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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칭찬하지 마라 - 심리학이 밝혀낸 아이를 성장시키는 칭찬과 꾸중의 원칙
김영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은 모든 부모의 공통된 소망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칭찬하고, 더 긍정적으로 말하고, 때론 상을 줘가며 아이를 북돋아줍니다. 그런데 이런 칭찬이 우리 아이의 동기를 오히려 꺾고 있다면?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김영훈 교수의 <함부로 칭찬하지 마라>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육아 상식에 대해 과학적 실험을 바탕으로 그 함정을 조목조목 짚어냅니다.
칭찬과 꾸중,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 보상 시스템이 아이들의 성과에 미치는 진짜 영향을 파헤칩니다. 그 결과는 기존 상식을 뒤엎는 충격적인 내용들입니다.

피아노 치는 것도,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것도 아주 좋아했던 아이가 핑곗거리를 창조하기 위해 스스로 학원에 다니는 것을 그만둔 사례를 저자가 해석한 장면부터 놀라움이 펼쳐집니다.
저자는 자기 불구화 현상 때문이라고 짚어줍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불구화 현상이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느낄 때 미리 변명거리를 만들어두는 방어 기제입니다. 아이들이 "공부 재미없어", "관심 없어"라고 먼저 선언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겁니다. 과도한 칭찬과 기대가 부담스러워서 아예 포기하는 쪽을 택하는 겁니다.
칭찬을 많이 하는 미국식 교육과 꾸중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한국식 교육 중 과연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까요? 실험 결과는 잘한 일에 대해서는 칭찬을,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꾸중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현실에서는 이게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미국 부모들은 못해도 칭찬하고, 한국 부모들은 잘해도 더 잘할 수 있다며 채찍질을 하거든요. 잘한 아이에게는 잘했다고 칭찬하고, 잘못한 아이에게는 잘못했다고 꾸중해야 하는 이 기본적인 원리를 우리는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진실성입니다. 거짓된 칭찬은 아이를 자기합리화에 빠뜨리고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반대로 사실에 기반한 정직한 피드백은 아이가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고 합니다.
더 충격적인 진실은 긍정도 독이 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는 말들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너무 긍정적인 아이들도, 너무 부정적인 아이들도 모두 공부를 못한다고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메타인지 능력이라고 합니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인지 과정을 인지하는 능력, 즉 생각에 대한 생각을 말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어떤 방법으로 공부해야 효과적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항상 시험을 잘 봤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보다 못 봤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더 나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아이들이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효과적인 학습 전략을 찾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투명 안경이라고 표현합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객관적인 시각을 뜻합니다. 장밋빛 안경도, 어둠 속 안경도 아닌 투명한 안경 말입니다.
긍정적인 아이가 멘탈도 좋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합니다. 무조건적인 긍정 사고는 오히려 현실 도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이죠.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해결책도 찾을 수 없습니다.
"숙제 먼저 끝내면 놀게 해줄게"라는 말, 익숙합니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저자는 이런 보상 시스템이 오히려 아이의 내재적 동기를 해친다고 경고합니다.
보상이 주어지는 순간 아이들은 그 일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보상을 위해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일은 더 이상 재미있는 활동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사람들은 보상을 동기부여라고 부른다. 멋진 표현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보상은 조작이다." - p199
보상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데 있습니다.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보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아이는 점점 수동적이 되고 창의성과 주도성을 잃게 됩니다.
저자는 두 가지 경우에만 보상이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첫째, 아이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새로운 활동을 시작할 때 초기 동기를 제공하는 경우. 둘째, 이미 충분한 내재적 동기가 있는 상태에서 성취를 인정해주는 의미의 보상인 경우입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자율성입니다.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아니요"라고 말할 권리를 주세요. 선택의 기회를 주세요. 실패할 권리도 주세요. 그래야 아이는 진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꾸중을 두려워합니다. 아이와의 관계가 틀어질까 봐, 아이의 자존감이 상할까 봐 걱정합니다. <함부로 칭찬하지 마라>는 오히려 진실한 꾸중이야말로 아이를 지켜주는 진짜 사랑이라는 걸 일깨워줍니다.
칭찬하지 말라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칭찬해야 하는지, 꾸중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꾸중해야 하는지를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현실을 외면하게 하는 거짓 위로나 과장된 칭찬이 아니라 행동을 돌아보게 만드는 사실 기반의 진실한 피드백이야말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하는 <함부로 칭찬하지 마라>.
성취동기를 끌어올리는 칭찬, 긍정, 보상의 3가지 훈육 원칙을 바탕으로 육아에서 적용할 방법을 배워보세요. 혹시 내가 아이에게 독이 되는 칭찬을 하고 있었나라는 깨달음을 통해 진짜 성장을 위한 변화를 끌어내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