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재 한 지 5년 밖에(?) 안 된 꼬꼬마라 지박령, 화석화 된 유저들은 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전에 탐구하다 찾아낸 걸 전한다.

 북플 중독을 회피하려고 가끔 앱을 지우고 태블릿의 웹페이지로 모바일 접속을 하는데, 거기서 북플 메뉴를 보다 딴짓하다 다시 들어와 보면 로그인이 풀린 채로 타임라인을 보면 내 계정이 아닌 희한한 내용들이 뜬다.

 바로 비로그인님의 타임라인. 처음에는 한 유저의 정보가 오류로 우루루 뜨는가 했었다. 오늘 보니까 저기 좋아합니다-뒤의 따옴표가 글의 첫문장인데 몇 가지는 글의 다음 내용이나 무슨 책을 읽고 쓴 건지 너무 궁금해 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반새끼 흥신소 가동-


궁금한 문장을 긁어서 서재 통합 검색을 해 본다. 안 나오는 거 같죠? 저기 옆 메뉴에 ‘마이 리뷰’를 눌러 봅니다.



  ‘원융과 조화’라는 책의 내용을 글쓴이가 옮겨 적은 것이었다. 저거 말고도   "친구 명훈이가 진짜 재미있는 책이라고해서 읽어보았는데 책이 이렇게 재미있다고 느낀건 ..." 아 명훈아, 그 책 뭔데?


같은 방법으로 검색하니 ‘게임 속으로 사라진 도시’라고 한다. 이외에도 저 첫문장 중 궁금한 책들을 찾아보니 이런 저런 책들이 나왔다. 




 아마도 2001-2002년 무렵의 알라딘은 비로그인 회원도 글을 쓸 수 있었던 모양이다. 비로그인이라는 이름은 한 명이 아닌 여러 독서가들, 가입이나 로그인 없이 그렇지만 책 읽은 감흥을 남기고 싶던 이들이 리뷰를 남겨 놓았고, 지금은 그 책들 중 판매 중인 건 하나도 없고, 그렇게 책 판매 페이지도 감상평도 유령처럼 남았다. 거의 20년 넘게 찾는 이 없는, 나 같이 할 짓 없고 심심하고 파고들기 좋아하는 놈이 번거롭게 뒤져야지나 닿을 남들의 흔적을 발굴했다. 뭔가 동네 놀이터 모래 심심하다고 엄마 모종삽 훔쳐다가 마구 팠더니 죽은 고양이 뼈를 발견했던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든다…


 네이버블로그 20주년이라고 기록이 쌓이면- 된다- 하는 이벤트에 원래는 ㅈ된다…(예전에 이상한 커뮤나 SNS에 빻은 글 남겼다가 뒤늦게 알려져서 욕보고 심지어 자살도 하고 그런 사람 여럿 봐서…) 하려다가 전자쓰레기 된다- 했었다. 그런데 뭐 그게 또 그렇게 나쁜 건 아니겠다 싶었다. 안 볼 사람은 알아서 안 보고 못 볼 거고, 심심한 사람들은 또 보고 이런 저런 상념에 젖을 거고, 오래 전에 나왔다 사라진 책들 보며 잊히지 않고 계속 읽히고 팔리는 책이란…새삼 대단한 것… 그렇게 아무거나 사거나 읽지 말자 잘 골라 보자 각오도 다질 거고 알라딘은 어쩌면 이 글을 보고 어맛 버그잖아 개발팀, 일해라 일해! 할 수도 있는 것… 미안해요 야근… 제가 만 나이대로 저 30대로 안 보내줬다고 골내는 건 아니구요… 한국에서 저는 마흔이죠… 비로그인님들이 열일하던 2001년엔 18살이었네요… 그 때 안 태어난 꼬꼬마들도 있겠네요 많겠네요…. 미국가면 써리 에잇 이얼즈 올드 합니다만… 이래도 계속 비로그인 훔쳐보기가 된다면 연령 패치나 이거나 그냥 원래 버그 처리가 느린 걸로 알기로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로그인님이 “책 제목은 차라리 평범했다.” 하셨는데 저는 뭔가 ‘똑똑한 자들의 멍청한 짓’ 제목 잘 지은 거 같습니다… 저는 멍청한 자의 멍청한 짓을 자주 하는 것도 같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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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10-28 15: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은 원융이라는 어려운 한자를 아시는 분… 심지어 30대 젊으신 분이야,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10-28 15:45   좋아요 2 | URL
으아니 원융은 저기 검색결과에서 한글로 친절히 읽어주더라고요? ㅎㅎㅎ유부만두님이 말씀해주셔서 방금 한자구나, 했어요. 저 알라딘 북플 통계가 공인인증한 40대인뎁쇼? ㅋㅋㅋㅋㅋ 병원 침대에는 38세라고 붙여주는데 알라딘은 40대 119위(순위 하나 밀림…누구세요 저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시는 40대 여성 유저분…)라고 해줬어요!!! (막 일름 울먹울먹) 유부만두님이 젊다고 해주셔서 헤헤 신난다…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은오 2023-10-29 15: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앱 지우고 모바일 접속 ㅋㅋㅋㅋ 절 보는 것 같군요... 북플 앱은 아니지만 그 짓 맨날 함ㅠ
2. 통검에 안뜨는거 세부 검색 누르면 나오는거 첨 알았어요!!
3. 명훈이의 취향도 처음 알았네요..
4. 기록이 쌓이면 ㅈ된다 ㅋㅋㅋㅋㅋ 연예인 정치인 할 거면 쌓지 말자...

반유행열반인 2023-10-29 17:19   좋아요 1 | URL
1. 알림 기능 없어서 수시로 더 들어오게 되는 맹점…나만 저러는 거 아니구나…(인류애 동포애 샘솟)
2. 저도 검색 결과 읎음에 낚이다 옆에 눌러보니 숨겨 놓은 알라딘
3. 명훈아 명훈이 친구야 초딩이었으면 이제 2-30대 되었겠다…
4. 연예인 정치인 안/못 되어서 여기 저기 똥을 쌓고 있는 나…(은오님은 저보다 될 확률이 높아 혹시 모르니 적당히 치워가며 쌓으시길…)
 

 이서수를 조금 더 읽고 싶은데, 엄청 싸게 핀 시리즈 소설을 내놓은 판매자가 있어서 담아 놨었다. 핀 시리즈 시인선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 궁금하던 양안다 시집은 다른 곳보다 약간 비쌌지만 그래도 궁금하니까, 서효인 시인은 역시나 궁금해만 하고 아직 안 읽어 봤는데, 그런데 황인찬 산문집 펴낸이가 이 시인 이름이어서 같이 담았다. 다른 책들도 넣다 뺐다 하다가 꾹 참고 세 권만 사기로 했다.



 조금 전에 택배 봉지-알라딘에서 커피 싸 주고 소량 구매시 보내주는 뽁뽁이 봉지. 나도 중고 도서 부칠 때 재활용 많이 한다- 가위로 오려 보니 으아니, 비닐이 한 겹 더. 뭘 이리 꽁꽁 숨겨 놓으셨대-하고 한 겹 더 잘라내니 으아니, 여기에 뽁뽁이 한 겹 더! 두 겹이면 그랬냐 할 것을 세 겹의 섬세함은 마침내 나를 감동시키고 말았다. (이거 주동문으로 썼다가 일부러 피동문으로 고침. 봉투 세 겹에서 그러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느꼈어…ㅋㅋㅋㅋ)


 그리고 내가 안 시킨 뭔가가 한 권 더 있었는데 펼쳐 보니 수첩? 다이어리? 다른 책 사은품이었나 본데 당장은 필요 없어도 쓸만해 보이는 뭔가를 덤으로 주셨다. 그린라이트? 매튜 맥커너히가 누군데? 하고 검색해보니 인터스텔라의 머피 아빠 배우가 책도 썼구나. 오 신기한 걸 많이 얻는 구매였다.


 중고책 포장할 때도 이렇게 섬세해 본 적이 있느냐 너는… 저널에서 인삼 껌 냄새가 나는 건 기분 탓이거나 진짜일지도 모르지만 예쁘고 깨끗한 책도 싸게 얻고 수첩도 생기고 몰랐던 것도 알게 되고 작은 일에도 공들여 마음들여 이루는 사람들이 지탱하는 세상을 생각한다. 내가 몇 초 안 걸려 읽는 단어들도 문장들도 그렇게 몇 날 밤을 거쳐 쓰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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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0-28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겹뽁뽁이라니!! 😱
저였음 결혼신청했습니다 증말 아름다운 판매자....

2023-10-28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10-28 14:28   좋아요 1 | URL
겉면 일뽁뽁 이면 그냥 비니루 삼면 최심부층 이뽁뽁이라 세겹 뽁뽁이는 아니고 하이브리드(?)요

2023-10-28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28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ueyonder 2023-10-28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은 일에도 공들여 마음들여 이루는 사람들이 지탱하는 세상을 생각한다. 내가 몇 초 안 걸려 읽는 단어들도 문장들도 그렇게 몇 날 밤을 거쳐 쓰인 것을.˝

요즘 반유행열반인님 글을 읽으며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 청명한 가을 날이네요. 행복한 나날 보내시길~!

반유행열반인 2023-10-28 14:31   좋아요 1 | URL
늘 찾아주시고 좋아요 눌러주셔서 감사한 blueyonder님! 친히 부족한 제 글 옮겨 주시고 칭찬 댓글 남겨주셔서 한 번 더 정말 감사합니다. blueyonder님도 맑고 건강한 가을 날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유부만두 2023-10-28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린라이트 번역본이 나왔군요!

반유행열반인 2023-10-28 16:41   좋아요 0 | URL
작년 말 쯤 나왔대요! 그런데 미리보기를 보니 저는 취향에 안 맞아 안 봐도 되겠다 했어요 ㅎㅎㅎ매튜 엄마 아빠가 케찹 뿌리고 칼부림하며 싸우다 다 집어던지고 주저 앉아 울다 섹스하는 장면에서 미리보기 끝나는데 아...이 뭔 아수라장이야 이걸 애가 다 본 거야? 이러고 저는 이걸로 됐네 내 집중력 잡아두는 건 이부분 이게 다일 듯 했어요 ㅋㅋㅋ
 
너무나 많은 여름이
김연수 지음 / 레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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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7 김연수.

 올해 벚꽃은 전보다 빠르게 피고 졌다. 마을버스가 골목을 벗어나 대로를 달리던 3월 30일, 차도를 따라 하얀 꽃송이와 꽃망울을 달고 늘어선 벚나무를 보며 내가 이 길을 보라고 돌부리가 발을 꺾었나 보다 싶었다. 
 내가 본 마지막 벚꽃이다. 아픈 발목을 끌고 마을버스 경로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에 가는 길이었고, 벚꽃 다 지도록 나는 바깥에 나가지 못했다.

 발목 부상과 인대 파열, 다리 부종, 심부정맥혈전증, 폐색전증, 응급실과 입원, 올해 수능 포기, 골반불균형과 허리 통증. 키워드처럼 그 봄 이후 겪은 사실들을 나열해 보면 객관적으로는 ‘망했네’ 싶은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실제로 망했네의 시간은 딱 일 년 전 이맘쯤인 작년 수능 전부터 이어졌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공부를 아예 놓은 건 여름 두 달 남짓이었고, 책을 원껏 읽었다. 아마 그 기간에 읽은 책이 작년 한 해 읽은 책보다 많을 것이다. 두 달은 아직도 기본 못 갖춘 수험생이 올해 볼 수능에는 치명적인 시간이었지만 쫄보라서 7월을 넘기기도 전에 최소량이나마 조금씩 문제를 풀고 강의도 들었다. 유예된 시간은 차라리 조금 더 마음 편하게 (그지 같고 지독한 수능이라는) 취미생활을 견디게 해 준 것 같다. 올해 수능 쉽다는데 이거 조졌으면 더 마음 아팠을 거 아냐…

 6월부터는 실내 자전거 싱싱 달리며 운동도 꾸준히 하고, 그렇게 석달 타다 중간에 잘못 탄 결과 허리를 조졌다. 물리 치료 받으러 다니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다쳤던 바로 그 지점(공포의 사자암)은 안 가 보았지만 인근 산책로를 따라 다시 산에도 오르고 어제는 아주 오랜만에 국사봉 꼭대기에도 갔다. 정상은 정비 공사 한다고 접근금지 테이프로 다 막아 놨음… 뭐 어때 어쨌거나 등산로 입구부터 정상까지 10분 컷 할 만큼 발목은 이제 다 나았고 숨 많이 안 찬 거보니 (아직 약은 한 달치 남았지만) 폐동맥도 아마 다 나았고 허리도 아프지만 그 정도는 견딜 수준인 것이다. 

 9월부터 조금 오래 김연수 짧은소설집을 읽었다. 재독이 드문데 수능 직후 늦가을에 읽고 웃기지 마!!! 힘내라고 하지 마!!! 했던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늦겨울에 또 읽었었다. 짧은소설집도 그 소설집의 연장처럼 느껴졌다. ‘두번째 밤’이란 소설 보면서 김연수는 우는 노인이 되기로 작정한 모양이구나, 했다. 너무 짧은 이야기가 이어지니까 한 번에 통으로 읽기는 그래서, 디저트, 입가심, 브레스민트처럼 다른 책들 보는 틈틈이 한 편에서 몇 편씩 읽고 잤다. 

 희망을 버리지 말란 말보다는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가 나은 것 같고 그보다는 힘내지 마. 그게 더 나은 것도 같고. 청개구리는 진짜 큰일났다. 

 바로 앞 문장들은 책 읽던 초반에 내가 써 놓은 건데… 엘리베이터 탔는데 18층의 어린이들이 자기 엄마한테 ‘나 청개구리 키우고 싶은데’ 했다. 나는 우리집엔 있는데 청개구리...얘, 하고 같이 타고 있던 작은어린이를 가리켰고 작은어린이는 아니라고 펄펄 뛰었다. 사실 우리집 대마왕 청개구리는 나야 나. 
 웃으면서 힘들어하는 이에게 “희망을 버려.(생글생글)” “힘내지 마.(싱긋)” 누가 나한테 해 준 적이 없어서 어떤 기분일지 모르겠다. 천하의망할사이코패스 같으려나 오히려 나으려나…
 
 마지막 소설이자 표제작 ’너무나 많은 여름이‘에서 수련이 피었는지 궁금해서 물가로 가는 이야기를 보고 조금 놀랐다. 8월에 칠조어론 4권 보던 내가 갑자기 연꽃이 보고 싶어서, 연꽃, 있을까? 하고 보라매공원에 나갔던 날이 생각났다. 읽지는 않았지만 이 책이 먼저 나와 있었으니까. 항상 뒤늦게 읽고 쓸 때마다 내 삶은 이미 서가의 온 책들에 수만 조각으로 흩어진 채 쓰여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여기저기서 훔쳐낸 복제품, 조각보, 인용 겁나 달린 네 논문, 이미 그렇게 살다 죽은 자들의 남은 망령, 파편, 토막꿈. 그럼 뭐 어쩔 거야…

 소설집 말미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영문 모를 전쟁 속에서도 살아 남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가 아니고, 독일가문비나무를 바라보는 노인이 된 자신을 그려 놓았다. 화자도 소설가니까 그냥 소설가 자신의 오랜 뒤의 어떤 한 미래라고 봐도 무방하겠다.작년 이맘 때쯤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 남짓 사이에서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마킹하던 나는 이미 잘 지나온 과거로 다시 돌아와 망한 과거를 다시 시뮬레이션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내가 올해는 봄과 가을의 등산로에서, 입원실에서, 물리치료실에서 노인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평범하고 흔한 노년을 또 미리, 아니면 너무 일찍 체험했던 것도 같다. 젊은이들에게 다 살게 되어 있다, 하는 마음이라면 오랜 뒤의 다 내려놓은 노인 보여주는 게 그닥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다. 챙길 아이도 겪을 노화도 없는 세계에서 친구들과 해맑게 이거저거 먹고 노는 젊은이들 사진을 블로그에서 가끔 보는데, 후...니들은 이런 거 피우지 마라…(가을산에 모닥불 말이다…) 미래도 과거도 돌아보지 말고 현재 즐거우면 됐다...
  



 너무나 까지는 모르겠고 아직 여러 번의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남은 건 알겠다. 가장 가까이에 가을이 있고 또 겨울이 오고 있다. 그럭저럭 잘 지낼 계절들이다.


+밑줄 긋기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나는 이십대 초반의 나에게 괜찮다고, 그렇게 바뀌어가고, 마음이 무너져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34)

-별 노력 없이, 수월하게. 그럴 때 걷기는 사랑과 닮아 있다. 애쓰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술술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254,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아서 옮겨 왔다. 사랑을 술술해왔다면 당신은 날로 처먹는 인생을 살아왔을지도 모르겠다고. 아니면 다들 술술 쉬운데 나만 어려웠을까? 애쓰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사랑은 없다. 걷기도 다치지 않고 바르게 계속 나아가려면 술술은 아니지...)


-수련은 피었을까? 질문이 나를 거기까지 데려갔고, 그 풍경을 보는 순간 질문은 사라졌다.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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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0-28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열님이 등산로 입구부터 정상까지 10분컷 하셨다고! 숨도 별로 안 찼다고! 👏👏👏👏👏👏
많이 좋아지신것 같아 제 기분이 좋군요. 기분 좋으니까 아이스크림 먹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3-10-28 14:29   좋아요 1 | URL
메로나? 바밤바? 하겐다즈바? 젊은이의 아스크림 그것이 궁금합니다.

은오 2023-10-28 15:27   좋아요 1 | URL
하겐다즈는 가끔 할인할때 통으로 사서는 먹을만한데 바는.. 한입거리가 너무 창렬이라 못사먹구요ㅠ
메로나랑 바밤바는.. 아빠가 사오면 싫어했어요(메로나 망고맛은 좋아함)
끌레도르바(얘도좀 비싼데 하겐다즈만큼은 아니라 사먹음), 비비빅 흑임자(흑임자 좋아함), 옥동자(바 아이스크림중 거의 최애), 체리마루 녹차마루 메가톤 등등등
솔직히 웬만한건 다 좋아하는듯?

쮸쮸바는 별로 안좋아합니닼ㅋㅋㅋㅋ쮸쮸바는 힘줘서 빠는게귀찮음
콘은 과자랑 끝에있는 초코가 텁텁해서 자주는 안먹는듯
바나 통아이스크림을 선호합니다

아 아까먹은건 녹차마루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10-28 15:42   좋아요 1 | URL
와…끌레도르부터 녹차마루까지…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들이라…(우리집에서 올해 세일한다고 5000원에 두 통 모셨던 녹차마루가 세 계절 정도 방치되다 겨우 사라졌었어요ㅋㅋㅋㅋ)우린 이렇게나 책만큼 아이스크림 취향도 다르군요…
책도 아이스크림도 저랑은 많이 달라서 혼인은 고양이 집사님과 책상 어지르는 분과 하시는 걸로… (의외로 나한테는 결혼 신청 안 함 생각보다 신중히 재고 고르고 역시 은오님 안목이 있는 거지 저런 부코스키 스타일이랑 놀면 지지 묻는다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0-29 09:06   좋아요 1 | URL
아니 근데 원래 치킨 퍽퍽살 좋아하는 사람이랑 부드러운살 좋아하는 사람끼리 결혼해야 행복한건데 아이스크림취향 다르면 저희 오히려 잘어울리는거 아닌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10-29 10:32   좋아요 1 | URL
제가 퍽퍽살이랑 하겐다즈 좋아하는 사람이랑 사는데 (나는 날개랑 다리가 더 좋음/ 아이스크림보다 커피 더 좋음) 평화롭긴 합니다만… 나랑은 친구만 하죠 은오님 감당이 되겠니? ㅋㅋㅋㅋ(부고스키 책 주인공 광기 어린 느끼한 목소리로)
 
온두라스 SHG EP 코판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10월
평점 :
품절


포장지가 세모나졌을 뿐인데…개명했을 뿐인데…구매욕에 졌다. ㅋㅋㅋ분쇄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드륵드륵 해야겠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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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0-27 22: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초딩때 목욕탕에서 목욕 다 하고 마시는 삼각 커피우유가 그렇게 맛있었는데!!

반유행열반인 2023-10-27 23:20   좋아요 3 | URL
와 난 목욕 가면 그지라서 아무 것도 안 사먹었던 거 같은데 커피도 이십살 넘어서 마신 거 같은데 커피 우유 마시는 으른 은오 어린이였군요!

Falstaff 2023-10-28 06: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게 배송이 일 주일 쯤 걸리네요. 벌써 주문했는데 다음 주에 보내준다니..... 커피 없는 주말을 보내야 합니다. 돼지고기 한 근 무게 주문해서 그런가요?

반유행열반인 2023-10-28 08:07   좋아요 3 | URL
팔백작님은 알라딘이 매달 당선금 챙겨줘서 책은 빌리고 커피는 커피연금?같은 거죠? ㅋㅋㅋ온두라스는 처음이야! 했는데 원래 먹던 데서 한 번 사먹었었네요...스펙도 산지도 워시드인 거도 거의 같음...큰 특색 없었음 ㅋㅋㅋㅋ그래도 알라딘에선 온두라스 처음이야! 하고 질러 봅니다. 저 유통기한 지난 에스프레소 캡슐 없애느라 원두 없이 거의 일주일 지내고 있는데 알라딘 덕에 재고 처분 더 하겠어요 ㅋㅋㅋ제 배송일은 11월2일?
 
희지의 세계 민음의 시 214
황인찬 지음 / 민음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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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7 황인찬
 

 같은 시인의 책을 시집 세 권(한 권은 두 번), 산문집 한 권 이렇게 (내 기준으로) 많이 읽은 건 처음이니까 나는 황인찬의 시와 글을 좋아한다고 말해도 되겠지?(마니아 1위를 내려 놔라 syo야) (+나중에 보니까 그림책 두 권은 왜 뺐어? ㅋㅋㅋㅋ너 마니아 맞음 해라 다 해라ㅋㅋㅋㅋㅋㅋㅋ)
 시를 쓰는 사람은 아주 느릴 것 같다. 느리게 생각하고 느리게 쓰고 느리게 고쳤을 텐데 내가 읽는 속도는 너무 빠르다. 나 치고는 천천히 읽는다고 읽었는데도 이렇게 읽으면 안 되는 게 아닐까 안 될 건 또 뭘까 상관 없는 거 아닌가?(장기하냐)
 
 어제 다 읽은 책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이 ‘그게 뭐’한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났다. 그런데 밑줄을 안 쳐놔서 반납한 걸 또다시 빌려 옮겨 온다.
-1757년 벤저민 프랭클린은 핼리 혜성의 위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게 뭐’라는 식의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핼리 혜성이 지구와 부딪치면 모든 생명체가 멸종할지도 모른다고 믿었지만, 프랭클린은 지구가 ‘신의 통치를 받는 무수한 세계’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대답했다. 이는 다중우주론 개념이 나오기 한 세기 전의 일이었다...스탠퍼드대학교에서 아그노톨로지(무지에 관한 연구)를 강의하는 로버트 프록터 교수는 좀 더 고상한 표현을 써서 “단일우주에서의 우리의 중요성을 과장하기가 쉽습니다”라고 내게 말했다.(‘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중)

 시인의 2019년 시집, 2020년 산문집, 2023년 시집, 다시 2019년 시집, 2015년 시집 순서로 읽었는데, 어떤 시들은 그 안에서 변주되고 반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우리 안에서 어떤 장면을 무한하게 복기하고 되새기고 조금씩 바꿨다가 되돌렸다가 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지나가는 순간을 한 시절을 아쉬워하거나 슬퍼할 필요가 없겠다. 오히려 잊어버리는 것들을 슬퍼해야 할텐데, 잊고 나면 잊었다는 것도 잊을 테니 슬퍼할 줄을 모르게 된다. 그러니까 그게 뭐. 상관 없나.

 반복되는 삶을, 이야기를, 회독을, 두려워하거나 지겨워하지 말아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건 어디에도 없으니까. 또 완벽하게 똑같은 이야기도 없다. 조금씩 엇박을 주고 조를 바꾸고 크기와 음색을 달리 할 뿐 인간은 인간이라서 다 고만고만하고 아주 작은 변화도 새롭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익숙함을 찾는다. 미지의 세계가 될 뻔한 희지의 세계를 읽고 나는 기지의 세계를 말하는데, 이미 안다 해도 그건 그냥 어렴풋한 앎이고 모르는 세부사항을 알기 위해 들어본 것 같아도 느리게 다시 들여다보고 들어보는 노력이 내게는 좀 더 필요하다. 뭐가 안 풀린다면 나는 그게 부족해서 그렇다. 뻔한 틈에서 아주 작은 걸 새로 알게 되어도 기뻐할 수 있게 되면 무엇이든 더 나아질 거야. 반복을 견디는 걸 넘어 즐기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밑줄 긋기
-어두운 물은 출렁이는 금속 같다 손을 잠그면 다시는 꺼낼 수 없을 것 같다
(‘실존하는 기쁨’중. 담그면 아니고 잠기게 하면 아니고 잠그면-금속이니까 자물쇠 같고 금속이 출렁이면 뜨거울 테니까 잠기게 담그면 녹아 없어지고 어두우면 차가우니 금속 같고 차고 뜨겁다. )


-무고한 벌레들이 내 눈으로 자꾸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여기서 뭘 하면 좋을까 할 수 있다면 좋을까
 정말 그럴까
  
 인간으로 있는 것이 자주 겸연쩍었다
(‘여름 연습’ 중)


-밖으로 나가니 검은 모래가 하염없이 일렁이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 바다였다
 사람들은 어두운 바다를 보며 감탄했다 놀랍다고, 아름답다고 소리를 지르는 연인들과 가족들

 왜 어두운 바다는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나
(‘유사’ 중, 흐르는 모래를 실제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모래가 유체인 건 모래시계로만 봤다. )


-어린 나는 어두운 복도를 지나 무작정 집을 나선다 어디로도 향하지 않았는데 자꾸 어딘가에 당도하는 것이 너무 무섭고 이상하다
(‘이것이 시라고 생각된다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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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10-2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7-8년 전 별점들 보는데 왜 이럼? ㅋㅋㅋ나는 뒤에 평론이 잘못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게 졸라 프레임임... 순식간에 히키고모리 덕후 시 만듦 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10-27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황인찬의 이 시집, 저도 좋아해요. 이 시집은 여름에 많이 생각나요^^

반유행열반인 2023-10-27 16:53   좋아요 0 | URL
봄에 가까운 자목련님께서도 여름 같은 시집을 좋아하시는 군요 ㅎㅎㅎ저는 읽은 세 시집 중 중간에 낀 (나온 시기도 중간인) 사랑을 위한 되풀이가 가장 좋았어요 ㅎㅎㅎ

은오 2023-10-27 2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치만.... 아직 안 읽은 읽고싶은 책이 너무 많은 걸요..
재독은 어려워...

반유행열반인 2023-10-27 23:19   좋아요 1 | URL
은오님 나 연인 다 읽었다요! 제가 은오님 나이 때는 읽은 거 또 읽고 사골국 우렸었는데 이제 재독은 엄청 드문일이 되었네요 ㅋㅋㅋ 저거는 수학 문제 같은 거 여러 번 복습하자는 다짐입니다(진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