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전데에 대한 글을 찾다가 이런 문단이 눈에 들어와 두 번을 읽었다. 계속 생각나서 다시 그 글을 찾았고(내가 쓴 글에서 인용했는데도 찾는데 오래 걸리는 편), 한 번 더 읽었다.






나의 젠더란 사랑했던 사랑의 대상이 구성한다는 것. 내가 사랑했던 무언가와 이별했다면 그 대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남아 있다는 것. 그러니깐 나의 일부로. 나의 일부로 남아 내 안에 남아 있다는 것.



잊을 수가 없는 내 안의 일부. 잊을 수 없는. 나의 일부.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이 2025-03-14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름이 곧_옵니다. 새로운 사랑을 합시다. 응?! 🤪

단발머리 2025-03-15 10:59   좋아요 1 | URL
앞으로 점점 봄이 짧아진다고 해요. 새로운 사랑 좋지요~~ 사랑이라니!

수이 2025-03-15 13:23   좋아요 0 | URL
사랑이라니 선영아 😛

단발머리 2025-03-15 13:27   좋아요 0 | URL
사랑이라니 수이야 😘😍🥰

수이 2025-03-15 13:40   좋아요 1 | URL
사랑뿐이야 단발아 🥸😎🧐🤨🤯

건수하 2025-03-14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젠더 트러블 읽기 전에 읽을까 하고 사둔 책인데, 쉽지가 않네요 @.@

단발머리 2025-03-15 11:00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젠더 트러블 읽던 중에 추천받아 읽은 책이에요. 이쪽이든 저쪽이든 저도 쉽지 않더라구요 @@
 
친밀한 착취 : 돌봄노동
알바 갓비 지음, 전경훈 옮김 / 니케북스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제적 이성애와 무성애의 섬 (feat. 수하님)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4327166)

[젠더 트러블] 젠더는 반복된 일단의 행위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2808169)

이성애와 성 범주와 관련해 이 글과 연관이 있는 예전 글의 링크를 올려둔다. 먼댓글이 없어져서 많이 아쉽다.

평소에는 자주 못 만나던 교회의 구역 식구들이 연말에 한자리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내가 아는 가장 착하고 순한 엄마들 중에서 자기주장이 강하고 야무진 집사님 1인이 그러는 거다. 아침에 아이들 깨우는 게 너무 힘들다고. 10분만, 5분만. 딱! 5분만. 5분 뒤를, 그리고 10분 뒤를 말할 때, 그 시간에 맞춰 아이를 깨워야 하는 사람인 나는, 그 시간 동안 '대기'할 수밖에 없고. 대기하는 동안 내 시간은, 그렇게 그냥 흘러가 버리니, 그렇게 잃어버린 내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것이 그녀의 토로였다. 어느 집이든, 어느 집의 엄마든 겪어내는 일이기에 모두들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나 역시 고개를 끄덕끄덕. 맞아요, 진짜! 진짜 그래요. '엄마, 나 5분 뒤에 깨워줘요!'의 상황이 이 책이 말하는 바로 그 '상황', 그 situation이다.

아침에 제시간에 착실히 일어나 작업장으로 착착 걸어 들어가는 노동자를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여성은 가장 중요한, 가장 근본적인 역할을 맡는다. 전통적인 핵가족 모델에서,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중산층에 속하는 백인 여성은 돌봄노동을 주로 맡게 되고, 이는 자연스레 '여성의 일'로 여겨진다. 돌봄노동의 핵심은 '감정노동'일 것이다.


이것은 개인적 인정을 원하는 우리의 정서 욕구를 채우는 데 무임금 재생산 노동이 필수인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무임금 재생산 노동은 개별화된 욕구 충족을 통해 개개인의 차이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에 한없이 복잡하다. (100쪽)


나는 인간이 서로에게 '의지'한다는 생각을 '거부'하는 것이, 그런 시도 자체가 모순을 내포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한다. 인간은 입속으로 무언가를 넣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 인간은 동물과 식물에게 생존을 의탁한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인간 식물'만이 올곧이 존엄하고 완벽한 자존이 가능하다. 인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한다. 출생 직후 극도로 유약한 상태에서 외부로부터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신생아 뿐만 아니라, 성인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자녀, 친구와 이웃으로부터 얻는 정서적 지지, 정서적 도움이 생존에 필요하다. 생필품이라 할 만한 것들은 국가의 범위를 넘어 다른 국가의 사람들, 다른 국가의 노동자들을 통해 얻어진다. 아침에 먹은 바나나는 스미후루 감숙왕 바나나.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다.


요는 이러한 도움, 이러한 돌봄이 여성의 것, 여성'만'의 것으로 강제되고,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상황에 있다. 그것이 왜 여성의 일인가. 왜 여성만의 일인가. 과학기술의 발달로 곧 여성만의 영역이었던 출산에서 여성은 비로소 탈출하게 될 것이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이 예언했던 바로 그 해방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여전히, 출산은 여성, 가임기 여성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이다.

하지만, 출산을 제외하고 다른 영역에 있어서 여성이 할 수 없는, 즉 남성에게 가능하고 여성에게 불가능한 '일'이란 있을 수 없다. 동시에 여성이 할 수 있는데 남성이 할 수 없는 일이란 것도 없다. 설거지와 화장실 청소, 아이 목욕시키기와 밥 먹이기, '어린이집 데려다주기'와 '자전거 뒤쪽 잡아주기'의 어느 지점이 '여성적'이란 말인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건 '여성의 성역할'로서의 돌봄노동을 의미한다. 이를 '여성적'인 일로 규정함으로써 남성 집단 전체가 받게 된 이익, 남성으로써 누리는 특권에 대한 제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면 이제는 이런 인식이 상식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스스로, 그리고 사회적 압력과 문화의 이름으로 '여성적인 일'에 복무한다. 복무할 것을 요청받는다. 요청받은 수행을 반복한다. 평생에 걸쳐.

이 지점에서 이성애 로맨스가 중요하다.

여기에 이성애 로맨스와 가정이 삶의 궁극적 목적이라는 이데올로기의 홍보가 따랐다. 이성애 결혼이 곧 좋은 삶이 되었고, 모두가 핵가족이라는 규범적 재생산 제도를 원하는 듯 보인다. 이성애는 무임금 노동의 자연화다. 이성애를 통해, 젠더화된 노동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며 좋은 것이 된다. 로맨스 이데올로기는 감정노동을 일이 아니라 보상으로 보이게 한다. (120쪽)


왜, 왜 이성애가 사회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는가. 될 수 있는가. 여성이 남성을, 남성이 여성을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그런데 잠깐. 누가 여성인가? 누가. 누가 남성인가. '누가' 남성이 될 수 있는가. 누가 누구를 '여성'이라고 혹은 '남성'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가.

모니크 위티그가 주장한대로, "성 범주는 남성이 여성의 재생산과 생산을, 결혼 계약으로 실제 여성 개인을 전유하는 이성애 사회의 생산물이다(<스트레이트 마인드>, 51쪽) 즉, 일방을 남성으로, 다른 한쪽을 여성으로 규정하는 데에는 인간의 성을 오직 두 가지 방식으로 한정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 인위적으로 범주화된 두 종의 인간, 여성과 남성이 구분되고, 이성애만을 긍정하며, 또한 이성애 결혼을 권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가부장제가 공고화되는 방식이다.


자본주의로의 이행에서 젠더 관계를 이념적으로 재정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였던 “여성 논쟁”에서는 두 개의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 첫째로 남성과 여성 간의 차이를 극대화하고 남성성과 여성성의 전형을 더욱 명확하게 구분 지은 새로운 문화적 규준이 구축되었다. 둘째로 여성은 과도하게 감정적이고 욕망이 넘치며 자기통제능력이 부족한 만큼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하기 때문에 남성의 통제 아래에 놓여야 한다는 명제가 확립되었다. (『캘리번과 마녀』, 164쪽)




They call it love.

사랑이라 부르며 요구되는 착취 속에 여성들은, 대부분의 여성은 이 명령을 내재화했다. 자신을 희생하라는 요구, 규범적 여성성의 핵심적 요구에 부응했다. 오랜 기간 그것이 여성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었고, 대부분의 사회에서 오직 그것만이 유일한 삶의 방식이었다. 이를 거부한 여성은 폭행당했고, 살해당했고, 미친년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새로운 세대가 온다.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순응하기를 거절하는, 다른 사람을 위한 재생산을 거부하는(182쪽), 자주적으로 살기로 결정한 새로운 세대가 온다.


돌봄 노동에 관한 부분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이 다루어야 하는 기본 전제를 정연하게 정리한 책이어서 1독을 권한다. 논의는 돌봄 노동 거부를 넘어 가족 해체까지 나아가는데, 4인 핵가족의 한 사람이며, 정형화된 삶의 규준이 강조되는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다른 '가족', 다른 '공동체', 다른 '그 무엇'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하기에 그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표지에 속으면 안 되는데, 읽다 보면 사실 이렇게나 예쁜 분홍분홍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게 된다. 아니, 우리가 요구받는 그 무엇, 친밀함과 다정함, 그리고 사랑이 이렇게 분홍분홍한 것은 사실이니, 그런 측면에서 제대로 된 선택이라 할 수도 있겠다. 이 책, 실비아 페데리치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페데리치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누군가에게 좋은 모델이자 레퍼런스가 된다는 건 신나는 일일 것 같다. 페데리치님, 그거 아세요? 알바 갓비가 페데리치님 좋아한대요. 분홍분홍하대요!





즉 노동 행위가 주체를 존재하게 한다. 주체는 기억, 욕망, 습관을 통해 안정된 실체로 드러난다. 이런 것들은어떤 유형의 노동을 능숙하게 반복하면서 내면화된다. 주체는 사회적으로 성립된 자아를 사회보다 앞선 진정한 것으로 경험하게 된다. 감정노동의 경우에 특히 그렇다. - P45

이성애는 재생산 노동의 자연화고, 재생산 노동에는 자본주의의 자연화가 따른다. 페미니스트는 이런 자연화에 도전해야 한다. - P125

자본주의 사회구조에 맞서 투쟁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본과 국가의 노동자 계급의 재생산 비용을 지속적으로 늘 리는 주거와 보육 서비스의 무상 지원같이 새로운 사회적 욕구를 만드는 것이다. - P130

사회학자 디무트 엘리자베트 부벡DiemutElisabet Bubeck이 말하듯, 모든 여성은 직접 착취당하지 않아도 젠더에 기초한 착취에 취약하다. 이성애 제도는 자본에 이로울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이로운 방식으로 착취한다. - P141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생산 노동은 자주적 주체성과 병립할 수 없다고 여겨진다. 이런 유형의 노동이란 다른 사람의 욕구를 우선시하는 노동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의지보다는 그러한 욕구가 노동 주체를 순응시키는 힘이된다. 따라서 자주적으로 산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한 재생산 노동을 거부한다는 뜻이다. - P182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5-03-12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본주의에 찌들어 살고 있지만 그러나 자본주의가 무찔러야 할 그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특히 우리 여성들이 고통스러운건 자본주의 탓이다. 이성애 역시 자본주의가 강제했다!! 그런데 한 개인이 그걸 어떻게 쳐부수지? 이러다보면 다시 굴레에 빠지게 되고.. 여하튼 자본주의 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책을 읽기를 매우 좋아하는바, 이 책도 제가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책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제목이 좀 음... 저같은 꼴페미에겐 순하게 느껴졌거든요. 이미 다 아는, 속터지는 내용일 것 같다는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면 매운맛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도전합니다!!

단발머리 2025-03-13 15:2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댓글에 공감됩니다. 결론은 자본주의로 가는데 이걸 이길 힘이 우리 문화에, 우리 시대에 가능할까 생각할 때 저는.... 불가능하다 쪽이거든요. 근데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현재에 해결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파국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매운맛이긴 한데, 우리가 전에 읽었던 책들(페데리치, 달라코스타, 크리스틴 델피)이 있어서 그래도 잘 넘어갑니다.
도전은 항상 환영이구요!

다락방 2025-03-12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이 글의 도입부에 교회 집사님 얘기요, 아이들을 5분후에 깨워주고 또 깨워주는 일. 이것 자체는 사실 어느 집에서나 일어나는 일상이잖아요. 그런데 ‘그렇다면 아이를 깨워야 하는, 대기하는 나의 그 시간은 어디서 보상받나‘ 에 대해서는 제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서, 그 부분에 대해 큰 깨달음 얻고 갑니다. 아마 저는 누군가를 깨워본 적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런 식의 생각은 마땅히 언젠가 나와야할 것이었고, 그 집사님께 베티 프리단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어쩐지 잘 맞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5-03-13 15:29   좋아요 0 | URL
그 집사님은 전업주부의 이상이며 소임(?)으로 여겨지는 자녀 교육에서 ‘세속적‘ 측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시고 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자기 공부를 시작하셨어요. 아주 잘하던 분이라 다시 공부하는데도 잘하시더라구요.(부럽네욬ㅋㅋㅋㅋㅋㅋㅋ)
베티 프리단 좋은 선택이네요. 책을 좋아하시는 분은 아니신데 독서 모임도 하시고 그러거든요^^

수이 2025-03-12 16: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182쪽 문장들 소리내어 방금 읽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이혼한 까닭에 접해서 다시 읽어보았고 지금 제 맞은편에 앉아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다시 읽어보았어요. 저는 한 번도 그런 투사로 살아가고 싶었던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 주입받은 그대로 충실한 이성애에 사로잡혀 멋진 왕자랑 비스무리한 경제력 있고 근사한 남자와 가정을 이루면서 알콩달콩 펭귄새끼들보다 더 어여쁜 새끼들을 내 품 안에서 온전하게 보다듬으면서 따뜻하고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었던 거 같아요. 물론 이게 시나리오대로 딱딱 갈 수가 없구나, 라는 걸 알게 된 건 구남편 덕분이긴 하지만요. 동시에 저게 내 욕망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동시에 아 내 시나리오대로 쓰여지지 않았다는 걸 정확히 알았고 어떤 욕망의 결로 흐르건 간에 돌봄노동과 주체성을 병합시키도록 하자. 이대로 살다간 미쳐 죽건 속터져 죽건 둘 중 하나다 그렇게 일단 내질렀던 거 같아요.

단발머리 2025-03-13 15:32   좋아요 0 | URL
저는 모든 사람이 투사로 살아야한다고는 생각 안 하는데요. 일단 제가 투사가 될 기질이 약한 사람이고요. 소시민적 이상을 무조건 거부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근데 우리가 내내 읽는 페미니즘의 교훈은... 그런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건데, 설사 우리의 현실이 그러하더라도 그 억압과 무게를 감당하는 여성은 많지 않으니까요.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 같은 분투의 시간이 필요하죠.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어요.

수이 2025-03-12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비아 페데리치 언니도 그렇고 알바 갓비도 그러하긴 한데 저는 완독 후 좀 더 깊은 회의감에 사로잡혀서 아 내 한계는 여기까지로구나 그걸 명확하게 알았어요. 돌봄노동에 사로잡혀 정신 없이 살아가는 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가까이 하게 되면서 더 주체성과 돌봄노동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게 됐고 여자가 아무리 똑똑해봤자 결국 한국 여성의 삶은 정해져 있는 거 같아, 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또 곰곰. 어딘가에 해방의 길이 있으리라는 건 알겠는데 이걸 병행해가는 여성들(물론 돌봄노동하는 남성들도 마찬가지고)이 만족할 수 있는 때가 다다르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를 후_일 거 같다는 생각도 동시에 했어요. 결국 욕망의 결이 아닐까 싶어요. 둘 다 운 좋게 해나가리라 여겼는데 그 친구(유학간 친구)도 그렇고 지난 제 삶을 봐도 그렇고. 지금 카페에 말린 장미 다발이 데코로 놓여져 있는데 말린 장미로 살아가고픈 이들은 아무도 없겠죠. 17년 동안의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아이를 낳아 키웠고 그것만 따지고들어도 아쉬울 건 없는데 17년 동안 말린 장미로 집 안에서 살았던 거 같아요. 더 이상은 못해먹겠다 싶어서 뛰쳐나오긴 했지만.

단발머리 2025-03-13 15:41   좋아요 1 | URL
해방의 길이 생각보다 멀리, 저기 저 길 끝, 골목 돌아가면 나오죠. 나이가 40대는 지나서야...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뒤라서. 지난 일을 후회하는 건 의미 없지만, 사무치는 후회와 원망과 회한이 없다면 그것도 거짓말일 테고요.

한편으로 저는... 전업 주부 엄마에게 요구되는 그 무게. 아이의 공부와 진로와 관련된 압박(이 책에 소개된 감정노동, 즉 다정함으로 아이를 다독이고,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하는 것)이 상당하니까요. 사람들에게 오르내리는 대치맘의 라이딩 생활 같은 거요. 오늘 기사에는 어떤 연예인이 아이 사교육비를 공개했는데(물론 어마무시한 금액) 사람들 반응이 또 오늘의 현실을 보여주고요. 이런 것들을 엄마들에게 요구하면서, 자유롭게 살아라, 제 자신을 찾아라, 하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요.
이건 전교 1등해도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 아닌가 말입니다. 공부에, 예체능에, 아이 체력도, 아이 교우 관계까지 관리할 것을 ‘요구‘하면서 ‘너 자신을 살아라‘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요~~~ 가능하냐고요. 우주 최강 슈퍼맘이라도 힘들겠단 말입니다.

2025-03-12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3-13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3-17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3-17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3-17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로 운동 3일차다. (며칠 전 상황. 이후로도 똑같음)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체육 시간에 나무 그늘 밑에 숨어 지내던 내가, 헬스장 정기권을... 어쩔 수 없이, 하는 수 없이, 불가해한 이유로 결제하고야 말았다. 아파트 안 헬스장이라 사우나까지 이용 가능한데도 가격은 저렴하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나는 거기에 가는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농담처럼 돈을 내고 운동하는 건 택도 없으니 누가 돈을 주면, 그러니까 헬스장 이용비 내주고 헬스장 가는 내 노고에도 비용을 지불해주면 운동을 가겠다 하긴 했는데...

간만에 모인 친구들 사이에서는 역시나 운동 이야기가 나왔다. 무슨 운동을 하고 있느냐, 그건 어떤 효과가 있느냐, 너에게 잘 맞는 운동을 찾아서 다행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하던 중, 누군가 내게도 무슨 운동을 하고 있느냐 묻기에 나는 100번 반복했던 동의보감의 바로 그 이야기.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하는 것보다 적게 먹고 덜 운동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친구들은 이게 가능한 건 너가 아직 아프지 않기 때문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는데 그게 바로 10여 년 전 얘들 학교 친구 엄마들, 주로 나보다 6-10세 많은 언니들에게 들었던 바로 그 이야기와 완벽하게 똑같다. 아파서 운동하는 거라고. 운동하고 나면 덜 아프다고.

아직 아프진 않지만, 심각한 운동 부족인 건 사실이고. 자료 화면 나갑니다.



원래는 새해를 맞이하여 신나게 시작해 보려 했으나, 정기권 할인 행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늦게 시작하였고, 늦게 시작하고도 일주일 이상을 안 가다가 겨우 3회를 다녀왔는데. 아... 괴롭다. 안 가고 싶다,를 노래하며 가방을 챙기고, 걸어가면서도 계속 구시렁거린다.

운동이라 이름 붙이기 뭐할 정도인 운동을 하는데도 그렇다. 빠르게 걷기를 20분 하고, 자전거 타기를 20-25분 하고 씻고 돌아온다. 이렇게 하니 당연히 땀은 안 나는데, 그래도 샤워하러 들어간다. 샤워하는 시간이 즐거워 그나마 다행이다. 집에서는 저렴한 대용량 샴푸, 대용량 린스, 대용량 바디워시를 사용한다. 바디 오일은 안 된다고 해서 향이 좋은 바디 로션을 하나 구입하려고 한다. (구입 완료^^) 바디 로션의 향을 위해 운동가기로 마음먹는 이내 마음 내 마음.

둘째 날이던가. 물론 셋째 날에도 그랬겠지만, 자전거에 앉아 페달을 돌리는 데 돌릴 힘이 없는 게 아니라, 돌리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페달이란 자고로 돌려야 하고, 나는 그래야만 하기에, 자전거에 엎드려 페달을 돌렸다. 하반신은 페달을 돌리고 있었지만, 상반신은 이런 모습. 딱, 이런 모습이었다. 나는 자전거 위에 엎드려져 페달을 돌리는데 돌릴 수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페달을 돌린다. 돌리고 돌리고.



눈앞 러닝머신 위에는 달리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여자, 남자, 젊은 사람, 나 이든 사람. 모두 다 앞을 바라보며 빠르게 걷고 빠르게 달린다. 묻고 싶다. 가능하다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왜 운동하시는 거에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운동하는 게 싫지는 않으신 거구요? 일주일에 몇 번 운동하시는 거에요? 한 번에 몇 분씩 운동하시는 거죠? 운동하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운동을 오지 않은 날에는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운동을 하거나, 하지 않았을 때 신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그러니깐, 왜... 왜, 운동하시는 거예요?




지지난주에 한 건, 지난주에 한 건. 투 스트라이트로 정신이 혼미했다.

아침에는 작은 아이 10분 라이딩을 해주고, 짬짬이 대학생이랑 놀았다. 구두를 보러 나가고, 테일러 스위프트 전시 행사 가는 길에 함께 했다. 예쁜 친구랑 밀크티를 마시고 제인 에어를 선물받았다. 아빠 백내장 수술 받으시는 병원 쇼파에 앉아 잔소리하는 엄마를 말리며 '오늘은 아빠 수술이니깐 잔소리는 여기까지만~'을 이야기하고, 멀리 사는 동생이 알아봐달라 해서 은행에 다녀왔다. 영어 동영상을 몇 개 찾아보고, 읽고 꽂아두었던 책을 책장에서 마침내(!) 찾았고, 거실 책상 위에 쌓아둔 책을 책장에 꽂았다. 그렇고 그런, 뻔하고 심심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퍼뜻 생각이 찾아들면 어떻게 할줄 몰라 당황스러웠다.



A가 아닌 B로 선택한 건 잘한 선택이었나. A를 더 기다렸어야 했을까. A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B는 나를 반겨줄까. 1년도 아닌 7개월 단기 계약직. 무기 계약직 전환이 불가하다는 계약서에 싸인하는 내게 그건 정말 쓸데 없는 걱정이 아닌가. 하지만 이제 그 무엇도 돌이킬 수 없다. 그렇게 됐고, 그렇게 되어 버렸다.

샤워를 할 때, 청소기를 돌리고 있을 때, 나는 분명 여기에 있는데, 내 생각은 한없이 과거로, 과거의 말로, 과거의 행동으로 역행해간다. 나의 진심이 가 닿을 것인가. 나의 기도가 가 닿을 것인가에 대한 염려와 걱정은 금세 후회와 죄책으로 넘어가버린다. 내 진심이 얼마나 진실했는가가 무슨 상관일까. 이것은, 이런 상황은 바로 나 자신의 실패가 아닌가. 그게 틀린 생각이라는 걸, 터무니없다는 걸 아는데도, 알고 있는데도 내 일부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실패했다고. 잘못했다고. 부족했다고.

그리곤 윤가의 구속취소 결정과 석방이 있었는데, 투 스트라이크에 원 스트라이크. 아웃! 아웃이다. 에라, 모르겠다,의 심정. 어떻게든 되겠지. 설마 탄핵이 안 되겠어. 주문처럼 반복하다가도 무슨 개선장군마냥 카 퍼레이드 하는 모습이란. 아이구, 에구.

일단 책을 샀다. 두고 보자. 두고 보자, 내란 세력. 두고 보자, 멧돼지!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5-03-10 16: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운동 안 하고 있는 제가 감히 드릴 말씀은 아닌데~~
제 생각에 헬스장은 100일이 고비인 것 같아요.
눈 딱 감고 백일 다니면서
점점 조금씩 기구 중량을 올리다 보면,
아니 이놈의 무게에 중독되더라고요.
재밌어 지기도 하고요.

어쨌든 제 결론은 몸이, 아니 건강이 제일 좋아지는 운동이 헬스더라고요.

저는 3월에 되도록 읽고 읽는 책 50권 정리하고 진짜, 정말, 참말로
4월에는 꼭 등록하려고 해요^^

단발머리님, 화이팅!

단발머리 2025-03-10 16:36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 진정으로 페넬로페님의 댓글에 애정과 배려가 담뿍 묻어있사옵니다! 저는 1년을 등록하였고요. 목표는 일주일에 3일 ‘참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눈 딱 감고 백일이라고 하셔서 제 마음이 ㅋㅋㅋㅋㅋ 설레이오며!
제가 사실.... 주위 사람들에게는 작심3일의 아이콘이라서요. 하지만 주신 말씀대로 눈을 꼭 감고! 도전해보겠습니다.

페넬로페님도 읽고 있는 책 잘 정리정돈하시고, 4월에는 꼭 등록하셔서 저랑 같은 고통을 맛보시기를!!
진짜로 화이팅입니다! 화.......... 이팅!!!

건수하 2025-03-10 1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오늘 등록하러 가야하는데...

가기 싫어요. 그 시간에 책 읽고 싶어요. 근데 체력이 넘 떨어져서 살려면 운동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단발머리 2025-03-10 16:37   좋아요 1 | URL
아... 건수하님! 오늘 꼭! 등록하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ㅋㅋㅋㅋㅋ 저만 괴로우면 아니 되고요!!

저는 말이에요. 사실... (고백 중) 아직도 설득당하지 못했습니다. 설득당해도 운동하는 거 쉽지 않잖아요. 저는 아직도 설득당하지 않았어요. 협박이나 꼬심이 아니라, 진정한 즐거움. 그러니까 운동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요. 운동할 때의 육체적 괴로움을 넘어서는 천상의 즐거움을 저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참을성이 많이 부족하거든요.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한 거 같기는 해요.

오늘 등록하러 꼭!!! 가시어요~~ 같이 괴롭자고요!!! 🤗

건수하 2025-03-10 17:02   좋아요 1 | URL
저는 즐거움은 잘 못 느끼지만 필요성은 느끼고 있어서... 굳이 설득 안 당해도 괜찮아요 ㅎㅎ 체력이 너무 딸리거든요 ㅠㅠ

단발머리님은 즐거움을 찾으시는 걸 보니 체력이 아직 괜찮으신 겁니다. 체력이 좋을 때 지키시려면 운동을 하셔야 됩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5-03-10 17:10   좋아요 1 | URL
아... 건수하님 댓글 읽고 보니 맞는 거 같아요. 그리고... 요즘은 제가 생활 반경이 넓지 않아서. 그리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아가들이 많이 컸네요.)

전 2023년에 집 밖에서 일하게 되면서 체력이 너무 딸려서 퇴근하고 거실 바닥에 한 시간씩 누워 있었거든요. 누워있다가 일어나서(가끔 잠들기돜ㅋㅋㅋㅋ) 집 치우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이럴 때가 아니네요. 저도 얼른 시작해야겠어요. 어서어서!

다락방 2025-03-10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아프지 않아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셨다면, 사실 단발머리 님은 건강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건 아닐까요? 그러니 사실 앞으로도 안해도 되는게 아닐까....(라고 소심하게 생각해봅니다).
저도 운동하는 거 싫어요. 걷기는 좋은데 그건 운동의 느낌이 아니어서 좋은것 같고요, 일단 운동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몹시도 힘든건 사실입니다. 달리기 작년에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겨울 되니까 달리지 못하고 있고요 며칠전에 오랜만에 달렸더니 달리기 실력이 포맷됐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운동 대체 뭐냐 증맬루..... 아 싫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물론 운동을 좋아서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제 여동생은 운동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대요) 저는 아닙니다. 운동 안좋고 그런데 너무 많이 먹는 사람이라서 하긴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전 먹는게 너무 좋아서 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건수하 2025-03-10 17:19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은 겨울에만 몇 달 헬스를 끊으시면 어떨까요? 실내 달리기는 밖에서 달리는 것과 느낌은 좀 다르지만~ 그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포맷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

단발머리 2025-03-10 17:47   좋아요 1 | URL
세상에나 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진짜 운동에 대해 들었던 말 중에 다락방님 말이 제일 반가운 것이며 ㅋㅋㅋㅋㅋㅋ 이 댓글 저 캡처해서 사진함에 고이고이 보관해 두고 싶어요.
다만 저에게 그 귀한 유전자 전해 주신 두 분, 한국전쟁 이전에 태어나신 두 분은 집 앞 수영장에 등록하시어 이제 막 평영 수업을 마치셨으며ㅋㅋㅋㅋㅋ 만나면 너도 수영해야 한다는 귀한 말씀에 귀가 아플 지경ㅋㅋㅋㅋㅋㅋㅋ

운동을 해야 스트레스 풀린다는 분, 여동생 같은 분과 언제 한 번 인터뷰 해봐야겠어요. 정말로 알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운동이 주는 기쁨, 그 개운함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다락방님은 즐거움을 아는 분이라 생각해요, 저는요. 물론 집을 나서기까지 힘들 때도 있겠지만, 달리는 다락방님은 걷는 다락방님과는 뭔가 다른게 느껴지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ㅋㅋㅋㅋㅋ 우리 다음에 만나서 함 달릴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님의 좋은 의견은 제가 잘 접수합니다. 물론 저는 아직 걷는 사람이지만요^^

수이 2025-03-10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일 10분 달리기를 하다가 땀이 나면 그게 좋고 매일 20분을 달리고 있노라면 헉헉거리다가 내가 왜 이 짓거리를 하고 있나 에라 모르겠다 하고 걷다가 그래도 달리고 있노라면 뭔가 근심 걱정이 다 사라져서 집에 돌아와 바로 샤워를 하고 있노라면 그래, 또 이런 게 사는 맛이지, 라며 매일 25분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때마침 봄이고 땀은 더 격정적으로 흐를 것입니다. 윤가와 무관하게. 슬픔과 무관하게. 후회와 무관하게. 그러니 조금 덜 읽고 조금 더 움직여봐요. 달리기 좋아하는 구남친의 표현을 빌리자면 달리고나면 뇌가 더 쌩쌩해져 뇌 쓰기가 더 용이해진다고 합니다. (오늘 운동 얼마나 했나요?)

단발머리 2025-03-10 17:52   좋아요 0 | URL
이런 게 사는 맛,에 제가 형광펜 ㅋㅋㅋㅋㅋㅋ 새로산 모나미 형광펜 분홍색!! 👚
매일 달리기 25분, 기억해 두겠습니다. 수이님은 땀을, 땀 흘리고 난 이후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요가매트에서도 땀 흘리시더만, 저는 맨날 요가매트에서도 누워 있어서 정말 땀이 한 방울도 안 나요.
달리기와 뇌 쌩쌩,은 무척 유명한 이야기지요. 하루키가 그냥 달렸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1,100보 걸었습니다.
보통 이래요. 놀라지 말길 바래요.

하이드 2025-03-10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아침 달리기 4일차에요. 아침형 인간 된 이후로 아침에 일어나는건 왠지 힘들지 않아서 2키로씩 달리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200미터씩 늘리는 목표! 저도 사실 아프지도 않고, 널널해서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고, 나가기 싫은데, 제 정체성 ‘러너‘로 두고, 읽고, 달리고, 쓰는 여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5-03-10 18:13   좋아요 0 | URL
아.... 4일차 ㅋㅋㅋㅋㅋ 아침형 인간의 달리기. 2키로면 뛰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15분? 20분?일까요?
정체성을 ‘러너‘로 둔다는 거 너무 멋지네요. 제주도라 달리면 그림도 멋지게 나올 거 같고요. 하이드님 필요하신지 모르겠지만, 제 화이팅을! 전해드립니다^^

하이드 2025-03-10 18:26   좋아요 0 | URL
저 운동 제로에 생활 걸음도 없던 사람이라 슬로우 조깅으로 시작했고, 2키로 20분 정도 뛰고 있습니다. 9-10분 페이스에요. 컨디션 따라 8분대도 가고, 11분대도 가고요. 제주 달리기 그림 멋지면 좋은데, 아침에 깜깜하고, 주차장 무한 돌기 하고 있습니다. ㅎㅎ 풍경은 좋습니다. 벤츠 벤츠 비엠더블유, 포드, 벤츠, 아우디, 포르쉐,, .... 오후에는 걸어서 1분 거리 공원 무한돌기 하고요. 여기는 풍경 좋죠. 사시사철 꽃나무. 요즘은 매화 다 팝콘처럼 터졌고, 동백도 아직 계속 피고 있고, 산수유도 노랑노랑 터지고 있어요. 화이팅은 언제나 고맙죠. 단발님도 화이팅 드립니다.

국민체조라도 하기가 오랫동안 목표였는데, 그게 그렇게 안되더니, 일어나자마자 몸 풀지 않고 달리기 안 되겠어서 체조도 10분씩 하고 나가서 이득이에요. 일어나자마자 상온의 물 한 잔 마시는 것도 습관으로 따라왔고요.

단발머리 2025-03-11 08:28   좋아요 1 | URL
생활 걸음 없던 분이 슬로우 조깅에서 어떻게 2키로를 ㅋㅋㅋㅋㅋㅋㅋ벤츠 벤츠 비엠더블유, 포드, 벤츠도 너무 아름답구요.
하이드님은 좋은 거 다하시네요. 제주도에 사시면서 조깅에 원서 읽기에 건강식에 예쁜 고양이들까지. 매화, 동백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단 말입니까. 저는 꽃집에서나 꽃 구경하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 벚꽃만 기다리고 있구요.

이틀에 한 번 요가소년 512 따라하고 있습니다. 툭하면 매트에 누워서 사바사나 자세를 뽐내고 있지만, 그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게 낫더라구요. 제가 갈 길이 멉니다 ㅋㅋㅋㅋㅋㅋㅋ우리 모두 화이팅!

난티나무 2025-03-11 0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북플 달력 보고 그냥 갈 수가 없어서 ㅋㅋㅋ 현웃 터졌어요, 저랑 어쩜 그리 똑같???????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25-03-11 11:1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아~~~ 난티나무님, 나의 동지여! 프랑스 풍광 좋은데 ㅋㅋㅋㅋㅋㅋㅋ 출퇴근 주로 차로 하시지요. 한국은 미세먼지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매우 나쁨 ㅋㅋㅋㅋㅋ진심입니다. 진짜에요!!

독서괭 2025-03-11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기에 ˝아프지 않아서 그런다˝는 말씀이 딱 제가 드리려던 말........... ㅋㅋㅋㅋㅋ
전 원래 운동을 좋아하긴 했는데, 체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좋아했던 건 아니고(주로 자기와의 싸움- 러닝,헬스,요가 등), 배드민턴, 탁구 같은 시합하는 운동을 좋아했습니다. 체력을 위한 운동을 시작한 건 몸이 아파서였어요. 지금도 귀찮아도 안 하면 몸이 아프기 때문에 꾸역꾸역 합니다.
근데! 운동하면 개운하지 않으신가요? 운동하는 동안 땀 흘리며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이 날아가는 것 같지 않나요? 네?! ㅋㅋㅋ

단발머리 2025-03-11 19:06   좋아요 1 | URL
시합하는 운동 좋아하시는 독서괭님의 스타일 완전 접수했습니다. 물론 배드민턴 타이틀 매치 신청은 아니구요ㅋㅋㅋㅋ
몸이 아파서.... 였다는 독서괭님 댓글 읽고 나니, 제가 아팠을 때의 저를 잊어버렸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되네요. 저는 여기저기 아픈 곳은 없는데 ㅋㅋㅋㅋㅋ 감기 몸살을 무척 쎄게, 그리고 오래 앓습니다. 그래서 그 때 잠깐, 일시적으로, 찰나의 시간 동안 운동을 ‘결심‘하지요. 나으면 물론 까맣게 잊어버리구요.
운동의 개운함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자주 여쭤볼게요. 땀 흘리며 복잡한 생각을 날린다는 이 문장은 바로 뇌과학자 장동선의 말과 일치해서 저 소름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은 진정한 운동 마니아, 쾅쾅!!
 














친구가 "그래서, 너는 페미니스트야?"하고 물었을 때, 나는 명동의 하동관 곰탕 속으로 잠수할 기세로 한 숟가락을 가득 퍼 입에 밥과 고기를 넣고 있었다. "음, 음. 나는 페미니스트야."




고등학교 1학년 때, 열일곱 살에 이 친구를 만났다. 대학을 가고, 연애를 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퇴사를 하고,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만나고 또 만났다는 건 서로를 좋아한다는 뜻이고. 친구가 "너, 페미니스트야?"하고 물었을 때, 나는 안전하다. 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배척당하지 않을 것이고, 설명을 강요당하지 않을 것이다. 미움받지 않을 것이고 해고당하지 않을 것이며, 살인 협박을 받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안전한다. 그래서, 나는 '응.'이라고 답할 수 있다. 각성한 20대 여성, 페미니즘 책을 이만큼이나 읽었어도 삶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가차 없이 나를 질책하는 20대 여성과 마주 앉았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주위의 가까운 여성들, 친구들, 교회 집사님들, 아이가 어릴 때 알게 된 아이 친구 엄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나는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는다. 그건 모두 다 아는 비밀과 같다. 아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지만, 모르는 사람은 알고 싶어하지 않는 이야기다. 나는 말하지 않는다.

시집 이야기, 시어머니 이야기, 남편 이야기, 그리고 돌봄을 당연한 것으로 요청하는 엄마에 대해 폭발하는 경우에만 한 마디를 보탠다. 근데, 그게... 그게 보니깐 안 그런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모두 다 그런 것 같고. 난 예전에는 우리나라가 유교문화권이라서 유독 그런 줄 알았는데(여기에선 남존여비), 그것도 아닌 것 같아. 그러면서 리베카 솔닛의 이야기를 덧붙인다. 세계 최고의 나라, 지상 왕국 미국 여성들의 부상 원인 1위가 교통 사고가 아니라, 현 남편, 전 남편, 현 남친, 구 남친의 폭행이라는 걸. 다들 놀란다.

여성이 하나의 계급으로서 인류 문화의 시작이 여성 혐오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건 4시간, 혹은 5시간이 필요한 주제다. 대화를 독식하는 것도 폭력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 페데리치, 달라 코스타 이야기도 할 수 없다. 역시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앞의 이 친구는, 나를 좋아하는, 나를 귀히 여기는 사람이고. 내 친구는 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고, 그리고 우리는 단둘이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남편의 임금에는 너의 무임금 노동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 체제는 일부를 억압함으로써 굴러가고 있다고 말한다. 친구는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한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한다.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 봤어.

내 친구는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일등 신붓감'이다. 못하는 일이 없다. 주부에게 요청되는 그 모든 걸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짜증 내지 않으면서 쉽게 빠르게 집안일을 해내고, 맛있는 음식을 내놓고, 사교육 없이 아이를 가르치고, 부업까지 하고 있다. 친구의 남편은 다정하고, 친구의 말을 잘 듣는다. 만약 행복하다면, 지금의 상태에 만족한다면, 난 더 이상의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가부장제 이성애 가정을 이상화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로 인해 남성들이 얻게 되는 집단적 이익, 특혜와 특권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자주... 그 제도와 억압의 굴레 속에 살아가는, 그중 일부를 인정하는 나 자신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바른 말'을 한다는 것이 모순처럼 느껴지기는 한다. 20대 여성의 뼈아픈 충고는 옳다.

가사노동임금 관련 저자들과 활동가들은 재생산 영역이 정치적으로 중요하며 가사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반자본주의 투쟁의 중심에 있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가사 노동이 자본 재생산에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붕괴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서술했다. 이 운동의 핵심 요구는 무임금이나 저임금 상태에 있는 재생산 노동에 대해 자본주의 국가가 임금을 지불하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모든 재생산 노동에 임금을 지급할 경우 자본주의가 이윤을 낼 수 없다는 점을 이런 식으로 보여주려고 했다.(25-6쪽)

여성학자 캐시 워크스 Kathi Weeks가 말하듯이, 노동 행위에는 존재론적 실체를 만드는 효과가 있다. 즉 노동 행위가 주체를 존재하게 한다. 주체는 기억, 욕망, 습관을 통해 안정된 실체로 드러난다. 이런 것들은 어떤 유형의 노동을 능숙하게 반복하면서 내면화된다. 주체는 사회적으로 성립된 자아를 사회보다 앞선 진정한 것으로 경험하게 된다. 감정노동의 경우에 특히 그렇다. (45쪽)



이 책을 읽고 있다. 잘 읽을 수 있을 테지만, 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 안의 모순과 낙담을 하소연 없이 풀어내고 싶다. 집에 아무도 없어 조금만 더 읽고 싶은데, 밤 되기 전에 청소기 돌려야 한다. 오후 6시 49분이니까. 서두르자.


청소기 마저 돌리고 큰애가 사온 김밥과 호떡을 먹었다. 이제 점심 설거지가 남았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5-02-25 0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5-02-25 07:47   좋아요 0 | URL
미슐랭에게도 엄격한 ㅋㅋㅋㅋㅋㅋㅋ 우후훗~ 절대미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5-02-25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25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25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5-02-25 12:46   좋아요 0 | URL
😍😘🥰😙😝🥳😎

책읽는나무 2025-02-27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늘 단발 님의 얘기가 아니. 글이네요. 글을 늘 이야기로 읽고 있는 탓이 크네요.ㅋㅋ
암튼 이런 종류의 글이 좀 아프게 읽힙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제 주변에 나 페미니스트야!고 말을 하고 다닌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 페미니스트가 없어 이야기 해봤자 공감되는 대화가 오고 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인들과 대화를 하면 다들 그냥 저냥 사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러다 시가 식구들 남편 이야기 하다 좀 억울하단 결론이 나곤 하는데 제가 뭐라고 한 마디 해야 하는데 페미니즘 책을 2년 가까이 읽었어도 부끄럽게도 어떤 말도 할 수 없어 난 뭘까?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아요.
그래서인지 더욱 나 페미니스트야! 라며 못밝히겠는 거에요.
작년 겨울에 남동생들에게 나 페미니스트야! 라고 했더니 애들이 응? 하던 모습이 떠오르네요.ㅋㅋㅋ 근데 올케들도 네? 하며 놀라서 저도 놀랐던…암튼 주변에선 다 놀라요.
전 왜 놀라는지 이유를 알 수 없긴 합니다만…
암튼 공부를 더 해야 하는데 저번에 보니 다락방 님 이제 종결하려 하신다는 글을 보고 또 놀랐습니다만…ㅋㅋ
이젠 단발 님만 믿고 따라갈까요?^^

단발머리 2025-03-01 23:18   좋아요 1 | URL
제가 책나무님을 직접 뵙지 못해서 추측할 뿐이지만 말이에요.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를 생각했을 때의 이미지가 있는 거 같아요. 강하고 독하고 쎄고... 그러니깐 불편하게 하는 사람? 제게 그 질문을 했던 친구도.... 워낙 다른 쪽으로 이야기되고 그러니깐.... 하면서 조심스레 이야기 했거든요.
책나무님 너무 다정하시고 따뜻한 분이시라 일반적으로 ‘페미니스트‘라 불리는 사람의 이미지랑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주변에선 놀라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미니스트라 말하면 사람들이 놀라지만 책나무님 다정한 분이시라 더 놀라고요 ㅋㅋㅋㅋㅋ
일단 리스트는 5월까지 올라와있으니 말이에요. 열심히 읽으며 좀 더 기다려 보아요~~

공쟝쟝 2025-03-01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서 케이시 윅스가 꽤 많이 인용되서 기뻤어요. (맞아요, 2019년에 읽었던가요 우.왜.오.열) 그때 부터 반노동 탈노동 태업파업 단발님이 말씀하셨는데, 저는 아침8시부터 밤11시까지 노동하던 시절이어가지그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은 완존 놀순이 다됨) 85페이지에 단발머리님 등장해서 밑줄 그어놨어요.

˝여성학자 카밀 바버갤로는 상품화된 재생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복지국가가 제공하던 돌봄에 대한 책임을 사적인 가정에 부과하려는 신자유주의 논리에 수동적으로 맞서는 개인화된 형태의 저항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부여, 코인 빨래방을 이용함을 괘념치 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한국의 바버갤로 단발머리.

단발머리 2025-03-01 23:25   좋아요 0 | URL
아, 나는 왜 이렇게 빨리도 깨달았던가. 혼탁한 세상, 이 시대의 선구자인가.... (죄송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노동 탈노동 태업의 아이콘이자 인간 베짱이(노래하자, 춤추자), 기본소득 강력 주창자인 저는 그렇게 상품화된 재생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집 치우기 어렵다고 하니 일등신붓감 제 친구는 ‘업체‘를 부르라고 하더라구요. 친구는 집 치우기 전에 잠들지 않는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반찬을, 식사의 일부분을 저는 재생산 서비스를 통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청소는 제가 해야하고, 다림질은 아직 제가 하고요. 에너지량에 대한 고민으로 식기세척기 아직 구입하기 전입니다.

이것을 저항이라 해주신다면 매우 감사하고요. 더 강력하고 더 구체화된 저항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충성!
 
아기 퍼가기 시대 - 미국의 미혼모, 신생아 입양, 강요된 선택 서구 미혼모 잔혹사 1
캐런 윌슨-부터바우 지음, 권희정 옮김 / 안토니아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기가 필요한 것은 정부로부터 받는 양육 지원이 아니라 필요한 물건을 사 줄 수 있는 두 명의 부모이며, 그들은 아기에게 사랑 외엔 줄 것이 없는 미혼 엄마가 줄 수 없는 물질적 풍요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권유하고, 회유하고, 강요하며, 수치심을 주고, 병명을 붙여 진단하고, 몰아붙이고,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한다. 입양 복지사는 이미 알지도 못하는 낯선 부부에게 (돈을 받고) 아기를 구해 주겠다는 약속을 해 놓고는 미혼모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저항하면 자신들에게 아기를 넘기라고 위협한다. 미혼모는 사람들이 사랑보다 돈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61쪽)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아동 복지'라는 이름으로 미혼모의 아기에 대한 대대적인 입양 정책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극한의 경험 속에서 취약한 상태에 빠진 미혼모들, 특히 10대의 미혼모들은 학교에서 쫓겨나고 가족들, 남자 친구, 애인과 분리되었고, 고립된 상태에서 자신들의 삶과 미래를 결정해야 했다. 친화적인 태도로 미혼모들을 도와주던 복음주의 기독교 여성 종사자들은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회 복지사들에게 그 역할을 빼앗겼다. 아기와 엄마간의 교감과 소통을 강조하던 이전의 기독교 여성들과는 달리 사회 복지사들은 미혼모들에게 아기를 키울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며, 더 '훌륭한' 부모에게 아기를 입양 보낼 것을 강요했다. 아기를 위해, 아기의 미래를 위해 입양을 선택한 미혼모들은 평생을 죄책감 속에서 괴로워했다.이 책의 저자도 그런 미혼모 중의 한 사람이다.

문제는 수요다. 아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 때, 돈벌이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아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나선다. 왜, 왜 아이가 필요할까.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아기 퍼가기 시대'가 시작되던 미국 사회에서 무자녀 부부는 불완전하고 그 삶은 무의미하고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완벽한 가족 신화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자녀가 많은 가족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자녀가 없는 가족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가운데 아이가 없는 부부는 여러 가지 다양한 압박에 노출되었다(Reid 1956). (110쪽)

가정의 중심은 부부다. 이는 너무 당연한 말이다. 두 사람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당시 미국에서는 '완벽한 가정'의 그림 속에는 아기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이상화된 가정을 완성하기 위해 아기가 필요했다. 어떤 아기인가. 사람들이 원하는 아기는 파란 눈의 백인 여자아기였다. 입양 가능 조건을 충족시킨 사람들은 대부분 백인 부부였고, 이들은 자신들과 닮은 파란 눈의 백인 여자아기를 원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프렌즈>에는 주인공 챈들러와 모니카가 나온다. 서로를 너무 사랑하지만 아기를 갖지 못한 이 부부는 여러 번의 다양한 시도 끝에 두 사람 모두 아기를 낳을 수 없는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10대 미혼모(금발, 파란 눈의 백인)의 아기들(쌍둥이)의 입양을 위해 입양 신청 절차를 진행한다. 드라마 속에서 이 과정은 아름답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어리고 미숙하지만, 착한 마음을 가진 10대 미혼모가 경제적 여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좋은 부모가 될 열의와 사랑을 가진 두 사람에게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결정'을 통해 아기들을 입양시키기로 한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고, 이 책은 그러지 않았을 때의 이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아기를 빼앗긴 미혼모의 고통은 새로운 아기를 얻는다고 해서 희석되지 않는다. 영원히, 그녀들은 잃어버린 아기를 그리워한다.

이러한 비도덕적 입양 강요가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아기를 원하는 사람들, 아기에 대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기를 원하는 백인 중산층 부부의 아내였다고 상상해 보자. 나는 아기를 원한다. 나를 닮은, 남편을 닮은 예쁘고 귀여운 아기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 사이에서는 아기를 낳을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기를 원한다. 우리 가정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아기는 만들어질 수 있는 어떤 것, 주문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아기는 남녀 두 사람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고, 여성의 희생으로 완성되어 이 세상에 태어난다. 나는, 우리 가정에는 아기가 필요하다. 아기를 줄 수 있는 여성을, 아기를 주고자 하는 여성을 찾아보자. 그 여성은 자신의 아기를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처럼 보인다. 이 아기는 혼외자이고, 경제적 불안 속에 성장할 것이 뻔하다. 그 아기를 우리 집에 데려온다면? 나는 그 아기를 내 아이처럼, 아니 내 아이로 키워낼 자신이 있다. 그 아기는 우리 가정에서 자랄 때 더 행복할 것이다. 그 아기는 우리의 아기가 되어야 하며, 내게는 그 아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 먼저 미혼모에게서 그 아이를 빼앗아야 한다.


바로 여기. 아기를 갖고자 하는 나의 욕망과 아기를 자신의 힘으로 키우고자 하는 미혼모의 욕망이 충돌한다. 타인의 욕망에 반하는 나의 욕망은 어느 지점까지 용납될 수 있는가. 나는 어느 선까지 나의 욕망을 타인에게 강제할 수 있는가. 나의 욕망을 완성하기 위해서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 입양 복지사 로우에 따르면, 입양 부모들은 입양할 아이를 고르기 위해 미혼모 시설에 직접 방문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들은 "엄마들의 극심한 고통"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에 "불편함"을 느꼈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입양의 날 느끼게 될 행복"을 망쳐 버리기 때문이다.(210쪽)

… 입양 부모는 친모를 계속 비가시화하고, 마음에서도 멀어지게 하려고 하는데, 왜 그런지 그 동기를 오랫동안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아무도 누군가의 희생이 전제된 행복을 누릴 수는 없다. (212쪽)

백인 중산층 부부들은 '모른 척' 하기로 한다. 미혼모의 딱한 사정을 '못 본 척' 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은 행복,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게 된 행복은 진짜가 아니다. '아기 퍼가기 시대'는 그렇게, 미혼모들의 눈물과 불행을 통해 완성되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구원된 입양 아동은 감사해야 한다고 믿었다. 만약 입양된 아이들이 친부모에 관해 묻거나 친부모를 찾으려 하면 나쁜 아이이거나 은혜를 모르는 아이라는 말을 들었다. 입양인들은 과거에 대해 알 권리가 없고, "부도덕한" 미혼모와 살았다면 누리지 못했을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도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양부모도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생긴 것이다(Marshall & McDonald 2001). - P90

1940년대 말 백인 신생아 입양을 원하는 불임 백인 부부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신생아를 빨리 입양하고자 하는엄청난 수요"와 입양할 아이를 빨리 확보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미혼모를 번식 기계로 여기는 경향이 점차 커졌다"(Young1953). - P113

또한 입양 보내진 아동의 인종적 차이는 확연하다. 1963년미혼모에게서 태어난 백인 신생아의 약 70%가 입양 보내졌지만, 흑인 아동의 경우는 5%에 그쳤다(Winston 1963). 1964년 입양보내진 아기 중 백인은 70%, 흑인은 4%였다. 이 해 미혼모 중 백인은 42%로 기록된다. - P193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에게 실망하고, 자신도 스스로에게 실망한다. 사회는 어떤 엄마에게 임신은 잘한 일이고, 어떤엄마에게 임신은 잘못한 일이라고 한다. 어떤 엄마에게는 슬퍼하라 하고, 어떤 엄마에게는 슬퍼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은 행동이라고 한다. 어떤 엄마에게는 자신보다 아기를 먼저 생각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하고, 어떤 엄마에는 아기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한다. 그녀는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자신의 경험에서 고립되어있다. 그녀가 느끼는 슬픔은 해결될 수 없다. 홀로 어떻게든그것과 함께 살아야 한다. (Roland 2000:9-10) - P205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하수 2025-02-23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셨군요. 완독 축하드립니다~~

이 책은 여러모로 참 할말이 많은 책인 거 같아요.
두 아이를 평범한 가정에서 키워낸 저이지만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되어 아이를 빼앗긴 수많은 엄마들에게
무어라 할말이 없을만큼 마음이 아픕니다.
진정으로 누군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날이 올까요.
아이를 보내는데 적극적이었던 입양보호사나
스노우화이트에 푸른 눈만을 선호하는 입양가정에도 엄마라는 여성이 있었음에 분노합니다!

단발머리 2025-02-25 07:50   좋아요 1 | URL
저는, 거부하고 싶은< 제도로서의 모성>이 어떤 사람에게는 소중한 그 무엇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좀 많이.... 복잡했습니다.
다른 아이를 낳아도 채워지지 않는 그 마음에 대해서도 오래 생각했구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미혼모들에게 입양을 강요한 입양 보호사들은 정말 나쁜 사람, 사기꾼이 맞는 것 같아요. 잃어버린 시간들은 대체 어쩌면 좋을까요....

다락방 2025-02-24 0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프렌즈에도 저런 에피소드가 나왔었군요. 입양이 언제부턴가 주객전도가 된것 같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하고 있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임신해서 혹은 기타 다른 이유들로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상황은 있을 수 잇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럴 경우에 좋은 집으로 입양을 가는 것도 방법중 하나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입양을 원하는 수요가 크다 보니 이제 그렇게 아기를 ‘팔기‘ 위해서 미혼모가 필요해져버린 상황이 된걸로 생각되거든요. 그게 그 과정에서 분명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 아이를 낳은 엄마가 아님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요.

완독 축하드립니다. 저는 전쟁과 평화 읽느라고 잠깐 멈춤 상태입니다. 곧 따라갈게요!!

단발머리 2025-02-25 07:54   좋아요 1 | URL
저도 다락방님과 비슷한 생각이었어요. 여유로운 환경에서 행복한 가정에서 양육받는 것이 그 아이에게 더 좋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요. 취약한 미혼모들의 아이를 빼앗기 위해 그들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게 가장 나쁜 거라고 생각해요. 정서적 지원이나 응원이 어렵더라도, 경제적인 부분이 채워지면 미혼모들이 용기 내어 아이를 키울 수 있었을텐데...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현재 러시아를 여행하신다고 들었어요. <전쟁과 평화> 평화롭게 마치시고, 완독 행렬에 참여하시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