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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가 온다 ㅣ 우리문고 5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경연 옮김, 유타 바우어 그림 / 우리교육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오스트리아의 아동청소년문학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라는, 꽤 이름 외우기 힘들 법한 사람이 유능하고 지혜롭고 늙수그레한 개를 앞세워 사회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은 책이란다. 이렇게 책 소개를 먼저 적는 이유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책소개가 꽤 재밌었기 때문인데, 누군가에게 읽고 싶다는 욕망을 불어 넣어준다는 건 역쉬~ 고마운 일이다. 물론 읽고 나서 결과가 만족스럽다는 전제하에서만!
일단 이 책을 읽은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조쿤!'이다. 한 번 더 생각해서 이야기 한다면 '정말 괜찬타!'는 결론. 읽는 내내 판형이나 글자 크기, 글줄의 길이나 여백이 꽤 읽기 편한 형태인 같단 생각을 했다. 손이 좀 작은 편이어서 그런지 보통 책을 읽을 때의 그... 손 절임도 없고... 게다가 책 자체가 거의 대화체여서 걸어 다니면서 읽는 데도 큰 불편함이 없었다. 아쉽지 않을 만큼의 페이지 수도 좋고... (이러다 내용 얘기도 할 수 있을까... 쩝~! 이제 본격적으로 책 야그를 이제 시작해 봐야겠다.)
'동물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는다.'는 책소개와는 무관하게 나는 넓은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났던 그 개가 역시 '집이 최고야~'하면서 다시 돌아온다는 이야기구나, 하면서 그냥 단순하게 책장을 덮었다. 마치 주인공 개가 한 편의 로드 무비를 찍고 돌아와 '집 떠나면 고생이여~' 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워낙 구차니즘에 물든 성향 탓에...)
그러면서 집으로 다시 돌아온 그 개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봤다. 마치 파랑새는 ‘지금, 여기에’ 있다는 해묵은 이야기처럼, 그 개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돌아와 ‘넓은 세상? 그거 별거 아냐~, 작은 마을의 허름한 집이나 큰 도시의 빌딩 숲이나 쎔쎔이야~’라고 말하고 있는게 아닐까.(물론 그 단순소박한 깨달음도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난 뒤에야 알게 된다는 설정 자체가 아이러니한 것이긴 하지만.)
근데 한 번 더 머리 굴려 생각해 보니... 모랄까... 이 책은 읽는 사람(애들?)한테 일종의 선택을 요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엔 작가가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어떤 일을 해도, 사회라는 곳은 말이지.. 냉험해.. 규칙을 어기면 사회는 너희들을 편히 살도록 그냥 놔두지 않아.. 기냥 아웃이쥐~'라고 위협하는 것처럼 들렸는데.. 이크.. 그 개가 그 넓은 세상을 누비며 잃은 것만큼 얻은 것도 많다는 생각에 이르고야 말았다..
그러니까 그냥 쓱~ 보기엔 그 개 나름대로는 좋은 일이란 것들을 많이 해 놓고도 경찰에 쫓기는 아주 질나쁜 도망자 신세가 됐지만, 이에 비례해서 일을 저지르는 순간마다 그 개는 물론 만나는 이들까지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그뿐인가?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진정한 친구까지 생기고...
그렇다면 이 책은 사회 문제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책이라기 보다는 '사회는 이래, 근데 넌 어떻게 살래?'하며 아이들에게 선택을 요구하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란 게 아닐까?
'사회엔 제약이 많아. 그렇지만 어떻게 살아갈지는 니 선택에 달려있어.' '이렇게 살면 안정되고 편안하지만 지루하게 살게 되는데 어때, 이렇게 살아 볼래? 싫어? 아님 좀 위험하고 잃는 것도 많지만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살 수도 있어.. 어때 그렇게 살아 볼래?'라는 듯이...
어느 한쪽의 삶이 우월하거나 올바르다고 말하지 않고, 세상이란 데가 다 그렇지 모, 하는 식의 냉소에 찬 회의도 느껴지지 않고... 그 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그 개의 이야기... 어떤 삶도 강요하지 않아서, 그리고 적어도 그 개가 행복해 보여서 좋았다. 사회 문제를 아무리 유쾌, 상쾌, 통쾌하게 비판해 낸다 해도 어떤 이의 행복한 삶을 엿보는 것보다는 즐거움이 덜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