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경우, 독자는 '나'에 감정이입하기 쉽다. 특히 작중 화자 '나'가 독자와 동성일 경우, 비슷한 연배일 경우 그런 경향은 더욱 강해진다. 그렇다면 나는 『The Housemaid』의 housemaid, 오늘의 주인공 밀리에게 동일시하는 게 자연스럽다. 밀리는 비밀을 숨긴 채 나타난 사람이고,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이고, 새로운 환경에 내던져진 사람이며, 이상한 구조의 다락방에서 오늘 밤 잠들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나는 밀리에게 동일시하지 못했다.

"Who has the time?"

I bite back any kind of judgemental response. Nina Winchester doesn't work, she only has one child who's in school all day, and she's hiring somebody to do all her cleaning for her. (5p)

직업이 없는 여자가 집안일을 소홀히 한다는 비난조의 말투에 턱, 걸렸다. 집안일에 도움을 받기 위해 밀리를 고용했는데, 그러니깐 그런 필요가 밀리에게는 '고용 창출',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중요한 일자리가 되었는데, 밀리는 이 일을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데, 그랬는데도 밀리는 자신의 고용을 결정한 니나를 무시한다. 니나를 미워한다. 그런 니나와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앤드류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직업이 없고 돌볼 아이가 한 명인데도, 집안일에 소홀히 하는 어떤 여자. 왜, 앤드류는 니나 같은 사람과 결혼을...









직업도 있으면서 집안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여성도 있을 테다. 다만, 그런 여성들은 혹실드가 지적했던 second shift, '2교대제'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예상해야 한다.

'과도기적 결혼(transitional marriage)' 유형은 부부간 동상이몽의 사례로, 부인은 일터와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이 동등하게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남편은 여전히 "일 우선 이데올로기를 고수한다. 부인은 가족생활 밖의 경제 영역으로 이동해 갔지만, 남편은 아직 가족영역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혹실드는 과도기적 결혼 유형이 가장 빈번히 관찰되는 현실이야말로 "정체된 혁명"의 증거라 주장하고 있다. (『앨리 러셀 혹실드』, 15쪽)

그렇다면, 직업도 없으면서 집안일을 소홀히 하는 여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가지 방법은 결혼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직장일을 병행하는 것이다. 이 경우 '직업도 없으면서'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 다른 방법은 직업은 없지만, 전업주부로서 집안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다. 완벽한 '가정의 천사'로 사는 것이다.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은 의사이며 경제학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김현철 씨의 저작이다. 의사라서 관찰할 수 있는 지점과 경제학자만의 분석의 조합이 절묘할 뿐만 아니라, 선정한 의제들도 관심을 끌만하면서도 중요한 주제들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꿈꾸다>라는 챕터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에 대한 부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 오세훈 시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홍콩과 싱가포르, 타이완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긍정적으로 운용된 사례가 소개되는데, 가사 노동의 상당 부분을 이미 외주화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가사, 그중에서도 육아를 전담시킨다는 것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읽고 있노라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이 제도가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 것으로 여겨졌을까 싶다.

아이의 엄마, 돌보는 일을 전적으로 맡을 것을 강요받는 기혼 여성이 박사 과정을 밟고 있을 때, 학업을 계속하고 논문을 써야 할 때,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는 완벽한 해결책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특별히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때, 돕는 손길이 간절한 고용인 입장에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임금 착취'로 고통당하는 '제3세계 여성'으로 보기보다는 도움을 주는 고마운 사람이며, 금전적으로는 내게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하튼,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은 그 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요는 직장을 그만두고 제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어 하는 여성과 남성이 '아이를 직접 키울 권리'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다. 자아실현과 커리어, 그리고 소득의 이유로 직장 생활을 계속하길 원하는 여성과 남성이, 워킹맘 혹은 워킹대디로 일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사회 전체가 아이의 보육과 교육에 투자하고, 아이의 성장과 건강한 삶을 위해 아이와 부모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고민하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지만,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 모델처럼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에 대한 현금 지원을 대폭 상향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고, 양쪽 부모가 육아 휴직을 신청, 이용할 뿐만 아니라, 그 기간의 임금을 보전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은영 씨가 텔레비전에 나오기 훨씬 전, 혹은 이렇게 유명해지기 전에 읽었던 그의 책이 있다.

불안을 다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솔직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일하는 엄마라면 '나는 사회적 성취와 경제적인 것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아이를 일보다 덜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스스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전업주부인 엄마도 '나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이구나'라고 인정하고, 이렇게 살면 자신의 삶이 도태될 거라는 오해는 버려야 한다. 인정하고 오해하지 않아야 불안이 해결된다.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236쪽)

오랜 시간 전업주부였던 나는 아이들 때문에 내 삶이 도태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새로운 직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보니, 도태된 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사회 구성원 중에 한 명으로서 사회 속에서 내가 아무런 자리를 갖고 있는 못하다는 게, 내가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으로 보인다는 게 좀 아쉽기는 했다. (아, 그게 바로 삶이 도태되었을 때의 모습인가?) 오랜 시간, 나의 이런 상황이 자발적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내 체력을 고려했을 때, 그 '어쩔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제 아이들은 내 품이 필요 없는 나이가 되었고, 부모로부터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사춘기를 거쳐, 이제 성인이 되었다. 요즘이라면,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건 엄마가 아니라, 용돈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한 시절이 지나간 것에 대해 기쁘게, 그리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과거의 결정을 부정하는 건 힘든 일이다. 공들였던 시간과 에너지를 부정하는 것 역시 합리적이지 않다. 내 생각은, 내 마음은 자기합리화와 변명으로 가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최선이라 생각했던 나의 선택이 내게 선사했던 기쁨과 웃음이 거짓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암담함과 두려움 역시 여전히 내 몫이라는 걸 안다. 세상이 두려운 중년 여성, 잘하는 게 하나 없는 경단녀가 되었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한다.

하우스메이드 시리즈를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유려한 문장과 치밀한 구성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좀처럼 스릴러를 읽지 못하는 독자에게는 적당히 무섭고, 꽤나 재미있는 소설이어서, 다른 책들도 연달아 읽어야겠다 생각이 든다. 핫가이가 계속 나온다. 아플 때 아니면 사시사철 '아이스!'를 외치는 철없는 나도 핫가이가 좋다. 가이라면 역시 핫가이. 게다가 스윗한 핫가이다.

파란 6월이 가고 있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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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6-24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하우스 메이드 웨딩이라뇨. 제가 3편까지는 알았지만 웨딩까지 나온 줄은 몰랐네요. 과연 ..
저 코워커 번역서로 사뒀습니다. 아직 읽진 않았지만요.

저는 소설을 읽을 때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어떤 인물들에게 대입하게 되기는 하거든요. 물론 주인공인 경우가 많지만, 대체적으로 아픈 사랑을 하는 사람에게 더 이입하는 편이긴 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데 하우스메이드를 재미있게 읽었으면서도 저 역시 밀리에게 이입하지는 못하겠다는거에요. 밀리라면, 제 경우에 좀 떨어져서 들여다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인것 같아요. 거리두기가 되는 인물이랄까요. 가사노동과 고용자에 빗대어 단발머리 님은 말씀하셨지만 제 경우엔, 엔조를 유혹하는 지점에서 좀 튕겨져 나와버려요. 외국의 문화와 차이가 있기도 하겠지만 저라는 사람이 꽉 막힌 구석도 있어서, 이 유부남 원하는데 안되니까 이 총각 꼬셔보자, 하는 지점에서 나랑은 너무 다른 사람..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 단발머리 님은 지적인 글을 쓰셨는데 저는 너무 원초적 댓글을 달아버렸네요.

단발머리 2025-06-24 14:50   좋아요 0 | URL
있더라구요, 웨딩이 ㅋㅋㅋㅋㅋ 그 책은 보너스 챕터 분위기에요. 이북으로 76쪽이구요. 그냥 작가가 서비스 차원에서 쓴 거 같아요.

아픈 사람에게 이입한다는 다락방님 댓글 보니... 그것도 소설을 읽는 좋은 방법인것 같아요. 아픈 사람, 고통 당하는 사람, 궁지에 몰린 사람이 보통 주인공이잖아요. 밀리가 엔조를 유혹하는 지점에서 튕겨져 나왔다는 거 완전 공감하고요. 저는, 밀리가 니나랑 앤드류 사이에서 눈치 없는 말을 할 때, 쟤 왜 저러냐~~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상황으로는 저도 니나 미워해야 하는데 말이지요. 밀리에게 이입이 안 되어서요.

원초적 댓글을 저는 좋아합니다. 뜨거운 댓글도 환영하고요. 아, 핫가이 댓글도 좋아합니다.
플러팅에 대해서 글 하나 쓰려고 하는데..... 아무튼 짧게라도 써보려고 해요. 기다리지 마시고, 기대하지 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5-06-24 10:58   좋아요 1 | URL
기다리고 기대합니다. 얼른요, 얼른!!

책읽는나무 2025-06-24 23: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번역서를 신나게 읽은 자!ㅋㅋㅋ
저는 어느 쪽에 이입했을까? 생각해보니…밀리가 엔드류에게 마음이 갔을 때부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고..엔조의 가슴에 손을 얹었을 때도 뜨악! ㅋㅋㅋ
니나가 악다구니를 퍼붓고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사람을 미쳐버리게 상황을 조작하는 와중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껴 밀리에게 한 번씩 고맙다고 인사를 몇 번 했었거든요.
그때 니나에게 뭔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밀리에게 완전히 이입되지 않았던 듯 해요.
신나게 읽을 땐 좋았었는데 다 읽고 나선 하우스 메이드가 아닌 다른 직업과 설정을 했었음 어땠을까? 이성적 유혹을 이용한 것, 그리고 결국 밀리는 넘어가고…그런게 좀 안타까웠어요.
아, 안타까웠다는 건 이미 밀리에게 감정 이입을 한 걸까요?ㅋㅋㅋ

저는 전업주부로서 애들은 많이 커가고 있는 요즘따라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에 조금 고민이 생기곤 하거든요. 하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인데 이것도 좀 이기적인 것인가, 싶기도 하구요. 그런데 단발 님이 인용해주신 문구가 큰 위로가 되네요. 인정하고 오해하지 않아야 불안이 해결된다. 세뇌해야 할 문장이네요.ㅋㅋㅋ

단발머리 2025-06-28 12:14   좋아요 1 | URL
저도 그 두 번의 경우 다 뜨악~~ 했어요. 책나무님이 니나에게 뭔가 있는 것 같다고 느끼셨다는 그 지점이 참 놀라워요. 뒤쪽 내용 모르는데, 그냥 그렇게 느끼신 거잖아요. 저는ㅋㅋㅋㅋㅋㅋ 니나에게 다른 이유가 있다고 느꼈다기 보다는 너무 억울하더라구요. 그니깐 집안일도 잘 못하고, 잘 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 여자의 입장에서, 바로 제 입장ㅋㅋㅋ 억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근데 나중에 짜잔~~~!!

위의 글에도 썼지만, 저는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업맘이 되었다, 이런 생각이 강했거든요. 원망하지는 않았는데, 이게 나의 최선이 아니었다, 뭐 그런 생각이요. 오박사님 저 책 읽고 그냥 저의 그런 과거와 선택을 받아주기로 했어요. 그 때, 나는 내 아이를 내가 키웠으면 좋겠다~~ 하고 결정했던 거요. 그것 역시 제 선택이었음을 받아들였어요. 그러고 나니 마음이 쪼금 편안해지더라구요. 책나무님께도 그 책이 위로가 되었다고 하니, 제가 더 좋네요. 헤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서울은 덥습니다ㅋㅋㅋㅋ
 












(968쪽)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지만 그래도 털어놓는 나의 독서 근황.










두꺼운 책을 못 읽고 있다. 『사상의 좌반구』를 빌려왔는데, <포스트 여성성>만이라도 다 읽으려 했는데, 3분의 1 밖에 못 읽었다. 『폴 존슨 기독교의 역사』는 『폴 존슨 유대인의 역사』가 좋아서 상호대차했는데 시작도 못했다. 오늘 반납하러 갔는데, 장서 점검 중이라 반납도 안 된다고. 호기롭게 시작했던 『넥서스』도 계속 ing다.












하우스 메이드 시리즈는 2권을 끝내고 3권 읽는 중이다. 장르는 스릴러지만 각각 다른 게, 1권은 쫀득하고, 2권은 달달한 느낌이 강했는데, 3권은. 교외 중산층 가정 이야기 나오는데, 숨이 컥컥 막힌다. 역시나 가정사에 약한 주부되시겠다.












들고 다니는 책은 『앨리 러셀 혹실드』와 유발 하라리의 『Money』. Vintage Minis 시리즈는 작가의 책을 주제에 맞춰 발췌한 책이다. 하라리여서 기대가 컸는데, 아... 글자 크기 어쩔것이냐. 글씨가 너무 작아서 마음이 아플 지경이다. 나의 노안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너무 한 거 아니냐며, 출판사를 한껏 원망해 본다. 책이 작고 예뻐서 좋아했던 사람은 내가 아니다. 저 아니에요, 진짜로.



하우스 메이드 시리즈를 아마존에서 '1클릭'으로 구매해서 아이패드로 읽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글자를 크게 키워서 읽다가 작은 책으로 읽으려니 돋보기를 맞춰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일단 킨들을 사야겠다 싶은데, 어떤 걸 사야 하나, 사고 나서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기계치의 두려움과 걱정을 얼리어답터들이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결국은 살 것이 분명하기에 알아봐야 하는데. 하/는/데. 알아볼 여력이, 에너지가, 힘이, 흥이 부족하구나. 『Lucy by the Sea 』도 계속 읽고 있다.

그리고 이 책, 『창조적 시선』을 읽지 못하고, 반납했다.

피아제의 이론을 창조성과 연결하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창조적 능력이란 자신이 이미 보고서 머릿속에 기록해놓았던 것들을 다시 꺼내어 새롭게 연결하는 편집 능력이다. 새롭게 편집하여 '표상'하고 그 새로운 편집 결과에 대한 개념, 즉 '메타언어'를 발전시키는 것이 창조성의 핵심이다. (739쪽)

창조적 능력이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더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편집 능력이라는 주장을, 나는 김정운님이 아니라, 장경철님의 글(『책읽기의 즐거운 혁명』)에서 먼저 읽었다. 20년 전 일이다. 핵심은 맥락, 관계, 그리고 위치성이다. 관심 가는 몇 군데만 짧게 짧게 읽고 반납하려고 하는데, 1년에 두어 번 내가 읽는 책을 가져가는 사람이 이 책에 관심을 보여 구매(97,200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찬찬히, 꼼꼼히 읽으리라.(는 다짐을 여기에 적어 두고)



아쉬운 마음에 에필로그를 읽었다. 1028쪽이라는 방대한 양의 책을 마친 저자의 심경은 어떨까. 그의 마지막 말은 뭘까. 이런저런 책을 쓰고 싶다. 그게 그의 '최후' 심경이다. '프란츠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24곡을 내 언어로 번역'한 책을 쓰고 싶고, '카드와 노트의 차이를 젊은이들이 실제 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풀어 쓴' 책을 쓰고 싶고, '<문명은 질투>라는 제목의 책을 쓰고 싶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닷가에서 사랑스러운 강아지와 이렇게 지내다가 다 늙으면 '노인과 개'라는 책도 쓰고 싶습니다. 노인과 바다에 버금가는 책이 될 겁니다.

아, 이 책들을 다 쓰려면 난 아주 오래오래 살아야 합니다.

……

난, 아예 안 죽을 수도 있습니다. (968쪽)

인간 공통의 꿈, 영생불사는 이렇게도 그려질 수 있겠다. 그럼 인류 본연의 간절한 소망에 내 것을 더한다고 해서 해될 것이 무엔가.

저 책들 다 읽고, 빌려놓은 책들 다 읽고, 사 놓고 안 읽은 책들 다 읽어야겠습니다.

난 아주 오래오래 살아야 합니다.

난, 아예 안 죽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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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5-06-18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 열독중이시네요 이럼 언제 노나 대체 🧐🥸🤨😱😡

단발머리 2025-06-18 23:19   좋아요 0 | URL
완전 열독 중이라 오늘은 가열차게 ㅋㅋㅋㅋㅋㅋ 이불정리했어요. 장마 대비 이불 교체 ㅋㅋㅋㅋㅋㅋㅋㅋ
장마를 기다리며 이불 빨래를 내놓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5-06-19 13:16   좋아요 0 | URL
이불 빨래 해야하는 여자는 정작 아 하기 싫은데 하기 싫은데 하기 싫은데 이러면서 노려보기만 하고 있는데 완전 바지런해, 역시 단발님은, 대체 못하는 게 뭡니까? 알려줘요.

독서괭 2025-06-18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흐흐 다락방님이 좋아하시겠네요. 여기 영생을 꿈꾸는 자 한명 추가됨 ㅋㅋ

다락방 2025-06-18 22:1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6-18 22: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영생불사를 불태우는 독서의 밤 되세요! 📚🔥🌰 책불밤!

다락방 2025-06-18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죽지 말고 삽시다!! 저도 죽을 수가 없어요. 읽을 책이 많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6-18 22:22   좋아요 0 | URL
읽을 책만 많을까요?ㅋㅋㅋㅋ 오고 있는 책들도 많지 않나요?
건강 카테고리 따로 만들까봐요. 요가-달리기-건강식 페이퍼로 가득한 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5-06-19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본 유튜브에서 가수 코쿤이 한 말이 생각납니다.
음악을 늦게 시작한만큼 내가 남들보다 좀 더 오래 살면 같아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산다구요.
책을 읽어야 해서 오래 살아 죽지 않을 수도 있겠단 글을 읽으니 문득 코쿤이 저 문구를 읽었나? 싶군요.ㅋㅋㅋ
우리 모두 오래 살아요.^^
아, 이것도 생각나네요.
어젯밤엔 그냥 일찍 잠들려고 저녁부터 누워서 오디오북 들었거든요. 고미숙 선생님 편의 글이었는데 옛날엔 125살에도 살 수 있어서 지금의 100세 인생을 놀랍게 바라볼만한 것도 아니다?….잠결에 비몽사몽으로 들어 정확한 내용인지는 모르겠습니다.ㅋㅋㅋ
암튼 오래 살 수 있겠네? 그런 생각하며 잠들었는데 아침에도 단발 님 장수 글 읽으니.,ㅋㅋㅋ
우리 오래 살아요.^^

수이 2025-06-19 13:15   좋아요 1 | URL
언니가 말한 고미숙 샘 문장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아무래도 느낌상 139세까지 가능할 거 같은 느낌이라니!!

책읽는나무 2025-06-19 23:41   좋아요 1 | URL
아…그리된다면 장수상을 받고 싶네요.ㅋㅋㅋ
저는 워낙 저질 체력이라 나름 노력 많이 하고 있긴 합니다만…139세까지 골골거리지 않고 과연 버틸 수 있을지?ㅋㅋㅋ
근데 나만 오래 살면 뭣하나요?
심심하게시리…
다들 노력해서 139세까지 같이 읽고 놀아봅시다.ㅋㅋㅋ

다락방 2025-06-23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저 창조적 시선.. ‘갖고‘ 싶네요? 흐음..

단발머리 2025-06-24 10:36   좋아요 0 | URL
독일의 창조학교의 시초격인 바우 하우스 이야기랑 예술사, 특히 미술사도 나오더라구요. 그게 창조성과 연결된다고요. 물론 우리나라 역사도 나오는데요. 저 책 자체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썼다고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렌즈>(언제적 프렌즈인가요,의 그 프렌즈. RM이 영어 공부 교재로 썼다는 그 프렌즈)에 로스가 모나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피가 있다. 좋아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지만. 다음을 생각하고 싶고 진지해지고 싶지만, 그럼에도 하지 못하는 말, 끝내 미뤄두는 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I love you.' 그러니깐, 'I love spending time with you.' 혹은 'I'm in love with you.'까지는 말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안 되는.









『The Housemaid's secret』의 밀리가 그렇다. 남자친구 브록은 매력이 넘치는 데다가 밀리를 소중히 여긴다. 항상 헌신적이고 섣불리 밀당하려고 하지 않는다. 브록은 두 사람의 관계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밀리는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계속 망설인다.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인데, 이 사람은 나를 배려해 주는데. 이 사람과 함께 미래를 꿈꾸고 싶은데, 이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만들어가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그래야지, 그렇게 해야지 하는데, 그게 안 된다. 그게 잘 안된다. 꼭 해야 할 말을 미루고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꼬여있는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한다.




나중에서야 밀리는 알게 된다. 나를 위하고 있다는 그 말에 100% 신뢰를 보낼 수 있는 그 사람을 만났을 때, 아무런 노력 없이, 특별한 결심 없이 'I love you.'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나는 브록을 좋아하지 않았구나. 'I love you.'라고 말하기를 계속 주저했던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이구나.

『The Housemaid's secret』를 읽은 후에, 나 혼자 보는 독서일기 '2025년 슬기로운 원서생활'에는 이렇게 써두었더란다.

진짜 비밀은 사랑하는 거 아니고, 안 사랑하는 거다.

사랑하는 거는 티 난다.

감추려고 해봤자 소용없다. 행동에서, 말에서... 사랑하는 거는 티 난다.

진짜 비밀은 사랑하는 거 아니고, 안 사랑하는 거다. 사랑하는 척하지만 사랑하지 않을 때, 좋아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아닐 때, 그게 진짜 비밀이다. 비밀은 조만간 탄로 난다.

곧 알게 된다. 나만 알고 있는 줄 알지만... 아니다. 다 안다. 온 세상이 다 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 빼고 다 안다.

이미 다 알고 있다. déj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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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5-06-16 1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읽을 맛이!!

단발머리 2025-06-16 18:53   좋아요 1 | URL
🤭🫣😍😎🥳

다락방 2025-06-17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하우스메이드 2권까지 끝내신겁니까?! 대단합니다!!
3권도 바로 읽으실건가요? 3권은 아직 번역본이 안나왔어요. 2권의 내용은 제가 알지만 3권은 모릅니다. 읽고 써주시면 감사히 읽겠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5-06-18 08:28   좋아요 0 | URL
3권에 핫가이 나옵니다. 저는 핫가이 별로라~~ 생각하는 사람인 줄 알았거든요. 아니었네요.
저, 핫가이 좋아하네요. 좋아하네, 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6-18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머 밀리의 연애생활 나오는군요!! 2권 바로 읽을 생각은 없었는데 갑자기 궁금.. 심지어 3권에 핫가이 나옵니까? 꺄올

단발머리 2025-06-18 19:27   좋아요 1 | URL
핫가이 나옵니다!! 제가 핫을 좋아하더라구요. 저, 커피 웬만하면 아이스 마시는데 말이지요.
핫가이 나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6-19 18:30   좋아요 1 | URL
땡투하고 주문했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5-06-19 18:43   좋아요 0 | URL
👍😘😎
 












내 비밀이라 하자면, 내가 『사상의 좌반구』 읽고 있는 거 다른 사람이 알면 안 된다. 특히 잠자냥님한테 비밀이다. 잠자냥님이 알면 "오, 단발머리님? 이 책 샀어요? 좋지요, 이 책?" 하고 물을 텐데, 나 이 책 안 샀다, 아직은.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상호대차, 다른 구 도서관에서 빌린 거라서 나름 어렵게 빌린 것임ㅋㅋㅋㅋ)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부분만 살짝 읽어보고 싶어서 빌렸다. 아직 구매 안 했으니까, 다 읽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까 내가 이 책 읽는 거, 비밀이다.


엄마한테 화분 맡긴 거, 비밀이다.

지난달에 화분을 선물받았다. 별 기대도 없었는데, 내 것도 따로 챙겨주셔서 마음이 좋았다. 퇴근하면서 사진을 찍어 친정 단톡방에 자랑했는데, 예쁘다~ 화사하다~ 이런 말은 온데간데없고. 너, 그거 못 키울 거 같으면 이리 가져와~라는 말을 들고야 말았다. 아니라고, 나도 키울 수 있다고, 일주일은 내가 가지고 있을 거라고 했는데. 했는데. 엄마의 예언은 항상 옳았으며. 그저께 출근 전에 친정 잠깐 들려서 수박이랑 친구가 선물해 준 예쁜 망고 2개를 가져다 놓으면서 이 화분도 살짝궁 놓고 왔다. 이렇게 예쁘던 아이가 우리 집에서 큰 고초를 겪더니, 이렇게 되었다. 엄마에게 갔으니 부활하리라 믿는다.





조성진 시디 잃어버린 것도 비밀이다.


분명 운전석 옆 함에 넣어 두었던 거 같은데, 어디 갔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클래식 잘 안 듣는 사람이지만, 조성진은 가끔 듣는단 말이지요. 속상한 마음에 조성진 시디 하나 샀다. 잭 리처는 표지가 예뻐서 샀고, 김금희 씨 책은 작가님에게 고마운 마음에 샀다. 빈티지 미니 시리즈는 전에 친구가 제인 에어의 『 Independence 』 선물해 줘서 알게 됐는데, 그 시리즈가 다 마음에 들어서 이번에 유발 하라리의 『 Money 』 샀다. 다음에는 하루키 살 예정이다. 빈티지 미니 시리즈 하루키 편의 제목은 뭘까. 그건 진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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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6-13 15: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단발머리님? 이 책 빌렸어요? 좋지요, 이 책?˝ 🤣🤣🤣

단발머리 2025-06-13 16: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다고요! 좋아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많이 나와서 좋아요!🤣😍😎🤩🤪

잠자냥 2025-06-13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셨어요? 단발머리 님이 좋아하시는 분 일단 두 분 나오시네요. (유시민/정희진)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89603

단발머리 2025-06-13 16:12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분 두 분 알아주심 감사드려요~~
근데 저 근무시간입니다. 지금도 근무시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토요일이면 하루 종일 가능한데 ㅠㅠㅠ
왜 금요일이에요. 왜 낮이에요. 왜 50석 밖에 안 돼요.

망고 2025-06-13 16: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랑코에 화분이네요ㅋㅋㅋ저거 다육과로 진짜 기르기 쉬운건데요ㅋㅋㅋㅋ 저건 잎만 똑 따서 흙에 꽂아두면 뿌리가 내리고 줄기 잘라서 꽂으면 카랑코에 화분 하나 뚝딱 나오는 번식력 최강 식물이고요🤣 꽃이 저렇게 시들해진 건 아마 단발머리님이 분갈이를 안 해주셔서 그런거 아닐까요? 🙄

단발머리 2025-06-13 17:46   좋아요 1 | URL
네~~ 망고님! 돌아오는 길에 저도 저 카랑코에가 키우기 쉬운 식물이란걸 알았습니다. 상 중 하 중에 난이도 하 였구요 ㅠㅠㅠ
지금 망고님 댓글 보고 분갈이 찾아보고 왔습니다. 분갈이를 해줘야 하는군요. 화분을 사는 건 알겠는데, 다른 흙은 어디서 구해야하는지... 적당히 배합된 흙을 살 수 있는지... 즐거운 금요일 밤에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네요 ㅋㅋㅋㅋ

망고 2025-06-13 18:51   좋아요 1 | URL
ㅋㅋㅋ배양토는 마트나 다이소 물론 꽃가게에도 팔아요 단발머리님 가까이에 늘 팔고 있었을 겁니다ㅋㅋㅋ화분도 이쁜걸로 사서 분갈이 잘 해주세요

단발머리 2025-06-13 18:58   좋아요 1 | URL
일단 배양토 사야하고 화분 사야하구요. 다이소 말고 망고님 가까이에 살고 싶네요. 주중에 하게 되면 알라딘에 올릴게요 ㅋㅋㅋㅋ 가능할 것인가🤣🤣🤣

책읽는나무 2025-06-14 0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밀이 이리도 많으셔서 어쩐답니까?
이런 비밀스런 여자.ㅋㅋㅋㅋ
비밀이 한아름이라 풍경은 멋지군요.ㅋㅋ
조성진과 김금희 작가의 완주 책 눈에 띕니다.
가랑코에 화분을 보구서 어, 저건 키우기 쉬운데? 저도 그 생각 좀 했었는데 단발 님 어머님이 화분을 좋아하시나 보다. 대신 키워서 가랑코에 꽃을 보고 싶으셨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분홍꽃이 피었군요.
전 노랑 가랑코에를 키웠었는데 꽃이 정말 오래가서 키울 맛이 났어요.
근데 다음 해부터 꽃은 못보고 이파리만 열심히 돌봄 중이구요.ㅜ.ㅜ
근데 진짜 이파리들이 넘 잘 자라서 윗대를 꺾어 그 옆에 심어두면 계속 쑥쑥 자라나더군요. 자라나는 속도에 늘 감탄하면서 키울 수 있는 화분인 것 같아요.
근데 꽃을 매해 못봐서…ㅜ.ㅜ
분갈이가 답이었던가? 저도 망고 님 댓글을 읽으면서 갸웃해 봅니다.
분갈이 해서 꽃을 피우게 되면 팁 좀 알려 주세요. 비밀로 해드릴게요.ㅋㅋㅋ

단발머리 2025-06-14 09:36   좋아요 1 | URL
미스테리의 화신으로 불러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 우아~~ 저 너무 신기한게 너무 저 화분 선물받고 나서 *이버로 사진 찍어서 그게 뭔지 확인했거든요. 이름이랑 키우는 법. 물 가끔 주고 환기 잘 되면 된다고. 난이도가 <하>라고 그러더라구요. 근데 망고님도 책나무님도 딱 보시고 뭔지 아시고 키우기 쉬운 종인줄 아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오래가서 키울 맛이 난다고 하시니 저로서는ㅋㅋㅋㅋㅋ 저를 탓할 뿐입니다. 그렇게 생명력이 강한 아이조차 살 수 없는 이 척박한 땅, 제가 바로 거기에 산답니다.
그래서! 망고님 말씀대로 분갈이 도전해보려합니다. 성공하게 되면 다음 이야기 올릴게요. 일단 엄마집에 갔으니 간단한 응급조치는 되었을거라 믿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고 2025-06-14 14:12   좋아요 1 | URL
저도 카랑코에 꽃 못 보고 잎만 무성하게 자라난 화분을 기르는데요 그것도 많이ㅋㅋㅋㅋ자르고 꽂아 놓으면 뿌리내려서 너무 잘 자라서 지겨울정도ㅋㅋㅋㅋ근데 얘네 꽃을 보려면 밤이 길어야 한대요 실내에서 기르니 방 조명이 밤늦게까지 켜 있어서 꽃대가 안 올라온답니다 저녁6시쯤부터 까만 봉투를 화분에 씌워두고 낮에 햇빛 보게 벗기고 또 저녁에 씌우고 이렇게 한달정도 하면 꽃대가 올라온대요 하지만 전 귀찮아서 그렇게 못 해서 늘 잎만보고 있습니다ㅋㅋㅋㅋㅋ
분갈이는 뿌리가 너무 꽉 차면 건강하지 못 하니까 해주는 거고 카랑코에 꽃을 보기 위해선 또다른 작업, 밤을 길게하는 작업을 해 줘야 한다는 말인거죠🤣

책읽는나무 2025-06-14 22:31   좋아요 1 | URL
아. 밤을 길게 해줘야 하는 거였군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망고 님은 정원사!👍
저는 화분을 몇 개 키우고 있어도 늘 물만 주고 키우는 수준이라(분갈이도 잘 안해주는 편인지라 애들이 늘 비실비실) 식물들한테 늘 미안하네요. 그래도 늘 죽이고 사고 또 죽이고 사들이고.ㅋㅋㅋ
일단 쟤를 까만 봉다리를 찾아서 어디 한 번 시도해 볼까? 싶네요.
과연 꽃을 피울런지?^^
꿀팁 감사합니다. 망고 님^^

2025-06-15 0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6-15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6-15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5-06-18 08:30   좋아요 0 | URL
인증샷!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6-18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대나무숲인가요? 비밀 말하는 곳? 앞으로도 많이 털어놔주시길 바랍니다ㅋㅋㅋ
예쁜 화분이 겪은 고초 사진 보며 매우 공감합니다. 저는 이번에 첫째가 하고 싶어해서 내파를 심었.. 아니 담갔는데 설마 그건 잘 자라겠죠? ㅋㅋㅋ

단발머리 2025-06-18 19:29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알라딘이 전담해서 제 비밀 관리해주지 않으면 말이지요. 전 바로 대나무숲의 그 모자 만드는 사람이 되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내파를 심었다고 하셔서.... 제가 고민하고 있는데 말이지요. 대파 맞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6-18 20:11   좋아요 1 | URL
대파 맞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찰떡같이 이해하시는군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5-06-18 20:15   좋아요 0 | URL
🫢🤗😘
 













『The love hypothesis』의 올리브 엄마는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 올리브는 대학원에서 췌장암 조기 진단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싶어 한다. 담당 교수가 예상보다 빨리 은퇴하게 되어 다른 대학 실험실을 알아봐야 하는데, 면접을 보게 된 하버드 대학의 교수가 fake boyfriend인 애덤의 지인이자 선배이기도 한 톰 벤튼 교수다. 연구 과제에 대해 질문하던 톰은 올리브에게 개인적인, 지극히 사적인 부분을 물어본다.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진짜 말하기 싫었지만 올리브는 대답한다.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자신의 노력이 엄마를 살릴 수는 없겠지만, 과거의 엄마에게 도움이 될 법한 특별한 성과를 얻고 싶었기 때문에, 그 연구를 계속해야 하기에 올리브는 말한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 자체는 비밀이 아니지만, 엄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엄마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올리브에게는 감정적 동요가 일어난다. 금방 울보가 된다. 올리브에게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말하고 싶지 않은 어떤 것, 끝내 감추고 싶은 그 무엇이다. 베프인 안과 룸메이트인 말콤에게조차 말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이야기.



그런 올리브가 애덤에게는 엄마 이야기를 한다. 묻지 않았는데, 말하라고 종용하지 않았는데, 그런데도 말한다. 말하고 싶어 한다. 주사를 맞지 않으려 떼쓰는 어린 올리브를 달래기 위해 엄마가 준비했던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 대해 말한다. 눈물이 금방 차오르지만, 말하고 싶어 한다. 내 이야기를, 내 비밀 이야기를, 올리브는 애덤에게 하고 싶어 한다.


모든 비밀이 약점인 것은 아니지만, 비밀은 약점이 되기 쉽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자랑할 수 있으되, 자랑할 수 없는 어떤 것은 결국에는 말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것도 자랑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말할 수 있는 비밀의 범위 이내에서 '말해지는 것'이다. 비밀은, 말해질 수 없을 때 비밀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 그래서 비밀을 털어놓고 나면, 금세 그 사람은 취약해진다. vulnerable. vulnerable 상태에 처하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그러니까 스스로의 결정으로 그런 상태에 처하려고 한다. 올리브가 애덤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 자신의 비밀을, 나 자신의 아픔을, 나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고 싶어 한다. 그녀에게, 혹은 그에게 말하고 싶어 한다.









『The Housemaid's secret』의 밀리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다. 사랑한다,라는 말을 아직 하지는 못했지만, 좋아하는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 함께 있을 때 행복하고 오래오래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아직 밀리는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가장 큰 비밀을 털어놓지 못했다.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을 때, 그가 자신을 버릴지도 모를 거라는 두려움과 그럼에도 자신을 계속 사랑해 줄 거라는 확신 중 어느 마음이 더 큰지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털어놓고 싶은데, 말하고 싶은데. 밀리는 그러지 못한다. 자신의 비밀을 그에게 말하지 못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누구든 탐색의 시간을 갖게 된다. 비밀이라기 보다 신상을, 두 번 만났을 때부터 가차 없이 털어놓았던 그녀. 나는, 끝내 말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 마음을 짐작할 수 있기에 진지하게 경청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말하고 싶은 자에게 말하게 하라. 털어놓고 싶은 사람에게 털어놓게 하라. 하지만, 저의 비밀을 물으시다니요. 제 인생의 비밀을, 복잡한 구내식당에서 듣고 싶다니요. 식사 시간이 25분 밖에 안 되는데, 밥을 씹으면서, 국을 퍼먹으면서 제 인생의 제일 곤란했던 시절에 대해 '말하라'니요. (그렇습니다. 비밀을 잘 털어놓지 않는 나, 오랜 시간 가까이 지낸 사람들로부터 속 이야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고 평가받는 나는, 여기 알라딘에서 내가 곤란했던 그 순간의 암담함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저는 그때, 한없이 무서웠습니다.)


비밀은 큰 것일 수도 작은 것일 수도 있다. 천하의 비밀인 줄 알았는데, 나 이외 다른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었을 수도 있고, 내 딴에는 엄청나게 큰 실수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기억 못 하는 작은 실수일 수도 있다. 이 세상에 내가 제일 불행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큰 불행 속에 현재까지 고통받는 사람에게 내 비밀은, 하늘이 무너질만한 큰 비밀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안고 있을 때, 내가 품고 있을 때, 내 비밀은 내겐 너무 버거운 그 무엇이다. 전 우주에서 가장 심각한 일이고,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제이며, 그래서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아마존 들어가서 이북 구경하다가 housemaid 시리즈 세 권이 묶여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어쩔까 고민하다가, 그다음 날 들어가서 프리단 다른 책들 구경했는데. 분명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면에 "Thank you~~ "로 시작하는 문장이!!!!!!


노란색 1 click 누른 사람 누구냐. 그 사람 진짜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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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6-12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러니까 하우스메이드 시리즈 세 권을 전부 말입니까!! ㅎㅎㅎㅎㄹ

단발머리 2025-06-12 19:04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렇게 되어 버렸다는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ㅋ그러니깐 노란색 버튼 클릭한 사람 누구냐고요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