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일 소설 <굿바이, 부다페스트> 첫번째 에피소드 '비밀의 사제관'을 쓰기 시작했다.
-제 1화 비밀의 사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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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9일 투비컨티뉴드의 여름 공모전 '50일의 썸머'에 응모 했던 첫 소설 <그 해 여름의 수수께끼>를 쓰기 전까지 창작 소설은 단 한번도 써 본 적이 없었다.
<그해 여름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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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시절 BBC라디오 드라마를 즐겨 들었을 때 재밌게 귀로 들은 추리물과 미스터리 물을 단막극 형식으로 써 보았지만 쓰다 보니 유명 스릴러와 서스펜스 작가들 작품의 플롯을 고스란히 베끼고 있는 내 자신이 우스워서 그만 두었다.
창작은 어느 날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서 유려한 문장으로 입체감 넘치는 인물들이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처럼 쓸 수 있는 사람들은 신의 세계에 살고 있는 영적인 존재라 생각했다.
화가 삼촌의 모습을 보고 자란 나는 어린 시절부터 허구의 세계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창조하는 작가들과 예술가들을 끊임없이 동경 해 왔다.
태생적으로 예술가가 아닌가라는 착각에 빠져있었던 몽상가 였지만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가난한 화가의 길을 가는 삼촌의 모습을 한편으로 존경 하면서도 도저히 그렇게 살 자신이 없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그림을 그리고 피아노를 치고 발레를 하고 여러 악기를 연주 하며 예술 학교에 입학하려고 부단하게 콩쿠르 대회를 준비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부러워 하며 곁에서 열심히 격려와 응원만 했다.
가지 못한 길, 고집스럽게 선택하지 못한 그 길에 대한 미련으로 사는 동안 항상 예술의 주변을 배회 하며 종류와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전시가 열리는 곳 마다 새로운 작품이 출간 될 때 마다 유명 작가들이 추천하는 고전 작품이나 불후의 명작 리스트를 작성해서 평생 독서 계획을 세워나갔다.
학교 재학 시 만 권, 졸업 후에 사회인이 되어 만 권 그리고 창작 플랫폼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방 두개를 차지 할 정도 분량의 책을 읽었다.
전투적으로 치열하게 읽고 또 읽었고 활자에 굶주린 듯 읽고 또 읽었다.
우울에 바닥에서 마음을 추스리지 못할 때도 읽었고 작은 성취감과 희열에 사로잡혔을 때도 읽고 또 읽었다.
왜 이토록 많은 책을 읽는가?
책을 읽는 다고 해서 내 삶이 달라지고 이 세상이 다르게 보일까?
쓰는 삶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던 작가 폴 오스터는 이런 말을 남겼다.
흔히들 인생은 책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가령 1페이지에서 삶을 시작한 주인공이 204페이지 정도에 죽고나면 책을 덮기 너무 아쉽다. 다른 책을 펼치면 이 책에 살고 있는 주인공은 926페이지에 걸쳐 꽉 찬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난다.
그렇다면 내가 쓰는 첫 페이지는 몇 페이지에서 주인공이 죽게 될까?
인물을 상상하고 세상을 창조하는 동안 나는 어제와 달리 더 생생하게 과거의 시간을 기억하고 오늘 쓰지 못했던 이야기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던 그 이야기 속 그 남자의 미래가 내 손에 의해 달라지는 걸 경험하는 순간 내 앞의 미래의 시간이 달라져 버렸다.
-폴 오스터
창작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결심하고 나서 대가들의 작품의 첫 장, 첫 문장을 읽자 마자 잔뜩 주눅이 들었다.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 고만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 모든 것이 있었고, 우리 앞에 아무것도 없었다.”-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이상의 <날개>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이상의 <신화>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강신재의 단편 ‘젊은 느티나무’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김훈의 <칼의 노래>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의 <설국>
“4월, 맑고 쌀쌀한 날이었다. 괘종시계가 13시를 알렸다.”-조지 오웰의 <1984>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카프카의 단편 ‘변신
대가들의 첫 문장을 읽자마자 잔뜩 주눅이든 나는 유명 작가들과 창작 수업을 여러 해 동안 진행 해온 유명인들이 쓴 창작 비법,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마치 신비한 마법의 기운이 담긴 돌을 수집하듯 창작론에 관한 책탑을 쌓아가면서 이들의 조언을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소설 쓰기,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소설과 이야기는 어떻게 다른가
소설은 실패자의 기록이다
나 자신이 가장 훌륭한 텍스트다
소설을 창작하는 작가라는 사람
등장인물을 창조한 조물주
현실과 소설, 두 개의 삶을 사는 사람
이 사회에서 작가란 어떤 존재인가
-작가로서 가져야 할 자세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여기 까지 읽고 나서 다음으로 넘어가자 어느 작가가 이런 조언을 했다.
나의 글쓰기 목표는 무엇인가
글쓰기 목표를 정하라
무엇을 쓸 것인가
나는 무엇을 쓰고 싶어 하는가
소재는 내 속에 있다
쉼 없이 책을 읽으면서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엇을 쓸 것인가?
나는 무엇을 쓰고 싶어 하는가?
가장 먼저 시대와 장소, 인물을 정해 놓고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다.
고치고 다시 쓰기를 하는 몇 시간 동안 첫번째 에피소드를 완성했다.
그 다음 두 번째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때 도저히 다음 편을 써나갈 자신이 생기지 않아서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의미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정확한 문장을 써라/지문과 대화로 감추기와 들추기를 변주하라/과장된 묘사와 장황한 설명을 하지 말고 그려서 보여주어라/인물들이 겪은 사건에 영향을 받아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줘라.
2024년 2월 1일부터 쓰기 시작한 <굿바이, 부다페스트>의 시대 배경과 상황은 1914년 유럽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의 부유한 가문의 '이슈트반 저택'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을 세대와 인종, 그리고 계급별로 나눠서 씨줄과 날줄로 엮어 내고 있다.
<굿바이, 부다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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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부다페스트>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장군 죄르지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태자 루돌프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
어머니 시시황후의 영향으로 헝가리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했던 황태자 루돌프는 보수적이고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 하는 황제 아버지와 달리 진보적인 사상으로 시대를 앞선던 선구자였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은 절친이였던 장군 죄르지의 인생을 송두리채 흔들어 놓았고 어느 날 후계자 자리에 올라간 사촌 동생 페르디난트 대공이 펼쳤던 평화적인 외교는 1914년 6월 28일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민족주의 단체 「젊은 보스니아」(Mlada Bosna)에 속한 19세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쏜 총에 허무하게 무너져 버린다.
<굿바이, 부다페스트>에는 20세기 초 격변의 시대에 세대와 인종, 계급을 대표하는 인물들 중에서 역사에 실존 했던 인물과 내가 창조한 허구의 인물들이 함께 살고 있다.
조상 대대로 귀족 가문의 아이들, 사회적 지위가 없는 여성들, 하녀와 하인들, 부패한 공무원과 관료들, 사회적 지위 상승을 꿈꾸는 유대계들, 피 땀 눈물을 흘리는 노동자들, 민족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사상가들, 계급의 차별과 부의 평등을 위해 싸우는 아나키스트들, 제국의 영토를 넘보는 스파이들과 테러리스트들이 비록 역사에 이름을 새기지 못했지만 내가 창작한 <굿바이, 부다페스트>에 살아 숨쉬고 있다.
제국의 황제 요제프는 모든 것이 유지 되길 바랬다.
그의 아들 황태자 루돌프는 모든 것을 바꾸어야만 제국의 평화와 질서가 유지 된다고 믿었다.
1914년 세계는 수 세기에 걸쳐 유지 되었던 계급과 질서가 요동치며 민족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열망이 들끓어 올랐다.
세상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자가 있는가 하면 하루 하루 성실하게 자신의 삶의 울타리 안에서 살았던 사람들도 있었다.
역사적 사건 속에 다양한 인물들의 삶이 투영된 <굿바이, 부다페스트>는 정치적 사회적 사건들이 개개인의 삶에 중첩되어 펼쳐진다.
누군가는 격변의 시대에 편승하고, 누군가는 개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누군가는 전복 시키기 위해 총을 꺼내 들었다.
격변의 시대에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 남는다.
2024년의 시간을 지나 2025년 1월, <굿바이, 부다페스트> 제 1부 50회를 완성했다.
AI시대에 나는 머리와 손으로 홀로 플롯을 짜고 배경을 설정하고 각각의 인물들에게 영혼을 불어 넣는 동안 처음 작품을 올릴 때부터 꾸준히 말없이 응원해준 구독자들 덕분에 50회까지 쓸 수 있었다.
나에게 집필 공간도 집필을 구상하는 노트도 출간을 준비 하기 위해 쓰는 원고도 없다.
하루 반 나절은 국가의 꼬박 세금을 내는 사회인으로 살고 퇴근 후에는 글 쓰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
나에게 하루 중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단 몇 시간 뿐이다.
누군가에게 소설을 쓰고 있다고 이야기 하면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소설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매주 목요일에 한 편씩 올리는 동안 출퇴근 이동 중에도 출장 중에도 업무가 끝난 후에도 쉼 없이 머릿 속으로 플롯과 스토리를 엮어 나갔다.
그렇게 쓰고 또 쓰는 동안에 어느 새 나는 쓰는 인간으로 진화 했다.
2025년 1월 9일 <굿바이, 부다페스트> 제 1부의 마지막 50회 '새들의 힘겨운 날개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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