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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All Boys Do It - 청소년 Report 1
엄기호 지음 / 우리교육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청소년 리포트' 시리즈는 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청소년 문화 담론이 유행처럼 번져나가면서, 현실에 토대를 두지 않고 외국 이론의 이름으로 '졸속적으로' 행해진 청소년 문화 담론과의 경계를 지우며, 바로 그 문제의식 위에서 기획되었다. 형식은 젊은 연구가들이 심층 면접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십대 아이들의 문화를 생생하게 기록하며 그들의 삶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 시리즈가 말하고 싶은 것은 포르노, 공부, 인권, 매체, 영상 등 몇 개의 테마들을 통해 아이들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삶을 교사와 부모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이들에 대해 판단하고 규정하기 전에 그들의 이야기에 한번쯤 귀를 기울여 보자는 것이다. 이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 바로 <포르노, All boys do it!>이다.
이 책은 더이상 포르노를 보는 것이 낯설지 않은 십대들, 그 포르노를 무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기성 세대(아저씨들의 성문화로 이야기되는)의 이중화된 성문화를 내면화시키고 있는 위험한 아이들에게 학교는 어떤 존재인고 무엇을 해 줄 수 있느냐고 따져묻고 있다. 그 따짐 속에서 필자는 '학교에서 포르노를 가르치자'는 과격해 보이는 주장까지 밀고 나가는데 이 주장은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비춰진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이상 학교는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며, 또 제공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러한 기능은 학교밖 사설교육기관을 통해, 또 인터넷을 비롯한 무수한 매체들을 통해 '훨씬 잘'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학교는 몰하지? 필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학교 밖에서 제공되는 그 정보와 지식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다.(중략) 학교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며, 다른 사람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이 다르다면 왜 그런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찰하게 하는 훈련을 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라고.
'학교 너희들 언제까지 배 깔고 엎어져 있을래?' 하며 마치 학교의 안일함을 질책하기라도 하는 듯, 필자는 너희가 기존의 지식과 정보나마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면, 그것을 보는 눈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라고 한다.
여기서 또 괜찮은 설명 하나. '중세와 전기 근대에 학교의 기본적인 역할은 근대 시민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덕목을 가르치고 '먹고 사는 데 필요한' 기술을 습득시키는 것이었다. 학교 자체가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는 공간이었고, 학교를 제외하고는 최신의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이것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이제는 지식과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 학교 안이 아니라 학교 밖이다. 하다못해 입시 준비만 해도 학교는 학원과 과외에 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는 여전히 구태의연한 지식과 정보를 다루고 있고 규번화된 담론만을 재생산하고 있다. 이것이 최근의 '학교의 위기'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 중의 하나다.'
나름대로 명확하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는 글. 아직 구체화되기 이전의 대안이긴 하지만 학교의 역할까지 되묻고 있는 이 건방진 책이 난 참 맘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