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철학 노트 - 읽고 쓸수록 내일이 달라지는 101가지 철학자의 말
정지영 지음 / 유노책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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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생존의 기술이자 삶의 격을 세우는 도구로서의 철학을 만나는 시간 <나의 철학 노트>.  일상적인 언어로 철학적 질문을 다시 꺼내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계기가 됩니다.


교사이자 철학 콘텐츠 크리에이터 정지영 저자는 전공자의 딱딱한 어법을 벗어나 철학이라는 세계에 초대받은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질문하고 사유합니다. 덕분에 철학적 사고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점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철학은 더 넓은 시야를 요구하고 더 깊은 성찰로 이끕니다. <나의 철학 노트>는  생각하는 법을 되묻는 안내서가 됩니다. 책꾸 스티커가 있어 즐겁습니다. 사유의 포인트를 시각적으로 표시하고 나만의 철학 노트를 꾸미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수천 년 인류의 지혜를 현실적인 해답으로 제시하는 독특한 접근을 보여주는 <나의 철학 노트>. 101일간의 골 트래커와 함께 매일의 철학적 성찰을 기록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두께감 있는 나만의 철학 여정이 한 권의 책 안에 고스란히 담기게 됩니다.


철학적 자기 이해의 시작으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아레테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첫 부분부터 빠져듭니다. "탁월함에 이르려면 먼저 연습이 필요하다."라는 명언은 습관, 특히 지속 가능한 반복의 힘을 짚어줍니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는 사람이고,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라는 노자의 말을 통해서는 자기 인식의 중요성도 다룹니다. '자지자명(自知者明)'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자신을 아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인정하는 지혜를 의미합니다. 현대 심리학의 자기 인식 개념과도 맞닿아 있어 고전 철학의 현재적 가치를 보여줍니다.


수전 울프의 '적절한 성취' 개념도 흥미롭습니다. 성취에 대한 현대적 강박을 철학적으로 해석하면서 내 삶의 의미가 외부의 평가가 아닌 내적 기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통찰을 안겨줍니다.


이어서 삶의 방향성을 찾는 데 도움 되는 철학적 명제들이 등장합니다. 니체의 "내면의 혼돈을 품어야만 춤추는 별을 낳을 수 있다"라는 말은 단순한 긍정적 사고가 아닙니다. 운명애(Amor Fati) 개념으로 연결되는데 주어진 삶의 조건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도 그 안에서 성장의 자양분, 창조적 가능성을 찾는 태도를 말합니다.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내일을 만든다고 하지요. 앙리 베르그송의 "사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각은 이미 지나가 버린 기억일 뿐이다"라는 말을 통해 저자는 지금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짚어봅니다. 찰나만을 붙잡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과거의 의미를 녹여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자세라는 걸 일깨워줍니다.





<나의 철학 노트>는 철학을 일상의 실천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체적 기술이 담겨 있습니다. 필사하기, 투두리스트, 다이어리, 만다라트 페이지를 채워나가며 철학적 사유를 생활화해봅니다.


101일간의 철학 여행을 통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철학적 기준을 세워가게 됩니다. 가치 혼란과 방향성 상실에 대한 막막함을 기록해나가면서 선명해지는 느낌입니다. 나 자신의 사유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찰의 창을 열어주는 철학 노트입니다.


타자와의 관계라는 철학적 주제를 탐색해 봅니다. 사랑, 우정, 연대, 갈등은 우리가 매일 부딪히는 현실입니다. 저자는 에마뉘엘 레비나스, 마르틴 부버, 한나 아렌트 등 관계 중심 철학자들의 사유를 인용하며 타인과의 윤리적 관계맺기에 주목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타자를 소유하고 파악하고 알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타자가 아닐 것입니다. 소유하고, 알고, 붙잡는다는 것은 권력과 동의어입니다”라는 레비나스의 사상은 나 중심의 사고를 흔들어 놓습니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면서도 그를 해석하고 소비하는 방식으로만 다가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공감과 연대가 일종의 피로로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들려줍니다. 내가 얼마나 타인을 위한 인간인가라는 질문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시대, 진정한 관계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묻는 대목은 공동체적 삶의 재구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의미 있습니다.





정지영 저자는 오늘날의 번아웃과 과잉 자극 속에서 절제의 지혜로 금욕을 불러냅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말한 금욕은 단순한 절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훈련시키고 중심을 잡기 위한 태도입니다. 삶을 관조하며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하는 능력, 그것이야말로 철학이 주는 가장 근본적인 실천적 자산이라는 것을 짚어줍니다.


<나의 철학 노트>는 철학을 삶의 태도로 확장합니다. 철학적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저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전적 사유부터 동양 철학에서의 실천윤리까지 폭넓게 다루며 철학이 이론이 아니라 삶의 양식임을 이야기합니다.


매일 10분, 2500년 철학의 지혜로 내일을 바꾸는 101가지 방법 <나의 철학 노트>. 읽기와 쓰기, 실천이 결합된 구성으로 지속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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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급식은 개짜증짜장밥 서사원 중학년 동화 10
송승주 지음, 지수 그림 / 서사원주니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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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마법 요리로 배우는 언어의 힘 <오늘의 급식은 개짜증짜장밥>. "개짜증", "어쩌라구", "치!". 이런 말을 달고 사는 아이들이 있을 겁니다. 이 말이 아니더라도 쓰지 않았으면 하는 말버릇이 한 가지씩은 있을 거예요.


바른말을 쓰자로 강요하는 대신 아이들이 스스로 언어의 무게를 깨닫고 고쳐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바로 이 동화책이 그렇게 만들어줄 거예요.


학교 급식실에 새로운 영양사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이름은 계굴희. 이름도 범상치 않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연두색 머리입니다. 등장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계선생님은 무쇠 솥과 나무 주걱으로 직접 요리를 합니다. 게다가 급식 메뉴가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어쩌라구말라구 라구파스타', '개짜증 짜장밥', '치치치! 치즈 스마일 버거'…. 이 급식의 정체는 아이들의 말버릇에 있습니다.


아람이와 다훈이는 말끝마다 "라구~"를 달고 삽니다. 어쩌라구?라는 말은 듣는 사람 입장에선 참 듣기 싫죠. 듣는 사람 기분이 어떨지는 안중에도 없는, 그저 자신의 감정을 방어하거나 표현하기 위한 습관적인 말버릇입니다.


말투 하나로도 친구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작은 일이 커져버리는 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흔한 일입니다. 저자는 이 익숙한 장면을 말버릇이라는 주제로 녹여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급식으로 '어쩌라구말라구 라구파스타'가 나옵니다. 아람이와 다훈이는 이 급식을 먹고 나서부터 귓가에 라구~ 말라구~라는 소리가 맴돌고, 그 후로는 자신도 모르게 다정한 말투가 튀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이쯤 되니 "개짜증", "치!" 말버릇은 어떻게 고쳐질지 벌써 기대되더군요. 흥미로운 건 똑같은 방식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어서 책을 덮을 때까지 기대감을 안은 채 읽게 됩니다.





왜 나는 늘 그런 말만 입에 달고 살았을까?, 그 말이 친구들에게 어떤 느낌을 줬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기까지, 말을 바꾸는 것은 곧 마음을 바꾸는 일임을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일상의 언어 습관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힘을 제대로 성찰하게 만드는 포인트를 유쾌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레시피까지 있으니 동화 속 요리를 직접 해보면서 더 몰입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고치고 싶은 말버릇이 있다면, 자신만의 이야기와 색다른 요리 레시피를 만들어내면 금상첨화입니다.


외부의 강요보다는 내적 동기가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걸 보여주는 동화입니다. 아이들은 이 동화책을 읽으며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게 될 거예요.


급식이라는 생활의 한가운데에서 이야기를 출발시키니 판타지 속 사건들을 현실감 있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익숙한 공간 속 낯선 전개가 재밌습니다. 고전 동화 속 마녀와 요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듯한 느낌을 주는 계굴희 선생님 캐릭터도 매력 있습니다.


말버릇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자신의 언어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갖춘 <오늘의 급식은 개짜증짜장밥>. 학급 내 언어문화 개선이나 친구 관계 향상을 위한 독서 토론 자료로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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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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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잔해 위에 피어난 책과 사람의 이야기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전 세계 75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이 소설은 넷플릭스 영화화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영화로는 담을 수 없는 편지 문학의 섬세한 매력은 여전히 책에서만 온전히 느낄 수 있으니 꼭 읽어보세요.


메리 앤 섀퍼 작가는 사실 이 소설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조카 애니 배로스가 이어받아 완성한 작품이지만 두 작가의 목소리가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제목만으로는 도통 무슨 뜻인지 와닿지 않습니다. 건지(Guernsey)는 영국 채널제도에 위치한 외딴 섬의 지명이고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일하게 독일에 점령되었던 영국의 영토였습니다. 그곳 주민들이 만든 북클럽 이름이 감자껍질파이입니다.(조카 작가는 웬만하면 시도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1946년 런던에서 시작합니다.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인 줄리엣 애슈턴은 다음 작품을 고민하던 중, 외딴 섬 건지에 사는 도시 애덤스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도시는 줄리엣이 중고서점에 판 찰스 램의 책에 적힌 주소를 보고 편지를 쓴 것입니다. 책을 통해 맺어진 이 인연은 점차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교류로 확장되며 건지섬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하나 드러냅니다.


"제 책이 어쩌다 건지섬까지 갔을까요?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에요." - p20


문학회의 시작은 우습기까지 합니다. 독일군 점령 시기의 건지섬. 주민들이 몰래 돼지구이 파티를 벌이다 통금 시간을 어기고 검문에 걸립니다.


이를 모면하고자 엘리자베스가 문학회 모임이었다고 둘러댄 것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시초입니다. 감자껍질로 만든 파이라는 기괴한 요리는 당시의 기근을 상징하는 비유이자 결핍 속에서 피어난 삶의 지혜를 상징합니다.






핑계가 진짜 문학회로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인간이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 소설은 수신자와 발신자가 시시각각 바뀌며 펼쳐지는 수십 통의 편지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편지에는 저마다의 내면과 성격, 감정이 날것 그대로 드러납니다. 편지의 문체만으로도 캐릭터들의 성격을 엿보는 기분입니다.


줄리엣과 건지섬 주민들 간의 서신은 어느새 읽는 이에게도 감정의 파장이 전해집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전후 시대의 상처와 복원을 경험하게 합니다.


전쟁의 상흔을 어루만지기 위해 이들은 책을 도구로 삼았습니다. 술을 끊은 존,신앙을 회복한 윌, 이웃과 소통하게 된 도시 등 독서를 통해 변화하는 사람들 이야기는 문학이 단지 사유의 수단을 넘어 삶을 회복시키는 치유제임을 보여줍니다.


상처와 결핍을 지닌 이들이 문학회를 통해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서로를 보듬는 모습은 마음을 울립니다. 전쟁 이후 공동체의 사랑과 책임이 어떻게 회복되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설에 등장하는 작품들 이야기도 매력만점입니다. 제인 오스틴, 찰스 램, 라이너 마리아 릴케, 세네카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고전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은 단순히 언급되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이들의 작품이 어떻게 건지섬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는지 보여주면서 문학의 실질적 치유력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을 부록에 리스트화한 작가의 배려가 멋집니다.


책을 매개로 한 정서적 연대의 중요성을 보여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일상의 소소한 연대와 따뜻한 인간관계에 목마른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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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에서 만나는 서비스 심리학
손정필 외 지음 / 월넛그로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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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편의점만큼 동네에 많이 들어선 치과들. 최첨단 장비와 기술력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의료의 본질이 점점 관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흐름 속에서 손정필, 조희송, 이수인, 윤득영, 박경아, 김상훈 여섯 명의 저자가 공동 집필한 <치과에서 만나는 서비스 심리학>은 치과 환경에 맞춰 심리학 이론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적용한 실전 가이드북입니다.


특히 NLP(Neuro-Linguistic Programming)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기반으로 관계 중심의 진료 모델을 설계한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진료 부위를 정확히 치료하는 것은 기본이자 필수. 중요한 건 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마음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능력이 환자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 말하는 만족도란, 그저 불만이 없는 말과 동일시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불만이 없는 것과 만족한 것은 다르다"라며 많은 치과에서 착각하는 문제가 없으면 괜찮은 병원이라는 인식을 꼬집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환자의 만족은 무(無)불만이 아니라 적극적 감동에 가깝습니다.


치과 진료는 결국 관계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합니다. 말귀를 알아듣는 능력, 환자와의 감각 맞춤 등 구체적인 심리 기법들이 소개됩니다. 반복되는 진료 루틴 속에서 직원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환자의 감정 상태에 무관심할 때 훨씬 증폭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 스스로를 위한 심리 안전 지대로도 기능합니다.


<치과에서 만나는 서비스 심리학>은 치과 경영의 성공이 구성원의 심리적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병원의 기술 수준과 진료 시간 단축도 중요하지만 결국 환자가 다시 찾게 되는 병원은 기분 좋은 기억을 준 병원입니다.


필요한 것은 일관된 조직 정책과 문화입니다. 구성원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건강한 조직문화는 업무 분위기를 넘어 환자에게 전이됩니다. 무엇보다 환자를 증상의 집합체가 아닌 경험하는 주체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환자가 불편해하는 것은 단지 통증만이 아닙니다. 진료실의 낯섦, 불친절한 응대, 설명 없는 치료 등이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입니다.


이 책은 채용부터 동기부여, 스트레스 관리, 목표 설정까지 조직 운영의 전 과정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치과 운영의 실무적 측면을 꼼꼼히 짚어줍니다. 이러한 관점은 치과의 실천 사례들을 다룬 후반부와 연결됩니다. 조앤이치과, 인연합치과, 언제나이든치과, 알프스치과, 화평치과 원장님들이 어떻게 공감과 치유 중심 문화를 구축했는지 보여줍니다.


<치과에서 만나는 서비스 심리학>에서는 진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언어 전략과 감성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하나씩 짚어줍니다. 단순한 화법이 아닙니다. 환자의 감정을 읽고 반응하는 고차원적인 의사소통 기법입니다.


환자의 진짜 의도를 파악하는 기법, 치료 설명에 감정을 덧입혀 공감을 이끌어내는 기법 등 치과뿐만 아니라 고객 응대 직군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만한 전략들이 소개됩니다. 특히 환자의 존재 인식하기, 심정 알아주기, 성격 파악하기, 칭찬과 인정하기 등 NLP 기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짚어줍니다.


심리학 이론을 경영 실무에 자연스럽게 접목한 <치과에서 만나는 서비스 심리학>. 기술적 우수성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운 현실에서 환자와의 관계를 통한 심리적 치유라는 새로운 가치 창출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치과에 몸담은 실무자뿐만 아니라 상담심리학적 접근에 관심 있는 예비 의료인에게도 유용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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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유령 - 폭력의 시대, 불가능의 글쓰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W. G. 제발트 지음, 린 섀런 슈워츠 엮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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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천재 작가의 마지막 증언, 제발트가 남긴 문학적 유산을 탐구한 <기억의 유령>. 2001년 12월 14일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독일 작가 W. G. 제발트가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발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전 세계 문학 애호가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기억의 유령>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까지의 심층 인터뷰와 평론가들의 에세이를 모은 책입니다. 문학적 거장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제발트의 문학 세계는 마치 사냥꾼과 같습니다. 역사의 잿더미 속에서 잊혀진 이야기들을 발굴해내는 집요한 탐정이었습니다. 1944년 독일 알고이의 베르타흐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죽음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알프스 고산 지대에서 꽁꽁 언 시신과 함께 지내곤 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은 그의 문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와 스위스 프리부르 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한 제발트는 스물두 살에 조국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나치가 아닌 체하는 교수들과 과거를 회피하는 독일 사회에 대한 깊은 실망 때문이었습니다. 영국으로 건너가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에서 3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며 브리티시 문학번역원의 초대 원장을 역임했습니다.


"그토록 우연의 일치가 많은 글을 읽고 그 배경이 심란하게도 자신의 삶과 같은 곳임을 알면 기분이 묘하다"라는 평론가의 말처럼, 제발트의 작품은 기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의 문학적 사냥은 과거와 현재, 개인사와 역사적 사건들을 하나의 그물망으로 엮어내는 작업이었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한강의 문학적 질문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와 닮아 있습니다. 한강 작가는 과거는 침묵 속에 묻어둬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윤리의 기반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결국 제발트와 한강이 나란히 던지는 질문은 우리가 과거의 고통 앞에 어떻게 서야 하는지를 묻는 일이자, 그 질문에 스스로를 담보로 삼겠다는 결단입니다. 이 둘의 문학은 모두 죽은 자의 목소리를 복원함으로써 산 자를 구원할 수 있을까라는 거대한 가능성에 대한 문학적 사유이자 실험입니다.


우리가 기억하고 말함으로써 가능한 일들, 그 말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이들이 추구하는 문학의 윤리적 심연이며, 제발트와 한강이라는 작가를 시대 너머로 연결 짓는 가장 깊은 지점입니다.


제발트가 유령 사냥꾼이라고 불렸던 이유는 그의 독특한 문학적 시도 때문입니다. 그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일과 그 일의 불가능성을 다루는 데 헌신했습니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목소리들이 현재에 어떻게 메아리치는지를 탐구하는 작업이었습니다.





특히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그의 작품들은 독일 문학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이민자들』과 『아우스터리츠』는 "유럽의 유대인들이 겪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그의 이해도가 여느 독일 작가들보다 독보적"임을 보여주는 대표작입니다. 비평가 루스 프랭클린은 "제발트처럼 도덕적 지위가 있는 작가만이 이런 책을 쓸 엄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제발트가 문학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그가 창안한 산문 픽션(prose fiction)이라는 새로운 글쓰기 형식 때문입니다. 현대 소설에서 독일의 산문 전통을 부활시켜 픽션과 논픽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구체화한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입니다.


제발트는 자신의 창작 방법을 개를 관찰하면서 터득했다고 고백합니다. "원래 체계적 방식을 좋아하지 않아요. 말하자면 개가 들판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꼴과 같은 방식입니다. 코가 이끄는 대로 다니는 개를 보면 좌표를 설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들판을 이리저리 돌아다닙니다. 그러다 보면 개는 찾던 걸 반드시 찾아요."라고 말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소설과 에세이, 역사서와 회고록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독특한 미로 같은 구조의 자유로운 접근법 덕분에 제발트의 문장을 따라가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제발트의 문학적 탐구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시적 접근이었습니다. 아우슈비츠의 참상에 대해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들이 사실은 해방 이후의 사진들이었고, 실제 홀로코스트의 현장은 "그 이전에 안 보이는 데서 신속히 처리되었던 것"이라는 그의 지적은 예리합니다.


그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흐릿한 흑백사진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사진은 기억을 보존하는 매체이지만, 동시에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할 수도 있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발트의 문학은 서늘한 사치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의 문학이 지닌 유혹적 요소들은 과거를 회복하고 삼키고 대체합니다. 이 과정에서 극도로 파괴적인 혼란 상태는 더없이 정확하고 절제된 말로 표현됩니다. 마치 아름다운 선율로 포장된 절망의 노래와 같습니다.


<기억의 유령>에서는 작가의 내밀한 고백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제발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되는 힌트도 가득합니다. 『이민자들』은 어머니로부터 받은 전화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나온 존트호펜의 학교 선생님이 자살했다는 전화였다고 말이죠. 그의 작품이 어떻게 개인적 경험과 역사적 사건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제발트가 평생에 걸쳐 탐구한 것은 독일 사회의 집단 기억상실과 모의된 침묵이었습니다. 그는 "전쟁에 대한 부모의 침묵, 대학 시절 과거를 회피하고 '나치가 아닌 체하는' 교수들에 대한 좌절감"을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침묵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제발트는 스스로 기억 상실을 유도한 독일 사회에서 성장하면서 기억하는 일을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로 여겼습니다. 그의 문학은 이러한 침묵에 대한 치열한 반박이었습니다.





개정증보판 <기억의 유령> 부록에는 제발트의 소설에 영감을 준 버지니아 울프의 「나방의 죽음」과 프란츠 카프카의 「사냥꾼 그라쿠스」, 그리고 문학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제발트의 어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방의 죽음」과 「사냥꾼 그라쿠스」 모두 상징이자 은유로서 사용됩니다. 각각 ‘무력하지만 지속적인 생명’, ‘끝나지 않는 죽음 이후의 여정’을 상기시킵니다. 제발트는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얽히는가, 죽음을 지나치고도 과거는 여전히 우리를 떠도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역사와 기억, 트라우마와 치유라는 주제에 관심있다면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문학적 문지기 제발트의 문학 세계로 들어서보세요. <기억의 유령>은 그의 세계를 향한 입문서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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