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찬타 2003-11-07  

하루 지난 독서일기11
아멜리 노통의 <시간의 옷>을 결국 집어 들었다.
어제 집에 가는 길에 읽을 거리를 찾다, MBC 느낌표에도 선정된 <백범일지>을 들고 가며 40쪽 정도를 읽었는데, 아직은 약간 부담스럽다. 빽빽한 편집에 작은 글씨. 400쪽도 넘는 분량 때문이다.
그리하여 오늘 아침엔 조금 망설이다 노통의 책을 집어 들었다. 어차피 몇 달 전부터 읽어야지, 생각만했던 책이 아니었던가.
그리하여 첫 페이지를 넘기는데, 아휴~ 역시나 노통이다.
노통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발랄한 대화체.
거기에 폼페이가 화석화된 이유가 미래 고고학자들의 의도된 장난일지도 모른다는 기발한 의혹으로 시작되는 소설.
더 읽고 싶은데, 일이란 걸 해야 해서리..
잠시 멈추고 퇴근 시간을 기다려야겠다.
 
 
 


찬타 2003-11-06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속에서 묶여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한편 여러가지 모양으로
우리 마음을 산산히 흐트려 놓는다.
욕망의 대상에는
서로 다투는 철학적 견해를 초월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도달하여
도를 얻은 사람은
'나는 지혜를 얻었으니
이제는 남의 지도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알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말고,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의 유희나 오락
혹은 쾌락에 젖지말고
관심도 가지지 말라.
꾸밈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속의 다섯가지 덮게를 벗기고
온갖 번뇌를 제거하여 의지하지 않으며
애욕의 허물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빨이 억세고 뭇짐승의 왕인 사자가
다른 짐승을 제압하듯이
궁벽한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애착을 없에는 일에 게으르지 말며,
벙어리도 되지말라.
학문을 닫고 마음을 안정시켜
이치를 분명히 알며 자제(自制)하고 노력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최고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 정진하고
마음의 안일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며
용맹정진하며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비와 고요와 동정과 해탈과 기쁨을
적당한 때를 따라 익히고
모든 세상을 저버림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욕과 혐오와 헤맴을 버리고
속박을 끊어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찬타 2003-11-04  

하루 지난 독서일기 10
어제는 송언 선생의 <선생님, 쟤가 그랬어요>를 다 읽고 알라딘에 리뷰를 올렸다.(그제였나? ㅠ.ㅠ.)
그리고 나선 다시 읽을 거리를 찾아 이것저것 찾다, 송언 선생의 글과 같은 컨셉의 보리에서 나온 윤태규 샘의 <선생님, 나 집에 갈래요>를 읽었다. 송언 선생 글의 여운이 깊어 괜찮은 책인데 재미없게 읽혀 책에 저쪽에 잠시 모셔두기로 했다.
그래서 다시 읽다만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마저 읽기로 결심했다. 중간 부분부터 읽는데도 여전히 재밌다. 중간중간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나 작가들에 혹독한 비평가들에 대한 비판도 재밌고, 소설이란 플롯을 구성하고 스토리를 덧붙이는 게 아니라 이미 어딘가에 있을 소설을 작가가 신내림받듯 줄창 써대는 거란 스티븐의 이야기가 재밌다.
후진 작가, 괜찮은 작가, 훌륭한 작가는 절대로 바뀔 수 없다는 스티븐은 후진 작가들의 노력여하에 따라 괜챃은 작가까지는 될 수 있지만, 훌륭한 작가는 정말 타고난다고 못을 박아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소설을 쓰기 위해선 한 단어부터 차곡차곡 써내려 갈 수밖에 없다는 말, 하루 2000단어씩을 꼬박꼬박 써대야 한다면 글쓰기 역시 노동(우리는 얼마나 글쟁이들에 대한 환상에 젖어 있었더가..)임을 말하는 스티븐이 이쁘게만 보인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도 하루 2000단어 씩의 꼬박꼬박 써 보면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욕망이 불쑥불쑥 솟아난다.. 큰일이다.
아무튼 천재성 어쩌구 운운하느니, 이렇게 괜찮은 작가는 결국 노동의 산물이라는 이야기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읽으면서 내내 유쾌하다.
 
 
 


ceylontea 2003-11-03  

찬타님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은 출근하는데 바람이 몹시 많이 불더군요... 바람의 세기만큼 춥지는 않았지만...
지난주는 교육을 너무 많이 받아서...정신이 없었답니다.
그리고 팀장님이 내주신 숙제를 대충 마무리 해놓고(언제 불려가 불호령을 맞을지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동안 바빠서 들르지 못했던 서재도 가보고, 글도 남겨보고 합니다.
찬탐님 서재는 와서 독서일기만 보고 가고.. 드디어 오늘 맘을 먹고 글을 남깁니다...
음... 아래 글을 읽다보니.. 출판사 다니시는 것 같은데...
어느 출판사냐고 여쭤도 실례가 되는 것은 아닌지.. ^^

<메모의 기술>이라.. 꼭 기억했다 읽어봐야겠네요..
나이가 먹을수록 기억력이 나빠져서.. 적지 않으면 안된답니다...

찬타님 얼마 안남은 가을 마음껏 만끽하세요.. ^^
 
 
찬타 2003-11-03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모의 기술> 저는 재밌게 읽었어요.. 대부분의 실용, 자기계발 책들이 별 얘기 아닌 것들을 설명 듬뿍 담아 지루함 때문인지 제목 훑고 서두 부분 쬐끔 읽다 끝내기 일쑨데.. 이 책은 마치 메모에 약간의 설명만 덧붙여 만들어낸 책인 듯 내용이 꽤 컴팩트하네요..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내게 도움이 되는 책, 읽고 나서 뭔가 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만드는 책은 좋은 책이라고 딱지 붙이기로 했어요.. 실론틴님에게도 돔이 되길..
& 제 소속은 님 방명록에 적어 놨어염~
그럼 즐겁고 유쾌한 하루 되셔요~
 


찬타 2003-10-31  

하루 지난 독서일기9
1.
<메모의 기술>을 모두 읽었다.
역시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책이다.
이 책에 나온 내용 가운데 내가 해 볼만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를 무작정 실행에 옮겨 보기도 했다.
엊그제는 A4 이면지들 중 스탬플러 심이 박혀 팩스나 프린터에 넣기 곤란한
몇몇 종이들을 모아, 반으로 자르고 찝게를 꽂아 탁상용 메모지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모지를 책에 나온 대로 사무실 책상에서 가장 쉽게 손에 닿을 수 있는 오른 손 마우스 패드 바로 위에 놓아 두었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메모에 들어갔는데, 오늘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 오늘 하루 일과와 내일 할 일, 몇 개월간 단기적으로 해야할 일 등을 점검하는 스케줄 메모도 해 봤다.
또 이 책을 읽고 나서 하고 싶은 몇 가지
내 삶에서 되고 싶은 몇 가지
하고 싶은 몇 가지들도 적어 보았다.
확실히 메모하는 동안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불완전한 메모지를 사용하다 보니 하루를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읽고 재정리하는 습관도 들일 수 있을 것 같다.

2,
집에 오는 길에 한치 안주에 생맥주 한 잔을 걸치고
지하철에서 새로운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한 잔의 술로는 취기가 오르지 않으니 40분여를 지하철에서 보내야 하는 나는
종종 재밌는 읽을 거리를 찾아 꼭 들고 탄다.
(내겐 출퇴근 길에 신문은 금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행위지만, 나는 이 귀한 시간에 신문 나부랭이를 읽으며 열받거나 과도하게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두고 싶진 않다. 남는 것도 별루 없는 것 같고, 신문을 열심히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더 삶이 피폐해지고 성격 버리는 동시해 불행해지는 것 같아, 요즘은 뉴스는 가급적 정보만을 전달하는 방송으로 대체하고 좀더 알고 싶은 주제들은 기껏해야 10매 내외의 글을 읽는 것보다, 시간이 좀더 들더라도 인터넷에서 찾아 읽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잡설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오늘 퇴근길에 들고 탄 책은 '송언 선생님이 쓴 초등학교 2학년 교실 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선생님, 쟤가 그랬어요>이다.
좀 늦은 시간, 야근까지 한 덕에 꽤 피곤한 상태였는데도, 용케 휘릭휘릭 유쾌하게 책장이 넘어갔다. 초등학생만의 똘망하고 천진하며 개구스런 교실 모습을 전혀 억지스럽지 않은 발랄함으로 그날그날 기록한 읽기 글이 참 재밌다.
어린 아이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서인지 아이들을 닮은 선생님의 장난스럽고 군더더기 없는 글이 참 담백하게 다가왔다.
모두 읽을 때까지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