하게 커피를 만들어 주셨다. 커피를 기다리며 책장을 넘겨볼 때의 마음. 하지만 아무도 피하지 못했던 코로나 위기가 닥쳐왔다. 커피에 샌드위치, 쿠키까지 내가 많이도 먹었으나 카페는 코로나 이후 문을 닫고 말았다. 다시 카페가 문을 열었다는 안내를 보고도 그냥 지나쳤는데, 어제는 한 번 가볼까 하는 마음에 3층에서 내렸다. 새로운 사장님, 아주 젊은 사장님이 카운터를 지키고 계셨다.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 첫 장을 넘긴다. 『고통을 말하지 않는 법』. 저, 요즘 고통스러웠어요.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 상당히 불안하거든요. 이 책이 이렇게 작은 책이었네. 책이 한 손에... 아...

한 페이지를 읽고 바로 책을 덮는다. 이거 무서운 책이었어요? 잠깐만요, 지은이 소개 다시 읽고 올게요.



김애란을 읽는 시대를, 마리아 투마킨의 문장 속으로 들어가는 시대를, 그런 시간을 바란다. 한강의 소설을 읽는 시간을, 잭 리처를 읽는 시간을, 그런 시간을 되찾고 싶다. 나라 걱정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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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12-20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1등할 만한 책탑입니다!! 진짜 나라 걱정 안 하고 싶네요.. ㅜㅜ
그런데, 채점하는 “수익책”은 뭔가요? … 라고 적고 깨달았네요. 수학익힘책 ㅋㅋㅋ 학부모라서 알아챌 수 있는 줄임말이군요 ㅋㅋ

단발머리 2024-12-21 12:58   좋아요 1 | URL
나라 걱정에 수척해질것 같은데 오히려 스트레스 때문에 뭐든 자꾸 먹게 되네요 ㅠㅠ
수익책은 생각하신 바로 그것 맞습니다. 익숙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눈이 조금 내렸는데 금방 녹았네요. 편안한 주말 되시길요!

다락방 2024-12-23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하철안에서 언제나 책을 읽는 여성을 늘 같은 지하철이라 마주칠 수밖에 없는데요, 정말 말걸고 싶지만 꾹 참습니다.
우리 단발머리 님이 얼른 재미있게 잭 리처 읽는 시간이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정말 간절하게 말이지요.
대한민국은 단발머리 님에게 잭 리처 읽는 시간을 허하라!!

단발머리 2024-12-23 11:32   좋아요 0 | URL
정말 말걸고 싶지만 꾹 참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마음에 와닿고요. 저도 말걸고 싶을 때 많아요. 책 읽는 분들 워낙 희귀종이신지라~~~
잭 리처 읽는 시간까지 가려면 아직도 오래 기다려야할까요? 너무 아쉽고 안타깝고 그러네요.

공쟝쟝 2024-12-24 0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리아 투마킨을 사랑합니다.. J엄마도요. 전해주세요. 헤헷

단발머리 2024-12-24 11:00   좋아요 0 | URL
오늘도 J가 의미 있는 문장 썼더랍니다. 일기쓰기에서요. 넌 왜케 잘하니~~ 칭찬해 줬어요. 사랑은 어떻게 전해주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리아 미즈의 글을 읽는다.

소설이 아니고, 응축해 놓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 비교적 시간 순서에 따라 전개되고 있어서 따라읽기 딱 좋다. 1회독 뿐만 아니라 1권 이상 구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다. 짧지 않은 시간, 여성주의 책을 읽어오면서 나는 여러 번 생각했고 오랫동안 궁금했었다. 우리가, 어떻게 이 나라가 여성혐오의 착실한 추종자였던 우리가 그 굴레를 '표면적'으로나마 벗어날 수 있었을까. 지금 우리가 '정상' 상태에 도달해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작금의 상태, 전쟁 때보다 더 강렬하다는 0.7(2024년도 3분기)의 초저출산율은 개개인의 인식 변화의 진폭을 보여준다.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인식차, 남성과 여성 간의 인식차, 특별히 20대 남성과 여성의 인식 차이가 현재를 만들어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도 멀었다. 그게 전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나, 를 나는 궁금해한다.

인도에 사티가 있었다면, 우리에겐 열녀문이 있었다. 여성 폭력, 아내 폭력이 속담으로 박제되어 대대손손 전해지던 우리다. 가정 폭력은 주로 '주사'의 형태로 이루어졌는데, 조선에서 활동했던 선교사들의 증언 중에 '술을 너무 마신다'가 여러 번 반복되는 것은, 술-주사-가정폭력의 무한반복 결속을 보여주는 확실한 실례다. 그랬던 우리다. 우리는, 어떻게 그 상황을 넘어설 수 있었을까. 나는 전쟁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끔찍한 한국 전쟁의 결과로 모든 것이 '0'이 되어 버린 암담한 상황에서 신분을 막론하고, 남녀노소 똑같이 출발선에 설 수 있었던, 예상치 못한 '불굴의 조건'이 이런 변화를 가능케 했다고 생각한다.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지점에는 언제나 교육이 자리한다.

우리 부모님은 학교에 한 푼도 낼 필요가 없었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공립 학교는 수업료가 없었으며 자녀가 많은 가정의 기숙 비용은 정부가 부담했다. (75쪽)

다시 한번 행복한 우연이 나를 도왔다. 선생님이 오셨을 때 우리는 밭에서 순무를 자르고 있었다. 그녀는 "마리아, 프랑스인들이 트리어에 새 학교를 열 예정이란다. 지금 입학시험을 치르고 합격하면 4년 뒤에 졸업시험에 응시할 수 있어. 그 후에는 교육 기관에서 공부해 공립 학교 교사가 될 수 있단다. 관심 있니?" 물론 그랬다. (79쪽)

하녀 견습 과정을 거쳐 결혼이라는 사회적 기대를 거부한 산골 소녀 마리아 미즈에게는 행복한 우연이 계속된다. 그녀에게는 상급 학교에 진학할 기회가 열린다. 닫힐 듯하다가 다시 열리고, 또 다른 기회가 다시 한번 펼쳐진다. 만약 돈이 필요했다면, 주변의 여러 사람들보다 넉넉했으되 만약 돈이 필요했다면,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마리아의 부모님은 12명의 아이 중에 7번째 아이, 게다가 여자아이인 마리아의 교육을 중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돈이 필요 없었다. 수업료가 없었고, 자녀가 많은 가정이라면 기숙 비용을 정부에서 부담해 주었다. 프랑스의 목표는 두 가지였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립 교사를 공급하는 것. 그리고 프랑스 점령 정부의 교육 체계를 독일에 이식시켜, 독일인들을 재교육시키려 했던 것.











조한혜정님의 『한국의 여성과 남성』에서는 제주 해녀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믿기 어려운 제주도 여성들의 삶이 한없이 펼쳐지는데, 그렇게나 고된 물질을 통해 생계를 책임지고, 아이들을 건사하며, 집에 돌아온 틈틈이 밭일을 계속하면서, 집안일을 전담하는 제주도의 여성들, 해녀들. 해녀들의 남편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조금 돌보는 척 하다가 제사 일에 신경 쓰는 척하다가, 아내에게 받은 돈으로 육지와 도시에 '작은 각시'를 얻어 집과 제2의 처소를 오가며 생활한다. 그렇게 살았다고들 한다. 해녀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던 이유는 그 일이 고되고 힘들어서뿐만 아니라, 해녀들이 '어머니-딸'로 이어지는 도제식 해녀 교육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이 힘든 '물질'을 나에게서 끝내겠다는 그녀들의 결심. 딸도 자식이라는 그녀들의 말이 결국 해녀들의 삶, 그리고 제주도 풍경의 상당 부분을 바꾸었다. 탈출할 길, 해녀가 되는 삶에서 탈출하는 길은 교육, 상급 학교의 교육을 받는 것이었다.

예전에 한 친구가 '영어 캠프' 이야기를 했다. 구에서 주관이 되어 진행하는 영어 캠프인데 프로그램이 너무 좋다고 했다. 자기 아이도 보내고 싶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 보낼 수 없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자기 아이는 못 가지만, 근처의 '한 부모 가정' 아이는 그 조건을 통해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보내지 못해 안타까운 친구 마음도 알지만, 혜택을 받는 아이로서는 다행이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물론 속으로만 했다.










책이 여기에 없어 확인할 수 없지만, 마리 루티의 워딩을 기억해보면 이렇다. "소련 국경 근처의 시골에 살았던 가난한 농부의 딸이었던 나도 핀란드의 공교육 덕분에 치과의사의 딸과 동일한 교육을 받았다." 미국 브라운 대학, 파리7대학을 거쳐 마리 루티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그 후에 교수로서 가르친다.

지금은 좀 다르다. 전후의 한국과 지금의 현실은 달라져 있다. 모두가 '0' 점이라 거의 비슷해 보였던 출발점이 이제는 상당히 휘어져 있고, 그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나는 한국의 교육 문제가 임금 문제와의 연관성을 극복하지 못하면 해결이 요원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일단 이쯤에서 접어두기로 한다. 문제는 교육이고, 해답 역시 교육이다.

교육이 전부라는 말이 아니라, 교육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결국은 다양성이 발현된 확률을 훨씬 더 높여줄 수 있다는 뜻이다.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입시 전형이 좀 더 확대되어야 하고, 구체적으로는 지방에 사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메리트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재정 지급이 확대되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대학 입시에서 'EBS' 교재의 전방위적 활용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대답하고 말았다.

내가 이 책, 지적으로 탁월하며 재미있고 유익한 이 책을, 지금 읽을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열다섯 살짜리 산골 소녀에게 결혼 말고 다른 가능성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배웠기 때문이다. 배우고, 갈고 닦았기 때문이다.

나도 이럴 때가 아니다.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영어 공부를 열심히.

근데, 안 늦은 거 진짜 맞나요? 마리아 언니 말씀.

나는 영어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 예술만큼이나 언어도 어설프게 습득했기 때문에 더 이상 내 연애편지의 영어에 만족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BBC 영어 강좌를 정기적으로 듣고 마침내 관련 시험에 응시하여 케임브리지 대학의 영어 인증서를 받았다. (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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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4-12-18 16: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교육의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이 넘 부럽더라구요!
지난달 읽었던 일본작가인 다나카 미쓰의 <생명의 여자들에게>와 너무 달라 놀라울 뿐입니다. 비교하며 읽기 너무 좋은데 마리아 미즈를 읽고나서 조한혜정 님의 책을 계속 읽어봐야겠어요. 꽤 의미있는 독서가 될거 같아요~~

단발머리 2024-12-18 19:2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은하수님! 전후 일본의 세계와는 많이 다르죠. 마리아 미즈 같은 경우도 당시 대부분의 학교가 ‘소년들‘을 위한 것이었고, 마리아의 오빠와 사촌들이 그 혜택을 받았던 거 같아요. 마리아 미즈는 거의 첫번재 경우, 교육 받은 첫번째 여성의 사례였던 거 같아요.
조한혜정님 책도 저도 여러권 찜해 놓았는데, 시작을 못하고 있네요. 은하수님 댓글 보고 다시 생각났어요.
겨울 양식용으로 찾아봐야겠어요^^

독서괭 2024-12-18 16: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다락방님의 글에 이어 단발님의 글까지 읽으니 이 책이 아주 궁금해졌습니다. 얻을 것이 많은 독서일 것 같아요!
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배움에는 나이제한이 없으니까! 우리 아직 늦지 않았어요!

단발머리 2024-12-18 19:22   좋아요 1 | URL
쉽게 쭉쭉 읽힙니다. 자신의 삶을 쭈욱 풀어가니깐요. 인생의 길목길목마다 마리아 미즈에게는 ‘행복한 우연‘이 이어집니다. 약간 성공 드라마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늦지 않은 거 맞지요?ㅋㅋㅋㅋㅋ
독서괭님만 믿고 갑니다!!

공쟝쟝 2024-12-18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어.........는 내일부터 화르르르르를륵!

단발머리 2024-12-18 21:06   좋아요 0 | URL
🔥🔥🔥🔥🔥

다락방 2024-12-19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에서 단발머리 님이 언급하셨지만 마리아 미즈가 인생의 길목길목마다 ‘행복한 우연‘이라고 하는건, 그걸 행복한 우연이라 생각할 수 있는 마리아 미즈 본인의 큰 자산 혹은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페이퍼에 쓰신 것처럼 교육, 공부에 대한 것도 마리아 미즈 스스로 한것이고 사랑에 빠지고 이별하면서 시야의 확장을 깨달은 것도 마리아 미즈 스스로 한거잖아요. 공부가 중요하지만 사실 공부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이제야 공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학창 시절에는 어리석게도 그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공부는 해야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하기 싫었는데 나이 드니까 공부를 하고 싶더라고요. 배움 교육 너무나 중요한데, 그것이 중요하다는 걸 일찍 깨닫는거, 그제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깨닫는게 본인이라면 가장 좋은것이고 주변인이어도 좋을테고요. 오래전에 [그을린 사랑]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거기서 종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남자형제들이 여자주인공을 죽이려고 하거든요? 그 때 할머니가 남들 몰래 그 여자를 도망치게 하면서 ‘도시로 나가서 공부해라, 공부해서 다른 삶을 살아라‘ 라고 말해주셔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공부하면 다른 삶이 펼쳐진다는거요. 전 그게 진짜 짜릿한 것 같아요. 그 알래스카였나, 거기 사진가가 쓴 책에서도 대학에 다니는 원주민 얘기가 나오는데, 그 원주민이 마을에 상하수도 였나 하여간 문제가 자꾸 생기는데 이거 왜이러는건지 공부하면 알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나 싶어서 대학에 오게 됐다고 말하거든요? 저는 그런 깨달음이 진짜 너무 좋아요. 제가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그걸 깨달을 수 있었을까? 라고 물으면 전 어쩐지 아닐 것 같거든요. 전 그냥 이런게 삶이려니 하고 살아갈 것 같아서, 그게 무서워요.

하여간 배움과 교육이 중요한 건 정말 옳으신 말씀입니다.

단발머리 2024-12-20 15:00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공부를 해야할 때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이 아쉬워하고,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었어요. 보통은 고등학교 때랑 대학교 때잖아요. 그 시간들을 그렇게 보낸게 너무 아쉽고요. 하지만 차근히 나를 돌아다보면 내가 지금이라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흘러가는 시간들을 다 잡아매서 악착스럽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못 했을 거 같고요. 그럼 다시 꿀꿀해집니다. 책 펴면 고개 떨구는 저는, 중년이어서가 아니라, 예전에도 책만 펴면 고개 떨구었고, 도서관에서는 항상 숙면을 취하였고.... 이런 슬픈 이야기 ㅋㅋㅋㅋㅋㅋ 그만해야겠어요.

[그을린 사랑]의 그 할머니가 바로 제주도의 그 해녀들이네요. 도시로 나가서 공부해라. 공부해서 다른 삶을 살아라. 저는 그 책 생각났어요, [흑인 페미니즘]이요. 책을 들고 버스에 탄 자신을 바라보는 흑인 여성들의 따뜻한 눈빛. 자신들은 버스를 타고 옆동네에 가정부로 일하러 가지만 대학생이 되어 책을 들고 가는 젊은 흑인 여성을 바라보는 그녀들의 마음, 응원... 그런 게 생각나더라구요.

암튼, 우리도 공부해야겠어요. 늦지 않았대요, 독서괭님이요ㅋㅋㅋㅋㅋㅋㅋㅋ늦지 않았어요, 우리도!!
 












다른 건 모르겠고 재미. 사건과 사실의 기술, 조합의 어떠함 말고 그냥 '재미'의 측면으로 봐서, 나는 유발 하라리가 독보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창의성 혹은 참신성보다 책 전체를 끌고 가는 '재미적(?) 요소'가 그의 책을 줄줄이 전 세계에서의 초히트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라 생각한다.


책 중간중간 제국주의에 대한 옹호가 마음에 걸리기는 하는데, 『사피엔스』에서 내가 접어두었던 문단은 여기다.











그럼에도 인도라는 현대 국가는 대영제국의 자식이다. 영국인들은 인도 아대륙의 거주자들을 살해하고 부상을 입히고 처형했지만, 왕국과 공국과 부족들이 서로 전쟁을 벌이며 혼란스럽게 뒤섞였던 것을 하나로 통일하여 공통의 민족의식을 가지고 어느 정도 하나의 정치 단위로 기능하는 국가를 창조해냈다. 영국인들은 인도 사법제도의 초석을 놓았으며, 행정부 구조를 창건했고, 경제적 통합에 극히 중요한 철도망을 건설했다. 독립 인도는 영국에서 구현된 형태의 서구식 민주주의를 정부 형태로 받아들였다. 영어는 아직도 공용어로 쓰여, 힌디어, 타밀어, 말라얄람어를 쓰는 사람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중립적 언어로서 쓰인다. 인도인들은 크리켓 경기를 매우 좋아하고 차를 열심히 마시는데, 둘 다 모두 영국의 유산이다. (『사피엔스』, 292쪽)

나는 이 문단 옆에다 이렇게 써두었더랜다. '친일파들의 논리'.

이번에 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 <Vol. 3 역사의 배후>에서는 인류 문명 발전의 주요한 요소들을 '인물'로 형상화하는데, 제국주의는 '레이디 엠파이어'로 표현된다. 그래픽에서는 이 부분을 사진 찍어 두었다.





탈식민주의 자체가 이미 식민주의 내에 포섭된 개념이라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의 답은, '말할 수 없다'일 가능성이 높다. 아스시 난디가 자신의 책 서문에서 밝혔듯이, 서구에 대한 비판이 서구의 언어로 이루어졌음을 지적한 부분은 그래서 특히 기억해 둘 만하다.











우리는 프란츠 파농(Frantz Fanon)의 서구에 대한 가장 맹렬한 비난이 싸르트르(Jean-Paul Sartre)의 우아한 문체로 쓰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구는 근대 식민주의를 창안했을 뿐만 아니라 식민주의에 대한 대부분의 해석도 만들어냈다. 그 해석을 해석하고 있는 이 책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친밀한 적』, 서문, 21쪽)

나만, 우리만 특별하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른 나라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박태균 교수의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의 주장에서 착안했다.













침략자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바라보는 아프리카인들의 시선, 인도를 점령한 영국을 바라보는 시선, 남아메리카 지역을 침략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바라보는 피지배자들의 시선과 우리의 주권을 강탈한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그 성격이 판이하다는 지점. 침략과 침탈, 지배와 융합의 과정에서 식민주의자들은 한결같이 시혜적이고 지배적인 위치를 점했다. 식민 지배 하의 여러 민족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들의 지배에 저항했고 그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피지배자들은 지배자들을 좋아하기도 했는데, 하라리가 강조하는 지점이 바로 그 지점이기는 하다.


우리는 아니었다. 일본의 왕족이 백제 출신이라는 주장은 이미 학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단 한 번도 일본은 우리의 '동경'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 오히려, 우리가, 한반도의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우리 나라의 식민화 과정과 독립을 위한 투쟁은 다른 나라들의 그것들과 다르게 이해되고 해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의 항일성은 다른 존재를 향한다. (항일성, 한자로 써두어야 하는데.../해바라기가 해를 바라보는 '항일성'이다) 우리는 미국, 백인들의 나라, 백인이 지배하는 나라 미국으로 향한다. 다스리는 자에 대한 숭모는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가 적절하게 배합되었을 때에 최고의 효능을 발휘한다. 피식민인은 변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지배자에게 융합되기를 원하고, 혼성의 완성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탈식민주의에 대해 읽게 될 때면 떠오르는 선생님이 한 분 계시다. 고등학교 2학년 독일어 담당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에게서 배운 독일어는 모두 바람과 함께 사라져(구텐타그! 비게트에스이넨? 당케, 구트...) 버렸지만 선생님의 수업외 이야기는 또렷하게 남아있다. 잉여란 이토록 놀랍고도 강력하다. 틈만 나면, 선생님은 이 나라를, 구체적으로는 이 나라의 국민들을 비난하셨다. 무식하다, 경우가 없다, 말이 안 통한다, 성질이 나쁘다, 등등이었는데, 외국 생활을 하고 오신 선생님으로서는 한국, 한국인들의 그 어떠함이 훨씬 더 강렬하게 느껴졌을 거라 생각한다. 나로서는 선생님의 말씀에 상당 부분 동의하기는 했는데, 이야기가 반복되는 와중에 선생님이 미워하는 그 사람이 바로 '나'임을 그리고 선생님 '자신'임을 인식하는 순간부터는 그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딱 한 번, 선생님께서 한국 사람들을 옹호하시는 발언을 하신 적이 있다. 선진국 사람들이 큰 바퀴 위에서 서서히 혹은 우아하게 바퀴를 굴려 가는 데 비해, 한국 사람들은 그 작은 바퀴를 가지고 부지런히, 악착스럽게 바퀴를 굴려야만 한다고. 세 번을 돌려야 그들이 한 번 도달한 그 지점에 닿을 수 있다고. 그런 상황에 대한 이해를, 혹은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시기는 했지만, 선생님의 자기 비하와 자기혐오는 오랜 시간 불편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그 중 일부는 내 속으로 들어오고, 결국 내 것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강대교를 건너는 검은 패딩의 기나긴 행렬을 찍은 화면을 나는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았다. 이 사람들, 이 귀여운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침이슬> 없이, <상록수> 없이, 결연함 없이, 그런 것 없이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탄핵봉을 들고, 결제 카드를 들고, 무료나눔을 들고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들일까.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윤가가 과대망상과 편집증적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어떤 사람도 특정한 정신병리학적 징후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 누구든 이상하고, 누구든 과하고, 누구든 많이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윤가의 증세는 국가 전체의 안위를 맡기기에 너무나 중대하다는 것이 이번 비상 계엄 사태를 계기로 밝혀졌다. 2시간짜리 계엄이 어디 있느냐, 는 물음이 이를 보여준다. 원래의 계획은 계엄 상태를 수개월간 지속하려는 것이 아니었던가. 자신의 계획이 실패한 것을 범법의 방패로 쓰는 이런 정신 상태는 가히 '일상'이 불가능한 정도다.

작은 아이가 아파 집회에 나가지 못했다. 엄마, 마음대로 해요. 가고 싶으면 가던지... 하는데 차마 발걸음이 안 떨어져서 가지 못했다. 대신 딸을 보냈다. 보낸 게 아니라, 스스로 가기는 했지만. 탄핵봉 없이 나가서 쿠키와 핫팩, 그리고 보조배터리를 받아가지고 들어왔다. 김밥 줄은 너무 길어 포기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환호성 가득한 현장 소리에 나도 같이 소리를 질러댔다.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윤석열 시대를 마무리한 우리는 그런 자격이 있다고, 한강을 보유한 우리는 그래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마음고생, 몸고생, 우리 모두 수고가 많았다.

장하다. 내가, 우리가.






설령 우리가 더 이전에 존재했던 진정한 문화를 재건하고 지키려는 희망에서 잔인한 제국의 유산을 모조리 거부하더라도, 보나마나 그때 우리가 지키는 것은 그보다 더 오래되고 덜 야만적인 제국의 유산에 불과할 것이다. 영국의 식민지배로 인해 인도 문화가 불구가 되었다고 분개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굴 제국의 유산과 그들의 델리 점령을 신성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외래 무슬림 제국의 영향에서 ‘진정한 인도 문화‘를 구하려고 시도하는 사람은 누구나 굽타 제국, 쿠샨 제국, 마우리아 제국의 유산을 신성시하는 셈이다. - P293

인도의 무슬림 정복자들이 남긴 타지마할 같은 구조물은 어떻게 할것인가? 문화적 유산이라는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정말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떤 길을 택하든 그 첫걸음은 이 딜레마가 복잡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과거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선인과 악당으로 나누는 것은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물론 우리가 보통 악당들의 뒤를 따른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하려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겠지만.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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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12-16 1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강보유국! 계엄령순식간에해제국.. 민주주의수호국! 따님이 저곳에 있었군요.👏👏👏👏👏 고생 많았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두눈 부릅뜨고 지켜봐야죠!
유발 하라리, 마침 <넥서스> 읽기 시작했습니다 ㅎㅎ

공쟝쟝 2024-12-16 19:48   좋아요 2 | URL
나두 넥서스 읽을래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17 11:18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더라구요. 어제, 오늘 부쩍 2차 계엄을 계획했었다는 보도가 있어서요.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다 싶은데 아직도 콩닥콩닥...

저도 넥서스 읽고 있거든요. 괜히 원서로 사서 말이죠. 계속 제자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님/ 넥서스 읽기, 아직도 시작 안 하셨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12-16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런까요, 그걸...... 그 말이 맞는 부분도 있는 데, 그걸 하라리가 말하면 어디다가 입을 대냐 이쉐끼야 하게 된다니깐요!!! ㅋㅋㅋㅋㅋ 마침 세속화된 국가를 중세의 수출물로 보고 있는 책 읽고 있어서, 하라리ㅋㅋㅋㅋㅋ

더 재밌는 것은. 제가 읽고 있는 것은... 그것을 공부해서 쓴 ‘일본청년‘의 글이라는 건데...... 푸하하. ... 아이러니하다. 유럽-일본-한국-한녀(나) .... 하지만 저는 제가 읽고 있는 텍스트가 말하는 ‘세속화‘에 배팅을 해볼 생각입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조건은 최악의 엉망진창 시스템일 수는 있지만, 저같은 2등시민에게 (진지하게) 읽고 쓰기를 선물해주었고ㅋㅋㅋ

보다 중요한 것은. ‘빠순이‘라는 멸칭에도 ‘응원봉‘들고 탄핵 꾸짖으러 나오는 여성들이 있으니까요. 그건 제가 여성주의 공부하면서 가장 좋아하게된 어떤 기질인데..... 니들이 뭐래든... 뭘로 보든... 웅. 뭐래... 하는... ‘쉰내나는 자기연민 없음‘...에 대해. 언젠가는 글로 써보고 싶고요..

그런데 그 독일어 선생님 혹시 저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일리는 없지) 아닌가요? ㅋㅋㅋㅋ 외국 나갔다 온 우아한 남자 선생님이셨는 데, 그분도 그렇게 한국인의 미개함을 꾸짖었어요.

단발머리 2024-12-17 11:21   좋아요 1 | URL
그걸 하라리가 말하는데 웃기죠. 욕을 그렇게 찰지게 해줘야 하는데 말이죠. 어디다가 숟가락 얹냐?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런 면이 너무 좋아요. 웅장하지 않고, 그걸 희생이라고 (전,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생각하지 않고, 나가는 거죠. 착착 시위방석 챙겨서.... 불 꺼진다고?(무식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그럼 응원봉! 건전지 챙겨서 나가는 그런 마음이요. 그런 게 너무 좋아요! 쟝쟝님이 글로 더 세세히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독어선생님, 여자분이셨습니다. 비슷한 느낌의 남자 국어 선생님, 저희 학교에도 1분 계셨더랬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2-16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비하와 자기연민이 독 중의 최고로 독성이 강하고 독하더이다. 🙊🐬💄자기 잘 났다고 하는 건 어느 정도 독성일까요? 문득. 경계가 너무 애매해 🤖💙🐬

단발머리 2024-12-17 11:23   좋아요 1 | URL
저는.... 자기가 잘났다고(예쁘다고, 잘생겼다고, 똑똑하다고) 믿는 게 독성이 덜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애매한 경계 사이를 사사샥 ㅋㅋㅋㅋㅋㅋㅋㅋ 뚫고 가야 한단 말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자 2024-12-16 2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단발머리님 오늘의 글도 너무너무 잘 읽었습니다. 언뜻 보면 각각 다른 주제일 것 같지만 결국 하나로 아우르는 그런 사유의 통합을 어찌 이리 자유롭게, 그것도 글로 쓰시는지요. 작은아이님(?) 은 몸은 좀 괜찮아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날이 많이 추울텐데, 단발머리님도 단발머리님 가족분들도 따뜻하고 건강하고 윤가가 구속되는(!!) 연말 보내시길!!

단발머리 2024-12-17 11:26   좋아요 1 | URL
아이고, 달자님~~ 제가 달자님 덕에 기쁜 맘으로 글을 씁니다. 저의 고민과 생각이 달자님에게 가서 닿았다니 저는 그게 참 기쁘고요. 또 멀리 계신대도 우리가 그 거리를 넘어서까지 내면의 고민과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더욱 감사하네요.
작은 아이는 많이 나아졌어요. 탄핵과 함께 소생한 육체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저희 가족 뿐 아니라 온 나라가 바라 마지않는대로 윤가가 구속/체포되는 따뜻하고 보람찬 연말 되기를, 그 기쁜 소식이 달자님 계신 곳까지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다락방 2024-12-17 1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으레 그렇지만, 알라딘에서도 역시 다른 사람들이 쓰는 글을 읽는 것이 참 다양해 재미있습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을 갖기도 하고요, 어느 지점 비슷하게 살아온 것 같지만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문제는 또 다르고요. 단발머리 님은 가끔은 제가 생각하는 것, 제가 느끼는 것에 대한 글을 써주시지만, 또 이렇게 가끔은 제가 전혀 보지 못하는 쪽의 글을 써주시는데, 그 점이 참 고맙습니다. 그게 알라딘을 하는 큰 재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는 계속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또 내 스스로가 쓰기도 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저 역시 읽히는 다른 주제의 다른 사람이 될 테니까요.

위에 달자 님 말씀처럼 오늘의 글도 너무너무 잘 읽었습니다.

단발머리 2024-12-17 12:48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다락방님! 알라딘이 그래서 참 좋은데 서로 다른 생각이 다른 조건들을 통해 더 구체화되는 것도 신기하고, 특히 저는 같은 책을 읽고 서로 다른 부분에서 감응받는게 신기해요. 같은 부분 밑줄은 ‘이야호!‘ 이런 느낌이 강하다면, 다른 밑줄을 통해서 건드려지는 부분이 서로 다르고 감상도 달라서 참 좋아요.

저의 최근 관심사는 ‘달리기가 주는 삶의 기쁨‘입니다. 달려야 하나, 나도 달릴 수 있나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생각을 자주 하고 있어요. 운동화는 있고요. 애플워치는 없고요 ㅋㅋㅋㅋㅋㅋ

2024-12-17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17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