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그랬어 - 여름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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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마음을 참 정겹게 표현한 책. 시골 동네의 아이가 심심해서 가축들의 우리를 열어 놓고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이야기. 세밀화로 표현돼서 약간 좀 정적인 것이 흠이지만, 평화로운 시골 마을 풍경, 동물들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자신의 잘 못 땜에 야단맞을게 두려운 나머지 울음부터 터뜨리는 아이의 모습에선 '나도 그랬었지..' 하며 공감하게 되는.. 괜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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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와 어린동생 내 친구는 그림책
쓰쓰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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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개월 여조카 세모가 요즘들어 부쩍 16개월된 동생 네모를 꼬집고 할퀴고 물어 뜯는다. 어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타일러도 보고 패기도 하면서 동생을 때리면 나쁜 아이라고, 아직 말도 못하는 아가를 때리면 아가가 너무 불쌍하지 않느냐고 이야기해 보지만, 나아지지 않는다.

고민 끝에 동생과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을 골라 읽혔다. 같이 놀다 잠시 놀이에 몰입해 있는 사이 어디론가 사라진 동생 영이를 찾아 헤매는 순이. 순이의 애타는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영이의 모습이 내겐 꽤 순수하고 이뻐 보였다.
정작 세모는?
동생을 좀 잘 데리고 놀라는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모는 글 속에 나온 기차 놀이 폭 빠져 버렸다.ㅠ.ㅠ.

'치.치.포.포. 치.치.포.포. 이모 이건 모야~?'
얄미우리만치 의도를 벗어난 아이를 보며, 잠시 정말 계몽적으로 말을 걸어 볼까 하다 그만 뒀다. 아이에겐 아이만의 시각이 있는 것.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 보면, 세모도 동생을 더욱 애틋하게 사랑하겠지, 하면서.

그리고 얼마후. [우리교육]에서 현장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 아이들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대화법 강좌를 들었다. 중등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지만, 강의가 끝난 뒤, 강의를 맡은 이명남 샘께 조카들 이야기를 해봤다. '조카 아이가 자꾸 동생을 물고 꼬집고 해요. 정도가 심해서 걱정이에요. 지켜 보니 세모가 놀때 동생이 같이 놀고 싶은 마음에 자꾸 끼어들려고 하는 게 성가신 모양이에요...'

선생님께서는 그렇다면 둘을 떨어 뜨려 놓는 방법이 어떻겠느냐고 했다. 아마도 큰 아이는 나쁜 마음에 동생을 때리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하는 일을 자꾸만 방해를 하니까 성이나서 그런 것일 게라고, 둘을 계속 같이 있게 하면서 큰 아이에게만 일방적으로 베풀라고 하면 아이가 억울해 하고 나중에는 심각하게 동생을 미워하게 될 거란 말씀을 주셨던 것 같다.

그 말씀을 듣고 쪼로록 조카들에게 달려가 네모가 걸리적거리겠다 싶으면 어부바도 하고 껴안기도 하고 새로운 놀 거리를 만들어 주기도 하면서 세모가 네모 때문에 짜증낼 일을 안 만들려고 해 봤다. 결과는 아직까지는 꽤 좋다.

아이들은 어떤 나쁜 마음 때문이 아니라,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이 미칠 때,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폭력을 행사하는가 보다. 질투와 미움으로 얼룩진 어른들의 세계보다는 훨씬 건강한 것 같다.

아무튼 동생을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에 읽힌 당초의 목적을 이루진 못했지만(사실은 문제 설정이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세모는 네모를 사랑하고 있었고, 단지 자신의 불편함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몰랐을 뿐이다.) 즐겁게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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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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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순위에 혹해, 무작정 샀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love you forever'란 원제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진한 사랑 내음이 났다.

얼마전 아빠를 잃은 조카들을 위해 내가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란 이들에게 교양이란 이름으로 풍부한 꿈을 꿀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괜찮다 싶으면 여지 없이 사재기를 하고, 내가 먼저 읽고 조카들에게 읽어 준다.
사고 난 뒤 내가 별로라 생각했던 것들은 아이들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눈치. 내키든 그렇지 않든 일단 읽어 주는데, 읽는 이의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아이들도 점점 내 취향에 물드는 건 아닐까 싶어 약간 걱정이다.

이 책은 아직 조카들에게 읽어 주지 않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기대했던 것에 좀 못 미치는 것 같다. 제목에서는 뭔가 진한 스토리가 이어질 것 같았는데, 자라고 또 자라고 또 자람을 계속하는 아이를 한 걸음 뒤에서 지켜보며 등을 두드려 주는 엄마의 자장가만이 맴돌고 있는 것 같다.
아이에 대한 괘씸함도 구체적이지 않고, 아이를 사랑하는 것도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한다'는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말뿐이다. 한편으로 보면 꽤 따스한 책 같지만 뭔가 알맹이가 쏙 빠진 것 같아 씁쓸했다.

p.s. 두 살배기 아이의 모습은 참 잘 묘사했다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어질러대는 아이의 모습이 짜증스러움만큼이나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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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9
사라 스튜어트 지음, 데이비드 스몰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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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란 책 제목에 끌려 무작정 샀다. 어린이 책인데 읽어보고 조카에게 다시 읽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먼저 읽지 못하고 아이들과 같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무지하게 재미없는 책이다. '엘.리.자.베.스. 브.라.운'이라는 자그마치 여덟 글자나 되는 주인공 이름 땜에 아그들은 이 내용이 뭣인지도 모른채 이름 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손가락으로 여덟 글자의 이름을 세며 읽어나갔는데 이름이 졸라 많이 나와서 환자할 뻔 했다.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무진장 좋아하는 어떤 애가 책 사재기를 하다가 결국 더 이상 쌓을 공간이 없어 마을에 책을 기증하고 도서관 운영자가 된다는 이야긴데, 흐음... 그래서 어쨌다는 건지.. 감동도 없고 지식을 전해 주는 것도 아니고, 환상적이지도 않고... 꽤 어정쩡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왜 이 책에 대한 평이 좋을까. 역시나 어린이 책을 읽는 건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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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사람들
이자벨 시몽 그림, 올리비에 두주 글, 박희원 옮김 / 낮은산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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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산에서 새로 나온 <창밖의 사람들>을 보았다. 아름아름 아는 사람에게서 얻어든 책인데, 조카들에게 읽힐까 말까 고민중이다.

창을 매개로한 세상의 가름. 따뜻한 세상의 창 안 사람들과 차가운 세계의 창 밖 사람들.
이 두 세계를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감으로 대비시키고 그림책에 과감하게 조각을 집어 넣은 구성이 특이하다. 그렇지만, 읽고 나서 떠오르는 단어는 단 하나. '그.래.서.'

어찌 보면 세상을 너무 단편적으로 대비시켜서 따뜻한 곳의 사람들에게 너무 과도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어서 혹은 차가운 곳의 사람들에게 대책없는 연민을 일으키게 만들어서 나는 이 책이 달갑지 않다. 조카가 물으면 어쩌지. '이모 이 사람들은 왜 길거리에서 떨고 있어?'

프랑스에서 무슨 상인가를 받았다는데, 그 상도 어른들이 준 상이겠지. '어린이' 책이란 딱지가 붙은 책을 읽어 내는 건, 내겐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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