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보이즘 - 나는 대한민국 로봇 휴보다
전승민 지음, 오준호 감수 / Mid(엠아이디)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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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간형 로봇 '휴보'의 탄생부터 발전진행형인 오늘날까지 약 10년 지켜보며 취재해 온 과학전문기자 전승민의 휴보사랑을 담은 책 《휴보이즘》.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정의한 '로봇'이란 2개 이상의 축을 갖고 주어진 환경에서 특정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기계를 말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인간형 로봇이 압도적인 관심을 끌기 마련인데 로봇에 관심 없던 평범한 내가 기억하인간형 로봇은 일본의 '아시모'가 가장 먼저 떠오를 뿐이었다. 

 

 

 

 

 

 

△ 두발로봇은 수십 년 전부터 인간의 꿈이었다. 애니메이션, 영화에 단골소재로 등장하는 로봇.

미래소년코난과 아바타에 등장한 '탑승형 로봇'과 아이언맨의 '입는 로봇'은 현재의 기술력으로 어느정도 가능하다.

(순서대로 미래소년코난, 아바타, 아이언맨, 아톰, 바이센티니얼맨, 터미네이터, 아이로봇)

 

 

 

 

일본의 '아시모'는 수십 년 간 쌓인 노력과 기술축적, 엄청난 경제적 지원이 이뤄낸 결과물이었다면 우리나라의 '휴보'는 카이스트 오준호 교수팀이 저예산으로 고군분투해 2~3년 만에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것이 일단 놀라웠고 이후 탄생한 '휴보 2'는 연구용으로 세계 최초로 실제 판매되어 전 세계 인간형 로봇 기술 발전을 위한 발판이 되고 있다 한다.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며 얻어진 기술은 부가적으로 얻는 기술력 확보로 이어져 새로운 발명품 탄생에 이바지를 한다. 신개념 교통수단인 세그웨이와 닮은 휴보웨이는 물론 배달전문로봇, 국내 최초 별 위성 광학 탐지장치 등 응용기술로 이어졌고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가수 김장훈의 콘서트 무대에 쓰이는 장치들이 있다고 한다.

 

 

 

 

사람이라면 무의식적으로 하는 걷고 달리는 능력을 기계로 구현하는데 엄청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의 신물 나도록 힘든 과정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달리고, 춤추고, 재난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두발로봇을 만드는 과정을 보니 그들의 열정에 아낌없는 박수가 터져 나온다. 전체적인 완성도는 일본의 두발로봇에 비해 떨어지지만, 대학에서 연구용으로 개발한 로봇과 일본의 경우처럼 기업홍보를 위해 거액을 투자한 로봇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 외국 로봇이 할 수 있는 고난도 동작을 우리 연구팀도 해냈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를 둔다는 저자의 말이 내심 가슴 쓰리게 한다.

 

 

 

 

 

 

 

2013년 12월에 열린 DARPA 로보틱스 챌린지 대회에 관한 발 빠른 소식도 책에서 소개한다. 불가능해 보였던 재난 로봇의 실현 가능성을 발견하는 자리다. 로봇기술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데 2014년 올해 최종 경합을 한다고 한다. 버지니아공대 연합팀의 데니스 홍 교수(최근 UCLA로 자리를 옮기셨다 한다) 주도의 '토르' 이야기도 있어서 반가웠다.

 

 

 

 

산업혁명에서 IT 혁명으로 그리고 이제는 로봇혁명이 올 시대다.

정보화 사회에서 이후 현실의 서비스로 이어질 최고의 변화를 로봇으로 본다.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의 로봇기술은 세계 평균 3~4위권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2004년 간신히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로봇 수준에서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휴보는 달리고 춤을 춘다. 10년 후에는 어떤 인간형 로봇 기술이 나올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전신제어기능까지 발전된 로봇 연구의 현재, 그리고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앞으로의 과제를 두고 앞으로 다가올 로봇혁명 시대를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많은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해본다.

 

 

 

 

로봇에 관한 호기심과 열정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책 《휴보이즘은 휴보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세계 로봇 현황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로봇 상식을 넓혀주는 계기가 된 책이다. 사진 자료가 풍부하고, 로봇 지식에 입문하는 성인은 물론 초등학생 고학년 이상이면 충분히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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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고양이, 인간 세상을 탐닉하다
최동인 글.구성, 정혜진 그림 / 21세기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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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커피님의 과 칠렐레 팔렐레님의 그림이 잘 어우러진, 산책하는 고양이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카툰 에세이 《낭만 고양이, 인간 세상을 탐닉하다. 반려묘 네 마리가 있는 부부작가다. 아파트를 떠나 골목이 있는 집으로 이사 온 후 만난 고양이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느낀 단상이 이 책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 한다.

 

아무런 글 없이 무덤덤하게 그림으로만 표현하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인상적이다. 

우리 시대의 보통 사람, 무심히 지나가는 이들의 각각의 사연 8편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결되면서 처음 나왔던 프롤로그의 그림과 마지막에 나오는 에필로그의 달라진 그림에서 가슴 따스한 위로가 전해진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아줌마, 30대 샐러리맨, 고양이 사진을 찍는 남자, 혼자만의 세상에 갇힌 우울한 여자, 치매 할아버지 등 안타깝고 외롭고 쓸쓸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고양이는 어떤 존재로 다가갈까.

 

 

'혼자라고 느껴진 순간,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무심코 지나다니던 길 그곳에 고양이는 있었다. 고양이는 말없이 다가왔지만, 이들은 고양이를 스쳐지나 보며 또는 인사를 건네며 각자의 힘든 세상사를 견뎌내고 이겨낼 기운을 받는다. 주인공 고양이 '단지'는 그저 관찰자로서 그들의 주변에 있었을 뿐이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상처를 치유하기도, 용기를 얻기도 한다. 고양이가 준 작은 위로를 우리는 어떻게 돌려줘야 할까.

너무 잔잔하게 나가기보다는 저자가 찍은 카툰과 의미가 일치하는 사진들도 수록되어 있어 기분 전환을 유도하기도, 글의 깊이를 더해주기도 한다. 외롭고 고독한 현대인의 삶을 고양이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이 책은 고양이가 건네는 작은 위로가 주는 감동의 여운은 책 속의 인물들을 넘어서 우리에게까지 전해진다. 《낭만 고양이, 인간 세상을 탐닉하다》는 인간을 중심으로 그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따뜻한 세상을 꿈꾸게 하는 카툰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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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퀴어 주겠어! 세트 - 전3권 블랙 라벨 클럽 8
박희영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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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묘인이라면 반가운 로맨스소설 《할퀴어 주겠어!》.  '어느 날 내가 고양이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생각에서 출발한 이 소설은 실제 반려묘가 있는 작가의 책이어서 애묘인으로서의 공감은 가히 폭발적이다.

 

 

훈내 돋는 외모를 가진 오빠친구 진혁을 향한 3년간의 짝사랑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부푼 희망을 품고 있는 신입생 윤청아. 진혁 꼬시기 계획에 돌입했건만 입학하자마자 '교통사고를 당했다가 깨어났는데 고양이가 되어 있었어요.'라는 말도 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외딴 곳에서, 무려 인간 말을 할 줄 아는 노란 아깽이로 말이다.

 

 

바람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전령사 대공 전하댁에 쥐잡이용 고양이 신세로 들어가게 된 청아의 좌충우돌 집사 길들이기(길들이기라고 쓰고 길들여진다라고 읽는다) 한판 승부! 1권은 특히 깡패 고양이끼가 다분히 넘쳐흐르고 이후로 갈수록 골때리는 상황은 덜해지긴 하지만 그때부터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더욱 몰입하며 읽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 쥐 없다며, 이 인간들아. 낚였어. 그것도 대박 낚였어. 』 - p44

 

 

 

나는 인간인가, 고양이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머리카락만 보면 휘적휘적 잡아채 놀고 싶다거나 '자는 척' 스킬, 책 테러, 잉크 묻히고 스파이더 냥이 되기 등... 굴욕같은 고양이 본능에 청아는 종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한다. 파블로프의 고양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인 청아. 그런데 단순히 고양이로 변신된게 아니라 그녀의 정체는 정령계와 자연계에서 가장 귀이 여겨지는 존재이자 신의 자손, 영생을 살 수 있는 성스러운 존재인 신수라는 것이 밝혀지는데...

신수 청아와 대공 전하 류안은 반려동물과 집사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신수를 둘러싼 비밀 등 무려 세 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이어져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저자의 입담이 참 감칠나게 맛나다.

사과를 둘러싼 서스펜스 스릴러 역하렘물은 백설공주이며, 마녀의 대사기극 인어공주, 유전자가 변형된 거대 콩 이야기 잭과 콩나무 등 전령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에피소드에 나오는 글이나 집사와 고양이의 관계를 리얼하게 그려내는 소소한 부분들이 크큭대며 웃고 공감하게 만든다.

 

  

달달하다가도 가끔은 가슴이 욱신거리는 로맨스적 요소 외에도 애묘인으로서 느끼는 일상의 감동과 길고양이에 관한 사회적인 이야기까지 한데 어우러져, 지금까지 나와있는 고양이 관련도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있는 사진 에세이류 외  《할퀴어 주겠어! 로맨스 소설을 통해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만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깨알같은 입담과 구석구석까지도 애묘인이라면 좋아할만한 편집, 궁금했던 후기와 외전, 독특한 세로 띠지 등 구성방식이 특히 만족스럽다. 책을 펼친 이후로 블로깅도 안하면서 한방에 읽어내려가게 한 흡입력 있는 로맨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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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격 - 내가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건가
최효찬.이미미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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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키우면서 느낀 심각한 공교육의 문제를 공론화해서 우리나라 부모들을 교육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는 교육 이야기를 주제로 『주간경향  '우리 모두가 행복한 교육'에 연재한 글을 정리하여 엮은 책 《부모의 자격

 

 

 

 

공부를 잘 하는 것과 행복하게 사는 것은 별개의 문제건만 우리는 대학입시에 '올인'하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 학생이 모두 행복한 교육은 '서로 비교하지 않기'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성적이 인격인냥 성적을 자존심으로 여기는 실태에서 자식교육에 임하는 올바른 소신과 원칙을 가진 부모와 자식간의 유대감 형성이 중요한 시점이다.

 

 

 

 

『모순적인 교육제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나라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그 모순의 바다에서 결사항쟁을 벌이는 양상이 아닐까? 』  - p37

 

묻지마 투자식의 조기유학의 위험성, 고등학생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데도 국가의 교육정책으로 인한 일반고의 슬럼화 문제, 명문대 졸업생들의 상황, 외모 등 성적 이외의 문제들 등 문제아 뒤에는 문제부모가 있듯 문제부모 뒤에서는 언제나 문제사회가 있다는 것을 자녀, 학부모 입장과 사회적 측면에서 바라본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연초에 SBS에서 방송된 <부모 vs 학부모> 다큐멘터리에 이 책에서 말한 다양한 사례를 볼 수 있는데

영상화된 실제 사례를 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이 방송의 취지는 부모의 선택이 한계에 달한 교육문제를 풀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는 발상전환을 알려준셈인데 사회와 제도가 바뀌는 것이 중요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주체인 부모들의 변화를 통해 아이들을 살리고 건강하게 살아갈 힘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교육이 무엇인지를 사회에 보여주자는 것. 이 방송의 취지와 싱크로율이 딱 맞아 떨어지는 책이 다큐멘터리 방송의 3부 소제목이기도 했던 《부모의 자격》이다.

 

 

 

 

 

아이를 위한, 아이에 의한, 아이를 위한 부모의 삶은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스트레스 받는 현실로 이어졌다.

그냥 좋은 엄마가 아닌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개념을 인식해야 한다. 단지 아이에게 충분한 것만 제공하는 엄마가 아니라, 자녀의 심리적 성장을 유도할만큼 자녀와의 관계가 충분히 가까우면서도 자녀를 심리적으로 숨 막히게 하지 않는 엄마. 아빠 역시 마찬가지다. '충분히 좋은' 아빠는 아이들이 상실이나 절망, 실망 등 삶의 어려운 순간들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과연 우리는 아이의 심리적 성장을 잘 돕고 있는가……. 집착은 내려놓되, 관심과 사랑의 마음만은 놓지 말아야 한다. 헌신적인 사랑만 있고, 지켜봐 주는 사랑과 냉정한 사랑이 없다고 말한 법륜 스님이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 자녀교육에서 강조되는 게 바로 역할 모델이다. 자신이 꿈꾸는 일을 이루기위해 먼저 그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룬 사람을 본보기로 삼아 정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략) 하지만 역할 모델은 비단 자녀들에게만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부모에게도 필요하다. 』 - p183

 

과잉교육으로 멍든 시대에 우리 모두가 행복한 교육은 자녀에게 부모의 욕망을 강요하지 말고 부모의 욕망을 내려놓는데서 시작한다. 아이에게 상처 주지 않는 지혜로운 부모의 자격, 교육피로 사회에서 부모의 자격, 부모의 길을 바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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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적 공간 - 왜 노인들은 그곳에 갇혔는가
오근재 지음 / 민음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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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맞이해 노인층 인구증가율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시대, 그리고 앞으로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노인을 위한 도시는 어디에 있는가…….

 

교수라는 직함을 반납함과 동시에 사회적인 잣대로 '노인'이 된 저자는 《퇴적공간》을 통해 노인이 머무르는 공간 탑골공원과 종묘시민공원 일대를 탐사하며 그들도 한 때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대한민국에서의 노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한다. 유리방황하는 존재인 노인. 잉여의 존재로 퇴적 공간에 쌓여 있는 노인의 모습을 기록한 이 책은 노년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다가올 미래의 본모습일 수도 있다.

 

 

 

 

모든 인간을 물화 시켜 버리고 시장의 효율만을 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중심에서 벗어나는 순간 인간은 상품 가치를 잃어버리고 쓰레기처럼 분리되어 잉여 인간의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화 현상이다.

 

『 수명이 짧았던 시절에 나이 많은 노인들은 희귀한 가치가 있었고 정보자로서의 가치도 있었으며 지혜자로 존경받기도 했다. (중략) 불행하게도 장수가 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 앞에 마주 서 있는 것이다. (중략) 노인의 문제는 사회학이나 생물학적인 측면에서의 상실과 인문학적 측면에서의 인간 가치 사이의 어느 지점엔가 위치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 - p32

 

 

 

저자는 1차 집단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체온이 있는 복지가 아니라 결국 돈이 매개된 복지로 이 시대의 노인들은 더욱 소외된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현행 복지 제도를 사회정치 시선으로 바라본다.

가족 해체의 부작용으로 인한 문제를 조명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노인 문제'이며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 종로 3가 일대다. 1차 집단인 가정의 붕괴 현상은 신자유주의 사상으로 인한 '나'를 제외한 '남'을 경쟁관계로 인식하고 '개인'만 남고 '우리'는 사라진 실태로 이어졌다. 국가는 그 구성원들의 요구를 맞춤형으로 채워야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시도해야만 하는 아이러니가 생겼고, '요구된 복지'도 수용하기 벅찬 국가가 '찾아가는 복지'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 한다. 국가가 모든 개별자를 상대로 책임지려는 무모함으로부터 벗어나 가정과 공동체가 더불어 그 부담을 나눠지려는 정책으로 복지 문제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노인들을 위한 복지의 철학이 새롭게 정립될 필요성을 제기한다.

 

 

 

노인은 자신이 사회적으로 용도폐기 되었다는 현실에 저항한다. 공존의 일원이 아닌 제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분리된 존재, 강제적으로 분리시키는 사회적 기호로 작동하는 실버 우대용 교통카드, 노약자 지정석 픽토그램, 요양시설 혜택 자격 등을 예로 든다. 선진화된 사회제도는 이들을 정상적인 무리로부터 분리시키고 있는데 진정한 사회보장제도의 의미를 다시금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실버세대는 노동권을 가진 주류 사회로부터 구조적으로 소외되어 있다. 노동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주어지는 시혜는 그들의 정체성과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힐 뿐이다. 이 사회에서 더 이상 쓸모를 인정받지 못해 잉여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인간군이 퇴적되어 있는 공간인 탑골공원과 종묘시민공원을 저자는 참여자이면서 관찰자의 입장으로 바라보며 노인들의 사유를 들여다본다. 이곳은 과연 실버 세대들의 파라다이스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서울노인복지회관 프로그램 사례를 들며, 센터의 지원이나 노인들의 활발한 참여에도 불구하고 덧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하는데 이미 노인 자체가 생산성의 주체가 아닌 소멸의 주체로 센터가 진정한 인간 자아실현의 텃밭이라고 하긴 어렵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적인 노인'층이 늘어나 그들은 비록 굶더라도 빵만으로 결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시대가 남긴 잉여 인간의 집합인 퇴적공간을 노화, 노인, 죽음의 개념을 철학, 역사, 예술, 종교, 의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며 노인과 죽음에 관한 저자의 폭넓은 사유가 담긴 《퇴적공간》을 통해 한국 사회가 노인을 바라보는 문제 즉, 작은 공동체의 회복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그리고 노인복지의 큰 그림을 보도록 부추긴다. "우리는 모두가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될 수 있는 잠재적 존재이다." 라고 저자가 말하듯 노인문제는 바로 나 자신에게 반드시 닥칠 문제다. 급변하는 이 시대의 부적응자로 보는, 자연사 이전에 존재 소멸되는 개념의 노인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퇴적공간》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읽고 미래의 모습을 바라보면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사회정치적으로 변화가능한 루트가 있긴 한 것일까 하는 참담한 고민도 절로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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