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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고 명랑하게, 매일 하는 심신단련 - 소란한 세상에서 나만의 리듬이 필요할 때
신미경 지음 / 서사원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무기력함과 번아웃을 반복하는 우리에게 던지는 다정한 메시지 <느리고 명랑하게, 매일 하는 심신단련>. 디지털 시대의 피로에 지쳤을 때, 마음의 환기를 위해 신미경 저자는 100일간의 실험을 시도합니다. 그 시작은 대단한 목표나 거창한 자기계발이 아닌 오늘 당장 가능한 작은 시도에서 비롯됩니다.
저자가 직접 실행한 루틴을 소개합니다. 디지털 디톡스, 밀가루 단식 80일, 마음챙김 글쓰기 30일 등 자기돌봄의 실천 기록을 공유합니다. 이 책은 현대인의 자기돌봄을 위한 실천적 안내서와도 같습니다. 무엇보다 누구나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작은 실천으로 우리의 삶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몸소 보여줍니다.

첫 번째는 디지털 디톡스 100일. SNS를 끊고 트위터에서 탈출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디지털 금단 증상처럼 나타나는 울화병과 초조함 속에서도 저자는 스크린 없이 살아가는 법을 점차 익혀갑니다. 스마트폰과 거리 두기를 시도한 저자는 말 그대로 세상의 소음을 끄고 자신의 내면을 마주합니다. 그 결과 기계 너머의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고, 자신과 진심으로 연결된 순간들을 체험하게 됩니다.
디지털 세계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물리적 거리 두기를 통해 건강한 관계를 모색합니다. 아날로그 생활을 조금씩 늘려가며 기계와 맞닿은 생활을 줄여나갔습니다. 서로를 마주하는 현실에서만 가능한 공감과 배려의 감각을 회복하려는 시도인 겁니다. 디지털 시대의 피로는 정보가 아니라 자극에서 온다는 작가의 진단은 정곡을 찌릅니다. 미디어 절제 루틴은 나다움을 회복하는 하나의 방법론이 됩니다.
심신의 회복은 언제나 몸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놓치지 않습니다. 80일간의 밀가루 단식은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과정입니다. 설탕과 튀김의 쾌락을 내려놓은 식탁에는 제철 식재료의 담백한 기쁨이 남습니다. 단식을 통해 얻게 된 것은 가벼운 몸과 맑은 정신, 일정한 기분 유지력. 무엇보다도 무기력은 나약함이 아니라 회복을 요청하는 신호라는 사실을 몸소 체득하게 됩니다.
30일간의 글쓰기 실험은 감정의 기복을 정리하고 낙관주의를 연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SNS 글이 아닌 진짜 글쓰기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몰입이 필요해"라는 말은 단지 정신집중을 뜻하는 게 아니라 삶의 질서를 회복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눈앞의 과제 하나에만 몰두하는 진짜 몰입은 소음 없는 고요한 시간 속에서 탄생하고, 그런 시간이야말로 심신의 밸런스를 다시 잡는 열쇠입니다. 물론 자신처럼 성취 지향적인 사람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노는 걸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정반대로 자고 있는 불안이를 깨워야 할 거라고 짚어줍니다.

단순한 삶은 더 이상 유행이 아닌 생존 전략입니다. 저자는 복잡한 계획표 대신 하나의 목표와 단순한 규칙을 세워 매일을 살아갑니다. 단순한 것의 미학을 넘어서 명료한 우선순위와 에너지 보존의 기술을 의미합니다. 루틴은 균일한 품질의 삶을 살게 하는 매력적인 기술이라고 찬양하게 된 저자처럼 단조로운 반복이 아니라 삶의 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로서 루틴의 필요성을 이야기합니다.
"기쁨을 자주 느끼고 쌓아간다면...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거라는 생각이 스친다." - p179
에세이 곳곳에는 삶의 리듬을 회복하고자 하는 저자의 진심 어린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여러 번 곱씹고 다시 돌아보며 삶의 균형점을 찾게 만드는 <느리고 명랑하게, 매일 하는 심신단련>입니다.
저자는 진짜 나로 살아가는 법을, 무리하거나 성취에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단단하고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삶을 보여줍니다. 스마트폰을 덜 보게 되고, 밥상 위 재료를 좀 더 살피게 되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 싶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한 셈입니다. 무기력함에 갇힌 당신에게 건네는 다정하고 효과적인 응급처방서입니다. 느리지만 명랑한 길을 한 걸음씩 따라가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