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하게도 저는 고독합니다





 















1.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

 


어제 산 책 3. 최근에 한길사 한나 아렌트의 정치사상 3종 세트가 품절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느낀 건데, 책은 살 수 있을 때 사야 한다. 책은 언제든 품절될 수 있다. 사야 하는 책은, 꼭 읽어야 하는 책은, 줄 쳐야 하는 책은 미리 사 두어야 한다. 갑자기 맘이 급해져서 구입한 에이드리언 리치 두 권. 버지니아 울프 책은 예뻐서 샀다. 위의 카테고리에서 찾는다면 이 책은 사야 하는 책이다. 책이 손에 쏙 들어와서 좋기는 한데 확 펼쳐지지 않으니까 읽을 때 주의 요망.

 

















2. 사랑의 종말

 

그레이엄 그린의 책은 처음인데 책 소개의 흥분된 광고 문구만큼의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질투하는 남자 혹은 질투하는 사람의 마음을 백분 이해하지만, 그 남자 정확히는 그 남자들(남편과 연인들)의 한결같은 찌질함을 계속 읽어가는 일은 즐겁지 않았다. 그레이엄 그린의 다른 책을 읽어봐야 하겠지만, 무서운 책을 읽는 건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 와중에 주운 문단은 여기. 질투 코드는 아니지만, 유머 코드는 나랑 맞는 듯.

 


"이름이 랜스인가요?"

"랜슬롯 경의 이름을 땄습니다. 『원탁의 기사에 나오는."

"놀랍군요. 꽤 불유쾌한 이야기가 있는 사람인데."

"그가 성배를 찾았습니다." 파키스씨가 말했다.

"성배를 찾은 사람은 갤러해드예요. 랜슬롯은 기네비어와 잠자리를 함께하다가 들켰죠." 왜 우리는 순진한 사람을 놀려주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는 걸까? 질투인 것일까? 파키스씨는 아들을 배신한 듯한 표정으로 아이를 건너다보며 침울하게 말했다. "처음 듣는 얘깁니다."

 

 















3. Normal People

 


처음 코넬과 메리앤이 헤어지고 난 뒤, 메리앤이 자신의 삶을 차근차근 쌓아간 데 비해 비극의 원인 제공자였던 코넬은 무척 힘들어한다. 괴로워하고 방황한다, 나는 이렇게 마음이 약한 사람이던가. 나는 코넬을 용서했다. 방황하는 그에게, 고통받는 그에게 연민을 느꼈다. 그래, 너도 아직 어리지. 그래, 네가 실수한 거야. 우리 모두 다 그렇잖아. 실수를 하고, 그리곤 후회를 하지.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단다, 코넬.

 


근데 이 장면에서 코넬과 메리앤의 두 번째 이별 이후, 코넬의 여자친구가 과거 코넬과 메리앤의 관계를 묻는 장면에서 나는 코넬에 대한 용서를 철회해 버리고 말았다.



 

 

사랑하지 않고, 연인이지 않으면서 섹스하는 관계. 코넬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100번이나 강조하고 싶은 말, We’re just friends. , 코넬 얘는 진짜 안 되겠구나. 고쳐서 쓸 수 없겠어. 그렇게 나는 또 코넬을 버렸다. 술 퍼마시고 막 울고 고통받고 방황하고 그래도, 이번에는 안 봐줄 생각이다. 진짜다. 이번에는 진짜 안 봐준다.

 



 














4. 자기 해석학의 기원

 


푸코의상당한 위험』을 클리어하고 푸코의 다음 책으로 넘어갔다. 신간인데다가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 얇은 두께도 마음에 들었지만, 소제목 <그리스도교와 고백>이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두 번째 유인 요소이다. 첫 번째 유인 요소는 당연히 알라딘서재 고인물 쟝쟝님.  

 

중죄를 범한 죄인이 교회 공동체로부터 추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음식, 의복, 성관계 등을 제한하는 삶에 대한 계율을 의미했던 참회(22)는 주로 공개적이고 행위 중심이었는데(23), 기원후 4세기부터 죄인이 영적 지도자에게 자신이 저지른 죄들을, 말을 통해 상세하고 분석하며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이 등장한다. 말로 하는 철저한 고백. 푸코는 이러한 고백 행위를 자기 해석학의 기원(24)으로 보았다.  

 

지금 40쪽까지밖에 읽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잘 모르겠지만, <그리스도교와 고백>이라는 흥미로운 파트를 읽기 위해 가열차게 전진하고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녀서 기독교 문화에는 익숙하지만, 천주교의 문화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많다. ‘죄의 고백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기독교와 천주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가톨릭교회는 교리 제1422조에 따라 고해성사를 통해 신부가 죄 용서를 선언하는 순간 천국에서 하느님이 죄를 용서하신다고 정해놓고 있다(네이버 교회용어사전). 신약성경 야고보서 5 16절에 그러므로 너희 죄를 서로 고백하며… “라고 쓰여있지만,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일, 고백으로 죄 사함을 요청하는 일은 교회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중보는 인간(혹 그가 사제일지라도)이 될 수 없고, 중보자는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 뿐이라는 신앙 때문이다. 죄의 고백이 자기 해석을 넘어 주체 구축의 차원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어떻게 그려질지 흥미진지하다. 그러나, 이 책은 매우 어렵고. 어렵거나 말거나 그렇게 책장을 넘기고 있던 그제 밤, 나는 이런 사진을 보게 된 것이다.

 




, 나에게 푸코를 던져주었던 그가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을 읽고 있다니.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깊은 분노를 느꼈다. 사진 배경으로 푸코의말과 사물』이 없었더라면 밤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나는 아마 그에게 전화를 걸었으리라. 내가 이 어려운 책을, 꾸역꾸역 읽고 있다니까! 『깊은 강』이 웬 말이여! 왜 당신은 푸코 안 읽고 있어!!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는 왼쪽 면을 가득 채운 닭다리 너겟 한 접시를 보고 말았으니. 내 마음은 봄날 눈 녹듯 일시에 녹고 말았다. 닭다리 너겟은 최근 나의 최애 독서 친구로서, 22년 상반기 최고의 선택 중 하나이기 때문이고, 그러한 선택을 공유하는 친구의 선택을, 나는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타오르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에게 묻는다. 나에게 푸코를 추천한 그대여. 그대는 왜 강을 건너려 하는가. 내 앞에 이렇게 도도히 푸코의 강이 흘러가게 해 놓고서. 당신은 왜, 당신은 깊은 강을 건너려 하는가. (혹은 이미 건너갔는가?) 내 앞에 흐르는 이 푸르고 도도한 푸코의 강을, 나더러 도대체. 어떻게 혼자 건너가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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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6-25 14: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순간적으로 단발머리님도 깊은 강 읽으시는건가 했네요^^*
덕분에(the Love Hypothesis)사두었는데 언젠가
읽으리라 다짐하며 불타는 눈으로
한 번씩 바라보곤 합니다.ㅋㅋㅋ 노멀 피플도 언젠가 리스트에 넣고 싶네요. 코넬이 미워질것 같긴한데 묘하게 끌리는 소설임이 분명합니다 언젠가 어서와랍!

단발머리 2022-06-25 14:31   좋아요 3 | URL
지금 알라딘 서재 분위기 봐서는 저도 <깊은 강>을 읽어야될 거 같은데요. 제가 유행에 좀 뒤처진 편이라 아직 시작을 못했습니다.
우리 아담이 나오는 책을 미리 사두셨다니 너무 반가운 일입니다. 두 책 다 재미있지만 노멀 피플이 번역본이 나와 있어서 쪼금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거에요.
예쁜 책들이 성큼성큼 미미님에게 걸어가는 날이 속히 오기를^^

건수하 2022-06-25 17: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닭다리너겟 맛있죠!
쟝쟝님 껀 닭다리 같은데 여튼 ㅎㅎ 저도 좋아하는 과자예요
책 얘기는 안하고 과자가 반가워 댓글을 남깁니다 ㅎㅎ

섹스보다 친구 비중이 더 컸다 더 소중했다는 뜻 아닐까 했는데 just가 걸리네요 코넬 이 모자란 녀석…

단발머리 2022-06-25 21:23   좋아요 2 | URL
그니까요. 제가 그날 밤에도 같은 과자인줄 알고 오늘도 그렇게 알고 사진을 올렸네요. 맛이랑 식감은 똑같습니다. 간도 똑같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양만 다를 뿐 ㅋㅋㅋㅋㅋㅋ
저는 이대로 모지리 코넬과 이별할 듯 싶습니다. 저도 영 just가 걸리네요.

건수하 2022-06-26 07:47   좋아요 2 | URL
엇 저는 닭다리 너겟이 덜 짜다고 느꼈는데.. 그건 그날 제 입의 문제였나봐요 ^^;; 단발님 댓글 보고 아이에게 물어보니 맛 똑같다며 ㅎㅎㅎ

단발머리 2022-06-28 13:54   좋아요 1 | URL
저랑 입맛이 비슷한 그 귀여운 친구에게 인사를 전합니다. ˝하이!˝

건수하 2022-06-28 18:34   좋아요 1 | URL
전해드리겠습니다 ㅋㅋ

독서괭 2022-06-25 17: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분은 이미 깊은 강 건너가신 것 같던데요??ㅋㅋㅋㅋ 사야할 책은 제때 사야 한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근데 사야할 책이 왜 이렇게 많아요??ㅜㅜ
닭다리너겟 먹고 싶네요… 저도 엔도슈샤쿠 궁금한데, 소설만큼은 좀 있는 거 다 읽고 사자 싶어서 ㅜㅜ 한참후에나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 2022-06-25 21:25   좋아요 3 | URL
그 분 강 건너 갔더라고요. 이런 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은 한 달에 두 권이시죠? 전 정해놓은 건 없는데 신간은 대부분 희망도서로 신청해두고 도서관에서 사 주면 시간 좀 지나서 읽고요. 그 사이 얼른 읽고 싶은 마음 50%는 사라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페미니즘 책은 읽어보고 괜찮으면 구입하고 있어요. 그래서 페미니즘 책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 2022-06-27 09:22   좋아요 0 | URL
아니 제가 어제 이거 댓글을 달다가 잠들어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유튜버 되는 거 너무 고강도 노동.....

수이 2022-06-25 2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닭다리 너겟은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데 급맥주가 땡기면서 얼른 마트로 달려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페이퍼입니다! 전 모지리 코넬이 너무 귀여워 죽을 지경입니다. 친구 누구도 떠오르고 다른 친구 누구도 또 떠오르고.......

단발머리 2022-06-25 21:30   좋아요 2 | URL
닭다리 너겟은 제가 요즘에 밀고 있는 과자입니다. 가격은 세일할 때 1,980원이고 보통 2,400원인데 2,900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TMI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친구들 이야기 좀 ..... 나중에 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22-06-26 22:02   좋아요 2 | URL
닭다리 너겟이요... 단발님 드시는거 보고 마트에 갔더니 제가 생각한 상자에 들어있는 거랑 다른거더라구요. 1차 충격!(이름만 다른거지만요.^^:;)
그래서 가격을 봤더니 닭다리 너겟은 2000원대고.. 그냥 닭다리는 1000원대더라구요. 2차 충격!
그래서 이..일단 닭다리만 사가지고 먹었죠 ㅎㅎ 다음엔 꼭 닭다리 ‘너겟‘ 한번 사 먹어봐야겠어요 ^^

라파엘 2022-06-25 20: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동일하게 기독교로 분류되면서도, 천주교인은 개신교인에 비해 스펙트럼이 넓은 편입니다. 저도 단발님과 마찬가지로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완전속죄를 믿으며, 신과 인간 사이의 중보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뿐임을 믿습니다. 천주교의 고해성사는 인용하신 대로 야고보서 5장 16절의 행위이며, 고해성사의 과정에서 신부는 대언하고 선포하는 역할을 할 뿐이지요. 개신교에서 목사가 어떤 성도에게 세례를 준다고 해서 목사가 그 성도를 거듭나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듯이, 천주교에서 신부가 죄사함을 선포한다고 해서 신부가 죄를 사하는 것은 아니지요. 개신교든 천주교든 결국에는 그 모든 것의 근거를 예수 그리스도에 두기 때문에, 모두 동일하게 기독교라고 하지요. 천주교의 고해성사는 요한일서 1장 9절에 근거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완전속죄가 이루어졌지만 믿음 이후의 삶에서도 죄 인식과 죄의 자백은 필요하며, 그러한 고해성사의 과정을 통해 개인은 신 앞에서 자신을 성찰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공적인 죄의 고백이 성도 개인의 삶과 그들의 모임인 교회를 정결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니까요... 천주교 미사와 개신교 예배를 경험해보면, 천주교는 성경의 전통과 형식에 충실하려는 느낌이 강하고 개신교는 그 전통의 형식을 현대적으로 간소화하려는 느낌이 강합니다. 기독교라고 하면 천주교와 개신교를 모두 포함하는 용어지만, 전자를 구교로 후자를 신교로 칭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ㅎㅎ

단발머리 2022-06-25 21:51   좋아요 5 | URL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완전한 속죄에 이른다고 하는 요한일서 1장 9절의 말씀은 기독교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이니까요. 다만 제가 배우고 자란 ‘장로교‘쪽 교단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시인하는 일을 통해 ‘구원‘을 받고 그렇게 해서 신자의 신분 변화, 죄인에서 의인으로의 변화에 주안점을 두는 데 반해, ‘감리교‘쪽 교단에서는 예수를 주로 시인한 후에 변화된 삶, 열매로서의 삶, 실천적 믿음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죄에 대한 고백으로 죄인인 인간이 단번에 완벽한 의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죄의 고백과 회개가 기독교쪽에서는 더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하나님 앞에서 ‘대충‘ 퉁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저같은 사람을 포함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교회가 사회 속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야고보서의 말씀처럼, 혹은 한국 대부흥 운동의 평양 교회 경우처럼 ‘서로 죄를 고백하는‘ 일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전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제가 알라딘에 이런 댓글을 쓰게 될줄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라파엘님, 자주 오소서!!!

라파엘 2022-06-26 01:10   좋아요 5 | URL
지적인 단발님이 잘 정리해주신 것처럼, 개신교의 경우 교단마다 교리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장로교와 감리교를 비교해서 설명해주신 내용에 저도 공감합니다. 그러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감리교는 장로교에 비해 천주교와 신앙의 결을 같이 할 수 있고, 실제로 몇 년 전에는 감리교와 천주교가 구원논쟁을 끝내고 의인교리 공동선언문에 함께 서명하기도 하였지요. 물론, 장로교의 강조점과 감리교의 강조점 중에서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칭의와 성화는 사실 분리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니까요.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칭의와 성화를 설명한 책으로는 제리 브리지스의 <견고함>이 정말 훌륭한 책으로 추천할 만 합니다... 그리고 단발님 말씀대로, 저도 죄의 고백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평양 대부흥을 비롯하여 교회사에서 주목되는 대부흥의 사건들은 예외 없이 모두 ˝공적인 죄의 고백˝이 그 부흥의 시작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무튼, 저도 알라딘에서 이런 댓글을 나누게 되어서 좋네요!!! 친애하는 단발님, 은혜로운 주일 보내세요 ^^

단발머리 2022-06-28 14:00   좋아요 2 | URL
감리교와 천주교가 구원논쟁을 끝내고 의인교리 공동선언문에 함께 서명했다는 이야기, 전 처음 들었어요. 반가운 소식입니다.
칭의와 성화에 대한 라파엘님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한국 교회가 사회에서 빛된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한 부분이 칭의에 대한 강조와 성화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를 포함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추천해주신 책 <견고함>은 함 찾아볼게요. 근데, 전에 추천해주신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제가 대출했다가 못 읽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척 어려워 보이더군요) 오늘 반납합니다. 그 책도 어려우면.... 흠.... 또 못 읽고 반납하겠습니다.
감사해요, 라파엘님 : )

바람돌이 2022-06-25 22: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달에 한번만 책사는 제가 다음 달에 사려고 꿍쳐놓은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4권.... 기다려라입니다. ㅎㅎ
쟝쟝님 페이퍼에서는 맥주때문에 꼴깍꼴깍 했었는데 이제 단발머리님 페이퍼에서는 닭다리 너겟으로 관심 집중.
우리동네 슈퍼에 있으려나? 없으면 온라인 주문해야 하는데 온라인은 대용량인데 하면서 이 밤에 궁리하고 있네요.
음 푸코는 그냥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2-06-28 13:51   좋아요 0 | URL
축하말씀 드리자면 다음달이 3일 밖에 안 남았다는 소식입니다. 기다려라~~ 가 여기까지 들립니다.
닭다리 너겟은 저의 최애 과자로서 저같은 경우, 두 개 사면 한 개는 따로 숨겨놓았다가 아무도 없을 때 저 혼자 먹는 신공을 발휘하고는 합니다. 푸코 응원 감사합니다. 저 책 마저 읽었는데 한동안 안녕할까 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곡 2022-06-25 23: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엄 그린: ˝처음 듣는 얘깁니다˝ ㅋㅋㅋㅋ 저는 영화는 봤습니다 줄리안 무어와 랄프 파인즈가 주연이랍니다 평이합니다

단발머리 2022-06-28 13:52   좋아요 1 | URL
그레이엄 그린은 저도 이번에 첨 읽었는데요, 단편 모아놓은 현대문학을 많이 읽으시더라고요. 표지가 아주 예쁜게 특징입니다.
영화는 전 못 들어본 거라서 검색해 보려고요^^

서곡 2022-06-28 14:5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 단편집 도서관에서 보고 빌려볼까 했었지요 꽤 두껍더군요 ㅎ 영화는 ost 를 우연히 듣고 알게 된 경우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6-26 13: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재밌어요^^
친구는 친구를 닮는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ㅋㅋㅋ
근데 지적인 단발님이시라 댓글의 친구분들도 죄다 지적이신 분들!!! 부러워요^^
푸코 읽는 친구라니....전 늘 놀랍습니다. 그 분!!ㅋㅋㅋ

- 2022-06-27 09:23   좋아요 4 | URL
푸코 펼쳐놓고 딴짓하는 푸코를 초자아로 사용하는 친구.... 입니다...

단발머리 2022-06-28 14:04   좋아요 3 | URL
책나무님 / 제가 오늘 <자기해석학의 기원>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말이죠. 푸코 읽는 사람은 따로 있는가 보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 책상에 기대어 잠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책나무님도 지적이시라서 제 방에 자주 오시고 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책나무님 부러워하고 책나무님은 저를 부러워하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니까 참 좋네요!!

쟝쟝님 / 나 푸른 강 건넜으요 ㅋㅋㅋㅋㅋㅋㅋ 푸코의 초자아 친구여

- 2022-06-27 0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깊은 강을 건넜는 데 말과 사물의 강은 왜 건너지 못하니... 나여... 나여... ㅜㅅㅜㅋㅋㅋㅋㅋㅋ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는 제게도 있습니다. 너무 너무 좋죠. 그리고 자기해석학의 기원! 아직 안샀네요? 왜 안샀지? 언제 나왔지? 단발님... 저 진짜 다 때려치고 책만 읽을까요? ㅜㅜ 나 왤케 마음이 바쁘니? ㅜㅜ ㅜㅜㅜㅜ 근데 왜 또 오늘 6월 27일이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가부장제의 창조 다 읽고 오실게요!!!

단발머리 2022-06-28 14:05   좋아요 2 | URL
말과 사물이 그렇게 어렵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읽고 페이퍼 쓰시고요
나는 에이드리언 리치 글이 항상 좋아요. 나를 뜨겁게 하는 사람이에요. 한국 사람 중에 정희진 선생님이랑 제일 비슷한 느낌 ㅋㅋㅋㅋㅋㅋ 나한테는 그래요.
오늘 6월 28일입니다. 서둘러요, 뽜야!!!

- 2022-06-28 17:08   좋아요 1 | URL
오랜만에 독서하면서 타이머 돌리는 중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7-04 16: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왜 저 지금 봤죠? 그리고 이 페이퍼 왜케 지적이고 근사하고 멋있고 댓글들도 난리났네요. 와... 사람이 정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지적인 거 원했더니 이제 제 주변이 온통 지적임으로 가득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고넘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7-05 17:58   좋아요 2 | URL
제가 중요한 말씀 전해드리자면...

‘사람들은 다들 나와 함께 있고 싶어했고 나를 만나고 싶어했다.’

그래서 이렇게 된 것입니다. 다락방님이 지적인 거 원한다고 하셔서 주위에 지적인 사람들이 아주 우글우글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특히 지적인 사람들이 다락방님 만나고 싶어해서요 ㅋㅋㅋㅋ 차고 넘친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ini74 2022-07-08 18: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댓글에 쭈글해졌던 글이군요 ㅎㅎ 뭐라도 댓글 달고 싶었는데 축하의 댓글을 다네요 *^^* 축하드려요 단발머리님 *^^*

단발머리 2022-07-08 18:21   좋아요 2 | URL
라파엘님 댓글이 넘 좋아서 제 방이 우아해졌던 바로 그밤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유달리 기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니님 축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축하와 격려 감사드려요!!!

그레이스 2022-07-08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 읽다가
알라딘 서재 댓글들만 모아서 책내도 되겠다고 생각했던 그 페이퍼군요.
페이퍼가 좋아서겠죠?!

단발머리 2022-07-08 19:22   좋아요 1 | URL
알라딘 이웃분들의 댓글에도 지성미가 묻어나서요. 덕분에 변변찮은 제 서재가 근사해졌네요.
감사해요, 그레이스님!! ㅎㅎ
 

















성별 분업 노동의 정착과 가부장제의 발달, 고대 국가의 형성 과정을 통해 여성 종속은 견고해졌다. 여성의 목소리는 음소거 되었고, 여성의 역사는 지워졌다. 마저 읽어야지 하면서 어젯밤에 이 문단을 읽는데, 에이드리언 리치가 생각났다.

 


사고하는 남자들 중 누구도 생각하는 대가로 자신의 자아 정의와 사랑에서 위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사고체계를 창조하는 과정에 여성이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게 막는 힘인 성별 통제(gender control)의 중요성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된다. (394)

 


여성은 단일 집단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산 수단으로서의 여성은 이미 고대 사회에서부터 사물이었고, 그래서 교환의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암소의 운명과 고대 귀부인의 운명이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의 결합으로 탄생된 여성의 노예화(374)는 지참금을 넉넉히 소유한 고대 귀부인이라 할지라도 가구의 우두머리인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의 지배 아래 평생 종속되도록 강제하는 힘이 있었다.

 

이것을 깨달은 여성이 겪는 곤란함. 이 무거운 굴레를 어렴풋이 인지한 여성의 방황과 고민. ‘사고하는 인간으로 살고자 하는 자신이 이상하고 별스럽다고 생각하며, 시를 쓰려는 자신을, 창조하려는 자신을 억누르려 애쓰는 천재 여성의 암울함이 에이드리언 리치의 글에서는 보인다.

 















내 남편은 섬세하고 다정한 남자였다. 아이들을 원했고 (학계에 몸담고 있는 50대로서는 드물게) 기꺼이 도우려"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남편이 "도우려" 하는 것은 너그러운 행동으로 이해되었고, 가족 내에서 진짜 일은 남편의 일이자 남편의 직장생활이었다. 사실 우리는 수년간 이 문제를 문제 삼지조차 않았다. 나는 작가가 되려는 나의 몸부림을 사치이자 별난 특성이라고 생각했다. 내 일은 대개 돈이 되지 않았다. 일주일에 단 몇 시간이라도 글을 쓰기 위해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면 심지어 돈이 나갔다. 19583, 나는 이렇게 썼다. "남편은 내가 부탁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려 한다. 하지만 운을 떼는 건 언제나 나다." 나의 우울과 폭발적 분노, 덫에 걸린 느낌은 남편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당하는 짐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무거운 짐을 안겼는데도 나를 사랑해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143-4)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페미니즘을 읽으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여성성의 신화』로 초대박을 치고 미국 여성 운동의 양지를 걸었던 베티 프리단마저도, 그 유명하고 놀라운 책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물었다고 하지 않았나. “마음 한 구석에서는 내가 미친 게 아닌가 하고 궁금했다.” 스물다섯의 나이로 남성과 여성의 성에 기초한 계급-카스트의 존재를 고발(『성의 변증법』, 31)하고 성구별을 철폐하고 여성과 남성이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공존하는 새로운 세상을 예견한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이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알아챈 여성들, 그 견고한 성벽과 그 무게와 파괴력을 간파한 여성이라면. 미치지 않고,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미치지 않은 채로 어떻게 견딜 수 있단 말인가.

 



의문과 분노, 연구와 또 연구. 공부와 공부를 거듭해 이 책을 완성한 거다 러너의 마지막 충고를 옮겨본다.

 


가부장적 사고의 바깥으로 나가기가 의미하는 것은, 사고(thought)의 모든 알려진 체계를 향해 회의적이 되는 것이며, 모든 가정들과 서열짓는 가치와 정의들에 대해 비판적인 되는 것이다. … 우리 머릿속에 있는 위대한 남성들을 없애고, 그 남성들을 우리 자신으로, 우리의 자매들로, 익명의 선대 여성들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부장적 전통 속에서 훈련된 사고인 우리 자신의 사고에 대해 비판적이 되기. 결국, 그것은 지적 용기, 즉 혼자 우뚝 설 수 있는 용기, 우리에게 닿는 것보다 더 멀리 뻗으려는 용기, 실패를 감수하는 용기를 발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사고하는 여성에게 가장 큰 도전은 안전과 승인을 추구하는 욕망으로부터 그 모든 것 중에 가장 '비여성적인' 자질 -세계를 다시 질서짓는 권리가 스스로에게 있음을 주장하는 최상의 자기과신인 지적 오만 ㅡ 로 옮겨가려는 도전이다. 신을 만드는 자의 자기과신, 남성 체계건설자들의 과신으로. (396-7)

 


알려진 사고 체계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며, 내 머릿속 위대한 남성들을 지우고, 위대한 여성들의 시와 소설로 그 남은 자리를 채우기. 나 자신의 사고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기. 혼자 서는 용기를 기억하기. 실패하더라도 멈추지 않겠다는 결심을 계속하기. 세계를 다시 질서 짓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는 재정의의 주체가 되기. 비여성적인 자질을 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자기 과신, 지적 오만의 화신으로 거듭나기. 새로, 다시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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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6-23 13: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적 오만의 화신으로 거듭나기,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그대!

단발머리 2022-06-23 13:53   좋아요 3 | URL
지적 오만의 화신으로 거듭나서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하려는데 넘 맘이 쫄리네요. 난 아직도 쫄보라서요.
응원 감사합니다, 비타님!!!

거리의화가 2022-06-23 13: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정 관념을 비틀어 보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새로 다시 시작하기, 화이팅!

단발머리 2022-06-23 13:55   좋아요 2 | URL
맞아요. 거리의화가님 말씀처럼 고정 관념을 포함한 기존의 모든 사고 체계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여기가 중심이야, 라는 주장에 그건 누가 정했니?라고 묻는 페미니즘의 물음이 시작점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화이팅 감사합니다. 앗싸! 벌써 두 개에요!!!

2022-06-23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3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3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3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6-23 15: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엇 단발머리 님 다 읽으신건가요? 대단합니다. 멋져요!
마침 저는 오늘 출근길에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이란 책에서 ‘목소리‘ 부분을 읽었거든요. 오늘 단발머리 님의 페이퍼를 읽으니, 가부장제의 창조 마지막에는 이 목소리를 가져와서 나 역시도 글을 쓸 수 있겠구나 싶어지네요.

가부장제의 창조를 비롯하여 분노와 애정, 성의변증법, 여성성의 신화 모두 단발머리 님 책장에 꽂혀 있는것이지요? 단발머리 님이 가끔 무언가 찾아보고 싶어질 때 책장 앞에서 이 책들을 꺼내 휘리릭 넘겨보실 걸 상상하면, 그게 참 그렇게나 좋습니다, 단발머리 님. 그 과정은 단발머리님이 쓰신 이 페이퍼의 마지막 여러가지의 다짐들을 지켜나가는데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발머리 2022-06-23 18:16   좋아요 3 | URL
요 며칠 시간이 나서 이어서 읽었어요. 이번에 또 같이 읽으니 참 좋네요.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은 전 처음 들어보는 책이라 책소개 읽고 왔어요. ㅎㅎㅎ 저자가 의사이고, 한국 사람에, 여성 같네요. 내용은 대강 짐작이 되지만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되네요.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에서 같이 읽는 책들은 가능하면 구매하려고 해서 책들이 거의 다 집에 있네요. 안 그래도, 어제 책을 꺼내면서 집에 <분노와 애정>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 생각을 했고요. 얼른 에이드리언 리치 다른 책도 사야지,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더 많은 책과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한데, 더 더 더 많이 필요할 거 같아요. 제 다짐을 이뤄가려면 말이에요^^
다락방님의 달콤한 상상이 저의 일상과 현실과 미래가 되기를!!!

독서괭 2022-06-23 16: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오 역시 재독하는 분의 정리는 남다르네요. 오늘치를 아직 못 읽었는데 꼭 읽어내야겠다는 의지가.. 솟는데.. 과연.. ㅠㅠ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정말 그래요. 저는 가끔 과거로 돌아가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는데, 아무래도 안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싶은 부분이 바로, 그때는 모르고 웃어 넘겼던 것들을 이제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는 거예요. 프로불편러가 되겠죠? ㅠㅠ

단발머리 2022-06-23 18:36   좋아요 4 | URL
아가들이랑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서 읽고 쓰시는 독서괭님 항상 응원합니다. 오늘은 비가 와서 뭔가 예상치 못한 일(예상치 못했던 빨래감)이 등장할 것 같기도 하고요 ㅠㅠ

저도 그래요. 과거를 생각하면 지우고 싶은 장면/지우고 싶은 말/지우고 싶은 행동들이 기억나서요. 저도 못 돌아갈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 알았다고 삶이 막 바뀌었나, 그건 또 아닌 거 같아요.

어제 사촌 동생과 통화를 하는데 5살, 8살 꼬맹이들과 토닥토닥 어려운 이야기 나누면서요. 그래도 언니라고 제가 조언을 하다보니... 결국엔 그 아이, 넘넘 이쁜 아이들, 나무라지 말고 잘 받아주고... 막 이렇게 되는 거예요. 결론은 동생에게 모성과 모성에 적합한 말과 행동을 은근히 강요한 건 아닌가, 맘이 좀 그렇더라구요 ㅠㅠㅠ
담에 만나면 맛난거 사줘야지, 그렇게 결론을 짓고요. 흐미.

건수하 2022-06-23 17: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단발머리님 두번째로 다 읽으셨군요.!
저는 오늘 아침 시작했는데, (몇 장 못 읽었지만) 어렵지만 흥미로워보이더라고요.

내 생각에 대한 자신감, 용기. 오늘도 못 냈던건데..
여성들에 대한 충고가 훈훈해서 기대감 +1 되었어요 :)

페미니스트들과 좀 다른 방식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했지만
감사의 글, 서문부터 애정이 느껴지더라니..

단발머리 2022-06-23 18:40   좋아요 2 | URL
제가 장담하건대 ㅋㅋㅋㅋㅋㅋㅋ 최근에 읽으신 책(여성주의 책들) 중에서 제일 잘 읽히는 책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혹시 역사를, 세계사를, 고대사를, 메소포타미아를 좋아하신다면 훨씬 더 편히 읽으실 수 있고요.

여성들에 대한 충고가 넘 좋지요. 그 마지막 단원 11장 <가부장제의 창조> 전체가 다 좋더라구요.
이 책의 자매품으로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꼭 자매품이라기 보다는 같이 읽을 책으로는) 거다 러너의 <역사 속의 페미니스트>라는 책도 참 좋아요. 마지막 단원과 이어진 느낌도 납니다요^^

건수하 2022-06-23 19:08   좋아요 2 | URL
앗, 안그래도 책을 2권으로 분권하여 기독교 이후의 역사는 그 뒤에 있다고 쓰여 있어서 찾아보았습니다. 절판되었더군요 ;ㅁ; 단발머리님이 그 책에 대해서 쓰신 글도 훑어보았어요. 조금 읽어보고 잘 읽히면? 구해봐야겠습니다 ^^

역사 세계사는 좋아하는데 고대사와 메소포타미아쪽은 잘 몰라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기를 ^^

바람돌이 2022-06-23 17: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서문이 굉장히 좋았거든요. 그런데 결론 부분도 와 명문이네요. 얼마 안남았는데 저도 피치를 올려야겠어요.
항상 단발머리님 글 읽으면서 여러 사람의 논의를 하나로 연결해내는 능력에 탄복합니다. 정말 책을 깊이 읽어야만 가능한 능력!!!!

단발머리 2022-06-23 18:46   좋아요 4 | URL
네, 맞아요. 전 이번에 읽을 때, 결론 부분이 새롭게 다가오더라구요. 11장 전체가 좋아서, 거의 민트색 형광펜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문맥에 맞춰 연결해서 읽는데까지는 아직 부족한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람돌이님!
꾸준히, 성실히 읽고 또 읽어서 지적 오만의 화신이 되어,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충성!!

2022-06-24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4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4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4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2-06-24 1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여기 수준 너무 높다... 단발님.. 우리 수준 너무 높지 않아요? ㅋㅋㅋㅋ 저는 막 일본 최대 문학 거장 오만하게 까버리고, 단발님은 그런 나를 용기 있다고 써준 것 처럼 느껴버리는 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하하하하하하!!! 저 근데 좀 미친 거 같죠? ㅜㅜ 하지만 미치지 않았다고 해죠요~ㅋㅋㅋㅋㅋ

라파엘 2022-06-25 00:20   좋아요 2 | URL
원래 천재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 때로 미쳐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실제로는 오히려 미쳐있는 세상을 미치지 않은 정신으로 보고 있는 것일지라도요 ㅎㅎ

단발머리 2022-06-25 21:50   좋아요 2 | URL
쟝쟝님 / 일본 최대 문학 거장 오만하게 까는 거는 괜찮은데 그 강은 도대체, 왜, 언제 건너간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약간 미쳐 있다니까요. 다들 조금씩 다 미쳐있어요. 그니까 괜찮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파엘님 / 네, 맞아요.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 천재들은 미쳐있는 것처럼 보이죠. 세상이 미쳐있는 것일수도 있고요. 전, 다만 똑같은 천재, 세상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천재라 할지라도, 여성 천재의 길이, 그녀들의 삶이 훨씬 더 고단했다는 걸 써놓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여성 천재님들, 힘내서 전진합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7-07 11:11   좋아요 1 | URL
얽 나 이거 인제봤네 ㅋㅋㅋ 맞아 나는 걍 너무 똑똑한거예요 ㅋㅋㅋ 미치다녀 ㅋㅋㅋㅋ 너무 제정신!!!!
무튼 종교믿는 제 친구 두분 덕분에 요즘 신이 없는 인간이 윤리적으로 사는 방법에 대해 고심합니다 ㅋㅋㅋㅋ 아놔… 진짜… 안미쳐야 이런 사유도 하죠? 그쵸?
 
가부장제의 창조 - 세번째



 












나는 여기서 결정론을 주장하거나 의식적으로 조작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건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전개되었으며, 그것은 남성들도 여성들도 의도하지 않았던 특정한 결과를 가져왔다. 산업사회라는 대담한 신세계를 출범시킨 현대남성들이 오염이나 생태계에 대한 영향과 관련된 결과들을 알지 못했던 것만큼이나, 신석기 시대의 사람들도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인식이 발달할 수 있었던 시점이 되었을 때는 이미 그 과정을 멈추기에 너무 늦었다. 적어도 여성들에게는. (90)

 


저자의 위 문단은 1장과 2장 전체에서 주목했던 단어 편리한과 연결된다.

 


여성들이 선택했던 가장 초기의 성별분업노동은 편리하였으며(functional), 그래서 남성들과 여성들이 다같이 받아들일 만했다는 것이다. (78)

 


영어로는 functional이라고 표현되는데, 문맥상 ‘functional’편리한보다는 실용적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난 남성들을 옹호하기 위해 쓰는 게 아니다. 하지만 거다 러너의 분석을 따라 읽을 때, 당시의 여성들이 생물학적 차이에 의한 성별분업노동에 동의했으며, 이런 실천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여성의 종속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하게 된다. 특권을 누리는 사람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특권이 주는 편안함을 알게 된 이상, 설사 그것이 파트너의 고통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 해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제2의 성』, <운명>편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지적처럼 암컷은 종의 먹이로서 생존하며, 곤충을 비롯해 모든 동물에게서 기관을 가지고 찌르는 것은 수컷이다. 여성 종속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남성이 자신이 가진 찌르는 것을 통해 강간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수잔 브라운 밀러의 주장(83)은 그래서 더욱 뼈아프다.

  

 


또 한편으로는 남녀 간 성별 분업을 효과적으로 가동시켰던 부족이 강한 부족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부장제의 전 세계적 우세가 가능해졌다는 추측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친애하는 알라딘 이웃 바람돌이님의 글/댓글의 주장과도 관련이 있다.



 


 


다른 모든 역사가 그렇듯 여성 억압의 역사가 일률적이지 않으며, 북방 유목의 영향을 받았던 발해와 평지 농경 문화가 우세했던 백제를 비교하면서, 자연환경이나 인문적 환경 등으로 가부장제의 적용이 달라졌던 현상을 지적해 주셨는데, 혼자 읽으며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난다. 바람돌이님의 통찰은 55쪽의 다음 내용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모계 혈통적 원예사회는 어떤 특정한 생태학적 조건 - 가축화된 동물무리가 없는 곳인 숲의 경계 근처 - 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그런 주거지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모계혈통적 사회는 거의 멸종된 상태다. (55)

 


즉 채집을 통한 식량 조달이 중요했던 초기 사회에서 동물의 가축화와 농경 정착 생활이 시작될 즈음, 성별 분업에 적극적인 부계 혈통적 사회의 우세가 확실시되면서 가부장제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유발 하라리는 이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각기 다른 사회가 채택한 상상의 질서는 서로 다르다. 인종은 현대 미국인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중세 무슬림에게는 상대적으로 중요치 않았다. 중세 인도에서 카스트는 생과 사의 문제였지만 현대 유럽에서 계급제도는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알려진 모든 인간사회에서 최고로 중요한 위계질서가 하나 존재한다. 바로 성별이다.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나 스스로를 남자와 여자로 구분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곳에서 남자가 더 좋은 몫은 차지했다. 적어도 농업혁명 이후로는 그랬다. (『사피엔스』, 212)

 



요즘은 아이를 하나 혹은 둘 (혹은 셋) 정도 낳으니까, 게다가 저출산 시대다 보니 모든 아이가 참 귀하고 또 귀하다. 아들딸 구별한다는 이야기는 적어도 출산 현장에서는 들리지 않은 지 오래다. 아이들 학원에 보내면 아들은 50만 원, 딸은 30만 원, 이런 학원은 없다. 딸이든 아들이든 똑같이 정성과 에너지, 그리고 돈이 든다. 여성성에 대한 강요가 만연한 세상이다 보니 오히려 여자아이에게 소소하게 들어가는 돈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 내 경우는 그렇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내 딸이 취업과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고, 여성에게 강요되는 모성, 돌봄에 대한 요구로 힘들어할 때, 아빠라면, 제대로 된 남성이라면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어머니의 희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 아내의 헌신이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하는 남성도 그럴 것이다.

 


오만 년 전쯤, 직장 생활을 할 때 일이다. 옆자리의 00씨는 나랑 결혼 동기, 임신 동기였는데, 다른 부서의 ** 언니가 결혼 동기의 학교 선배였다. 언니가 출산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셔서 우리 두 사람 밥을 사주신다고 하셔서 언니랑 밥을 먹는데, 언니가 그러시는 거다. 우리 아빠(사업체 운영)가 출산 휴가 두 달 쓰는 직원한테 뭐라 하고 그러셨거든. 애 낳았는데 무슨 두 달이나 쉬냐고. 근데 내가 출산 휴가 석 달 쓰고 이제 출근한다고 하니까, 네가 애를 낳았는데 3개월 만에 출근한다니 이게 웬일이냐. 내가 몰랐다. 예전에는 몰랐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방식으로 사고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아끼는 사람의 고통이, 보이고 느껴진다. 설사 그게 구조적인 관계 속에서 무엇 때문이라고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게 보이고 만져진다. 가부장제는 그러한 감정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그런 아픔을 느끼지 못하도록 인간을 역할기능에 묶어 둔다. 또한 그런 구조에서 얻는 작은 이득과 이익을 포기하지 못하게 만든다. 가부장제 역시 역사적 산물이라면 이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 것이고, 이는 정치를 통해 이루어질 것인데. 눈앞의 이익에 함몰되어 권력 나눔에 혈안이 된 자들은 관심이 없다. 우리가 바라는 미래, 우리가 바라는 사회에 대한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저번주 도서관 풍경이다.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어갔는데 오후라서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고, 내가 주로 앉는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어서 그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믿고,

내가 믿는 일을 위해 노력하면 그것은 어느 순간 내 것이 된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헤르만 헤세의 명언이 아주 잘 보이는 자리. 다른 건 뭐, 크게 바라는 건 없고, 그냥 이 책만 제 것이 되게 해주세요, 하는 마음으로, 앞자리 사람이 화장실 간 틈에 얼른 찍었다. 오늘은 6 21. 한 해의 반이 지나갔다고 한다. 이런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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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6-21 13: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 분의 대화 참으로 멋집니다! 저 functional 번역이 저도 마음에 안 들더라구요. 편리한은 분명히 아닌데~ 저도 실용적인 or 기능적인이 더 맞다고 생각해요.
이런 분석글을 읽으니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도서관 풍경에 책까지 완벽 구도입니다~ㅎㅎ

단발머리 2022-06-21 13:45   좋아요 3 | URL
같은 책을 읽으니 이렇게 풍성하게 역동적이게 읽을 수 있네요. 무슨 책이든지 같이 읽으면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져서 좋은데 여성주의 책은 더욱 그런 것 같아요. 특히 어려운 책일 때 <서로서로 의지하면서 읽기> 넘 좋습니다.
신축 도서관이라서 아직은 반짝반짝이네요^^

얄라알라 2022-06-21 13: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페이퍼 예술~~아 그.선배언니분 친절하시네요 수잔브라운밀러에 유발하라리에 바람돌이님까지.멋지게... 글고 맞아요.딸이라고 학원비30 아들이라고 50아니다 그렇게 . 설명 하시니 확들어오네요

단발머리 2022-06-21 13:48   좋아요 2 | URL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얄라알라님!! 그 선배언니는 저보다 먼저 퇴사하셔서 소식은 모르지만요.
언니~~~ 어디서든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하고 여기 댓글창에서 인사를 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잔브러운밀러, 유발하라리에 바람돌이님까지 출연해 주셔서 얼마나 영광인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청아 2022-06-21 13: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댓글 주고받다가 또 공부가되고 영감을 얻는 이 놀라운 곳!!

그러므로 개개인의 목소리, 다름에 주목하고자하는 페미니즘의 방향이 얼마나 탁월한
것인지 여러모로 감탄합니다.
이해하게되면 결국 사랑하게된다던 최재천 교수님의 말씀도 떠오르는 글이네요 단발머리님*^^*

저도 도서관에 제 자리 있어요ㅎㅎ🖐

단발머리 2022-06-21 14:06   좋아요 4 | URL
여기, 우리 알라딘 세상에서는 댓글도 모두 주옥같은 말씀인지라 <댓글 모음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요. 얼마 전에 쟝쟝님과 미미님 댓글 열전도 너무 좋았어요. 대화 속에, 댓글 속에 생각이 더 명확해지는 걸 느낄 수 있고요.

더 나은 삶,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질문이, 답이 아닌 ‘질문‘이 페미니즘에 있다고 전 생각해요. 우리의 감탄이 멈춰지지 않고 우리의 공부가 계속 되기를 바랍니다. 다정하고 따뜻한 댓글 항상 감사해요, 미미님*^^*

그 도서관 자리.... 저 좀 알려주세요. 살짝쿵 가서 보고 오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2-06-21 14:28   좋아요 4 | URL
부끄럽습니다ㅋㅋㅋㅋㅋ
그것보다는 계속 여기 눌러앉다 친해져서 도서관에서 단발머리님과 마주앉아 공부했음 좋겠어요~^^♡

단발머리 2022-06-21 17:38   좋아요 3 | URL
마주 앉아요, 우리. 옆에 앉아도 되구요.
근데 저는 공부 안 하고 대출불가 만화 볼 거에요. 괜찮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6-21 14: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78쪽의 구절은 저도 기억나는데요, 읽으면서 고개 끄덕였었어요. 저는 저 ‘편리한‘을 ‘쉬운‘으로 바꿔도 될거라고 생각했어요. 굳이 다른 걸 더 생각하지 말고 이대로 하면 다 괜찮지 않겠는가, 쉽게 가자, 라는 뉘앙스로요. 거기에는 여성의 신체와 남성의 신체가 다르다는 차이가 존재했고 그 차이를 두 성별 모두 받아들이고 오케이, 라고 했던거죠. 그러다가 일이 꼬여버렸지만 말예요.

저는 가부장제의 창조 1장~3장까지가 너무 힘들었어요. 읽어내기가요. 무슨 말인지 잘 들어오지를 않더라고요. 제가 일전에도 단발머리 님께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저는 전체를 잘 못보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숲을 잘 못본달까요. 멀찌감치 떨어져서 자, 이렇게 시작되는군, 하는 걸 못하는 것 같아요. 뒤의 내용들을 읽어가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부분의 이해가 필수일텐데 저는 앞부분 이 뭔 소린지 이해를 제대로 못하고 집중도 안되니 역시 천재는 안되겠어요. 공부 못하는 애들은 다 이유가 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님은 참 정리를 잘하셔서 제가 너무나 너무나 부러워하고 있다는 걸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단발머리 2022-06-21 17:36   좋아요 4 | URL
78쪽이 여러 분들에게 깊은 임팩트를 남긴 것 같아요. 저는 이 페이퍼에서, 이렇게 되어버린 우리의 상황, 가부장제의 전 세계적 지배가 남성들의 원래 ‘의도‘는 아니었다는 걸 적어놓고 싶었어요. 지금은 그렇지 않고, 그것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지만 적어도 초창기에는 여성도 남성도 그런 생각을 가진 건 아니었던 것 같아서요.

저는 다락방님이 숲을 잘 못 본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일반적인 이야기와 각론을 이해하는 건 사람마다 주제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앞부분이 어렵다는 말씀에도 완전 동의해요. 그래서, 저 아직 3장.....

다락방님이 칭찬해 주시니 페이퍼 올린 보람이 있네요 ㅎㅎㅎㅎ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잘하고 있다고, 계속 읽자고, 계속 쓰자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새롭고 창조적인 격려 & 칭찬 대회> 있다면 다락방님이 10년 챔피언 하실 거에요!!!

다락방 2022-06-21 17:56   좋아요 4 | URL
굳이 덧붙이자면, 가부장제의 ‘지배’가 ‘원래 의도’는 아니었다고 저도 저 구절 읽으면서 생각했어요. 그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럼 칭찬의 신은 이만..

단발머리 2022-06-21 18:18   좋아요 3 | URL
굳이 덧붙여주신 이유 이해합니다. 그래서 저도 같은 문장 가지고 글을 두 번 썼네요.
다정하고 찰지며 정성가득한 칭찬의 달인 다코타 부장님, 어디 가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ini74 2022-06-21 17:2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읽으면서 옛날생각 났어요. 귀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저희집은 늘상 아빠나 오빠몫이었거든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안그런걸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러면서 남자가 좀 더 중요한 사람이란 생각? 고대시대부터 주욱 그래왔겠지요? 그러면서 잘 먹지도 못하는 여성에게 생산성을 위한 풍만한 몸매를 요구하다가, 잉여생산물이 늘어나 여성들도 잘 먹게 된 시기에 참 묘하게도 풍만함은 사라지고 마른 몸이 숭배되는 것도 그냥 기호가 바뀐것만은 아니란 생각들었어요. 지금은 맛난 거 양보안해요. 한이 맺혀서 ㅎㅎ

단발머리 2022-06-21 18:16   좋아요 3 | URL
귀하고 좋은 것을 늘상 아빠와 오빠에게 바쳐야 했던, 혹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우리의 짐작보다 훨씬 더 길었다는데 생각이 미치면 참 안타깝기는 합니다. 여성들은 자기의 몸을 내주어서 낳고 기르고 먹였던 것 같아요. 불과 얼마전까지, 우리 할머니들, 우리 엄마들의 삶이 그러했구요.
맛난 거 양보 안 하시는 삶 응원합니다. 맛난 거를 다, 골고루 먹기에 인생은 짧으니까요.
미니님 먹방도 제가 겁나 응원합니다!!!

바람돌이 2022-06-22 22: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의 댓글이 여기 이렇게 떡하니~~~ 이런 멋진 글에 출연하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 ^^
적어도 지금 10대 아이들 세계에서는 가정에서 남녀 차별이 오히려 예외적인 사항에 해당합니다. 그들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 가정과 학교가 모두 그렇지요. 요즘 학교에서는 여자애가 어쩌고 했다가는 바로 고발당합니다. ㅎㅎ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10대 남자 아이들에게서 일베나 여성혐오적인 시각이 굉장히 만연한다는건데요. 그들은 나는 앞으로 군대도 가야 하고, 태어나서 여태까지 남자라고 이익본건 하나도 없고, 그런데 왜 자꾸 여성이 차별당한다고 하는거냐? 오히려 우리 남자들이 역차별 당하고 있다 이런 마인드라고 할까요? 그래서 요즘 저는 남자 아이들의 이런 생각들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나가 좀 많이 고민이에요.

단발머리 2022-06-23 13:52   좋아요 3 | URL
바람돌이님의 댓글을 가져올 수 있어서 저에게 더 큰 영광입니다. 바람돌이님 댓글 읽으면서 읽고 있는 책의 여러 부분과 겹쳐져서 그것도 좋았구요.
이 댓글에서 말씀해 주시는 것에 또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 남자아이들의 그 발상을 저도 알고는 있고요. 그 시작점이 사실 혹은 현상과 가깝다고 것도 알겠고요. 문제는 그런 느낌이나 생각이 여성혐오적인 ‘행동‘으로 발산된다는것이 많이 걱정스럽기는 합니다.
모두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야 할 문제, 정말 지혜를 모아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상당한 위험 - 글쓰기에 대하여 철학의 정원 40
미셸 푸코 지음, 허경 옮김 / 그린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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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내게는 거부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말하기의 즐거움과 말하기의 가능성 사이에는, 어떤 양립 불가능성의 관계가 존재합니다. 말하기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곳에서, 우리는 글쓰기라는 비밀스럽고 어려우며 조금은 위험한 매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 P19

오히려 글쓰기는 내게 전적으로 가벼운 것이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잘난 체하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나는 글쓰기에 대한 이러한 경시 속에서 표현되었던 것이 내 유년시절의 가치체계는 아닌지 스스로 묻곤 합니다. 나는 의사 집안, 그러니까ㅡ반쯤은 잠들어 있는 작은마을에 비하면 물론 상대적으로 적응된, 또는 사람들이 말하듯, 진보적인 - 의사 집안 중 하나에 속해있습니다. 물론 의사 집안이란 일반적으로, 특히 지방의 경우에는 더욱 더, 깊이 보수적인 것으로 머물러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요. 이러한 환경은 여전히 19세기에 속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지방에 존재하는 의학적 환경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는 아마도 매우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입니다. 이 경우, 우리는 의학, 보다 정확히는 의학에 관련된 인물[의사들이 부르주아 계급에 속하게 된 것이 19세기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 P20

글쓰기란 본질적으로, 그것을 통해 그리고 그 결과로서, 내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게 해줄 어떤 작업을 감행함으로써 실현됩니다. 내가 하나의 연구, 한 권의 책, 또는 또 다른 무엇이든, 어떤 것을 쓰기 시작할 때, 나는 그 글이 어디로 갈지, 어떤 곳에 다다르게 될지, 내가 무엇을 증명하게 될지, 정말 알지못합니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바로 그 움직임 자체안에서만, 내가 증명해야할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치 글쓰기가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던 그 순간에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을 정확히 진단하는 행위이기나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나는 여기서 내가 나의 유산에 전적으로 충실하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는 내가, 나의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진단을 수행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내가 그들과 다른 점은 이는 내가 그들로부터 떨어져 나오고, 나아가 그들에 반하게 되는 지점입니다 - P33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글쓰기는 의미가 없는 것, 있을 법하지 않은 것, 거의, 다른 어떤 것보다 불가능한 어떤 것, 여하튼 우리가 관련되어 있다고는 느끼지 않을 무엇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어떤 순간이 도달하고, 아마도 우리가 첫 쪽을 쓸때일까요? 첫 번째 쪽을 쓸 때? 첫 번째 책의 중간쯤, 또는 그이후 나는 언제 우리가 반드시 써야만 한다고 느끼게 되는지 모릅니다. 이런 의무감이 당신에게 고지되고 알려지는 방식은 여러 가지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매일 그렇게 하듯이 작은분 량이라도 글쓰기를 하지 않았을 때 우리가 큰 불안이나 큰 긴장을 느낀다든지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신에게 부과한 이 작은 분량을 쓰게 되면, 우리는 우리의 실존에 대한 일종의 사면을 행하게 됩니다. 이 사면은 하루의 행복에 필요불가결한 것입니다. - P51

행복한 것은 글쓰기가 아니라, 글쓰기에 달려 있으며 약간은 다른 어떤 것, 곧 실존의 행복입니다. 이것은 매우 역설적이고, 매우 수수께끼 같은 일인데, 바로 다음과 같은 면에서 그렇습니다. 이다지도 허무하고 허구적이며 나르시시즘적이고 자신을 향해 침잠하는 이 몸짓, 다만 아침 나절을 할애해 탁자에 앉아 빈 종이 몇 장을 채우는 이 몸짓은 어떻게 하루의 나머지 시간에 대한 축복이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일까요? 어떻게 직업, 허기, 욕망, 사랑, 성, 노동과 같은 사물의 실재가, 아침나절 동안 또는 하루 중 어느 때인가 글쓰기를 했다고 해서, 변형될 수 있는 것일까요? 자, 이것이야말로 수수께끼 같은 일입니다. 어떤 경우든, 내게는 이런 일이야말로 내가 글쓰기의 의무를 느끼게 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 P51

이제, 내게 있어 글쓰기의 역할은 본질적으로 거리두기 또는 거리를 재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죽음과 죽은 것으로부터 우리를 분리시켜 주는 이 거리 안에 스스로를 위치 짓는 것입니다. 동시에, 죽음이 자신의 진실 속에서 스스로를 펼치는 것은, 결코 숨어 있는 비밀스러운 진실 또는 자신이 한때 그러했던 진실 속이 아닌, 이 무엇, 내가 죽은 것들에 대해 글을 쓰는 이 순간 내가 죽지 않았고 우리가 죽지않았음을 말해 주는 이 진실, 우리를 죽음과 분리시켜 주는 이 진실 속에서입니다. 내게, 글쓰기가 구축해 내야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관계입니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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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8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8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8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8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8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8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8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18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2-06-19 00: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이 아닙니다.

- 2022-06-19 09:18   좋아요 2 | URL
자냥 어제 술마셨쥬?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6-19 09:34   좋아요 3 | URL
헉 어케 알았지 ㅋㅋㅋㅋㅋㅋ

- 2022-06-19 09:39   좋아요 3 | URL
🤭해장 잘해용

단발머리 2022-06-20 15:18   좋아요 2 | URL
월요일 아침이 밝았구요 ㅎㅎㅎ 해장은 잘 마치셨기를 바라옵니다.
비댓에는 우리가 천재가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 뭐 이런 대화가 오갔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 TMI인가요? ㅋㅋㅋㅋ
 
로맨스 소설을 생각한다
웹소의 미덕


 

이 글은 웹소설보다는 로맨스물에 대한 것이다. 나는 네이버 연재로 웹소설을 딱 하나 읽어봤는데(이름도 기억 안 남), 무료로 공개되는 것이었다. 수요일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 새 글이 올라왔는데, 아이들 수영장에 집어넣어 놓고 수영장 앞쪽 의자에 앉아, 쉬지 않고 새로고침을 누르다가 ‘New’가 뜨면 반갑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야한 장면도, 충격적인 장면도 별로 없어서 좀 싱거운 느낌이기는 했는데, 기다리고 읽는 시간은 마냥 즐거웠다. 그 후로는 웹소설을 읽지 않았던 듯하다.









 









로맨스물에도 유행이 있는 것 같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주 독자층인 여성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지 않나 싶다. 이를테면, 2000년 작품이고 최근에 드라마로 만들어졌던 브리저튼 시리즈같은 경우 팽팽한 긴장감이 돌던 남녀 주인공의 상황이 단번에 정리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게 바로 첫날 밤이다. 성 경험이 다분한 남자 주인공이 성 경험이 전혀 없는 여자 주인공을 정복하는과정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남주는 섹스를 주도하고, 곤혹스럽고 당황해하던 여자 주인공은 섹스의 즐거움을 깨달아가는순간이 이어진다. ‘가르쳐주는남주와 배우는여주의 대조가 극명하다.

 




반면 내가 느끼기에 최근의 로맨스물은 남주의 신화화에 목적이 있는 듯하다. 이렇게까지 완벽한 남자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주는 여성들이 기대하는완벽한 남성의 모습이다. 일찍이 하지원, 현빈 주연의 <시크릿 가든>을 보면서 내가 현빈이 아니라 작가 김은숙에게 빠졌던 이유와 같다. 말하는 사람은 현빈이지만 그의 말을 만들어주는 사람은 김은숙이고, 김은숙이야말로 내가 듣기 원하는 말을 '해주는사람이기 때문이다



로맨스물에 등장하는 남주들의 특징을 비교적 최근에 읽었던 『The Love Hypothesis』Adam, 『The Hating Game』Joshua, 『People we meet on vacation』Alex, 『Beach Read』Gus, 『Book Lovers』Charlie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1. 그에게서는 좋은 냄새가 난다.

 

인간이라면 모두 냄새의 올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씻지 않으면 (나쁜) 냄새가 나고 씻으면 좋은 냄새가 난다. 하지만, 로맨스물 속의 남주에게서는 항상 좋은 냄새가 난다. 좋은 냄새난다.

 

2. 그는 운동광이다

 

아침에는 달리고(아담), 저녁에는 헬스장(조슈아)에 간다. 근육이 발달해 있고, 힘이 어마어마하다. 맨손으로 트럭 민다(아담). 세상에 이럴 수가.

 

3. 그는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다.

 

유기농 재료를 냉장고에 상시 준비해두는 건 기본이요, 야채 썰기에도 능하다.(조슈아) 뚝딱! 오물렛을 만들어내는데, 게다가 맛도 좋다. 이런 남자를 누가 마다하리오.

 

4. 그는 예전부터 당신을 좋아했다.

 

사랑에 빠진 후, 그걸 알게 된 이후에 그가 고백한다. 사실 난 너를 처음 봤던 그 순간부터 좋아했어. (조슈아) 나는 3년 전부터 너를 좋아했어. (아담) 나는 10년 전부터, 아니 10년 동안 계속 너를 사랑해 왔어(알렉스). 이 정도면 거의 계 탔다고 보면 되겠다. 최근 표현으로 하자면, 로또 1. (참고로 저번 주 로또 1등 당첨자가 50명이어서, 1등 실수령액이 3 2천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5. 그는 committed long-term relationship을 원한다.

 

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성은 원나잇 스탠드의 만족도가 여성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진화 심리학은 수천 년 동안의 진화과정에서 양육의 책임을 우선적으로 맡게 되는 여성이 파트너 선정에 까다로운 성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남녀 간의 이중적 성 관념이 여성 억압에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읽어보았던 1인으로서, ‘바람둥이의 실재를 옹호하는 과학의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통념은 그렇다. 남성은 성적 매력에 근거한 일회적 관계에 더 큰 관심이 있고, 여성은 자신과 태어날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충실한 관계에 더 큰 관심이 있다고 말이다.

 


로맨스물에서 여주는 하룻밤을 외친다. 이번 한 번만, 하룻밤만. 딱 오늘밤만. 남주는 여주의 제안을 외면하고, 섹스 기회를 거절하며(조슈아), 크게 화를 낸다(알렉스, 거스). 남주가 외친다. 내가 원하는 건 너와의 즐거운 하룻밤이 아니야. 나는 너와의 committed long-term relationship을 원해. 과학적 설명과 사회적 통념의 반대 방향에 서 있는 남주.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누구인가. 그는 독자이며 작가다.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하는여성 독자와, 독자를 겨냥해 그 말을 해 주는작가(대부분 여성). 여성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여성이 해주고 있는 모습. 여성이 원하는 모습의 남성을, 여성이 만들어가는 장르. 그게 어쩌면 로맨스일지도 모르겠다.

 


향이 그윽한 따뜻한 커피에 쿠키를 먹으며 이 글을 쓰고 싶었지만, 마음이 급해서 그러지 못했다. 어젯밤에 끓여 둔 보리차에 구운 감자 Slim을 먹으며 썼다. 독서괭님과 수하님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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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06-18 10: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잘 읽었습니다 ^^ 먼댓글이란거 참 좋네요.

로맨스 소설도 로판 못지 않게 비현실적이군요… 유기농 야채에.. 예전부터 사랑해 왔다니. (그동안 다른 여자도 만났을 거면서) 로맨스가 나온다고 해서 다 로맨스 소설은 아닌 것 같네요.

여성은 로맨스 소설, 남성은 포르노를 보고 있으니.. 이런게 동상이몽이란 걸까요?

단발머리 2022-06-18 10:24   좋아요 3 | URL
유기농 야채를 싹싹 썰어서 오물렛을 금방 만들어오는 남자가 있더라구요, 책에는요 ㅋㅋㅋㅋㅋㅋ 그동안 다른 여자 만났으면서 (만났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너를 계속 좋아했다, 그러대요.

여성이 원하는 바는 로맨스 소설에서, 남성들은 포르노에서 그리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하아.... 그 간극이 너무 크다고 할까요.
먼댓글은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이게 참 좋습니다^^

건수하 2022-06-18 17:14   좋아요 2 | URL
남성만 그런 건 아닌것 같은데, 좋아하면서 다른 사람이랑 만나고 섹스도 하고 (아마도?) 그런 마음을 전혀 이해 못하겠어요 :)

어쨌든 유기농 야채 썰어서 오믈렛 만들어오는 남자 멋집니다… (이래서 로맨스를 읽는 거군요)

- 2022-06-19 09:28   좋아요 2 | URL
수하님 천재인가요 ㅋㅋㅋ 이거네 ㅋㅋㅋ 여자는 로맨스 남자는 포르노 ㅋㅋㅋㅋㅋ 아 진짜 슬프다 ㅋㅋㅋㅋ 당분간 한국 남성성에 대한 연구에 천착을 해야겠어요. 어쩌다…. 저들이 저렇게 되었나….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만드는가…. 그 코어 중 하나에 분명히 포르노가 있을 거 같다는 예감 ㅋㅋㅋ 제게 권력이 생긴다면 페미니스트 보다 휴머니스트 적인 입장으로ㅋㅋㅋ 한녀들에겐 로맨스 금지를 한남들에겐 포르노 금지를 동시에 해야겠군요 ㅋㅋㅋ

독서괭 2022-06-18 10: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단발머리님 글 재밌어요!^^ 매우 동의합니다!
이건 거의 계 탄 거라는 말씀에 빵 터졌네요ㅋㅋㅋㅋ 로맨스물 여주들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죠 암요.
여성이 바라는 이상의 남주를 그리는 데 집중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랑에 별로 개연성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개연성이 인정되면 잘 쓴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브리저튼은 다락방님도 여러번 말씀하셨는데 읽어보고 싶네요!

단발머리 2022-06-18 11:28   좋아요 4 | URL
마음에 차는 사람, 내 맘에 맞는 사람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요. 친구든 연인이든 말이에요. 이 정도 남주면 ㅋㅋㅋㅋㅋㅋ 로또인데 두 주 동안 1등 없어서 한 30억 넘게 받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ㅋㅋㅋㅋㅋㅋ 근데 계 탔다는게 실질적으로는 더 크게 느껴지네요.

저도 독서괭님 말씀에 동의해요. 개연성을 얼마나 촘촘하게 만들어가는가가 젤 중요한듯 싶습니다. 일단 왕자님 만나기는 너무 어려우니까요. (왕자님들 적기도 하지만 유명한 사람들 대충 다 결혼) 요즘에는 친구, 직장 동료, 동종 업계 종사하는 사람 등으로 남주가 여주의 삶 가까이로 다가 오는 거 같아요.

브리저튼은 저도 2권까지 읽었는데 아주 재미납니다. 아니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없지 않으나 그럼에도 선사하는 즐거움이 한 가득. 넷플릭스 드라마화된 이후 책이 다시 베셀이 되었다고 하대요. 저는 2편의 주인공 안소니역의 조나단 베일리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합니다. 참고 부탁드려요^^

유부만두 2022-06-18 11: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테니스를 즐기는 그에게선 언제나 비누 냄새가 ….. 하지만 우린 이루어질 수 없죠. 왜냐고요? 그 새끼가 뺨을 때렸거등요. 그 넘은 그게 질투와 사랑의 표현인줄 알만큼 멍청했어요!

단발머리 2022-06-18 12:0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저 너무 웃겨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새끼 혹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리우스 아니던가요? 캔디가 옛날 남자 이야기 하면서 우니까 잊으라고 빰 싸대기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놈 맞지요?

유부만두 2022-06-18 12:40   좋아요 1 | URL
아뇨, 젊은 느티나무 근처 사는 므슈 리 아들이에요

단발머리 2022-06-18 12:5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그 놈도 테리우스 못지 않네요 ㅋㅋㅋㅋ 허참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06-18 1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참깨스틱 졸업하시고 감자 슬림으로 넘어가신 건가요? (우리집에 둘다 있어서 이 글을 느긋하게 읽었죠)

단발머리 2022-06-18 12:07   좋아요 0 | URL
저 이거 세일해서 한 통 샀는데 예감보다는 인기가 없어서 ㅋㅋㅋㅋㅋㅋ 제가 다 먹을 각입니다. 저도 느긋하게 먹으면서 썼지요.

유부만두 2022-06-18 12:39   좋아요 0 | URL
한번에 많이 먹기엔 참깨스틱 못따라가죠. 감자슬림은 목이 메이게 밀가루 맛이 나요. 많이 못먹으니까 슬림 인정합니다.

단발머리 2022-06-18 12:58   좋아요 0 | URL
그래서 두 개 밖에 못 먹었어요. 저의 최애는 꼬깔콘 군옥수수맛인데 지금 막 떨어져서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06-18 14:17   좋아요 1 | URL
그거도 우리집에 있다요!!!!! ㅋㅋㅋ

다락방 2023-02-09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사랑의 가설>에 대해 단발머리 님이 쓰신 글 차레대로 다시 읽고 있는데 이 글에 제가 좋아요를 안눌렀더라고요? 방금 누르고 갑니다.

단발머리 2023-02-09 11:15   좋아요 0 | URL
제가 7개를 썼더라구요 ㅋㅋㅋ 샅샅이 찾아서 꼭꼭 💕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