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데 조금 웃기기도 해서 한 번 웃고나니 자꾸 웃게 된다. 촉수 사유라니…

‘페미니즘 이론의 최신’이라는 『해러웨이 선언문』을 3분의 1 밖에 못 읽은 이유를 오늘에서야 발견한다.


나는 이론가들과 스토리텔러들이 제공하는 사유하기에 필요한 재능을 탐구하기에, 이 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산共-産, sympoiesis — 함께 만들기 making-with – 이다. 과학과 인류학, 스토리텔링 분야의 나의 동료들 이자벨 스탕제르 Isabelle Stengers, 브뤼노라투르Bruno Latour, 솜 반 두렌Thom van Dooren, 애나 칭Anna Tsing, 메릴린 스트래선Marilyn Strathern, 한나 아렌트Hannah Arendi, 어슐러 K. 르 귄Ursula K, Le Guin 등은 촉수적 사고를 함에 있어서 나의 반려들이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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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0-25 1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뭔가 고통스러워 읽다만 책이예요.(해러웨이 선언문) 아웅.. 다른 분 번역이 나왔으면! (ㅠㅇㅠ)해러웨이 때문인가..

단발머리 2021-10-25 14:07   좋아요 2 | URL
요기 위에 제가 다른 책 하나 더 올렸는데요. 맨 오른쪽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가 이 책 번역하신 분 저서더라구요.
해러웨이 전문가신가봐요. 그냥 읽어야겠다, 싶은데 어렵지요.... (시무록)

다락방 2021-10-25 11: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촉수 사유 자체는 뭔 말인지 알긴 하겠는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저 문장은 뭔말인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해러웨이 선언문 사두었는데 계속 사둔 상태로만 있겠네요? 깔깔 🤣🤣

단발머리 2021-10-25 13:18   좋아요 3 | URL
촉수 사유와 문어발 사유가 비슷한걸까요? 전 진짜 너무 웃긴데 알지도 못하면서 웃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요.
저 해러웨이 선언문 다시 도전할꺼에요. 나아아아아아아아~~~ 중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10-25 13:37   좋아요 4 | URL
초...옥수 사...아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사둔 상태로만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같이 읽을까요? ㅋㅋㅋㅋ 다리다님... 내년 10월 도서로 선정해주십셔 ㅋㅋㅋ

다락방 2021-10-25 15:09   좋아요 2 | URL
단발머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촉수 사유는 문어발 사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문어발 보다는 좀 더 뻗어나가는 느낌이 강한 느낌적 느낌?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 공쟝쟝님. 해러웨이 선언문 같이읽기 도서 선정할까요? 지금 계획상으로는 가장 빨리 잡아야 내년 5월이에요. 4월 도서까지 이미 다 정해두었음. 나란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10-25 15:10   좋아요 1 | URL
저는 찬성이지만 그 전에 제가 먼저 읽으면 어쩌죠? 🤭🤭🤭

- 2021-10-26 10:05   좋아요 0 | URL
단발님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니 그 때까지 잡아두셔도 충분히 읽기 어려워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해러웨이잖아여 ㅋㅋㅋ

다락방 2021-10-26 12:10   좋아요 0 | URL
단발님, 그 전에 읽으실건가요? 해러웨이 선언문 4월... 너무 늦어요? (간절) ㅎㅎ

단발머리 2021-10-26 12:50   좋아요 0 | URL
절대로 늦지 않을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4월까지 리스트가 다 나와 있다고 하던대요, 우리 팀장님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10-25 13: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트러블과 함께하기 읽고 계시는 건가요? 저는 저 멀리서 표지만 바라보아도 저릿저릿거려서 차마 읽을 생각 못했는데 ㅋㅋㅋ 해러웨이 선언문 읽다가 집어던진 아줌마 여기 손!

단발머리 2021-10-25 13:18   좋아요 4 | URL
14쪽까지 읽었다지요. 저 쓸쓸히 <제2의 성>에게로 갔다고 합니다. <제2의 성> 재밌어요. 안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10-25 13:38   좋아요 4 | URL
쓸쓸히 제2의 성으로 돌아가는 단발님 왤케 귀엽고도... 웃긴가....

단발머리 2021-10-25 14:04   좋아요 2 | URL
귀엽고 웃긴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나.... 저, 엄청 쓸쓸하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청 쓸쓸해서 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뒷모습이 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10-25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개그맨 선배들이 후배들 아이디어 뺏어다가 쓴다는 게 생각나는 단어였어요~ 빨대 꽂는다고도 하던데~ㅎㅎ 저도 촉수 사유의 달인이 되고 싶네용!!ㅎㅎ

단발머리 2021-10-26 12:52   좋아요 1 | URL
촉수,라고 하면 왠지 곤충이 생각나서 전 별로이기는 한데… 해러웨이랍니다! *^^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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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리터짜리 빈 생수병을 반으로 잘라 고운 흙을 담고 네 개의 구역으로 나눈 뒤, 그 위에 선생님이 나눠주신 씨앗 4종류를 심는다.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간이 화분을 놓아두고, 물을 주면서 관찰한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할 과제가 숙제로 주어졌다. 둘째의 <발아 관찰 수업>이다.

 

손으로 만지는 모든 물건이 금으로 바뀌어 버린 미다스의 저주처럼, 내 손만 닿으면 쉽게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식물이 가득한 우리 집에서, 둘째 아이의 씨앗들은 그렇게 새 삶을 시작했다. 이틀이나 지났을까. 작디작은 씨앗 어디에 그런 힘이 숨겨져 있었을까. 딱딱한 씨앗 어디에 그런 생명이 감춰져 있었을까. 어기 영차. 친구들과 동생들과 어깨를 걸고 흙을 박차고 세상을 향해 일어서는 작은 새싹들을 보면서 생명의 신비함과 식물의 위대함을 동시에 느꼈다.

 


지구 끝의 온실은 그토록 놀랍고 신기한 식물, 모스바나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헤데라 트리피두스Hedera trifidus. 보편적으로 알려진 영어 명칭은 모스바나로, 송악속의 상록성 덩굴식물인 모스바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상용 담쟁이의 일종이다. 엄청난 양의 모스바나가 폐허 도시 해월을 점령하게 되어 실태 조사를 위해 나섰던 더스트 생태학 연구소의 아영은 출장 가는 길에 밤에만 보인다는 신비한 푸른빛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어린 시절 우연히 보았던 동네 노인 이희수의 푸른빛 정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2058년, 거대한 더스트가 온 세상을 덮어버려 ‘돔 시티’ 안으로 대피한 생명체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더스트 시대. 생존을 위해 ‘돔 시티’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과 외부인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돔 시티’ 내부의 사람들 사이에는 폭력과 살인이 난무한다. 실험 도구로 붙잡혀 있다가 간신히 탈출한 아마라, 나오미 자매는 위험한 여정 중에 더스트에 대한 ‘내성’을 갖지 않은 인간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은신처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고, 깊은 숲속을 방황하던 중, 더스트 시대의 유일한 피난처를 발견한다. 그곳이 바로 프림 빌리지다. 지구 끝에 위치한 인간의 마지막 희망. 밤낮 환히 빛나는 비밀의 온실이 바깥세상의 해악에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곳. 성실히 자신의 손으로 노동하는 이 공동체에서 자유의 시간을 누리는 것도 잠시. 프림 빌리지를 위협하는 외부 세계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공동체의 리더 지수는 어린 나오미에게 분해제 만드는 비법을 알려주고, 결국 비극의 날이 찾아왔을 때, 나오미를 비롯한 공동체의 모든 일원에게 씨앗 자루를 나누어 주며 부탁한다.

 


“지금부터는 실험을 해야 해. 내가 가르쳐준 것, 그리고 우리가 마을에서 해온 것들을 기억해. 이번에는 우리가 가는 곳 전부가 이 숲이고 온실인 거야. 돔 안이 아니라 바깥을 바꾸는 거야. 최대한 멀리 가. 가서 또 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 알겠지?”

 


퍼즐처럼 흩어진 조각을 맞추어 낸 아영의 노력과 나오미의 회상을 통해 비밀 속 온실에서 모스바나를 만들어낸 레이첼의 정체도 서서히 밝혀진다. 인간이었다가 사이보그였다가 결국 기계가 되어버린 레이첼이 모스바나를 ‘설계’함으로써 인간의 구원자가 되는 과정은 인간의 삶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던 레이첼의 속마음을 감히 짐작하게 한다. 유기체의 범주를 넘어서서 이제 완벽한 기계가 되어버린 레이첼의 유일한 관심사는 오직 식물이다. 식물로 뒤덮인 세상을 꿈꿨던 기계 인간 레이첼. 마음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인간적 감정에 흔들렸던 그녀는 기계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이었으며, 스스로 분해의 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기계가 아닌 식물에 가까운 존재였다.

 


지구 끝의 온실은 폐허로 변했지만, 레이첼과 지수, 프림 빌리지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지구는 다시 생명이 약동하는 행성이 될 수 있었다. 자연에서 시작해 인간의 손을 거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 모스바나처럼, 세상에서 버려졌지만 폐허의 지구를 재건한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가 그 일을 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지구 끝의 온실은 만들어진다. 새롭게, 다시 또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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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0-24 2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스스로 변이를 하는 식물들처럼 레이첼도 변이한다는 사실!

단발머리 2021-10-25 13:26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그레이스님^^
읽으셨으니까 아실테지만 레이첼이 그런 감정에 혼란스러울 때 그 감정의 ‘조작‘ 과정을 아는 독자의 입장에서 저도 적잖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레이첼이 변이한다는 사실이요.

mini74 2021-10-24 21: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작가님 작품들엔 기계에도 항성 따뜻함을 심어 놓는거 같아요. 어떨땐 더 인간같은. 처음엔 인간이었다가 기계가 되었지만. 마치 최후의 보류로 남긴 시크릿카드처럼. 그게 또 매력인거 같고. 리뷰 정말 좋습니다 *^^*

단발머리 2021-10-25 13:27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김초엽 작가 책이 좋더라구요. 묵직한 느낌은 아직 없는데 읽다가 ‘어?‘ 하고 순간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읽게 됩니다^^

2021-10-25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25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1-10-25 14: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다 놨는데....
읽고 싶은데...
이번 주는 무조건 제2의 성을 완독한 후여야 하는데....
여기서 이러고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ㅜㅜ
읽고 싶어지네요ㅋㅋㅋ

단발머리 2021-10-25 14:06   좋아요 1 | URL
참고로 말씀드리면 <지구 끝의 온실>은 단번에 읽어야 제맛입니다. <제2의 성>을 마치시고 후르륵 즐겁게 읽으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래서, 다시.... <제2의 성>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10-25 14:30   좋아요 0 | URL
여기저기서 제2의 성 고통이 들려오는 이 순간... 저는 즐겁...다?

- 2021-10-2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오, 우리 김초엽작가님이 또 신간을 내셔가지구.. 이렇게 제가 이런 마이너스의 손인 귀여운 단발님을 또 만나게 되고 그르네요 ㅋㅋ

단발머리 2021-10-27 05:50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저 김초엽 작가님 이번 신간도 읽어보려구요.
겁나 잘 쓰는데 부지런하기까지... 내가 아는 ㄸㄸㅇ 친구랑 비슷한거 있죠!!
 



『제2의 성』을 읽다 힘들 때마다 쉬운(?) 책을 펼쳤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쉽지 않았다.





 








1. 해방자 신데렐라

 

해방자 신데렐라라는 책의 제목과 그림의 조합이 절묘하다. 잘 알려진 이야기를 다시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 분명한데, 리베카 솔닛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책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작품 맨 뒤 <작가의 말>이 특히 인상적이다.


 




신데렐라는 동화 속에나 존재하는 어떤 소녀가 아니라, 바로 얼마 전 이 세상을 살았던 평범한 소녀였다는 것, 많은 소녀가 신데렐라 같은 결말 없이 신데렐라의 삶을 살았다는데 마음이 동했다. 리베카 솔닛의 외할머니, 리베카 솔닛의 할머니와 함께 우리나라에도 숱하게 많았을 부엌데기 신데렐라, 식모 신데렐라, 공장노동자 신데렐라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2. Who? 오바마 약속의 땅

 

오바마의 개인사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으니까, 나도 딱 그 정도만 알고 있다. 이를테면, 그의 친아버지는 케냐 출신이고, 새아버지는 인도네시아인이며, 여동생 이름은 마야. 아들의 교육을 걱정한 오바마의 어머니는 새벽 4시에 어린 오바마를 깨워 미국의 교과 과정을 직접 가르쳤고, 오바마는 긴 시간 외조부모의 손에 키워졌다는 정도.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건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도네시아에 살던 오바마가 그곳에서의 생활을 접고 하와이의 조부모에게로 돌아왔을 때 오바마가 열 살이었다는 것. 혼자 비행기를 타고 인도네시아에서 하와이까지 날아간 오바마. 오바마 눈이 이렇게 크지는 않다. 만화라서 그런지 유독 크다.


 



친구들과 함께 『약속의 땅』을 읽고 있다. 편견에 사로잡힌 생각이라 안타깝지만, 외모상으로 완벽하게 흑인인 오바마(언론도 그렇게 보도한다. ‘흑인 최초의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백인에 대한 증오심을 발판으로 정치적 입지를 세우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화합을 이야기한 점이 좀 의아했다. 정치적으로 성공하려는 흑인이 선택할 수 있는 쉬운 길로 가지 않고, 굳이 돌아가려는 오바마가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Who? 오바마』를 읽으면서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를 사랑해주고 지도해주고 이끌어주었던 세 사람은 모두 백인이었다. 자신의 백인성을, 설사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존중하고자 했던 오바마의 마음이 보였다. 자신 안에 감추어진 백인성, 적어도 자신을 사랑해주고 지지해 주었던 백인성에 대해 오바마는 부인하거나 부정하지 않았다. 차별 없는 새로운 세상을 화합을 통해 이뤄가겠다는 그의 희망은, 그 가능성이나 전망 혹은 한계와 상관없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정치적 성과에 관계없이. 오바마는, 희망 그 자체니까.

 

 















3.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내가 읽었던 모든 학습 만화 중에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겠다. 슈뢰딩거를 아무리 귀엽게 그려도 이건 안 된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이 책의 의미는(정확히는생명이란 무엇인가』의 의미는) 물리학자인 슈뢰딩거가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가지고 다른 영역을 설명하려고 시도했다는 데 있다. 결론이 나는 누구인가?’, ‘나란 무엇인가?’ 쪽으로 향했다는 점에서 다음에는 학습 만화 아닌 슈뢰딩거의 책에 도전해 봐야겠다 결심(?)은 했다.


 










 










4. 퀀텀

 

기록 경신. 내가 읽었던 모든 학습 만화 중에 가장 어려웠다. 위의생명이란 무엇인가』 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건, 슈뢰딩거 만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주된 흐름으로 잡고 만화적 요소(우스운 그림이나 가벼운 농담)를 첨가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데 반해, 이 책은 전하고자 하는 설명 아래의 등장인물들의 농담도 같은 내용을 다른 양식으로 전달한다는 데 있다. 김상욱의 양자역학 강의를 실제로 들었고, 인터넷 강의를 세 번 정도 (다른 곳에서 했던 강의지만 내용은 대동소이) 들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혹은 자연스러운 거라고 위로하고 싶은데, 소파에 반쯤 기대서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본 아롱이가 엄마, 거기에서 모르는 거 있으면 이따가 나한테 물어봐요!’ 이렇게 말해서 난 무척 어이가 없다.   

 






 












 

읽고 싶어요의 시간. 가만히 상상해본다.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고, 현재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북한 출신의 여성이다? 우리는 그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메르켈은 무려 16년을 집권했는데, 그걸 상상하는 게 너무 어려운 우리의 현실. 혹은 나의 편견. 메르켈에 대해 검색하다가 메르켈이 양자물리학 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놀라운 우연이여.

 


양자역학의 최고 설명서라고 하니 한 번은 읽어주는 것이 예의다.


 

나는 믿는 사람인 데다가 쉽게 믿는 사람이라서 이런 책을 꼭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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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10-21 1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메르켈 총리 퇴임을 기념하며 (?) 책을 한 권 골라놨는데요. 이 책은 양자역학이나 기억의 조각들이나 뭐 이런 것들 보다는 쉽겠지 하고 있습니다.

실은요.... 저 1차대전 관련 책 읽으면서 ‘먼나라 이웃나라 독일편‘ 봤다요?

단발머리 2021-10-21 13:12   좋아요 1 | URL
어머! 메르켈 총리 퇴임책은 무엇일까요? 저도 알려주세요. 저도 양자 역학 버리고 그쪽으로 가렵니다.

유부만두님은 항상 ‘총체적 독서‘를 하시네요. ~~ 책을 읽으면서 ~~ 책 읽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10-21 14:55   좋아요 1 | URL
저도 저 메르켈 리더십 책인데요?;;;;

하긴 ___ 책 읽다가 ~~~ 책 등으로 곁다리 독서 하는 거, 그거 좋아합니다.
요즘 1차 세계 대전 치르느라 프루스트랑 보부아르 잠시 휴독이고요.

그런데 겨울이 왔더라고요?

단발머리 2021-10-23 09:14   좋아요 1 | URL
저는 곁다리 독서야말로 진정한 독서이자 진짜 공부라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는 곁다리가 아주 적고 다리 길이가 짧다고 합니다 ㅎㅎ
지금 겨울이에요. 담주에 풀린다는 말, 저는 안 믿는답니다? ㅋㅋㅋㅋㅋㅋ

유수 2021-10-21 1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해방자 신데렐라 주변인물 이야기도 너무 좋았어요. 언니들은 사과하고, 새엄마는 그대로고, 엘라는 제이름을 찾은 것도. 인간 뿐 아니라 동물들한테도 변신 끝나고 나서 돌아갈때 대모가 물어본 장면에서도요. 엄마 쥐가 “변신한 게 재밌었지만 내 새끼들에게 돌아가고 싶어요”라는 대답을 하면서도 아이들한테 그날밤 모험담 얘기해주려고 신나서 가는 거요.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메시지같아서 설레고 ㅎㅎ단발머리님 언급하신 다른 책들도 너무 궁금합니다?!!

단발머리 2021-10-21 13:15   좋아요 2 | URL
신데렐라 이야기 넘 좋았죠. ㅎㅎㅎ
저는 임무 마치고 대모가 마차꾼 여자(원래 쥐였죠)에게 이제 어쩔래? 하고 물어볼 때, 자기 새끼들은 다 자라서 세상으로 나갔고, 자기는 마차꾼으로 살면서 더 많은 모험을 하고 싶으니 그냥 마차꾼으로 살겠다는 부분을 캡처했어요. 빈둥지 증후군 없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건강한 중년 여성을 보는 듯 했습니다. 이야기는 계속되고 새로운 책은 계속 나오네요. 하하하!

얄라알라 2021-10-21 1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멋진 잡식주의 책읽기시네요. 저도 해방자 신데렐라, 리베카 솔릿 책이라 어려운 문장일줄 알았다가 아주 참신했어요^^ 제2의 성 화이팅!!!

단발머리 2021-10-21 13:16   좋아요 3 | URL
동화책 더하기 만화책 열전이었습니다. 북사랑님도 리베카 솔릿 책 재미있게 읽으셨군요.
제2의 성은.... 화화화화... 화이팅!!!!

얄라알라 2021-10-21 11: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메르켈 총리 전기 읽고, 다른 것보다 양자물리학 박사, 이 이력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어요. 완전 의외^^

단발머리 2021-10-21 13:18   좋아요 4 | URL
벌써 메르켈 총리 전기 읽으신거에요? 우앗!! 저는 읽고 싶어요,라서 일단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는데 좀 기다려야 될듯 해요.
그러게요. 총리가 과학자라니요. 너무 근사한 거 아닙니꽈!!!

붕붕툐툐 2021-10-21 1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힘들 때는 양자역학이라니!ㅋㅋㅋㅋ 제목부터 넘 재밌었어요!! 힘든 걸 더 힘든 걸로 덮는다 뭐 이런건가 싶기도 하고요~ 읽으신 책들 다 관심 있는 주제에요. 특히 양자역학 관련 책들은 꼭 읽어보고 싶네요!! 저도 모르는 거 있으면 아롱이한테 물어봐도 될까요?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21-10-21 13:21   좋아요 4 | URL
<제2의 성>은 저의 올해의 책으로서 한치의 부족함이 없이 꽉꽉 채워진 퍼펙트 여성주의 바이블이라 하겠으나, 저도 좀 힘든 때가 있었고요. 지금 정체기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자역학은 유투브에 강의가 많이 나와있거든요. 김상욱 교수의 설명이 제일 대중적이긴한데 전 아직도 어렵고요. 만화에 좀 기대볼까 했지만 그것은 헛된 기대였습니다. 제가 아롱이한테 선생님 이야기를 전해놓겠습니다. 언제든지 전화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1-10-21 14: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울집에도 내가 힘들어 할적에 ‘엄마 모르는 거 있음 물어봐요!‘ 하는 애들이 하나라도 있었음 좋겠다고..아침에 생각하고,지금 적네요ㅋㅋㅋ
소파에 반쯤 기대서 양자역학 읽는 엄마!!! 그것도 좀 멋있구요ㅋㅋㅋ
요즘 단발머리님 멋있는 거 너무 많이 하셔요!!!^^
그리고 저도 양자역학 책 읽게 된다면 아롱이 강의실 대기 2번입니다!!!!!

이번 주 제2의 성 다 읽어 치우려고 했으나,정말 진도가 더디게 나가네요...이걸 다 읽고 기초 닦아 놓으면 다른 여성주의 책들은 진도가 잘 나가나요???읽으면서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단발머리 2021-10-22 18:21   좋아요 2 | URL
아롱이가 제게 설명을 해주었으나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해하지 못하였고, 소파에 반쯤 기대어 양자역학 만화를 읽던 엄마는 금세 잠들었다는 이야기를 위에는 쓰지 않았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부지런히 읽는다고 읽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지지부진하네요. 주말에 더 힘을 내봐야겠어요. 아자아자 화이팅!!

얄라알라 2021-10-21 15: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저도 who?시리즈를 애용하는지라, 메르켈 총리 전기라고 하기 민망하네요. who?시리즈에 이름 처음 들어본 분들이 많아서 시대 뒤쳐지게 사는가...하는 조바심과 함께 일부러 찾아 읽어요. 아무튼 과학과 정치, 통달한 리더쉽! ^^ 놀라웠어요

단발머리 2021-10-22 18:23   좋아요 2 | URL
저도 메르켈 총리 정리 만화를 읽어봐야겠군요. 2번이 힐러리인거 봤는데 말이지요.
과학자 총리 너무 멋지죠. 진정한 세계의 리더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트럼프 깽판 칠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뭇잎처럼 2021-10-21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메르켈 리더십>을 여기서 또 만나게 될 줄이야! 최근 읽은 인물, 리더십 책 중 발군의 책이였어요. 몸으로 쓴 리더십 책이랄까. 든든한 멘토를 만난 기분도 들고. 동독 출신, 과학자에 이혼녀. 삼중 아웃사이더가 어떻게 가장 신뢰받는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었는지. 저자가 아주 실감나게 취재를 했더라고요. 어마어마하게 인터뷰를 해서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써놔서 모처럼 읽는 재미가 있었어요. 저도 좀 쉬우면서도 팔랑거리지 않고 오랜 울림 있는 양자역학 책 찾고 있었는데, ㅎㅎ 담아놔야겠네요. 양자역학 관련 책 사놓은 거 다 실패했거든요. (<제2의 성> 읽으면서 계속 딴데 기웃거리는 건 저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10-22 18:26   좋아요 0 | URL
나무잎처럼님은 벌써 읽으셨군요. 전 이제 막 책만 보고 ‘읽고 싶어요‘에 넣어두었는데요. 메르켈 책은 한 권은 읽어봐야지 했는데 벌써 퇴임이라니 웬지 아쉽습니다.
양자역학 책은 많이 나와있는것 같은데 전 아직은 다 어렵더라구요. 전 양자역학을 이야기하다가 우리가 사는 세계 너머를 이야기할 떄, 평행우주나 다중우주요. 그 때가 참 좋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러기엔 앞쪽에 대한 이해가 넘 부족한 ㅋㅋㅋㅋㅋㅋㅋㅋ <제2의 성>이 생각보다 오래걸려서 저도 짬짬히 다른 책들(그러나 만화책)을 보고는 있었죠. 이것은 무척이나 험난한 여정이었던 것입니다^^

mini74 2021-10-22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퀀텀이랑 반가운 책 ㅎㅎㅎ 제2의 성 저는 이제 시작 ㅠㅠ 이면서 살포시 해방자 신데렐라를 읽어볼까하늠 마음이 ㅎㅎ ~ 단발머리님 리뷰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

단발머리 2021-10-22 18:28   좋아요 2 | URL
퀀텀 만화라고 꼭, 만화를 붙여주세요^^ <제2의 성> 이제 시작하셨다니 매우 환영드리오며, 앞으로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참, 해방자 신데렐라는 금방 읽을 수 있어요 (속닥속닥)

- 2021-10-22 1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2의 성>아. 너가 양자역학 이겼어..(속닥속닥)

단발머리 2021-10-22 20:08   좋아요 2 | URL
나 이렇게나 <제2의 성> 좋아하는데 쪽수 왜 이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캐롤라인 냅의 『개와 나』가 생각난다. <나와 개>개와 나』는 아주 다르지만.

 


『레베카』를 읽으며 다시는 이 책을 읽지 않겠노라 결심했었다. 그 책의 여러 부분이 불편했고, 불편함을 느끼는 내 감각을 확인하는 것도 불편했기에 읽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였던가. 왼손도 모르게 오른손은 『Rebecca』 구매 버튼을 클릭하고 있었고, 그리고 며칠 전부터 읽지 않겠다던 그 『Rebecca』를 밤마다 세 쪽씩 혹은 네 쪽씩 읽어가고 있다. 불편했던 구절은 이렇다.

 


He stroked my hand absently, not thinking, talking to Beatrice.

‘That’s what I do to Jasper,’ I thought. ‘I’m being like Jasper now, leaning against him. He pats me now and again, when he remembers, and I’m pleased, I get closer to him for a moment. He likes me in the way I like Jasper.’ (『Rebecca』, 114p) 

 


It was over then. The episode was finished. We must not speak of it again. He smiled at me over his cup of tea, and then reached for the newspaper on the arm of his chair. The smile was my reward. Like a pat on the head to Jasper. Good dog then, lie down, don’t worry me any more. I was Jasper again. (132)

 


자유로운 신분이지만 하녀에 가까운 삶을 살던 는 맨덜리 저택의 주인 맥심의 청혼에 신데렐라와 같은 인생역정을 이뤄냈다. 맥심이 살던 맨덜리는 너무 크고 너무 아름답고 너무 완벽하다. 갈 곳 없는 처지였던 나는, 그와의 결혼으로 드윈터 부인이 되었다. 나는 이제 맨덜리의 안주인이 되었지만, 나의 지위라는 것은 너무나 위태로워 내가 의지할 사람은 맥심뿐이다. 스무 살 연상에 무심하고 바쁜 맥심. 내게 청혼해서 나를 밴호퍼 부인에게서 구원해준 사람. 잊어버리지 않을 정도로 가끔 나를 쓰다듬어주는 사람. 나는 맥심의 발치에 앉아 그의 팔에 기댄다.

 


여자에게 운명처럼 강요되는 결혼(『2의 성』, 579)에서 여자의 선택권이란 존재할 수 없다. 개인으로 존재하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집단 간 상호 합의에 따라 증여되는 제공물 중의 하나(580)일 뿐이다. 결혼을 통해 여자는 남자에게 예속되고, 여자에게는 처녀성과 엄격한 정조를 남자에게 바쳐야 할 의무가 생긴다(583). 남녀 모두 결혼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더 희생하는 쪽은 여자다(588). 『레베카』에서 는 잠시도 쉬지 않고 맥심의 기분을 살핀다. 그가 무얼 생각하는지, 무얼 원하는지 궁금해한다. 그의 옆에 붙어서 그의 관심을 받으려 애쓴다. 한편으로는 그가 자리를 비웠을 때 왠지 모를 해방감을 느끼면서도, 돌아온 그를 뛰어가서 맞이한다.

 



내가 서 있는 위치에서밖에 볼 수 없음을 안다. 나는 가정이라는 제도 속에 스스로 걸어 들어왔고, 그 속에서 내 삶을 만들어간다. 결혼이 나의 선택이었던 것만큼 동시에 그것은 사회적 압력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다. 관습에 기초한 결합에서도 사랑이 싹틀 기회가 많다고 주장하는 것은 위선(609)이라는 보부아르의 주장에 일면 동의하면서도, 사랑이 반드시 열정적인 육체적 욕구의 실현 속에서만 구현되는가, 라고 묻게 된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서로를 구속하고자 하는 욕구와 그 관계의 배타성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독점하고자 하는 마음이 학습된 것인지 궁금하고, 자유로워지고 싶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단단히 구속되기 원하는 그 이중적인 마음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 사랑하기 때문에 양보하는 마음과 양보할 수밖에 없는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여자는 하녀이지만 동시에 여왕일 수 있다. 남자는 주인이지만 또한 심부름꾼일 수 있다. 여자는 남자의 심기를 살피고 그를 안아주고 위로한다. 남자는 야구를 보면서도 옆 눈길로 여자의 눈치를 보고, 여자의 말을 기억해 먼 길을 돌아 여자에게 필요한 것을 가져다 준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이란 무엇일까. ‘여자는 우상이며 하녀’(『2의 성』, 227)라는 보부아르의 주장과 훨씬 더 적나라한 실비아 페데리치의 말 우리는 하녀이자 매춘부이고 간호사이자 정신과 의사’(『혁명의 영점』, 45)라는 말 그 너머에, 어쩌면 결혼이라는 제도적 모순 속에서도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는 희망의 말? 강고한 이성애 선호와 행복한 나의 집종류의 핵가족 신화가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비합리적인 구조 속에서도 가끔 그럴 듯하고 괜찮은 인간관계가 성립될 수도 있다는 말? 그런 걸까. 보부아르의 결론은 이렇다.

 


결혼의 실패에 대한 책임은 개인들에게 있지 않다. 그것은 보날드, 콩트, 톨스토이가 주장하는 것과는 반대로 제도 자체가 근원적으로 타락한 것이다. (675)

 


『레베카』의 와 맥심은 범죄의 공모를 통해 둘 사이의 침묵마저 편안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세상의 유일한 '우리'가 되었다.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아 미리보기 몇 장을 읽는다. 『2의 성』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흐미, 두꺼운 것.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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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0-2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고 뭐라고 주저리 주저리 썼다가 지웠어요! 보부아르의 저 문장은 속시원하긴 합니다만, 이미 결혼하신 분들에게는 뭐 어쩌라고 싶을수도.... 실패한다고 안할 수는 없던 사회보다는 점점 선택의 문제가 되어가고 결혼을 완결로 보는 세태에 비판이 많은 지금이 그시대보다는 낫다고 그저 위안을...

단발머리 2021-10-22 20:15   좋아요 0 | URL
주저리주저리 좋은 이야기 왜 지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이 정말 궁금합니다. 사노 요코라고 아시겠지만, 일본의 유명한 동화책 작가이자 우리나라에는 에세이로 널리 알려진 (나만 아는 거 아니죠? ㅋㅋㅋㅋㅋㅋ) 암튼 그 분이 젊어서 보부아르를 끼고 다니셨습니다. <처녀 시절> 막 이런거요. 근데 나중에 결혼하고 아들 낳고 이혼하고 그랬죠. 보부아르 보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당신은 몰라요. 그렇게 살았으니 모를 수밖에... 라고 책에 썼어요.
쟝쟝님 말이 맞고 우리 사회가 그렇게 가고 있어서 위안을 얻습니다. 결혼하지 않아도 여자들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지금이 낫죠. 난 항상 그럼에도,를 생각하기는 해요. 그런데도 연애를, 사랑을, 구속을 원하는 인간의 마음은 무엇일까, 그런 거요.
 


 















정상적인 성행위는 사실상 여자를 남자와 종에 예속시킨다. (513)

 


많은 남자가, 잠자리를 함께하는 여자가 성교를 원하는지 혹은 그저 거기에 복종하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남자는 죽어 있는 여자와도 동침할 수 있다. 성교는 남자의 동의 없이 일어날 수 없으며, 자연적 종료도 남자의 충족에 의해서다. (514)

 


초경 이후 여자는 자신의 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흔해, 첫 번째 성행위에서 수치심과 두려움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남자에게서 자신의 몸을 더 이상 숨기지 못한다는 것(523), 남자의 먹이로 주어지는 것이 자신의 육체임을 인식하는 것(511), 사회적인 동시에 내면적으로 그토록 중시되어왔던 처녀성 상실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직 남자의 의지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더욱더 그렇다. 성교하는 동안 남녀의 위치, 성행위 중 남자와 여자의 움직임조차 전적으로 남자에게 달려있다. 남자는 여자를 상대로 쾌락을 얻고, 그녀에게 쾌락을 준다. (529)

 



젊은 처녀의 첫 경험은 사실상 강간이며, 남자는 추악하고 난폭한 모습을 드물지 않게 드러낸다. (525)  

 


신랑의 적극적인 구애로 결혼을 결심한 릴라가 첫날밤을 보낸 후 얼굴에 멍이 가득한 채로 나타났던 장면이 기억난다. 젊은 처녀의 첫 경험. 추악하고 난폭한 남편.



 














릴라는 자리에 앉지 않고 내내 서 있었다. 앉는 자세가 고통스러워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일행 중 그 누구도, 한마디 말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릴라의 어머니마저도 딸의 오른쪽 눈이 시꺼멓게 멍들어 부어 있고 아랫입술이 찢어지고 팔에 멍이 들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57)

 



레즈비언 파트에서는 이 문단이 인상 깊다. 그녀들은 남자들과 싸우는 데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다. 그녀들은 상호 간의 유사성 때문에 서로에게서 완전한 친밀성을 발견한다.

 


여성 예술가와 작가 중에는 동성애자가 많다. 그녀들의 성적 특이성이 작품을 창조하는 에너지의 원천이거나 우월한 에너지의 존재를 드러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진지한 작업에 몰두해 있는 그녀들은 여자의 역할을 하거나 남자들과 싸우는 데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녀들은 남자의 우월함을 인정하지 않는다. (560)

 


동성애는 더 진정성 있게 영위되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그들이 부부일지라도 상대방 앞에서 다소 체면을 차린다. 특히 여자는 남자로부터 항상 명령을 받고 사는 처지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 여자는 남편과 애인이 있는 데서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한다. 여자 친구 옆에서는 으스대지 않고 본심을 감추지 않아도 되며, 그녀들이 서로 닮았기 때문에 숨김없이 서로를 보여 줄 수 있다. (570)

 



아직도 많이 남았다. 더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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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1-10-15 0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1등 하긴 했는데...제 이름의 북플님이???ㅋㅋㅋ내 닉넴인데 낯설다!!!
기억나요..기억나!!!!!
최근 읽은 페이지라 기억 잘나고,잊고 있었던 릴라의 이야기도....ㅜㅜ
레즈비언이 선호되는 이유도 그녀들에게선 남성의 폭력이 없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문구도 좀 가슴 아프게 읽혔어요.
밤이 넘 늦어 일단 굿나잇 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1-10-16 08:2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등 축하드리고요.
릴라 이야기랑 최근 페이지까지 겹치니 책나무님과 저는 진정한 책친구 되겠네요. 릴라 이야기는 이번에 기억나서 찾아보는데 나폴리 시리즈에 푹 빠졌던 그 시간들도 막 떠오르고 하더라구요.
아침이 되고 벌써 주말이 되었네요. 즐건 주말 되세요, 책나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