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조은 지음, 최민식 사진 / 샘터사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그 자체로 좋은 텍스트는 구질구질한 캡션으로 전락했고
그 자체로 빛나던 이미지는 텍스트 안에 갇혀 버렸다.
그리하여 두 대가의 부적절한 동거의 산물은 <The blue day book>의 아류가 되었다.
글을 읽을 땐 이미지가 말을 걸어 오고
이미 너무 많이 설명되어 버린 이미지는
더 이상 아무것으로도 변주되지 않는다.
좋은 것들의 합이 꼭 좋은 것이 되지 않음을 증거하는 책.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르크의 햇빛의자 - 그림책과 어린이 12
올리버 베니게스 글 그림, 유혜자 옮김 / 계림북스 / 200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엉뚱한 상상의 세계로 이끄는 그림책. 비오는 일요일 한낮,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해의 날에, 햇빛 의자를 타고 우주로 떠나는 에르크의 환상적인 모험담을 담았다. 다소 황당한 상상이긴 하지만, 꽤 재밌다. 지구 사람들은 겉만 보고 판단한다며, 사실 해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뒷편에 다리를 달고 있는 의자라는 요상한 소리를 해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 비룡소의 그림동화 40
요르크 슈타이너 글, 요르크 뮐러 그림, 고영아 옮김 / 비룡소 / 199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타자에게 규정당하며 결국에 가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마는 현대 사회를 풍자한 그림책. 이 책이 대상으로 삼은 초등 낮은 학년에게는 너무 어려워 보이고, 중학생 이상 정도로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랄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한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처음엔 공장이라는 설정, 그 속에 관료화된 사람들, 그리고 놀고 먹는 사람으로 그려진 사장 때문에 다소 사회에 대한 지나친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읽는 대상을 높이 잡으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은 뭔소리인지 이 책의 진가를 알아먹기 힘들 것 같고,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 어른들이 읽으면 딱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며 잠시 회사 생활에 길들여진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내가 원하던 것을 나는 과연 잃어버리지 않고 있는 걸까? 너무 멀리 떨어지기 전에 나를 찾아 돌아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4. 10. 5.
어제밤인지 오늘 새벽인지 에스비에스 무비월드에 바친 9900원의 뽕을 뽑기 위하야, 또 영화를 봤다. 이번에 본 영화는 <디아더스> 니콜 키드먼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는데, 두어 번 시도하다가 그만뒀었다.
드디어 끝까지 봤다. 나는 이 영화가 중세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인줄 알았었다. 아동 학대 등을 연상하면서리... 왜냐면, 음.. 앞의 시작만 보다가 만 적이 많으니까.ㅠ.ㅠ. 불꺼논 내 방, 컴퓨터와 해드셋. 공포물인 줄 알았음 절대 보지 않았을 텐데...
아무튼 니콜 키드먼은 나이 먹어도 꽤 예뻤고, 영화도 재밌었다. 반전도 꽤 괜찮았는데, <식스센스>의 영향인지 이미 반전을 예감하는 바람에 큰 동요는 없었다. 아무튼 재밌게 봤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4-10-05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아더스에 대한 악몽... 만순이가 보고 먼저 모두 귀신이야하는 바람에 흥이 팍 깨졌답니다...

마태우스 2004-10-05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영화, 식스센스 하고나서 얼마 후에 개봉했죠. 그래서 피해를 본 듯.... 저도 별로 안무서웠어요.

찬타 2004-10-05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구나.. <식스센스> 꽤 오래 전에 본 영환데, 그때 개봉한 영화였군요.. 그래도 뭔가 불길하고 두려운 생각은 많이 들었어요.. 불꺼진 방에 해드셋 끼고 공포 영화를 보면, 왠만한 공포물은 다 무셔요..ㅠ.ㅠ.

marine 2005-02-16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아닌데 식스 센스는 99년도 개봉이고, 디 아더스는 2002년도 개봉이예요
 
예술가로 산다는 것 - 숨어사는 예술가들의 작업실 기행
박영택 지음, 김홍희 사진 / 마음산책 / 2001년 10월
평점 :
품절


치열한 예술가의 모습이 담긴 에세이를 상상했다.
물론 그 상상은 한 시간도 채 되지 못해 허물어졌다.

review1.
<편집자 분투기>를 통해 연이 닿은 책. 편집상을 받기까지 한, 꽤 잘 만든 책이라길래, 더군다나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의 전위 예술가들의 작업장을 찾아가 그들의 삶을 담았다길래, 그들의 치열한 삶이 너무도 궁금하여 집어들었다. 그런데 책 속에는 예술가들의 모습이 없었다. 물론 그들의 삶이 녹아 있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다룬다는 건 자신을 죽이고 대상을 살려내는 것. 내 언어를 죽이고 그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글쓴이의 현란한 수사들이 반복되면서 대상은 죽고 글쓴이만 남았다. 그들의 육성은 오간데 없고, 자신의 언어로 필터링된 또 다른 제 3의 인물들만이 화려하게 남아 있었다. 그들의 삶도, 그들의 작품도. 날 것 그대로, 혹은 날 것 그대로에 근접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review2.
앞의 생각에 폭 빠져, 다소 짜증스럽게,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며 책을 읽었다. 책 속에서 다룬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한 편 한 편 토막 토막. 그리고 깨달았다. 선물 포장지의 화려함 때문에, 혹은 이 책을 다룬 과장된 소개 글 때문에, 이 글을 그 틀에 맞춰 읽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은 예술가의 삶을 다룬 책이 아닌다. 글쓴이 박영택 개인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긴, 작가와 작품들에 관한 소프트한 비평서이다. 그래서 중심은 예술가가 아닌 글쓴이인 것이다.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작가들'이랄까.  이 책이 예술가의 삶을 다룬 글이 아니라면, 글쓴이의 회고록의 성격이 강한 글이라면 그다지 싫어할 이유가 없겠다 싶다. 그래서 참 난감하다. 절대 못 쓴 글도 아니고, 절대 가볍게 쓴 글도 아니라서, 혹독한 비판의 칼날을 빠져나가니 말이다.

review3.
이 책은 예술가를 돈도 명예도 삶도 없이 그저 작품 만들기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냥 그려내면서 일반인과 경계짓는다. 글쓴이가 그렇게 단편적으로밖에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 까닭도 있겠고(사실 글쓴이는 이 책에 실린 작가들의 삶을 잘 들여다 보지 못했다.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과 몇 차례에 걸친 인연 뿐이니, 그들이 그의 앞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을 턱은 없다.) 정말 그들이 그렇게 살았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류의 예술가들, 혹은 이런 식으로 예술가들의 삶을 신비화시키고 그런 류의 삶에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들이 높이 평가되어야 할 지점은, 그들이 세속적인 것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땀방울을 흘려대며 작업을 한다는 그 자체이고, 그 속에서 자신을 향해 세상을 향해 말을 건넨다는 게 아닐까. 하여 예술가가 어디에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오지에 살든, 도심 한복판에 살든, 궁핍하든 그렇지 않든은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이다.
생활이 없는 예술가, 내가 경험하지 못하는 삶이니 자칫 경외의 대상으로, 혹은 환상 속에 사는 존재들로 그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지만, 예술이 전시장 안에 갇혀서는 안되듯, 예술가의 삶 또한 그 치열함 속에 생활이 담겨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가족이 없는 사람들, 혹은 가족을 등진 사람들, 자신의 욕망을 실현해 내기 위해 타인을 버려야만 가능한 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소위 말하는 '전위' 예술가들이 싫다. 그들은 결코 평범한 사람들을(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이해할 수 없으니까, 그들과의 어떤 소통의 통로도 단절시켜버린 까닭에.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궁금했다. 그들은 정말 세상을 등지고 사는지, 그들의 관계망을 얼마나 촘촘하게 드려다 보았는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leinsusun 2004-10-2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편집자 분투기> 읽고, <예술가로 산다는 것> 샀는데....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님의 리뷰를 읽으니,
걱정이 앞서는군요.ㅋㅋ
읽어보고 리뷰 올릴께요.
행복한 일요일!

찬타 2004-10-2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도 전에 무신 걱정을..ㅋㅋ
책이란 게 취향에 따라 제 나름대로 나불거리면서 읽으면 되는 거 아닐까요?
즐겁게 읽으세요~ & 행복한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