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읽고 쓴다.

 



1. 사이보그

 

사이보그는 에테르이며 정수다(21). 포스트모던 집합체의 일종인 동시에 개인적 자아이다(49). 나는, 사이보그를 현대인으로 읽었다. 유기체와 기계의 결합. 가장 쉬운 예로서, 나처럼 안경 쓴 사람을 상상해 보았다. 이건 내가 생각해 낸 것이 아니고, 일전에 알쓸신잡에서 김상욱 교수가 말했던 것인데, 기계인 안경이 인간의 일부가 되어버린 상황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이미 우리 몸의 일부로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곧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게 될 작은 컴퓨터는 우리의 확장된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인간이되 기계를 차용했던 존재에서 기계가 유기체의 구조 속으로들어가, 인간이며 기계로 새롭게 탄생하게 될 사이보그

 



2. 가사 경제

 


노동은 남성이 하든 여성이 하든, 말 그대로 여성적이며 여성화된 것으로 다시 정의되고 있다. 여성화된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취약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 해체되고 재조립되며 예비 노동력으로 착취될 수 있다는 것, 노동자보다는 서비스 제공자로 여겨진다는 것, 노동일 제한을 비웃기라도 하듯 급여가 지급되다 말았다 하는 노동 시간 배치에 종속되다는 것, 언제나 외설적이고 부적절한, 성으로 환원되는 실존의 경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54)


 

육아와 유아교육, 노인 케어 등의 돌봄 노동은 여성화된 노동으로 여겨져 가치가 폄하되고 저임금이 당연시되는 상황에서, 노동의 여성화는 노동자의 불안한 위치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존재로서의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운다는 것은 개인으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3. 이원론

 


요약하자면 서구 전통에서는 특정 이원론들이 유지되어왔다. 이 이원론 모두는 여성, 유색인, 자연, 노동자, 동물 간단히 말해 자아를 비추는 거울 노릇을 하라고 동원된 타자로 이루어진 모든 이들을 지배하는 논리 및 실천 체계를 제공해왔다. 이 골치 아픈 이원론에서는 자아/타자, 정신/육체, 문화/자연, 남성/여성, 문명/원시, 실재/외양, 전체/부분, 행위자/자원, 제작자/생산물, 능동/수동, 옳음/그름, 진실/환상, 총체/부분, /인간과 같은 것이 중요하다. 지배되지 않는 주체the One이며, 타자의 섬김에 의해 그 사실을 아는 것이 자아다. 미래를 쥐고 있으며 지배의 경험을 통해 자아의 자율성이 거짓임을 알려주는 이가 타자다. 주체가 된다는 것은 자율성을 확보하고 막강해지며 신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주체됨은 환상이며 그 때문에 타자와 함께 종말의 변증법에 들어가게 된다. 반면 타자됨은 다양해지는 것, 분명한 경계가 없는 것, 너덜너덜해지는 것, 실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하나는 너무 적지만 둘은 너무 많다. (77)

 
















이원론의 한계를 넘어서 여성 범주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피해자됨(victimhood)에 대한 비판도 눈에 띈다. 심오한 역사적 폭과 깊이를 지녔어도, 결국에는 보편적인 정체성이 아닐 수 있다는 젠더’(84)에 대한 이해가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든다. <피해자 정체성의 정치와 페미니즘>에서 정희진이 말했던 정체성을 피해자로 본질화할 때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고찰 역시 필요하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217) 가부장제가 원하는 피해자다움의 성 역할을 거부하고(224), ‘정체성의 신화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모색해야만 하는 페미니즘의 앞날(?)에 주목하게 된다. 변신하고 변이해야만 하는 페미니즘의 미래


 



4. 어린이날

 


북플에는 페이스북과 비슷하게 작년의 기록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는데, 오늘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지난 어린이날의 기록이 보였다. 나는 지난 어린이날에 파주 지혜의 숲에 갔고, 아이들이 늦잠 잘 때 도서관에 연체한 책을 반납하러 갔고, 『흑인 페미니즘 사상』을 읽었더랜다. 오늘은 어린이들 없이 어버이날 행사 1건을 마쳤고, 집에 돌아와 잠시 쉬었다가 공짜 커피 쿠폰 쓴다는 핑계로 외출했다. 책 읽을 시간이 없을 게 뻔한데도 굳이 책을 챙겨가는 자세.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모임에 대한 진지한 마음. 어제 조나단 글에 대한 댓글에서, moonnight님이 조나단을 선물로 주셔서 더욱 뜻깊은 어린이날이 되었다. 5 5일에 올리고 싶어 급하게 썼다. 이렇게 또 한 번의 어린이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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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5-06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두번째 부분 보니 읽을 만 하겠다는 건방진 생각이..!! 그 부분 빼고 다 어려운 건 아니..겠죠? ㅎㅎ 어린이날이라고 엄청난 교통체증이 있었다는데 비교적 평온히 보내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푹 쉬세요^^

단발머리 2022-05-06 00:30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어린이날이라서 많이 고단하셨을텐데 아직도 안 주무시고 계시네요. 그 부분이 유독 평이합니다 ㅋㅋㅋㅋ 전 앞쪽이 특히 어려웠구요. 뒤쪽도 어렵 ㅠㅠㅠㅠ
얼른 쉬세요, 독서괭님! 남은 부분은 내일 읽기로 해요^^

바람돌이 2022-05-06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글을 읽으니 주장하는바가 뭔지 감은 잡히는데 이정도로 감을 잡기도 무지하게 어렵다는거겠지요? ㅠㅠ

단발머리 2022-05-09 12:19   좋아요 0 | URL
그나마 제일 쉬운 부분, 그래도 알만한 부분을 인용했구요. 더 어려운 부분도 많ㅠㅠㅠㅠ
<반려종 선언> 마치면 앞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싶습니다.

2022-05-06 0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09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05-06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이거 철학자들 그 팟캐스트 들으니까 앞부분이 더 어렵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 도나 해러웨이 두 권 샀어요. 에라이 모르겠다 다 사버림요 ㅋㅋㅋ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 대한 진지한 마음 ♡

단발머리 2022-05-09 12:16   좋아요 0 | URL
전 제 힘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 제 힘으로 파보겠다고 아직 팟캐스트 안 들었구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오늘 밤에는 도나 신간 도착한다 해서요. 제가 벼르고 있습니다. 도나에게 전해 주세요. 제가 벼르고 있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5-06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이렇게 많이 읽었어요?! 조금 읽은 줄 알았더니만!!!

단발머리 2022-05-09 12:15   좋아요 0 | URL
전 지금 <반려종 선언>을 읽고 있지요. 헤헤.
 





 














로버트 펙이 주장했던 중년 성인기의 4가지 주요 과제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두 번째 과제가 이거였다. “인간관계에서 있어서는 성적인 관계에서 사회적인 관계로 전환된다.” 중년 성인기는 35세에서 54세까지니, 나는 중년 성년기에 속한다고 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넷플릭스 브리저튼 시즌 2를 보았다. 원작은 쥴리아 퀸의 『The viscount who loved me 』인데 원작과 드라마는 내용이 조금 다르다. 암튼 즐거운 정주행의 시간을 마친 후에, 아니나 다를까 주인공 조나단 베일리(앤소니 브리저튼 역)에게 흠뻑 빠지고 말았다. 기사도 찾아보고 인터뷰 영상도 여러 편 보았는데,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에 헤어날 길이 없던 그즈음, 친구들과 만나 맛난 치킨을 뜯으며, 조나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부족한 영어 실력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조나단 때문에라도 영어를 더 잘하고 싶다, 뭐 이런 말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때였다. 친구 1이 물었다. “그래서요, 단발님! 만약에 진짜 영국에 가서 조나단을 만났는데, 조나단이 단발님 좋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가정을 위해서 20년 살았으면 이제 자기 삶 살아야죠. 괜찮지 않아요? 애들도 많이 컸고요.” ‘, 조나단을 만날 수 있다고요? 조나단이조나단이, 저를 좋아한다고요? 에이, 설마 그럴 리가요.’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는데, 입에서는 전혀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제가 애들을 거진 () 키워놓기는 했죠.” 한바탕 자지러지게 웃고 나서, 나는 흩어진 정신을 간신히 수습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요, . 성적 지향(조나단은 2018년에 커밍아웃했다)이라는 것도 있고, 시몬 애슐리(상대역)가 그렇게 이쁜데도 스캔들 안 나고 그렇게 끝나잖아요. 조나단이 아시아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겠고요.” 친구 1과 친구 2가 양쪽에서 같은 말을 다른 표현으로 쏟아낸다. “그건 모르죠. 그건 모르는 거에요.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거, 그건 딱 정해진 게 아니잖아요. 진짜 모르는 일이죠.” 여러분!!! ? 뭐라구요?

 

내가 아는 어떤 사람들보다 책을 많이 읽고, 내가 아는 어떤 사람들보다 똑똑하며, 내가 아는 어떤 사람들보다 스마트한 두 사람의 확신에 찬 이 단언의 말씀. 사람 일은 모르는 것입니다. 그 순간, 내 인생 최대의 고민은 조나단이 나를 좋아하면, 나는 어쩌란 말이냐?’로 바뀌게 된다. 조나단이 내게 선사한 심미적 즐거움과 쾌락을, 내가 조나단에게 줄 수 있을 거라는 아무런 확신이 없는 채로, 나는 가정의 존립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 것이었다. 애들은 많이 컸다. 둘 다 나보다 크니까 다 키웠다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남편인데. 까탈스럽고(엄마 표현), 까시렁스러운(시어머니 표현) 두 애들에 더해, 총 네 명의 가족 구성원 중에 남편은 나 빼고 내 말을 제일 잘 듣는 사람이다. 20년을 살았다. 그래, 20년을 살았지. 나 같은 사람을 만나 남편은 20년을 한결같이 유쾌하고 재미있게 보냈을 것이다. , 나 같은 사람을 만나 동서양을 아우르는 각종 실험적인 요리의 희생양이 되었지. , 이건 너무나 실존적인 고민이다. 너무 어렵다.

 



조나단을 생각한다. 조나단은, 내가 조나단에게 줄 수 없는 것을 나에게 주었다. 웃음과 기쁨과 즐거움을. 하지만 나는 조나단에게 웃음과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없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하기에, 나로서는 조나단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은데, 주지 못하고 받기만 하니 안타까운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딸아이가 내 MBTI의 특징을 읊어주었는데, 나는 몰입을 잘하고 금방 싫증을 내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친구 2는 조나단 사랑은 오래갈 거라 전망했다. 친구의 말은 항상 옳다.



 

내일은 어린이날. 아직도 어린이날 선물을 고대하는 나는, 오늘 아침 진공청소기로 거실 바닥을 박박 밀면서 올해는 무슨 선물이 좋을까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올해는, 조나단. 올해의 선물은 조나단이 좋겠다. 나는 정했다. 조나단으로.

 

 

조나단.

조나단을 제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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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04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 꼰대 앤소니를 여기서 보는군요 ㅎㅎㅎ 나름 귀여운 조나단 ~~

단발머리 2022-05-04 17:13   좋아요 1 | URL
시즌 1의 꼰대 안소니가 시즌 2에선 사랑 찾느라 바쁘거든요. 꼰대끼는 여전하지만요. 조나단 럽💕

수이 2022-05-04 1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옆지기도 그러하고 조나단 아니 안소니도 그러하고 좀 까탈스러운 스타일을 단발님은 사랑하는 거 아닐까요. 사랑은 알 수 없습니다, 어느 자리에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될지 장담할 수 없죠. 하지만 어쩐지 조나단도 그러하고 단발님과 20년을 함께 하신 그분도 그러하고 문득 우리는 어느 지점에서 그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건지 저 역시 실존적인 고민을 하게 됩니다. 만나기도 전부터 나는 저 사람을 만나면 사랑에 빠질 거 같은데 라는 말은 이미 저 사람에게 매혹당했다는 것이고 실제로 만나면 뭐 거의 동전을 뒤집을 것도 없이 사랑에 빠지게 되고 맙니다. 문제는 서로의 사랑, 불꽃 같은 연애 여기에서 생기지 않아요. 문제는 그러니까 조나단은 단발님과 사랑에 빠지고 조나단을 극렬하게 원하는 단발님 역시 조나단과 멋진 연애를 할 터인데 문제는 단발님과 20년을 함께 한 그분이 과연 단발님을 놔줄까 입니다. 쏘쿨하게 놔주신다면 더할나위 없지만 과연 놔줄까? 정말 힘들 텐데.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건 두렵지 않으나 분명히 멋진 연애를 할 것이나 언제나처럼 사랑과 사랑 사이 그 징검다리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싶습니다. 전 조나단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조나단 저 턱수염은 쪼금 귀엽군요.

단발머리 2022-05-04 19:40   좋아요 1 | URL
일단 비타님은 제가 1) 조나단과 만나고 2) 저와 조나단이 사랑에 빠지고 3) 조나단이 저를 극렬하게 원할거라 예상하시는군요.
저의 그 다음 고민은 그 다음에 하면 되겠어요. 1)번부터 겁나 저에게 먼 일인데 말이지요. 영국으로 가는 항공권을 준비한다 해도 어디에 가야 조니를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소속사에 연락해봐야 하나요? 한국에서 날아온 팬에게 무엇이든 알려주지 않을 성 싶은데요 ㅎㅎㅎ
진지한 성찰과 조언 감사드립니다. 사랑과 사랑 사이의 징검다리 문제에 대한 고민도 감사하구요. 큰 도움이 되었어요^^

다락방 2022-05-04 18: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진짜 너무 잘나왔네요! ㅋㅋㅋㅋㅋ 너무 잘나왔다 진짜.

사람일 모르는 겁니다, 단발님. 우리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 어떤 격정에 휘말릴지 몰라요. 아니 제가 뭐 조나단한테 가시라고 등 떠미는 건 아니고요, 뭐, 예, 어떤 가능성이든 열려있는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흠흠 어쩐지 부끄럽네요? 🤭

단발머리 2022-05-04 19:43   좋아요 1 | URL
사람일은 모르는 거라고, 제 친구 1이 다락방님과 똑같이, 정말 그렇게 말했습니다. 제 친구의 말을 저는 철썩같이 믿고 있고요.
어떤 가능성이든 열어 놓으려 합니다. 제가 문 활짝 열어 놓은 거, 영국까지 소문나야 할텐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은 생긴대로 나온다는 말이 있더라구요. 사진 너무 잘 나왔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억의집 2022-05-04 1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의리로 살아야죠 단발님 말 잘 듣는 남자는 남편이라면… 여전히 최고의 남자죠!!!

단발머리 2022-05-04 23:06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말씀 백번 온당합니다. 제 말 잘 듣는 남자는 아무 것도 모른채 야구 보고 있네요.
최고의 남자 맞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05-05 0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막상 가지면 남편이 둘이 되는거잖아요. 왜 하나를 버려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냥 둘 다 가지면 되지말이죠. ㅎㅎ 그런데 남편이 둘인건 좀 많이 많이 귀찮을듯하긴 하군요. 저 조나단이 내 말을 잘 들을때까지 키우려면.... 단발님 우리 힘딸려서 안돼요. 너무 힘들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2-05-05 08:27   좋아요 1 | URL
저, 아침에 일어나서 댓글 읽다가 얼마나 웃었는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님!! 너무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남편이 둘이 되는 상황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역시 말씀하신대로 둘은 좀 많이 많이 귀찮을 것 같습니다.
조나단은 현재 33세로서 한참 말 안 듣는 나이인데 제 말 잘 듣게끔 하려면 또 시간이 많이 필요할듯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조나단과는 아쉬운대로 더 이상의 관계 발전은 없는 걸로 하겠습니다. 사실 요즘에 힘도 많이 딸리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님 댓글이 저의 어린이날 선물입니다. 앞으로도 귀한 지혜의 말씀 많이 많이 나눠주세요!!! 좋은 휴일 되세요!

책읽는나무 2022-05-05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나단 잔소리하는 오빠 맞나요? 시즌1의 1편 반밖에 안본 사람이라...^^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오빠가 서글서글하게 생겼던 기억은 남아 있네요^^
조나단이 앤 헤서웨이 같은 형을 좋아한다면 단발머리님을 뵙고...아!! 정말 사람일은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란 생각 저도 동의합니다^^
아침에 잠깐 드라마 한 편을 봤는데 거기서 사랑이 시작되는 첫 단계가 이미 남녀 눈빛이 마주치는 그 첫 순간이던데 어쩌면 그게 진리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얼핏 했었거든요.
본인들은 알 수 없지만 두 번, 세 번 만나다 보면 정 들고, 그래서 결국 우리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낌이 왔었어!! 인정하게 되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단발머리님 글을 읽으니까 더욱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네요ㅋㅋㅋ
비행기를 타고 날아 갔는데!!!!!!....
상상의 나래를 막 펼치는 중였는데, 아니 조나단이 33 세였어요??
넘 애기잖아요????
언제 키운대요?? ㅜㅜ
에휴~~단발머리님! 어쩔 수 없지만 이 남자, 저 남자~ 다 똑같다!! 이 말을 명심할 수밖에 없어요. 넘 찬물을 끼얹었네요ㅋㅋㅋ
화면에서 계속 멋진 남자 조나단!! 해야 더 멋진 조나단!!^^
조나단 43 세만 되었어도...비행기 티켓 끊어드렸을텐데 말이죠^^
지금 남편분을 조나단으로 만들어 보심이??^^

단발머리 2022-05-09 12:15   좋아요 1 | URL
조나단은 잔소리하는 오빠 맞구요. 시즌 1보다 시즌 2가 훨씬 재미있습니다.
한눈에 반하는 사랑이 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만, 여러분들이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진지하고 생활밀착형 조언을 많이해 주셔서 제가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야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요, 만난 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열어 놓고만 있으려고요.
조난단이 나이가 좀 어리기는 하지요. 하지만 애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멋진 애기라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22-05-05 14: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 이 브리저튼 2에 관한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는데^^ 이 양반이 요즘 핫하다는 조나단씨로군요. (커밍아웃한 건 몰랐네요@_@;)
어린이날 선물로 조나단을 단발머리님께^^

단발머리 2022-05-09 12:12   좋아요 0 | URL
보내주신 어린이날 선물 아주 잘 도착했습니다. 문나잇님이 제 꺼라고 하셔서 조나단은 제꺼가 되었네요. 매우 감사드립니다^^

에이바 2022-06-01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너무 유쾌하네요 단발머리님!! 오랜만에 단발님 서재에 왔는데 연속 3편을 웃으면서 봤어요. 심지어 저 의문의 2패(이름도 몰랐던 배우 조나단의 커밍아웃 단발머리님의 남자 확정).... 저 개인적으로 브리저튼 시리즈를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앤서니 얘기를 좋아해서 드라마도 재밌게 봤거든요 ㅎㅎ 전 시즌1보다 시즌2가 더 좋았어요! 뭔가 오랜만에 뵙지마는 제인에어로 하나 되었던 단발머리님과의 취향 확인에 행복한 새벽이네용 ㅋㅋ

단발머리 2022-06-01 09:45   좋아요 0 | URL
아침에 에이바님 댓글 보고 얼마나 반가웠던지요!! 에이바님 잘 지내시죠? ㅎㅎㅎㅎ
브리저튼 시리즈도 앤서니도 좋아하신다니 저는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조나단 베일리의 발견과 조나단 베일리의 커밍아웃 소식은 저를 기쁨과 슬픔으로 몰아넣었지만 전 아직도 환상 속의 그대를 포기하지 못하고 마음 깊이 ㅋㅋㅋㅋ 사랑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도 시즌 1보다 시즌 2가 더 좋았거든요. 제인에어를 사랑하는 에이바님, 이제 우리 조나단 사랑도 함께해요. 저랑 함께해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5월은 가족의 달. 줄줄이 가족 행사 대기 중.  


5월은 도나의 달. 도전할 때마다 나를 절망케 했던 도나 해러웨이. 이번에는 이웃님들과 같이 읽으니 완독하겠지. 같이 읽으면 좋을 책들 고르다 보니, 새로 나온 책도 보인다. 다 구입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일단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하고, 목차랑 미리보기를 살펴본다. 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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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5-02 1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시작하시는 겁니까! 저도 곧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어제부터 생각만 하는 중..)!!

단발머리 2022-05-02 16:41   좋아요 0 | URL
이번달에 좀 일찍 시작할까 싶습니다. 부릉부릉 하고 있죠. 페미니즘의 최전선에 같이 서시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05-0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서문 좀 읽다가 머리에 쥐나는줄^^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ㅜㅜ 아무래도 다른 책 읽으면서 좀 쉬었다 시작해야겠어요~ 응원합니다!

단발머리 2022-05-02 17:50   좋아요 0 | URL
오래 쉬지 마시고 ㅋㅋㅋㅋ 얼른 돌아오세요, 거리의화가님!!

건수하 2022-05-02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준비 많이 하셨네요! 저는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만 준비해뒀어요.

단발머리 2022-05-02 17:56   좋아요 1 | URL
집에는 한 권 뿐입니다 ㅋㅋㅋㅋ 그러니까 이 페이퍼 제목은… <준비>(하고 싶다) 네요 ㅋㅋㅋㅋㅋㅋㅋ참… 그 책 많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수하님, 화이팅!!

건수하 2022-05-02 17:56   좋아요 1 | URL
사실 저도 준비한 건 아니고.. 그냥 갖고 있었다… ㅎㅎㅎ

저는 <레이디 크레딧>부터 읽어야해요 휴;;

단발머리 2022-05-02 20:49   좋아요 1 | URL
아… 일단 <레이디 크레딧> 화이팅!!! 🥳🥳🥳

건수하 2022-05-02 21:19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많이 어렵다는게 공-산의 사유인가요? 전 좀 쉽게 해설해주신 건 줄 알았는데 @.@??

단발머리 2022-05-02 21:29   좋아요 0 | URL
저는 <공-산의 사유> 안 읽어봤는데 해러웨이 책은 다 어렵다고 들었어요 ㅠㅠ 글고 저도 해러웨이 도전한 책 중에 성공한 책이 하나도 없고요 ㅠㅠㅠㅠ 근데 그 때는 몰랐는데 저자가 한국 사람이네요. 그럼 좀 쉬울 수도 있겠어요.
수하님, 화이팅 하나 더 드립니다^^

건수하 2022-05-02 21:41   좋아요 0 | URL
저희 함께 화이팅해요! 레이디 크레딧 다 읽고 나타나겠습니다~

수이 2022-05-0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희망도서 저도 빌릴래요 :)

단발머리 2022-05-02 17:57   좋아요 0 | URL
일단 저 다음인데 ㅋㅋㅋㅋㅋ 제가 3주 읽고 그 담에 이야기 나누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5-02 17:58   좋아요 0 | URL
아악 😫 그렇다면 저는 우리 동네 도서관에 있는지 검색 먼저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05-03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필 5 월이 가장 바쁜 달이라 지금 몸과 마음이 혼미한데 가장 어려운 책이 이번 달 책인가요? 전 책을 보기만 하고 감히 넘겨보질 못하고 있네요. 어떡하나???쩝~😥😞

단발머리 2022-05-03 16:53   좋아요 1 | URL
지금 어렵다고 난리났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두 쪽 읽은 처지라 아직 할 말이 없습니다만.... 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5-03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받았는데요, 걱정이 많이 되네요 ㅎㅎ

단발머리 2022-05-03 16:53   좋아요 1 | URL
우리 같이 읽으면 읽을 수 있을 거에요. 저 두 번 실패한 책이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만 믿고 갑니다!!
 
Pachinko : The New York Times Bestseller (Paperback, 영국판) -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원작
이민진 / Head of Zeus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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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를 읽었다. 전체적인 줄거리 말고 제3권의 챕터 8에 대해서만 쓰고 싶다.

 


노아는 대학을 마치지 않은 채, 가족을 떠나 다른 도시로 잠적한다. 어디에 사는지 알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을 꾸준히 선자에게 보낸다. 자신만의 삶을 일궈가는 노아를 마침내 한수가 찾아낸다. 한수는 노아를 찾았다고 선자에게 알리면서, 멀리서만 그를 보라고 말한다. 그가 선택한 삶 속에서 살게 하자고, 그걸 존중해 주자고 말한다. 선자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차문을 박차고 나가며 선자가 외친다. “노아야!”

 

노아의 불행을 선자의 탓이라고 할 수 없다. 선자는 최선을 다했다. 지옥에서 자신을 구해준 남편에게 신의를 지켰고, 투옥된 남편을 위해 생활을 책임졌고, 늦은 밤 고된 일을 마치고서도 노아의 옷을 깨끗하게 세탁하고 다림질해 입혀 보냈다. 선자는 자신의 모든 삶을 걸고 두 아들을 지켜냈다. 하지만 그녀의 지극한 사랑이, 그녀의 선의가 항상 그에 맞는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 골몰할 때면, ‘선녀와 나무꾼이야기가 떠오른다. 앞부분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뒷부분은 동화책에 따라 약간씩 다른 내용이다. 나무꾼이 하늘나라에서 선녀와 세 아이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 집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판본에서 결말의 나무꾼은 인간이 아닌 수탉이다. 하늘나라에서의 행복한 시간 속에서도 효심이 지극한 나무꾼은 땅에 살고 있는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선녀는 천마에 나무꾼을 태워 보내며 절대 땅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간곡히 당부한다. 반가운 아들의 목소리에 달려 나온 어머니는 아들과 손을 맞잡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아들은 천마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이제 곧 하늘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뭐라도 먹이고 싶은 어머니(어머니는 먹이는 사람이다)는 아들에게 팥죽을 권한다. 그러나 팥죽이 너무 뜨거운 나머지, 팥죽이 든 그릇을 손에서 놓치고, 깜짝 놀란 천마는 나무꾼을 떨어뜨리고 그대로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어머니는 나무꾼에게 따뜻한 팥죽 한 그릇을 먹이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의 의도는 아들을 붙잡아 두려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나무꾼은 하늘로 돌아가지 못했고, 하늘을 바라보며 구슬피 홰를 치는 수탉이 되고 말았다. 괴로워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심정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그녀는 아들의 불행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결국 일은 그렇게 되고야 말았다. 나무꾼은 어머니와 함께 머물고 있으나 그의 마음은 자신이 속하지 못한 머나먼 세계를 끝없이 떠돌고, 탄식과 아쉬움, 슬픔과 원망이 그의 마음을, 아니 수탉의 마음을 가득 채웠을 것이다.

 

 


노아를 대하는 한수와 선자의 태도에는 차이점이 분명하다. 한수는 노아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렇게 살기로 한 노아의 결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물론, 한수에 대한 노아의 증오심이 훨씬 더 컸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한수는 자신이 노아에게 요구할 수 있는 작은 권리마저 포기했다. 노아를 더 기다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선자는 달랐다. 대학을 그만두고 가족을 떠난 이유를 이미 오래전에 설명했음에도,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가족에게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선자는 노아의 심정이 어떠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그의 절망이 그에게 얼마나 큰 짐인지를 감히 예상하지 못했다. 그를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그를 그렇게 아끼면서도, 선자는 몰랐다. 알지 못했다. 우리 집으로 가자. 선자가 말한다. 여기가 제 집이에요. 노아가 답한다.

 


“Noa and Mozasu. They’re my life”, “I’ve lived only for them.” (421)이라고 말할 때의 선자를 이해한다. 내가 그런 엄마여서가 아니라, 그런 삶을 사는 엄마들을, 여성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을 위해 사는 어머니들, 자식만이 삶의 이유인 어머니들,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 혹은 많은 것을 희생한 어머니들. 그런 어머니 앞에서 자식은 ‘a good boy’일 수밖에 없다. 선자를 사무실로 안내하고 차를 내주고 다음 주에 찾아가겠다는 다정한 말을 건네는 소년 노아. 그런 어머니 앞에서 자식은, 그 아들은 a good boy일 수밖에 없다. 어머니는 자식의 어떠함을, a good boy의 절망을 끝내 알아채지 못한다.

 

한수는 무책임했고, 사람 좋은 옆집 아저씨 같았지만, 그는 노아를 알았다. 노아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 한 발짝 물러설 줄 알았다. 노아를 만나고 돌아와 기분이 좋은 선자에게 “You should not have seen him.” 이라고 말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선자는 노아를 사랑했고, 노아를 위해 살았고, 노아를 위해 자신의 젊음을 다 바쳤지만, 선자는 노아를 몰랐다. 노아가 어떤 사람인지를 몰랐다. 노아를 더 사랑한 선자보다 노아를 덜 사랑한 한수가 오히려 노아를 더 깊이 이해했다는 데 생각이 닿으면 슬퍼진다. 그렇게 보인다. 더한 사랑이, 더 진한 사랑이 결국 노아를 밀쳐버렸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가장 큰 고통이 선자의 몫으로 남겨졌다. 너무나 가슴 아픈 대목이다.

 



호의와 선의와 사랑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꼼꼼히 생각하고 사는 건 너무나 피곤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일을 한다. 사랑하고 사랑받는다. 도움을 주고, 또 도움을 받는다. 지나친 사랑은 건강에 해롭습니다. 이 결론이 자식에게도 해당된다는 데 인생의 숨은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아를 그냥 그대로 살게 하는 것, 나와 멀리 떨어진 도시에 살게 하는 것, 그리운 마음에 찾아가더라도 몰래 숨어서 노아를 훔쳐보는 것에 만족하는 것. 그런 게 사랑이라는 나만의 결론에 또다시 마음이 쓸쓸해진다. 하지만 어린 자녀를 사랑으로 품어주는 것이 사랑인 것처럼, 장성한 자녀를 떠나보내는 것도 사랑일 테니. 출생 후 지금까지 한결같이 여전히. 모성이 부족한 채로 살아왔던 이 매정한 엄마는 한 번 더 생각한다. 과유불급. 넘치지 않도록, 넘치지 않도록 하자. 내 사랑이 넘치지 않게 하자. 보내주자. 놓아주자. 기다려주자. 멀리 가게 하자. 그래서 날아가게 하자. 저 혼자의 힘으로 날아가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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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로에게 져주는 것도 사랑이라는 건 좀 어려운 문제지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2-09-29 12:24 
    밥 먹기를 명심하며 토스트를 우물거리면서 마감을 마친 자의 자유를 만끽하면서 쓴다. 오늘은 <디지털…>만 다 읽으면 되는 널럴한 날이다. 원래는 운동 다녀와서 페란테로 *알파수컷* 쓸려고 했는 데, 파친코 2권 어제 다 들었고 운동가기 싫으니까 이거 써야지. 근데 쓰기도 전 부터 너무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마음아픔 주의다. 아, 내 마음 아픔이지 나 빼고 다른 사람은 안 아플 것 같다. 그리고 이 글을 읽기 전에 꼭 단발머리님의 파친코 리뷰
  2. To 쟝쟝님 (부제 : 노아의 선택, 그 불가항력과 결정론의 함정 또는 변명의 문제)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10-03 07:38 
    이 글(https://blog.aladin.co.kr/jyang0202/13969259)에 대한 댓글을 쓰다가 길어져서 먼댓글로 씁니다. 댓글이어서 댓글처럼 씁니다^^ 제가 쟝쟝님의 글을 오독했을 가능성을 전제하고, 제 나름으로 다시 한번 써봅니다. 노아가 자신이 받은 최고 최대의 사랑이 엇나갓음을 알고, 보답할 수 없음을 알고 나서 그가 했던 선택에 대해, 쟝쟝님은 필연적이라고 썼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 역시, 노아는 자살할 수밖에 없
 
 
얄라알라 2022-05-01 1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파친고 한글판은 중고가가 4만원대더라고요. 영문판을 데려오긴 했는데 아직 엄두가 안 나서, 단발머리님의 리뷰로 중간 내용을 짐작해봅니다.

˝그냥 그대로 살게 하는 것˝

쉬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혹시 제가 8장까지 이르게 된다면 단발머리님 말씀 새기면서 천천히 넘겨야겠어요

단발머리 2022-05-01 20:46   좋아요 2 | URL
한글판 인세 관련 협의가 마무리 되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아요. 책이 다시 나올것 같기는한데, 우아~~ 4만원이라니 놀랍네요.

저도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중간 중간 놀란 부분이 많았어요. 얄라알라님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래요^^

다락방 2022-05-01 19: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은 글입니다, 단발머리님. 저희가 잠깐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단발님은 모자관계 얘기를 하고 저는 자아에 대한 얘기를 했죠. 그건 우리의 접근 관점이나 성향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원서로 읽는 것과 번역본으로 읽는 것의 차이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는 이 책을 사러 교보문고로 가는 버스 안이라는 겁니다. 지금 시간은 일요일 저녁 19:37 이고요.

그럼 이만..

단발머리 2022-05-01 19:42   좋아요 3 | URL
지지지지지….. 지금이요?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락방님? 🙄🙄🙄

그레이스 2022-05-01 2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문판 난이도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단발머리 2022-05-01 22:26   좋아요 3 | URL
짧은 문장으로 쓰고요. 사건을 시간순으로 서술하는 방식이어서 쉽게 느껴지는 편입니다^^

다락방 2022-05-02 08: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어제 저녁에 교보까지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단발머리 님께 땡투하고 이 책 알라딘에서 샀습니다. ㅋㅋㅋ 부자 되시길 바랍니다. 제가 드리는 땡투로 책 더 많이 사시고 글 더 많이 쓰세요. 그럼 이만..

단발머리 2022-05-03 16:55   좋아요 2 | URL
입금하신 100원은 잘 적립되었으며 앞으로도 양질의 페이퍼와 리뷰로 찾아뵙겠습니다.
변함없는 사랑과 후원과 관심과 애정에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수이 2022-05-02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아를 선자의 남편으로 착각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말았네요 -_-;;;; 좀 알려주시지! 전 한글판 읽는 동안에 정신없이 읽어버리는 바람에 이렇게 세세하게 바탕을 보지 못했던 거 같아요.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그런데 손꾸락은 왜 그래요 ㅠㅠ 왜 다쳤어요! 뭐 하다가!

단발머리 2022-05-03 16:56   좋아요 1 | URL
그 때쯤 저도 딴 생각하고 있어서 말을 못했나 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꾸락은 ㅋㅋㅋㅋㅋ 원래 요리 잘 안 하는 사람이 칼에 손 잘 베인다고 해요. 다 나았어요. 헤헤

독서괭 2022-05-03 12: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래서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 거군요.. 이 책 읽고 싶은데 품절이라 못 읽는구나, 하고 말았는데 원서로 읽으면 되는 거였다니.. 흑흑 ㅠㅠ 독해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내 사랑이 넘치지 않게 하자˝라는 말씀 멋져요. 아이 키우면서 정말 명심해야 할 말 같습니다. 희생한 만큼, 사랑한 만큼 놓아주기는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희생을 최소화 하려고 합니다..쿨럭.
좋은 글 잘 읽었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 2022-05-03 16:59   좋아요 2 | URL
많이 꼬인 문장이 없어서 비교적 잘 읽히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미리보기 함 읽어보시고 결정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또 영화랑 같이 봐도 되니까요. 배경 알고 읽으면 더 잘 읽힐 것 같아요.
희생을 최소화하겠다는 다짐.... 넘 멋져요. 저도 한결같이 그 다짐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면 더 쿨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식들한테.....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는 건 충분히 알려줄 테지만 많이 앵기지는 않으려고 해요. 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06-05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친코 드라마가.아닌.원문.읽으며 다시.읽으니.단발머리님 이글 절절히 와닿아요. 더욱

- 2022-09-29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굿 보이… 아ㅜ영어로 읽었어야 했구나… 팥죽 ㅠㅠㅠ 단발님은 천재다 ㅠㅠㅠㅠㅠㅠ

- 2022-09-29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님… 이 글이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아서 다시 왔어요… 한수는 노아를 이해하지만 선자는 노아를 이해못한다는 지점이 무슨 말인지 너무 알 것 같아요. 아… 찐 좋은 글이다 진짜… 먼댓글 한 독후감에도 썼지만, 저는 정말 저희들 다 키우려고 부모님이 너무 고생 많이 하셨기 때문에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자신을 상처내는 아키코-하나 는 알듯 말듯 모르겠더라고요.

다만 부모님을 저도 사랑했기 때문에, 정말 ‘잘’ 살아야 한다는 욕망(?)이 있었는 데, 그건 일본인이 되고 싶다나 자수성가하고 싶다가 아니라, 제게 그건 어떤 양심껏 헌신하면서 사는 삶였던 거 같아요. 근데 내가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것 혹은 내가 그렇게 살려고 할 수록 양심에서 멀어진다는 걸 견딜 수가 없이 괴로웠던 적이 있었거든요?… 뭔가 내 삶뿐만 아니라 내 부모의 삶까지도 다 부정 당한 것 같은 세계의 상실이 있었어요. 아.. 이건 뭐라고 설명이잘 안되는데… 어쨌든 노아를 너무 제 방식으로 읽어가지고ㅋㅋㅋ 무튼 헌신하는 사랑이라는 게 너무 아파요. 저는 아직도. 엄마가 ‘너 자신을 살아’라고 한번이라도 말해줬다면 어땠을까요?… 마지막에 노아가 엄마한테 책 주는 것도… 저는 거의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는 데…

독후감이 혼란의 도가니탕이지만… 동시에 단발님이 이렇게 선자의 마음과 한수가 본 것에 대해서 쓴 글을 읽지 못했다면, 저는 노아만 내 방식대로 이해하고 말았을 것 같아요 ㅎㅎ 다시 한번 읽고 쓰고 감상을 나누는 힘을 느낍니다.. ㅋㅋㅋ
 
나를 발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나를 분리해내야 했다
랭스로 되돌아가다
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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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회고록이다. 자신이 속했던 노동자 계급을 떠나고 가족을 떠났던 에리봉이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의 과거와 가족의 계급적 과거를 탐색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무슨 말을 더할까. 에리봉의 책을 읽기 전 혹은 읽은 후, 읽는 도중에도 100% 유용할 것이 분명한 쟝쟝님의 글을 링크해 둔다.



https://blog.aladin.co.kr/trackback/jyang0202/13492598 


<먼댓글(트랙백) : 나를 발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나를 분리해내야 했다>

 



탈출. 어떤 상황이나 구속 따위에서 빠져나옴. 탈출이라면, 더 낮은, 더 열악한, 더 후진 상황에서 더 높은, 더 쾌적한, 더 고급의 상태로의 이전을 말할 것이다. 계급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결혼. 부의 축적. 교육. 계급을 초월한 결혼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예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훨씬 더 가능성이 낮다. 왕자님의 숫자는 정해져 있고, 모두 다 신데렐라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공주님과 온달의 경우도 마찬가지. 초단위로 변화하는 세계에서 축재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 역시 4차 산업 혁명을 앞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 그나마 가장 쉽고 용이한 것이 교육을 통한 상층 계급으로의 진출이다. (요즘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걸, 통계가 보여준다) 교육은, 그 어렵고도 고단한 계급 탈출을 낮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가능하게 한다.

 



이 세계들을 분리하는 경계선들은 각 세계의 내부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존재하고 무엇이 될 수 있는지, 무엇을 기대할 수 있고 또 없는지를 근본적으로 다르게 상상하고 지각하도록 규정한다. 더욱이 우리는 일이 다른 식으로 진행될 수 있음을 알지만, 그것은 접근불가능한 저 멀리 있는 세계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 동떨어진 사회적 영역에서 매우 명백한 규칙을 구성하는 것에 접근할 수 없을 경우, 우리는 그것이 무엇이 됐든 배제되었다거나 박탈당했다고 느끼지 않는다. 이는 단지 사물의 질서일 따름이며, 그것이 전부다. 우리는 그 질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려면 스스로를 외부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삶과 타인들의 삶에 대해 내려다보는 시각vue en surplomb³을 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바로 그 지점, 그 시각 때문에라도 되돌아가는 것은 탈출한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외부에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성, 그 관점이라는 건, 자신을 먹이고 키웠던 그 시간과 장소를 벗어나야만 가능한 것이고, 가난과 절망, 잔소리와 폭력을 서술할 도구를 이미 쥐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꼭 학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필요한 단 한 가지는 목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출간되고 다른 나라의 언어로 번역된다는 건 다른 층위의 문제다. 그가 가난했고 노동자 계급에서 왔으며 성소수자로서 겪었던 고충을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충분히 고통받고 그 고통 때문에 자신의 가족, 고향과의 단절을 선택했으며, 그렇게 30년 이상을 살아왔다. 동시에 그는 파리 근교에서 태어나 프랑스어가 모국어였으며, 브르디외, 푸코, 뒤메질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문화적 특권을 누렸던 사람이었다. 교수가 되었고, ‘지식인계급이라고 불릴 만한 자리에 자신을 위치시켰다. 탈출한 사람만이 되돌아갈 수 있다. 가난을 극복한 사람에게는 가난도, 가난의 유산조차도 자원이 될 수 있다.

 



커피, , 과일, 과자에 더해 밥통에 가득한 밥까지. 필요한 게 다 있다. 이 집에는 아무도 없고, 나를 방해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굳이 집을 나선다. 빨래를 돌려놓고,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머리를 감고,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전원/시작 버튼을 누른다. 혼자 있고 싶은 나는, 오래오래 혼자이고 싶은 나는, 혼자이기 싫어서 집을 나선다.

 


요즘은 중학교에도 사물함이 있어서 아이들 책가방이 무겁지 않은데 나는 사물함이 없으니까. 아이들 가방보다 무거울 게 분명한 검은 가방을 메고 걷는다. 반팔티(큰애꺼), 후드집업(작은애꺼)에 찢어진 청바지. 내 신발 중에 제일 비싼 운동화를 신고 도서관을 향해 걸어간다. 디디에 에리봉을 생각하면서 걷는다. 자기 자신을 재발명하기 위해 노동 계급 가족에게로 돌아온 사회학자. 극단까지 밀어붙인 자기 분석. 불굴의 정직성과 비상한 통찰력(이상, 책소개) 내가 속했던 계급에서, 난 탈출했는가. 난 이제 그 계급에 속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혹은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가. 내가 속했던 계급을, 솔직하게 대면할 수 있는가. 우리 집은 가난했다, 라고 쓸 때, 가슴 한 켠이 따끔거리는 이 느낌은 그렇지 않음을 말하는 것 아닌가. 얼마나 가난했는지 쓸 수조차 없다면 (혹은 쓰고 싶지 않다면), 심정적으로는 여전히 그 상태에 사로잡혀 있는 것 아닌가. 3월과 4, 이 세상 누구보다 시간 부자인 나는 계급 탈출에 성공한 것 아닌가. 시간, 복장, 장소를 내 마음으로 조정할 수 있다면, 이전과 다른 계급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성공했는가. 내가 속했던 계급에서, 탈출했는가. 탈출에 성공했는가. 되돌아갈 수 있는가. 랭스로, 나의 랭스로 돌아갈 수 있는가.




"지배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그렇게나 많은 글을 써댔던 내가, 사회적 지배에 관해서는 왜 쓰지 않았을까?" 혹은
"예속화assujettissement와 주체화subjectivation 과정에서경험하는 수치의 감정에 그토록 중요성을 부여했으면서, 왜 사회적 수치에 관해서는 거의 아무런 글도 쓰지않았던 것일까?" 결국 이렇게 질문을 바꾸어야 했다. "파리에 정착한 뒤, 나는 나와는 다른 사회 계층 출신의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종종 그들에게 내 출신 계급을 거짓말로 둘러대거나 진실을 고백하며 마음속으로 불편함을 느낄 때마다, 내 출신 환경에 대한 수치, 사회적 수치를 경험했다. 그런데 나는 왜 책이나 논문에서 이 문제를 다뤄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을까?" 이것을 다음과 같이 진술해보자. 내게는 사회적 수치에 관해 쓰는 것보다 성적 수치에 관해 쓰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었다. - P23

공부를 계속하지 못했다는 어머니의 좌절감은 모두 이런 식의 분노의 폭발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이는 다른 형태로 이어졌다. 내가 살짝 비판적인 의견을 내거나 가볍게 이견 표시만 해도 다음과 같은 대꾸가 튀어나왔다. "네가 고등학교에 다닌다고 우리 위에 있는 건 아냐" 라든지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니? 우리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제우스신의 넓적다리"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던가? 하지만 어머니가 가장 자주 입에 올린 것은, 내가 자유롭게 얻을 수 있는것을 그녀는 박탈당했다는 사실을 내게 상기시켜주는문장들이었다. "나는 결코 ~할 수 없었단다"라거나 "나는 결코 가질 수 없었단다"라는 말, 아버지는 자신이 "가질수 없었던 것들을 우리에게 끝없이 상기시켰다. - P93

어머니의 노동은 내가 고등학교에서 몽테뉴Michelde Montaigne나 발자크Honoré de Balzac에 관한 강의를 들을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 그리고 내가 대학에 가고나서는 내 방에 몇 시간씩 틀어박혀서 아리스토텔레스나 칸트Immanuel Kant를 해독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었다. 어머니가 새벽 4시에 일어나기 위해 밤에 잠들어 있는 동안, 나는 동틀 녘까지 마르크스KarlHeinrich Marx와 트로츠키Leon Trotsky, 보부아르Simone deBeauvoir와 주네를 읽었다. 여기서 나는, 아니 에르노가 동네에서 작은 식품점을 운영하던 그녀의 어머니에 대해 쓰면서, 이 난폭한 진실을 표현했던 단순한 방식을 참조할 수밖에 없다. "난 어머니의 사랑과 그 부당성을 확신했다. 그녀는 내가 플라톤 강의를 들으러 대강당에 앉아 있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감자와 우유를 손님들에게 내놓았다." - P95

내가 보기에는 계급 소속감의 부재가 부르주아의 유년기를 특징짓는다는 점이야말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지배자들은 그들이 특정한 세계 안에 위치지어져 있다는 것을 지각하지 못한다(이는 백인이나 이성애자가 스스로 백인이나 이성애자로서의 자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러한 언급은 있는 그 자체 명백한 의미를 갖는다. 즉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기술하고 있을 뿐이면서 사회학을 하고 있다고 믿는 어떤 특권층 인사가 내놓은 순진한 고백인 것이다. - P112

어머니의 인종주의와 어머니(이민자의 딸!)가 이주 노동자들 일반과 특히 ‘아랍인들’에 대해 공공연히 드러내는 지독한 경멸은 혹시, 열등하다는낙인이 찍힌 사회적 범주에 속하는 어머니가 자기보다 더 심하게 박탈당한 사람들에 대해 우월감을 느끼는 하나의 방편이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그것은 타자의 가치에 대한 평가절하를 우회 수단으로 삼아, 스스로에 대해 가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방식, 그러니까 자기만의 시선으로 존재하는 한 가지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 P167

나는 보부아르가 『회고록』에서 묘사한 모든 것들에 매혹당한 나머지, 그녀와 그녀의 지인들이 자주 다니던 장소들, 그녀가 말한 거리들, 그녀가 말한 구역들을 모두 가보려고 했다. 오늘날 나는 그것이 일종의 전설이며, 신화화된 시각으로 채색된 것임을 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이 전설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지적인 삶의 시대, 그리고 그러한 삶이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삶과의 관련 속에서 우리를 자석처럼 끌어당기고, 사유의 세계에 참여하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시대였다. 우리는 위대한 지식인들을 떠받들었고, 그들과 스스로를 동일시했으며, 그러한 창조적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 안달했다. - P215

우리는 지식인의 형상에 미래의 자기 모습을 투사했다. 책을 쓰고, 다른 사람들과 열띤 토론을 하며 아이디어를교환하고, 이론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천적으로도 정치에 개입하는 사람 말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책들과 동성애자로서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욕망이 내가 파리에 정착하게 만든 두 가지 큰 이유였던 것 같다. - P216

그렇다, 짐작하겠지만, 이 책은 바로 사르트르의 『성 주네Saint Genet다. 물론 두 책의 차이는 매우 크다. 푸코의 경우에, 그리고 정신의학적·정신분석학적 심문에 반대해 그가 관여한 투쟁의 경우에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자신이고 그의 경험이다. 또 그가 확인하는 것은 오직 자신의 목소리이고, 그가 방어하려는 것은 자신의 삶이다. 반면 사르트르는 타자에 관해 글을 쓴다. 그는 감정이입을 통해 완전히 몰입한 채로 다른 이[장 주네]의 궤적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지배 메커니즘과 자기발명의 과정을 설명하려고 한다. - P254

따라서 사르트르의 주네에 관한 책에 나오는 다음 문장이 내겐 핵심으로 다가왔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행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우리에게 행한것을 가지고서 우리가 스스로 하는 것이다." 그것은 금세 내 존재의 원칙을 구성했다. 자기에 대한 자기의 작업으로서 수행의 원칙.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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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8 15: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떠나서 다시 그 전의 계급을 되돌아본다는 것만으로 이 분 대단한 듯 합니다. 대부분 뒤도 돌아보기 싫을텐데요. 가장 잔인한 경계선은 보이지 않는? 누가 줄을 긋기 시작했을까요 땅에도 마음에도 사람에도. ㅠㅠ 단발머리님 찢청은 누구 소유인지 그 와중에 궁금한 ㅎㅎㅎ 순간 저인줄 알았어요. 아이에게 작아진 반바지와 티셔츠. 카디건만 제꺼네요 ~~ 관심 두고 있는 책인데 유익하게 잘 읽었어요 ~~

단발머리 2022-05-01 20:49   좋아요 1 | URL
책 속에서.... 자기가 떠나온 계급에 대해 거짓말했다 아니면 아닌 척 했다, 이런 이야기가 자주 나와요. 정말 되돌아가기 싫은데 이제서야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할까요. 정말 대단한 작가인 것 같아요. 찢청은 저만의 것으로서, 너무 많이 찢어져서 ㅋㅋㅋㅋㅋㅋㅋㅋ 수선하는 집에서 양쪽 끝은 약간 손질을 했습니다. 더 찢어지지 말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 한 번 미니님과 아이들 옷 배틀 한 번 해야겠는데요^^

청아 2022-04-28 15: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태그 재밌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쟝쟝님 빨리 이 리뷰 보셨음 좋겠어요 태그도 꼭이요!!
저는 요즘 스터디카페 알아보는 중이예요. 공부자극도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단발머리 2022-05-01 20:51   좋아요 1 | URL
뭐랄까요. 태그는 진짜 저의 진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쟝쟝님도 이 리뷰를 다 보셨을 거에요. 근데 태그는 모르겠네요.
좋은 스카 발견하시면 저도 좀 알려주세요. 미미님 열공 모드 저도 따라하게요!!

다락방 2022-04-28 17:3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탈출한 사람만이 되돌아갈 수 있다.
저는 영화 <매드맥스> 생각이 납니다. 여성들은 단순히 애낳는 도구로 보던 곳에서 기어코 그 성노예 여성들을 데리고 탈출했는데, 그러나 낙원이 있을줄 알았던 사막 그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결국 정말 필요한 건 있던 곳으로 돌아가 그곳을 뿌리째 바꾸는 일이었죠. 이미 그곳에 도착해있던 나이든 여성들을 마주하는 샤를리즈 테른을 보면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최선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단발머리 님 리뷰 보니까 그 영화 생각이 납니다.

돌아가기 위해선, 탈출이 우선이어야 하죠. 그건 불변의 진리입니다.

- 2022-04-28 21:19   좋아요 3 | URL
아. 여기서 어떻게 매드맥스를 떠올립니까.....ㅜㅜ 진짜 그 영화 너무 개 띵작이죠. 근데 그걸 여기에다가 어떻게 엮어버려욧!!!!!! 다락방님은 정말.... ㅜㅜ 찐이야....
다시 돌아가는 것 역시 떠나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돌아간 거기서 다시 시작해야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힘주어 말할 수 있는 어떤 굳건함.
저는 우리 모두에게 그런 자원이 있다고 생각해요. 삶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그 어떤 누구라도.
굳이 어려운 언어와 말들이 아니라도.
그렇습니다. 탈출하려면 내가 갇혀있다는 것을 봐야하기도 하죠. 그렇네요. 증말...

단발머리 2022-05-01 20:59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 저는 영화 매드맥스를 안 봐서요. 영화 정리한 유투브 살펴보았는데 아... 왜케 무섭죠. 명작이라고 하는데 겁이 많이 나네요. 탈출한 곳으로 돌아간다는 거 너무 어려운 일인데, 그게 최선이라고 하니까요...... 탈출을 해야죠. 일단 탈출이 먼저입니다.

쟝쟝님 / 쟝쟝님도 그 영화 아시는군요. 저는 사진 보다가 놀라가지고.... 우아, 개 띵작 어떻게 알고 있었냐 말이죠. 두 분은...
과거에 대해 솔직하게 대면하는 작가를 보고 좀 많이 놀랐구요. 그걸 해석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데 부러움도 느꼈구요. 쟝쟝님 덕분에 좋은 책 읽었어요. 땡큐!!

책읽는나무 2022-04-28 17: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옷을 입는 단발머리님!!ㅋㅋㅋ
저도 요즘 애들이 안입는 옷 아까워서 제가 입고 다니거든요...혼자 웃었어요.^^
집에 모든 것이 갖춰져 있어도 굳이 도서관 같은 곳을 찾아 나서는 것은 모두 비슷한가 봅니다.

탈출했는데 다시 되돌아가는 심정은 어떨까?싶기도 하네요. 특히나 너무나도 탈출하고 싶었던 그 계급으로..
나 같으면??
그냥 탈출하여 더 상향 조정된 계급에 속해 있다면 굳이 되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암튼 에리봉의 책은 단발머리님의 리뷰를 읽으니 공쟝님의 글을 읽을 때와 느낌이 확 다르네요? 같은 책인데도 다른 책을 접하는 느낌이랄까요?
결론은 읽어봐야 아는 거겠죠?^^

단발머리 2022-05-01 21:01   좋아요 2 | URL
우리 모두 애들 옷 입는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넘 재미있고 신기하네요. 저도 집보다는 도서관이 좋아 집을 나서는데 내일 월요일이라 큰일 났습니다. 갈데가 없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에리봉 책 처음이었는데 좋았어요. 원래대로라면 쟝쟝님 같은, 자서전 같은(?) 글을 쓰고 싶었는데 우아... 그게 진짜 어려운 일이더라구요. (쟝쟝님 짱!) 그래서 저는 나름의 간단 리뷰를 올리고 말았습니다. 책나무님 버전도 기대해볼게요^^

- 2022-04-28 17: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저 ㅠㅠ 이거 꼭 집에가자 마자 태그까지 해서 읽어볼께요 💕 오늘 모처럼 외근나와서 ㅋㅋㅋ 이동중에 폰으로 글쓰고 ㅋㅋㅋ 북플에 올리려고 들어왔더니 이런 귀한 글이 암튼 행복해요 ㅋㅋ

단발머리 2022-05-01 21:02   좋아요 1 | URL
에리봉은 사랑입니다.💕💕💕

- 2022-04-29 1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 자서전을 씁시다. (갑자기 몰리님 소환하기!)
여성이라는 계급. 아줌마라는 계급. 읽고 쓰는 언어라는 도구로.. 그냥 그럽시다. 그렇게 하십시다! 아직 못 가신거 아니예요. 떠나오셨을 거예요. 맞아요... 어쩌면 탈출할 수 없어요. 하지만 도망치고 싶어했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서 맨날맨날 그 자리에 선 것 같은 느낌일지라도. 그런데도 달라요. 다른겁니다. 그 부분에서 저는 확신합니다. 힘내요. 단발님, 힘내요! 영화 매드맥스 한번 더 봐야겠어요. 아. 뭐지. 나 왤케 벅참? 지금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5-01 21:06   좋아요 2 | URL
저도 첨에 읽을 때는 쟝쟝님 같은 글을 쓰고 싶었거든요. 근데 머리는 엄청 복잡한데 그게 잘 안 잡히더라구요. 전, 아직 탈출 전인것 같기도 하고, 아님 탈출했는데 돌아가기 싫은 것 같기도 해요. 무엇보다 에리봉 같은 솔직함이 저한테는 없다고... 전 그렇게 느꼈어요.
여성이라는 계급, 아줌마라는 계급 속에서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어떤.... 의미를 전한다기 보다는, 그 일, 그 행위 자체가 바로 저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도 하고요. 어마어마하게 먼 훗날의 일일 수 있겠지만....
우리 자서전을 씁시다. (몰리님 대환영!) 우리도 자서전을 쓰자고요!!!

서니데이 2022-05-07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2-05-07 17:33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덕분에 좋은 소식을 알게됐어요. 넘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