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작은 책방이지만 나름 책방 쥔장인데 작가님께 책을 선물받았다. 작가님 사인을 받으려고 내 책까지 주문해서 간직하고 있었는데 왠일인지 손사래를 치셔서 사인해줄 여력이 없으신가 보다 했더니만 우편으로 책을 보내신 거였다.
64쪽에 마음을 담았다고 하여 앞부분 두세 쪽 살피던 책을 제쳐두고 선물받은 책으로 갈아타 휘리릭 넘기니 문장이 나왔다.
˝... 그 책을 책방 책장에 꽂아 정돈하는 이가 없다면 세계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 문장을 적으며 애정하는 독립서점들을 떠올렸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애정이 샘솟는다. 너무도 책의 주제와 삶의 태도가 잫 어울려서 좀더 정성을 기울여 책을 골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휠체어 이용자와 속도를 맞춰 걷는 이가 없다면, 광장에 나온 장애인의 연설을 귀 기울여 듣는 이가 없다면, 그들이 광장에서 돌아간 집에 저녁 식탁을 차리는 이가 없다면, 그 식탁을 차리는 이의 성별과 노동을 말하는 책이 없다면, 그 책을 책방 책장에 꽂아 정돈하는 이가 없다면 세계는 움직이지 않는 다. 우리에게 ‘이것이 노동이 아니다‘라고 선언할 권한이 있을까. 무엇이 노동인가. 이 질문은 세상을 작동시키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게 한다. 그리고 그 작동 체계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 선택하게 한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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