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애인 문학과지성 시인선 391
김이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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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5 김이듬.


‘히스테리아’를 사 놓고 읽지 않았다. 시집을 산 건, 친구가 문학촌 있던 시절, 도서관에 글을 쓰러 내려가면 대부분 작가들 도망간 자리에 앉은 시인이 자주 떡을 주었다고 해서였다. 떡을 주다니 착하군. 그런데 무서운 누나일지도 몰라.
사 둔 시집보다 앞앞에 나온 시집을 읽은 건, 나는 평생 대부분 경기도 사람이었지만 벌써 서울 사람이 된 지 이십 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몰래 경기도 전자도서관에 가입이 되어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쫓겨난 게 아닐까, 하고 책이 빌려지는지 아닌지 슬그머니 대출을 실행했는데 그게 ‘말할 수 없는 애인’이었다.
오늘 이 시집 절반 남은 걸 통으로 다 읽고 자는 것은 반납까지 1일이 남아서였다. 그런데 12시가 지나고 보니 23시간이 남았다고 했다. 난 12시 땡 치면 내놔 이러고 가져가는 줄 알았지…
이 시인과 비슷하게 글쓰는 사람을 봤는데, 사실 글은 전혀 다른데 내가 느낌만 비슷하게 느낀 걸 텐데, 친엄마 같지도 않고 새엄마 같은데 사실 친엄마인 아줌마가 막 때리고 교육인 척 학대를 하다가 다 자라서까지 자녀를 괴롭히는 걸 보면서 화가 났었다. 우리 엄마는 그저 내가 말하는 걸 잘 들어주지도 않고 뚱 하다가 이제와서 그땐 우울증이어서 어쩌고 하면서 나한테 자기가 들은 정치 뉴스 거리를 종알대고 싶어하는 정도는 그냥 양반이었던 건가, 그럼 듣기 싫은 거기다 대고 맨날 개소리 삽소리 좀 그만하란 식으로 쏘아 붙이던 나는 진짜 개샹불효자인 건가 싶었다. SCT검사란 걸 했는데, 문두를 주고 뒷부분 빈칸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40. 대게(이 말을 두 번이나 보고는 빡쳐서 게에다가 엑스치고 개로 고쳐 놓았다. 의사는 이 검사를 700명 쯤 함께 했는데 고친 사람이 딱 두 사람 있었어요. 라고 했다. 그게 너예요.) 어머니들이란 - 아이를 잘 키우고 헌신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 자책을 많이 한다. 라고 완성했는데, 나는 그 대개에 속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그랬다. 그런데 사실 나같은 에미도, 더한 에미도 많겠구나, 아니지 애초에 어머니가 되지 않은 여자들도 생각보다 많지, 어머니가 없는 사람도 많지 싶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대개, 라는 말로 두루뭉술하게 물어도 대답하기가 쉬웠을까, 어려웠을까, 잘 모르겠다. 나는 냉동피자랑 냉동 핫도그랑 냉동 치킨만 잔뜩 덥혀 먹여도 전혀 죄책감 느끼지 않고, 아이들은 이야 신난다 우리 엄마 최고 하는 분위기로 먹으니까. 할머니가 한참 만든 미역국과 반찬을 놔두고 (없는) 카레는요? 하는 불효새끼 2세를 낳아버린 나니까 대개를 빙자해서 일반적인 무엇을 물으면 참 나한테는 어렵구나 싶었다. 사실 이 시집도 어려웠고, 시에 묻어나는 지랄 맞은 삶을 마주하는 것도 어려웠고, 나는 다 어렵다. 문과도 이과도 아니여. 에효. ㅋㅋ

+밑줄긋기
-아닌 척하지만 그들은 복수의 욕구로 시를 쓴다 그들의 순정한 어투와 연약한 심성과 동화적 상상력이 대중에 게 먹히길 빈다 그들과 나는 패밀리이다 우릴 내동댕이친 세상에 이름을 날려야 한다 사람들은 기분 나쁜 시선으로 쳐다볼 뿐 아무도 우리의 천성과 재능을 몰라본다 (‘사생아들’ 중)

-올해는 한 사람도 사랑하지 않으리
올해는 술을 줄이고 운동을 하리
계획을 세운 지 사흘째
신년 모임 뒤풀이에서 나는 쓰러졌다
열세 살 어린 여자애에게 매혹되기 전 폭탄주 마셨다
천장과 바닥이 무지 가까운 방에서 잤다
별로 울지 않았고 별로 움직이지 않았다

날마다 새로 세우고 날마다 새로 부수고
내 속에 무슨 마귀가 들어 일신우일신 주문을 외는지
나는 망토를 펼쳐 까마귀들을 날려 보낸다
밤에 발톱을 깎고 낮에 털을 밀며
나한테서 끝난 연결이 끊어진 문장
혹은 사랑이라는 말의 정의를 상실한다

설날의 어원은 알 수 없지만
서럽고 원통하고 낯선 날들로 들어가는 즈음
뜻한 바는 뺨에서 흘러내리고
뜻 없이 목 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데

한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 일은
백 사람을 사랑하는 일보다 어려운 이성의 횡포
수첩을 찢고 나는 백 사람을 사랑하리
무모하게 몸을 움직이지 않으며
마실 수 있는 데까지 마셔보자고 다시 쓴다
(‘날마다 설날’ 전문)


-목련이 행주처럼 너더분해질 때 도마는 깨끗해진다
혼자 퍼먹는 밥은 이토록 맛난 것이
(‘모계’ 중)

-나는 배 속의 거지 질 속에서 성년을 맞은 사람 녹슨 짐 문제는 끝없이 좁고 캄캄한 통로에서 몸뚱이를 돌이킬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어느 날 끈이 풀리고 내가 쏟아지면, 그게 어때서
(‘질&짐’ 중)

-줄을 서서 버스를 타고 반기지 않는 그리운 사람을 찾아 세 시간을 달려
10분 만나고 돌아와 운다
(…)
휴전 지대에서의 생존은 몇 편의 어이없는 영화를 더 보는 것
자살을 지연하는 용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자본의 포로들이 살포하는 포르노 필름에 무한 반복 빠져드는 것이다

얼마나 황홀한가
그날 밤, 관료들은 차량을 통제하고 시민들에게 새로 만든 광장을 열어주었다
심야에 한꺼번에 민간인들은 거리로 쏟아져 수용되었다
설사 우리 편이 패배하더라도 환호하고 사이사이 구령에 맞춰 대한민국을 외치자고 누군가 선동했다
(‘자살’ 중)

-나는 투표소에 가는 사람
주민등록증 가지러 도로 와서는 안 나가는 사람 내가 믿는 바를 스스로 믿지 못하는 사람 나는 검은 코트를 입고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사람 거침없이 말하고 후회하는 사람
(‘도플갱어’중. 여기까지만 겹쳐서 다행이네)

-당신은 키스로 봉한 편지처럼 오래된 노래
나를 봉하는 데 실패한 사람
보석처럼 빛나는 유골
없는 발로 꾹꾹 눌러쓴 책
단지 나는 당신을 여과하고 퇴고하고
나와 상관없이 흐르는 당신을 옮겨 적습니다

그러니 이 시는 내가 쓴 게 아닙니다
내 안에 침묵한 당신은 내 말의 시작
이 시의 끝이고 한계
(‘제가 쓴 시가 아닙니다’ 중. 한용운 오마주 같은데 ‘시’가 아니라는 줄 알았더니 ‘이 시’ 라고 했네...나 바보야. 오독오도독)

-그렇지 이제 내가 네 몸에 뭐라 쓰는지 숨을 몰아쉬고 받아 적어
(‘지방의 대필작가’ 중)

-어두운 골목에서 빠져나온 강도가
어쩌면 기다리던 애인일지도
살인은 멈추지 않고 강간은 끝나지 않고 전쟁은 더더욱 치밀해질 것이다
우리는 충분치 않은 과오를 나누고
끝내 나아지지 않은 채 사라질 것을 믿는다
(‘나는 세상을 믿는다’ 중

-나는 글쓰기를 멈추고 싶다.
(‘아케이드’ 중)

-인간도 아닌 것이거나 인간 이상이거나 다 인간이고
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많은 소리를 지껄였고
검은 코트는 다섯 벌이나 되고
(‘오늘도’ 중. 검은 코트 검은 원피스는 최소 5벌이 국룰이지)

-내가 그 친구에게 내 속눈썹 과 고름을 주지 않았다면
그 친구는 그런 눈동자로 세상을 보지 않았을지 모른다.
사람을 너무 깊숙이 보고 이해하려 들면 자기 의 울음소리로 심신이 곪는다.
(‘여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중)

-나는 이 진흙 구덩이 안이 좋아요 똥을 싸도 괜찮아요 만날 따 돌림받았는데 어쩌다 동반 자살도 시도했었는데 셀 수도 없이 한 꺼번에 산 채로 토막 나고 뒤죽박죽 피투성이로 처음 마주친 우 린 서로 똥과 피를 흙을 퍼부으며 장난쳐요 최초로 심장이 불타 오릅니다 아버지 울지 마세요 눈에서 폐수 좀 흘리지 말라고요 미리 팔아먹지 못해 안타까우세요 내가 춤추며 불타오르지 않아 찜찜하고 수도관 타고 흘러들어갈까 봐 불안하세요
그래서 뭐요
세상은 거대한 봉분 고랑 너머 위생적인 사육장 삼월이 가고 꽃 피는 사월이 가고 나에게 오월을 묻지 마세요 폭우가 쏟아지 지 않아도 삼월이 붉은 구렁에 흘러넘치지 않아도 난 지금 사라 지는 내가 지독한 악취가 처음처럼 맘에 들어요
(‘삼월은 붉은 구렁을’ 중)

-다만 나는 밤을 치던 칼로 신문지를 찍는다 담배 가게 아저씨가 죽은 딸을 쉬쉬하듯 나는 고양이를 안고 동산에 오른다 다리를 푹 꺾고 머리를 홱 젖혀 팔을 벌린다 소리 지른다 다 죽여버릴 거야
(‘고향의 난민’ 중)

+마블의 헬라가 쓴 시들 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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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5-01-25 0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독오도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5-01-25 14:2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그래도 케이트 블란쳇 비슷하다고(?)했으니 시인이 덜 빡치겠쥬?? 로키 오딘 동생 있는 거 처음 알았네...아닌가 북유럽신화를 똥꼬로 읽은건가....
 

 작년에 싸구려 옷을 사도 너무 많이 사서 올해는 한 벌도 안 사기 챌린지에 도전 중이다. 대체품을 옷장에서 발굴하고 참은 옷은 포트폴리오 마냥 사진만 간직하기로..어차피 사서 옷장에 처박아 두나 사진으로 간직하나 똑같잖아?ㅋㅋㅋ

 문제는 옷을 안 사기로 했더니 미친놈이 화장품을 마구 사재끼기 시작했다. 화장은 선크림조차 잘 안 바른지 몇 년인데 그냥 보습제만 쳐바르다가 갑자기 생전 써보지도 않은 쿠션, 립제품, 클렌징 제품…난리 났다. 그래서 이제 화장품도 안 사!


 

그러면 책을 사게 되지.

<이 책의 구매 이유>

쉐리는 왜 또 넣었어…아…: 내가 서재의 달인 떨어져서 다이어리 못 받았더니 큰어린이가 슬퍼해서 스누피 다이어리 사은품 받아 주려고..


트랜스포머: 닉 레인 아저씨 신작!!!너 미토콘드리아랑 산소도 사 놓고 안 봤잖아!!!! 과학책 사면 태양계 행성 간 실제 거리 비율 마스킹 테이프 줄자를 준대서!!!ㅋㅋㅋ

악 ㅋㅋㅋ토성까지 풀고 포기하려다가 천왕성까지는 뽑아 봤다. 이거 쓰기 너무 아깝고 쓸데도 없긴 해서 다시 말아둠. 개인적으론 스티커로 하지 말고 진짜 줄자를 만들든가 리본을 만들든가 했었으면 좋았겠어… 


미들마치1: 이 책은 조 퀴넌 아저씨의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진짜 출판사 어그로 심했던 제목)에서 친구들에게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책 중 꼽은 거라서 아이 그럼 난 안 볼래 했었다. (그치만 그 목록에 있는 잃시찾, 율리시즈,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트리스트럼 샌디 집에 다 있지…) 그래도 산 건 벽돌책 사면 우주 벽돌 문진 준대서…ㅋㅋ1권만 먼저 샀다.

 반구형 문진 받아두고 독서대 쓰는 형편이라 전혀 쓰질 못하고 서랍에 처박아 뒀는데 이것은…진짜 벽돌만 하지는 않지만…너무 예쁘다. 영롱. 달은 저렇게 변하는 구나… 실제 달을 본지도 오래 되었다. 그런데 저게 부서지면 진짜 난리 날 듯…떨어뜨리면 누구 하나 죽거나 다칠 분위기라 어린이들에게 주의를 단단히 주고는 있다만 내가 근심거리를 늘렸구나 ㅋㅋㅋㅋ 그래도 예뻐!!!


살 만한 삶과 살 만하지 않은 삶: 젠더 트러블 꽂아 놓고도 겁이 나는데 예전에 ‘권력의 정신적 삶’ 서문에서 포기하고 도서관 반납한 생각도 나는데 대담집이면 그래도 좀 무슨 이야기 하나 덜 어렵게 들을 수 있을 거란 (헛된) 기대? ㅋㅋㅋ때문이 아니라 사은품 받는 최소 구매액수인지 조건인지 채우느라!! 아니 이게 우주 테이프였나 보다. 닉 레인이 금액 채우기 인듯…ㅋㅋㅋㅋ


 그렇게 딱 굿즈 두 개, 책 세 권, 프레첼 한 봉지 이렇게만 사려고 했는데… 금액 액수랑 다른 이벤트 아다리가 맞았는지 결제 직전에 굿즈랑 자꾸 이거 저거 권하는데 말이죠…그동안 콧방귀도 안 뀌던 굿즈들이 다 탐이 나는 거야…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틴케이스 우편함. 틴케이스인데 깃발도 올라가고 우편함처럼 열려!!! 쓸모있을 듯 사실 쓸모 없는 예쁘기만 한 금속 물체가 +1증가하였습니다.

잘못 걸려온 전화 살 때 뭐 안 줬었는데…아 나 중고로 샀지 따콩

이미 컵이 차고 넘쳐서 어제 주방 상부장 정리를 하다가 잊고 지내던 박열 닮은 구슬이 컵도 꺼내 놓고선 아니 머그가 왜 저리 길쭉해? 그리고 제목이 프랑스어로 써 있고 기하학적 무늬도 개간지고 이거 누가 디자인했어… 머그를 5천원 넘게 주고 사다니…휴

태블릿 스트랩 파우치 스누피: 사실 이건 사은품이라고 붙이면 나쁘다. 10500원 주고 산 거다. 그런데 저 손잡이에 눌려서 겉에 폼?같은 재질 안 돌아오는 중…개빡친다… 얼마나 쌓여있던 재고길래 손잡이에 몸체가 푹 파임… 얘들아 재질 구려 좀 참아…오래 전부터 눈독 들이던 거라 결국 못 참았는데 예전엔 사은품 마일리지 안 까고 그냥 주기도 하고 엄청 괜찮은 거 되게 싸게 줬었는데 지르고 만듦새 보니 그냥 내가 제 값 주고 산 거다 ㅋㅋㅋㅋㅋㅋ아이패드 넣는 연출 샷 어색 ㅋㅋㅋㅋㅋ


 택배 상자 열었는데 그 안에 작은 상자들이 끝도 없이 나와가지고 어린이들한테 구경시켜 준다 하고서 조금 민망해졌다. 에미는 중독자야… 책 중독에서 쇼핑 중독으로 옮긴 모양이야…

알라딘 굿즈 단체샷 스마일! 이제 책만 사자(안 산다 소린 안 함…) 굿즈 또 사면 나는 개다.













아 전자책도 만화 전질을 사 버렸구나…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를 산 이유: 스누피 타이머랑 뽀글이 목도리 받으려고. 이거랑 구매액수 맞추느라 샹그릴라 프론티어 12권(난 보지도 않는데 큰어린이 보려나) 삼. 

아니…시간이 줄어들면 우드스탁이 막 빙글빙글 돈다고요…우주랑 스누피에 미친 자 이걸 어떻게 참아…

나는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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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5-01-20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구슬이 컵에 커피 담으신 거 아 귀엽다 했었는데 썰을 풀어주시니.. 사은품 다 잘 고르신 것 같은데요 ㅎㅎ(근데 파우치 메모리폼 눌린 건 저도 속상해요)

반유행열반인 2025-01-20 23:26   좋아요 1 | URL
다정한 유수님 구슬이 진짜 박열 사진 보고 그린 것 같아요 ㅋㅋㅋ 파우치는 뭐 제가 늘 굿즈 뽑기 운이 없네요. 제일 잘 쓰고 있는 굿즈는 스누피 데스크매트랑 스누피 만년달력(자석)이랑 주기율표 담요랑 주기율표 램프요 ㅋㅋㅋ

잠자냥 2025-01-21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 만한 삶과 살 만하지 않은 삶> 이거 굿즈가 아마 테이프였을 걸요? 저는 받지 않았습니다만 ㅎㅎ
그리고 이 책은 아마도.. 버틀러 책 치고는 좀 쉽게 읽힐 거예요.

참 그나저나 전 저 앨리스 우체통 좀 궁금했던 것이, 즤집 냥이들 주면 들어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그것들 머리통이나 좀 들어갈까 싶은 크기였군요! 열반인 님 덕분에 궁금증 해결!

반유행열반인 2025-01-21 10:18   좋아요 0 | URL
그런가 보네요 ㅋㅋ금액 채우려다 마침 얇고 저렴한데 테이프도 주고 ㅋㅋㅋ일단 두께부터 안도감을 주는(그러나 아직 책 못 펼쳐 병 못 고침 ㅋㅋ) 책입니다.
말씀대로 우편함은 예쁘긴한데 좀 통통묘(?)님들은 끼임 사고 질식 사고 유발할 위험템이에요

은하수 2025-01-21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하나 보면 다 예쁜 굿즈들 한가득이 되셨네요~~~^^
저도 이젠 굿즈들 모두 패스... 하는데..
근데 저 틴케이스는 대체 용도가 뭘까요???
왜 우리집에 따라왔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있어요ㅠㅠ
자리만 차지하는데 용도가 뭔지 모르겠어요 ㅎㅎㅎ
그래도 가끔 갖고 싶은 굿즈가 생기더라구요~~~

반유행열반인 2025-01-21 17:35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용도 생각 않고 골랐더니 그냥 예레기(?)ㅋㅋ지구야 미안해...
굿즈 오래 멀리하다 갑자기 굿즈 병이 도졌는데 이 한 건으로 치료되길 기원합니다🙏🏼

2025-01-21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22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5-01-22 1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굿즈를 받기 위해 책을 샀다? ㅋㅋ 마지막 시계? 너무 예쁘네요 ㅋ <미들마치> 읽고 싶었는데 벽돌이어서 참고 있습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5-01-22 15:52   좋아요 1 | URL
저 시계 다 털렸나 봐요 ㅋㅋㅋ굿즈가 우선인 거 오랜만이에요. 제가 스누피랑 우주에 약해서 ㅋㅋㅋ미들마치 도전해보시죠!!!(전 나아아아중에 ㅋㅋㅋ)

우끼 2025-01-25 0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살만한 삶 후기 대기중입니다.. 뚜뚜뚜

반유행열반인 2025-01-25 15:12   좋아요 0 | URL
와...왜 어려운 거 읽으라고 난리(?)들이야... 아 기대 아니고 대기 군요? 우끼님이 먼저 올린다는 거구나...아항...ㅋㅋㅋㅋㅋ

우끼 2025-01-25 15:57   좋아요 1 | URL
(수정) 살만한 삶 반열님 후기 대기중입니다.. 뚜뚜뚜 누군가의 후기는 반열님 후기 이후에 랜덤으로…

북깨비 2025-02-13 0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하나를 참으면 다른데 돈을 쓰고 있어요ㅠㅠ 저는 연말에 책소비를 줄였더니 옷장이 터져나가려고 해서 다시 알라딘으로 돌아왔어요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5-02-13 18:07   좋아요 1 | URL
ㅋㅋㅋ저는 이제 사무용품이요...멀티페어링 키보드 같은 거...
 

읽고 싶지만 못 읽겠네요 병에 걸린 나새끼는 잠*냥님의 약한 압력에 볼라뇨 책을 꺼내는 김에 같은 전집 시리즈로 루쉰 책도 ‘읽어주실래요?’ 코너에 비치해 두고 여전히 책을 못 펼치고 있다...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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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1-20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한 압력~!!

반유행열반인 2025-01-20 12:51   좋아요 0 | URL
으아 시공이 짜부라 든다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납짝해져서 못 읽네요 어이쿠 이런 이를 어쩌나 이러한 부득이한 사정으로 그만 ㅋㅋㅋ)

페크pek0501 2025-01-20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루쉰 단편집은 다른 출판사의 것으로 반 이상 읽었고- 책이 두꺼움.
사양은 두 번 읽었고(다른 책으로)... 인격 실격은 읽다 말았어요.
완독한 책만 독서목록 노트에 써 넣을 수 있어서 완독을 지향합니다만 이 책 읽다가 저 책 읽다가 해서
완독하지 못한 책이 넘 많아요. 올해 안에 완독할 수 있으려나. 생각해 봅니다. ‘올해 안에~‘라는 제목이 와 닿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5-01-20 18:18   좋아요 1 | URL
사실 크게 의미는 없는 해년 구분이지만 앞서 나가는 마음과 또 안 따라주는 마음을 그렇게 표현했네요 ㅋㅋㅋ올한해는 읽다 만 책들
완독을 기원합니다 ㅋㅋ
 
원할 때는 가질 수 없고 가지고 나면 원하지 않아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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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6 박현욱.

 

 책처돌이들의 연애 소설.

 

 박현욱 소설은 엄마가 2008년에 여자의 침대’를 제값 주고 놨다. 나한테 사다 달라고 주문목록이 아직도 있다. 그땐 알라딘 달력 사은품 마일리지 차감 없이 그냥 줬는데 이젠 얄짤 없어요…

  ‘아내가 결혼했다’는 내가 5 전에 중고셀러에게 천원에 두고 아직도 봤는데 지금 찾아보니 백원에 파는 곳이 수두룩 빽빽하다. 아오 빡쳐. 원작은 봤어도 영화는 최소 ? ? 봤다.

 개봉 당시 엄마랑 심야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 앞자리에서 갑자기 욕을 하며 일어나는 누군가가 있었다.

 “아오씨, 이것도 영화라고!”

 남자는 동의를 구하듯 빠르게 극장 안을 둘러보다 재빨리 비상구로 뛰쳐나가고, 동행인 듯한 여자가 뒤따라 나갔다. 장면이 너무 우스웠다. 아나이스 닌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인아 씨의 실존 모델이 있었구나… 싶었고 주인아 씨의 작은 (?) 역을 했던 주상욱 배우가 자기 이름을 주인아로 것도 재미있었다. 캐릭터가  아주 마음에 들었나 보네… 원작 소설은 과연 보게 될지 아닐지 아직도 모르겠다.

 


 같은 작가가아내가 결혼했다’이후 18 만의 신작 장편소설을 냈다고 홍보하는 봤다. 무슨 작품, 어떤 작가, 이거보다도 아니 18 동안 쓰고 뭐했어...어디갔다 왔어...그게 먼저 궁금했지만 길이 없다. 그럼에도원할 때는 가질 없고 가지고 나면 원하지 않아‘라는 제목이 재미있었고, 띠지의 30대의 리얼 (환승) 연애담이란 광고에서는 코웃음이 나면서도 궁금증이 일었다. 이제 50 넘어 환갑 바라보는 작가가 청년기 끄트머리의 순간들, 마음들을 어떻게 그려낼지… 요즘의 젊은이들도 공감할 수 있을지… 나중에 보면 등장인물이 대입 준비하던 무렵이 IMF어쩌고 흘리듯 나와서 아… 20 전의 30대였네 친구들은...하고 대충 감이 오긴 한다. 이걸 최근에 건지, 예전에 놓고 이제 발표한 건지도 모르겠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부터 이런 문장과 전개라니… 아마도 지금 나는 유물을 읽고 있어… 그런데 이게 오히려 좋은 거다. 레트로 감성 뿜뿜 정도가 아니라 그냥 과거 자체야...역사책인가… 인물은 30 중반으로( 집어 35, 36 정도로)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뭔가 우려한 대로 4-50 어르신이 30 가면 쓰고 연기하는 기분이 물씬 들었다.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에이, 그래도 어느 세계에서는 30 아이들(?) 나보코프 소설로 공감하고, 극장에카사블랑카’ 보러가고, 그러다 동물원도 가고, 반하고 그러겠지….

 

+봄이었고, 사월이었고, 스무날이었다. (9, 책의 첫문장이다...)

 달이 바뀌었다. 오월의 첫날이었다. (18, 두번째 장의 첫문장이다… 장마다 거의 팔할을 시간 또는 계절적 배경을 소개하는 간단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작가님은 아마도여름이었다‘ 밈을 모르시는 같아…)


https://namu.wiki/w/여름이었다

 


+태주가 말했다.

 “여자와 동물원에 처음이네요.”

 “저도 남자와 동물원에 처음이에요.”

 “여자와 <카사블랑카> 것도 처음이네요.”

 “저도 남자와 <카사블랑카> 처음이네요.”

 어느 순간부터였는지 태주는 알지 못했다. 명도 알지 못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렇게 거라는 알았던 것도 같았다. 전혀 알지 못했던 것도 같았다. (64, 저도 이런 식의 대화를 읽는 처음이네요…고문 아니냐 닭살 돋는 코앞에 가져다 놓고 보게 하다니...)

 

+태주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불쌍한 험프리 가트. 험버트, 험버트.”

 “롤리타!” 명이 탄성을 발했다.

 “, 나보코프 정말 좋아하는데.”

 태주가 말했다.

 “저도요.”

 명은 소리 없이 활짝 웃었다. 어떤 남자가 험프리 보가트에서 험버트를 연상할까. (나도 자주 둘을 헷갈렸는데...명아 나한테도 반해야 되는 아니냐…) 태주는 벅차기까지 했다. 어떤 여자가 험버트라고 하면롤리타’를 떠올릴까.( 알라딘서재 가면 그런 여자 겁나 많단다) (59, 여기서 있었다. 이건 책처돌이 새끼들의 사랑이로구나...나도 상황이면 어머어머 맞아맞아 하면서 반할 같긴 하다...)

 

 태주가 초점 화자에 가깝다. 가깝다고 하냐면, 태주 심리와 인식이 사건 전개의 중심이긴 한데, 바로 위의 인용 부분처럼 가끔 문단 안에서 전지적 작가시점이니까 데헷 하면서 태주와 명과 재하의 속생각과 느낌이 그대로 불쑥불쑥 솟아나오는 문장들이 있어서 그랬다. 이렇게 쓰면 말이죠 초점 흐려지고 정신 없다고 문창과 초년배 학생한테도 교수님이 따위 소설로 합평 수업을 진행할 없어욧, 이러고 강의실 문을 박차고 나간다고요… (같은 이유는 아니었지만 꼬꼬마였던 친구가 * 선생님께 그렇게 쳐맞고 짓밟힌 새싹이 뻔했지만 다행히 뒤지진 않았구요…)

 

 뭔가 세세한 이야기만 길었는데, 사실 소설은 제목이 내용...이기 때문에 요약을 쓰기도 그렇다. 90년대 중반을 풍미했던잘못된 만남’ 노래가 소설 서사의 거의 전부이다. 실수로 담뱃재 불똥(시벌거 나쁜 길빵놈아) 때문에 우연히 마주친 태주와 재하(얘가 길빵함). 태주는 우연히 마주친 재하랑 별로 친하다고 생각해서 같이 놀자는 재하의 제안에도 시큰둥하다. 뒷부분에 대학 시절 태주가 좋아한 경이랑 재하가 버리고 연이란 애랑도 가지고 사실을 경이 빡쳐서 휴학해버리는 회상이 나오는데, 태주는 재하 새끼 때문에 다시 경을 기회마저 사라져 친하긴 커녕 약간 웬수진 느낌이다. 그런데도 그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 태주의 여자친구인 명의 매력과 그녀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의 , 카페 테라스에 앉아 웃고 마시고 떠드는 사람들 중에 사람이 있고, 세사람 하나가 자신임을 의식하고는 태주는 흐뭇해졌다. 술김에 마음속에 있던 말을 해버렸다. 발목 아래 지저분한 하늘색 캔버스 운동화를 신은 단정한 콧날의 여자에게. (중략) 테이블 위에 하나 늘어나는 초록색 하이네켄 병이 그렇게 예쁜 색깔일 거라고, 아니, 하얀 발목 위에 있는 치마의 청록이 조명 아래서 밝게 빛나는 하이네켄의 초록보다 예쁠 거라고 대체 누가 알았겠어요. (17, 마지막 문장 누구 속말이야 ㅋㅋㅋㅋ태주인가 작가적 논평인가….그런데 여기서 오글거림의 극단에서 오히려 책에 흥미를 느끼고 부지런히 읽기 시작한다…)

 

 이후로 재하 명을 만나는 자리에 자주 태주를 부른다. 명이 태주를 부르자고 했다면서. 여기서 살짝 의문이긴 했다. 자기 여자친구가 자꾸 우리 만나는 자리에 다른 남자 부르쟤… 웃긴 이렇게 셋이 모여 놓고 재하는 업무 바쁘다고 자꾸 자리를 비켜준다. 둘만 남겨 놓고 여지를 준다. 처음에는 재하가 칠조어론의 촛불중처럼 절시나 NTR같은 있는 변태새끼인가 싶었는데 읽다보니 그것도 아닌 것이 설마 뻔하디 뻔하게… 으음? 이것이 바로?

 


 

난너를믿었던만큼난내친구도믿었기에 난아무런부담없이널내친구에게소개시켜줬고 그런만남이있은후부터우린자주함께만나며즐거운시간을보내며함께어울렸던것뿐인데

 그런 만남이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없는 예감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을 때쯤 나보다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며 조금씩 멀리하던

  어느 , (김건모, ‘잘못된 만남’ )

 

 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김건모로 빙의해 버린 정말 그런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서로 호감을 느낀 명과 태주는 각자 재하에게 헤어짐을 말하거나 명에 대한 호감을 고백한다. 그렇게 환승에 성공한 둘은 꽁냥꽁냥 연애 잘하고 그런 장면이 한동안 펼쳐진다. 한국문학에서 닭살 돋는 연애 장면 진짜 오랜만에 보는 같아...대부분 이혼하고, 헤어지고, 양육비로 싸우고, 빌리고 갚고 헤어져서 받기 힘들어지고, 그런 거만 보다가 보니까 이게 새로웠다. 드라마엔 꽁냥꽁냥 많을 같은데 제가 드라마를 봐서요…

 태주 명에게 빠졌을 명의 고양이로 인한 알러지가 의심되자 바로 항원 검사를 받는다. 다른 멀쩡하고 고양이알러지만 있음… 그래도 항히스타민제 먹으면서 꿋꿋이 여자집 방문하고, 의사가 엄청 오래 걸리고 소용도 없을 거라는 알러지에 점진적으로 노출하는 치료마저 감수한다. 그렇게나 좋았니… 그런데 그렇게 자신을 바꾸려 애쓰는 연애는 지치기 마련이고 명의 고양이 앨리스와 정이 들었으면서도 꺼려지기도 하고 태주는 복잡해진다. , 예전에 곽재식인지 김중혁인지 어느 작가가 작법서 같은 봤었는데 쓰다 막히면 고양이를 등장시켜라! 치트키가 갑자기 생각났다. 정도 짬에 고양이 쓰면 반칙 아닌가...

 거기에다 태주가 고양이 때문에 빡치는 결정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명과 재하가 사귀던 시절, 둘은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가 방치된 보고 고민하다가 마리씩 나눠 키우기로 한다.

 

+“고양이 이름이 뭐예요?”

앨리스요.”

그럼 여긴 이상한 나라인가요?”

맞아요. 이상한 나라. 처음에 부근 화단에서 새끼 고양이 마리가 맞고 떨고 있는 데리고 건데, 집안에 고양이가 있는 처음이라 이상했거든요. 얘들은 없다가도 갑자기 나타나고, (나중에 슈뢰딩거 드립치는데 재하가 슈뢰딩거가 지명이야? 하 짜게 식던 ...이과새끼들 죽어라 모를 수도 있지) 눈앞에 있다가도 갑자기 사라지곤 해요. 고양이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이상한 나라가 같아서 앨리스라고 이름 붙였어요.”

마리면 다른 고양이는요?”

재하씨가 데리고 갔어요. 이름은 하나. 앨리스 옆에 있어서 하나.“

영화 좋아해요?“

 명은 배시시 웃었다.

봤어요. 제목밖에 몰라요.” (61-62. 나돈데. 제목 밖에 몰라. 하나님 지내나요?)

 

 재하와 명이 헤어진 뒤에도 출장이 잦던 재하가 명에게 하나를 맡기러 오곤 했다. 사실을 태주는 꼴에 질투심을 느꼈는지 그러지 말라고 지랄지랄을 하고 명은 그냥 고양이 맡기는 문제라고 하고, 그렇지만 명은 태주에게 마음이 많이 끌리는 상태였어서 재하에게 고양이 이제 맡아준다고 그어 버린다. 고양이 알러지 참기와 전남친 고양이 맡아주기가 등가교환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애를 시작한 둘은 이성과 같이 해보고 싶던 읊다가 역시 책처돌이 커밍아웃하는 대목이 나온다.

+“명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하나 있어요. 해본 없는 .“

뭔데요?“

같이 책을 읽는 거요.“

”그게 대단한 거라고 같이 못해봤어요?“

각자 다른 책을 읽는 아니라 같이 같은 책의 같은 대목을 읽는 거요.“

어떻게요?“

줄씩 번갈아가며 소리 내서 읽어보는 거예요. 태주씨는 그래본 있어요?“

”나도 없어요.“

그럼 우리, 같이 책을 읽어볼까요?“

‘우리’라는 말이 태주의 눈앞에서 다시 반짝거렸다.

재미있을 같네요. 무얼 읽을까요?“(밀란 쿤데라 전작 같은 하지 마라 새끼들아 사이 나빠진다)

 명은 곧바로 대답했다.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나오는 소설 어때요?“

”그게 뭔데요?“

안나 카레니나.“ (ㅋㅋㅋㅋㅋ나도 읽었어. 나만 읽었어…)

 명은 또렷하게 발음했다. 너무도 또렷하여 기표가 기의를 압도할 정도였다. (기표 기의 타령 며칠 전에 했었는데…) 명의 안나 카레니나라는 발화가 안나 카레니나에 담겨 있는 모든 함의를 넘어서는 같았다.

 “안나 카레니나가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주인공인가요?”

 “우리가 좋아하는 나보코프가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바로 안나라고 했어요.” (101-102, 나보코프가 ???)

 안나 카레니나 나오는 것부터 약간 오글거려가지고그래도 내가 읽었던 다른 번역판으로 기억도 나는 부분을 인용해 주는 읽는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심지어 굳이 소설 가지고 태주랑 브론스키를 겹치려는 복선 내지 빌드업이었다는 거…

 

 사랑의 시작과, 무르익음과, 권태와, 그걸 극복 못하고 금세 사그라든 열정을 꼴랑 160여페이지 안에(작가의 빼면 그래) 담아 호다닥 읽는 나쁘지 않았다. 너무 얇은 책값은 그돈씨...했지만 말이다. 두꺼웠으면 빡쳤을 같긴 잘했어 얇은 ...ㅋㅋㅋ 초점 화자에 가까운 태주의 속마음과 심경 변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말과 행동, 그게 점점 식어 가는 상황 표현 같은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서사도 없고 그냥 뻔한 연애의 생로병사 일대기 같은 건데도 재미있었다.

 

 작가의 말에서 재미있던게 그간 궁금하던 김봉곤이 갑자기 여기서 나와… 문학동네 편집인으로 지내는 모양이었다. 책의 책임편집을 맡았다. 정영수 아니지 김영수도 같이 편집을 했다. 봉곤이 소설 좋아했는데… 예의범절 없이 남의 문자(심지어 문학적임) 허락도 받고 복붙한 심한 짓이긴 했지만 창작자 하나 매장할 거리인가는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사과하고 보상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법적 책임을 다하는 거야(이것이 김금희 선생님이 알려주신 사과법) 당사자들 간의 몫이고… 몰르겄어….에효 그냥 쓰든 쓰든 사랑 많이 하고 잘 살렴…

 

 이렇게 기대 없이 얇으니까 빨리 보겠네, 하고 펼쳤다가 너무 뻔한 지금 같은 시대에는 이상한 나라에 소설마냥 ( 책방에서 2000년대 초반 소설 아무거나 뽑아다 읽은 것처럼) 난데 없는 부분이 많아서 별로 짜증 내고 즐겁게 봤다. 작가님도 나름 노력했다고...유아차라고 했다고...ㅋㅋㅋ 그런데 남자애들은 이름 자인데 여자애들은 자로 , , 퉁친게 성의 없고, 남자애들 심리는 (태주는 초점화자라 그렇다고 쳐도,) 엄청 자세하고 섬세하게 그려놨는데 명은 관찰자 입장에서 그냥 사물 같고 대상 같은 느낌으로 캐릭터가 밋밋하게 그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고 야구 좋아하고 아빠아빠 아빠의 딸이라 자꾸 아빠무새하고 치과의사고(!여기서도 너무 옛날 느낌인게 엄마는 의대 가래고 아빠는 하고 싶은 하래서 둘을 절충해서 치대에 갔어...라고… 요즘 치대가기 얼마나 개빡센데… 수재네 수재...좋겠다… 페이닥터로 일하다 때려치다 반복함. 그래서 남자애들이랑 자주 놀러다니는 설정 가능) 예쁘고 매력적이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도 그냥 왠일인지 매가리 없이 태주한테도, 심지어 차버린 재하한테도 착하기만 느낌이었다. 이건 오래 전에 이언 매큐언체실 비치에서’ 읽고 남자애 속은 자세히도 그려놓고 여자애 속은 블랙박스여? 했던 거랑 비슷할 수도 있겠다.

 

  소설, 나보코프,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이오네스코, ‘미국의 송어낚시’(이게 누구 책인데 몰루), 보니것 같은 이름( 책에 등장한 작가, 작품들. 이거 말고도 있을 ) 늘어 놓는 어렵지 않지만, 그처럼 오래 회자되고 사람들 마음에 남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 어려운 같다. 모든 글이 그럴 필요도 없고. 저자의 말대로 읽는 동안 잠시라도 마음의 휴식을 누렸으면 책은 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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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17 0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 제목에서 다 말하는군요 저런 제목이라니... 반유행열반인 님은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그랬다면 괜찮은 거겠네요 예전에 본 적 있는 그 작가인가 했는데, 맞군요 예전에 써둔 거 고쳐서 책으로 낸 거 아닐지 하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하네요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될 텐데...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5-01-17 08:01   좋아요 0 | URL
작가의 일이 무한으로 고치는 거니
본분은 충실하나 그렇대도 너무너무너무 늦게 나온 거 같아요 ㅎㅎ연애의 본질이야 변하겠냐마는 또 인간은 점점 달라져 가잖아요 ㅋㅋㅋ

공쟝쟝 2025-01-17 07: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외자이름이 용서가 안된다…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

반유행열반인 2025-01-17 08:00   좋아요 1 | URL
그냥 러시아식 이름으로 알렉산드리나 예비코프치 (아무말이나 함) 이런 걸로 하지! 대문호 느낌나게!! 나는 의령 알씨요 이러고 ...

공쟝쟝 2025-01-17 08:02   좋아요 1 | URL
명, …. 이 고독이 사무치고 세상의 시름을 다 껴안은 유약하고 섬세하고 단단한 외자 이름 앞에 무협지의 용어를 떠올리는 ㅋㅋ 잡스러운 독자 아뢰오!! !!! 존명!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5-01-17 18:41   좋아요 0 | URL
우리 어머니 과거에 명 들어가는 존함이셨는데 버려버리고 개명하심 ㅋㅋㅋㅋ

유수 2025-01-20 13:50   좋아요 1 | URL
용서하세요..

이다정 2025-01-18 1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우연히 반유행열반인 님 후기글을 보게 됐는데 너무 웃기게 잘 쓰시네요ㅋㅋㅋㅋ 중간에 잘못된 만남과 오글거리는 부분의 향연 보고 빵 터졌어요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5-01-18 11:48   좋아요 2 | URL
이다정님 안녕하세요? 단 한 분이라도 웃음을 주는게 제 후진 글쓰기의 목적이라 웃어 주셔서 감사하고 기쁩니다.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

유수 2025-01-20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저 영화의 제목은 바꿔야한다고 생각해요.
이 여자는 시집을 두 번 모신다. 자발적으로.
(제목이 안되네요 ?ㅋㅋㅋ) 애기때 봤지만 그 지점이 너무나 충격이었던 것입니다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5-01-20 13:39   좋아요 1 | URL
‘이중 시집살이’ 나도 동감 ㅋㅋㅋㅋ그런데 주인아가 그것조차 지 선택이라고 책임지고 다 감당하려고 분투하는 게 짠 해서 막 싫진 않았던… 내가 일중 조차 제대로 안 해서 그런가 ㅋㅋ 둘째 남편은 조실부모 한 분으로 모시자…

유수 2025-01-20 13:52   좋아요 1 | URL
저는 이걸 이제 봤고 후정독예정입니다. 후진 글이라고 하지마세요!

유수 2025-01-20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반님 글 너무 재미있어서 작가님께 절하고 싶어져요. 킬포가 너무 많아요… 내용은 눈에 안들어오지만(이세계물?) 대애충 주인아씨랑 비슷한건가 때려넘기지만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5-01-21 00:24   좋아요 1 | URL
이세계라니 ㅋㅋㅋㅋ우리 이십년 전 쯤 삼십대 중반이던 싱글들의 삼각관계 통속 고전이었습니다 ㅋㅋㅋ막상 그 나이대 지나고 보니...(더 이상 말을 잊지 않겠다)

유수 2025-01-21 10:07   좋아요 1 | URL
부러운 이세계ㅋㅋ문돌분들 이십년전쯤 말씀하시는 거죠? 제 주변 한정해서 어떤 광경이었는지(말을 잇지 않겠다)

반유행열반인 2025-01-21 10:18   좋아요 1 | URL
아니 저건 그냥 로맨스판타지 같은 거 아닐까요 문이과 노 상관이고 나도 이과 공돌이랑만 연애해서 ㅋㅋㅋㅋㅋㅋㅋ

유수 2025-01-21 10:21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럴거 같아요. 이세계라고 좋을쏘냐 생각이 들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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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목도리가 가지고 싶어서 색감이 무난하여 알라딘 뽀글이 목도리를 사은품으로 선택했사온데...릴리는 결코 죽지 않아!!! 라고 영어로 써 있는데 릴리가 백합물(GL)의 그 릴리라고 해...한 권도 안 본 나라서 쑥스러워지는 건 내 안의 편견이겠지... 나 핑거스미스도 읽었고 아가씨도 두세번 봤는데 본 걸로 쳐 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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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5-01-13 2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별걸 또 알게되네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5-01-13 23:40   좋아요 0 | URL
사랑의 스펙트럼은 넓고도 깊어서... 목도리는 포근혀요 ㅎㅎㅎ

희선 2025-01-14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에 어울리는 사은품이네요 추울 때 따듯하겠습니다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5-01-14 21:04   좋아요 1 | URL
날이 포근하여 오늘 외출에는 아직 못하고 나갔어요 ㅎㅎ

유수 2025-01-14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역시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5-01-14 21:08   좋아요 1 | URL
아이참 나 디킨스 감옥 탈출한 건 알아요? ㅋㅋㅋㅋ잘 지내는 거죠??? 무소식이 희소식!!

유수 2025-01-14 22:17   좋아요 1 | URL
몰랐어요 왜지?

유수 2025-01-14 22:18   좋아요 1 | URL
굿즈 기원(?)도 아랑곳 않는 편견없음에 역시. 근데 저 오늘 이책 다른 플랫폼 광고 알고리즘 떴던 거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5-01-15 17:45   좋아요 0 | URL
오 취향 저격이었나요?? 내이름 뭔가 저격 같다 갑자기

유수 2025-01-14 0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역시만 여기저기 댓달고 다닙니다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5-01-14 21:05   좋아요 1 | URL
참 ㅎㅎ 난 이해력(?)이 부족하여 행간? 역시의 함축적 의미? 못 읽고 있어요 에이 참…

유수 2025-01-14 22:16   좋아요 1 | URL
일곱시라서 헛소리하고 다닐 때랍니다 ㅋㅋ 제가 맥락없이 댓 투척

반유행열반인 2025-01-15 17:4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좋아요 히히