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속이 탑니다.


노벨문학상, 원서로 읽어요.


이 표현 2024년 10월 10일 8시 13분에 제가 썼어요.


제가 제일 먼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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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10-11 1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게요 ㅋㅋㅋㅋㅋㅋ 저도 포털에서 저 기사 제목 보고 바로 아앗 외마디 소리를 질렀습니다 ㄷㄷㄷㄷ

단발머리 2024-10-12 15:19   좋아요 2 | URL
계속 소리 좀 질러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4-10-11 1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알아요! 출처 쾅! 알라디너 단발머리. 한강작가와 동문 수학. 파묘!천재!

단발머리 2024-10-12 15:20   좋아요 3 | URL
쟝님, 나 어디 플랜카드라도 걸까 봐요.

노벨문학상, 원서로 읽어요. 출처 - 알라딘, 단발머리

유수 2024-10-12 0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맞어!!
저도 봤어요!

단발머리 2024-10-14 08:43   좋아요 2 | URL
봤죠? 유수님, 봤죠? ㅋㅋㅋㅋㅋㅋ 유수님 일단 증인으로 제가 3찜! 위에 1찜, 2찜 분들 계세요~~~~~~~~~

그레이스 2024-10-16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봤습니다.
원서 꺼내서 보는데,,, 제가 읽었더라구요.^^
형광펜으로 그은 표시가 바래져 있는걸 보고!
읽었었네 했습니다.^^

단발머리 2024-10-19 19:20   좋아요 1 | URL
원서 꺼내서 보는 그 마음ㅋㅋㅋㅋㅋㅋ 얼마나 자랑스러우십니까. 게다가 형광펜까지........!!!
저는 안목 없는 저를 탓하며ㅋㅋㅋ다음주에 주문하려고 합니다. 다음주면 주문하자마자 바로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오늘 바쁜데... 뭐라도 쓸 수 밖에 없는 아침이다. 진짜 너무너무 기쁘고 너무너무 신난다. 아... 나의 최애가 한강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고,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한강이 어렵고 힘들었다. 진입 장벽이 높은 작가라는 이야기(정희진 매거진 10월호)에 얼마나 좋아했던지. 그렇죠? 제가 낮은 거 아니죠? 한강 작가가 높은 거죠? 막 이러고 그랬다.

나는 『희랍어 시간』을 반 정도 읽었고,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만약 5.18에 대한 책을 한 권만 읽게 된다면 그 책은 꼭 『소년이 온다』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읽기를 내내 미뤄두었다. 그니깐 직면, 고통에 대한 응시가 내게는 아직도 버거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쩐지 모르겠다. 나는 광주를 귀히 여긴다. 나는 민주당의 대표 경선, 총선 득표 상황등을 볼 때 광주를 주목해서 본다. 광주 관련 기사는 찾아서 본다. 그러니까, 내게 광주는 선생님, 지시어, 화살표 그런 의미다. 광주는, 꼴등 노무현을 대선 후보 1위로 만든 곳이다. 죽음의 고통과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사람들, 아니 아직도 그 상처를 후벼파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는, 지지율 30에서 50프로에 육박하는 나라에서, 광주 사람들은 경상도 남자를 대선 후보로 올려주었다. 그러니까, 광주 사람들은 지역 구도를 넘어서는 것 뿐만 아니라, 김대중을 이어갈 만한 사람, 김대중 정신을 계승할 사람을 알아봤던 것이다. 피해자가 이런 스탠스를 갖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광주, 광주가 의미하는 그 모든 것을 존경한다. 지금 내가 '민주주의'라는 공기 속에 살 수 있는 건 오로지 광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런 광주를 알고 있다.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쓰는 건 다른 일이다. 쓰는 건, 다른 일이다. 깊은 밤, 아니면 이른 새벽에, 혼자 깨어 글자와 글자를 만지고 또 만졌을 그 시간들은, 고통에 정면으로 응시하는 그 시간들은, 얼마나 고되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 나는 한강 작가가 이 수상을 크게 기뻐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니깐, 그 강을, 그 바다를, 그 암흑을 건너온 사람에게 노벨상 수상이라는 건 뭐랄까. 너무 작은,이 아니고, 너무 사소한,도 아니고, 너무 세속의,도 아니고, 너무............................ 가벼운? 가벼운 일일 수도 있겠다. 심연을 봐버렸으니까. 5.18도 무거운데 4.3.을... 아.... 한강 작가에게 존경과 사랑을 바친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나서, 다시는 한강을 읽지 않아야겠다,고 한 내 결심은 어디까지나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 사회가 가졌던, 경험했던 역사에 대해 나는 사실로서만 알고 싶었다. 신문 기사같은 정보로만. 그 속으로, 그 이야기 속으로, 그 삶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너무 두려웠던 거 같다. 하지만, 힘을 내서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쓴 사람도 있는데, 왜 읽지를 못할까, 이런 마음.

필립 로스에 한참 빠져 로스만 읽던 시절이 있었다. 이번에도 로스 사진 검색하면서 『포트노이의 불평』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뭐, 기사 제목부터 장난 아니다. 밥 먹으면서 그 책 아이들에게 읽어준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이 나다. 나는 아이들 밥 먹이면서 그 책을 읽어줬다. 로스 덕분에 아이들이 웃었고, 덕분에 남은 밥을 다 먹었다.

로스를 읽을 때 느끼는 감정을 두 어절로 표현하자면. "뭐, 이렇게까지..."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구. 뭐 거기까지 가세요. 아이구, 이제 그만... 그 정도면 됐는데...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다른 사람 책을 읽다가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러니까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읽을 때나,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가 그랬다. 아이구, 뭐 이렇게까지... 이런 생각. 나는 그게 예술가의 본질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더 깊이, 더 아래로. 더더.

나는 한강의 작품을 1.5개 밖에 안 읽어봤지만, 내게 한강은 그랬다. 깊이, 더 깊이. 아래로, 더 아래로. 게다가 한강의 문장은 아름답다. 장담하건대, 빅토르 위고와 버지니아 울프, 주제 사라마구의 문장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노벨문학상의 일희일비하지 않으실거라는 거 알지만, 건강 잘 챙기시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좋은 작품을 써내시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맨날 기억에 남는 학생으로 강수연님을 말씀하셨고, 한 분이 한강 작가님을 언급하셨던 거 같은데, 학교에서 플랜카드 준비중인지 모르겠다. (플랜카드 좋아하는 편/대학동문 아님)

한강 작가님! 노벨문학상 수상 축하드려요!

제가 얼마나 많이 축하받았는지 모르겠어요.

알라딘 친구들 댓글도 많이 받았고 다른 친구들도 단톡방에서 저한테 축하한다고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우리의 자랑이에요, 한강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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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0-1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강을 읽겠다 하시는 분들이 어떤 작품부터 읽으면 좋을까, 하실텐데 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아침 라디오에서 소개해준 최근(노벨문학상 수상 전)의 인터뷰에서 ㅋㅋㅋㅋㅋㅋ 작가님께서는............

˝작가는 자신의 최신작을 제일 사랑한다. [작별하지 않는다]부터 읽어주시길 바란다.˝고 하셨고, [소년이 온다]와 [흰], [채식주의자]를 언급하셨다고..........

다락방 2024-10-11 11:28   좋아요 1 | URL
네 단발머리 님. 그런데 작별하지 않는다 읽기 너무 힘듭니다. 그 점을 제가 미리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평에도 썼잖아요. 악몽 꿉니다. 휴... 각오 단단히 하시고 읽으시길 바랍니다.

이만 총총.

단발머리 2024-10-11 11:32   좋아요 0 | URL
악몽 꿉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무슨 우리 작가님은 얼마나 치열하신지....
글도 쓰고 우리 꿈에도 나오시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터덜터덜)

서곡 2024-10-11 1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동문이면 ㅍㅁ 출신이신가요? ㅋㅋㅋㅋㅋ (신상털기) 학교 입장에선 자랑거리 맞죠 그것도 엄청난 ㄷㄷㄷ 이게 자랑거리 아니면 뭐가 자랑거리겠습니까

단발머리 2024-10-11 11:56   좋아요 3 | URL
아니 ㅋㅋㅋㅋㅋㅋㅋ 신상털어 주시는 마음. 네 맞습니다. 제가 다닐 때 여고였고 지금은 남녀공학입니다.
이제 오픈되어서 제가 거닐던 때처럼 금남의 장소 아니구요. 은행나무 그대로이고, 교실 그대로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건수하 2024-10-11 15:01   좋아요 2 | URL
오 ㅍㅁ! 이전한 줄은 알았는데 공예박물관이 그 건물인 줄은 오늘 알았네요 ^^

단발머리 2024-10-11 18:23   좋아요 0 | URL
거기 맞아요 ㅋㅋ 바로 거기입니다 ㅋㅋ

- 2024-10-11 18:41   좋아요 2 | URL
파묘? ㅋㅋㅋ

서곡 2024-10-11 18:51   좋아요 2 | URL
알라디너 단발머리님 파묘여고 출신으로 밝혀지다 ㄷㄷㄷㄷㄷㄷ

햇살과함께 2024-10-11 1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무려 ㅍㅁ!! 동문이시라니 자랑 막 하셔도 됩니다!!

단발머리 2024-10-11 12:29   좋아요 3 | URL
진짜요? 햇살과함께님이 하셔도 된다고 하시니깐 ㅋㅋㅋㅋㅋㅋ

제가 동문인데 연차는 조금 차이나서 작가님과 같은 시간에 교정을 거닐지는 않았을거 같아요. 근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님과 같은 국어 선생님한테 국어 배웠ㅋㅋㅋㅋㅋㅋㅋㅋ 배웠다는 게 아니라 배웠을 확률이 완전 높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넘넘 후련합니다. 자랑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4-10-11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1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4-10-11 1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 흰 여백 어쩌면 좋아요. 다른데서 쓴 글 옮길 때 3번의 1번 꼴로.......... 나를 탓합니다. 에구....

- 2024-10-11 18:4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의치 마세요 ㅋㅋㅋㅋㅋ 매력이십니다 ㅋㅋㅋㅋ

라파엘 2024-10-11 15: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 단발님은 고교 동문이시군요! 저는 대학 동문! 저도 연차는 차이 나지만, 한강 작가님과 같은 교수님께 배웠습니다! 😆 🤣

단발머리 2024-10-11 15:48   좋아요 1 | URL
아... 제가 진 거 같아요ㅋㅋㅋㅋㅋㅋ 전 한강 작가님을 가르치셨을(아마도) 국어 선생님께 배웠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만 라파엘님은 같은 교수님께 배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졌구요 ㅋㅋㅋㅋㅋㅋㅋ
한강 작가님 노벨 문학상 타신 걸로 제가 대승적으로 ㅋㅋㅋㅋㅋ 저의 패배를 인정합니다!
너무너무 신나요! 그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파엘 2024-10-11 15:53   좋아요 1 | URL
상대에게 져줄 수 있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 👍👍 친애하는 자매님과 좋은 소식에 함께 기뻐할 수 있어서, 저도 정말 기쁘고 영광입니다!! 😆 🎉🎉

단발머리 2024-10-11 15:59   좋아요 2 | URL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진정한 승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기쁨을 만방에 전하고 알리고 자랑하고 그랬으면 좋겠네요. 아.... 서점에 사람들 많겠죠?
주말에는 나가지 말아야지 싶긴 한데, 대형 서점들 얼마나 오두방정일지 기대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10-11 16:22   좋아요 3 | URL
라파엘과 단발머리 한강 동문인 것으로 밝혀져.....

단발머리 2024-10-11 18:24   좋아요 2 | URL
노벨문학상 수상에 신상 털기 감행한 이유… 큰 동요는 전혀 없을 것으로 예상돼…

- 2024-10-11 18:42   좋아요 3 | URL
자랑해도 되겟다! 넘나 부럽고 함께 자랑스럽다!!!
 



노벨문학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한강 작가님, 너무 멋져요!! 


딸롱이가 소리 질러서 무슨 일인가 했네요. 

노벨문학상, 이제 우린 원서로 읽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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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kang1001 2024-10-1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강 작가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을 많이 써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4-10-11 15:49   좋아요 0 | URL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같이 기뻐하며 축하드립니다!

2024-10-15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6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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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건수하님의 댓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음 글의 제목을 '유대인의 코'로 정해 놓았고, 인종적 구분이 불가능한 인종 범주로서의 유대인에 대해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필립 로스와 바버라 스트라이샌드의 사진을 골라두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럴 수가. 이 놀라운 예지력이여! 기립박수, 짝짝짝!

유대인의 외양에 대한 것이라면 '코'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필립 로스의 책에서 '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긴 했던 거 같은데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포트노이의 불평』이라고 예상되기는 하다) 찾아보려 했으나, 찾을 수가 없다. 집에 책이 없ㅠㅠ 원서만 있ㅠㅠ 코 이야기 길게 써야 하는데 넘넘 아쉽다. '코'는 유대인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다. 물론 '코'만 그런것은 아니다. 우치다는 유대인의 신체적 특징에 대한 유럽인의 집착을 이렇게 표현했다.

중세의 회화에는 '매부리코'나 '물갈퀴가 달린 발'이나 '뿔'이 유대인의 생물학적 특징으로 반복되어 그려졌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악마의 도상학적 징후이다. (35쪽)

필립 로스는 폴란드계 유대인이다. 나는 로스를 좋아하고, 그래서 그런 거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그의 외모도 멋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로스의 사진은 이러하고, 또 이러하다.





유대인의 '코'를 이야기하려면, 바버라 스트라이샌드를 빼놓을 수 없겠는데, 처음 봤을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평생 성형 수술을 권유받았던 당대 최고의 스타. 하지만, 그 제안을 거절했던 당대 최고의 스타. 사진은 로버트 레드포드랑 같이 있는 걸로 골라보았다.













『가라앉은 자와 살아남은 자』에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것은 '독일에 살던 유대인들이 왜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독일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이동하고 집결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독일인이라고 생각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독일인'이라고 생각했다. 독일에서 태어났고, 독일에서 자랐고, 모국어가 독일어지만, 어떻게 스스로를 '독일인'이라고 생각했던 거지? 이에 대해선 우치다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유대인을 다른 민족 집단과 구분할 수 있는 유의미한 생물학적 특징은 존재하지 않는다(28쪽). 일반적으로 유대인 사이에서는 이베리아 반도, 북아프리카계 유대인을 '세파르딤', 프랑스, 독일, 동유럽게 유대인을 '아슈케나짐'으로 나누는 구별이 12세기 이후 행해지는데 이는 종교 교의와 언어의 차이에 기초한 것이라고 한다.(29쪽) 유대인을 인종 개념으로 의미화하려는 조직적 시도는 20세기 나치 독일의 '뉘른베르크 법'이 최초라고 할 수 있는데, '비아리아인'을 세 종류의 카테고리로 나누었다고 한다.

본인이 믿는 종교와 상관없이 '조부모 대에 3명 이상이 유대교도인 자'는 '유대인', '조부모 두 사람이 유대교도'인 사람은 '제1종 혼혈자', '조부모 중 한 사람이 유대교도'인 사람은 '제2종 혼혈자'. 이러한 분류로 1939년 국세 조사에서 독일에는 신앙 종교에 근거한 '유대교도'인이 22만 명, 법률이 정한 '인종적 유대인'이 2만 명 병존하게 되었다.

법률상의 '유대인'과 종교상의 '유대인'이 다른 카테고리로 취급되면서, 그 결과 자기 자신은 '기독교도 독일인'으로서 강고한 민족적 정체성을 가지면서도 유대인으로 구분되어 차별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당시 만 명 단위로 출현했다. (30쪽)


자기 자신은 '기독교도 독일인'이라고 믿고 있는데, 유대인으로 분류된 사람들. 모범적이고 체체 순응적인 이 사람들은 국가의 안내와 지시에 따라 집합하고, 설명을 듣고, 이사(이동)를 하게 된다. 자신의 조국이 자신에게 그럴 줄 몰랐던 것이다.












흑인들 역시 '혈통'에 근거한 분류와 차별에 오랜 시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미국의 '한 방울 법칙'이 그토록 강고하게 어쩌면 지금까지도 강력하게 작동하는 이유일 수도 있겠다. 이와 관련해서는 김승섭님의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 잘 서술되어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에 살고 있던 수지 길로리 핍스라는 여성이 여권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출생증명서에 흑인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평생을 백인으로 살아왔던 수지는 큰 충격을 받고, 자신의 인종 구분을 바꿔 달라는 청원을 주정부에 접수한다. 5년간의 재판의 결과는 수지 핍스의 패소.


당시 루이지애나에서는 흑인 피가 32분의 1(1/32) 이상이 섞이면 흑인으로 분류되었는데, 계보학자에 따르면 220년 전 만남으로 인해 그녀의 몸에는 32분의 3(3/32)에 해당하는 흑인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 152/355)


32분의 29에 해당하는 백인 피와는 상관없이 흑인 피의 비율만을 기준으로 삼아서 수지 핍스는 '흑인'으로 분류되었다. 평생을 백인으로 살아올 만큼 그녀의 피부색이 하얗다 하더라도, 그녀의 조상 중에 '흑인'이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흑인'으로 분류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한 가지는 외양. 또 한 가지는 추적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혈통. 외관과 추적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혈통을 근거로 그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정체성' 중의 하나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를 여성의 문제와 관련지으면 이러하다. 『여자다운 게 어딨어』의 저자 에머 오툴는 펜슬로 가볍게 수염을 그리고 모자를 썼다. 품이 큰 옷을 입었다. 이렇게 간단한 변신만으로 그녀는 진짜 ‘남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남자로 대해주었고, 그녀는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다른 책(책 제목이 기억이 안 남)에서는 성별이 모호한 복장으로 레스토랑에 들어갔을 때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서빙을 해주는 직원들이 자꾸 그녀/그를 '의식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마담'이라고 부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을 짐작할 수 없는 사람을 대할 때의 불편함이 구체화된다. 이 사람이 돈이 많다거나 혹은 적다거나, 이 사람이 직업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그런 것을 가지고 불편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을 짐작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긴 머리카락, 짧은 치마, 하이힐, 짙은 화장 혹은 연한 화장이 드러내는 것은 한 가지다. 내가 여성이라는 사실. 이는 '편리한' 구별이 가능한 빨리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준다.


여성의 탈코르셋은 외부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저 꾸미기 노동을 중단하는 것 뿐이다. 이는 누군가를 해하는 일도,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일도 아니다. 내 머리 길이가 짧은 것이 도대체 누구에게 해가 된단 말인가. 내가 펑퍼짐하고 편안한 바지를 입는 게 누구에게 불편을 준단 말인가. 하지만, 여성의 탈코르셋은 외부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를 지닌다. 나는 더 이상 '여성으로만' 인식되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메시지. 여성들의 탈코르셋에 남성들이 미치도록 분개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남성이어야만 이득을 볼 수 있는 사회, 여성을 억압함으로써 이득을 볼 수 있는 사회에서 피억압자인 '여성'이 사라져 버리려 하기에. 사라지겠다고 하기에.


다시 여성, 흑인, 유대인으로 돌아오자면. 인간은 영장류학, 오리엔탈리즘, 젠더 등의 방법을 통해 위계와 지배의 질서를 구축하고 그 가장 높은 자리에 스스로를 가져다 놓는다. 그 시선은 누구의 것인가.










해러웨이가 보기에 그 시선은 백인, 서양 과학자의 시선이며, 원숭이와 유인원을 '거의 (남성)인간' 혹은 더 나아가 '기원적인’, '문화 이전의’, 혹은 '자연의’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조명한다. 다시 말하지만, 따라서 이 모든 것이 지식의 대상으로서 기입된다/만들어진다. 각 경우에 후자인 타자는, 자아이자 빛과 시각의 원천인 전자보다 열등하지는 않더라도 그것과 완전히 구별되며 부차적이라고 서술되지만, 두 쌍의 형상은 그와 연관된 이원론의 목록 전체와 마찬가지로 오직 상호의존적 위치로서만 의미를 만들거나 작동시킨다.

섹스/젠더, 자연/문화가 그런 이원론에 포함된다. 한쪽을 특정하거나 이해하는 일은 다른 쪽을 규정하는 매우 세부적인 사항과의 차이에 의존한다. 다른 것과 구별되며 우월하다고 여겨지는 위치 혹은 대상은 독특함과 우월성이라는 의미의 측면에서 부차적인것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보다 열등한 것, 즉 자원으로 낙인찍힌 쪽 없이는, 보다 위대한 것, 문화의 비범한 특질인 쪽도 자신이 이야기하고 규정하는 것, 자신이 체현하고자 하는 것이 될 수 없다.(『도나 해러웨이』, 61-2쪽)


인간/동물, 문명/자연, 남성/여성, 서양/동양, 정신/육체, 백인/유색인, 비유대인/유대인. 서구 백인 남성들의 자리는 왼쪽이다. 하지만, 그들을 위대하고 비범하게 만드는 쪽은 오른쪽이다. 동물, 자연, 여성, 동양, 유색인, 유대인이 존재함으로써만 서구 백인 남성은 위대해질 수 있다. 박수 쳐주는 관객이 있어야만 무대 위의 배우들이 빛날 수 있는 것처럼. 열등하고, 부차적이며, 자연적인 그 누군가가 존재해야만이 우월하고, 근원적이고, 필수적인 그 누군가의 존재가 가능한 것이다.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동물성이 여성, 흑인, 유대인에게 강제될 때도 여러 개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더 감정적이라고 여겨진다. 개인차보다 성차가 중시된다. 흑인 남성은 백인 남성보다 성욕이 강하다고 여겨진다. 그걸 도대체 어떤 과정을 통해 유추해 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지만. 하지만 멸시하고하 하는 의도 속에 백인 남성의 두려움이 엿보이기는 하다. 유대인은 보통의 남자보다 여성적이라고 여겨진다. 수전 팔루디의 『다크룸』에 나오는 유대인의 편견에 관한 이야기 중 하나는 '유대인 남자들은 생리를 한다'는 소문이었다. 누가 그 이야기를, 그 허황된 소문을 믿을까.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믿지 않지만, 그 속에 담긴 경멸의 의미는 모두 다 알아챌 수 있다. 그만큼 유대인들을 경멸한다는, 경멸하겠다는 의도 말이다. 한 가지 더 있다. 남자를 모욕하고 능멸하는 모든 양식의 끝에는 여성이 있다는 것. 남성의 최종적 타락, 그건 바로 여자다. 남자만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인간, 일군의 인간들의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대상화의 문제이다. 상대가 있지 않고서야 나는, 총체로서의 자아는 구성되지 않는다. 뒷담화를 나누는 우리들은 결국 죄를 나누어 가진 한편이 되고, 전쟁과 폭격을 통해 외부의 적을 구체화하며 내부는 결속된다. 미움 없이 사랑할 수는 없는 걸까. 없단다. 없다고 한다.













남자는 하녀이자 반려자인 여자가 또한 자기의 관중이자 심판자이기를 기대하고, 자기를 자기 존재 속에서 긍정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여자는 무관심과 조소와 비웃음으로 남자에게 이의를 제기한다. 남자는 자기가 욕망하는 것, 두려워하는 것,사랑하는 것과 증오하는 것을 여자 속에 투사한다. 그래서 남자가 여자에 대해서 무언가를 말하기가 어려운 것은 여자에게서 자신의 전부를 추구하며, 여자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제2의 성』, 1417/5245)Keep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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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자 2024-10-09 16: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하아...두번째 후기를 이렇게 빨리 써주실 줄이야...첫번째로 댓글을 다는게 영광일 정도...어쩜 이렇게 여러 책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면서도 이걸 하나로 아우르는 멋진 글을 쓰실 수 있으시죠? 서구1세계 나라에 사는 유색인종 외국인 여성으로서 제 정체성은 100미터 저 멀리 지나가는 누군가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뚜렷하고 숨길 수도 숨을 수도 없죠. 저는 그냥 여자였는데 이곳에 오면서 황인종여자가 되었으니까요. 나름 PC하다고 하는 백인 사회에서조차 내 존재가 백인 사회의 다양성과 인터네셔널리즘을 강조하기 위한 향신료 정도로 취급될 때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온 곳에서 오히려 단단한 벽이 하나가 아닌 두개를 얻은 것 같은 절망과 막막함이 들어요. 이럴 때일 수록 더 읽고 더 알아야 하는데, 우리가 이렇게 공부할 때 정작 깨우쳐야 할 대상은 공부는 커녕..갱생의 여지가 없는 그들을 볼 때 또 무력감을 느끼다가... 이럴 때 일 수록 더 공부를 해야한다, 이 두가지의 반복인 것 같아요. 평생 이런 고민과 절망조차 하지 않을, 아니 애초에 이런 고민같은 게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서구사회 백인 남성들. 제 기준 사회악...

단발머리 2024-10-09 19:40   좋아요 3 | URL
에구... 달자님~~ 역시나 찾아주시는 반가운 마음~~ 감사감사감사링! 제가 내일은 바쁜 날이거든요. 아침부터 오후까지... 그래서 오늘 써보자 해서 오전에 쓱삭쓱삭. 다른 건 아니고요, 달자님~ 제가 읽고 쓰는 커뮤니티는 알라딘이 유일하거든요. 제가 책마다 태그를 정리해두어서 필요할 때 책 제목이 생각나면 태그를 중심으로 기억을 거슬러 찾아가는게 가능합니다. 달자님도 계속 읽고 쓰실 테니, 태그 정리를 잘해두시면 나중에 필요한 책 찾을때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해요^^

서구1세계에서 살아가는 유색인종 외국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 참 마음에 와닿네요. 저는 외국에 가도 관광 목적이고 또 패키지로 여행할 때가 많아서 그런 경험이 거의 없지만, 백인이 보는 유색 인종에 대한 부분이라면 아무래도 큰 벽이 느껴질 거 같아요. 달자님 말씀대로 결국 더 공부하고 공부해야겠지만.... 맞아요, 그들은 그런 필요를 느끼지 않을테니... 서구 백인 남성들이 그런 존재인 건 맞는 것 같아요. 나쁜 일을 내내 제일 많이 저질렀죠. 이웃에게, 지구에게...

- 2024-10-10 1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크으.... 단발님..... 천재.................
박수쳐! 짝 박수쳐! 짝 (관객 1)

우에노 지즈코가 오리엔탈리즘(탈식민의 고전) 책 읽으면서 여성을 대입해서 읽기 시작하자 이해하는 게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고 감탄하는 장면이 문득 생각나요. 한번에 쫙 꿰어주신 *대상화의 문제*와 결국 우리 안의 혐오와 배제, 자아 중심성, 또 유대인에 관한 문제까지도... 이토록 명료하게 볼 수 있으시게 된 것은 (희진샘 왈 빼어난 관점이며 꾸준히 공부 업데이트해야하는) 페미니즘 공부 덕분인 것이겠지요? 탈식민에 관해서라면... 아직은 문외한인 저도 단발님의 공부 겨누면서 천천히 엉금엉금 따라가볼게요.

하지만 오늘은 어쩐지 한동안 재워뒀던 책. 페미니즘 책들을 뒤적이고 싶은 그런 페이퍼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공부를 돈도 안받고 나눠주시다니... 투비에라도 올려두고 팔으셔야겠어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4-10-12 19:05   좋아요 2 | URL
천재 이야기 이제 그만해요 ㅋㅋㅋㅋㅋㅋ 너무 많이 들었다. 용량초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에노 지즈코님 말씀 참말로 맞죠. 저는 흑인의 위치, 자리, 이런 것에 대한 글 읽을 때 여성을 넣어서 읽을 때 있어요. 딱딱 맞아요. 특히 동물성, 감정적인, 비이성적인.... 이런 수사를 흑인, 여성들이 맡아서 처리하곤 하죠.
저 역시 페미니즘 공부가 이런 공부와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아니 도움이 아니라 그 거대한 기둥 ㅋㅋㅋ저는 아직 갈길이 멀고 (자꾸 구조주의랑 포스트구조주의 비교 설명해주는 친구 있음 - 이해 어려움, 진도 팍팍함) 또 여전히 가야할 테지만, 같이 갈 친구가 있다면 언제든 차근히 가볼 생각입니다. 저는 시간이 많다고 합니다.
 


      












우치타 타츠루의 『유대문화론』을 읽는다. 어디에서 어떻게 추천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도서관 책으로 읽는다.

내용을 요약, 정리하려고 했는데, 그건 좀 어려울 것 같다. 유대인에 대해 관심 있는 분이라면 1독을 해도 좋을 듯싶다. 쉽고 재미있고 잘 읽힌다.

유대인은 누구인가. 어떤 사람이 유대인인가. 아니, 어떤 사람이 유대인이 아닌가, 라는 자신의 질문 끝에 우치다는 이렇게 답한다.

유대인은 '유대인을 부정하려는 자'의 매개를 통해 존재해 왔다. 바꿔 얘기하면 우리들이 유대인이라고 칭하는 존재는 '단적으로 내가 아닌 무엇'에 덧씌운 이름이라는 말이다. (『유대문화론』, 40쪽)

내가 아닌 무엇의 총체로서의 유대인성에 대해 설명하던 우치다는 이를 성차의 문제로 바꿔서 설명한다. 최근의 젠더론에 따르면 생물학적 성차는 자연적 현상도 과학적 사실도 아니며, 디지털적인 섹스 보더border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53쪽) 그의 말이 맞다. 젠더는 스펙트럼이고 모자이크와 같다.

우치다는 크리스틴 델피의 문장을 가져온다. 나도 그대로 가져온다.

"간략히 요약하자면, 젠더 여성과 남성의 상대적인 사회적 위치가 섹스라는 (명백하게) 자연적인 범주에 기초하여 구성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젠더가 존재함으로써 섹스가 이와 관련된 자연적 현상이 되고, 그에 따라 지각 대상의 카테고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 젠더가 해부학적인 섹스를 만들어 낸 것이다. 사회 관행이, 오로지 사회 관행이 하나의 자연적 현상(모든 자연적 현상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을 사고의 카테고리로 변화시킨 것이다. "(54쪽)

우치다가 델피의 이 문장들을 읽고 묻는다. "성별화된 사회의 기원에 있어서 부권제적 사회 관행을 만들어 낸 쪽은 성적으로 어느 쪽인가?"(55쪽) 우치다는 델피의 주장이 '성차'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이 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유감스럽게도 이 질문에 대해 내가 이해할 만한 방식으로 대답해 주는 사람은 아직 한 사람도 없다.(55쪽) 내가 여기 알라딘 서재에서 대답해 줄 텐데 우치다가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가 여기에 써놓고 갑니다. 잘 보세요.

성별화된 사회의 기원에 있어서 부권제적 사회 관행을 만들어 낸 쪽은 성적으로 어느 쪽인가 하면, 남성 쪽이다. 남성이 부권제적 사회 관행을 만들어냈는데, 이를 위해서는 성차에 대한 강조가 필요했다. 성차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분홍색을 좋아하고, 친구는 노란색을 좋아한다. 나는 키가 크고, 친구는 키가 작다. 이 차이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 차이가 어떻게 해석되는가가 중요하다.










남성 위주의 부권제적 사회 관행이 만들어지기 전의 사회에서 여남을 가를 수 있는 유일한 차이는 재생산 능력의 차이였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쪽도, 젖을 먹일 수 있는 쪽도 여성이었다. 이것이 최초의 성별노동분업이다. 거다 러너가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논증한 바와 같이 이런 생물학적 성차에 근거한 성별노동분업은 편리(functional)했고, 그래서 남성들과 여성들의 상호 동의하에 이루어졌다. 그렇게 하는 것이 현대적 의미로 경제적이었고, 가성비가 높았기 때문이다. (『가부장제의 창조』, 78쪽)


그리고 남성들은 발견한다. 남성과 여성의 성기가 다른 모양(생물학적 차이)인데 더해서 남성 성기가 여성의 성기에 강제 삽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남성과 여성의 성기가 다른 모양이라는 것, 그것 자체로는 젠더의 작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냥 서로 다르게 생겼을 뿐이다. 하지만,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통해 여성을 강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 방식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바로 그 순간 인류의 역사는 크게 요동친다. 수잔 브라운밀러의 문장이다.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두려움을 일으키는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은 불의 사용과 돌도끼의 발명과 함께 선사시대에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꼽아야만 한다. 강간은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결정적인 기능을 수행해왔다.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에 묶어두려고 의식적으로 협박하는 과정이 바로 강간이다.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25쪽)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여성은 곧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한다. 『하나이지 않은 성』에서 '왜 여자들을 교환하는가?"라는 질문에 레비 스트로스는 이렇게 답한다. 여자들은 집단생활에 있어서 희소가치가 있고, 본질적인 필수품들이기 때문이다.(『하나이지 않은 성』, 223쪽)


부족간 교역 물품으로 전락한 여성의 패배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정치, 종교, 사회, 문화 여러 방면에서 여성의 열등함과 남성의 우월함을 강조하는 이데올로기가 확대 재생산되었다. 남성의 여성 지배는 더욱 공고화되었다.

우치다는 보부아르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이렇게 쓴다.

과거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 성원의 일부를 학살한 집단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혹은 인류의 여명기에 그런 사회 집단이 존재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집단은 한 세대로 소멸하기 때문에 인류사에 어떠한 흔적도 남길 수 없다). 여성이라는 사회적 존재자가 구성되는 방식과 흑인이나 유대인이 구성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유대문화론』, 45쪽)

마지막 문장에는 동의한다. 흑인이나 유대인이 구성되는 방식과 여성이라는 사회적 존재자로 구성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여성에 대한 방식, 여성을 타자화하는 방식/규칙/문화가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강고하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 성원의 일부를 학살한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 집단이 이 집단이다. 그 문명이 지금의 문명이다. 여성은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후로 한결같은 멸시와 조롱의 대상이었다. 혐오와 숭배가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질 테니 여기에서 잠깐 쉬기로 하고.

출산 중에 죽어간, 출산 후에 죽어간 여성들을 논의로 하더라도,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금도 죽임을 당한다. 그건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이슬람만의 문제도 아니다. 여성혐오는 인류 공통의 역사다. 성감별을 통한 여아 살해부터 가족에 의한 명예살인, 그리고 데이트 폭력과 가정 폭력으로 여성들은 폭행당하고, 살해당한다. 물론이다. 남성들도 이러한 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요는 여성을 죽이는 사람이 대부분 남성이고, 남성을 죽이는 사람도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이다.










폴 존슨의 『유대인의 역사』에서는 유럽에서 유대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끈질기게 박해받았는지가 서술되어 있다. 그런데 유대인들을 처형하고 고문하는 광경들을 따라 읽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읽었던 듯한' 기분이 든다. 맞다. 마녀사냥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악마와의 거래, 도덕적 타락, 주문과 주술로 인한 위해가 그들의 죄상으로 여겨졌는데, 이는 마녀사냥에서 마녀로 몰린 여성에 대한 죄목과 매우 유사하다.











프란츠 파농은 '검은 피부'의 자기 자신이 외부에서부터 중층결정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검은 피부'의 자신과 '(하얀 피부의) 유대인'을 비교한다.

그렇지만 유대인은 자신의 유대인성 안에서 남모르게 지낼 수 있다. 그가 무엇인지와 그 자신이 완전히 하나가 아니다. 사람들은 기대하고, 기다린다.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그의 행위, 그의 처신이다. 그는 백인이고, 논쟁의 여지가 많은 몇몇 특징들을 제외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게끔 되었다. 그는 식인 풍습이라고는 아는 바 없던 이들의 인종에 속한다. 자기 아버지를 먹다니 생각만 해도 얼마나 끔찍한가! 잘됐어, 검둥이가 아니면 되니까. 물론 유대인들은 피해를 입었다. 그들은 추격당했고, 절멸당했고, 불가마 속에 던져졌다. 하지만 그것은 사소한 가족사이다. 유대인은 발각되고 나서야 푸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나는 매사가 처음 보는 모습이다. 어떤 기회도 내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외부에서부터 중층결정되었다. 나는 타인들이 나에 대해 가진 ‘관념’의 노예가 아니라 내 외관의 노예이다.(『검은 피부, 하얀 가면』, 113쪽)


이런 생각이 참 쓸데없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어떤 억압이 가장 강력한가. 어떤 억압이 더 끈질기게 작동하는가. 어떤 억압이 더 비인간적인가. 억압은 한 가지만이 아니다. 계급이, 피부색이, 인종이, 억양이, 성이 억압으로서 작동하며, 이런 억압은 동시적으로 교차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파농의 주장에 1을 보태게 되는데, 그의 주장대로 '피부색'에 대한 판단은 처음 보는 그 순간, 1초 만에 종료되기 때문이다. 검은 피부는 숨길 수가 없다. 남성과 여성도 1초만에 판별가능하다.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신경질적이고 과도한 강조와 여성에 대한 코르셋 강요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루어진다. 빠르게 판별하기 위해서. 정확하게 구분하기 위해서. 구분하고 차별하기 위해서.

60쪽 읽고 너무 길게 썼다. 일단 조금 더 읽어보고, 못 다 한 말을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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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0-08 0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치다 선생 뼈 물렁하게 맞는 소리 퍽퍽퍽. 일단은 추천 좋아요 꾸욱 눌러서 땅땅 못 박고갑니다 ㅋㅋㅋ
우치다 센세~ 권력이 어떻게 행사되는지 잘 아실분이 자기 자리 보전하려고 안보이시는 척 하네요. 모르고저모르고저...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하는 여성이 집단으로 같은 여성을 어찌나 박해했냐면요........ 자기가 여성인 걸 까먹어요ㅋㅋㅋ 모두가 시어머니 모두가 팥쥐고요ㅋㅋㅋㅋ 맞아요, 그런 의식은 어디에나 있죠. 자기가 재벌인줄 알아 자기가 백인인줄 알고..(식민지 조선에서는 자기가 일본인인 줄알고).... 그리고 그 차이를 위계질서 짓고 내면화해서 차별로 만들어내는 것,에,는,요......

- 2024-10-08 00:19   좋아요 1 | URL
이득 보는 집단이 존재합니다. 그 이득이 오래되면 자연화(본질화) 되고요… 가장 자연화된 (진화 생물학까지들여와 자연으로 만들어야하는..)제도, 역할, 거기에.. 성차가… 가장 오래 이득을 본 집단이…
아니ㅜ근데 고문받고 학살당하고 죽어야지만 억압의ㅡ증거가 되는 것은 꼰대 종특인가. 하는 물음표 ㅋㅋㅋ

단발머리 2024-10-08 08:52   좋아요 2 | URL
물렁하게 퍽퍽 맞는 소리 잘 들렸던가요 ㅎㅎ 저는 이게 과학적 사고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볼 수 있죠. 그 태도는 아주 본받을 만하고 또 배워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우치다님은 제게 전력이 있어요. 전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의 서문이라고 기억하는데, 일본이랑 한국의 관계가 한참 안 좋을 때(아마 문재인 정부 때일거에요) 이게 왜 그런지 자기는 도대체 모르겠대요. 그래서 제가... 아... 이렇게 똑똑해도 모를 수 있구나. 자기의 자리를 벗어나서 사고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하는 생각을....

쟝님의 표현 너무 좋아요. 나도 이거 쓸 것을 ㅋㅋㅋㅋㅋㅋㅋㅋ자기가 여성인 걸 까먹어요. 모두가 시어머니, 모두가 팥쥐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구 남성 백인 비장애인 중에 자기가 해당사항 있으면 하나라도 야무지게 이용하려고 하죠. 전 여전히 성차가 가장 큰 이득(돌봄노동, 식사준비)을 본다고 생각하기는 해요. 갑자기 서구 남성 백인 비장애인이 부러워질려고 그러네요. 아.... 푸코는 아니었네요. 소수자 ㅋㅋㅋㅋㅋㅋㅋ 다 가지고 한 개 부족해서 그거 설명하려고 책 쓰다 ㅋㅋㅋㅋㅋㅋ

- 2024-10-08 09:07   좋아요 2 | URL
그 똑똑쟁이 한개라도 부족해서 얼마나 다행이게요? ㅋㅋㅋ 그걸 또 요긴히 써먹은 페미, 탈식민, 퀴어, 장애인 똑똑이들 천지 삐까리고 ㅋㅋㅋㅋㅋ 무엇보다 이 페이퍼… 넘나 지성미 터져서 ㅋㅋㅋ 저랑 결혼해주십시오!!! (은오빙의. 사랑보다 더큰 고백 ㅋㅋㅋ 청혼!!)

- 2024-10-08 09:12   좋아요 2 | URL
참, 돌봄. 머릿 속에 나 내새끼 내 서방 먹일거 24시간 생각하면서, 밀키트, 슈퍼마켓, 세탁기 냉장고 가스레인지 없이 살아오셨을 먼저 살아오신 여성들에게 감사와 존경과 사랑을 표합니다 13살 이상의 모든 인류여, 적어도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씻자.(돌봄을 아무리 좋아하려 해도 끼니마다 나오는 설거지 싫은 사람 씀 ㅋㅋ) 우치다는 삼시세끼 걱정이 억압은 아니라고 생각하려나… 물어보고 싶다…

단발머리 2024-10-10 06:11   좋아요 1 | URL
은오빙의 참 감사해요. 요즘 은오님 안 보이니 은오빙의라도 읽으면서 마음 위로해야겠네요. 왜 이렇게 안 오나요? ~~~~~~~~~~ (궁금함의 파도)

제가 결혼을 한 번 해봐서 아는데, 이게 한 번은 해봄직합니다. 쓴맛, 단맛, 마라맛 중에서 골라주세요. 근데 두 번은 못해요. 결혼에 대한 마음은 감사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루시도 아니고, 윌리엄도 아닌데... 한 번이면 족하다.

그런데도, 결혼이 안 중요해지는 이 시대에 왜 동성애자들은 ‘결혼‘에 목 매는가...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아니다, 다음, 다음, 다음 시간에....) 이야기 나누어 보아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후벼 파려면 저기 위에 델피님 또 모셔와야 하겠고요.

전, 그런 의미에서... 배민이 저의 돌봄 노동의 23%를 가져갔음을 감사하게 여깁니다.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세상, 고르는 재미에 빠진, 엄마집밥의 참맛을 모르는 불쌍한 내 아강이들.... 얘들아, 엄마는 돈을 벌테니, 너는 마라샹궈를 시키거라. 그러나 엄마가 끓여주는 미역국의 따뜻함을 너는 대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며...

- 2024-10-10 19:18   좋아요 1 | URL
아... 이런 댓글을 받을 줄이야.. 결혼. 그거 내가 해봐서 아는 데.... ㅋㅋㅋ 한 번은 추천해.... 라니... -_- ㅋㅋㅋ
저도 하고 싶다니깐요.. 근데 못하는 거얌 ㅋㅋㅋ 결혼 탈락자입니다! 제도가 나를 안 받아줌. 자격 미달.

달자 2024-10-08 00: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너무 좋아요... 어떻게 60쪽만 잃고 이렇게 풍성하고 깊은 사유를 여러 책을 오고가며 쓰실 수가 있을까요?단발머리님의 내공에 감탄 또 감탄... 소수자성에 순위를 매기는게 의미가 없긴 하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부분에 저도 파농의 손을 들어주게 되네요. 내가 정하는 정체성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타인에 의해 0.001초만에 정해지는 정체성, 피부색, 성별. 이건 정말... 숨을 곳이 없다고 해야할까요? 영원히 발가벗은 상태로 살아야 하는 ?

단발머리 2024-10-08 08:59   좋아요 4 | URL
파농이 유대인성은 숨길 수 있다고, 자신은 외관, 피부색의 노예라고 썼는데, 그런 점에서 여성처럼 보일 것을 강요당하는 여성의 위치는 흑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서는 흑인과 여성이 소수자로서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그런 검은 피부의 파농은 한결같이 하얀 피부의 백인 여성을 동경하는 걸 보면... 이건 뭐... 하나 없으면 다른 하나를 얻겠다는... 그 심산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달자님~~ 제가 어제 바빴어요. 글고 오늘도 엄청 바쁠 예정이거든요. 어제 밤에 집에 가서 피곤한데 이건 써야돼, 하면서 후다닥 썼단 말이지요. 달자님의 이 달콤하고 에너지 팍팍 정관장 에브리타임 같은 댓글을 받으려고~~ 그려려고 전 이 페이퍼를 썼나 봅니다.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달자 2024-10-08 17:59   좋아요 4 | URL
검은 피부의 파농이 동경한 하얀 피부의 백인 여성을 저는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였다고 보기보다는 그 ‘취향‘에는 억압된 인종차별이 개인에게 발현된 이유도 상당 부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타자화된 대상으로서, 본인의 숨길 수 없는 소수자성이 사회에서 열등함으로 낙인찍힐 때, 그 개인은 자신의 그 소수자성을 때로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혐오하다가, 또 이를 프라이드로 여기다가, 또 혐오하다가 이 반복의 연속이잖아요. 자신의 인종을 편안하게 수용할 수 없도록 만드는 사회에서 그런 열등감은 종종 다른 대상을 타자화하는 방식으로 발현되기도 하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금발머리, 파란눈, 하얀 피부‘처럼 오늘날 어느 문화권에서나 절대적인 미의 기준인 세상에서 흑인이 그 미의 기준이 취향이였다고 해서 손가락질 할 수 있나 싶기도 하구요.. 백인은 백인이 취향이여도 되는데 흑인은 백인이 취향이면 안되고 자신을 닮은 사람을 좋아해야하나? 근데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저도 정말 궁금한게 많고 관심이 많은 주제이긴 해요. 취향의 정치학이나 사회학이라 할까요, 근데 그게 그 취향이 성적 취향일 때요. 아 또 댓글을 쓰다보니 두서가 없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네요ㅠㅠ 암튼 단발머리님의 이 책 후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단발머리 2024-10-09 13:54   좋아요 3 | URL
달자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 역시 사회 속에 속해서 살아가는 거니까요.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죠. 금발머리, 파란눈, 하얀 피부에 대한 동경 역시 마찬가지구요.

제가 그래서, 예전에 써두었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의 리뷰를 다시 봤어요, 제 리뷰를... 지금 이 책이 집에 없네요. 전 도서관책으로 많이 읽어서 그런지 이런 일이 자주 있어요. ‘뮬라토 여성에 대한 파농의 적의‘에 제가 꽂혔던거 같아요. 달자님 다 아시는 것일 테지만 제가 한 번 더 써보면....

파농이 살았던 지역의 뮬라토 여성들은 흑인 남성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다가가려는 시도조차 무시한다는 거에요. 왜냐하면, 자기들은 무조건 백인 남성을 만나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녀들로서는 그게 자신의 피부색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에요. 백인이 되는 것. 근데 파농도 그렇잖아요. 자기도 백인 여성을 만나야 돼요. 그녀에게서 사랑받아야 돼요. 그래야 자기는 백인이 되고, 비로소 인간이 된다고 여기는 거거든요. 근데 파농이 뮬라토 여성들을 적의로 대합니다. 아주 못됐다. 못돼 쳐먹었다... 이런 식으로요. 만약 그 뮬라토 여성이 그에게 다가왔으면 어땠을까. 이건 순전히 저의 상상이구요. 파농은 그 여성을 안 받아줬을 거에요. 실제로 파농은 백인 여성과 결혼했구요.

흑인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분열적인 측면에 대해서 전 관심이 많습니다. 백인 남성과 함께 다니는 흑인 여성을 볼 때마다 흑인 공동체에서 떠올릴 수 밖에 노예 시대의 기억, 노예첩에 대한 기억에 때문에 사랑하는 백인 남성과의 관계를 부끄러워하는 흑인 여성에 대한 부분도 그렇구요. 결국 가장 고통스러운 이는 흑인 여성이다... 이런 생각을 갑자기, 달자님 댓글 읽으면서 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우리 같이 고민하면서 같이 공부해요, 달자님!

건수하 2024-10-08 09: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 어젯밤 안 자고 드라마보다가 이 글 읽고 감동해서.. 근데 달자님 댓글 보고 비슷한 댓글 될 것 같아서 안 쓰고 자러갔잖아요. 단발머리님 존경합니다!

코르셋 강요의 이유를 잘 몰랐는데 깨달음을 얻었고, 그리고 온갖 소설들에 유대인의 ‘코‘ 모양 얘기가 나왔던게 생각나요. 유대인의 생김새가 그렇게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판별하고 싶어했던 사람들의 마음이란...

단발머리 2024-10-08 13:16   좋아요 1 | URL
제가 ㅋㅋㅋㅋㅋㅋ 건수하님 댓글 읽고 얼마나 놀랐던지 ㅋㅋㅋㅋㅋㅋㅋ제 다음 페이퍼 제목이 <유대인의 코>에요. 사진도 벌써 두 개 골라놓았단 말이지요. 우아~~ 건수하님의 예지력에 나는 완전 반해버리고 말았구요.

인종 문제를 유대인과 흑인의 문제와 연관지어서, 그리고 외모를 기반으로 하는 ‘정체성 판단/감별/식별‘이 여성에게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써보겠습니다. 이상, 건수하님이 칭찬해주셔서 의기충천한 단발머리

건수하 2024-10-08 13:37   좋아요 2 | URL
우와~ 유대인의 코! 엄청 기대됩니다 ^^

저도 예지력이란 단어에 괜히 으쓱으쓱 ^^

독서괭 2024-10-08 1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글이 올라왔다는 소식에 헐레벌떡 달려왔습니다 ㅎㅎ
오, 전 항상 유대인이 아리송하더라고요. 유대인인지 아닌지가 생김새로 판별이 되나? 특징이 있다고는 하는데(수하님 말한 코모양) 오랜 세월 계속 유대인-비유대인이 섞여 왔을 텐데 그게 유지가 되는지.. 우성 유전자인가 ... 유대인에 관해 저는 참 아무것도 모르고 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파농의 지적은 뼈 때리네요. 1초만에 판별당하고 차별받는 것.. ㅜㅜ
저 요즘 애들 질문에 답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백인은 미국인이냐? 고 묻는 등 국적과 인종을 혼동해서 묻는 질문이랑, 이 사람은 여자냐 남자냐? 하는 질문..(괜히 생각 많아짐 ㅋㅋ )

단발머리 2024-10-08 13:21   좋아요 1 | URL
걸어오셔도 됩니다. 알라딘 서재 이웃님들 다정하신 분들~~ 제가 여러분이 계셔서 쓸 맛이 납니다^^

독서괭님 댓글에 써주신 부분 그대로 이 책에 나오거든요. 특별한 게 없어요, 유대인의 특징이라는 것도 사실 없다고 할 수 있구요. 근데 인종적으로는 그러지 않은데, 홀로코스트 준비하면서 독일인들은 나름의 기준을 세웠더라구요. 그걸 다음 페이퍼에서... (독서괭님, 저 좀 말려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자꾸 공수표 남발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 아가들의 귀여운 질문들. 사실은 엄청 무겁고 어려운 답변이 기다리고 있는 질문들.....
귀여운 아가님들~~ 독서괭 엄마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바람돌이 2024-10-08 2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치다를 쩜쪄먹는 단발머리님
진짜 명쾌한 대답입니다. 박수 만 번쯤 치고 싶은 대답이네요. ^^
모든 억압은 동시적으로 교차해서 진행된다는데 동의합니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교묘하게 감춰지기도 하고 우리가 본질을 파악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하는거 같거든요.

유대인은 진짜 오랜 세월동안 유럽사회에서 섞여 살아왔기 때문에 사실상 인종적으로 구분하는건 무의미하고요. 또 유대인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으면 유대인의 정체성을 부여받지만 그 공동체를 벗어나서 사는 유대인들 엄청 많잖아요. 그럴 때 그들 자체적으로는 모계를 기준으로 세운다고 합니다. 아빠가 누군지 헷갈릴 때는 엄마가 유대인이면 유대인이 확실한거랄까? 뭐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4-10-09 13:57   좋아요 1 | URL
우치다는 모르고 저 혼자 ㅋㅋㅋㅋ 바람돌이님 칭찬에 으쓱으쓱!!

바람돌이님 두번째 문단이 다 맞아요!! 유대인이란 인종적 구분은 무의미하고, 헷갈릴 때는 엄마 따라가기~ 들으신 정보가 전부 맞습니다. 그 하버드에 부부가 종신교수 되어서 한때 방송에 자주 나왔던 석지영 교수 있잖아요. 그 교수 남편이 유대인이더라구요. 아이들 유대인 교육 시키고, 태권도 학원에도 가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전 그 집 아이들도 유대인이라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좀 애매하고 복잡하고 그래요. 그죠? 걔네들 한글 잘 배워야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