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년,학교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은 망막렌즈가 장착된 안경을 쓰고 학습에 필요한 자료를 머릿 속에 떠올리면 망막렌즈에 삽입된 홀로그램에 검색 결과들이 주르륵 뜬다.

학생들이 입력한 키워드가 자동 완성어로 입력되어 화면에 뜨는 순간 눈동자의 시선 방향으로 스크롤을 밀면 자동 음성 변환기가 읽어준다.

역사, 지리, 언어, 과학,사회, 문화 학습을 인공지능 학습 기기의 지도 아래 학습을 마친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통째로 다운로드 받아서 지식 인지 기능 역할을 하는 뇌 이식 칩 속에 넣는다.

다음 날, 아침부터 시작되는 체육 수업에서 지난 주에 모의 게임 축구 시합을 하는 동안 익혔던 행동 기억 기능 장치를 켜자 망막 렌즈에 장착된 안경 화면에 이번 시합의 전술과 전략에 맞춰 각 선수들의 포지션 자리가 자동으로 뜬다.

2034년의 로봇 교사는 수업 내용과 교실 안에서 학생들의 행동과 주고 받는 대화를 실시간 듣고 정리해서 학부모들에게 일괄적으로 전송 한다.

교실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학생, 화장실이나 도서관, 운동장에서 은밀하게 일어나는 폭력적인 행위는 교내 설치된 CCTV카메라에 찍히고 교실 안 창문 유리창에 교칙에 어긋나는 행동과 언행을 일삼는 학생들의 얼굴들이 자동으로 뜬다.

2034년 학교에서 개인의 인권 침해나 ,교권 보호, 학생의 인격 존중에 대한 법적 분쟁이 일어날 일이 없다.

학교에 등록하는 모든 학생들은 이런 규율과 규칙에 합의하고 동의 하겠다는 계약서를 작성 하고 각 반 마다 배치된 로봇 교사들은 몸이 아픈 학생, 신체가 불편한 학생 다른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들을 구별해서 별도 관리를 하고 보호와 심리 상담을 주기적으로 한다.

2034년 교실 안에선 학생들 사이에서 집단 따돌림도 교내 폭력과 폭언 그리고 성적 수치심을 불러 일으키는 모욕적인 언행도 사라진다

인공지능 학습 교육을 받지 못할 정도로 극빈의 가정은 아이들의 행동 기억과 인지 능력이 뒤떨어져서 ‘생각하고, 말하는’ 기능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홈스쿨링을 통해 책 읽기와 글쓰기 학습 교육에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1980년대 미국 IBM이 개발한 고급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포트란(Fortran)’의 쓰임새는 주로 과학적 공학적 계산을 하는 언어로 쓰였다.

인간을 대신해서 복잡한 수리적, 공학적 계산을 담당했던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는 이후 40여년동안 무한 급수적으로 발전해서 ‘파이선(Python)’이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언어로 기능이 향상 되었다.

1차적으로 컴퓨터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를 숫자와 기호로 조합해서 인간이 구사하는 언어에 가장 근접한 조합의 수를 찾아 2진수로 표현한 기계어(Machine Code)가 ‘파이선(Python)’이다.

컴퓨터가 ‘파이선(Python)’이라는 언어적 도구를 이용해서 인간의 생각과 계획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변환하고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을 ‘코딩’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고차원적인 지식과 활동 영역을 분석하고 예측하는데 있어서 '코딩' 작업은 고도의 전문적 기술이 필요하다.

컴퓨터 구조와 데이터 구조, 메모리 계층을 심도 있게 이해해서 정확한 목표 설정과 정보를 수집하는데 유용한 알고리즘의 마인드 맵을 구축해 나간 프로그래밍 언어는 자연어를 기반으로 하는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로 발전 해 나갔다.

인간이 구사하는 대화, 작문, 번역과 검색 기능의 알고리즘을 학습해 나간 챗GPT의 약자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Model’이다.

GPT 약자에는 인공지능이 어떤 학습으로 연결 되어 있는지 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가장 먼저 기존에 사용 되었던 인공지능 언어와 달리 각 단어 사이의 관계 중요도를 파악해서 서로 연결하는 맥락 연결망(Attention Network)을 갖춘 GPT는 텍스트 속의 문자와 문장 뿐만 아니라 문단의 ‘맥락(Context)’까지 학습한다.

문자와 문단 ‘맥락(Context)’을 학습한 GPT는 ‘변환 모델(Transformer Model)’기능 단계로 넘어가면 백과사전 책 한 권을 통째로 읽고 인터넷, 도서관 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문서와 책을 모두 학습해 나가면서 읽고 기억하고 학습하며 방대한 알고리즘을 축적 해 나간다.

‘변환 모델(Transformer Model)’기능 단계에서 영어로 된 책 뿐 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된 책과 정보를 읽고 학습한다.

이렇게 ‘사전 학습(Pre-training)’을 통해 방대하게 읽어나간 GPT는 인간의 몇 세대에 걸쳐 학습한 지식을 단숨에 학습해서 사용자가 어떤 질문을 해도 웬만한 질문에는 바로 대답할 수 있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벌인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결과는 알파고의 4대 1승리였다. 4국에서 이세돌 9단이 거둔 승리는 인간이 알파고를 상대로 마지막으로 거둔 승리가 되었다.]

-장강명의 <먼저 온 미래> 중에서


2016년 세계 바둑 신 이세돌과 바둑을 두었던 인공 지능 알파고는 책이나 문서 속 한 단어, 한 문장, 혹은 한 문단을 비워 놓고, 그 속을 채워 넣기 연습을 끝없이 하며 잘 채워 넣으면 높은 점수로 보상을 주는 글 채우기 게임으로 창작을 위한 ‘생성(Generative) 능력’을 키워 나갔다.

자기들끼리 게임 하듯 서로 문답(問答)하고, 서로 평가하고, 그리고 보상하면서 학습하고 성장해 나간 챗GPT는 ‘생성 인공지능망’ 언어로 인간이 구사하는 언어와 문장 외에도 영상, 비디오, 음악 등 다양한 형식의 생성 기능을 가진 다중 모드(Multi-modal) 인공지능 능력으로 거듭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제 챗GPT의 생성 능력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코딩 능력에 까지 이르러서 의뢰를 받아 인간을 대신해서 코딩을 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이 생성한 코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원리를 인간에게 설명을 해 주고 인간이 작성한 코드를 분석해서 실수를 고쳐주는 디버깅 작업도 하고 기존 코드를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로 변환까지 시켜 준다.

알파고가 바둑 기사 이세돌을 상대로 4대 1로 이긴지 10년 만에 인간을 대신 해서 정보를 찾고 분류하고 오류를 수정하고 계산을 대신 해주던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능을 장착한 로봇이 걷고 말하고 뛰는 신 인류의 시대가 도래 했다.

눈동자만 깜빡 하면 대화 하듯 명령하고 주문하면 원하는 걸 척 척 만들어 주는 신 인류 시대에 시간을 절약하고 불필요한 인건비를 절약 하게 되었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인간의 밥벌이가 되었던 직업군들까지 인공지능에게 빼앗기게 되었다.

‘생성 인공지능망’ 언어로 인간이 구사하는 언어와 문장을 방대하게 학습 하는 기능을 갖춘 챗GPT는 자판기에 버튼을 누르면 맞춤법을 고쳐 주고 문장을 다듬어 주고 특정 전문 지식에 관한 정보를 찾아 분류 해서 전문적 글, 창의적 글, 정보성 글, 광고 문구들도 척척 써 낸다.

인간이 손으로 컴퓨터 키워드로 검색하고 수정하고 정보를 찾지 않아도 챗GPT와 채팅하듯 대화 하며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게 되었다.

그동안 인간은 컴퓨터에 글을 쓰면 자동으로 맞춤법을 수정해주고 단어의 의미를 찾아 주고 정보를 찾으면서 인간 스스로 생각하고 사고 하면서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고 정보의 정확성을 구별 해서 최종 결과물을 내놓았다.

하지만 인간이 실수를 하듯 생성형 인공지능(AI)도 학습 하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사실이 아닌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생성해서 존재하지 않는 패턴이나 객체를 인식해 부정확한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아주 많다.

부정확한 정보를 진짜처럼 말하고 여러 정보를 짜집기 해서 그럴듯한 결과물을 내놓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행동형 인공지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지만 백퍼센트 신뢰 할 수 없고 신 인류의 시대가 도래 했다 해도 인간은 숨이 붙어 있는 한 온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걷고 말하고 읽고 쓰는 고도의 사고 능력을 퇴화 시키지 말아야 한다.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가 탑재된 챗 GPT는 인간에게 만능 학습 보조 교사이자 동료이고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지만 정작 인간의 고유의 영역 이였던 읽기와 쓰기에 대한 논쟁의 불이 활활 붙었다.

어떤 창작자의 글이 AI가 썼는지 아닌지를 구별 하는 문제 뿐만 아니라 사고하고 글 쓰는 능력까지 퇴화 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문해력이 퇴화 되는 시대가 도래 했다.

인간이 동굴에 살았던 시절 부터 행해 왔던 구술과 필사, 인쇄 기술은 챗GPT는 1분이 채 걸리지 않게 학습 하고 발전 시켜서 인간처럼 읽고 쓰며 로봇 사피엔스가 되고 있는 동안 정작 인간의 문해력은 퇴화 하면 자연스럽게 쓰는 능력까지 저하 되고 있다.

챗 GPT가 글을 써주는 시대에 나는 투비컨티뉴드에 2025년 2월 21일 새 시리즈 <AI 시대에 글 쓰는 법>을 발행했다.


- 2025년 2월 21일 모닝 페이지 <AI 시대에 글 쓰는 법>

https://tobe.aladin.co.kr/n/318234









중국에서 약학자인 어머니와 통계 과학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외동으로 태어난 켄 리우는 할머니의 보호와 양육 아래서 성장하며 11살에 미국 땅으로 건너 와서도 부모와 함께 살지 않았다.

1년 만에 영어를 습득한 켄 리우는 새롭게 정착한 미국 땅에서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력을 키웠고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두 딸의 아빠가 되어 아이들을 위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그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하며 마이크로 소프트 엔지니어로 근무 하면서 번역과 글쓰기를 병행하며 수많은 문학상을 휩쓰는 SF문학계의 스타 작가가 되었지만 자신의 두 아이를 편리한 기능이 장착 된 유모차에 태우지 않고 아기 띠를 자신의 몸에 묶어서 어부바로 키웠다.

두 아이에게 직접 책을 읽어 주고 함께 종이를 접고 붓으로 한자를 써 주며 양육에 온 힘을 기울였던 켄 리우는 전업 작가로 살지 않고 여전히 과학 기술계에 종사 하며 곧 다가올 미래 세계를 몸소 경험하며 활자로 구현하는 삶을 살고 있다.


[AI의 주요 효과 중 하나는 경쟁의 장을 평준화한다는 점이다. 글쓰기, 아이디어 창출, 분석, 그 외 여러 전문 업무에서 역량이 하위권에 속한 사람은 AI의 도움으로 상당한 실력을 갖출 수 있다.]

-이선 몰릭의 <듀얼 브레인> 중에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사진, 비디오, 스캔자료, 드론영상, 녹음 기록만 있으면 무한 복제 되어 맞춤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받아 원하는 대로 새로운 아바타로 탄생 하는 세상이다.

글쓰기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변화무쌍한 기술 중 하나다.

인간 영장류와 가장 흡사한 원숭이, 오랑 우탄은 연필을 쥐고 무언의 형체를 그려도 스스로 사고 하며 심혈을 기울여서 확장 축소 편집, 필사 그리고 받아쓰기를 하지 못한다.

인간은 두 손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쉼없이 찾고 분류하고 분석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효율적인 생산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 시켜 나갔다. 그 결과 현재 이 세상 어디에서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에 네트워크 연계성이 더해지면서 우리는 또 다른 기술적 대 변혁을 겪게 되었다.

전에는 불가능 했던 모든 것을 방 구석에서 실시간 감상하고 이동하고 자유롭게 대화하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인공지능 시스템이 인간을 대신해서 쓰고 말하고 걷고 움직이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영상과 자동 인식 행동 학습으로 인지기능과 근육 기능을 키운 인간은 쓰기와 읽기 능력을 상실해서 보고 듣고 말하는 것도 인공 지능 기기가 대신 해 주게 되어서 미래 세상엔 데이터 센터에 갇힌 기계 속 유령들은 복수심과 분노에 불타 세계에 반격을 가한다.

이런 반란을 일으킨 기계 속 유령들은 국가들의 보안 프로그램을 해킹해 서로 미사일을 날리게 만들어 전쟁을 일으키고 모든 것이 데이터로 움직이는 세상에서 데이터 센터의 유령들은 세상을 살릴 수도, 멸망 시킬 수도 있는 ‘신’이 된다.

우리는 앞으로 신화나 동화나 영화 속에서 살았던 인물들 처럼 거대한 네트워크 속에서 여러 번 다양한 모습으로 환생 할 수 있다.

살아 있는 동안 데이터 통신망에 접속하면서 노출되고 수집 된 정보와 기록 그리고 이미지들은 인공지능의 거미 망에서 어떻게 학습되어 어디서 어떤 용도로 쓰이게 될지 모른다.

이런 기계들이 활보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단 한순간도 직접 손으로 만지고 쓰고 읽고 보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AI 시대에 글 쓰는 법>

1. 한번에 한 단락씩 한 쪽씩 쓰기


https://tobe.aladin.co.kr/n/318262


2025년 2월 21일에 <AI시대에 글 쓰는 법> 제 1회 . [한 번에 한 단락씩 한 번에 한 쪽 씩]을 발행 했고 2025년 6월 25일 이 글로 투비 선정 2차 인증 작가가 되었다.


https://tobe.aladin.co.kr/event/290357


우리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도록 설계된 종(種)이다.

따라서 어떤 진실은 오로지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을 뿐 데이터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앞으로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총 10회 분량의 AI 시대의 글 쓰는 법을 연재 할 예정이다.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AI 시대에 누구보다 더 멋지게 글 쓰는 법을 많은 구독자들이 배웠으면 좋겠다.


-2. 글쓰기는 두 단계로 이루어진 과정이다.


https://tobe.aladin.co.kr/n/45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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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사용 할 수 있는 인간은 매일 무언가 쥐고, 만지고 들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 나는 무엇을 손에  쥐고 있을까?


특정한 무언가를 가진다는 건

참 근사한 일이다.

 당신은 거기 서서

엄청나게 커다란 양배추

혹은 바이올린

혹은 밝은 색 풍선을

들고 있다.

그건 그 자체로 일이다.

한 가지만 하는 단순한 행위

 - 마이라 칼만의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중에서

짙은 색 코트를 입은 한 여자가  빨간 풍선 다발을 들고 분홍 빛 벛꽃들이 활짝 피어있는 곳을 지나간다.

그림 속 여자는 풍선만 들고 있는 것일까?

사는 동안 무언가 들고, 지고 가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c)maira kalman

'거대한 바위를 안고 아몬드 꽃 사이를 걷는 내 꿈속의 여자(Women in my dream walking through almond blossoms holding a giant boulder)'라는 제목의 이 그림 속의 여인은 자신의 몸 보다 몇 배나 커다란 바위를 양 손에 힘겹게 들고 있다.

저 바위는 그녀에게 무엇일까?

온갖 근심과 걱정 덩어리들, 슬픔과 회환, 이루지 못한 꿈과 사랑...들이 저 바위 크기 만큼 온 몸을 짓누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커다란 무게로 삶을 짓누르며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가 많다.

(c)maira kalman

내가 짊어지고 있는 고민과 걱정 덩어리들이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양배추 크기였다면 매일 몇 장씩 잎을 떼어내서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 해서 전부 씹어 삼켜 버릴 수 있다.

양배추를 가지고 있었을 때와 양배추 한 덩어리를 전부 먹어 치우고 났을 때의 마음 상태가 다르듯 

당장 눈으로 볼 수 있는 금전이나 물건도 사용하면 닳아 없어지는 마당에, 하물며 손에 잡히지도 않는 사랑이나 행복을 어떻게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c)maira kalman

태어나는 순간 아무 것도 손에 쥐지 않고 태어나는 인간은 성장하는 동안 무엇이든 쥘 수 있을 것만 같아도  흐를 수록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항상 시간에 쫓기지만 정작 삶의 소중한 시간은 허비하며 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을 놓치는 동안 가까스로 정신을 붙들고 있기도 하고, 꼿꼿하게 버티고 있기도 하며, 어깨 위에 세상의 모든 무게를 짊어지며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생의 무게를 벗어던지기 위해 인생을 행운의 날벼락 같은 숫자에 맡길 때도 있다.


산책 하듯 강변 길을 걸어 가면  꿈의 숫자, 로또 1등  당첨자들을 쏟아내는 행운의 명당 판매점이 있다.

 경제가 나쁠 수록 불티나게 팔리는 건 저가형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들과 그리고 로또다.

로또 복권 당첨 확률은 815만분의 1일 정도로 낮은데도 불구하고 로또를 살 때 마다 '혹시 모르지, 당첨될 지도 '라는 꿈에 잔뜩 부풀러 오른다.

이따금씩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딱히  행복하지 않아도 꽤 만족스러울 때면 내 몸 하나 온전히 버텨 내는 것 만큼 내 손길이 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만 같다. 

취업난, 월급난, 물가난에 허리가 휘어지는 나날 속에  커피 한 잔 값으로 로또에 당첨될 수도 있다는 망상을 하며 일주일의 고된 시간을 버티며 어떤 것을 가졌다가 낙담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삼십년 박수 인생에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누구를 위해 살을 풀고 명을 비는 것은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목도, 진짜와 가짜까지도. 가벼워진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된 듯.

-성해나의 <혼모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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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6-25 0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또 당첨자가 나오면 로또 당첨자보다 그곳이 더 잘될지도 모르겠네요 혹시나 하고 로또를 사는 사람이 많을 테니... 로또를 파는 사람은 자신이 당첨되는 걸 좋아할지 로또가 잘 팔리는 걸 좋아할지...


희선

2025-06-25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오키타 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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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치 현에서 태어난 오키타 엔은 고등학교 재학 중에 진로의 길을 정하지 못한 채 대학에 진학 했다.

대학 재학 중에 우연히 소설 투고 사이트를 발견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창작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 틈틈이 소설을 써나갔던 오키타 엔은 2013년 <한 순간의 영원을 너와>라는 첫 작품을 출간하고 3년 후 두 번째 장편 소설 <나는 몇 번이고 너와 첫사랑을 한다>라는 책이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게 된다.

10대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시작된 열풍은 20대 여성 독자층을 사로 잡으면서 1년 만에 25만부를 돌파했고 종이 만화 단행본으로 출간하며 대중적인 소설가로 거듭나게 된다.

2018년 연작 단편집으로 제 1회 퓨어풀 소설 대상 부분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필력을 인정 받은 오키타 엔은 출판사 지쓰교노니혼샤에서 창간 한 문학 시리즈 ‘마음을 성장 시키고 희망을 전해줄 한 권의 책’이라는 ‘GROW’의 첫 번째 장편 시리즈 <종달새 언덕의 마법사>를 발표 한다.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에 따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에피소드가 전개되는 <종달새 언덕의 마법사>의 첫 페이지를 열면 마녀와 마법사가 등장한다.

어느 날, 한 마녀가 마을에 나타났다. 끝없이 여행을 이어오던 중에 정착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다다른 것이었다.

마녀는 마을이 썩 마음에 들어 자신의 정처로 삼기로 했다.

마녀는 마을에 집을 샀다. 낡아 빠진 건물을 직접 수리하고, 가구를 만들고, 황무지 같던 정원에 텃밭을 일구고, 집 앞에는 사랑스러운 꽃도 심었다.

마녀는 그 집에 마법상점을 차렸다.

-오키타 엔의 <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중에서


‘종달새 언덕’에 자리한 마법 상점에 마법의 힘을 수련 하기 위에 찾아 온 수련생은 뜻밖에도 인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여섯 살 소년이다.

부모가 마법을 혐오해서 학대 받으며 자란 소년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고 그 소년에게 마법을 알려주는 마법사 스이는 자연을 이루는 구성원인 물, 불,바람, 하늘, 식물,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돌보고 키우는 힘으로 인간의 곁에 있는 동식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고 날씨 변화를 예측하는 힘을 갖고 있다.

‘종달새 언덕’에 자리한 마법 상점에 찾아 오는 이들에게 제각기 다른 사연과 상처를 갖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소꿉친구와 멀어진 중학생,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원로 화가,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괴로워하는 소설가, 애인을 잃고 힘들어하는 형과 그를 걱정하는 남동생은 마법의 힘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현실의 좌절감을 극복 하고 싶어 하지만 마녀 스이는 이들의 소원을 단번에 이루어주지 않는다.

마녀 스이는 마법의 힘을 빌리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세상에 존재 하는 삶의 의미를 스스로 찾게 만들어 줄 뿐이다.

수련 마법사 소년 역시 스승 마법사에게 배우는 마법의 기술은 그리 대단 하다거나 신묘 하지 않다.

마녀 스이에게 약초 키우는 법과 제조법을 배운 수련 마법사 소년은 마법 상점에 찾아 오는 손님들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과 동 식물의 마음과 상태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판타지 세계를 그리고 있는 <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작품에서 태초에 신 역시 지구 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 수 없고 인간 역시 아무리 오래 살아도 앞 날을 예측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영장류 중에 인간은 무언가를 숭배 하고 예를 표하며 불안과 근심, 걱정을 떨쳐 버리기 위해 눈 앞에 존재 하지 않는 신을 믿고 그 믿음에 부합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한다.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는 주술을 다루는 무속인이다.

석기 시대 부터 존재 했던 무속은 질병 치료, 예언, 기우제, 풍요 기원 등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 하며 영적인 세계와 인간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자 역할을 해왔다.

인간의 불확실한 미래와 고단한 현실의 문제를 분석해서 운의 향방을 알려주는 무속은 시대에 맞춰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 나갔다.

광역 인터넷 망 시대에 무속은 더 넓고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 시켜 나갔고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AI 기술이 접목 되면서 굳이 무속인과 철학관을 찾아 간다거나 온라인 상담을 통해 1대1로 연결 하지 않아도 이름과 생년월일, 생시, 성별 등을 입력하면 의뢰인의 사주 핵심 특징 분석 부터 시작해서 성격 및 성향 -직업 및 재물운 -애정운 및 결혼운 -대운(운의 흐름) -전체적인 운세 정리 -조언 순으로 사주를 봐준다.

부채를 펼치거나 종을 흔들어 의뢰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을 불러 낸다거나 깊은 산 속에서 돼지 머리를 올려 놓는 제를 올려 굿판을 벌이는 무속인들에게 찾아 가지 않아도 된다.

AI 챗봇인 챗GPT는 질문 창에 생년월일과 궁금한 질문을 넣으면 실제 점술가처럼 의뢰인과 질문을 주고받는 대화 형식으로 사주를 봐주거나 고민 상담까지 해준다.

단 몇 초 만에 의뢰인의 질문에 즉각적인 답을 하는 챗GPT는 가령 '내 사주로 볼 때 000을 선택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하면 이에 대해 이렇게 답변한다.

'그 일은 당신의 사주와 아주 잘 맞는 일은 아니지만, 완전히 불리한 일도 아닙니다. 단기적으로 해보되, 너무 무리하지 말고 더 맞는 일을 찾는 과정 중 하나로 보는 게 좋겠습니다.'

챗GPT는 즉각적으로 두리 뭉실 하게 답변하면서도 적당히 기분 좋을 정도로 예의 바르게 대답한다.

몇 십 만 원에서부터 몇 백 만원에 달하는 부적을 지니라는 말도 하지 않고 큰 돈을 들여 굿을 하라는 조언을 하지 않는 챗GPT는 부모탓, 형제탓, 조상탓을 한다거나 전적으로 의뢰인의 업보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사주 결과에 대해서도 딱히 좋다, 나쁘다 하지 않고 의뢰인의 단점이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말해 준다.

단, 인간의 생년월시에 따른 운명을 통계적으로 수집 분석하는 AI는 의뢰인의 미래까지 예측해 주지 못한다.

사람들은 무언가 어려움에 봉착 하게 된다거나 불확실한 상황을 돌파 하고 싶다거나 현실의 불행을 극복하고 싶을 때면 철학관 문을 두드리게 된다.

난생 처음 만나는 무속인이나 점술가에게 어느 누구에게도 해 본 적 없는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다 보면 가슴의 응얼이가 풀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주를 본다는 건 미래를 알고 싶어서 이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마음의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서 다.

바쁘다는 이유로, 힘들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줄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기 힘든 세상에서 반말을 해도 비꼬듯 질문을 해도 화가 나서 퍼부어도 챗GPT는 적당히 다정하게 예의 바르게 대답해준다.


인간의 운명은 마법의 힘이라든가 주술의 힘을 빌린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성형을 해서 인상을 바꿔서 좋은 기운이 흐르는 상으로 바꾼다 해도 개명을 하고 운을 트여 준다는 터로 이사를 간다 해도 현실의 곤궁함을 떨쳐 버리는 인생 역전을 하는 일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판타지 일 뿐이다.

모든 것이 이전 시대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하고 풍요로워 졌어도 예측 불허한 세상에서 인간의 삶은 부모 세대 보다 더 고달 퍼졌고 점점 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인간인 창조한 기계가 더 신뢰 받는 시대에 챗GPT에게 술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가상의 존재, 상처와 고민까지 해결해 주는 마법사가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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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설레스트 잉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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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8년 1월 26일 영국의 군인이자 식민지 행정관인 아서 필립은 11척의 배에 1500명의 선원을 태우고 1년을 탐험한 끝에 거대한 대륙 오스트레일리아를 '발견'했다.

허허 벌판의 빈 땅 '시드니'에 행정관 아서 필립과 천 오백명의  선원들이 첫 발을 내딛고 나서 이 호주 대륙에 영국인들의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되었다.

영국은 첫 번째 이주민 상선에 포화 상태인 감옥의 죄수들을 가득 태워 보냈다.

영국의 감옥 죄수들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도착 하자 마자 사고가 터지기 시작했다.

백인 죄수들은 눈에 보이는 데로 호주 원주민 남자들은 죽여 버렸고 여성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강간 하는 악행을 저질렀다.

영국 죄수들은 호주 원주민들을 애버리진(Aborigine/원래부터 있던 사람/속어로 미개한 사람)이라 부르며 인간 사냥을 벌였고 그 결과 혼혈 원주민 아이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2차 상선에 미개척지에 살고 있는 원주민 사회에 기독교 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탑승한 선교사들은 호주대륙에서 백인 이민자들과 원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하프캐스티드피플(half casted people)이라고 부르며 '신의 이름'으로 백인의 피가 섞인 아이들을 미개한 원주민 사회에서 구출 해야 한다는 구호 운동을 펼쳤다.

한 손에 성경책을 든 백인 선교사들과  각 지역을 담당하는 목사들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원주민 혼혈 아이들을 백인가정에 입양 시켜서 호주 대륙에 원주민 흔적을 지우기로 합의 한다.

호주에 정착한 백인 이주민들은 원주민이 미개하다 못해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백인들은  원주민들을  가축을 키우는 농장 같은 우리에 가둬 버리고 아이들은 백인 가정에 입양 시켜 버렸다.

1900년에서 1972년 사이  3만5000명의 원주민 아이들과 백인 혼혈 아동들이 백인 가정에 입양 되었고 간신히 백인의 폭력과 살상에서 살아 남은 원주민들은 호주 대륙에서 가장 척박한 사막 지대로 쫓겨났다.

호주 정부는 1992년  총리 폴 키팅(Paul Keating)이 가해자인 원주민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레드펀 연설(Redfern Speech)'을 하기 전까지 백인 이민자들이 원주민에게 가한 극악한 폭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여러 국가에서 정치적 통제 수단으로 아이들을 빼앗은 사례가 아주 많다.

미 대륙을 차지한 영국과 프랑스계 백인들은 인디언 부족을 사멸하고 인종을 말살 하기 위해서 인디언 가정의 아이들을 백인 가정에 입양 시키거나 정부가 운영하는 기숙학교와 종교 시설에 보내 버렸다.

미 대륙 백인들은 인디언을 소수민족으로 전락 시키고 나서 흑인 노예를 수입해 농장에서 가축처럼 부렸고  목사와 선교사들과 단합해서  교구 확장과 신자수를 늘린다는 명분으로 백인의 피가 섞인 흑인 아이들을 종교 시설에 강제로 보냈다.

미 대륙에서는 1978년에 제정된 아메리카 원주민 아동의 입양 및 양육에 대해 특별한 법적 보호가 시행되고 있었지만  1990년대까지 외부와 단절된 미국의 남부 국경지역에서 강제 아동 입양은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미국은 세계 대전 당시 미국 내 독일계들을 잠재적 스파이라며 집중 감시를 하면서도 부모와 아이를 분리 시키거나 강제 수용서로 끌고 가지 않았다.

하지만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이 하와이 섬에 폭격을 가하자 일본계 미국인들을 수용소에 몰아 넣었고 아이들과 분리 시켰다.

전쟁이 끝난 이후로도 미 정부는 행정부가 바뀌어도 1982년 부터 미국 내의 특정 인종에 대한 감시와 차별법을 은밀하게 가동 시켜 왔다.

2016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집권 초기 불법 이민자 부모는 강제 추방하고 그 자녀들을 교회 단체에 보내 버린다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의회의 강한 반대로 무산되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의 공포에 사로잡힌 미국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코로나 균의 진앙지가 중국이라며 아시아인 차별법을 시행해서 강제 추방을 시도 했지만 이 역시 의회 반대로 무산되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아시아인 차별법'은 폐기 되었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 시행했던 일명  ‘차이나 이니셔티브(수천 명의 중국인 학자를 대상으로 한 스파이 색출 작전)’라 불리는 행정 명령은 2025년 트럼프 2기 집권기부터 더 정교하고 더 차별적인 이민과 차별 정책으로 계승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와 학계에서 일하고 있는 유색 인종과 비 백인들. 유학생 체류 비자 발급도 중지 한다고 선포 하고  불법 이민자들 그리고 외국인 갱단과 친 아랍계들을 내쫓은 자리에  유럽 백인들과 남아공 백인들에게 유리한 비자를 주겠다며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는 트럼프 행정부는 지지자들의 결집을 위해 불법 이주민과 난민 가정의 부모는 강제 추방하고 자녀들은 미국 사회와 격리 시키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이에 동조하는   백인 극우 단체들은 비백인과 이민자들, 아시안계들을 내쫓는데 앞장서고 있다.

다인종 사회 미국에서 인종과 종교간의 갈등은 단 하루도 잠잠한 적은 없었지만 사회적 이목 때문에 그동안 내색을 하지 않았던 백인들은 트럼프의 차별과 분노를 조장하는 정책에 크게 환호 하고 있고  정치권은  미국  내부의 갈등과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외부의 적을 중국이라 가정 하고 , 피부색이 다르고 종교가 다른 차이의  혐오를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20세기 미국이 눈부신 번영을 누리며 세계 최고의 군사 경제 강국으로 거듭 날 수 있었던 건 박해와 차별, 가난을 벗어나 미국 땅에서 성실하게 삶을 일구며 미래 세대를 위해 아낌없이 헌신 했던 이민자들과 난민들 덕분이였다.

이들 중에 상당수는 자국에서 뛰어났던 인재들로 전쟁과 차별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 해서 미국 사회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반 세기 전 참혹한 전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미국 땅을 밟은 중국계 과학자 부부가 있었다.

198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에서 태어난 셀레스트 잉의 부모는 1960년대 홍콩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과학자였다.

영국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셀레스트 잉의 아버지 다니엘 잉은  NASA 설립 초창기 멤버였고 그녀의 어머니는 클리브랜드 주립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쳤다.

미 정부로 부터 핵심 인재로 우대 받았던 과학자 부모 아래서 성장한 셀레스트 잉은 아시안계들이 거의 없는 오하이오주 백인 사회에서 성장하는 동안 큰 차별은 받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부터 백인들 틈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린 시절 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셀레스트 잉은 성장 하는 동안 겪었던 눈에 보이지 않았던 인종에 대한 차별을 글로 적어 나가면서 치유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과학자 부모의 영향으로 세상의 원리를 탐구하는 사고를 갖췄던 셀레스트 잉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예술 대학원에 진학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원 재학 당시 단편 소설 부문 상을 받은 셀레스트 잉은 2012년 부터 다양한 온라인 매거진에 글을 기고 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4년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메사추세츠북어워드상, 미국도서관협회 알렉스상을 수상으로 본격적으로 주목 받는 작가가 되었다.

 2017년에 발표한   두번째 작품《작은 불씨는 어디에나》가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단숨에 인기 작가 대열에 들어간 셀레스트 잉은 2022년 세번째 소설 <우리의 잃어 버린 심장>으로  미국 타임스에서 ‘2022년 100권의 필독서’로 선정 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적’이지 않은 생각과 외모가 탄압 받는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우리의 잃어 버린 심장>은 미국 전통문화 보존법 ‘PACT’ 시행에 인권을 유린 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의혹에 불과 했던 아시아계 출신 무명 시인 ‘마거릿’이 PACT’ 시행법을 비판하는 행동을 하며 정부 정책에 대항하는 반역 혐의에 연루되었다는 소식이 퍼지자 마자 사람들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시인에게  적대감을 표출한다.

시인 '마거릿'을  본보기로 내세운 미국 정부가  아시아계를 겨냥한 감시를 노골적으로 시행하는 사이에  아홉살 짜리 시인의  아들 ‘버드’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찾기 시작한다.

밖에서는 사이렌과 고함이 울렸고 가끔은 총성도 들렸다. 아니, 폭죽 소리였나?

불안의 물결이 산불처럼 주에서 주로 퍼져 나갔고 전국이 바짝 말라 어떻게든 불타고 싶어 했다.

-셀레스트 잉의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중에서

 미국 전통문화 보존법 ‘PACT’에 위법 하는 행위를 저지른 부모들은 잡혀가고 그 아이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다른 가정이나 시설로 보내진다.

삼 년 후, 12살이 된 버드는 오직 그림으로만 채워진 정체불명의 편지 한 통을 받고 어머니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서관을 찾아 다니며  홀로 어머니를 찾아 나선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들의 이야기>와 옥타비아 버틀러의 '우화' 시리즈의 영감을 받은 작가 셀레스트 잉은 소비에트 연방 시절 스탈린 정부에 탄압 받아 남편과 아들 모두 시베리아 형무소에서 잃은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의 삶을 차용해서  어린 시절에 읽었던 리카르도 헌이 번역한 일본 설화의 뼈대를 작품의 토대로 사용했다고 후기를 통해 밝혔다.

근 미래 시대 미국의  전통문화 보존법 ‘PACT’의 탄압 받는 인종으로 중국계 여성 시인을 내세운 작가 셀레스트 잉이 펼쳐 보이는 근 미래 시대 미국사회는 그다지 암울하거나 암담해 보이지 않다.

작가 셀레스트 잉은 미국 정부로부터 과학자 우대 정책 특혜를 받아 별다른 차별과 어려움 없이 성장해서 인지 검열과 침묵이 일상이 된 근 미래 시대 미국에 홀로 남겨진 10대 중국계 아이가  행방불명된 시인 엄마가 남긴 흔적을 도서관에 비치 된 시집을 찾아 헤매는 모험 스토리처럼  펼쳐 보였다.

불과 반 세기 전까지 흑인 차별법을 시행했던 미국 사회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행 하고 있는 차별법은  단계별로 시행 되고 있어서 이후에 들어서는 새 행정부에서 완전히 폐기 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어떤 주에서나 적용 할 수 있는 새 차별법이 만들어 질 것이다.

미국에서 아시안계들이 받는 차별을 한국 땅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걱정하고 우려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거침없이 과학 굴기와 압도적인 영토 크기로 전 세계를 위협하며 호령 하는 중국이 가장 만만하게 보는 상대국은 대한민국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소멸이 일어나고 있는 한국에서 외국인 인구층의 다수를 차지 하고 있는 인종은  중국계들로 중국인 부모를 두고 있는 자녀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해서 한국 정부의 중요 기관에 취직해서 기밀을 빼돌리는 사건이 비일비재 하게 발생하고 있다.

관광객으로 위장한  10대 후반, 20대 초반 중국 청년들이 한반도 내  군사보호시설에 몰래  사진을 찍거나  높은 곳에서도 선명하게 찍히는 드론으로 국가 주요 시설을 찍고 있다.

 2023년 6월 중국인 유학생 3명은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작전기지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무단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야산에서 드론을 띄우는 중국계를 잡아서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분석하면 그 안에 들어 있는 사진과 영상이 모두 국가주요시설물들 뿐이다.

이런  혐의로 잡힌 중국인들에게 한국 법 처벌은 고작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2개월 정도 출입국 금지를  내리는 솜방망이 처벌만 내리고 있다.

한국 정부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는 동안  중국인들은 입을 맞춘 듯 '호기심에 찍었다' '경치가 좋아서 찍었다'고 둘러대면 이들은 과태료를 내고 풀려나서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출입국 금지가 해제 되면 언제든지 한국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보이스 피싱, 딥페이크, 금융 해킹 사고의 배후에는 거대한 중국이 있고 전 국민의 주민번호가 수차례 탈탈 털릴 정도로 국가와 기업의 안일한 법망과 보안 시스템은 너무 허술해서 전 세계 해커들에게  한국 통신망은 가져 갈 것이 많은 호구가 되었다.

한국에서 성실하고 착실하게 살아가는 중국계들도 있겠지만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조선족 칼부림에 한국민이 희생 당하고 있다.

중국의 검은 세력들이 한국 사회 곳곳에 잠입해 있어도 마땅하게 처벌할 법도 없는 한국은 근 미래 시대에 국가의 존립 마저 위협 받는 지경에 이를지 모른다.

전 세계 대륙을 넘나들며 광범위하게 식민지를 넓히며 현지인들을 착취하고 말살 시킨 백인 국가들은 국가의 존립과 기강을 위해 외국인과 내국인을 구별해서 촘촘하게 차별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민의 삶을 위협 하고 있는 마약과 갱단을 미국 밖으로 몰아 내고 있고 이는 대다수 미국인들이 찬성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 보다 국적을 취득한 중국계의 인권을 더 중요시 하고  개인정보 보호는 소홀히 하는 사이 중국 대사관은 서울 중심 용산에 노른자 땅을 대거 사들였다.

정부는 이 또한 제재 할 방법도 법령도 없다며  중국 눈치만 보고 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인이든  관광하러 온 중국인이든 법을 어기면 이에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인의 삶의 터전도 생명도 위협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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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교황의 선종 소식을 접한 로렌스 추기경은 바티칸 수도원을 지나 황급히 교황이 머물던 숙소로 간다.

세계 각지에서 갑작스런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들은  추기경들은 애도를 할 새도 없이  교황의 죽음을 알리는 메시지를 어떻게 낼 것 인가를 두고 머리를 맞대고 교황청은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준비에 들어간다.

새로운 권력의 선출을 위한 작업을 시작한 교황청은 로렌스 추기경을 콘클라베 선거 단장으로 추대 하고 로렌스는 교황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뒤로 한 채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선거 ‘콘클라베’를 빠르게 추진한다.


누런 불빛 아래 거울을 보니 잿빛 얼굴 여기저기 반점이 가득했다. 부디 계시라도 있기를, 내게 힘을 내리시기를. 승강기가 덜컥하며 멈췄는데도 위장은 계속 올라가는 것만 같았다. 결국 손잡이에 의지해 중심을 잡아야 했다. 교황의 즉위 초기 함께 이 승강기에 탔을 때였다. 대주교 둘이 들어오더니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주님의 대리자를 직접 마주하자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교황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걱정 말고 일어나시게나. 나도 늙은 죄인일 따름이라네. 그대들과 마찬가지로······

-로버트 해리스의 <콘클라베> 중에서

 

작은 어촌의 일개 어부에서 교회의 반석이 되었던 베드로 사도로부터 시작된 교황이라는 자리가 지금껏 2천년의 시간을 넘어 면면히 이어져왔음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며 그것이 실로 가톨릭의 신비가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과거의 교황들은 유럽이 중심무대였으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오늘날의 교황만큼은 아니어도 많은 역량이 요구되는 자리였음은 분명하다.

-존 줄리어스 노리치의 <교황 연대기> 중에서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추기경들이 모여 교황을 선출하는 제도인 ‘콘클라베(Conclave)’는 라틴어로 ‘함께’라는 뜻의 ‘cum’ 과 열쇠라는 뜻의 ‘clavis‘ 에서 유래한 말로 ‘열쇠로 잠근 방’을 의미한다.

1274년 교황 그레고리오 10세가 칙서를 통해 “추기경단은 외부와 격리된 방에서 교황 선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명문화하면서 교황 선거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교황이 사망 하면 가장 먼저  그의 반지를 부수고 방을 봉인하고 투표 용지 보존을 위해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한다.

1492년 교황 인노첸시오 8세 선종 이후 이어져 온 콘클라베의 투표권은 교황 선종일을 기준으로 만 80세 미만인 전 세계 모든 추기경이 갖는다. 별도의 입후보 절차 없이, 투표권을 가진 모든 추기경이 후보가 된다.

 3분의 2 이상 득표하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바티칸 교황 관저에 있는 시스티나 경당(작은 예배소)에서 투표를 반복하는 동안 투표가 종료될 때마다 굴뚝에 피우는 연기의 색깔로 결과를 알릴 뿐 콘클라베의 모든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콘클라베 기간 동안 투표에 참가하는 추기경들은 교황청 내 방문자 숙소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숙식을 하고  공정성과 보안을 위해 인터넷 접속이나 뉴스 시청도 철저하게 제한 당한다. 

투표가 종료될 때마다 굴뚝에 피우는 연기가  흰색이면  선출 성공,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면  실패라는 의미다. 교황 선출에 성공하고 당선인이 즉위를 수락하면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새 교황을 얻었다)”이라는 공식 선언이 나오고 새 교황의 즉위명(名)도 발표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향년 88세의 일기로 4월 21일 선종 하셨다. 

젊은 시절 폐의 일부를 제거했고, 고령에 여러 차례 건강 문제를 겪어왔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14일 호흡곤란으로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한 뒤 폐렴·신부전증 치료를 받다 38일 만에 퇴원했으나, 부활절인 지난 20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2층 발코니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도들을 향해 “부활절을 축하한다”고 말씀이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이 되었다.

2000년 가톨릭 역사에서  이탈리아의 울타리를 벗어나  유럽 출신이 아니라 남미 출신이였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각별한 의미가 있는 인물이다. 

 일반 사제가 아니라 수도회(예수회)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랜 수도와 묵상을 통해 일구어낸 영성가의 눈으로 이전 교황들이 교리와 제도에 묶여 주저주저하던 사안에 대해서도 과감한 개혁과 파격적 메시지를 내놓으며 격식보다는 본질을 중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결혼이나 미혼 출산에 찬성하진 않았지만 이들을 차별하는 것은 비판했고 수녀 대상 사제 성폭력을 인정하며  성직자의 성범죄를 엄중하게 다루기 위한 규율 부서를 따로 두었다.

 2023년 4월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로 여성과 평신도에게도 주교회의(시노드) 투표권을 부여 했고 차관 이상 고위직에 여성 신자와 수녀를 임명 했다.

이 모든 개혁은  가톨릭 역사상 최초로 시행 된 것들로 2020년 11월 교황은 재무 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교황청의 핵심 부서인 국무원의 교회 기금 관리 기능을 박탈 시키고 1500억원이 넘는 영국 런던 첼시지역 고급 부동산 매매 비리 사건에 연루된 조반니 안젤로 베추 추기경을 2020년 9월 교황청 고위 직책에서 경질 시켰다.

청빈과 순명의 상징인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성인’을 교황의 명칭으로 처음 사용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도 난민이였다며 이민자와 전쟁 난민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내며 마지막 까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보듬었던 교황이였다.

콘클라베 선거권을 갖고 있는 전 세계 80세 이하 추기경들이 바티칸에서  교황 선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영화 <콘클라베>의 비밀 투표 과정에서 드러나는 여러 사건은 교회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대변 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진영 후보로 대표되는 교황 예비 후보들의  진실과 거짓의 가면이 벗겨 질 때마다  성추문, 매관매직, 인종 문제,동성애와 낙태, 그리고 여성의 인권 같이 현실 사회에서도 문제로 지적된 교황청의 비리들이 후보자들의 추문과 연결되면서  유력했던 후보가 바닥으로 추락하기도 하고, 눈에 띄지 않았던 후보가 급부상하기도 한다. 

투표 당일, 미켈란젤로가 그린 유명한 천장이 있는 시스티나 성당은 물리적으로 봉쇄되며, 비밀 서약을 한 80세 미만 추기경들은 자신이 선택한 후보자에게 비밀리에 투표하고, 투표용지에 이름을 쓰고 제대 위 성배에 넣는다.

 세례를 받은 남성 로마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교황 후보자 자격이 있지만 철저하게 비밀 선거에서 선출 된 선출된 교황 266명 중 대다수가 유럽 출신이다.

13세기에는 약 3년, 18세기에는 4개월이 걸린 적이 있었던 콘클라베에서 교황 선출에  필요한 3분의 2를 얻는 후보자가 없으면 하루에 최대 4번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 되었던 콘클라베에서는   약 24시간 동안 5번의 투표를 진행되었다.

개표가 완료되면 바티칸 소방관들은 미리 설치한 시스티나 성당 내부의 첫 번째 난로에서  투표 용지를 태우고 두 번째 난로는 화학물질을 연소시켜 굴뚝을 통해 외부로 연기 신호를 보낸다. 

검은 연기는 새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음을, 흰 연기는 새 교황이 선출됐음을 의미한다.
 

영화 <콘클라베>에서 바티칸에 모여든 추기경들을  먼 거리에서 희미한 붉은 점처럼 보여준다.

콘클라베 선거 단장을 맡은 로렌스 추기경이 내려다 보고 있는 추기경들은 모두 머리에 빨간 모자를 썼지만  관객들은 새 교황을 선출 하기 위해 모여든 추기경들이  어떤 피부색을 지녔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구체적인 얼굴 모양새도 체형도 알 수 없다. 

비밀 투표가 진행 될 수록  진보와 보수 진영 후보 사이의  조용한 음모와 암투극이 점점 더 날카롭게 충돌하면서  가장 신성한 공간인 비밀의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에 모인 추기경들의 인간적인  얼굴의 민낯이 드러난다.

살아 생전 교회의 개혁과 변혁을 추진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 환대와 이혼 및 재혼자의 영성체 문제 등을 놓고 교회 내 보수파와 갈등을 빚으며 개혁을 마무리 짓지 못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남한과 북한으로 갈라져 있는 지구촌 분단의 현장에서 세상을 향해 용서와 사랑의 메시지를 설파했다.

평소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실천했던 교황의 모든 실천의 뿌리는 오직 하나, 예수 그리스도였다.

추기경이 되고 나서도 고급 승용차와 개인 기사를 두지 않고 일반인들이 타는 버스와 지하철을 탔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총에 맞아 죽거나 에이즈에 감염 될 수 있는 빈민촌을 찾아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삶을 보살펴 주었던 빈민가의 교황이였다.

신을 믿는 자에게도 믿지 않는 자들에게도 깊은 사랑과 영성을 주고 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용서야말로 화해에 이르는 문이라는 말씀을 남기고  하느님 곁으로  가셨다.


 출처: 바티칸 교황청 

2025년 5월 8일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로 선출되었다.

현재 교황청 주교부 장관을 맡고 있는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Robert Francis Prevost, O.S.A.) 추기경은 미국 시카고 태생에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일원이다. 

 사제 서품 후 오랜 기간 페루에서 사목 활동을 펼치셨던  레오 14세 교황은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13세 교황(재위 1878-1903)을 계승한다는 의미 새 교황명으로  '레오'를 선택 했다.

1810년 이탈리아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교황 레오 13세는 1837년 사제 서품을 받고 1841년까지 교황령이였던 이탈리아 베벤토와 페루자 총독을 겸임했다.

 교황청 소속 외교관으로도 활동했던 교황 레오 13세는 1878년 콘클라베에서 투표 3번 만에 교황으로 당선되었다. 

귀족 가문 출신 답게 매우 보수적이면서도 19세기 산업 혁명기에 불어 닥친 노동과 인권 운동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었던 교황 레오 13세는 노동자의 정당한 임금과 인간다운 노동 조건 보장의 필요성, 노동조합 설립 권리 인정, 사유재산의 권리를 인정하되 '공동선'을 위한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교황을 지지하는 노동자들과 그를 반대하는 세력들 사이에서 대규모 충돌과 시위가 일어날 것을 우려 해서 시스티나 성당에 격리된 채로 교황으로 즉위 하도록 하였다.

교황으로 당선 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68세로 93세까지 교황직을 유지 했던 레오 13세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을 장려하고 교황권의 우위와 중앙집권화를 고집했으며, 교황청이 잃어버린 세속적 주권을 회복 하려 했고  사유재산을 부정하고 모든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하자는 사회주의 이념을 강하게 반대했다. 

지난해 10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황 레오 14세는 "주교는 자신만의 왕국에 머무는 작은 왕자여서는 안된다"며 "사람들에게 다가가 함께 걷고, 고난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미션에서 신부와 사제들이 포르투갈 군대에게 목숨을 잃고 난 후 정치적 논리로 원주민들의 죽음에 무관심했던 당시 교황청 소속 추기경은  혼자 살아 남아 이렇게 말한다.

"사제들은 죽고 나만 살아남았지. 하지만 실제로 죽은 것은 나고, 산 것은 그들이야. 그것이 그들의 정신이니까. 그리고 그 정신은 영원히 살아남을 걸세." 
 

 레오 (Leo)는 라틴어로 ‘사자’를 의미한다. 

혼돈의 세상에서 새 교황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을 이어가면서도 포용과 사랑으로 서로 다른 세계에 다리를 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희망은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을 수 있는 가장 거룩한 선물입니다.

-교황 프란치스코(1936=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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