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드르 미술여행 - 루벤스에서 마그리트까지 유럽 미술의 정수를 품은 벨기에를 거닐다
최상운 지음 / 샘터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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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기행 작가 최상운의 벨기에 미술여행기 《플랑드르 미술여행 

루벤스에서 마그리트까지 유럽 미술의 정수를 품은 벨기에를 거닐다.

 

벨기에의 도시를 여행하며 그 지역의 유명한 미술관, 성당을 방문해 플랑드르 미술을 소개하고 도시내 건축양식, 일상의 모습 등의 사진도 담긴《플랑드르 미술여행》

 

플랑드르는 벨기에의 지방명으로 미술사에서 플랑드르 미술이라 함은 16세기까지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발전한 미술로 17세기초 네덜란드 독립 이후 벨기에지방 미술의 대명사로 불린다 한다. 플랑드르라는 말은 모르는 이들도 플랑드르 미술 작품이라 일컫는 작품들을 보면 아~! 할 정도로 유명한 화가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초기 플랑드르 회화의 거장들은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이끈 예술가들과 더불어 서양 회화 역사의 혁명적인 그룹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플랑드르라는 말이 생소하다고? 우린 이미 알고 있는 단어였다.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의 원작 동화 <플랜더스의 개>에서 플랜더스라는 말이 바로 플랑드르의 영어식 이름이었던 것. 플랑드르 회화에 속하는 화가들 역시 여기저기서 작품으로 이미 만나 본 얀 반 에이크, 루벤스 등 상당히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정리가 되기도 했다.

 

북유럽중 상업활동이 왕성한 곳으로 국제무역의 중심지로 전성기를 누린 브뤼헤.

명화를 품은 고건물의 도시인 겐트.

플랜더스의 개 동화의 배경이 된 루벤스의 도시 안트베르펜.

유럽미술의 정수가 모인 유럽의 중심지이면서 벨기에의 수도이자 EU의회가 있는 브뤼셀.

 

도시마다 교회당이 많은 것으로 보아 신앙심이 높았다는 것을 짐작하게 하고, 부르주아 상인들의 신분상 약점을 숨기기 위한 값비싸고 고귀한 미술작품이 성행하게 되면서 리얼리즘과 우아함을 겸비한 플랑드르 미술이 발전한다.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가 파트라슈와 함께 마지막으로 보던 그림이 바로 안트베르펜의 노트르담 성당에 있는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작품이다. 파트라슈와 우유를 배달하던 곳이 안트베르펜이었고 실제 배경이 있는 곳이라니 더 애뜻하게 다가온다. 화가를 꿈꾸던 네로의 고향이 품은 명작들이 많은 안트베르펜은 매력적이었다.

 

 △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 장면 

 

△ 네로와 파트라슈가 본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있는 페이지

 

벨기에 최고 수준의 미술관들이 모인 수도 브뤼셀은 지리상으로는 플랑드르에 속하지 않지만 플랑드르 특유의 분위기는 충만하다. 초기 플랑드르 회화에서부터 현대미술작품까지 품고 있는 도시인데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마그리트 미술관이 그곳에 있었다. '시적인' 제목이 없으면 작품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보는 마그리트의 수수께끼같은 신비한 그림들의 배경도 작가는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사진마다 북유럽 특유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고 옛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벨기에는 생각외로 매력적이다. 《플랑드르 미술여행》은 옛날 플랑드르 회화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앙소르, 모딜리아니, 마그리트 등 벨기에의 주요 현대 예술가의 작품도 함께 소개하며, 작품 배경이 담긴 그림에 숨은 이야기와 더불어 건축물, 도시의 분위기 등 역사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즐겁게 볼 수 있는 미술여행 에세이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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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스타 청 1 - 천재 요리 소녀의 등장 요리스타 청 1
조재호 글, 은하수 그림, 요리조리스쿨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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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핫~ 이 책에 나오는 훈남들 보면서 왜 이 엄마가 하트 뿅 뿅 거리는 지 ^^

 

<어린이 과학 동화>에 연재 중인 《요리스타 청》은 요리에 숨어 있는 물리, 화학, 생물 등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 원리를 알려줌과 동시에 인스턴트 식품들이 나쁘다면 왜 나쁜지, 꼭 먹어야 한다면 슬기롭게 먹는 방법은 무엇인지에서부터 아이들의 건강, 입맛까지 챙겨줄 수 있는 좋은 먹거리와 바른 조리법에 대한 고민으로 기획된 만화라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바른 식습관을 길러주기 좋은 책이에요. 주인공 청이의 흥미진진 못말리는 학교생활도 재미있고, 만화에 나오는 멋진 요리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침을 질질 흘리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네요.

 

 

300년 전 조선 시대 수라간 생각시 청이. 우연한 기회에 시간의 문 역할을 한 장독을 통해 이 시대로 오게 되었어요. 개기월식 때만 시간의 문이 열려 다음 개기월식이 일어날 때까지 최소 2년은 이곳에서 살 수밖에 없답니다.

청이가 지낼 곳은 '수라간' 한정식 집이에요. 이 한정식 앞에 세워진 레스토랑 때문에 망하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랍니다. 30년간 노력 끝에 개발한 수라간 한정식집의 떡갈비 소스를 단 30초 만에 만들어내는 자동화 기계까지... 신 레오나르도 다빈치쯤으로 나오는 레스토랑 쉐프의 비밀, 수라간 한정식집 손자로 알려진 한울이의 정체도 흥미진진~ 스토리가 초등생용 만화지만 탄탄하네요~ 게다가 훈남훈녀들 덕분에 책에서 빛이 납니다 ^^

 

 

이 만화 한 권속에 각종 지식이 가득~~

음식 맛은 미각과 후각이 함께 느끼는 것이래요. 코를 막고 먹으면 맛을 별로 못 느끼는 것으로 알 수 있죠.

된장 하나에도 담그는 계절에 따라 맛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고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방대한 분야의 발명가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포크나 와인따개 등 요리와 관련된 많은 도구를 발명했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네요.

 

 

말 하나하나가 참 예뻐요. 툭툭 튀어나오는 할머니의 말씀, 청이의 말 속에 음식이 왜 소중한지, 우리는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 주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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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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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표적인 문학상을 모조리 휩쓰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장르소설의 대가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이을만한 영향력 있는 작가로 기대하고 있는 미치오 슈스케. 초반에는 미스터리 '장르소설' 작가로 위엄을 달성하다가 점차 '소설'작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도서관에서도 수상작품코너에 특별히 꽂혀있는 <달과 게>는 그의 작품관에 희망, 치유의 빛이 서리기 시작한 책이었고 신간 <노엘>은 그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탄생'이란 의미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노엘'은 크리스마스를 의미한다. 잔잔하게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캐럴 노엘을 틀고 싶어지는, 긴박함 끝에 달콤하고도 따스한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 주는 책 《노엘

 

동화작가 게이스케의 회상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버지가 없는 집,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어머니. 외로움에서 숨통을 트이게 해 준 것은 '이야기'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크리스마스 캐럴 가사를 바탕으로 처음으로 이야기를 썼다. 가난한 집의 아이였던 그는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하며 불운한 학창시절을 보내는데 그를 걱정하고 공감해주는 여학생 야요이와의 푸릇푸릇한 인연은 한 줄기 빛이었다. 알 수 없는 어둠을 간직하고 있는 야요이는 게이스케와 죽이 척척 잘 맞아간다. 게이스케가 썼던 동화를 읽고 그림을 그리는 야요이. 그렇게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그들의 첫 그림책이 완성되었다. 동화작가가 된 게이스케가 이야기를 쓰고 화가가 된 야요이가 삽화를 그린다는 꿈을 나누면서 그들의 우정과 사랑은 깊어지는데...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그림보다는 카메라에 흥미를 더 보이기 시작한 야요이의 모습, 야요이의 친구와의 은근한 삼각관계 등 마음의 갈등은 오해를 낳게 되고 그 오해 때문에 결국 야요이의 곁을 떠나는 게이스케.

 

그리고 이어지는 야요이의 시점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괴로움을 잊기 위해 그리기 시작한 그림 덕분에 게이스케와 꿈을 키워 나가던 그 시절, 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게이스케에게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없어서 그대로 이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그 상황을 들려준다.

 

게이스케와 야요이의 엇갈린 인연.... 진행이 너무 빠른데... 라고 생각하던 순간 전율을 느끼게 해 주는 반전이 이어지고, 그들의 이야기는 리코라는 아이의 장면으로 넘어간다. 부모님의 대화를 훔쳐 듣게 된 리코는 엄마가 배 속의 아기만 예뻐하고 몸이 아픈 할머니를 돌봐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는 부모님을 보며 외톨이 같은 감정을 느낀다. 그러다 게이스케와 야요이의 그림책 <하늘을 나는 보물> 을 읽으며 그림책의 주인공 마코와 가상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 그림책은 결국 리코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가르쳐 준다.

 

 『 아무리 싫은 일이 있어도 괜찮다는 자신이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뭘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스스로 결정하는 법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겠지. 』 - p158

 

이렇게 가이스케와 야요이의 그림책이 가공의 친구와 작별을 하며 상상을 올바로 사용하는 법을 알게 되는 리코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다음으로 동화구연 자원봉사자 요자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몇 개월 전 아내와 사별하고 앵무새와 함께 사는 요자와는 아동문학 잡지에 실린 자신이 오랫동안 살던 집 사진 한 장을 보고 인생 마지막의 소원을 현재 그 집에 사는 사람에게 부탁한다. 그리운 옛 풍경과도 같은 아내 도키와의 추억인 사흘간 열리는 축제기간 동안 울려 퍼지는 축제 음악을 전화로 부디 들려달라는 것이었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자신이 살아온 의미를 찾지 못해 공허함을 가진 요자와 할아버지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동화작가 가이스케와 야요이, 동생을 질투하는 마음을 가진 리코, 공허함을 안고 사는 요자와.

외톨이들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생긴 따스한 인연은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기적이었다. 이들의 연결고리가 하나둘 드러날 때마다 자극적인 내용 없이도 이렇게 몇 번씩이고 전율감을 느낄 수 있구나 하며 정교하고 세심한 전개에 감탄하게 된다. 책 속의 책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또 얼마나 멋진지. 동화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감동을 안겨준다. 제각각인듯한 스토리가 모여 하나의 큰 이야기로 완성되는 연작소설을 좋아하는데 이응준 작가의 <밤의 첼로>는 나에게 강렬함과 묵직함을 안겨줬었다면 미치오 슈스케의 <노엘>은 크리스마스 캐럴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배경과도 같은 부드러움을 맛보게 한다.

미치오 슈스케 작가, 흥미로워졌다. <노엘>은 내 기억에 꽤 오래 남을듯한 책이 될 것 같다.

 

 

당신은 '이야기'의 힘을 믿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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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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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번역가 이윤기가 말하는 글쓰기와 번역에 관한 39편의 에세이 모음집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TV를 보면서도 지적을 계속하는 원칙주의자이기도 하면서 멀쩡히 살아있는 말인 방언이 사전에 없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것을 참지 못하는 이윤기. 그가 말하는 좋은 글쓰기와 번역이란 무엇인지, 우리말의 사용행태에 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 이 세상에 책이라는 것이 없었더라면 나는 어찌 살았을까. 』 - p29

 

이윤기는 어린 시절부터 대단한 독서광이었다. 읽는 족족 암기하는 기인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 시절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영어를 배워 헤밍웨이, 오 헨리, 윌리엄 포크너를 읽고 일본어를 배워 미시마 유키오, 다자이 오사무, 나쓰메 소세키, 이시카와 다쿠보쿠를 읽었단다. 그렇게 책에 푹 빠져 살던 문학소년같은 이미지의 이윤기는 신춘문예에 응모했다가 (그의 말마따나) 덜커덕! 입선하기도 한다. 하지만 번역의 길로 접어들면서 번역작가의 입지를 세운다.

 

 『 '글 읽기'에 관한 한 나는 황희 정승만큼 행복한 사람이다. 하지만 '글쓰기'에 관한 한 나는 행복하지 못하다. 길고 짧은 소설을 차례로 써내고 있지만 조금도 행복하지 못하다. 나는 큰 빚을 진 사람이다. 나에게 '글 읽기'의 행복을 안겨준 많은 작가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이다. 부모의 사랑을 아래로 갚듯이 이 빚은 독자에게 갚아야 한다. 갚아야 하는 생각이 나를 강박한다. 글쓰기가 하도 곤혹스러워서 물어본다. 나에게 글 읽기의 행복을 안겨준 저 많은 저자들은 모두 행복했을까? 』 p 36-37

 

 

그가 번역을 하며 느꼈던 에피소드들도 허심탐회하게 풀어놓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책을 번역할 때는 원서를 집어 던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정도였다하고, 중역본을 가지고 번역을 했던 책의 오역, 오독에 관한 일화 등...

번역을 할 때 경험의 재해석의 위험성을 알린다. 경험할 때의 세계 인식과 재해석할 때의 세계 인식은 그 층위가 다르게 마련인데, 이 양자를 화해시키는 과정에서 무리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열 다섯 살 소년의 경험 해석에 쉰 살 사내의 인식이 개입하는 사태처럼.

  

사전의 언어만 좇지 말고 살아 있는 저잣거리의 말을 찾아야 하는 습관, 번역과정에서 일어나는 언어의 변화가 컴퓨터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는 언어의 어원까지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보는 언어 고고학 여행을 거친 '화학적 변화'여야 한다는 것, 숙어같은 푹 익은 우리말의 중요성도 알려준다.

 

 『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쓰기만 하면 초단은 된다. 이렇게 쉬운 것을 왜 여느 사람들은 하지 못하는가? 유식해 보이고 싶어서 폼 나는 어휘를 고르고,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제 생각을 비틀다 제 글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생각을 놓쳐 버리기 때문이다. (중략) 속어 비어에 묻어 있는, 쓴 이의 '껍진껍진한 느낌'까지도 읽어야 하는 것이다. 』 

p81-82

 

 

 『 "비결요? 비결을 묻지 않는 것, 그게 바로 비결이지요."』 - p116

지름길을 택하지 않고 자기 발로 걷는 자가 가장 확실히 걷는다. 외국어 번역 공부에 관련한 글에서 하신 말씀이다.

 

 『 '번역이나 하는 사람'으로는 안 된다. '번역까지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 - p121

 

 

제목의 조르바는 그의 번역작인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자유인 조르바다. 살아 펄떡이는 말을 소중히 여기는 분이라 자유로운 인간의 상징인 조르바를 춤추게 할 만큼 자신의 언어를 부리며 영혼을 담은 글쓰기와 번역의 태도를 의미한다. 글 읽기가 행복한 사람, 땀과 자유의 글쓰기를 갈망하는 이윤기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사람 냄새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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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왜 일어났을까? - 근대 민음 지식의 정원 서양사편 9
양희영 지음 / 민음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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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문장으로 폭넓게 서양사 흐름을 짚어주고 있는 민음 지식의 정원 서양사 편.

이번엔   1789~1799 프랑스혁명, 1848 전유럽의 혁명, 1917 러시아 혁명을 다룬  《혁명은 왜 일어났을까?》를 통해 근대 대표적인 세 혁명의 흐름을 머릿속에 그려넣게 되었다.

   

혁명이라고 하면 근대적인 유물로 생각하기 쉬운데 2010년 튀니지 재스민 혁명,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난 사태, 리비아 카다피의 최후 등 아랍권의 변화는 국민이 집단 정치의 주체로 위력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근대혁명과 동일한 양상을 띤다. 촛불시위나 월가 반대 시위 역시 혁명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근대 혁명의 이해는 현제 사회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이해하는 바탕이 된다.

 

그 유명한 베르사유의 장미 만화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어렴풋이 들어 온 프랑스 혁명이 근대혁명의 출발 일 테다. 슬로건인 자유, 평등, 우애와는 어울리지 않는 다른 상징인 공포 분위기의 단두대에 피가 마르지 않을 정도로 양립되어 있었던 프랑스 혁명. 정말 자유, 평등, 우애의 혁명이었을까. 전유럽 혁명 후 유렵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부가 보수화하거나 혁명 전의 체제로 돌아갔는데 그렇다면 이는 실패한 혁명인 것인가. 전유렵 혁명시기에 영국은 무사히 빠져나갔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참 뒤에 일어난 러시아 혁명은 사회주의 사회건설의 출발점이 되었는데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혁명의 배경, 과정, 결과를 자연스럽게 훑어보며 혁명이란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관심 있게 읽었던 프랑스 혁명 위주로 요약해보자면...

절대왕정 프랑스는 세금을 부담하면서도 정치적 권리 없는 제3신분이야말로 지금으로 따지면 국민이라 말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세금의 부과라는 한정된 목적으로 설립된 신분별 의회인 삼부회가 국왕과 특권층의 의지를 뛰어넘어 신분별 구분을 해체한 명실상부한 국민의 대표체가 되어버린 것이 혁명의 출발점이다. 혁명 초까지만 해도 프랑스인들은 개인의 재산과 책임감, 교육, 덕성이 시민의 자격요건이라 생각했고 그런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합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공적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도록 하는 것이 혁명의 중요한 성과라 생각했다. 이는 부르주아 혁명, 시민혁명으로 분류되며 당대 그것이 갖는 의미는 결국 '계급적'인 것이었다. 신분제 사회는 파괴한 자유의 혁명이었지만 권리의 평등은 사실상 아니었다.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은 재산을 소유한 시민. 즉, 평등의 형식주의적 성격이었다. 민중은 부르주아 혁명의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봉기하게 된다. 혁명적 국가가 반혁명을 제압할 효과적 조치를 하지 못한다면 무질서와 공포에 빠진 민중이 스스로 폭력적 탄압책을 휘두르게 되는데 이게 바로 공포정치다. 공포정치의 이득도 있었지만, 희생이 너무나 컸다. 전투과정이 아닌 진압 후의 잔혹한 탄압 중에 희생되는 공포정치의 폭력성은 궁극적으로 소수의 권력독점과 민중운동의 무력화로 귀결된다.

프랑스 혁명구호인 자유, 평등, 우애는 수동시민, 노예, 여성은 이러한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이는 19세기 전반 자유주의의 특징이다. 신의 섭리이자 인간의 천성에 속하는 사회적 불평등은 보편적인 사실이라고.

혁명이 낳은 것은 자유, 평등, 우애를 향한 무한한 희망과 욕구, 끊임없는 투쟁이었다. 프랑스혁명에서 주장한 권리가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로 인식되고 유럽 여러 나라에서 해방의 원리로 추구되며 전유렵 혁명의 바탕이 된다.

반면, 유렵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들이 겪는 과정을 분석하고 사회주의 사회로 바로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던 러시아는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로 미루어보아 러시아에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역사적 후퇴일 뿐이라며 사회주의 체제로 가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다만 혁명의 사회적 기반을 누구로 하느냐에 따른 갈등으로  러시아도 혁명을 피하지는 못하게 된다.

   

러시아 혁명의 경우 프랑스 혁명보다는 조금 빠르게 진행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저자는 관련된  책 리스트를 더 소개하며 확장해서 책 읽기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일단 이 시리즈의 목적은 전체적인 흐름을 잡는 것이므로!

 

각 권당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에 관심 주제부터 골라 읽어도 무리 없고 문장도 명료하면서 어렵지 않아서 좋아하는 시리즈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거시적 안목으로 흐름을 잡기에  탁월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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