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매긴 성적표
이상석 지음 / 자인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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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떤 교단 일기가 좋은 건가,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인가 그 기준이 애매하여 이 책 저 책을 찾아 헤매다 읽게 된 책. 이 글을 읽으며 코끝이 시큰해지고 가슴 한 켠이 찡해 왔다.
이런 감동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국어를 가르치며 글쓰기 연구회에서 열심히 활동하신다는 선생님의 글발에서? 아니다. 무뚝뚝한 부산 사내의 교사됨, 사람됨에서 오는 것 같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담았다는 수사가 붙은 책들은 많다. 그러나 그 사랑과 믿음을 이토록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또 반성하며, 언제나 자신의 자취에 부족함을 느끼며 진솔한 뉘우침과 성실하고 따뜻했던 그의 삶의 밑바탕에서 우러나 쓰여진 책은 그리 흔히 볼 수 없다. 간접 경험이 아닌 자신의 삶으로부터 나오는 경험들, 그리고 이를 함께 사는 삶의 소중함 속에 찬찬히 녹여 이야기 해 내는 이 책은 이 땅에서 교사란 어떤 존재이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다시금 다짐하게 만드는 책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교육 문제 라면 누구나 전문가가 되고 할말 많은 우리 사회에서, 경쟁 이데올로기나 입시 위주의 암기식 교육, 학급 당 학생 수 따위의 구조적인 문제만을 부각시킨 채, 정작 자신의 역할을 잊거나 안주해 버리곤 하는 교사들을 만나면서 겪었던 괴로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제한된 공간 속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아이들을 이해하고 아이들과 나누기 위해 삶의 고단함을 안고 가는 선생의 모습.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반성하고 또 성찰하는 교사의 참삶이 느껴졌다.

흔히 이런 식의 글쓰기가 자신의 허물은 덮어 버리고 작은 일도 큰 일처럼 미화시켜 버리면서 글의 진실성까지도 의심되는 측면이 있는데, 이 글은 촌지에 대한 반성이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휘두른 체벌, 아이들에게 했던 수많은 약속을 종종 어기곤 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이 진솔하게 녹아나 있어 더욱 신뢰가 가게 만든다. 이 땅에 이런 교사들만 있다면, 이란 생각을 갖게 만드는 좋은 책이다.

단, 약간 흠을 잡아 보자면 잔잔하게 감동을 전해 주는 가슴 쨘한 이야기들이 나오다가 책 말미에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하여'라는 글에서 학급에서 했던 10여 가지 학급운영 활동들로 마무리 되어, 그 쨘 했던 감동이 좀 사그라 드는 듯해 책을 덮으며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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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봉식, 똥파리와 친구야 쑥쑥문고 54
김리리 지음, 이상권 그림 / 우리교육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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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왕땅콩 갈비 게으름이 욕심쟁이 봉식이' 왕봉식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별칭이다. 이런 까닭에 봉식이는 엄마, 아빠, 형, 누나, 동생에게까지 언제나 꾸중과 놀림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런 초등학생 남자 아이에 눈에 비친 식구들의 모습은 두 말하면 잔소리! 잔소리장이 엄마, 화잘내미 아빠, 괴롭힘이 형, 불여우 고자질쟁이 여동생(그나마 언제나 부지런하고 봉식이에게 잘해주는 누나에 대한 나쁜 이야기는 없다.)들을 생활 속에서 과장됨 없이 잘 풀어내고 있는 글 같다. 그 각각의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식구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닮아 보려고 하는 봉식이의 모습, 또 그 또래 아이들이 가질만한 잘하고 싶은 맘, 서운함, 시샘 등등의 생각들을 봉식이의 좌충우돌하는 생활 속에서 발랄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

2.
지하철에서 후르륵 읽었는데, 순간순간 재밌다는 느낌은 많이 받았는데,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어른에게만 재밌는 글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맞아 맞아, 나도 그래~'라는 공감 이상의 무엇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을까. 재밌는 책이지만 그닥 남는 건 없다는 결론을 내려 본다. 내가 너무 지나친 교훈주의나 감동주의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자기 검열도 해 보지만, 그래도 책이라면, 줄긋고 싶은 멋진 멘트나 흘깃 소매를 적실락 말락할만한 감동이나 뭔가 삶의 지표를 생각해 보거나 할만한 비판이나 교육적인 이야기, 혹은 발랄한 상상력 중 하나 정도는 충족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3.
이상권 선생의 그림은 참 재밌다. 그냥 예쁘기만 한 그림도 아니고, '아동'에 대한 강박으로 발랄한 색감으로 위장한 것도 아닌 것이, 묘한 매력이 있는 그림이다. 중간중간 챕터가 바뀔 때 흑백으로 그려진 그림이 있는데, 이 그림들이 사실은 제일 맘에 든다. 언제 한번 이 사람에게 일러스트를 부탁해 봐야지..(내가 만들 책들이 그 사람의 그림을 필요로 할지는 의문이지만--;;)

4.
다섯 챕터로 나눠져 있는데 첫 부분에 나온 '까미야, 봉식이 소원 좀 들어줘' 부분이 가장 재밌다. 영어 단어도 외우지 않고 일기장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엄마에게 야단을 맞은 봉식이는 결국 숙제를 다 할 때까지 녀석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요정 고양이 까미'를 못 보게 되는데, 한 맺힌 그 녀석이 숙제를 하다가 잠이 들어 꿈 속에서 까미에게 하루 종일 TV를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고, 소원이 이뤄져 하루 동안 '쇼파'로 변신하여 식구들의 비밀을 엿보게 된다는 그런 내용인데, 어서 본 듯 하기도 하고..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재밌는 상상이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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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못가는 이유 - 제3의 詩 1
장정일 지음 / 문학세계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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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다 읽어버리고 난 후 당혹감을 느끼다. 장정일의 시엔 진한 무거움이 있다. 몸의 기억... 그것을 통해 구상화된 자의식을 드러낸다. 그에게서 풍기는 진한 무거움의 냄새는 그의 삶 내부로부터 온다. 무겁되 어렵지 않고 반항적이되 날카롭지 않은 그의 시는 유희를 위한 시가 아니다. 시인의 눈으로 필터링된 세상. 그것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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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동화로 여는 국어수업
전국초등국어교과 구리남양주모임 쓰고 엮음 / 나라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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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야 ‘교육적’인 것들의 지루함이 느껴지는 책. 교육적으로 언어화시켜인지, 아니면 현직 교사들의 교육활동에 좀 더 친절한 도움을 주고 싶었던 탓에 과도하게 학습지도안의 형태로 엮어진 탓인지, 글쓴이들이 애써 노력한 교육활동들이 다소 재미없게 읽힌다. 학교에서의 활용, 좀 더 편한 교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수업 전략 등을 서술해 내다 보니, 그림책의 원 텍스트에서 느껴지는 책의 재미가 감해지고 있다. 그래서 책과 책을 연결해 주며 읽는 이에게 “원텍스트를 읽어봐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게 만들어 그림책을 학교 교육 현장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저자들의 노력이 다소 그 효과를 거두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다만 텍스트의 특성이나 교육 대상에 따라 여러 가지 활동들을 엮어 내고 있는 것이 참신하다. 그림책의 내용에 따라서 '친구를 관찰한 뒤 관찰일기 쓰기''실전화기 만들기''등장인물이 되어 역할극 하기''전통 탈 만들고 역할 놀이 하기' 등 그림책 내용과 연관지어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어 ‘꼭, 이대로 따라하지 않더라도!’ 교육활동에 대한 풍부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고 있단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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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동화 읽기 쓰기
김슬옹, 또물또 통합교육연구회 지음 / 다른세상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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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이 탄탄하고 본질적인 물음을 제기하는 책을 꽤 오랜만에 만났다. ‘어떻게 하면 즐겁게 책 읽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해서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그간 독서교육이나 책읽기, 글쓰기 교육에서 교사나 학부모들의 과제였다면, 이 책은 그에 앞서 ‘과연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읽는 사람을 당혹케 만든다. 책 읽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읽는가가 중요한 것이며 그보다는 왜 읽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개 ‘창의력’이라든가 ‘상상력’을 키워 준다는 책들이 뭔가 새롭고 기발한 것들에만 집착한 채, 우리에게 왜 창의력이 필요하고 도대체 창의력이라는 게 뭔지, 사고력과는 어떻게 다른 건지, 새로운 것만 생각해 내면 그로써 족한 것인지조차 얼렁뚱땅 얼버무리기 십상인데 비해, 이 책은 들어가기에 앞서 창의력이라는 것을 비판력과 상상력에 견주에 꼼꼼하게 집어 주고 있다.

특히 글을 읽는 데 있어서 맥락 읽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읽는 이와 글쓴이, 그리고 읽을거리 사이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 책은 단순히 글쓴이의 의도만을 파악하여 요점 정리하는 수준으로 글 읽기를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글의 의도가 읽는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필 수 있어야 글의 가치와 의미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떤 책의 가치는 읽는 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게다.

이솝 우화를 비롯하여 동서양의 옛이야기들을 꼼꼼히 살피면서 동화를 분석하고, 그 속에 나타난 사회적 편견 등을 읽어 내며 지금, 내가, 여기서 이 동화를 새로 바꿔 쓴다면 어떤 글이 나올 수 있는지 학생들의 예시 글도 덧붙였다. 시대에 따라 글쓴이에 따라 때론 판타지 동화로, 또 때론 엽기 동화로 변신하는 옛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단, 이 책은 어른용이다. 아이들에게 추천하고자 한다면 안내자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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