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독자 김종인의 명암

 


강준만 교수님의 책을 리뷰할 때는 항상 똑같은 말을 반복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는 월간인물과 사상』의 창간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김대중 죽이기』를 읽고 선생님께 평생 까방권을 선물해 드렸으며, 내가 읽은 선생님 책을 어림잡아도 20여 권은 넘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허나, 이제 선생님은 내게서 너무 멀리 가셨고, 나는 그의 생각 중 많은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며, 언젠가 선생님이 돌아오시리라는.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멈춰져 있는 특정한 장소도 아닌데(지구는 자전 중), 선생님이 돌아오시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별점은 저도 어쩔 수 없어요. 평생까방권은 드렸잖아요)

 

민주당 비판에 적극적인 1인이 책을 사달라고 해서 구입했다. 진짜 사 주기 싫었는데 아침저녁으로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사 주면 된 줄 알았는데, 엄마도 같이 읽어야 한다고 해서, 또 그걸 가지고 아침저녁으로 노래를 불러서 어쩔 수 없이 읽었다. 존경하는 마음 변하지 않았으나, 읽는 중간중간 화들짝 놀라기는 여러 번 했다. , 왜 이리 멀리 가시나.

 





 












2. How to steal a dog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제목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니까 제일 큰 줄기는 어떻게개를 훔칠 것이냐가 될 테지만, 독자가 제일 궁금한 지점은 가 될 것이다. 왜 개를 훔치려는 걸까.

 

옛날에는(, 비교적 옛날 사람), ‘가난은 죄가 아니다. 불편할 뿐이다.’ 혹은 가난이 죄는 아니다. 낡은 옷이라도 깨끗하게 빨아 입고 다니면 된다는 말이 일반적이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대부분의 사람이 가난하기도 했고. 아니다. 내게 부자 친구가 없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친구네 놀러 갔다가 길 잃었다, 이런 경우를 겪어보지 못했으니까.

 

가난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딱딱하게 만드는지.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하지만, 옷에서 냄새가 날 때, 맥도날드 화장실에서 씻어야 할 때, 가난은 부끄럽다. 그걸 설득력 있게 풀어내서 주인공이 개를 훔칠 수밖에 없음을 독자가 수긍했다면, 그렇다면 이 소설은 성공이다. 내게는 성공한 소설이다.

 

다만, 나는 주인공에 감정이입 하기도 했지만, 그의 엄마에게도 감정이입이 되니까 그게 또 아이러니했다. 갑자기 사라져 집에서 쫓겨나게 만든 아빠를 미워하지 않고, 남겨진 두 아이를 위해 투잡을 뛰고 밤낮으로 애쓰는 착한 엄마에게 못되게 구는 이 버릇없는(ㅆㄱㅈ 없는) 주인공을 고발하는 의미로, 그 문단을 좀 옮겨본다.


 

". What would you like me to do, rob a bank?"
Toby giggled and I shot him a look that wiped the grin right off his face.
"Maybe you could act like a mother," I said.
Mama slammed on the brakes and whipped around to glare at me.
"Just what is that supposed to mean?" she said.
"Mothers are supposed to take care of their kids," I said. "Not let them sleep in creepy old houses and wash up in the bathroom at McDonald
s." (P49)

 




















3. Conversations with Friends / 친구들과의 대화

 


닉과 프랜시스의 불륜이 싫다는 느낌 보다는, 닉의 사랑을 확신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프랜시스를 보는 게 더 불편했다. 왜 자신을 더 사랑하지 않는 걸까. 등장인물 4명이 다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도 소설을 펼칠 때마다 마음이 이리저리 요동치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이 소설이 괜찮은 소설은 아닐까, 두 번 정도 생각했다. 지금 마음으로는, 샐리 루니의 다른 소설은 당분간 읽지 않을 듯싶다.

 




 















4. 학교의 슬픔 / Chagrin d’école / 소설처럼  


 

다니엘 페나크의 책은소설처럼』만 읽어봤는데, 핵심을 찌르는 구절들이 가득했던 책으로 기억난다. 『Chagrin d’école』은 프랑스어 책읽기 이웃들과 같이 읽는 책으로, 이 책이 다섯 번째 책이다. (무슨 일이냐. 나도 놀라고 있다) 아베쎄데 끝까지 모르고 발음도 못 하는 사람이라 뭐라 할 말은 없고, 최근에도 추석이네 어쩌네 하면서 잔뜩 공부가 밀려 있지만, 아무튼 계속해서 책을 읽다 보니 이렇게나 많이 왔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작가의 말로서 읽는 기쁨을 맘껏 누리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지만, 일단 지금 가고 있기는 하고. 특별하게 바쁜 일도 없고, 찾는 사람도 없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읽어나갈 생각이다. 같이 공부하는 이웃분들이 진도도 챙겨주시고, 으샤으샤도 해 주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는다. 한글로 된 책이던지, 번역서 나란히 펴놓고 읽는 외국어책이던지, 역시나 중요한 건 내용인 것 같다. 책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즐거워서 순간순간 내가 아베쎄데를 모른다는 걸 까먹는다.

 



오늘도 하루가 이렇게 다 간다. 비가 내리고. 내일도 비가 내린다고 한다. 오늘까지 임시 휴일이라 저번 주 금요일부터 온 가족이 집에 바글바글하니 또 한 번의 성수기였다. 아직 놀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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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10-04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프랑스어 원어 독서 너무 멋지신 거 아닙니까? 2, 3번의 영어 원서 독서는 워낙 많은 분들이 하고 계시니 그렇구나 했는데, 4번 프랑스어에서 앞발 뒷발 다 들었습니다! 단발머리님 리스펙!!

단발머리 2021-10-04 22:08   좋아요 1 | URL
제가 이럴 줄 알고 저의 프랑스어 책읽기를 여태껏 비밀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였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프랑스어 아베쎄데도 다 못 뗀 주제에 다니엘 페낙을 원서로 읽는 사람입니다.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이 글씨입니다.
리스펙은 고이고이 접어주시어요~~플리즈!!!

Conan 2021-10-04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저도 강준만 교수님을 좋아하고 인물과사상뿐 아니라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만, 요즘 너무 멀리 가셨다는데 동의합니다. 돌아오시지는 않을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단발머리 2021-10-04 22:05   좋아요 2 | URL
안타까운 마음이야 뭐 가늠할 길이 없습니다. 다만, 계간으로 발행되는 <THE 인물과 사상>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비중을 5:5로 하시겠다고 하대요. 그래서 조금 마음의 위로를 얻고요 ㅠㅠㅠ

다락방 2021-10-04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불어 원서를 그렇게나 읽으셨다니 ... 마지막 사진에 엄지손가락 두 개 올려드립니다. 너무 멋져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 멋지신 날은 시간이 좀 느리게 가도 좋을텐데요 ㅠㅠ

단발머리 2021-10-04 22:06   좋아요 1 | URL
엄지손가락은 매우 반갑습니다만 위의 댓글 참조하시구요~~~ 하얀 것이 종이요, 검은 것이 글씨입니다 ㅠㅠㅠㅠ
그러나 곧 멋진 날 다가오리라 생각하며 전 밀린 공부를 하겠사와요. (터벅터벅)

책읽는나무 2021-10-05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어 공부 하신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다섯 권이나 읽어내실 줄이야....
👍👍👍엄지 척 확실하게 보이시죠???ㅋㅋㅋ
아베쎄데?그게 알파벳 같은 건가 보죠?
저는 그걸 못 뗐는데도 책을 읽어진다는 것에 더 놀랐습니다...역시 보슬비님 말씀이 맞나봐요? 책 읽기를 좋아하면 좋아하는만큼 원서가 잘 읽힌다구요^^ 외국어 학습 책에서도 늘 인용되는 구절이잖아요?그걸 단발머리님께서 직접 실행해 보이는 산증인 이시네요^^
암튼 저는 프랑스어도 프랑스어지만 영어 원서 읽으시는 모습 또한 멋지십니다.
👍👍👍....보이시죠???ㅋㅋㅋ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 더 보여 주세요.롤모델은 쉬이 지치시면 안되니까요ㅋㅋㅋ
다니엘 페나크 학교의 슬픔 번역본 책은 저도 읽어 보고 싶어요.소설처럼을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샐리 루니의 소설은 가는 곳마다 계속 회자 되니까 또 읽어 보고 싶고....^^
화요일 인데도 월요일 같군요.이제 저는 서서히 미뤄 뒀던 애들 교복 다림질 하러 나가봐야 겠네요.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어요^^

단발머리 2021-10-05 09:05   좋아요 1 | URL
그 멋진 엄지척은 고이 접어주시면 좋겠어요 ㅎㅎㅎ 마음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베쎄데 못 떼고 프랑스 원서 읽는 비법을알려드리겠습니다.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입니다. 양쪽 책(프랑스 원서, 한글책)을 펴들고 하나씩 하나씩 맞춰갑니다. 흐미 ㅠㅠㅠ

원래는 이렇게 하면서 단어를 외워야 한다고 들었어요. 외국어는 단어가 전부다, 라는 말이 옛날 속담처럼 들리기는 하는데, 그게 또 맞는 것 같더라구요. 근데 저는 단어 외우지는 않고 그날 진도 따라가기도 바빠서요. 놀라운 건 하루에 두 쪽인데 이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그렇게 읽다보니 이번에 5번째 책을 읽네요. 어처구니없게 못하는 저이지만, 일단 제가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응원과 성원 감사드립니다!!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그게 또 기뻐요. 책나무님이랑 저랑 좋아하는 스타일 비슷한 거 아닐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혜윰 2021-10-05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미의 가시나를 비지엠으로 깔아드리거ㅠ싶네여...

단발머리 2021-10-05 08:52   좋아요 0 | URL
저 유투브로 갑니다. 가시나 플레이~~!!!!

그레이스 2021-10-05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물과 사상>지 즐겨보던 사람인데...!

단발머리 2021-10-05 08:52   좋아요 0 | URL
전 강준만 교수님 퇴임하시고 계간지로 앞으로 계속 내신다는 <THE 인물과 사상>도 읽게 될 듯 해요. 흐미....
 
페미니즘의 투쟁 -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부터 삶의 보호까지 아우또노미아총서 71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지음, 이영주.김현지 옮김 / 갈무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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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들이 뽑은 핵심 키워드는 ‘여성, 노동, 환경‘. 내가 뽑은 핵심 키워드는 ‘가사부불노동, 농민운동, 씨앗, 육식, 우유, 새우튀김‘. 밑줄과 핵심 키워드를 가지고 다시 돌아오겠다. 일단 좀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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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0-02 16: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완독 수고하셨어요~♡ 새우튀김 왜인지 알것같아요. 너무 좋아하는데 이 책 읽고나니 먹지 말아야 하나 막 괴롭네요😔

단발머리 2021-10-02 16:33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미미님!! 새우튀김 때문에 흘린 내 눈물이 ㅠㅠㅠㅠㅠ 그래도 우리가 알아야 하는 진실이니까요. 슬프네요, 흐미...

- 2021-10-02 2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놀아라!!! 단발님!!!

단발머리 2021-10-02 22:01   좋아요 2 | URL
움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도 되겠죠?

수이 2021-10-03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무조건 놀아야 합니다!!! ☺️

단발머리 2021-10-05 09:06   좋아요 0 | URL
많이 놀아요, 비타님! 내 몫까지 많이 많이 놀아줘요~~~!!

다락방 2021-10-03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놀아요 놀아요 놀아도 된다!! 고생하셨습니다!!

단발머리 2021-10-05 09:07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연휴는 길었고 이제 좀 한숨 돌리네요. 근데 보부아르가 또 저를 기다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고마워요^^
 


 
















이 나라에서 아시아인으로 사는 굴욕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는 아시아인은 좋은 처지에 있다는 거짓말에 주눅이 들어 있다. 근면성을 발휘하면 존엄성으로 보상 받으리라 믿고 묵묵하게 열심히 일하지만, 근면은 우리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 뿐이다. 우리가 목청을 높이지 않으면 우리의 수치심은 억압적인 아시아 문화와 우리가 떠나 온 나라가 초래한 것이 되고 미국은 우리에게 오로지 기회를 주었을 뿐이라는 신화를 영구화하게 된다. 아시아인이 좋은 처지에 있다는 거짓말은 너무나 은근히 퍼져 있어서,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나도 남들에 비하면 나쁜 처지가 아니었다는 의심에 시달린다. 그러나 인종적 트라우마는 누가 앞서고 뒤지는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 문제는 내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이례적이 아니라 실은 오히려 전형적이었다는 데 있다. (112)

 


저자 캐시 박 홍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미국 이민자 2세대로, 그녀의 삶을 지배하는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이 책에 담아냈다. 지하철에서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 백인 남성과 뜨거운 한 판 승부는 저항의 중심에 분노가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인 중심 사회에서 순종적이고 체제 순응적으로 행동하라고 요구받는 아시아인의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얼마나 소리치고, 반항하고, 저항했을까.

 

비극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바보 같은 일이지만 가끔 그런 바보 같은 일을 하게 된다. 머릿속으로만 하는 일이라 무해하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다. 인종 차별과 성차별 중에 어떤 것이 더 괴로울까.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의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는 사람들은 인종 차별보다 내가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더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이 세상을 사는 한 명의 흑인 여성으로서, 흑인으로서의 억압과 여성으로서의 억압 중에, 여성으로서 받게 되는 억압의 표출에 사회가 더 적대적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나는 오랫동안 성차별보다는 인종 차별이 훨씬 더 근원적인 차별이라고 생각했다.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미국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의 투표권 획득 역사를 알게 되면서 그 생각이 확고해졌다. 남북전쟁 직후인 1870년 수정헌법 제15조에 의해 흑인 노예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데 반해, 여성들의 투표권은 1920년 인준된 수정헌법 제19조에 의거 공식적으로 도입(와이오밍주, 아이다호, 콜로라도, 유타주 등 일부 주에서는 20세기가 되기 전에 여성 투표권을 인정하기는 했다) 되었다. 농장주의 아내인 백인 여성의 권리보다 흑인 남성 노예의 권리가 훨씬 더 중요하고 의미 있었다는 뜻으로(그것 말고 다른 무슨 뜻이 있을까) 이해된다.

 


또 하나는 오바마와 힐러리의 대조 비교다. 나는 미국에 살지 않았으니 내가 가진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고, 나의 판단도 미국과 우리나라 언론 보도를 통해 만들어진 것일 테다. 오바마가 가졌던 장점과 가능성, 힐러리가 가졌던 단점과 한계에 대해서 많은 말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나는 오바마와 힐러리 두 사람 중 어느 쪽도 지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오바마가 힐러리를 누르고 대선후보가 되었지만, 두 사람 다 민주당 소속이라는 것, 당연히 동원할 수 있는 인재풀이 겹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정책에 획기적인 차이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힐러리의 상대가 트럼프였다는 것이고, 힐러리가 트럼프에게 실패했다는 점이다. 오바마가 흑인이고, 힐러리가 백인이라는 측면에서만 볼 수 없겠고, 오바마가 남성이고, 힐러리가 여성이라는 측면에서만 볼 수 없겠으나,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약점을 극복했음에도 불구하고 힐러리가 끝내 여성이라는 약점을 극복할 수 없었다는 게, 여전히 아쉽다. 힐러리와 똑같은 배경, 다방면의 전문적인 국정 경험, 비슷한 성품을 가진 백인 남성이 트럼프에게 패했을까를 상상하면 더욱 그렇다.

 

차별은 하나의 모습이 아니어서, 인종 차별과 성차별은 만나고 결합되고, 세분화되고 구체화되면서 백인 남성이 아닌 모든 인간 유형을 억압하고 구속한다. 인종이라는 면에 중심축을 둔 서술이지만, 그녀가 여성으로서 겪어냈던 어려움 또한 그녀를 처지를 더욱 곤궁하게 했을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책을 다 읽지 않은 지점에서 한 가지만 더하자면. 나는 이 책을 너무 좋아하고 또 그녀가 자신의 아픔과 감정과 정서를 이토록 치열하게 그려냈다는데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가 결국은 미국인이라는 점을 모른 척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가정에서 한국어로 말했기 때문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영어를 배우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아시안 억양때문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바로 지금, 소수자로서 그녀의 말이 그 사회에서 의미를 획득한 건, 그녀가 영어로 말했기 때문이다. 영어는 그녀를 괴롭히고 그녀의 삶을 한계 짓는 살인 도구와 같았지만, 마침내 그녀는 날카로운 칼날 뒤에 자루를 심어 영어를 자신의 도끼로 만들어냈다. 나는 영어가 세계 공용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지구 상에서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는 이미 외계어가 되어 버렸다고 말하는 중이다. 어떤 울림은, 어떤 포효는, 어떤 메아리는 결국 자리를 찾지 못하고 흩어질 뿐이며, 그것을 언어로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녀는 승리자다. 마이너가 분명하지만 메인 스트림에 큰 울림을 주었고, 마이너이지만 성공 신화의 한 페이지가 되고야 말았다. 자신을 괴롭히는 그 언어를 정복해 자신의 무기로 삼은 것. 그건 쉬운 일도 뻔한 일도 아니어서 나는 다시 한번 그녀에게 감탄하게 된다.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이미 이 책은 별 다섯이다. 가능하다면 별 여섯도.




아무 생각 없는 백인에게 인종 문제를 참을성 있게 가르치기란 정말 고되고 피곤하다. 내가 가진 설득의 능력을 있는대로 끌어모아야 한다. 인종에 관한 이야기는 단순히 수다로 끝날 수가 없다. 그것은 존재론적이다. 그것은 남에게 내가 왜 존재하는지, 내가 왜 아픔을 느끼는지, 나의 현실이 그들의 현실과 왜 별개인지를 설명하는 일이다. 아니, 실상은 그보다도 훨씬 더 까다롭다. 왜냐하면 서구의 역사, 정치, 문학, 대중문화가 죄다 저들의 것이고, 그것들이 내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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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10-01 0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생각 백프로 공감합니다! 저도 지금 저 책 읽고 있는데요..성차별이 인종차별보다...더 근원적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습니다...단발머리님이랑 비슷할 수 도 있는데요..완전 같지는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정리가 되는데로 요것에 대해서 빠른시일내에 써볼게요.(약속!) ㅎㅎㅎ

단발머리 2021-10-01 07:32   좋아요 1 | URL
han님, 반갑습니다^^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는 생각 꼭 풀어내주세요. 저도 이것저것 생각은 많았는데 어제 밤 늦게 풀어내다 보니 빼먹기도 했고요, 더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따로 페이퍼로 써주셔도 좋고요. 먼댓글도 좋고요, 댓글도 환영합니다.
기다리고 있을께요, han님~~~~~~~~

han22598 2021-12-31 15:14   좋아요 1 | URL
이 답글을 찾기위해서.....머어먼..길 왔습니다. 너무 늦게 돌아와서 죄송합니다. 단발머리님...그래도 해는 넘기지 않았으니 스스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사실 제가 대답을 미뤘던 것은 제 생각의 근거가 되는 자료들을 좀 찾아보고 좀 멋드러지게 답변을 달아보려고 했는데, 결심은 실행치 못하고 지금 현재의 저의 수준으로하고 ...혹시 기회가 되면 계속 업데이트 해가면서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이 인용하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가 언급한 내용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치마만다가 말하는 인종차별에는 아마도 백인vs흑인의 대립구조의 인종차별만 포함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즉, 그 인종의 분류에는 동양인이나 다른 인종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그래서 생략된 분류는 과연 그것은 차별이 있다고 해야할까요? 아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까요? 여러 책에서 언급하는 차별의 종류 중 ˝생략의 차별˝도 차별이라고 했으니...아마 차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팬더믹 이후로 애시언 혐오로 인해서 생략의 차별 정도에서는 벗어난 정도의 수준은 되긴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치마만다가 만약 아시안 여자였다면 그리고 대화의 상대가 흑인이었다면 인종에 대한 이야기가 성차별에 대한 이슈보다 더 불편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요. 사실 차별과 불평등이라는 문제는 상당히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요소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층위를 가늠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못한다고 했어요 ...

첨부, 사실 오바마의 당선이 매우 유의미한 사건인 것 맞지만, 그 이면에 흑인들의 각자의 무능력과 사회의 부적응의 책임을 개인들에게 돌리는 데 쉽게 거론되는 하나의 좋은 근거가 된다고 생각해요. 미국사회 구조상 흑인이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남기 힘든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시스템 변화에 대한 노력들은 미미한테, 마치 너도 오바마처럼 저렇게 ‘열심히‘ 살아서..훌륭한 사람이 되어바라...그러면 대통령까지 될 수 있다라는 채찍을 내세우며..개인을 탓하는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수이 2021-10-01 0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어에 대해서 말씀하신 부분에 저도 강하게 공감해요. 자신을 괴롭히던 그 ‘말’로 그 ‘감정’들을 세세하세 펼쳐놓는데 감탄했습니다. 더불어 한글 번역도 감탄하면서 읽었어요. 이 글 읽으니 다시 얼른 읽고 싶어지네요. 별 다섯 말고 여섯, 저도!!

단발머리 2021-10-01 07:35   좋아요 1 | URL
vita님 올해의 책 후보라 해서 급하게 구매해서 읽었는데요. 놀랍고 신기한 이야기가 가득하네요. 마냥 동경하는 미국인의 삶, 미국에서의 삶에 대해 전 좀 다르게 생각하게 됐구요. 코로나 이후 아시안 혐오에 대한 이야기도 이젠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한 번쯤 우리도 뉴욕에 가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ㅎㅎㅎ

붕붕툐툐 2021-10-01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앙으앙~ 저 이 책 꼭 읽어볼래요!!!!

단발머리 2021-10-01 08:40   좋아요 0 | URL
제가 완독 못한 처지라 ㅋㅋㅋㅋㅋㅋㅋㅋ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ㅋㅋㅋㅋ 여러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라 저는 아주 잘 읽고 있습니다. 툐툐님 감상도 궁금합니다^^

2021-10-01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2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1-10-01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읽어 보고 싶네요.
차별이란 단어가 무색해지는 그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란 생각에 한숨 절로 나옵니다.

단발머리 2021-10-02 08:29   좋아요 1 | URL
일단 분홍색이 엄청 이쁜 책입니다. (분홍 좋아하는 1인) 주제 자체는 무겁고 어렵지만 글쓴이의 문체가 흡입력이 있어서 막 술술 넘어갑니다. 차별이 없어지는 날이 올까요? 에휴... (먼 산)

난티나무 2021-10-0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업! 저도 이번달 읽을 책 목록에 올려두었어요.^^

단발머리 2021-10-02 08:33   좋아요 0 | URL
난티나무님은 좀 다르게 읽으실것 같아요. 전 아무래도 먼 나라의 이야기이고, 또 매체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이야기라서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주위에 이민 가신 분들은 모두 잘 적응하고 해피 라이프 이런 이야기만 해 주시니까 이 책은 또 조금 다르게 읽히더라구요. 난티나무님과 이 책도 <같이 읽기>네요^^

독서괭 2021-10-0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리뷰예요. 인종차별은 제가 피부로 느껴본 적이 없어서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이중으로 겪어야 하는 여성들의 고통을 감히 짐작하기 어렵네요. 그래서 주류 페미니즘에 대항하는 유색인 페미니즘도 등장하고 그런 거겠죠? 이책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단발머리 2021-10-02 08:40   좋아요 1 | URL
이 땅에 태어나서 여기서 계속 살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좀 다른 이야기죠. 미국이 백인의 나라가 아닌데도 백인의 나라처럼, 백인이 주인인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이고 그 세상에서 들리는 아시안의 목소리니까요. 저는 ‘소수자로서 느꼈던 자신의 정서를 자신의 작품에서 감춰야했던 사람들에 대해 안다. 대부분 아시안이다˝ 이 부분이 놀랍더라구요.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이중으로 겪는 여성에 대한 이론서로는, 저는 <흑인 페미니즘 사상>이 좋더라구요. 헉, 하는 순간이 종종 있었습니다^^
 
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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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의 어느 주말, 깔끔한 부엌 한쪽. 캐롤라인 냅은 더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티셔츠를 벗고 캐미솔만 입은 채 양모 스웨터를 찾기 위해 가방을 뒤지고 있다. 키 162cm에 40kg. 툭 튀어나온 어깨와 뼈마디, 해골처럼 변해버린 팔을 그대로 드러내고서 그녀는 천천히 옷을 찾는다. 왜? 왜 그녀는 자신의 이런 모습을 어머니에게 전시하는가. 왜, 그녀는 이런 모습을 선택했는가. 왜 그녀는, 먹지 않는가.

 


지적이고 외양적이며 자기주장이 강한 외할머니와의 갈등 속에서도 캐롤라인 냅의 어머니는 자신을 강력하게 추동하는 예술의 힘을 믿었다. 자신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는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끈질긴 구애의 시간을 지나 결국 그의 아내가 되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예상보다 훨씬 더 버거웠고, 예술가로서의 삶과 가정주부로서의 삶은 공존이 불가능했다.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식사를 준비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지루하고 반복된 일상 속에서, 어머니는 점점 자신의 필요에 무관심해졌고, 그녀의 희생은 한숨과 무표정과 오후의 두통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필요를 따라 살 수 없는 삶, 자기로서 존재할 수 없는 삶의 비극을 캐롤라인 냅은 그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알아차렸다.

 

그녀의 전시는, 사랑에 대한 갈구다. 말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절망과 슬픔을 자신의 몸으로 보여주려 한다. 뼈밖에 남지 않은 앙상한 몸과 불룩불룩 솟아난 뼈를 통해 말한다. 몸으로 말한다. 엄마, 보세요. 나도 엄마처럼 모든 것을 잃고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했어요. 엄마, 나를 보세요. 뼈밖에 남지 않은 나를 보세요. 내게 먹을 것을 주세요. 내게 사랑을 주세요. 사랑과 관심을 제게 주세요.

 


캐롤라인 냅을 거식증과 섭식장애의 세계로 밀어 넣은 것은 욕망과 필요를 거절당한 어머니의 좌절감만은 아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와 ‘무엇이든 될 수 있다’의 주문이 반복되는 현대 사회에서 자유로운 삶이 펼쳐진 여성들에게는 더 아름다운 몸, 더 날씬한 몸이 강요된다. 허기로 인해 팽팽해진 배와 무릎뼈보다 얇아진 허벅지, 날카롭게 튀어나온 뼈는 그 환상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인 동시에 도착지다. 음식의 유혹에 대한 당당한 승리, 허기에 대한 완벽한 정복을 거식증은 자신의 몸으로 구현해낸다. 뼈만 남은 앙상한 몸에 대한 뿌듯함과 유혹을 이겨냈다는 기쁨, 그리고 욕망을 추구하는 자신을 벌하고자 하는 의지가 그 연약한 육체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을 통해 캐롤라인 냅은 알코올 중독 이면의 집착과 갈망의 두 얼굴을 파헤쳤고, 『명랑한 은둔자』에서는 관계 중독의 세계에서 탈출해, 고독을 유쾌하게 살아내는 법을 그려냈다. 『욕구들』에서는 ‘네가 원하는 바로 그것을 해라’는 달콤한 속삭임 뒤에 감춰진 다양한 욕구들이 다이어트, 쇼핑, 섹스에 대한 몰입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더 아름다운 몸에 대한 강박과 그 순간만큼은 주인으로 만들어주는 소비 활동, 그리고 영원을 약속하는 섹스로의 초대가 여성을 더욱더 순종적이며 나약한 인간으로 만들어 간다. 아름다운 육체는 노화에 저항할 수 없으며, 새로 산 명품 가방 역시 세월의 흐름 속에 마모될 것이다. 변치 않겠다는 사랑의 왕국에 ‘영원’이란 단어는 없다. 채워지지 않는 허기, 충족되지 않는 욕구.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그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원하는 것, 중요함이라고 표시된 선반에 들어 있는 것은 물론 연결이고 사랑이다.

 


냅이 전하는 희망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아기의 말랑하고 따뜻한 체중, 친구의 다정한 인사말, 조심스레 잡는 부드러운 손의 감촉은 새로 시작할 장소가 바로 여기임을 일깨워준다. 타인의 평가와 사회적 압력에서 벗어나 자신을 진정한 주체로 인식할 때, 연결과 사랑의 보호 아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만족을 경험한다. 고통의 시간을 투명하게 펼쳐낸 그녀의 용기와 통찰 덕분에, 나는 이렇게 그녀에게 연결되었고, 사랑에 대해 또 한 가지를 배웠다. 소중한 하루를, 또 한 번 그녀에게 빚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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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9-29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 참 캐럴라인 냅 이시여…. 🥺🥺🥺🥺 워떻게 썼길래 이런 명품 독후감들이 계속 뽑혀 나온단 말이십니까 😫😫😫😖😖😖 엄청 잘 읽으신 거죠? 그런 거죠?

단발머리 2021-10-01 07:36   좋아요 1 | URL
엄청 엄청 잘 읽었고요. 알고 보니 이 책 순한맛이대요. 전 <명랑한 은둔자> 읽다가 눈물바람 ㅠㅠㅠㅠ 진즉 시작했는데 여태 못 읽고 있어요.
캐럴라인 냅, 왜 그렇게 빨리 간 거에요ㅠㅠㅠ 왜요, 왜요 ㅠㅠㅠ

- 2021-10-01 07:42   좋아요 1 | URL
맞아요 ㅠㅠ 저는 아까워서 이 책 미뤄둘 정도라구요 ㅠㅠ ㅠㅠㅠ ㅠㅠㅠ 냅언냐…..진짜 너무 빨리갔어…

단발머리 2021-10-01 07:51   좋아요 1 | URL
근데 그게 안 좋기는 하더라구요. 좋은 책, 너무 좋아 미뤄두기요. <진리의 발견> 제가 상반기의 책으로 선정했는데(단발머리 선정 2021년 상반기의 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완독을 못 했다니까요. 미루고 아끼다가 10월 됐어요ㅠㅠㅠ
근데도 캐럴라인 냅은 너무 아쉬워요. 3권 중에 2권 읽었어요 ㅠㅠㅠㅠ 인제 한 권 남았 ㅠㅠㅠ 참, 친구가 쓴 우정이야기 책 한 권 있다고 그랬죠? 그건 안 쳐요. 너무 아쉬워요. 술을 원망해야 하나요ㅠㅠㅠ 흐미 ㅠㅠ

- 2021-10-01 08:04   좋아요 0 | URL
냅 폐암… ㅠㅠ 저 드링킹 읽고 술대신 담배끊었잖아요?ㅋㅋㅋ (뭐랰ㅋㅋ) ㅋㅋㅋ 단발머리 선정책 너무 웃기다 ㅋㅋㅋ 상반기에 안읽은 상반기의 책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10-01 08:17   좋아요 1 | URL
이게 이리로 가는건지 모르겠지만 술도 가능하면 쪼금씩 줄여요 ㅠㅠㅠㅠ 난 너무 슬펐으요ㅠㅠㅠ <드링킹> 읽고… 😭😭😭술 안 마시는 내가 느끼는 안타까움을 같이 좀 느껴줘요. 글고 알고 보니 내가 별점 좋게 주는 책은 아직 안 읽은 책인가. 마이너 필링스도 완독 못 했는데 별 여섯개 줬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10-01 08:19   좋아요 0 | URL
술 줄이는 중 ㅋㅋㅋ 주 1회 엄수 중 ㅋㅋㅋㅋ 아니 걔는 또 왜 별이 6개나 가있는 것이여 ㅋㅋㅋㅋㅋㅋㅋ 장바구니 담고 싶게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10-01 08:29   좋아요 1 | URL
마이너 필링스는 비타님 올해의 책 후보라서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읽었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맘이 불편한 월말이었는데 궁금해서 결국 못 참고 ㅋㅋㅋㅋㅋㅋ 흥미롭고 신기한 책이에요. 인종적 편견 때문에 겪는 아시아인으로서의 감정에 대해 쓰지 못하는 아시아 작가에 대한 이야기 나와요. 재미있겠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10-01 08:45   좋아요 0 | URL
아 비타님 픽 은근 저랑 잘맞는데 ㅠㅡㅠ 게다가 내용이 모순의 모순의 모모순이네요? 내가 그건 못참지 ㅋㅋㅋ 워매 재밌겠는 데.. 일단 <친구들과의 대화>빌려왔어요. 과연 발암인가 ㅋㅋㅋ

단발머리 2021-10-01 08:50   좋아요 0 | URL
다른 책 읽지 마요. <친구들과의 대화> 먼저 읽어요. 나도 할말 많지만 얼릉 좀 읽어봐요. 진짜 나랑 다른 세대 이야기인가 확인 좀 해 주세요 🙄🙄🙄

그레이스 2021-10-08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이 책은 스태디로 굳히겠네요

단발머리 2021-10-11 10:24   좋아요 0 | URL
네, 캐롤라인 냅 너무 좋아요. 축하인사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10-08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단발머리 2021-10-11 10:2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축하 감사드려요. 오늘 좋은 날 되시길요^^

독서괭 2021-10-08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21-10-11 10:25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 축하 감사합니다. 부끄럽군요 ㅎㅎㅎ

thkang1001 2021-10-0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이 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 많이 써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1-10-11 10:25   좋아요 0 | URL
thkang1001님, 축하인사 감사드립니다^^
 






 











나는 우리가 용기를 내서 행복이 무엇인지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90)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지고 어스름이 내려앉는 저녁. 한가한 토요일 오후. 실내 인간 1인을 제외하고 온 가족이 함께 걷는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가족이 눈에 들어온다. 엄마, 아빠, 아빠가 밀고 있는 유모차 속의 아이, 그리고 엄마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는 작은 인간. 귀엽고 예쁜 아이. 편안하고 행복한 모습이다. 혹 나를 이성애 핵가족규범에 사로잡힌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어쩌면 그럴 수도. 그럼 그 옆의 사람들을 쳐다본다. 아이 없이 손을 맞잡고 걸어가는 노부부. 나란히 걷는 남자 두 명. 대학생 같아 보이는 서너 명의 여성들. 토요일 저녁의 여유로움이 여기저기 묻어난다. 우리 아파트 상가의 인기 스팟 깐부 치킨에는 빈 자리가 없다. 가족, 연인, 친구들로 가득하다.

 


용기를 내서 행복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고 믿는다.

 

일주일 동안의 고된 업무를 마치고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하고 편안한 일상을 맞이하는 것이 행복이 아닌가 물어야 한다. 우리의 일상을 빼앗을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무엇보다 전쟁이다. 분단된 조국에서 태어나 우리 중 누구도,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믿지 않지만, 아직도, 여전히 한국은 정전 상태곧 전쟁 이고, 1950 7 14일자로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군사령관에게 서한을 통해 이양한 전시작전통제권2021년의 오늘에도 회수해 오지 못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지만, 제일 중요한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지 않다.

 

현재 대통령 후보 중 지지율 1, 2위를 오가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안보 공약을 발표하면서 한미 확장억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미국에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를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 일본·한국 담당 부차관보 마크 램버트는 확실한 점은 미국의 정책은 해당 공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정책을 제안하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미국의 정책에 무지한 것이 내게 있어서는 놀라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전쟁을 원하고, 더 원하는 사람들이 그 전술핵을 전해 주실미국에게서 받는 대접에 부끄러운 사람은 나뿐인가.

 


용기를 내서 행복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고 믿는다.

 

순진한 나는,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만 해도 이 아이가 군대가 갈 만큼 자란 시점에는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지 않을까 희망했다. 나이브한 극단의 낙관론. 하지만 그 아이는 이제 열여섯이 되었고, 넷플릭스 회원도 아니면서 19금의 <DP> 를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을지를, 자꾸 나와 상의하려 든다. 20대 남자가 군대문제를 가지고 자신들의 노고와 고생과 억울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떻게나 침 튀기며 달려드는지, 안다. 하지만 열여섯의 중딩이 <DP> 를 궁금해하며, 자신 앞의 그 무언가를 걱정할 때, 그 아이가 바로 내 아이라는 사실에 나는 슬프다. 분단의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고민, 하지 않았을 걱정.  

 

남과 북 사이에 긴장감이 완화되고, 좀 더 긴밀한 경제협력이 이루어지고, 북한이 비핵화 작업에 전격적으로 협조하고, 그리고 남과 북을 잇는 철도가 돌이킬 수 없는 힘으로 굳건히 자리 잡는다면. 전쟁의 공포와 그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그 천문학적 비용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문과 조금, 사실은 조금 많이 떨어진 문제이지만,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전쟁의 위협 없이 평범하게 누리는 일상. 여유로운 토요일 저녁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 이 시간을 좀 더 오래 누리기 위해서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오로지 노동이 전부인 삶을 거스르는 삶, 수많은 생명체와 함께하는 공동체성, 자연 속에서 개인의 고립에 반대하는 공동체성, 유희, 불확정성, 발견, 경이, 사색, 감동이 있는 곳, 대지와 온전히 관계 맺을 수 있는 곳. (190쪽) 

 


우리가 언제 행복한지, 그리고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거부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전술핵은 아니고, 적어도 전쟁은 아니며, 적어도 ㄱㅁㅇㅎ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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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1-09-28 17: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깐부치킨은 왜 다 붐비는 거죠??? 저도 저희 아들 이제 열네살인데 군대 문제 벌써부터 걱정이 크네요. 또래들끼리 그런 얘기들을 하나봐요. 그나저나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다 똑똑한 게 아니라는 건 정치인들 불문율인가봐요.

단발머리 2021-09-28 17:43   좋아요 3 | URL
더 추워지기 전에 깐부치킨 야외에서 한 번 먹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남자아이들에게는 군대가 가장 두렵고 또 두려운 곳이겠죠 ㅠㅠ
자기 전문 분야 아니더라도 검사, 검사장 정도면 알아야 하는 정도가 있을텐데요. 하긴 모방송에서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판검사들 진짜 책 안 읽는다고. 너무 바쁘기도 하고 뭐, 다 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 분 전직 판사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28 17: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책 표지의 마리아로사가 단발머리님의 이 생각을 조용히 경청하는 것 같습니다.

단발머리 2021-09-28 17:43   좋아요 3 | URL
설마 그렇겠습니까마는 ㅎㅎㅎㅎㅎ 다락방님 댓글을 그대로 믿고 싶은 그런 맘이 드네요.

청아 2021-09-28 18: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 ㄱㅁㅇㅎ저 검색하고 알아냈어요ㅋㅋㅋㅋ결과로 은행밖에 안 나오는데 순간 연상되는 짐만되는 당ㅋ

단발머리 2021-09-28 20:13   좋아요 2 | URL
우앗!! 놀랍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님!!!
이건 우리만의 비밀로 해요. 짐만되는 당, ㄱㅁㅇㅈ!! 원래 명칭 ㄱㅁㅇㅎ!!

붕붕툐툐 2021-09-29 11:50   좋아요 1 | URL
어머어머, 저도 여기서 힌트 얻어서 알게 되었네요?😉

책읽는나무 2021-09-29 0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주 전 울아들 신검 받고 왔었네요.
태풍 몰아치던 날에요^^
저도 아들 서 너 살적에 얘들 컸을땐 군대 안가도 되겠지??막연하게나마 희망을 품었었던 시절, 단발머리님 글 읽고 갑자기 떠올라 쓴웃음 나왔었네요.
아들 친구는 벌써 입영 통지가 날아왔다 하고,봄에는 지인의 아들 군대 보내는 모습 보면서 아.....ㅜㅜㅜㅜ 했었구요^^
에혀....그저 후손들이 잘 사는 그런 세상이 빨리 왔음 싶네요~~그러려면!!!!!ㅋㅋㅋ

단발머리 2021-09-29 08:52   좋아요 3 | URL
아... 신검이라니.... 제게는 멀게 느껴지던 단어인데 책나무님에게는 좀 다르게 느껴지시겠어요.
교회에는 (다시 교회이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젊은 청년들이 군대에 다녀올 때 전체 예배에서 인사를 하거든요. 건강하게 잘 다녀오겠습니다. 기도해주세요, 하면서요. 저는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데 (앞에서 세째줄 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젠가 뒤돌아보면 지난번에 인사한 청년이 제대했다고 인사하러 옵니다. 제게는 잠깐 같은 그 시간이 그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길고 또 길었을까, 그런 생각에 금세 미안해지곤 합니다.
군대 안 가는 세상 얼른 왔으면 좋겠네요 ㅠㅠㅠㅠ

- 2021-09-29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동생 수학여행 금강산가고 그럴땐 통일될줄알았는데 ㅠㅠ dp는 좋은 드라마예요. 같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1-10-01 07:38   좋아요 0 | URL
그 동생 부럽네요. 수학여행 경주 불국사 아니고 금강산이요? 아무래도 통일은 시간이 좀 걸리겠죠. 시간이 지날수록 화해 협력이 더 어려울텐데요 ㅠㅠㅠ
dp는 모르겠어요. 내게 다가올 현실(괴로움이 다분할 현실)을 이렇게 리얼하게 그려낸 걸 보면 (아직 어린) 아롱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요. 반 친구들은 거의 다 봤다고 하대요.

- 2021-10-01 07:55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중학생이면 어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ㅋㅋㅋ) dp배경이 가까운 과거이고 지금은 그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모르죠 그러고 보면 어디서는 학폭이..) 군생활을 리얼하게 재현했다는 것 보다는 … 저는 우리가 왜 이 짓을 반복해야 하는 건지(,) 폭력적인 구조안에서 방관은 뭔지 잘 알려주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그걸보고 피해의식이나 자기연민에 빠질 사람들도 있겠죠? 근데 전 지금까지 나온 군대 소재의 어떤 미디어보다 가해의식(?)을 잘 보여준 거라 생각해쓰요!! 저는 구교환 나오면 참 사이다 마신거 같고 ㅋㅋㅋㅋ 좋더라고요 ㅋㅋㅋ (단순한 팬심)

- 2021-10-01 08:01   좋아요 0 | URL
제가 혹시나 하고 기사 찾아봤어요~! 우리의 바른 미디어 길잡이(?)ㅋㅋㅋ 위근우 샘께서 이런 글을 남겨주셨네요.

https://www.khan.co.kr/article/202109101622005
호열아… 😭😭

단발머리 2021-10-01 08:57   좋아요 1 | URL
저두 쟝쟝님의 dp가 가진 의미나 중요성에 공감하지만 그 안의 어떤 장면들은 리얼 현실인 거에요. 너무 곱게 키웠나 ㅠㅠ 나 역시도 두렵고 그래요. 구교환은 참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대성할 것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사 공유 고마워요. 북플에서 안 되네요 서재로 가야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